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는 전주에 본거지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역시 지방 이전에 따른 우수인력 유출이 있고 각종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아 정착에 애로를 겪고 있다. 지방 이전 공공기관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국가적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전주에 이전한 국민연금공단 및 기금운용본부의 미래는 단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대다수 국민의 노후 보장에 직결된 것이기에 전폭적인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기금운용본부의 경우 주위에 유사한 회사들이 함께 하여 창출될 네트워크 효과가 중요하다. 자산운용은 정보에 기반하므로 기금운용본부 주위에 여러 자산운용사들이 함께 클러스터를 형성해 교류해야 한다. 전라북도가 추진하는 ‘자산운용형’ 금융도시 모델은 원활한 기금운용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국민의 안정적 연금 수령 등 국가적 이익을 함께 지향한다. 특히 자산운용사는 업무의 성격상 반드시 전통적인 경제 중심지에 위치할 필요가 없기에 이전에 따른 기회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제3 금융중심지를 추가 지정할지 여부를 두고 논의 중이다. 금융중심지로 지정될 경우 입주 금융회사에 세제 감면 혜택과 함께 금융전문인력 양성 지원비, 금융기관 유치 보조금의 지원 등 자산운용 클러스터의 기틀 확립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기금운용본부 소재지인 전주가 제3 금융중심지로 지정될 수 있다면 자산운용사 오피스들의 집적을 유도하는데 여러 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제3 금융중심지 추가 지정 여부를 두고 최근 언론과 국회를 중심으로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듯한 모습이 보여 안타깝다.
추가 지정이 필요 없다는 논리의 핵심은 서울과 제2 금융중심지인 부산의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순위가 하락한 점을 제시한다. 제3 금융중심지를 추가로 지정하는 것은 제살 깎아먹기라는 것이다. GFCI란 지/옌(Z/YEN)이라는 런던 소재 상업적 컨설팅 회사가 금융산업 소재지들을 분석해 발표하는 지수인데, 이에는 생각보다 많은 함정이 숨어 있다. 지/옌사의 GFCI 작업은 국가의 직·간접적 후원을 받아왔는데, 2015년 9월부터 지/옌은 중국개발기구와 함께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수립하고 있다. 중국개발기구는 중국 최고 국가기구의 하나인 국무원(State Council)의 승인 하에 1989년 설립된 씽크탱크가 아니던가.GFCI의 추세를 보면 전통적인 금융산업 중심지인 뉴욕, 런던, 홍콩, 싱가폴 외에 상하이가 2017년경부터 급상승하여 2018년부터는 세계적인 금융산업 중심지 도시들과 거의 위상을 나란히 함을 알 수 있다. 올 3월 공표된 GFCI 25의 경우 전체 순위에서 서울(36위)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곳으로 상하이 5위, 베이징 9위, 선전 14위, 케이만섬 21위, 카사블랑카 22위, 텔아비브 23위, 광조우 24위, 버뮤다 25위, 아부다비 26위, 칭다오 29위, 모나코 33위 등이다. 상식적으로 이러한 산정 결과에 얼마나 공감이 가능할까.
세상에 나온 지수는 ‘참조’할 수 있지만 지수 하나에 의존해 국가의 미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GFCI 관련 가버넌스 및 특정국 소재 도시들의 급부상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GFCI는 생각보다 믿을만한 지수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한마디로 제3 금융중심지 지정 여부 판단의 기초가 되는 지수가 신뢰성이 없다는 것이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