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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정신의 원류 향약

조선시대 향촌사회의 자치규약이 향약(鄕約)이다. 우리 전라북도 지역에는 현재 3건의 향약이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태인 고현동향약(1993년 보물)과 남원 원동향약(1994년 시도유형문화재), 그리고 남원 기지입암향약(2022년 전라북도 유형문화재)이다. 태인의 고현동향약은 임진왜란이 있던 선조대에 시작돼 1970년대까지 약 400년 동안 명맥을 이어왔다. 현존하는 향약 가운데 관련 기록이 양적으로 많고 내용 면에서도 충실해 가장 중요한 향약 문헌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원의 원동향약 역시 선조때 설립돼 400년이 넘도록 이어져 왔는데 조선중기에서 후기까지의 사회상을 연구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료란 평가다. 남원 기지입암향약은 지난해 11월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302호로 지정됐다. 이를 기념해 지난 4월 12일에는 입암리 주민 등 200여명이 모여 마을 어르신 경로잔치와 함께 문화재 지정 봉정식을 가진 바 있다. 필자 역시 행사에 참여했는데 선조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 자못 엄숙함까지 느껴졌다. 기지입암향약이 세상이 알려지게 된 경위는 흥미로운 발견과 같았다. 1980년대 입암리의 한 마을회관을 새로 짓기 위해 기존 건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고문서 6권이 벽장에서 발견된 것이다. 확인 결과 이 고문서들은 정조 19년인 1795년에 작성된 기지입암향약안을 비롯해 향약에 관한 소중한 기록을 담고 있는 문서들이었다. 이후 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해 기지입암향약의 가치가 조명됐고 40여년의 세월이 지나 전라북도 유형문화재로 정식 지정됐다. 향약은 향촌규약(鄕村規約)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쉽게 말하면 마을에서 지켜야 할 공동체 규범이다. 덕을 권하고 올바른 예절과 풍속을 향촌사회에 보급해서 지역사회의 질서를 유지 시키는 역할을 했다. 향약의 기능은 이뿐만 아니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상부상조 하기 위한 내부 규범이자 향촌사회 구성원이 공유하는 공동전답 운영을 위한 매뉴얼이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 한국사회에 널리 퍼진 주민자치의 연원도 향약에서 찾을수 있다. 요컨대 향약은 일종의 정치적·사회적·경제적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한 셈이다. 향약을 과거의 유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향약이 공동체 정신의 원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선조들이 향약을 통해 지향하고 실천하려던 가치가 어느 순간부터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우리 한국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228년 동안 단절 없이 이어오고 있는 기지입암향약은 공동체 정신의 요체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각자도생의 세태를 극복하기 위한 해답이 될 수 있다. 비록 오래전 선조들이 실천하셨던 형식을 그대로 재현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현대사회에 맞는 모습과 방식으로 재해석해가면서 실천하는 오늘날의 모습은 메마른 세태에 대한 성찰과 공동체적 실천을 두루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향약은 결코 고루하고 식상한 유물이 아니다.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울림을 주는 유효한 가치이자 위대한 유산이다. /양해석 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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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10 18:29

두터움 갖춘 전북의 원로

며칠 전 전주발 부음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전주가 낳은 세계적인 프로기사 이창호 9단의 아버지이자 매니저인 이재룡씨(75)가 지병으로 별세했다. 현대바둑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오청원과 더불어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독보적인 천재 프로기사 2인 중 한 명이 바로 이창호인데 맨 먼저 그의 기재를 알아본 이가 바로 할아버지와 아버지였다. 마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헌신으로 아일랜드 이민자 후손으로서 대통령이 된 케네디와 흡사하다. 훗날 전문기사에게 아들을 맡긴 이후에도 이재룡씨는 매니저 역할을 묵묵히 하게 된다. 마치 최동원, 선동열의 아버지 같은 역할을 했다고나 할까. 전주시 중앙동 웨딩거리에 가면 전주시 미래문화유산 12호인 이시계점이 있다. 이창호가 태어난 곳인데 43건의 전주미래유산 중 하나다. 4살이 되던 해에 할아버지(이화춘)에게서 바둑을 처음 배운 이창호를 오늘날 전세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키워낸 이는 매니저였던 아버지였다. 이정옥, 전영선을 사사하며 무섭게 성장한 이창호는 10살때 조훈현의 내제자로 들어간다. 이후 이창호는 세계 최다연승(41연승) 기록을 보유하게 된다. 근현대 물리학계에서 뉴턴과 아인슈타인을 들 수 있듯이 현대바둑에서 오청원과 이창호는 전인미답의 경지에 오른 천재다. 대만 출신으로 일본에서 활동한 오청원이 신포석을 개발해서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고 한다면, 이창호는 두터움 이란 세글자로 대표된다. 조남철, 김인, 조훈현 등으로 이어지는 국내 프로기사의 영역을 뛰어넘어 일본, 중국을 비롯한 세계무대를 석권한 이가 바로 이창호다. 세상 어느 부모가 자식을 제대로 키우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만, 이화춘씨나 이재룡씨야 말로 특정 분야에서 전세계 1위로 만든 장본인이다. 단순히 아들을 어여삐 여기는데 그치지 않고 사람보는 냉철한 눈이 있었다는 얘기다. 진시황제 사후 혼란에 빠진 중원의 패권을 놓고 한나라 고조 유방과 초나라 항우가 명운을 건 마지막 승부를 벌일 때 결정적인 공을 세운 사람은 유방의 대원수 한신이었다. 통일 이후 멸문지화를 당하면서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으나 한신의 활약이야말로 단연 압권이었다. 고사성어 다다익선의 주인공 한신은 그런데 무명 시절 초나라 항우 진영에서 요즘으로 치면 위관급 장교정도 되는 집극랑 이란 직책에 머물러야 했다. 하늘이 낸 재주를 지닌 한신을 제대로 알아본 이는 천하를 손에 쥐었고, 그를 위관급 장교 정도로 여겼던 항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그것은 바로 사람보는 눈이 있느냐, 없느냐 딱 하나의 차이였다. 오늘날 침체일로에 빠진 전북에 진정한 원로가 없고 원로의 역할은 더더욱 없다고 한다. 선수로서 자신의 역할이 끝났으면 감독으로 빛을 발해야 하는데 관객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않고 무대를 기웃거리는 이들이 적지않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 영역에서 이제 더 이상 근천떨지말고 역량있는 후배들을 키워내는 진정한 원로의 모습을 기대한다. 그게바로 이창호가 지향하는 두터운 바둑이다. 지역도 살고 자신도 사는 길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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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05.10 15:30

새만금 이차전지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아야

최근 새만금산단에 이차전지 소재기업들이 집적화되면서 글로벌 이차전지산업의 중심지로 급부상 하고 있다. 전북도는 새만금개발청과 함께 지난달 28일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에코앤드림, ㈜리카본 솔루션즈 기업과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입주를 결정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기업은 새만금 산단에 1,135억원을 투자해 올 하반기 공장을 착공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가동한 계획이며 90여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해 지역 고용 활성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또 지난달 중순에 ㈜LG화학, 절강화유고발트와 1조 2000억원대 투자 협약을 체결하여 이차전지산업과 관련해 유례없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세계 강대국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첨단 산업 분야인 이차전지 산업 등 현 정부 출범 1년만에 4조 2천여억원의 투자 유치 성과를 거두어 국내 최대 이차전지 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새만금인입철도, 새만금신항만, 새만금국제공항 등 핵심 기반시설이 착실히 건설 되고 있는 시점에서 새만금 국가산단의 우수한 투자환경과 기업 편의를 최우선으로 도로, 전기, 용수, 폐수 처리시설 구축을 위한 전북도와 새만금 개발청이 함께 이뤄낸 결과로 이런 성과와 노고에 대해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이미 입주해 있는 이차전지기업들과 더불어 ㈜LG화학 등 새만금 산업단지에 입주 계약한 이차 전지 관련 소재 기업들이 집적화 됨에 따라 새만금 산단이 이차 전지 산업의 투자 최적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새만금산단을 이차전지산업 클러스터로 육성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법인세 감면 등 기업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새만금 투자 진흥지구’ 지정도 서둘러야 할 것이며 국가 첨단 전략 산업 특화 단지 지정과 연구 개발, 인프라 구축, 배터리 셀제조·재활용 산업으로 이어지는 이차전지 부가가치를 연계하는 산업 시스템 체계도 구축해야겠다. 정부의 이차전지특화단지 공모에 있어서도 경북, 울산, 충북 등 자치 단체간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전북도가 새만금 개발청과 함께 더욱 긴밀한 협조 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전북대학교도 이차전지 관련학과를 개설중에 있고 새만금 산단의 장점을 최대로 살려 새만금 이차전지특화단지 지정을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이차전지 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아 나가야 한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새만금 산단이 글로벌 이차전지소재 공급기지로 손색이 없도록 안정적인 생산 및 공급체계 구축과 이차전지 기술 개발을 위한 R&D 지원, 인재양성, 기업지원 체계도 뒤따라야 할 것 이다. 한편 전북도는 지난 3일 전북특별자치도의 성공적인 안착과 이차전지특화단지 유치를 위한 ‘전북특별자치도 국민지원위원회 및 이차전지특별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특히 이차전지특별 위원회는 이차전지산업을 전북의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추진하여 새만금을 이차 전지 산업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지난 3월에 SK온 등의 합작 회사 GEM코리아와의 1조 2천억 규모의 투자 협약에 이어 ㈜LG화학 등과 1조 2천억 규모의 투자 협약을 연이어 체결하는 등 새만금 산단이 이차 전지 산업의 투자러시가 이어지고 있어 이차전지 전문특화단지 인프라 조성에 용이하고 한국 노총과 노사정 상생 협약을 체결하여 전북형 이차전지 인력양성에도 힘을 쏟는다 하니 자못 이차 전지 특화단지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가 크다. ‘전북이차전지특별위원회’는 새만금개발청 등 관계 기관과 범도민의 역량을 결집해서 반드시 이차전지특화단지가 전북에 유치되도록 거듭 노력 해줄 것을 당부해본다. /유성민 에코에너지원(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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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10 15:15

복합위기의 한국경제, 정부 정책기조 전환 시급하다

흔히들 우리나라를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고 표현한다. 수출 주도형 산업화를 통해 빠른 속도의 경제발전을 이룩했고, 지금도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표현이 참으로 무색해지고 있다. 지난해 무역수지는 472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연간 적자이자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과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 마이너스 폭이었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41%나 감소했고, 디스플레이·석유제품·철강 등이 뒤를 이으며 주력산업에서 수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급감하는 데다, 미·중 패권경쟁을 비롯한 외부 요인까지 겹쳐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 기업에도 적용된 미국의 대(對)중국 첨단반도체 수출 통제는 곧 유예기간이 종료되어 본격적인 제재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에서 반도체를 비롯한 경제 문제 해결을 기대했지만, 결국 구체적 성과는 없었다. 반도체·전기차 등 주력산업에 대한 미국의 규제는 여전하고, 성과라고 내세운 핵 공유는 백악관이 즉각 반박하면서 낯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1분기 세수가 작년보다 24조원이나 덜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출범 후 무리하게 밀어붙인 부자 감세 정책에다 최근 경기침체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정부는 뒤늦게 세수 재추계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 당초 편성한 예산의 감축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렇듯 한국경제가 진퇴양난에 빠졌지만, 현 정부 경제라인은 ‘상저하고’라는 희망 섞인 전망만을 내놓고 있다. 올해 경기가 상반기에는 저조하지만 하반기에 고조될 거라는 예측인데, IMF를 비롯한 국내외 기관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거듭 하향 조정하고 있어 ‘상저하저’의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중국의 리오프닝, 즉 경제활동 재개가 우리 경제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불러올 거라고 믿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 등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며 경제 보복을 당하는 것 아닌지 걱정하게 됐다. 정부는 재정준칙 도입을 재촉하며 외형적인 건전재정 달성에만 목을 매고 있지만, 위기의 상황에는 위기에 걸맞은 대책이 필요하다. 당장 부자 감세 기조를 철회하고 서민과 중산층을 대상으로 두터운 사회 복지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와는 달리 미국은 대기업과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하는 증세를 통해 연방정부 부채 감축과 경제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간 40만 달러 이하 소득자에 대한 증세 없이 경제를 성장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복합위기를 무사히 돌파하기 위해서는 재정·조세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는 한편, 대외적으로 균형외교를 병행하여 변수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정작 재정이 아닌 조세를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삼고, 편중 외교로 위기를 키우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 전환이 시급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본인을 프로라고 일컬으며 유능함을 강조한 바 있다. 부디 이제라도 프로다운 유능한 면모를 보여주기를 바랄 뿐이다. /한병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익산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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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10 15:15

새만금잼버리 준비상황 철저하게 점검해야

지구촌 청소년들의 축제인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채 3개월도 남지 않았다. 오는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새만금 잼버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행사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지구촌 170여개국에서 4만3000여명의 청소년이 참가할 예정이다. 지구촌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에게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주고, 새만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런데 최근 행사 준비 상황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행사가 열리는 새만금야영장이 물바다로 변했기 때문이다.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군데군데에 질퍽한 물웅덩이가 생겼다. 폭우가 잦은 시기에 본행사가 열린다는 점에서 걱정이 더 크다. 조직위원회에서는 공정 계획에 따라 배수로를 정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준비 소홀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프레잼버리가 취소됐을 때도 배수 문제가 심각하게 지적됐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행사 1년 연기 방안을 논의하는 등 숱한 우여곡절 속에 내부 혼선을 빚으면서 준비가 허술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수만 명의 지구촌 청소년을 데려다 놓고 오히려 망신만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 새만금잼버리 준비 부족에 대한 지적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나왔다. 기반시설 및 편의시설 부족과 폭염·폭우·감염병·비산먼지 대비 부족, 그리고 특색 있는 프로그램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마침 여성가족부와 조직위원회 주요 관계자들이 10일 새만금잼버리 현장을 방문해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아쉽지만 이제 시기적으로 프로그램이나 SOC·편의시설을 대폭 확충하기는 어렵게 됐다. 하지만 최근 논란이 된 배수로 정비를 비롯해 폭염·감염병·급식 등 참가자 안전과 관련된 사항은 잼버리 개막 전날까지 철저하게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다. 정부와 조직위원회가 행사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미비한 분야에 대해서는 긴급 지원을 통해 잼버리 성공 개최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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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5.10 12:15

동네책방이 늘어나는 이유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리소문없이(?) 관심을 끈 영화가 있다. 나카무라 코타 감독의 <동네책방 폴란>이다. <폴란>은 출퇴근 시간에만 유동 인구가 있는 도쿄 서북쪽의 전형적인 베드타운 네리마구, 그 중심에서도 조금 더 떨어진 한적한 동네에 있는 책방이다. 책방 주인은 이시다 교스케씨 부부. 이들은 중고책을 다루는 작은 동네 책방을 개업 초기부터 함께 해온 점원 유키 씨와 함께 음악회나 낭독회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어 단순한 책방이 아닌 주민들의 문화생활을 돕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덕분에 <폴란>은 주민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해주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게 되었지만, 갑자기 밀어닥친 코로나의 위기로 존립을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결국 쌓여가는 월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게 된 주인 부부의 선택은 폐업. 어린 시절, 이 책방을 드나들었던 나카무라 감독은 책방의 폐업 소식을 듣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제작된 <동네책방 폴란>은 35년 동안 운영해온 중고 책방을 폐업하기로 한 뒤 문을 닫기까지 한 달 동안 이 책방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담은 다큐다. <폴란>이 문을 닫은 것은 코로나가 절정에 이른 2021년 2월. 폐업을 준비하며 치루는 할인행사, 더러는 포장되지만 더러는 종이 더미가 되어 폐지 처리장으로 실려 나가는 재고 서적들, 오랜 시간 새로운(?) 헌책을 품었던 책장이 해체되는 과정은 드라마틱하기 보다 일상적이고 애틋하다. 폐점을 앞두고 책방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이시다 사장은 ‘여러분 덕분에 행복했다’며 눈물로 인사를 한다. 일본 작은 도시 변두리의 동네책방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사이 도시와 시골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 자리잡은 우리의 동네책방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목할만한 흐름이 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해마다 늘고 있는 우리나라의 동네책방들이다. 주식회사 동네서점에 따르면 2022년 12월 현재, 동네책방은 815곳이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1년 사이 70곳이 늘었다. 전북은 일곱 개가 새로 문을 열어 31곳이 됐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중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책방이 합류한 지역이다. 경제 활동이 원활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동네책방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들여다보면 이제 동네책방은 단순히 책만 사고파는 서점이 아니다. 책을 읽고 교류하며 다양한 문화 활동으로 문화적 삶을 꽃피우는 공간이다. 커피와 차가 있는 책방,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책방, ‘큐레이션’ 책방, ‘북스테이’ 책방 등 기능도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문화의 중심에 선 동네책방의 행렬이 반갑다. 관심과 참여가 더해지면 좋겠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5.09 17:40

부패 없는 청렴한 세상, 현실은?

2023년 1월 31일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국가별 부패인식지수)는 180개국 중 31위로 2017년도 51위에서 20계단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6년 만에 ‘세계 31위’라는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하고,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국가청렴도를 향상시킨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청렴도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기쁜 소식이고 그동안 우리 국민들의 노력과 정부 반부패노력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지만, 여전히 경제성장에 비해서는 국가청렴도가 낮은 수준이기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느낀다. 청렴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20위 안에 들어야 한다. 국가청렴도의 순위는 덴마크 1위, 핀란드․뉴질랜드 공동 2위, 홍콩 12위, 벨기에․일본․영국 공동 18위이며, 북한 171위, 청렴도 최하위 나라는 소말리아다. 2022년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공적자금과 관련한 청렴도가 크게 개선되었으나, 정치부패의 만연 정도를 측정하는 민주주의 지수가 3년 만에 하락했고 개선되어가던 경제활동 관련 지표들이 다시 하락으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지수는 정치부패의 만연 정도(공공부문, 행정․입법․사법)를 전문가들이 평가한다. 국제투명성기구는 이러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서 “공직사회를 비롯한 중요한 사회영역의 반부패 청렴문화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국가를 대상으로 국가청렴도를 평가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는 해 마다공공기관을 대상으로‘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지난 1년간 15개 유형의 총 569개 기관에 대하여 공공기관과 업무경험이 있는 국민 약 16만 명, 공공기관 공직자 약 6만 5천 명 등 총 22만 5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인 종합청렴도를 공개했다. 종합청렴도 평가결과는 1등급부터 5등급까지로 구분되며, 그 중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 501개 중 1등급 기관이 28개(5.6%)다. 이중 중앙행정기관으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국무조정실, 질병관리청, 통계청 4개 기관이다. 특히, 통계청은 최근 10년간 청렴도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반면, 2022년 전북지역 지방자치단체 중 1등급 기관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대부분 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지역 일간지를 통해 각 기관들의 자성과 노력을 촉구한바 있다. 필자는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4등급 이하 기관은 청렴 전문강사의 교육 또는 최우수 기관의 사례를 통해 구습을 깨트리고 개혁하는 모습으로 변화되길 바란다. 최근 장수군이 종합청렴도 등급 향상을 위해 ‘청렴 1번지 장수’실현 청렴시책 추진은 개혁의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부패 없는 청렴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행정, 입법, 사법부 등 공공기관의 고위공직자부터 모범이 되어야 국민이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처럼 윗사람이 모범을 보여야 아랫사람도 모범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4․5등급 기관이 줄고 3등급 이상 기관으로 늘어나면, 우리나라가 국가청렴도 세계 20위 내에 진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더욱 큰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탁윤곤 통계청 남원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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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09 17:40

전북미래교육캠퍼스, 뒤처진 미래 앞당겨야

전북도교육청이 추진하는 ‘미래교육캠퍼스’가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다. 이로써 그동안 다른 지역에 비해 뒤처졌던 미래교육을 만회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도교육청은 차질 없는 준비로 전국 최고 수준의 미래교육캠퍼스를 만들었으면 한다. 서거석 교육감은 8일 미래교육캠퍼스가 들어설 현 전라중 부지에서 현장 브리핑을 갖고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학교시설이 아닌 교육기관이 중앙투자심사에서 곧바로 승인이 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국내 미래교육캠퍼스는 경남, 울산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캠퍼스 설립이 성사되기까지 곡절이 없지 않았다. 당초 전라중은 내년 3월 전주 에코시티로 이전하기 했지만 1만3684㎡의 부지에는 전주교육청이 들어오는 조건으로 2021년 중앙투자심사를 받았다. 하지만 서 교육감이 선거공약으로 이곳을 행정기관이 아닌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시설을 설립하겠다면서 방향이 바뀌었다. 교육부 설득 과정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어쨌든 전북미래교육캠퍼스는 2024년 착공해 2026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479억 원을 투입해 미래기술체험관, 미래진로체험관, 미래교육관, 공유관, e-스포츠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전라중 본관 건물은 리모델링해 수학체험관과 AI 소프트웨어 교육관으로 활용키로 했다. 이 캠퍼스는 주위에 전주시가 각종 미래 관련 시설을 집중 배치할 예정이어서 전북의 미래교육 메카로 발돋움할 것으로 보인다. 전주시는 인근 전주종합경기장에 미술관, 실감콘텐츠 체험관, 메타버스 체험관 등 다양한 교육문화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교육청과 전주시는 지난 1월 미래교육캠퍼스 설립과 종합경기장 개발에 상호 협력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북은 지금 경제력이 취약한 데다 인구마저 계속 빠져나가는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전주도 한때 교육도시로서 위상이 높았으나 먼 얘기가 되었다. 이러한 때 전북미래교육캠퍼스 건립은 전북지역 아동과 청소년들이 미래기술을 체험하고 미래의 진로를 탐색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북에는 학생체험시설이 다른 지역보다 열악하고 AI체험관이나 융합교육관도 없다. 캠퍼스 설립을 계기로 전북이 미래교육에서 앞서 나가는 선진지역으로 우뚝 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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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5.09 17:39

윤정부 1년, 추락하는 한국 언론

# 장면 1: 4월 26일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동맹국이 피해를 받게 하면서 국내 정치적 지지를 얻으려 하는 것 아니냐”, “미국이 한국을 도청했다는 것에 대해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나 언질이 있었느냐”라는 질문이 있었다. 두 질문의 내용들을 보면 당연히 한국 기자들이 한 것(해야하는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런데 전자는 미국 LA타임즈 기자가 미국 대통령에게, 후자는 미국 ABC 기자가 한국 대통령에게 질문한 내용이다. 한국 기자들은 핵심에 침묵했고, 미국 기자들에게 밥을 사야한다는 촌평이 국내에서 이어지기도 했다. # 장면 2: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 길, 전용기 내에서 대통령 내외가 취재진에게 인사를 하러 왔다. 그 과정에서 일부 기자들이 대통령 부인과 셀카를 요청하여 활짝웃는 모습의 셀카 촬영이 진행됐다. 이 장면은 대통령실 전속 사진사에 의해 촬영되어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전용기 타고 패키지 여행 다녀왔냐”와 같은 네티즌 비난이 이어졌고, 그 사진은 몇 시간 만에 홈페이지에서 지워졌다. # 장면 3: 지난 2일 대통령과 출입기자들이 간담회를 진행했다. 기자들이 질문을 던졌는데, ‘미국 가서 재미있는 얘기를 전해달라’, ‘아메리칸 파이 어떻게 부르셨는지 들을 수 있나’, ‘대구에서 시구할 때 공 잘 던진다는 평가가 있었고 이번 만찬 노래도 다들 놀랐는데 스타덤을 실감하고 있나’, ‘하버드대 갔을 때 질문이 날카롭지는 않았나’ 등의 질문들이 이어졌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 대한 질문도 있었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일주일 뒤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관계자 발언을 통해 전달됐다. 언론의 주요한 책무 중의 하나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대변하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감하고 날 설지라도 비판적 질문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 언론은 질문해야 할 핵심에선 비켜갔고, 방미 후 간담회에서는 듣기 좋고 말하기 좋은 질문들로 채워갔다. 질문하지 않는 언론, 권력의 심기를 살피는 언론은 본연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모든 언론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권력 감시 임무를 수행하려는 언론들도 있다. 하지만 감시견(watch dog)을 하고자 하는 언론엔 재갈이 물리어 진다. 국익 훼손, 가짜뉴스로 매도되면서 감사, 압수수색, 고소고발이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자기검열이 이루어지고, 강단 없는 언론들은 스스로 순응의 길로 들어선다. 불편한 질문은 자제하고 어여삐 여겨지는 기사들을 쏟아내는 애완견(lap dog)으로 전락한다. 한편에서는 애써 칭찬하고 훈수하면서 권력을 지켜주는 보호견(guard dog)들이 힘을 얻는다. 윤정부 1년, 한국 언론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오늘 5월 10일은 윤정부가 출범한지 오롯하게 1년이 되는 날이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정권 1년의 시기는 국민적 평가가 그리 나쁘지 않는 편이 더 많았다. 정권 초기 상황에 대한 이해와 기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발표되는 조사들은 현 정부 1년의 초라한 성적표를 보여준다. 긍정 평가는 30% 대에 갇혀 있고 부정 평가는 60%에 육박한다. 국민의 60%가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응답했다는 조사도 보여진다. 추락하는 한국 언론의 위상도 이같은 평가들을 정확하게 반영한다. 망가지는 한국 언론을 어찌할 것인가. 원인은 파악되지만, 당분간 답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김은규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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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3.05.09 15:44

전주 역세권개발 우범기 시장 역량 보여라

무엇이든지 꼭 해야 할 시점에서 조치를 하지 않고 넘어가면 훗날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당장은 급한 곳에 손이 가게 마련인데 정말 중요하고도 큰 곳은 반드시 그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를 해야만 한다. 전국 대도시를 다녀보면 역세권이 매우 발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전북의 중심지인 전주역의 경우 그동안 얼마든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현실에 안주하면서 개발보다는 보존이라고 하는 쉬운 방식을 선택하면서 위상이 비슷한 도시와는 천양지차로 뒤떨어져 버린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전통적 가치나 슬로우 시티의 중요성을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있는게 아니지만 개발과 보존을 동시에 진행하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후회가 남을 수밖에 없다. 전주역사 뒤편 106만여㎡ 부지에 대규모 임대 아파트 건설 등을 추진하는 전주 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으나 결국 지하차도 개설문제로 또 다시 어렵게 됐다. 전주 역세권 개발사업은 이 지역이 지난 2018년 공급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LH가 민간임대 3945호와 공공임대 1613호, 일반분양아파트 2130호, 단독주택 146호 등 총 7834가구의 주택을 건설, 인구 2만여 명을 유치하기 위한 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 활성화 한 모습으로 사람이 바글거리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겠으나 현실은 정반대다. 민선 7기 시절 전주시가 지구지정 해제를 요청하면서 사업 중단을 요구한 결과다. 때마침 지난 2021년 소위 부동산 투기로 대변되는 ‘LH사태’까지 겹치면서 사업은 전면 중단된 바 있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지난해 출범한 우범기 전주시장의 민선 8기는 뚜렷한 정책기조 변화를 예고했으나 추진은 쉽지않아 보인다. 백제대로와 사업부지를 연결하는 폭 50m 규모의 지하차도 건설에 1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재원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후보 시절 3000억 원을 투입해 전주역 앞 첫 마중길에서 장재마을까지 동서를 관통하는 지하차도를 건설하고 이어 2단계로 전주역에서 롯데백화점 사거리까지 지하차도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아직은 진행된게 없다. 개발에 방점을 찍은 우범기 전주시장이 무슨 방법을 동원하든 뚝심있게 전주역세권 개발이라는 뚜렷한 성과를 내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과거와 차별화 된 전주시장 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5.09 14:46

시급한 ‘유보통합’, 전북에서 선도모델을

# 완주군 동상면에서는 2021년 10월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완주군 공립 동상어린이집 개원식이다. 여느 농촌에서처럼 동상면에서도 공공보육시설 설립은 주민들의 숙원이었다. 완주군은 병설유치원이 있어 급식실 등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동상초등학교 내에 공공어립이집을 설립하기로 하고, 전북교육청에 거듭 협조를 요청했지만 끝내 거절당했다. 결국 완주군은 모 기업의 지원을 통해 학교 인근에 시설을 건립했다. # 장수군 산서면에서는 2020년 1월 하나뿐인 어린이집이 원아부족으로 폐원 위기에 몰리자 학부모들이 나섰다. ‘폐원만은 막아달라’는 학부모들의 절박한 호소에 결국 장수군이 인건비를 지원하면서 어린이집은 가까스로 정상 운영될 수 있었다. # 2016년 6월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누리과정(만 3~5세 공통보육‧교육과정) 예산편성을 요구하는 어린이집 관계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정부가 2012년 시행령을 개정해 어린이집 무상보육 예산을 시‧도교육청이 편성토록 했지만, 전북교육청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에만 교부금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교육감은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예산편성 주체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에 있다’면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고, 갈등은 커졌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실질적으로 아이들의 보육과 교육을 함께 맡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관련 법률에 따라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유치원은 교육부와 교육청 관할로 이원화돼 교사 양성과 시설기준, 지원 및 운영 정책 등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그리고 이 같은 차이는 지역사회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갈등은 특히 전북에서 심했다. 김승환 전 교육감이 교육과 보육을 엄격히 구분지으면서 논란을 키웠다. 저출산‧고령화로 지역사회 보육 및 교육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리해석과 논리다툼에 치중한 데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 윤석열 정부가 우리 사회 30년 난제인 ‘유보통합’을 본격 추진하고 나섰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나뉜 영유아 보육·교육 관리체계를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으로 일원화하는 것이다. 여전히 논란이 있고, 쟁점이 많아 2025년 본격 시행까지 험로가 예상되지만 가야 할 길이다.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다. 교육부는 올 초 유보통합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했다. 그리고 그 첫걸음으로 ‘유보통합 선도교육청’ 운영계획을 내놓고, 지난달 각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신청을 받았다. 시·도교육청과 지자체가 협업하여 아이들의 격차 없는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과제를 발굴‧시행하겠다는 취지다. 민선8기 교육협치에 뜻을 모은 전북교육청과 전북도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최근에는 교육행정협의회를 열고, 전북형 유보통합 선도모델 구축을 위해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했다. 주민이 안심할 수 있는 국가 책임교육‧돌봄이 시급한 곳은 공동체 소멸 위기에 놓인 전북이다. 당장 자녀 보육 및 교육 문제로 농어촌을 떠나는 젊은이들이 부지기수다. 지역공동체 붕괴 위기 속에서 돌봄·교육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절감해온 만큼 시급한 과제를 발굴하고, 효율적인 해법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농어촌지역의 열악한 보육환경은 인구 유출을 부추기고 결국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작은 학교 폐교로 이어질 것이다. 영유아 돌봄 및 교육 환경이 열악한 곳에 청년들이 살 수 없고, 그 지역은 소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역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교육기관이 함께 나서 지역사회 돌봄‧교육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 국가 현안인 유보통합 시범사업을 전북에서 추진해 지역 중심의 선도과제를 발굴·시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5.09 11:10

후백제 역사문화권 전담팀, 기대 크다

전북도가 후백제 역사문화의 창조적 계승 발전을 위해 후백제 역사문화권 정비 전담팀(TF)을 발족시켰다.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잘한 일이다. 후백제는 1100년 전, 전주를 중심으로 전남과 충청, 경상지역을 아울렀던 자랑스런 국가였다. 비록 존속기간이 짧았으나 한민족의 정체성을 발전시킨 역동적인 국가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전북이 있었다. 그동안 일부 폄하된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후백제는 전북의 자긍심이다. 또한 단순히 역사 자체에 그치지 않고 각종 콘텐츠 개발과 관광 등 산업화를 통해 지역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귀중한 역사문화자원이다. 이번에 새로 꾸려진 전담팀은 그동안 각 시군이 산발적으로 진행시켜 온 각종 발굴 및 사업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특히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 후백제가 포함된 만큼 그 후속작업을 전담팀이 맡아 꼼꼼히 추진했으면 한다. 전담팀은 다음 두 가지를 보완했으면 한다. 첫째 이번 전담팀에 완주군과 남원시 등이 빠진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전담팀에는 전주시, 군산시, 김제시, 무주군, 진안군, 장수군, 순창군, 임실군 등 8개 시‧군 관계자가 참여했다. 전국적으로 지금까지 확인된 후백제 관련 유적은 국가지정 20개소 등 123개에 이른다. 이중 전북에 85개소가 집중돼 있다. 왕도였던 전주에 34개소가 있고 그 다음으로 완주에 경복사지, 용계산성, 봉림사지 등 16개소가 있다. 그리고 남원도 만복사지와 후백제 연호인 정개(正開)가 유일하게 새겨진 실상사 편운화상 승탑 등 6개소가 있다. 이처럼 중요한 유적을 보유한 곳이 협조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일이다. 둘째, 전담팀은 학계 및 관련단체 등과의 연계를 더 공고히 했으면 한다. 유물 발굴이나 전략계획을 세울 때 이들 전문가나 활동가의 의견을 경청하는 게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들은 후백제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답사 등을 통해 후백제를 홍보하고 대중화하는데 필수적이다. 전담팀은 앞으로 후백제 관련 로드맵을 짜고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건립과 각종 유물 유적 발굴 및 보존, 활용 등 할 일이 산더미다. 조직을 점차 보강하고 타 지역 사례와 관련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사업을 힘차게 추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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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5.08 18:22

전북 도자문화 메카였다

우리나라에서 오직 초기청자만을 굽다가 문을 닫은 중국식 벽돌마가가 전북에 있다. 진안 도통리와 고창 반암리로 모두 다 후백제 영역에 속한다. 진안 도통리는 벽돌가마가 참담하게 파괴된 뒤 길이 43m의 진흙가마를 다시 앉혀 우리나라에서 그 길이가 가장 길다. 후백제 멸망 이후 유통 문제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가마터의 문을 닫았다. 고창 반암리는 후백제 멸망으로 벽돌가마가 파괴되자 도공들이 병풍산을 넘어 용계리로 이동했던 것 같다. 고창 용계리는 길이 38m, 31m, 14m의 진흙가마가 서로 중첩되어, 도공들이 도전과 끈기로 진흙가마를 완성시킨 산실이다. 12세기 초 진흙가마의 원리를 완벽하게 터득한 도공들은 줄포만을 건너 부안 진서로·유천리 일대로 이주한다. 부안 유천리는 천하제일의 부안청자를 탄생시킨 명소이다. 흔히 상감청자로 상징되는 부안청자는 전북 도자문화의 최전성기를 대변한다. 구리로 문양을 그린 동화청자도 부안 유천리만의 자랑거리이다. 당시 국보급 도공들의 지혜와 고령토가 하나로 응축된 부안청자는 우리나라 도자문화의 아이콘이자 최고의 걸작품이다. 1350년부터 남해안과 서해안에 왜구가 출몰하기 시작한다. 왜구의 피해가 무자비하고 극악무도해 도공들이 호남정맥을 넘어 전북 동부로 대거 이동한다. 이 무렵 진안 반송리, 순창 심초리 등 섬진강유역에서 고려 말기 청자가 홀연히 등장한다. 전북 동부의 풍부한 백토가 도공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 보약 같은 자양분이었다. 진안 도통리를 떠난 도공의 후예들이 400년 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진안군 백운면 반송리와 성수면 중길리에 정착한 도공들이 그들의 끼를 맘껏 발휘해 중국식 벽돌가마에서 초기청자를 구운 진안고원을 도자문화의 중심지로 다시 가꾸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건강했던 가마터가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어 몹시 애통하다. 백두대간 품속으로 이주한 도공들도 있다. 남원시 운봉읍 공안리 도요지로 왜구의 피해가 얼마나 잔인했던가를 헤아릴 수 있는 곳으로, 전북에서 유일하게 백두대간 동쪽에 위치한다. 어느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가마터가 모조리 사라져 안타깝다. 전북도자사의 역사책과도 같은 도요지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그 보존대책이 절실하다. 조선 건국으로 전북의 도자문화가 한 단계 더 도약한다. 한국도자사에서 15세기를 분청사기, 16세기를 백자 시대라고 한다. 부안청자의 상감기법으로 무장한 도공들이 섬진강유역을 분청사기 메카로 일구었다. 기형과 색깔을 강조한 고려청자와 달리 분청사기는 해학과 풍류를 강조했다. 그때 남원은 광주, 고령과 함께 도자문화의 자웅을 겨루었다. 전북 일원에 도요지가 골고루 산재해 있지만 임실 학정리·필봉리 등 가장 핵심적인 유적이 섬진강유역에 모여 있다. 임진왜란 때 심당길, 이삼평 등 최고의 도공들이 남원부에서 포로로 붙들려가 일본 도자문화의 서막을 열었다. 우리나라 도자문화의 애환과 흥망성쇠를 간직한 전북 동부는 엄밀히 표현하면 도자문화의 극치이다. 당대의 시대상과 사회상을 가장 잘 웅변해 주는 것이 도자문화이다. 전북은 도자문화의 메카로 초기청자부터 백자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고 풍성하다. 전북의 도자문화에서 부안청자만을 기억하는 것은 한그루의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최소한 도자기전쟁 때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의 영혼이 담긴 가마터만이라도 꼭 찾아야 한다. /곽장근 군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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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08 18:22

대중교통버스 활성화 고언

최근 전북도의회 권요안 의원과 문승우 의원,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의회와 도내 언론에 전북도의 대중교통혁신을 강하게 발언한 바 있다. 코로나19 재난에 따른 전북의 대중교통버스는 심각한 경영난으로 기로에 놓여 있으며, 이용승객 감소는 물론 유가폭등과 정비비 및 매년 근로자 임금인상 등이 겹쳐 그 어느때보다 힘겹고 고단한 운영으로 도민들의 생활 기저교통 수단으로서의 제 기능이 위험수위에 놓여 있다. 현재 도내 시외버스는 100여대 이상이 운행을 중단해 있는 상황이다. 각 시·군 소재 시내, 농어촌버스 또한 동일한 운수환경에 처해 있다. 매월 종사자 임금 지급은 당국의 재정지원금 없이는 한달도 버티기 힘든 지경이다. 이러한 실정은 코로나19 재난에 기인한 것이 가장 크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안으로는 변화하는 운수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부분이 더 크다. 도내의 유일한 대중교통버스는 이용 편의성이 가장 강조돼야 하지만 전북지역의 시외버스, 시내버스, 농어촌버스 교통정책은 예나 지금이나 천편일률적이다. 특히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구조에는 관계 당국의 지도감독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도내 일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무임환승할인제도는 도민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불합리적이고 불공평한 제도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는 지역은 1회 환승에 따른 무임 요금이 발생한 반면 미시행 지역은 그 만큼 요금부담이 추가 발생돼 도내 시내버스, 농어촌버스 운임요금을 결정하는 전북도에서는 반드시 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 단일 요금지역도 결국 재정부담이 추가된다. 더불어 관계당국에 광역환승할인제도를 제안한다. 이 제도는 도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며 시외와 시내·농어촌버스를 광역환승 이용함으로써 도민 누구나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평한 제도이다. 현재 운행하는 모든 버스에는 교통카드시스템 등 인프라 구성이 구축돼 있어 시행에 문제가 없으며, 전주권역만이라도 반드시 우선 시행돼야 한다. 전주·완주를 중심으로 하는 권역으로 익산, 김제, 임실, 진안지역에서 전주 권역으로 운행하는 노선에 대해 광역환승을 시행해 교통소통을 원활하게 할 필요가 있다. 나머지 군산, 부안, 고창, 정읍, 남원, 순창, 장수, 무주 운행버스에도 광역환승제를 도입해 지역간 소통을 더욱 확대하고 도내 시외버스와도 동일한 환승제를 시내 및 농어촌버스와 연계 운행한다면 전북의 대중교통은 선진교통을 넘어 훨씬 활성화되고, 이용 편의성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생활교통으로 이뤄질 것이다. 이에 새롭게 출발하는 전북특별자치도에 맞춰 우리 도만의 특색 있는 대중교통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면 도민들에게 이용 편의성과 외래 관광객에게 편리한 광역교통을 제공, 대중교통 활성화는 물론 환경과 에너지 절약에도 기여하고 버스이용 편의에 따른 자가용 사용도 크게 억제될 것이다. 전국의 경우 수도권은 물론이고 광주·전남권, 세종시를 중심으로 하는 대전·충남과 청주권, 부산·경남권, 대구·경북권 등 전국에서 적극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전북도에는 그간 수년간 건의와 요청을 하였음에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이번 전북특별자치도에 광역환승할인제를 도입해 전국에서 으뜸가는 대중교통이 될 수 있도록 관계당국의 대중교통정책의 대전환을 기대해 본다. /홍옥곤 전북버스운송사업조합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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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08 18:21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역사

국제 결제와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를 기축통화라고 한다. 현재 우리 시대의 기축통화는 미국의 달러화(USD)인데, 달러가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하게 된 원인은 다름 아닌 전쟁이었다. 제1, 2차 세계 대전 중 세계 각국이 보유하던 금이 물자 구매 대금과 배상금 명목으로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으로 흘러 들어갔고, 그 결과 종전 당시 미국은 전 세계 금의 70%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금 1온스(oz)를 35달러에 연동시키는 ‘브레튼 우즈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세계 유일 기축통화의 패권을 거머쥐게 되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수행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크게 늘린 달러 통화량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던 금의 가치를 넘어서고 말았고,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던 여러 국가는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쇄도하는 주변국의 요청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당시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1971년 8월 15일, 금과 달러의 교환을 중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닉슨쇼크). 갑작스런 브레튼 우즈 체제의 종말은 달러가치 저하와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무너져가던 미국 달러의 위상은 석유로 인해 다시 떠오르게 되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비공식 계약을 맺는데, 미국이 사우디에 군사력을 제공해주는 대가로 사우디는 원유 거래 결제 수단으로 오직 달러만 취급한다는 내용이었다. 달러가 있어야만 산업 동력의 핵심인 원유를 구매할 수 있으니, 닉슨쇼크로 내재적 가치를 상실한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는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지구상에서 유통되고 있는 전체 통화량의 21%는 달러이며, 국제 무역 결제 88%가 달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은 자동차 등 다양한 상품을 미국 연방준비은행 (FRB)이 발행하는 달러와 맞교환하여 외환을 비축하고 있다. 즉, 미국은 아무리 달러를 시중에 풀어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는 나라이다. 하지만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교역에 사용되는 위안 비중이 급증했다는 사실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반(反) 달러 패권 세력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러시아 중국 간 원유 교역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일축하는 이들도 있으나, 달러 패권에 심각한 균열을 불러올 장기적인 변화의 한 단면으로 바라보는 시각 역시 존재한다. 실제로 전 세계 보유 외환 중 미국 달러 표시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대 초반 60% 정도에서 정점을 찍고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처럼 미국 경제 정책의 대척점에 서 있는 국가들은 미국 국채와 같은 달러 자산을 줄이고 금 보유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여러 나라가 달러 이외의 자산에도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재무부 장관인 재닛 옐런은 달러와 연결된 러시아 금융 제재는 시간이 지나면서 달러의 패권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고, 유럽중앙은행 총재인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달러의 국제 통화 지위가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물론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중국 위안보다 미국 달러는 튼튼하고 투명한 금융시장을 기반으로 하기에 신뢰가 높지만, 한 치 앞도 예상 못 할 정도로 격화되는 미·중 대결의 격랑 속에서 대한민국은 이 통화 전쟁을 면밀히 살피고 현명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김진상 KIST 전북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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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08 18:21

윤 정부 1년, 전북 공약 확실하게 추진해라

오는 10일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1주년을 맞는데 큰 틀에서 볼 때 전북 관련 공약이 기대 이하다. 후보시절은 물론, 대통령이 돼서도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전북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지역개발에서 탈피해 속도감 있게 뭔가 될 것이란 기대를 심어줬던 게 사실이다. 특히 지역현안인 새만금사업과 관련, 기업들이 바글바글거리는 지역으로 만들어보자며 첨단산업시설이나 스마트농업의 메카로 육성할 것이란 기대감을 키워왔다. 또한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비롯, 남원 공공의대, 새만금국제공항 조기착공 등 전북 현안 해결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 것이란 믿음을 줬다. 하지만 굳이 영남권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전북 현안 사업은 너무 터덕거리는게 분명한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의 전북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46개 세부과제로 이뤄져 있으며, 예산규모는 25조6,975억원이다. 대략 전북도의 3년 예산이 투입돼야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관심사인 7대 공약은 △새만금 메가시티·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주역산업 육성·신산업 특화단지 조성 △동서횡단 철도·고속도로 건설 △농식품 웰니스 플랫폼 구축 △국제태권도 사관학교·전북 스포츠종합훈련원 건립 △관광산업 활성화·동부권 관광벨트 구축 등이다. 지난 1년간 추진상황을 살펴보면, 46개 세부과제 가운데 38개는 정상 이행, 나머지 8개 사업은 협의·진행으로 분류됐다. 이행률은 82.6%로, 올해 예산 확보액은 9,575억원으로 계획대비 91.3%를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는 계량화 한 수치에 불과할 뿐 전북도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공약 이행정도는 미흡하기 짝이없다. 무엇보다도 전북민의 숙원 사업인 새만금사업과 제3금융중심지 등 정작 큰 사업은 별무신통이다. 군산·김제·부안을 새만금 메가시티로 조성하는 문제는 의지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음에도 진척이 없고 KDB산업은행은 지난 3일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최종 지정돼 공식적으로 고시됐으나 전주 제3금융중심지는 답보상태다. 비료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독일 식물학자 리비히는 식물의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넘치는 요소가 아니라 가장 부족한 영양소라는 소위 최소율의 법칙을 제시했는데 국가 경영에서도 이는 적용되는 원리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넘치는 곳에 더 투자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가장 부족한 곳을 채워야만 성장과 발전이 가능하다는 평범한 원리를 다시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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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5.08 15:19

‘완산벙커’의 변신, 기대와 우려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군과 관군의 격전지였던 전주 완산칠봉은 현재 삼나무와 전나무 숲이 우거진 도시공원(완산공원)으로 조성돼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봄철 겹벚꽃과 황매화·철쭉이 장관을 연출하는 이곳 꽃동산에는 상춘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전주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 산자락 초입 공영주차장 인근에는 입구에 출입금지 안내문이 내걸린 범상치 않은 지하시설물이 있다. 전쟁 등 위기 상황에 대비해 방공호와 군·경찰‧전북도의 지휘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완산벙커’다. 1973년 조성돼 올해로 꼭 반세기가 된 이 지하벙커가 전통문화도시의 독특한 예술공간으로 변신한다. 지난 2006년 용도폐기된 이 냉전시대의 산물을 미디어아트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시민과 관광객에게 새로운 볼거리‧즐길거리를 제공한다는 게 전주시의 청사진이다. 개미굴 형태로 만들어진 벙커 안의 각 방을 시간의 강, 우주의 지도, 에일리언, 멀티버스 등으로 이름 붙인 뒤 빛과 영상을 통해 우주 공간, 4차원 세계 등을 다양하게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완산벙커를 리모델링해 새로운 문화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는 전주시의 계획은 지난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유휴공간 문화재생 기본계획 수립 연구대상지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본격화됐다. 지난해 시공업체를 선정한 전주시는 관광거점도시 예산 20억원과 시비 49억원 등 총 69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내년 상반기에 새로운 시설을 개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시설 명칭을 공모하면서 다시 관심을 끌었다. 공모에는 모두 600여 건의 응모작이 접수됐다. 내년 이맘때쯤이면 오랫동안 굳게 닫혀 있던 이 지하벙커의 문이 열린다. 전시(戰時)를 대비해서 도시 외곽 산자락에 만들어 놓은 옛 충무시설이 앞으로 1년 후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신해 시민과 관광객들을 맞을지 사뭇 기대가 크다. 용도폐기된 지하벙커를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키거나 재생사업을 추진한 사례는 전국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북도를 비롯한 전국 각 시·도가 청사를 새로 지으면서 규정에 의해 신청사 지하에 충무시설을 설치했고, 그에 따라 용도를 잃은 옛 시설물 활용방안을 모색했기 때문이다. 전국 지자체들이 지하도나 벙커의 공간혁신을 추진하면서 대부분 이미 유명세를 탄 제주 ‘빛의 벙커’와 ‘아르떼뮤지엄’, 담양 ‘딜라이트 미디어아트 전시관’을 모델로 하고 있다. 사업방향을 미디어아트로 정한 전주시도 이들 시설을 벤치마킹했다. 전국의 지하벙커가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는 문화재생사업을 통해 모두 똑같거나 닮은꼴의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적어도 관광거점도시로 선정된 대한민국 대표 문화관광도시 전주의 문화재생 공간은 달라야 한다. 제주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 형태의 미디어아트 공간이 아닌, 지역의 역사와 특성을 반영한 독창적인 문화공간이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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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05.08 11:00

자식은 부모의 등을 보고 배운다

어머니는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신식교육을 받은 지식인이셨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가방을 든 채로 자주 외출을 하셨는데 그게 일본어 번역을 위한 걸음이란 걸 알았던 나는 어머니의 한복자락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어머니가 조그만 책상 위에 책을 펼쳐두고 뭔가를 쓸 때면 슬그머니 그 옆에 가서 책 읽는 시늉을 하곤 했다. 시늉에 불과했어도 열에 한두 개쯤은 걸러 들어갔을 것이다. 한번쯤 일본어를 배워볼테냐 물어보실 법도 하지만 어머니는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다만 가끔 책 읽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실 뿐이었다. 어머니는 신식학교에서 교육을 받기는 했지만 신여성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위로 오빠를 셋이나 낳은 중년여성이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예절만큼은 엄격하게 전통을 지키려 하셨다. 외출할 때는 물론이고 집안에서도 가능하면 한복을 입으려 하셨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자주 잔소리를 하지는 않으셨지만 자식들에게도 꼭 지켜야 할 것들을 강조하셨는데 이를테면 식사예절 같은 것이었다. 막내인 나는 밥투정을 하거나 밥상 앞에서 떼를 써본 일이 없다. 또 아무리 맘이 급하거나 볼일이 끝났더라도 오빠 셋이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 밥상 앞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너무 서둘러 먹거나 지나치게 늦게 먹어도 안 됐으며 다른 식구들과 속도를 맞추어 식사해야 했다. 어느 날인가 계산대에 앉아 책 읽는 내 모습을 보고 손님이 건넨 말이 있었다. “국밥집 사장님 취미치고는 너무 고상한 거 아뇨?” 글쎄, 책 읽는 것이 고상한 것인지도 모르겠고 국밥집 사장이라고 책 읽는 취미 갖지 말란 법도 없다. 도대체 국밥집 사장에게 어울리는 취미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득 어릴 적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어머니의 손길이 떠올랐다.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의 어린 시절의 경험이 국밥 냄새처럼 내 몸에 배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습관들이 먼지처럼 내 몸에 달라붙었다가 떨어져나가기를 반복했지만 좀처럼 벗어지지 않는 습관들도 있기 마련이다. 명절이며 여름 겨울 휴가철, 또 5월 가정의 달 즈음에는 3대가 함께 식당을 찾는 일이 많다. 그들을 볼 때면 ‘핏줄은 못 속인다’는 말을 실감하곤 한다. 묘하게 닮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비단 외모만이 아니다. 말투와 표정, 습관, 행동, 사소한 것들이 유전처럼 닮아있다. 국밥을 받으며 할아버지가 “감사합니다.”하면 아버지도, 아이도 돌림노래처럼 “감사합니다.”를 이어 붙인다. 아버지가 할머니 숟가락에 김치를 놓아주면 아이는 제 엄마 숟가락에 젓갈을 올려준다. 서툴러도 어린 아이가 혼자 먹을 수 있도록 지켜봐주면, 아이는 식당을 돌아다니지 않고 스스로 먹는 일에 열중한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많이 외출해본 아이들은 식당에 들어올 때도 할아버지 손을 잡고 할머니와 팔짱을 껴고 있다. 누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시키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감사함을 표현하는 일은 얼마나 당연한 것인지, 사랑하는 가족이 밥을 먹는 모습이 얼마나 배부른지, 스스로 배워나가는 세상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가족이란 얼마나 따뜻한 의지인지를 말이다. 5월이다. 새삼 되새겨본다. “자식은 부모의 등을 보고 배운다.” /유대성 왱이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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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07 18:07

산책은 나를 강건하게 만든다

2019년 5월, 대덕연구단지로 직장을 옮겼다. 갑자기 결정된 일이라서 준비할 시간도 없었고 또 아내의 직장 때문에 주말부부로 지내게 되었다. 대전은 필자가 해외유치과학자로 어느 정부출연연구원에 초청되어 3년여 동안 살던 곳이기도 하고 대학으로 옮긴 후에도 2년 간 파견근무 했던 정부기관의 소재지라서 친숙할 뿐만 아니라, 옛 직장동료나 학교친구도 많아 내심 모처럼의 자유로운 생활을 기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연구소는 2020년부터 시행된 새 근로기준법이 엄격히 적용되는 공공기관이라서, 밤늦게 연구현장을 찾아가 연구원들을 격려하는 일은 갑질에 해당되므로 매일 칼 퇴근을 해야 했고, 또 이미 정년퇴임한 친구들은 부인들 눈치를 살피고 있어서 불러내는 일이 민폐 끼치는 일임을 쉬 간파하였다. 상황이 이러하니 다음날 출근까지의 장구한 시간 때우기가 문제로 부상했다. 젊은 날 포기했던 대금을 다시 시작했더라면 딱 좋았을 텐데... 필자는 나이 들며 단순한 게 좋아졌다. TV도 복잡한 인간사를 그린 드라마보다 스포츠 중계방송이나 허무맹랑한 중국무협영화가 편하고, 책도 읽다보면 눈이 침침해지고 골치 아팠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찾은 해법이 연구원 관사 옆을 흐르는 반석천변을 산책하는 일이었다.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며 자학하는 선배나 대수술로 곤욕을 치른 대학동기가 모두 만병통치약이라며 추천한 것도 내 선택을 부추겼다. 하루 평균 만보를 목표로 삼았지만, 불가피한 날을 대비하여 예금하듯 가급적 만오천보를 걸어둔다. 오찬 후 직장동료들과 연구원 경내를 한 바퀴 도는 걸 포함해서 약 오천보를 찍고 퇴근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목표에 미달한 걸음수를 계산하여 미리 반환점을 정한 뒤, 십 분에 천 보의 속도로 걸으므로 보통 한두 시간을 걷게 된다. 어느 책에선가 걸을 때 이성적 판단을 관장하는 좌뇌가 가장 활성화하므로 중요한 결정은 걸으면서 하라는 권고를 읽은 것 같은데, 허튼소리가 아닌 듯하다. 기관장으로서 어떤 결정을 해야 하거나 크고작은 행사의 인사말이나 기고문을 준비할 때 이 시간을 활용하는 게 버릇이 되었다. 길가의 이름 모를 풀꽃으로부터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도 하고, 때로 회식이 늦어져 인적이 드믄 심야를 걸을 때는 내 발자국 사이 숨죽여 우는 풀벌레 소리나 함께 걷는 개울물 소리를 들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상념에 빠지거나 때론 무념무상의 순간을 보내는 산책길은 고스란히 마음의 길이 되기도 한다. 마음으로 걷는 일은 몸으로 걷는 일보다 훨씬 즐겁다. 대전생활을 시작할 무렵, 필자는 약간 과체중에 관절도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여러 생체신호가 위험 수위에 육박했었는데, 산책과 함께 체중이 줄더니 반년 쯤 지나 총각시절의 몸매로 돌아가자 콜레스테롤이나 혈당 등 모든 수치가 정상을 회복하였다. 산책이 가져다준 이런 망외의 소득은 성취감을 부추겨 전주에서 보내는 주말에는 전주천, 삼천변 산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머잖아 바깥 일이 끝나면 구십오세의 노모가 기다리는 고향 쌍치로 돌아갈 계획인데, 요즘 작지 않은 고민이 생겼다. 매일매일 새로운 산책로가 불쑥불쑥 떠오르는 게 아닌가. 좌탈(坐脫)이란 불교용어가 있다. 고승이 가부좌 자세로 참선 도중 입적하는 걸 일컫는데, 혹 산책하며 이승을 하직할 수도 있을까. 그런데 고향산천은 장돌뱅이 같이 떠돈 탕아의 귀환을 반겨줄까? /신형식(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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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0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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