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5 06:42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사회적농업의 현장, “모두 다 꽃이야!”

한적한 시골길, 하얀 데이지꽃이 바람결을 따라 하늘거리며 반겨주고 너른 잔디밭이 펼쳐진 곳, 간혹 들려오는 풍경소리와 산새 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 복잡한 마음이 평온해지고 그저 가만히 서 있는 스스로를 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 있다. 익산시 낭산면에 위치한 연화산방이라는 교육농장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머리를 정갈하게 쪽지어 올리신 모습의 대표님은 자신을 머슴이라 지칭하신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호칭이라 의아스러웠으나 이내 곧 왜 그런지 알게 되었다. 익산의 청년농촌활동가로 활동 중인 필자는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회적농업 활성화지원사업을 운영 중인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연화산방을 드나들기 시작했는데 첫 만남에서의 대표님은 말 그대로 차 교육을 하시는 원장님으로 차분하고 조용한 어투에 조금만 대화하면 저절로 집중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으신 분이었다. 도시 사람과 시골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꿈꾸며 지난 20여 년간 10월 초만 되면 향기로운 가을 찻자리라는 행사를 운영해오셨으며 2021년 익산시특수교육지원청과 연계하여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더 많은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사회적농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본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여기서 사회적농업이란 농업의 공익적인 역할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며 돌봄이나 교육, 일자리를 통해 사회 참여기회를 제공하여 정서적인 안정을 도모해주기 위한 활동을 말한다. 발달장애 시설 이용자 대상으로 프로그램 운영하는 날. 야외 교육장에서 장화와 펑퍼짐한 일바지, 챙 넓은 모자를 쓰고 땀을 뻘뻘 흘리시며 교육장 정리하다가 해맑게 반겨주시는 모습에 왜 자신을 머슴이라 하셨는지 이해가 되었다. 곧 시설에서 차량이 도착했고 각기 다른 장애를 가지신 분들께서 인솔자에 의해 교육장으로 들어오셨다. 더러는 소리도 지르시고 걸음이 어색한 분도 계셨으며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는 분도 계셨다. 10여 명 되는 장애인들과 서로 공손히 인사를 하고 기분을 물어보자 너나 할 것 없이 너무 좋다고 한다. 농장 주변을 찬찬히 산책하며 피어있는 꽃을 만나고 나무들을 만나면서 걸으니 활동하기 위한 텃밭이 나온다. 장애인분들이 앞으로 직접 가꾸어갈 텃밭이다. 느리지만 안내에 따라 풀도 뽑고 다음에 와서 작물을 심을 준비를 하기 위해 새로운 흙도 채워 넣는다. 앞으로 이곳에 심을 작물이 무엇이 좋을지 같이 고민도 하며 대화하는데 이미 수확이라도 한 듯 넉넉한 표정에 필자는 왠지 모르게 순간 뭉클해지기도 했다. 다음 교육 진행을 위해 이동하다 보니 향긋한 꽃향기가 바람을 따라 코끝을 스치는데 그 순간 이동 중이던 분들을 멈춰 세우고 눈을 감도록 했다. 눈을 감자 장애인분들은 동시에 탄성을 부르며 아카시아 향기에 집중하게 되었고 이내 더욱 집중하자 새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이러한 꿈같은 순간이 필요하리라 생각해봤다.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화려하고 소란스러운 이 시대에 이렇게 잠깐이나마 눈감고 차분히 돌아볼 시간을 얼마나 갖고 살아갈까. 마지막은 어버이날을 맞아 카네이션 화분도 만들며 작은 팻말에 마음을 담는 시간을 가졌는데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등등 사랑으로 넘쳐났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이곳에 함께 있는 순간. 산에 피나 들에 피나, 이 순간 우린 모두 다 꽃이었다. /박넝쿨 농촌기업브랜드 신비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3.05.18 16:41

가짜뉴스 대처법,  필찰(必察)

진실과 거짓이 구별되지 않는 시대다. 인터넷에는 근거 없는 거짓정보가 진실인양 포장되어 자리 잡고 있고, SNS에는 그럴듯한 거짓이 설득력 있게 넘쳐흐르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정신 차리고 보지 않으면 도저히 분간할 수 없는 모호(模糊)의 시대다. 올해 7월에는 3일 빼놓고 비가 내린다는 근거 없는 외국 기상예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혼란에 빠트리기도 한다. 누가 무슨 외제 고급차를 타고 다닌다며 거짓 비방하여 법원의 처벌을 받기도 하고, 미국 발 금융위기가 곧 한국으로 불어 닥쳐 상상할 수 없는 금융위기가 올 것이란 어설픈 예측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뉴스를 타고 다닌다. 자극적이어야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선정적이어야 사람들의 마음을 잡는다. 바야흐로 가짜뉴스가 진실을 압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입과 혀는(口舌者, 구설자), 근심을 불러일으키는 재앙의 문이오(禍患之門, 화환지문), 내 몸을 찍어내는 도끼다(滅身之斧, 멸신지부).’ 아무런 근거도 없이 함부로 말을 하면, 그 말이 도끼가 되어 나를 찍기도 하고, 내 인생에 큰 근심이 될 수도 있으니 함부로 입을 놀려서는 안 된다는 <명심보감>의 오래된 당부다. 말 한마디라도 신중하게 할 것이며, 확실한 근거가 없는 말은 더더욱 조심하여 함부로 내뱉어서는 안 된다. 거짓은 아무런 여과 없이 확대 재생산되어 물결처럼 퍼져나간다. 내가 만든 거짓이 아니라도 퍼 나르는 것만 해도 벌을 받아야 한다. 거짓을 진실인양 둔갑시키고, 떠들고, 나르고, 믿는 사람 모두 그 죄를 감당할 준비를 해야 한다. 길에서 어깨 너머로 들은 이야기를 길에서 함부로 말하고 다니는 사람을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고 <논어>에서 말한다.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 것을 그저 길거리에서 듣고 길거리에서 함부로 말해버리는 것(道聽塗說, 도청도설)이야말로 자신의 인격을 포기하는 일(德之棄, 덕지기)이다.’ 길거리 통신사를 함부로 세워 마음대로 사건을 부풀리기도 하고, 왜곡시켜 진실이 실종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공자의 경고다. 공자는 ‘도청도설(道聽塗說)’의 폐해에 대해 언급하면서 가짜뉴스에 속지 말고 주체적으로 모든 것을 살펴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모두 옳다고 이야기해도(衆人好之, 중인호지), 반드시 직접 살펴서 판단하고(必察焉, 필찰언), 모든 사람이 그르다고 해도(衆人惡之, 중인오지), 반드시 직접 살펴서 확인한 후 결정해야 한다(必察焉, 필찰언).’ 모든 사람이 옳다고 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이 아니다. 반대로 모든 사람이 그르다고 하는 것이 반드시 그른 것이 아니다. 진실은 부풀어지기도 하고, 왜곡되기 때문이다. 공자가 살던 시대에도 가짜뉴스가 있어 멀쩡한 사람을 악인으로 만들기도 하고, 악인을 착한 사람으로 둔갑시키기도 했던 것 같다. 오로지 믿을 것은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왜곡된 대중의 의견에 휩쓸려 본질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가짜뉴스가 판치는 요즘 시대를 탈진실의 시대라고 한다. 진실은 존재하지 않고, 의도된 거짓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시대라는 것이다. 정말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분간하기조차 힘든 혼란한 시대다. 거짓을 퍼뜨려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근거 없는 이야기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표를 얻으려는 사람들,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고 근거 없는 사실을 떠벌리는 사람들, 할 일 없이 남의 일에 끼어들어 생사람 잡는 사람들, 자신의 인격을 포기하고 타인에게 고통을 안기는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반드시 직접 살펴 판단하라(必察)! 이것만이 가짜 뉴스와 결별하고 진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다. /박재희(인문학공부마을 석천학당 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5.18 16:41

농촌 인력난 해소, ‘근본 대책’ 서둘러야

본격적인 영농기를 맞아 농촌에서 다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인구절벽 시대, 농촌에서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정말 한계에 달했다. 그나마 부족한 일손을 채워주던 외국인 계절근로자들도 쉽게 고용할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 이후 천정부지로 오른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실제 올 상반기 정부가 전북지역 농가에 배정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2660명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농가의 신청에 의해 배치된 외국인 근로자는 그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일손이 필요한데도 오를대로 오른 인건비 부담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마저 고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주는 농가를 찾아다니고, 인력사무소도 수요에 비해 가용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갈수록 인건비를 높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농촌에 젊은 사람이 없고, 고령층도 더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온전히 외국인 노동자에게 의존해야 하는 형편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갑이고, 이들을 고용해야 하는 농민이 을이 돼버렸다. 쌀값폭락과 기후변화로 가뜩이나 고심이 많은 농촌사회에 한숨이 더 깊어졌다. 인건비 부담 등으로 제때 인력을 투입하지 못하게 된 농민들은 농사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아예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인구위기에 따른 불가피한 농촌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농촌 인력난에 따른 농산물 생산량 감소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경제에 큰 부담이다. 또 노임 상승은 농업 채산성을 더욱 악화시켜 영농 포기와 탈농촌을 부추기고, 이는 농촌소멸, 지방소멸을 앞당기게 된다. 정부가 농촌 인력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와 함께 국내 단기 근로자를 농업 분야로 유인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우선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농촌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동시에 국가 차원의 농촌 인건비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당장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체류기간을 현행 5개월에서 최장 10개월로 연장해 달라는 현장의 다급한 목소리부터 들어줘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5.18 11:43

새만금잼버리,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새만금 세계잼버리가 두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전북 새만금 간척지 일대에서 열리는 새만금 세계잼버리는 153개국 4만3천여명의 청소년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 행사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에서 개최되는 첫 대규모 국제행사라는 의미도 있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새만금의 지명도를 전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세계스카우트연맹과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주최하고 세계잼버리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에는 총 1,082억원(국비 282, 지방비 398, 자체수입 353, 옥외 광고수입 49)이 들어간다. 아시안게임이나 서울올림픽, 한일월드컵 성공 개최의 경험에서 터득했듯 대한민국의 저력과 위상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상대적으로 위축된 전북의 위상을 반석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호기다. 하지만 많은 우려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잼버리공원 시설물이나 현장 상황을 살펴보면 이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장마가 이어지거나 폭염속에서 진행될 숙영지가 큰 문제다. 사소한 것 같아도 텐트, 화장실, 샤워장 등의 편의시설이 폭염․침수 상황속에서 어떻게 가동될지가 관건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작아 보여도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을 놓치고 갔을때 모든 불만이 생기는게 대형 행사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 17일 현장을 찾은 한덕수 총리가 “최악의 조건을 가정해 배수시설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도 필요한 핵심 포인트다. 개․폐영식 및 케이팝(K-POP) 콘서트 등 많은 청소년이 한꺼번에 몰리는 행사인 만큼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수십번 복기하면서 철저한 인파관리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여름에 치러지는 행사인 만큼 식중독이나 교통 안전 대책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부안군에 인접한 새만금 잼버리부지는 약 267만평에 달한다. 거의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광활한 면적이다. 꼭 한가지 첨언할게 있다.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만큼 마사토나 순환골재를 활용해서 침수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큰 행사장에는 순환골재를 사용하는게 일반화돼 있다. 당장 순환골재 활용을 통한 침수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5.18 10:52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에 파격 보여라

전북도가 사활을 걸고 있는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유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전국 5개 지자체가 뛰어든 가운데 17∼18일 서울스퀘어에서 발표심사를 갖고 다음 달에 후보지 공식 발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은 오늘(18일) 발표하게 된다. 후발주자인 전북은 당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막판 전력질주한 결과 희망의 빛이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북도는 물론 대학과 기업, 정치권 등이 모두 협력해 전북이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으면 한다. 이차전지 산업은 ‘제2의 반도체’, ‘향후 50년 먹거리’ 등으로 불리는 미래 핵심기술 중 하나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산단 입지 및 인프라 구축, 투자 인센티브, 연구개발(R&D) 예산 우선 반영, 예타 특례 제공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지원된다. 이번에 전북이 이를 유치하면 낙후된 산업 생태계를 바꿔놓고 전북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모처럼 새만금단지에 일고 있는 이차전지 기업들의 투자 열기를 지속시켜 새만금의 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 하지만 경북 상주를 제외하고 울산과 충북 오창, 경북 포항 등의 공세가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산업도시 울산은 전국 1위 리튬 이차전지 밸류체인을 갖추고 있고 충북은 이차전지 생산액 전국 1위다. 포항 역시 완결적 생산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전북은 새만금이라는 부지가 지닌 확장성과 국내 유일의 RE100 실현 최적지라는 강점을 가진다. 또 내년 초 출범하는 전북특별자치도법에 폐배터리 순환체계 구축과 기업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특례 규정을 둘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전북은 이러한 강점을 토대로 지난 3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전문가 26명으로 이차전지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전방위적인 협력체제를 강구했다. 특화단지 평가지표는 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45점)를 비롯해 첨단전략산업 및 지역산업 동반성장 가능성(30점), 인프라·인력 등 첨단전략산업 성장 기반 확보 가능성(25점) 등이다. 전북도는 이에 대한 철저한 대응과 함께 김관영 지사가 직접 PT에 참여하는 등 파격적인 성의를 보여줬으면 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전북의 산업지도를 바꿔놓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5.17 18:30

호모 코포런스를 위하여

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 갈등이 많다. 지향하는 바가 다를 경우 다른 편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다. MZ 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인식의 차이는 먼 나라가 되었다. 2~30대 젠더 갈등은 혐오와 배척이 나타나기도 한다. 노사간, 계층간 갈등도 여전하다. 갈등은 사회 발전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평화로우면 한 국가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지만(G. 짐멜), 어느 정도의 활발한 갈등이 상시로 벌어지는 사회는 그 갈등을 해소해가면서 앞으로 전진(L. 코저)해왔다. 그런데 21세기 들어와서 갈등은 순역(順歷)의 과정, 즉 헤겔식 정반합을 거치지 못하고 양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만이 그런 게 아니다. 민주주의의 선봉인 미국도 좌우의 대립이 극심하다. 이처럼 갈등이 극단화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정보가 넘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축적된 지식은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즉각적으로 퍼진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사용자의 성향에 맞춤형으로 반응해준다. 이러면 확증편향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인간은 위처럼 원래 싸우기를 좋아하고 서로 반목하는 존재였던가? 인간본성에 관한 성선설과 성악설간의 논쟁의 역사는 길고 뚜렷하다. 맹자와 루소가 전자라면 순자와 홉스는 그 반대편이다. 어느 쪽을 취하든 갈등이 심한 집단간의 대립을 화해로 이끌기 위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류가 서로 화합하고 공존할 수 있다는 희망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헤어와 우즈는 진화론적으로 볼 때 인류는 강한 자가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가장 친절한 자가 생존해왔다고 주장한다. 러시아 유전학자 류드밀라 등은 시베리아에서 야생 여우의 50세대에 걸친 가축화 실험을 통해 잘 짓고 꼬리를 잘 흔드는 여우들이 탄생했다고 보고했다. 이 사례는 다정한 개체가 우선 유전된다는 좋은 사례로 꼽힌다. 이제 자연계의 진화 법칙은 ‘적자생존’에서 ‘친절자 생존(Survival of the Friendliest)’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 인류도 강한 자 보다는 그간 협동을 잘 하고, 무리 구성원과 화합하는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진화 생존해왔다고 한다. 이를 네덜란드의 인류학자 브레흐만은 <휴먼카인드>에서 호모 코포런스(Homo Cooperans), 즉 협동하는 인간이라 인용했다. 호모 코포런스를 위한 길은 무엇일까? 누스바움 여사는 혐오의 시대를 종식시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감정은 ‘사랑’이라고 역설한다. 아담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에서 이기적인 존재인 인간이 이타심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우리 내면의 ‘공정한 관찰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본래 인간이 惡했는데 선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게 교육과 독서라고 말한 사람은 벽돌보다 두꺼운 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쓴 스티븐 핑커이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공감과 연대에 바탕을 둔 협동하는 인간에 그 답이 있다. 상대방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친화력을 높여 다정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다정한 인류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전북발전을 위해서 이미 한 배를 타고 있다. 모두 함께 전북의 미래라는 목적지로 항해하는 동반자이다. 나짐 히크메트는 ‘가장 위대한 시는 아직 안 써졌고/진정한 여행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 진정한 여행은 시작된다.’라고 하였다. 전북발전을 위한 이 긴 여행이 다정하고 협동하는 전북인 像에 바탕을 둔 진정한 호모 코포런스의 길이 되길 바란다. /김광휘(행안부 지역경제지원관)

  • 오피니언
  • 기고
  • 2023.05.17 15:58

170여개 나라가 전북에 온다.

오는 8월이면 새만금으로 세계의 172개국에서 지구촌을 책임질 젊은 청소년들이 몰려온다. 새만금 세계 잼버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대한민국 그것도 전북에서 세계잼버리 대회를 개최한다는 이 역사적인 사실이 2017년 8월 17일 새벽에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낭보가 날아들 때 가능성이 거의 없어보였던 기대가 승전보로 돌아와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던 날이 벌써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이제는 불과 3개월 밖에 남지 않는 국제적 최대 행사가 바로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이다. 1991년 고성에서 이 대회를 성공리에 마쳤던 대한민국은 2011년부터 다시 한 번 대한민국으로 세계의 젊은이들을 초대하여 국가적 위상을 드높이고자 치밀한 계획을 수립하였고 2013년에는 최종 개최지를 전북 새만금 간척지로 결정을 하였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전북에 새만금이라는 거대한 새로운 땅에서 기적을 만들어보자고 당시의 송하진 도지사와 관련부서의 관계자들은 개최지가 확정된 후의 후일담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낼 정도의 역경이었다. 그만큼 힘들었던 유치 경쟁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대회의 참가자격은 주로 만14세부터 만17세의 유소년들이다. 그러나 이들만이 아니고 동행하는 172개국의 행사진행요원까지 포함하면 약5만 명의 밀물 같은 인원이 전북 새만금 간척지 야영장에 자기 나라의 깃발을 휘날릴 것이다. 잼버리(jamboree)의 어원은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라는 뜻이다. 잼버리 정신은 피부색・종교・언어를 초월하여 각종 행사에 참여해 자아실현을 도모하여 국가 발전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세계의 희망찬 미래를 위한 청사진인가. 제25회 새만금 잼버리의 주제어는 ‘너의 꿈을 펄쳐라!(Draw your Dream)이다. 간척지의 면적 중 8.84키로평방미터의 광활한 야영장에서 전 세계 스카우트들이 마음껏 꿈을 펼쳐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였고 맞이할 준비는 다 되었는가? 지금쯤은 전라북도 전역은 잼버리 대회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도록 시세말로 야단법석이어야 하지 않을까? 지나가는 사람의 입에서도 저절로 새만금 잼버리 이야기가 툭 튀어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대회가 명실공이 미래지향적인 것은 참가자들의 대부분이 14부터 17세의 유소년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머릿속에 다시 가보고 싶은 전북 새만금을 만들고 싶지 않는가 말이다. 이는 예상컨대 향후 100년의 미래까지 그 영향이 미칠 것이 확실하며 이 들의 성장기에서 성년이 되어 그 후대까지 이어지는 대한민국 전북을 방문하는 연결고리가 된다는 것을 깊이 생각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절호의 기회는 향후 어떤 정성을 들이거나 금력을 동원하여도 다시 는 유치하기에는 쉽지 않는 국제적 행사이다. 그렇다면 답은 뻔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도민들은 새만금 잼버리 대회가 먼 나라의 구경거리로 여기고 있지 않는지 그 우려가 앞서는 것이 나만의 걱정일까. 이런 기회를 만들고자 셀 수 없는 날들을 밤잠 설치며 건강까지 해쳐가면서 대회 유치에 올인 하였고 그 결과를 지켜보던 그때 도민들의 환성처럼 지금쯤은 도민 모두가 새만금 잼버리 찬가를 불러야 할 시점이 아닌가. 그럴리 없겠지만 몇몇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으며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은 지극히 미풍임을 부인할 수 없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세계의 미래속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이 꿈을 펼쳤던 전북을 찾을 수 있게 하고 다시 찾고 싶은 새만금 야영장이 될 수 있도록 함께하여야 할 것이다. /이형구(전라북도지방법무사회장∙법학박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3.05.17 15:57

윤석열정부는 왜 일본정부의 들러리가 되려하는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을 합의하였다. 윤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 있는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고, 기시다 총리는 “한국 국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 일본 총리로서 자국민, 그리고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형식의 방류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은 “단순히 (현장을) 둘러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하였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과학에 근거한 객관적 검증’과 ‘단순히 현장만 둘러보지 않겠다’는 대통령실의 의지는 합의 이틀 만에 일본 정부에 의해 처참하게 무시되었다. 지난 9일, 일본 경제산업상 니스무라 야스토시는 ‘한국 시찰단이 객관적 검증이나 안전성 평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또한, 지난 12일 한국 시찰단 파견 관련 한일 국장급회의에서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ALPS)가 가동하지 않아 공개하기 어렵고, 한국 시찰단의 활동이 ‘시료채취’등 자체검증이 아닌 ‘현장확인’에 가깝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원전 사고로 인한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섞인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 처리하여 해양에 방류하겠다고 주장하였다. 한국 현장 시찰단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에 대한 과학적 검증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 처리된 시료를 채취하여 방사성 물질의 잔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검증’이 되어야 할 시찰단의 활동이‘현장확인’에 가까운, 아니 ‘일본관광’으로 전락 될 위기에 처했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들러리가 되어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에 면죄부를 주려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이라도 당장 일본에 명분만 쌓아주는 후쿠시마 오염수 현장 시찰단 파견을 철회하고 철저한 현장검증을 요구해야 한다. 일본 정부 또한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 처리된 오염수가 해양 환경과 인체에 안전하다면 한국 시찰단에게 다핵종제거설비(ALPS) 대한 과학적 검증과 시료채취 등 안전성 평가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르면 올 6월, IAEA 모니터링 TF의 최종보고서가 발표되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방류가 시작될 것이다. 해양방류가 시작되면 국내 수산물 소비위축으로 인한 국내 수산업의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일본은 지난 10년간 평균, IAEA 정규 분담금 부담률 2위 국가이다. IAEA는 일본의 막대한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IAEA는 이미 2015년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를 권고해왔다. 전문가들은 IAEA의 검증을 통해 해양방류를 결정하는 것은‘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윤석열 정부는 IAEA의 방류 결정 전에 한국 정부만의 검증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남은 한일 국장급회의에서 일본 정부에게 철저한 현장검증을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생존권 위기에 내몰린 87만 어민 및 수산업 종사자들과 세계에서 수산물을 제일 많이 소비하는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워야 하는 정부의 책무이다. /이원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김제부안)

  • 오피니언
  • 기고
  • 2023.05.17 15:57

전북연구원장의 역할과 기대

전북연구원의 뿌리는 멀리 1991년 제4대 도의회 개원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병석 당시 도의원이 “전북의 발전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낙후전북의 오명을 탈피하려면 싱크탱크 역할을 할 ‘전북발전연구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창하면서 시작됐다. 한쪽에선 “퇴직을 앞둔 도청 국장급 간부를 위한 위인설관의 성격이 짙다”며 반대하기도 했으나 우여곡절끝에 1992년 전북경제사회연구원으로 출범, 오늘에 이른다. 오랫동안 ‘전북연구원’은 마치 일해재단처럼 정치적 해석을 낳는 경우가 많았다. 지사의 측근이 원장을 맡는 경우 잡음은 더 심했다. 창의성과 독립성을 토대로 전북발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 보다는 도내 자치단체에서 용역을 받은 것으로 겨우 살림을 꾸려가는가 하면, 전북도의 주문에 맞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는데 급급해 관변 연구기관의 부정적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다. 조직내 투서가 난무하고 갈등과 분열로 점철돼 지방의회나 언론의 질타를 받는 일도 많았다. 한영주 초대 원장을 비롯, 남충우, 신기덕, 원도연, 김경섭, 강현직, 김선기, 권혁남 등 역대 원장은 8명인데, 일부는 지사 선거에 깊이 관여하면서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원장은 자신을 연임시켜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루 아침에 말을 바꿔타고 도지사의 경쟁자를 돕는가 하면, 낙점받지 못한 지원자 중에는 지사 경선 캠프를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공모를 앞두고는 캠프 인사 낙점설이 나돌기도 했으나 훗날 사실무근으로 판명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사 캠프에 몸담지도 않았고 평소 지사와 두터운 친분이 있는것도 아닌 이남호 전 총장의 발탁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난 실용인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공모에는 6명이 응모했는데 전북연구원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원장 후보자로 이남호 전 전북대 총장을 의결했다. 3년 임기의 신임 원장은 도의회 인사 청문회를 남겨두고 있는데 이는 기속행위가 아니기에 사실상 원장으로 확정된 셈이다. 남원 아영 출신인 이남호 원장 후보자는 전주고, 서울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지난 2014년부터 4년간 제17대 전북대총장을 지냈는데 정년을 2년 앞둔 상태에서 지난 2월말 명예퇴직한 바 있다. 지역정가에서는 그의 갑작스런 명퇴를 두고 정치입문설이 나돌기도 했으나, 이번에 전북연구원장을 맡게됨으로써 현실정치와는 일정 부분 선을 긋고 지역발전에 헌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9번째 전북연구원의 조타수 역할을 맡게될 이남호 후보는 총장 재직시절 빼어난 경영 마인드와 인생의 좌우명인 궁신접수(躬身接水 옥으로 만든 술잔도 주전자 아래 있어야 물을 받을 수 있다는 뜻) 에서 알 수 있듯 겸허한 자세로 살아왔기에 바야흐로 도약하려는 전북의 발전 청사진을 제대로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대가 큰 만큼 그의 어깨가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5.17 14:55

서민 울리는 온라인 투자사기단 발본색원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서민들을 울리는 온라인 투자사기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피해자 상당수가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가 조직적인 사기범죄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더 크다. 범행수법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 가상화폐 등 온갖 영역에서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범행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투자사기는 과거 주변의 지인들을 통해서 진행됐지만 요즘 같은 온라인 시대에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인터넷 광고 글을 통해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전주에서도 이같은 온라인 투자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채팅방에 지역의 부동산 개발정보와 재테크 정보 등을 미끼로 내걸어 투자를 유도한 후 투자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사기단은 상대적으로 부동산 투자·재테크에 관심이 높은 개발예정지역을 골라 해당지역 온라인 카페 등을 공략하는 전국 조직으로, 전주지역 역시 에코시티·감나무골 재개발 등이 최근 수년간 개발이슈로 오르내리면서 타깃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채팅방을 매개로 소시민들의 내집마련 꿈을 악용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 경기는 여전히 어렵고 대출금리마저 갈수록 오르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내집마련에 보탬이 될까해서 투자권유에 응한 서민들이 덫에 걸려 피눈물을 흘렸다. 문제는 갈수록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데도 실효성 있는 예방대책이 없는데다 범인 검거도 사실상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온라인 투자사기는 보이스피싱이나 인터넷 도박처럼 다국적 조직범죄인 경우가 많고 범행수법도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재테크 열풍 속에서 갈수록 진화하는 온라인 투자사기를 뿌리 뽑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획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물론 강력한 처벌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시민들도 온라인에서 부동산 개발과 재테크 정보 미끼에 걸려들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의 고수익을 내세워 투자를 권유한다면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 개발 등 투자 관련 정보를 공유하자는 명목으로 치밀하게 접근하는 작전세력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5.17 12:20

문화재관리의 최일선, 학예인력 확충하라

전북은 역사문화 유산의 보고다. 마한과 백제·후백제를 기반으로 고구려 신라 가야의 문화를 꽃피워 어느 지역보다 유물유적이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한 역사문화 유적은 역사 자체에 그치지 않고 각종 콘텐츠 개발과 관광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산업화를 통해 지역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귀한 자원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역사문화 자원을 보존관리하고 기획하는 전문 학예인력이 태부족이라니 걱정이다. 우선 전국적으로 보자. 지난해 10월 문화재청이 국회에 제출한 '기초지방자치단체별 문화재 업무종사 공무원 현황'에 따르면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에서 문화재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모두 1497명이다. 이중 학예직은 17.3%인 259명에 불과하다. 또 이들 가운데 정규 학예직은 11.6%인 174명이며 나머지는 시간제와 임기제다. 전북지역의 경우는 더 초라하다. 도내 14개 시군의 학예인력은 30명에 불과하고 이들 중 80%인 24명이 임기제다. 이들이 도내에 산재하는 국가 325건, 도 692건 등 1017건의 지정문화재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지역별로는 남원시가 129건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전주시 126건인데 이들 지역은 정규직이 1명도 없다. 이들이 기존 업무와 함께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전북 동부의 가야문화재, 역사문화권특별법에 들어간 마한과 후백제문화재, 그리고 전라유학진흥원 건립 등을 맡고 있다. 여기에 생활문화재, 무형문화재까지 관리 범주에 들어가 업무가 폭증하는 상황이다. 몇가지를 주문하고자 한다. 첫째, 학예인력의 확충과 처우 개선이다. 도내 학예인력은 인원도 적은데다 직급도 낮다. 해마다 관리해야 할 문화재는 늘어나는 반면 임시직으로 신분이 불안하고 처우도 형편없는데 누가 성의껏 일을 하겠는가. 둘째, 전공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문화재 발굴과 보존관리에는 문헌사학과 고고학 등 역사전공자가 중심이 되겠지만 인류학, 민속학, 미술사, 기획전시 등 다양한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전문성을 심화시킬 수 있는 역량강화 교육이다. 워크숍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 문화재가 곧 지역의 경쟁력인 시대다. 전북이 비록 산업화에는 뒤졌지만 역사문화자원은 어느 곳에 못지 않아 이를 활용해야 한다. 전문인력 확보와 예산지원에 인색해선 안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5.16 17:22

블라인드 채용, 블라인드 심사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을 연구기관에 대해 우선적으로 전면 폐지하겠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그 이유를 ‘블라인드 채용이 최근 몇 년 동안 우수 연구자 확보를 막았기 때문’이라고 전제했다. 우수연구자 확보를 블라인드 채용이 어떻게 얼마나 막았는지 궁금하지만, 아직 타당한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블라인드 채용은 지원자의 역량만을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전에 어떤 정보도 알 수 없으니 편견이나 특혜를 제어할 수 있고 차별에 따른 심리적 박탈감도 덜 수 있다.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것이 시작이다. 사실 공고기관의 블라인드 채용은 5년이 지났지만 정부 고시로 규정되어 있을 뿐 법률적 근거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국민의 평가는 어떨까. 재단법인 교육의봄이 진행한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국민 인식 설문조사'에 결과에 따르면 블라인드 채용 '찬성'이 70.9%(매우 찬성 39.5%, 찬성하는 편 31.4%)나 됐다. '반대'는 19.4%(매우 반대 8.1%, 반대하는 편 11.3%)에 그쳤다. 국민의 호응은 제도의 법제화에 대한 의견으로도 이어져 응답자의 67.6%가 법제화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대다수는 블라인드 채용에 꽤 높은 점수를 준 셈이다. 실제 그 성과를 두고 일부 논란이 있긴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은 세계적인 추세다. 그만큼 실효성이 있다는 증거다. 국회에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중심이 되어 발의한 '공공기관 및 공기업의 공정채용에 관한 법률안'이 법안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법안 발의에 참여한 여야 의원은 27명이나 되지만 윤 대통령의 전면 폐지 발언이 더해져 있는 상황이어서 이 법안의 시행과 정착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비슷한 연상에 블라인드 심사가 있다. 블라인드 심사는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응모자의 개인 정보를 배제하고 심사하는 방법’이다. 블라인드 심사가 도입된 것은 꽤 오래전이다. 대학 입시, 민간기업 채용, 예술단 단원 채용 등에서 먼저 시행된 이후 다양한 분야에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가 올해 전주대사습놀이에 블라인드 심사를 도입했다. 실력으로만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오랫동안 가장 권위 있는 국악 등용문으로 꼽혀왔던 전주대사습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돌아보면 불공정한 심사가 늘 화근이었다. 공정성을 앞세운 대회 방식 변화에 기대를 갖는 것은 그 때문이다. 블라인드 심사가 대사습의 권위를 다시 세울 수 있기를 바란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5.16 17:22

천원의 아침밥에 대한 단상

최근 우리나라 쌀문제를 불러일으킨 주요인은 공급과잉이다. 잉여쌀 의무매입 논란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다투었던 부분이 양곡관리법개정안과 정부의 쌀 적정생산대책이다. 시간이 흐르는 사이에 쌀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는 점점 감소하고 있다. 2023년 우리국민 한사람이 연간 소비하는 쌀소비양이 평균 56.7kg이며 이는 매일 우리국민이 밥 한그릇반정도만 먹는다는 의미이다. 상황이럴진대 우리나라는 매년 쌀이 20만톤이상 초과 생산된다.이제는 생산보다 소비확대가 아주 절실한 상황이다. 이처럼 쌀문제가 소비부진문제를 않고있지만 생산과잉에 대한 여야간 정쟁만 요란했지 구체적 소비확대방안에 대한 실천방안이 부족했다. 최근 전국 각대학을 중심으로 천원의 아침밥사업과 조수진의원의 전국민 밥한공기 다 비우기운동은 국민적이슈로 탄생하면서 쌀소비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천원의 아침밥은 각 대학과 지자체가 많이 참여하려는 모양세다. 이는 쌀 소비확대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주역인 젊은 학생들의 아침밥먹는 습관을 확산하려데도 도움이 된다. 점차 증가하는 1~2인가구의 트렌드에 맞춰 소포장 쌀을 유통시켜야한다. 이밖에 전국의 미곡종합처리장과 연계해 갓 도정한 쌀을 바로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주기적인 구매가 이뤄지도록 해야하는 방안과 도시마다 산재해있는 각종편의점에도 1인가구가 구매할 수 있는 소모장매대도 확대 설치해 주기적인 판촉행사도 병행해 소비확대가 널리 퍼지도록 해야한다. 최근 익산농협이 쌀캐익과 떡으로 인기를 얻고있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익산지역조합원들이 생산한 쌀과 아이스크림이나 크림을 이용해 쌀가공제품을 만들어 전국적인 인기몰이중이다. 해외에서까지 구매행렬이 이어진단고한다. 이처럼 생각을 변형하변 다양한 방법이 새ᅟᅦᆼ겨난다. 요즘 과잉생산되는 쌀에 대한 소비확대방안은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최근 쌀 소비촉진캠페인을 위한 전통주산업 간담회를 열고 우리전통주산업의 발전의 일환으로 쌀소비확대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날 거론된 방안으로는 전통주주세감면확대와 우리전통주 판매당확대 및 각종 마케팅비용지원사업, 경기미 사용확대을 통한 차액지원응 전통주산업의 활성화가 필요하가는 의견이 다수 제시되었다. 요즘 쌀시장에 대한 농촌진흥청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통적인 증류식소주가 희석식 소주시장의 1할만 대체하도 엄청난 양의 쌀을 소비할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현대인의 입맛은 갈수록 더 고급스럽고 다양한 맛을 요구한다. 이제는 생산량보다는 밥맛이 남다른 고품질쌀을 소비자들이 요구한다. 밥맛은 물론이고 구수한 고향냄새가 가득한 누룽지같은 맛을 찾는 소비들이 늘고있는 추세다. 이밖에 전북지역 각지자체가 농협 미곡종합처리장과 함께 현재 시행하고 있는 쌀 소비확대를 위한 고향기부제 답례품의 확대 등도 추천할 만하다. 현재 고향기부제 누리집 “고향사랑e음”에 등록된 답례품에서 쌀관련 가공식품이 적다는 지적이 난 만큼 다양한 쌀제품을 확용해 소비촉진을 도모해야한다. 쌀시장은 요즘 시간이 갈수록 흉흉한 모습이다.최근 양곡관리법이 폐기된 후에도 여야간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사회 곳곳에서 쌀 생산감축을 떠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소비확대를 나타내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평균산지에 생산되는 쌀값은 계속적인 하락세다. 정부는 당초 시장격리를 통해 시중에 유통될 쌀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지낸해말부터 약보합세가 지속되고 있다.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이는 농자천하지대본과 맥락이 같다. /김태영 전주농협 감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3.05.16 16:12

교사는 정치적 백치여야 하는가?

1. 난 전주든 부안이든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다. 가고 싶은 곳을 찾아 여행할 수 있다. 내가 살 집을 내 맘대로 계약하고 직업도 맘대로 선택할 수 있다. 이렇듯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가 기본권이다. 지지하는 정당에 가입하거나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는데, 이건 정치적 기본권이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지만 범법자, 공동체에 큰 해를 끼친 자는 제한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데 범법자가 아닌데도 교사는 정치적 기본권을 누리지 못한다. ‘정치적 중립 의무’ 때문이다. 2. 며칠 전 교원단체들이 주관한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회복을 위한 포럼’에 다녀왔다. 교총, 전교조, 교사노조에 실천교사, 혁신교육네트워크 등 전북의 주요 교원단체가 손을 잡고 한목소리를 냈다. “교사에게 정치활동, 선거운동, 선거 출마를 할 정치적 권리를 달라” 한마디로 일반 시민이 누리는 권리를 교사에게도 허하라는 주장이다. 대학 교수는 온갖 정치활동을 제한 없이 하는데 교사는 안 된다? 그 차별이 어색하다. 교사가 정치기본권을 가지려면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법안은 이미 발의된 상태인데 잠자고 있단다. 교원들의 정치활동을 곱지 않게 보는 여론 때문이다. 교원의 정치활동이 학생들에게 편향된 정치 성향을 주입하거나 강요할 우려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3. 정치는 시끄럽다. 생활 속에서 정치를 화제로 올리면 시끄러워진다. 오랜 친구, 동창 단톡방에서도 정치 이슈가 올라오면 탈퇴자가 속출한다. 그런데 대체 무엇이 ‘정치’인가? 원자력 발전을 확장할 것인가, 축소할 것인가? 새만금 개발인가, 갯벌 복원인가? 최저임금은 얼마여야 하는가? 우리 사회의 이슈들은 대부분 정치 이슈가 된다, 정치가 바로 삶이다. 교육은 배움을 삶 속에서 구현하도록 연결시켜야 한다. 그러니 교육은 정치를 다룰 수밖에 없다. 교육의 중요한 목적이 민주시민, 나아가 세계시민으로 키우는 것인데 교실에서 어찌 정치를 외면할 것인가? 4. 교사들이 교실에서 정치적 사안을 어떻게 다뤄야할지에 대해 일찍이 독일에서 깊은 논의가 있었다. 이념 갈등이 심각했던 1976년, 진보 보수 교육학자, 정치가, 연구자들이 보이텔스바흐에서 모여 논쟁적인 정치 주제를 다룰 때의 세 가지 원칙에 대해 합의했는데 이것이 민주시민 정치교육의 토대가 되었다. 첫째, 강압, 교화 금지의 원칙이다. 교사는 어떤 방식으로든 학생들에게 특정한 견해를 주입하거나 감화시켜 그들이 독립적인 의견을 갖는 것을 방해하면 안 된다. 둘째, 논쟁성 유지의 원칙이다. 정치적으로 논쟁적인 사안을 교실에 가져오되 다양한 논쟁점이 수업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셋째, 학생의 정치적 행위능력의 강화이다. 학생이 정치 사안을 분석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독일은 교사들에게 정치권을 주되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정치교육의 헌법으로 삼아 민주시민을 길러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인 정치교육이다. 보이텔스바흐 합의 수준을 발전시키는게 정치적 편향성 우려보다 현실적 대안이 아닐까 싶다. 사실 ‘정치적 중립’은 환상일 뿐이다. 어떤 정치적 견해도 완전히 중립적일 수는 없고 중립을 지키려 애쓴다 해도 작은 교화를 막을 수는 없다. 중립보다 중요한 것은 질문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학생이 교사에게. 서로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면 일방적 주입을 막을 수 있다. 교사는 정치 백치가 아니라 정치교육자가 되어야 한다. /한긍수 전라북도교육청 정책국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5.16 16:11

새만금에 매머드급 국제행사 유치하자

2005년 봄, 강현욱 지사때의 일이다. 도의원 5명, 생활체육인 20명과 캐나다 록키산맥 자락에 있는 캘거리와 벤프 등지를 동행취재 차 시찰하는 기회가 있었다. 전북이 야심차게 밀어부쳤던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에 3번연속 실패한 직후였다. 캘거리 일대를 둘러본 도의원들은 “록키산맥은 비행기로 30분이 지나도 여전히 록키산맥이니 동계올림픽은 이런곳(캘거리)에서 하는게 맞겠다”고 했다. 무주 유치에 3연속 실패한 것은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 여건이 안돼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당시 참가자들은 “무주 유치엔 실패했지만 동계올림픽 불모지였던 전북에 각종 체육시설이나 도로 등이 확충되는 계기가 되지는 않았느냐”고 입을 모았다. 1995년 민선자치시대 출범 직후 전북(무주)과 강원(평창)은 동계올림픽 유치를 표방하고 나섰다. 시범 대회의 성격으로 전북은 1997년 제18회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강원은 1999년 제4회 동계아시아경기대회를 유치하게 된다. 2000년 초, 전북은 2010년 동계올림픽 선정 과정에서 강원에 패했다. 이후 수년이 지나 2014년 동계올림픽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자 무주는 “지난 번 선정 당시 2014년의 대회 후보지로 무주가 우선한다는 합의가 있었다”며 김세웅 당시 무주군수가 강원도청까지 걸어가 기자회견을 하는 등 반발했으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오른팔 격인 이광재가 버티고 있는 강원을, 전북의 정세균, 정동영이 당해내기엔 버거웠다. 무주는 전혀 별개로 태권도공원 이라도 받는 것으로 흐지부지됐다. 끝내 평창은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게 된다. 전북도와 강원도, 대한올림픽위원회는 2014년 동계 올림픽 후보지 선정 과정까지 무주가 국제 시설기준을 충족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 도시는 무주가 평창에 양보하고, 그 대신 2014년 단독 유치 신청은 우선권을 갖는다는 합의문까지 작성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국제스키연맹(FIS)이 무주 실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내린 것을 구실로 삼았다. 그런데 강원도의 동계올림픽 백서 중 흥미로운 내용이 하나 있다. 2000년 10월 19일, 강원도는 전북쪽에서 흘러나온 정보에 깜짝 놀랐다. 당시 양쪽 도의 행정부지사로 있던 이성열 전북부지사와 김태겸 강원도 부지사 간 통화에서 놀랄만한 소식이 전해졌다고 한다. 둘은 서울대 상대 동기에 행안부에서 같이 근무해 친한 사이였는데 이 부지사가 불쑥 내뱉은 이야기가 발단이 됐다. 다음날 국무조정실 주재로 국제행사 심의위가 열리는데 거기서 동계올림픽 신청 국내 후보지로 무주를 결정한다는 거였다. 이 소식은 당시 김진선 강 원도지사에게 직보돼 강원도는 인적 네트워크를 풀가동, 회의에 참석할 심의위원들을 설득하게 된다. 만일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무주는 평창보다 앞서서 올림픽 후보지로 국제무대에 나갈 수도 있었다. 동계올림픽 유치의 허와 실이다. 요즘 전북에서는 아태마스터즈 대회가 열리고 있고, 8월초엔 잼버리대회가 열린다. 며칠 전 아태마스터즈 개회식때 대통령은 커녕, 총리, 장관도 아닌 차관이 정부 최고 당국자로 참석한 것은 이 대회의 격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준다. 올 여름 잼버리를 치르고 나면 앞으로 상당 기간 전북에 큰 행사가 없다. 새만금 활성화를 위해 잼버리를 유치했듯, 이젠 더 비중있는 매머드급 국제대회 등 초대형 프로젝트를 유치해야만 한다. 그래야 지역발전이 앞당겨지고 새만금 일대의 인프라 확충에 큰 전기가 마련된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디즈니랜드, 카지노 복합단지, 마사회 유치를 하는 것과 초대형 국제행사가 병행되는 것은 속도감이 전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전북도가 이차전지 유치에 자신감을 갖는 것도 결국,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굵직한 기업들이 속속 들어오기 때문 아닌가.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5.16 15:49

지방소멸대응기금 원래 취지대로 집행을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 감소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자체를 위해 조성된 예산으로 2022년부터 시행중이다. 총 10년간 연간 1조원 규모의 재정이 지원되며, 25%는 광역시(서울 및 세종시 제외)로, 나머지 75%는 기초자치단체(인구감소지역 89개, 관심지역 18개)로 배분된다. 전북의 경우 인구감소지역인 고창군·김제시·남원시·무주군·부안군·순창군·임실군·장수군·정읍시·진안군, 관심지역인 익산시가 대상이다. 전북도와 11개 시군이 확보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은 2022년 882억 원(도 240억 원, 시군 642억 원), 2023년 1176억 원(도 320억 원, 시군 856억 원)이다. 이를 활용해 도는 24개 사업, 11개 시군은 59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한시적으로 공급되는 기금을 한푼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데 문제는 확보된 예산마저 본래의 취지대로 쓰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일부 지자체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조금이라도 더 얻기위해 혈세를 들여 용역을 실시하고 있는데 어렵게 확보한 예산을 지역에 최대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집행해야만 한다. 현실적으로 인구 증가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야할 기금이 일부 시장·군수들의 공약사업 등에 활용되면서 그 효과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굳이 실례를 들지 않더라도 중앙에서 내려온 돈이니까 당장 급한 이곳저곳에 쓴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시·군에서 제출한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계획서(A∼E 등급) 평가 결과 대부분 C등급을 받았는데 이것 하나만 봐도 각 지역의 독창적인 정책 발굴 노력이 미흡함을 알 수있다. 지난 15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김성수 의원(고창)은 더불어민주당, 고창1)은 인구감소 위기 대응 및 극복에 있어 지방소멸대응기금의 활용에 빈틈없는 대응체계 구축으로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소멸위기에 놓인 지자체의 인구감소 위기 대응 및 극복을 위해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조성됐으나 관련 계획수립ㆍ추진과정에서 주먹구구식 운영과 행정편의적 행태가 난무한다고 지적했다.충분히 일리있는 지적이다. 인구 정책은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되기 때문에 재원 배분을 조금 더 해준다고 해서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전국적으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는 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가장 효율성이 높은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해서 개선책을 시행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5.16 13:59

분노조차 하지 않으면 무시당한다

분노(憤怒)란 분개해 화를 내는 것을 말한다. 분노는 자신의 이익을 침해당하거나 손해를 강요당하는 등 여러 불합리하고 부당한 상황에서 생길 수 있는 감정이다. 분노는 따라서 정의와 합리성을 지향하는 저항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문제는 정부와 관련 공공기관으로부터 전북이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는데도 분노조차 분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해양수산부 산하 공기업인 해양환경공단(이하 공단)이 다른 항만에 비해 '유독' 군산항의 예선 시장을 크게 잠식, 민간 업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데도 전북이 잠잠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항만의 입출항 선박수는 예선 수요를 결정한다. 그러나 공단은 예선 수요와 관련된 공정한 기준도 없이 군산항에 터무니없이 많은 비율의 예방선을 배치,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항만의 입출항 선박수는 35만 6600척. 이 가운데 군산항은 7286척 2%에 불과했다. 군산항에는 현재 7척의 예선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공단 소속 예방선은 57.1%인 4척이다. 군산항은 예선시장이 쥐꼬리만 하지만 배치된 예방선은 국내 1위 항만인 부산항 6척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항만별 적정 예선 척수에 묶여 민간업계는 3개 업체 3척에 불과, 공단의 위세에 눌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반면 입출항 선박수가 1만 3480척에서 6만 7771척으로 군산항에 비해 예선 시장이 넓은 인천항, 대산항, 목포항, 여수 광양항에는 한 척의 예방선도 운용치 않고 있다. 이들 항만에서는 민간 예선업체들만 활동한다. 또한 평택항과 포항항도 군산항보다 입출항 척수가 많으나 예방선 배치는 1∼2척에 불과하다. 예방선의 이같은 항만별 배치 운용과 관련, 공단은 '기준이 없다'고 한다. 과연 기준이 없을까. '공기업인 공단이 왜 민간 시장의 영역까지 잠식하려고 하느냐'며 강하게 분노하는 '지역의 힘'이 기준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군산항과는 달리 민원이 드센 항만에서는 공단이 예선 사업에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진단이다. 이런 행태는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과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군산해수청의 직원들조차 '불합리하다'며 반드시 개선돼야 할 사안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런데도 이 문제는 전국적인 핫 이슈로 부상치 못하고 있다. 다른 항만의 경우 예방선의 미배치와 적은 배치로 민간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미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군산항만의 문제로 국한됐다. 군산항은 공단의 수익을 위한 호구(虎口)로 전락했다. 공단의 감독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의 개선 의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국정감사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통한 항만별 예방선 배치 운용이 요구됐다. 하지만 '추후 타항만에 예선 폐업, 입출항 척수 증가 등 증선 수요가 발생할 경우 공단 예선의 다른 항만 배치 방안을 공단과 적극 협의하겠다'는 얼토 당토 않은 답변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전북은 분노하지 않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공단이 계속 전북을 만만이 보고 있는 이유다. 분노조차 하지 않으면 결국 무시당한다. 낙후된 전북의 미래가 우려스럽다. /안봉호 선임기자

  • 오피니언
  • 안봉호
  • 2023.05.15 18:13

코로나 끝나자 빚폭탄 걱정하는 소상공인

코로나19가 3년 4개월만에 종식됐지만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빚폭탄이 터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 등의 지원조치가 9월이면 종료돼 ‘코로나 대출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들기 때문이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 지속되는데다 극히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동안 손님이 떨어진 상황에서 다달이 청구되는 임대료와 대출금 상환은 코로나보다 더 무서웠다. 지원 조치가 종료되면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전북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금융 지원을 추가 연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개인 사업자) 대출 잔액은 1019조8000억 원으로 1년 새 12.2%인 110조6000억 원이 증가했다. 이중 다중채무자 대출 잔액은 720조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지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전북지역 중소기업(개인 사업자 대출 포함) 대출은 20조5498억 원으로 1년 새 3.3%인 6556억 원이 늘어났다.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0.47%로 1년 전보다 0.23%p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여행업과 숙박업 등 최근 경제상황이 좋아진 소상공인 일부는 이미 부채를 상환하기 시작했다”며 “이들 부채가 건전성 위기의 뇌관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그동안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를 5번째 연기했는데 또 연장하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은행 부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팬데믹 초기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타격을 입은 음식점 PC방 노래방 등 소상공인들은 빚을 내 겨우 버텨왔다. 직원들도 내보내고 ‘나 홀로 사장’으로 견디고 있는 업체도 많다. 여기에 정부는 16일부터 전기·가스요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곱사등에 짐을 하나 더 안긴 셈이다. 이처럼 어려움이 겹치자 소상공인엽합회는 중앙회 차원에서 금융지원의 추가연장이 필요하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정부는 업체별 상환능력을 고려해 금융지원을 연장해 숨통을 틔워줬으면 한다. 빚폭탄으로 극단적 선택 등 비극이 일어난 후에야 사후약방문하지 말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5.15 18:12

화장실 문화

문화라는 말을 여기저기 가져다 쓰면서도 높은 교양과 깊은 지식, 세련된 생활, 우아함, 예술적 요소와 어울려 쓰기를 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정작 오늘 주제인 ‘이것’과 연관 지을 수 있을지 주저하는 바가 적지 않았는데 이 또한 문화에 대한 나의 편견일지도 모른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이것’은 바로 화장실 문화다. 1993년 예술의 전당 개관식 즈음, 조간지 칼럼에 화장실 관련 글이 실렸다. 여성기고가는 여자 화장실 칸수가 적다는 현실적인 상황을 작파하고 이를 우려했는데 연주회 중간 휴식시간에 화장실을 찾은 여성 관객들이 크게 불편을 겪었다고 밝혔다. 당시 이 칼럼을 읽고 화장실 문화를 지적한 기고자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냈던 것이 생각난다. 공연장의 화장실 상황은 개선되었겠으나 주변에서도 여성 화장실 칸수가 적어서 당황한 일을 적잖이 경험했을 것이다. 내 경우도 난감한 상황이 있었다. 회사 상사들을 모시고 서울 출장 가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실에 잠시 들렀다. 일행 네 분은 남성이었고 여자는 나 혼자였다. 하필 그 시각 관광버스가 들이닥치더니 여자 화장실을 순식간에 점령했다. 남자분들은 미리 나와서 기다리는데 나 혼자 여자 화장실 긴 줄에 갇혀서 전전긍긍했던 일을 떠올리면 오래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낯 뜨겁다. 이것도 경험인지라, 이후에는 눈치껏 화장실을 사용하는 요령이 생기긴 했다. 최근에 아들로부터 들은 얘긴데, 어느 휴게실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볼 일이 너무 급한 나머지 남자 화장실을 사용했다고 한다. 여자 화장실은 길게 줄을 섰고 남자 화장실은 여유 있게 비어있으니 급한 대로 남자 화장실로 뛰어간 것이다. 이 얘기를 듣고 유럽의 화장실이 생각났다. 남녀 구분 없이 줄을 서서 화장실이 비는 순서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내 경험에 실용적이지만 그다지 위생적이지는 않은 것 같았다. 급한 사람에게 양보하는 미덕도 화장실 문화일 것이다. 인식이 개선되면서 여성 화장실 칸수도 늘어나고 장애인, 가족 화장실도 잘 운영되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공공시설 화장실은 아쉬움이 많다. 전주 시외버스 터미널 여자 화장실의 경우 화장실의 전체 면적은 넓은데, 정작 화장실 내부는 협소하기 그지없다. 캐리어와 같은 부피가 큰 짐을 소지한 승객이 이용하기에는 형편없이 부족하다. 개선되면 좋겠다. 대학교, 관공서의 경우 기존 화변기를 양변기로 교체하는 곳이 꽤 늘었다. 위생적이고 편리해서 반기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화변기를 양변기로 교체했을 때 내부 면적은 같은데 실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은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양변기가 떡하니 공간을 차지한 곳에서, 정작 사용자는 몸을 그로테스크하게 꼬아서 협소한 공간에 구겨 넣어야 하는 비참한 심정은 나같이 덩치가 큰 사람만의 비애일까. 칭찬하고 싶은 화장실도 있다. 전주에서 익산으로 출근하면서 21번 국도 공덕교차로 졸음 쉼터를 애용한다. 자동차가 늘어나고 잦은 사고로 정체가 심한 도로여서 예상보다 출근길이 길어지곤 하는데, 쉼터에서 잠깐 바람도 쐬면서 컨디션 조절하기 좋은 곳이다. 화장실에 들를 때마다 관리가 잘 되어있어서 고마운 마음이 든다. 화장실은 죄가 없다. 화장실을 만든 사람의 생각,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의 태도가 화장실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화장실 청소하는 분들께 더욱 고개를 깊이 숙여 감사인사를 한다. 화장실 문짝 함부로 여닫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더 문화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 /김사은 전북원음방송 PD

  • 오피니언
  • 기고
  • 2023.05.15 16:45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