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전국 일간지 신춘문예가 신인 작가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오랜 고투 끝에 찾아오는 기다림의 관문을 뚫고 세상에 나온 신인 작가들의 결실. 서로 견주어 비로소 독자들과 만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빛난다. 새해 첫날 아침, 작가지망생들에게는 여전히 ‘신춘문예’ 당선작을 만나는 일이 가장 설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돌아보면 작가가 되는 길은 다양하지만 한 시대, 가장 권위 있는 등단의 관문은 일간지가 공모하는 ‘신춘문예’였다. 신춘문예의 시작은 동아일보다. 동아일보는 1925년 연말, 문학작품을 공모한다고 알렸다. 이 새로운 공모제도에 ‘문청(문학청년)’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음은 물론이다.
제1회 동아일보 신춘문예가 내놓은 신인은 시인 김창술과 아동문학가 윤석중이었다. 반갑게도 계급시의 선구자로 알려진 김창술(1906~1953)은 전주와 인연이 깊다. 그는 전주에서 태어나 보통학교를 수학한 후 포목점에서 일하면서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했다. 1924년 조선일보에 <여명의 설움> <허무> 등을 발표하면서 이미 활동을 시작한 터였지만 이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가 생기자 다시 응모해 시 <봄>으로 당선했다. 신춘문예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그만큼 컸다는 증거다.
1928년에는 조선일보가 신춘문예를 시작하고 뒤를 이어 더 많은 일간지가 참여하면서 1930년대 이후 신춘문예는 가장 중요한 문학 등용문이 되었다. 덕분에 수많은 문학지망생들이 겨루는 과정을 뚫고 작가가 된 ‘신춘문예 출신’ 신인들은 더 높은 문학적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전북일보 신춘문예는 올해 35년을 맞았다. 더 일찍 시작했지만 60년대 중단되었던 것을 부활한 1988년을 시작으로 잡은 연수다. 올해 당선자들의 소감을 보니 겹겹이 쌓인 습작과정의 고된 분투가 보인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당선자가 있다. 시 <활어>로 당선의 기쁨을 안은 황사라 씨다. 그는 올해 예순 살 주부다. 어려운 시기에 시쓰기를 시작했다는 그는 자신의 시를 ‘삶과 다를 바 없는 글’이라고 표현했다. 바닷가의 삶에서 읽어 낸 활력과 긍정의 힘을 담아낸 그의 시를 심사위원들은 ‘시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안정감이 있다’고 평했다. ‘그 어떤 섬광 같은 새로움’이 아쉽지만 ‘그가 펼치는 정서에 신뢰를 갖게 하는 노련함’을 주목했다는 평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20~30대 ‘문청’들이 주도하는 신춘문예 당선자 행렬에서 늦깎이 신인들은 더 빛나 보인다. 그들의 결실이 창작의 열정으로 문학의 숲에서 서성이고 있는 더 많은 늦깎이 ‘문청’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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