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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선임기자의 전북 핫 피-플(people & place)] 시로 코로나 위로 주는 소야 신천희 스님

문인 스님을 만나러 갔는데 뻘쭘하게 ‘전북독립군 총사령관’이 나타났다. 김제 금구 소야문학관에서 만난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소야 신천희 스님이 대뜸 건넨 명함 맨 윗자리를 전북독립군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북독립군 이름도 낯설거니와 그 총사령관이 스님이라는 게 의외였다.

스님은 승려이면서도 타 종교를 배척하지 않는 범종교적 활동을 벌이고, 보편적 인류애를 소중히 여기는 분으로 알려져 있다. 스님이 쓴 장편동화 <남북 공동 초등학교> 는 전국 초등학생의 필독서며, ‘술타령’ 시는 전국 막걸리집마다 걸려 있다.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는 문인이, 그것도 전북 토박이도 아닌 경남 창녕 출신의 그가 왜 전북독립을 외치고 나섰을까.

스님의 설명은 이랬다. 호남이라는 영양가 없는 범주에서 실익은 광주·전남에서 다 챙기고 전북은 허울만 남은 껍데기 취급을 받는데도 누구 하나 나서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전북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도민의 마음을 모아 목소리를 내고 전북몫을 찾는데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게 이 조직을 만든 취지란다.

그는 “추억이 없는 곳은 고향이 아니다”고 했다. 중2까지 산 창녕보다 전북에서 더 오랜 20여년을 살았고, 여기에 더 많은 추억이 있는 만큼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신은 전북인이라고 했다.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시냇물에 낙엽이 둥둥 떠내려가듯 그냥 일상에 젖어 사는 게 그가 본 전북인 모습이다.

자신이 거주하는 김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초등생도 다 아는 고전소설 <콩쥐팥쥐> 에 대해 김제 사람들은 그 발원지가 김제라는 걸 잘 모른다. 그래서 오랫동안 소설에 등장하는 지명과 집성촌, 옛 문헌 등을 조사해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었고 <동화로 알아보는 콩쥐팥쥐 발원지> 책을 집필했다. 신데렐라 버전이 세계적으로 50개나 되는 만큼 김제를 발원지로 한 콩쥐팥쥐를 활용한 교육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점을 꼬집었다.

스님의 전북 사랑은 지역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도 드러난다. 지역예술인들이 중단을 안타까워했던 전주산조예술제를 부활시켰고, 전주한옥마을의 문화적 깊이를 더하기 위해 ‘마당축제 봄날은 간다’를 기획했다. 전주가맥축제도 그의 기획으로 나왔다.

20년 전 금구에 터를 잡고 소야문학관을 만들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소야 스님을 만났다.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소야 신천희 스님이 전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밝히고 있다. /조현욱 기자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소야 신천희 스님이 전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밝히고 있다. /조현욱 기자

- 오랫동안 이메일을 통해 배달됐던 <산골소년의 옹달샘 편지> 가 중단된 걸 아쉬워 한 독자들이 많았다. 최근 다시 스님 시에 주석을 붙인 문자를 보내고 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

“옹달샘 편지를 묶어 산문집 3권을 냈다. 지금은 이메일이 아닌 문자메시지로 매주 월요일 1800여명의 지인들에게 보내고 있다. 코로나로 지친 분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 옹담샘의 연장선에서 재개한 셈이다.”

 

- 아동문학계에 스님 이름을 떨친 작품이 장편동화 <남북 공동 초등학교> 인데, 어떻게 나왔나.

“이 책의 본래 제목은 <꽝포 아니야요! 남북 공동 초등학교> 인데, 남북화해 분위기가 무르익던 2000년대 초 발간됐다. 당시 북한에도 적십자사를 통해 1000권이 건네졌다. 우리 책이 북으로 넘어간 것은 지금까지 거의 없다. 비무장지대 자유의 마을에 세워진 통일시범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통일 후 교육적인 문제점을 보여주고자 했다.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한 때 비무장지대에 국제축구장과 함께 공동 초등학교 설립이 추진되기도 했고, 남북 학생간 홈스테이 교류 논의가 깊숙이 진행되기도 했으나 보수정권 출범과 함께 중단됐다. 지금도 초등학교 4학년 필독서로 꾸준히 읽히고 있는 이 책은 영화로 제작되고 역할극으로 활용되고 있다.”

 

- 스님의 시어에 ‘똥’이 자주 등장한다. 개인 홈페이지도 ‘똥시 닷컴’이다. 더럽다고 외면하는 소재를 택하는 이유가 있나.

“본래 시를 썼다. 시에 니코틴 냄새, 술 냄새가 나야 하는데, 내 심성이 14살이어서 그런 냄새가 안 나오더라. 그래서 아동문학으로 바꿨다. 똥 소재로 공격을 많이 받았다. 아이들 정서에 안 좋다고. 그런데 그 뒤 똥 소재 작품이 엄청 많이 나왔다. 사실 똥만큼 정직한 것은 없다. 배탈 나면 설사한다, 오래 묵히면 제대로 된 똥이 나온다. 시도 마찬가지다. 한 편 뚝딱 하면 깊이가 없다. 사유가 없으니까. 조지훈의 ‘승무’는 3년이 걸렸다. 똥다운 똥이 나온 것이다. 조사 하나로 밤을 새우는데, 자판기에서 나오는 것처럼 하루 몇 편 썼다고 자랑하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 ‘술’도 스님의 시 소재로 많이 쓰인다.‘술타령’은 전국 선술집에 다 걸렸다고 할 만큼 애주자가들의 애송시다. 술을 좋아하시며, 수도에 지장이 없는지.

“중학교 때 축구 선수였는데, 그 때부터 술을 마셨다. 가출(스님은 출가를 가출이라고 했다) 한 뒤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술을 가까이 했다. 그렇지 않으면 무리에 끼지 못하니까. 전주에 온 후 술타령 시를 보고 전주 술꾼들이 다 덤볐다. 한 번도 지거나 비틀거린 적이 없다. 정신력이라고 본다.”

술타령 시.
술타령 시.

 

- 스님의 글과 시는 화려한 수식 없이도 쉽게 공감을 사게 한다.

“완벽하게 알지 못하면 아주 쉽게 설명할 수 없다. 모르면 에둘러서 어렵게 쓴다. 음양오행설은 상생과 상극이다. 나무의 상극은 불이다. 음양탕은 팔팔 끓는 물에 찬물을 넣어 만든다. 음양의 조화가 이뤄지는 게 음양오행인데 이걸 굳이 학설까지 동원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대금을 배울 때 소리내는 데 두 달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제대로 아는 분한테 배우면 1분도 안 걸린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로 지금까지 시집과 동시, 동화, 산문 30권 책을 썼다.”

 

- 술타령 시도 그렇지만 무릎을 치게 하며 미소를 짓게 하는 시가 많다. 작품 발상을 어떻게 하나.

“창작동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뚱보새‘가 있다. 보통 그냥 지나칠, 집 앞 나뭇가지에 앉은 참새를 유심히 보고 지은 동시다. 불교의 수행법인 의심하고 의심하고 의심에 들어가는 불교 수행법이 창작에 도움을 준다. 문인들과 문예창작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창작강의에서도 이런 점을 강조한다.”

 

- 일반 대중을 향한 강의 활동도 왕성한 데, 어떤 강의를 하나.

“수행에서 깨우친 이야기다. 실제 살아가면서 생활에서 깨우친 작은 것들이 수강생에게 직접 전달되기에 공감을 주는 것 같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누구나 관심을 갖는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다.”

 

-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깨달음을 대단한 것처럼 생각하는데, 깨우쳐 아는 것이다. 석가모니 말씀에‘비구야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라’는 게 있다. 뗏목은 경전이다. 석가모니 경전을 팔아먹어서는 감화를 주지 못한다. 스님이라면 경전을 바탕으로 깨우침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감화다. 종교가 기복으로 가는 것은 감명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복 신앙은 살아있는 사람이 편하자는 것이지, 부처나 예수가 뭘 해주나. 종교 자체를 나는 부인한다. 신앙만 필요하다. 정화수 한 그릇 떠놓고 비는 간절한 마음이 신앙이다. 종교가 물질 위주로 흐르는 게 안타깝다.”

 

- 스님 절에 법회를 여는 불당이 없는데.

“나만의 작은 공간이 있다. 사사불공이고 처처불상, 집에서 기도해도 내 간절함이 있으면 된다. 형상은 상징일 뿐, 굳이 절에 가서 기도할 필요가 없다. 불교는 개신교와 달리 믿음의 종교 아닌 닦음의 종교다, 중생과 부처의 차이는 간단하다. 부처는 자신보다 중생을 생각하고, 중생은 남보다 자신을 생각한다. 닦아서 남을 생각하는 것이 불교며, 감화다. 믿어라 믿어라 하는 것이 아니다.”

 

- 스스로를 땡추로 낮춰 부른다. 겸손인가 진심인가.

“발효와 썩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땡추냐 아니냐는 나를 보는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겉치레가 아닌, 마음 밭을 얼마나 일구었는지다. 몇 백만원짜리 가사 장삼을 두른다고 큰 스님이냐. 성철 스님의 누더기 옷을 본 따 일부러 누더기 만들어 입는 스님도 있다. 옷이 중요한 게 아니다. 반바지 입어도 중은 중이다. 한쪽 눈으로 보면 치우쳐 보인다. 편견이다. 두 눈으로 중심을 봐야 한다. 그걸 깨우쳐 안다고 한다.”

 

- 스님에게 영향을 주거나 닮고자 하는 분이라면

“법정 스님이다. 성철과 법정 놓고 본다면, 성철은 나 혼자 알고 갔고, 법정은 뒷면이 어떻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자양분을 주고 같다. 내가 글 쓰는 것도 어찌 보면 아이들에 대한 포교다, 종교라는 걸 안 내세웠을 뿐이다.”

 

-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은.

“코로나 덕분에 싸돌아다니지 않고 몇 권의 책 작업을 했다. <세상아 덤벼라, 맞장 한 번 뜨자> 인문학서와 <시 창작 이론서> 등이다. 앞으로 아이들을 위한 일에 몰두하겠다. 어렵게 사는 아이들 많다. 하루라도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 체험장 만들고 싶다. 2023년 세계잼버리 부모학교단을 만들어 소외된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소야 스님은

스님은 나이를 끝내 14살이라고 우긴다. 나이를 안 먹고 있으며, 죽어도 14살에 죽는단다. 하필 14살이냐 물으니 “중이니까”로 답한다. 중2에 삶이 멈췄고, 그 때 나이 14살로 살고 있단다. 그 때 먹었던 멸치볶음이나 소시지, 계란부침이 지금도 주식이고 어른들이 먹는 음식을 잘 못 먹는다. 여기에 아픈 사연이 있다. 연탄가스에 중독된 형이 죽게 된 게 자신이 깨우지 않아서란 죄책감과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14살에 삶을 멈춘 형 대신 삶이다.

또 다른 아픔은 그가 가장 고뇌하며 지은 시 ‘외상값’에 담겼다. 어머니 이야기다. 어려서 집을 나온 후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다가 2004년 출판기념회 때 어머니를 처음 봤다. 아무리 출가했더라도 자식인데 어떻게 살고 있나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연락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불교에서 출가한다는 건 속세가 아닌 속세 인연을 끊는 것이며, 부모는 몸을 빌려준 사람으로 본다. 그래서 그는 내 어머니 내 아버지가 아닌, 주변 어른들을 모두 부모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엄마 한 마디가 눈물 나게 하고, 그런 고마운 마음을 전할 방법이 없어 외상값이라는 시에 담았단다.

그는 봉사를 수행으로 여긴다.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국수 천 그릇을 내놓으면서도 플래카드 하나 걸지 않는다. 봉사에 무슨 종교가 필요하냐며 성당 교회 가리지 않는다. 매년 부처님오신날 연등행사 대신 다문화축제를 연다. 부처님 팔아먹고 사는 게 아니라 글 써서 먹고 사는 사람이 왜 등값을 받느냐며, 인근 사찰에 가서 등 달고 이곳에서 놀라고 한다. 20년째 다문화가정 1000명을 초대해 국수 삶고 술을 대접해왔다. 고향을 떠난 이국만리에서 하루라도 고향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좋겠냐는 생각에서다.

성직자는 빈한함을 즐겨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의 수입 대부분이 저작료와 강연료에서 나오지만 자신을 위해 쓰지 않는다. ‘술타령’ 시만 하더라도 전국 선술집에 걸리고 유명 술 광고에 사용되고 있으나 특별히 저작권을 따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애송해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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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선임기자의 전북 핫 피-플(people & place)
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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