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선임기자
중국은 오랫동안 외국의 쓰레기를 수입하는 대표적인 나라였다. 중국이 수입하는 양은 자그마치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의 56%. 2016년에만 730만 톤의 쓰레기를 수입했다는 자료가 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중국은 다른 나라의 쓰레기를 수입하지 않는다. 2018년 중국 정부가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폐기물 24종을 지목해 수입을 금지하자 더 이상 쓰레기 수출을 할 수 없게 된 국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쓰레기 대란을 맞았다.
오랫동안 중국의 고도성장의 발판이 되어온 쓰레기 산업 정책을 바꾼 것은 흥미롭게도 한편의 다큐영화다. 2016년에 발표돼 전 세계에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환기 시킨 왕구량 감독의 <플라스틱 차이나> 가 그것이다. 중국으로 수입된 쓰레기가 모이는 중국 산둥성 칭다오 근처의 작은 마을. 쓰레기로 거대한 산이 하나씩 늘어가는 이 마을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일상을 통해 중국의 불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이 영화는 2018년 우리나라에도 소개됐다. 플라스틱>
전 세계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쓰레기 대란’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화 이후 시작된 쓰레기 문제를 우리나라보다 먼저 겪은 유럽의 국가들조차 ‘쓰레기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해결책은 없다. 더구나 매립의 한계에 소각의 방식이 더해지면서 어디엔가는 건설해야하는 쓰레기 처리시설은 주민들이 기피하는 혐오시설이 되어 갈등과 분쟁을 부른다.
그런 과정에서도 주목을 끄는 사례들이 있다. 더 이상 혐오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되는 쓰레기 처리시설들이다.
예술의 옷을 입고 도시의 랜드 마크가 되어 관광객을 부르고, 소각과정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전기회사에 되팔아 수익을 올리는가 하면, 소각과정에서 나온 열을 온수풀 목욕탕 온실 등을 갖춘 노인복지시설에 공급하는 소각장도 있다. 그중 예술과의 결합으로 도시의 랜드 마크가 된 오스트리아 빈의 쓰레기 소각장 ‘슈피텔라우’는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쓰레기 소각장의 새로운 변신을 이끈 이는 건축가이자 화가, 환경운동가이기도 했던 훈데르트바서(1928~2000)다. 1992년 모습을 드러낸 ‘슈피텔라우’는 예술작품으로 변신한 외관에 문진이나 유해가스를 최첨단 기술을 사용해 제거하는 기능을 갖춘 친환경소각장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둘러보면 주민들과 공존하는 쓰레기 처리시설이 적지 않다. 모두가 주민들을 설득하고 소통하며 발상의 전환으로 일궈낸 결실이다.
크고 작은 쓰레기 대란이 우리의 일상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긴 안목과 지혜가 있어야 답을 얻을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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