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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남원역사에 정유재란 혼 담아라

전국 자치단체들은 지역 발전을 위해 단 한푼이라도 더 많은 예산을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중앙부처에서 전국단위 공모사업을 시행할 경우 온갖 명분과 인맥을 동원해 사업과 예산을 따오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은 구체적인 상황을 잘 모르지만 그 속내를 보면 정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곤 한다.

옛 남원역사 주변에서 이뤄지는 ‘남원구역사 생태문화 복원사업’또한 마찬가지다.

남원시는 지난달 동충동 7500㎡(2268평) 부지에서 ‘남원구역사 생태문화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2016년 환경부 공모 사업을 어렵게 따낸 이후 절차를 거쳐 2년만에 착수했다.

바로 옆에는 북문 복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국비 5억 원이 투입된 이 사업의 목적은 생태체험 학습 및 지역 문화체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인데 연말까지 사철나무 등 7130주와 나뭇더미, 돌무더기, 새집, 조류 먹이대, 나무 원두막, 통나무 의자, 집수정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얼핏 생각하면 생태문화 복원사업은 지역사회나 시민들에게 전혀 나쁠 것이 없는 프로젝트다. 그런데 문제는 1597년 정유재란 중 남원성 전투의 상흔이 남아 있는 북문 터 옆에서 생물 다양성 확보를 위한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역사적 특수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단견으로 볼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일부에서 저항이 일고 있다. 남원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정유재란 당시 남원성 북문에서 최후의 항전이 벌어졌고, 1만여 명의 백성들이 맞서 싸우다 죽었다”면서 “역사가 숨 쉬는 곳에 생태공원을 지으려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남원에는 이미 습지공원이 조성됐고, 북문 터 옆에 큰 꽃 정원도 있는데 구태여 생태라는 이름으로 역사성을 지워버릴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남원문화원 관계자들도 “생태복원은 과거부터 철새 등 동식물이 많은 곳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이곳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당장 국비를 확보해야 하는 마당에 충분히 저변의 소리를 듣는게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국비에만 눈이 팔려 장기적으로 훨씬 중요한 민족의 혼과 역사를 망각한다면 그것은 큰 문제다. 지금이라도 남원시는 소수의 목소리로 치부하지 말고 관광과 자연에 역사성을 담아내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선열들의 얼과 혼이 깃든 곳을 400 여년의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그냥 쉽게 생각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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