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9 05:55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전북 핫 피-플(people & place)] 대중과 코로나19 소통한 고규영 카이스트 특훈교수

도내 출신으로 세계적 생명과학자인 카이스트 고규영 특훈교수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적용 가능한 기술을 성공시키며 바이러스 종식에 힘을 보태는 것이 과학자의 사명이라며 연구에 몰두하겠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오세림 기자
도내 출신으로 세계적 생명과학자인 카이스트 고규영 특훈교수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적용 가능한 기술을 성공시키며 바이러스 종식에 힘을 보태는 것이 과학자의 사명이라며 연구에 몰두하겠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오세림 기자

SNS 등장으로 각종 정보가 차고 넘친다. 기존 언론 영역에서 다루지 않은 뉴스까지 1인매체를 통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럼에도 사회적 갈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뉴스 생산은 여전히 중요한 기존 언론의 역할이다. 본보는 핫 이슈를 쫓아 그 중심에 선 사람과 현장 이야기를 전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사흘 연속 200명을 넘어서면서 코로나 방역에 다시 비상이 걸렸다.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 확진자도 연일 최다 기록을 갱신하는 등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 상태다. 코로나19 백신개발 소식이 전해지고는 있으나 코로나 종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코로나19에 대한 일반의 막연한 공포는 크게 줄었다. 정부와 전문 연구자들이 국민들과 적극 소통하면서다. 코로나19 국내 유행이 시작될 당시 코로나 관련 가짜뉴스가 판을 칠 때 정부 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자들이 `어벤저스`로 나섰다. 그 선봉에 고규영 IBS 혈관 연구단 단장(KAIST 의과대학원 특훈교수)이 있었다.

고 단장은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던 시점에 과학자 집단이 나서야 한다고 보고 IBS 차원의 TF를 꾸릴 것을 제안했다. 고 단장의 취지에 공감한 분자의과학, 구조생화학, RNA 생물학, 바이러스면역학, 데이터과학 등 여러 분야의 과학자 17명이 여기에 참여해 대중과 공유할 정보들을 생산, `코로나19 과학 리포트`를 펴냈다. 이 리포트가 IBS 홈페이지에 공개되면 주요 언론과 포털, SNS 등을 통해 일반에게 알려져 코로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없애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렇게 집필된 리포트는 <코로나 사이언스> 단행본으로 발간됐다.

고 단장은 코로나 사태에 대응해 대중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등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에 모범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최근 과학기자들이 선정한 `올해의 과학자` 로 선정됐다. 지난 9일 전주시 공무원 대상 특강 차 고향을 찾은 고 단장을 만나 코로나 극복과 코로나 시대 전북발전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혈관 분야 연구자이신데 코로나19 연구와 사태 해결에 많은 관심을 보이시고 있다. 연구 분야와 관련성이 있나.

“내 연구 분야인 혈관 및 림프관과 관련성이 많다. 최근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허파꽈리에 배양해 감염 기전과 치료제 개발에 적용이 가능한 기술을 성공시킨 카이스트 연구팀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개인적인 연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미증유의 인류적 재난이 된 이 바이러스를 종식시키는 데 힘을 보태는 게 과학자들의 사명이 아니겠는가.”

 

-팬데믹 상태가 되기 전부터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계하면서 여러 활동을 해오셨다.

“대구·경북 유행 이전인 올 1월부터 팬데믹을 예상했다. 메리스 사태를 경험하면서 길어질 수 있고, 백신개발이 쉽지 않다고 봤다. 코로나 초기 마스크 쓰기의 중요성을 국내뿐 아니라 외국 여러 나라에 강조했던 이유다.”

 

-언제쯤 코로나 종식이 될 것으로 보는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희망적인 예측을 내놓고 싶지만, 과학자로서 바라보는 현실은 냉혹하다. 현재 추이를 지켜볼 때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은 어려울 것 같다.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조차 여전히 완전 정복하진 못했다. 코로나19의 효율적 예방과 피해 최소화가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본다. ‘언제쯤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에 고민하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 필요한 해법인 것 같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백신 개발 소식이 나오고 있지 않나.

“전문가들은 개발 중인 백신이 남은 임상시험을 잘 통과하여 상용화될 수 있는 시기를 내년 초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고연령층, 면역 이상 및 기저질환 환자, 원인이 불분명한 일부 정상인들은 백신을 투여해도 중화항체를 충분히 생성하지 못할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계속 잔존한다는 의미다. 특히 변이가 급속히 일어나서 현재 개발 중인 백신과 치료약이 별 효과가 없게 된다면 인류는 지금 이상으로 길고 힘든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세계 각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방역 상황을 평가한다면.

“우리나라의 정부, 출연연구소, 대학, 기업 등 각 방면에서 코로나 퇴치에 총력을 기울이며 세계적으로도 모범이 되고 있다고 본다. 다만 고위험 감염 바이러스 연구에 필요한 시설과 인력이 국내 부족하여 높은 수준의 연구를 마음껏 펼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더불어 정부의 통 큰 지원에 비해 민간 기업이나 재단 등의 투자가 미흡한 것도 아쉽다.”

 

-전북에서도 한 때 국립감염병 연구소 유치 등 감염병 관련 연구와 산업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감염병은 바이오산업과 연계돼 있다. 직업상 해외 출장을 많이 다니는 데, 각 도시들을 보면서 전북이 어떻게 가야 하나 고민 해본다. 결국 바이오산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대전광역시는 감염병으로 대박을 쳤다. 다행이 전북에 좋은 자산이 있다. 감염내과 분야에서 독보적인 연구자도 있고, 전북대에 인수공통감염연구소, 정읍에 생명과학연구원도 있다. 이런 자산을 특화시킬 필요가 있다.”

 

-전북대 인수공통연구소를 국립 감염병연구소로 전환시키는 것을 두고 지역에서 논란이 있었다. 어떻게 보나.

“이미 끝난 이야기다. 충북 오송에 국립감염병연구소가 세워졌고, 소장도 임명됐다. 인수공통연구소를 애물단지처럼 여기는 데 결코 그렇지 않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맞아 연구소에 위탁사업이 몰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 측이 예상하기로 내년 매출이 1500억원대에 이른다. 연구소의 목적 전환보다는 협업으로 가는 게 옳다고 본다.”

 

-각 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바이오산업 육성에 나서는 상황에서 전북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대박을 친 대전의 사례를 보면서 느낀 게 많다. 대전의 벤처업체들이 하이테크 성공을 거둔 게 아니다. 감염 환자를 조기 진단해서 슈퍼감염자를 막아 K-방역 성공에 일등공신이 됐다. 슈퍼감염자를 막는 기술은 로테크일 뿐이다. 사람(연구자)과 벤처 업체가 집적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들이 뭉쳐 성공한 것이다. 대전시장의 충남대병원에 1주일 한차례씩 가서 격려하고, 카이스트에 감염병연구소도 만들라고 주문하는 등 열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전북과 전주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코로나19만이 아닌 그 다음 언제 어떤 감염병이 나타날지 모른다. 어디서 멧돼지 바이러스 발현할지, 박쥐가 사람을 호스트로 언제든 변종바이러스를 일으켜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

바이오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감염병·바이오·항노화 분야 중 2~3가지를 특화할 경우 부가가치가 아주 크다. 뭐가 똘똘한 놈인가, 어떤 비즈니스로 가야 하나. 매력적인 게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한 제품도 창출할 수 있다.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연구 집적이 잘 된 수도권이나 대전권 등에 비해 전북의 여건은 열악한 데, 이를 극복할 방안을 조언한다면.

“객관적으로 볼 때 전북에 부족한 게 많다. 돈과 기술력, 리더십이 필요하고, 네트워크 어우러져야 한다. 인재들이 올 수 있게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럽을 보면 대학 중심으로 기술과 과학이 발달했고, 여기서 부가가치를 창출한 사례들이 많다. 우유 종이 팩과 지퍼가 스웨덴의 특허품이다. 전주에서 왜 지퍼나 종이 우유팩을 못 만들겠나. 지역사회와 대학이 힘을 합쳐 우리 젊은이들이 의욕과 꿈을 갖도록 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원용 kimwy@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기획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