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3 23:41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권혁남 칼럼

[권혁남의 일구일언] 도·시·군청에 ‘행복’과 ‘외로움’ 전담 부서 설치해야

전북대 명예교수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심리학에서 ‘안나 카레니나 법칙’까지 생겼다. 어떤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수많은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하며, 그중 단 하나라도 없으면 실패한다는 법칙이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행복의 조건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행복할 수 없다. 그만큼 행복해지기가 어렵다. 

지난 3월에 <세계행복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우리나라 행복 점수는 높지 않다. 예상대로 다. 147개국 중 58위로 지난해보다 6계단이나 떨어졌다. 행복의 조건으로 측정한 지표는 6가지다. 1인당 GDP,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 선택의 자유, 관용, 부정부패. 한국은 GDP(10위권)와 기대수명(3위) 등 객관적 지표에서는 매우 높았으나, 나머지 주관적 지표에서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 돈과 건강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7년 연속 가장 행복한 나라로 평가된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은 비록 세금이 많지만, 용처가 투명하고 각종 사회복지 혜택이 촘촘하며 시민 간의 신뢰가 높다. 한마디로 서로 믿고 돕는 끈끈한 공동체가 살아있다. 남미의 코스타리카(6위), 멕시코(10위)의 행복 점수가 높은 것도 이들 나라가 경제력은 낮지만, 공동체 중심의 문화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가족과 이웃 간의 유대가 강해 자주 만나 수다 떨고, 같이 밥 먹고, 서로를 신뢰하는 사회일수록 행복도가 높다. 행복은 물질보다는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행복보고서>에서는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행복도를 떨어뜨리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올 11월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처음으로 실시한 “외로움 실태조사”에 의하면 38.2%가 평소 외로움을 느낀다고 하였다. 나이가 많을수록 외로움이 커지는데, 65세 이상에서는 거의 절반인 43.4%가 외롭다고 하였다.

올 12월에 발표된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의하면 전북의 1인 가구 비율은 38.2%로 전국 평균(36.1%)을 웃돈다. 전북의 1인 가구의 약 절반인 48.9%가 평소 외로움을 느낀다고 하였다. 전북은 다른 지역보다 고령 인구가 많고 인구소멸 위기에 처했음에도 도민의 행복과 외로움 문제에 소극적이다. 대조적으로 다른 지역 지자체들은 ‘외로움’ 부서를 설치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이다. 인천시는 내년 1월에 전국 최초로 ‘외로움 돌봄국’을 신설한다. 서울시도 시장 직속으로 ‘돌봄고독 기획관’을 두고 ‘고독대응과’를 신설했다. 세종시는 ‘외로움전담관’직을, 강원도 횡성군은 전국 최초로 ‘외로움정책팀’을 신설했다. 

외로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질병이다. 그러기에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 외로움과 고립감은 관계의 단절을 의미한다. 따라서 수다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화 창구, 소셜 다이닝(함께 식사하기) 등 사회적 관계를 먼저 회복, 연결해줘야 한다, 행복은 물질이 아니라 관계이다. 물질 성장에서 크게 뒤진 전북은 행복 성장 패러다임으로 성장 정책을 바꿔야만 한다. 행복 점수와 삶의 질에서는 얼마든지 전국 최고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청과 시군 청에 ‘행복’과 ‘외로움’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게 전북이 사는 길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