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6 14:56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전체기사

군산기지 한미 공군지휘관, 연합 비행⋯방위태세 강화

공군 제38전투비행전대(이하 38전대)는 18일 미(美)8전투비행단과 함께 연합 지휘비행을 진행했다. 이번 한미 공군훈련은 실전적 연합비행 훈련을 통해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특히 38전대장 김동현 대령과 미8비 단장 갯키(Kathryn K. Gaetke) 대령이 직접 (K)F-16 전투기에 탑승해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점검하고 양국 간 굳건한 동맹을 확인했다. 비행에 앞서 38전대와 미8비 조종사들은 연합 브리핑을 통해 비행계획 및 임무수행 절차를 공유하며 공중작전 이해도를 높이는 시간을 가졌다. 훈련은 아군인 블루 에어(Blue Air)와 가상 적군인 레드 에어(Red Air)로 나눈 뒤 적 항공기의 공격·침투 상황을 가정해 적을 탐지 및 격추하는 방어제공임무에 초점을 뒀다. 김동현 대령은 “이번 연합비행은 한미 간 연합작전 수행역량을 직접 점검하고 강화하는 뜻깊은 기회였다”며“이번 비행을 통해 다져진 상호 신뢰와 팀워크를 바탕으로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갯키 대령은 “우리 관계의 강한 유대는 곧 우리 동맹의 힘으로 직결된다”며 “Eagle과 나란히 비행하면서 강력한 공군력을 통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보여줄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전했다. Eagle(이글)은 군산기지에서 통상 제38전투비행전대장을 뜻하는 콜사인(Call sign)이다.

  • 군산
  • 이환규
  • 2025.06.19 10:07

이성윤 의원 , 내란구속기간 연장 형소법 개정안 발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보석 석방을 거부한 것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국회의원(전주시을)은 내란피고인의 구속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고, 구속기간 만료로 불구속재판을 받더라도 보석과 같은 조건을 붙일 수 있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12.3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로 구속기소된 피고인들이 줄줄이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다"며 "구속취소로 풀려난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에 이어 ‘출퇴근 재판’받는 내란범이 늘어나게 되는데, 국민들은 이들이 서로 만나 증거인멸ㆍ도주 등을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현행법상 1심 구속기간은 2개월인데, 2개월 단위로 2차까지 연장이 가능해서, 구속피고인은 총 6개월 동안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는다. 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일부개정법률안은 피고인이 내란ㆍ외환죄를 범하거나, 피해자·사건관계인 등에게 위해·보복·회유 목적으로 접근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등에는 구속기간(2개월)을 최대 5차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법이 개정될 경우 현행 최장 6개월이던 구속기간이 1년까지 늘어나게 된다. 또 형사소송법에는 구속기간 6개월 만료로 풀려날 경우 보석으로 인한 석방 때와 같은 조건을 붙일 수 없지만, 이번 개정으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공범과 접촉 금지 등 조건부 보석결정과 마찬가지로 일정 조건을 붙일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이 의원은 “재판부에서 내란사건을 제대로 재판하지 않아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면서, “내란ㆍ외환재판 구속기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구속기간 만료시에도 보석처럼 조건을 달 수 있게 함으로써, 국가 근간을 위협하는 범죄를 철저히 단죄하고 차질없는 재판진행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회·정당
  • 백세종
  • 2025.06.19 10:05

"트럼프, 이란 공격계획 승인…이란 결정 보려고 최종명령 보류"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격에 가세할지 여부를 놓고 숙고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공격 여부에 대해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탈리아 명문 축구팀 유벤투스 선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에 동참할지 여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나는 무엇을 할지에 대한 생각들이 있다"고 밝힌 뒤 "나는 시한 도래 1초전에 최종 결정을 하고 싶다"면서 "왜냐하면 상황은 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쟁은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 이란에 대한 공격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에서 모호성을 견지한 것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싸우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싸움이냐 (이란의) 핵무기 보유냐 사이의 선택이라면 해야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의 신정체제를 이끌어온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나는 오랜기간 말해왔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그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기까지 몇주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이란 핵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문서(미국과의 핵협상 합의문)에 서명해야 했다"며 "나는 지금 그들이 '(문서에) 서명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이란에 제안한 핵협상 합의 초안이 "공정한" 것이었으나 현재는 합의를 매듭짓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의 문을 닫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측이 미국을 방문하길 원하고, 미측도 그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포르도의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을 파괴하는 것이 합의의 전제 조건은 아니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백악관 워룸(상황실)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중동 위기에 대한 추가 회의를 가졌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이란을 공격하기 위한 계획을 승인했지만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지 보기 위해 최종 공격 명령은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고위 참모들에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할 수 있다는 위협을 통해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강제하기를 바란다고 소식통들은 WSJ에 전했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여러 선택지가 가능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어떻게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지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공격 명령을 아직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의 방어를 지원하는 선에서 군사적 역할을 제한해왔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중동 지역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공중급유기,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전함, 항공모함 전단, F-22 및 F-35 전투기 등을 유럽과 중동 지역으로 보내고 있다고 WSJ은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에 "무조건 항복하라!"(UNCONDITIONAL SURRENDER!)며 항복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18일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이란 국민은 항복하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면서 "미국은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 의심할 여지 없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항복을 거부했다.

  • 국제
  • 연합
  • 2025.06.19 08:58

장마 본격화…장마철에 '매일 비' 아냐, 작년 29일 중 21일 비

'장마'와 '장마철'의 차이를 알면 장마의 특성을 알 수 있다. 제주도는 지난 12일 장마철에 돌입했고 중부지방은 19일, 남부지방은 20일 장마철에 들어서겠다. 예년보다 이른 장마다. 최근 들어 매년 장마철을 앞두고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2025년 장마 기간'과 같은 제목으로 장마를 '예보'하는 듯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런 글은 대개 1991∼2020년 평균(평년) 장마 시작일과 종료일을 표시한 '가짜뉴스'다. 기상청은 1961년부터 2008년까지 장마 시종일(시작일+종료일·2008년은 시작일)을 예보하다가 2009년 중단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장마전선이 남에서 북으로 우리나라를 훑고 지나며 많은 비를 내리는 형태'가 아닌 장마가 잦아지면서 시종일 예보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이었다. 기상청은 장마보다는 '장마철'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예컨대 작년 여름 기후 특성을 발표하면서는 "장마철 강수량이 474.8㎜로 평년보다 32.5% 많았고 비가 좁은 영역에 강하게 내리는 특징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장마는 '여름철에 여러 날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 또는 그 비', 장마철은 '장마가 지는 철'로 풀이돼있다. '기간'이라는 의미가 보다 강조된 단어가 장마철이다. 장마가 기간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장마가 시작하면 쉼 없이 비가 이어진다는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서다. 실제 중부지방 기준 평년 장마철은 31.5일이다. 장마철 강수일, 즉 장마 중 비가 내린 날은 17.7일이다. 작년의 경우 6월 29일부터 7월 27일까지 29일간 장마가 이어지면서 21.1일 비가 왔다. 장마철이라고 매일 비가 내리지는 않는 것이다. 특히 장맛비를 부르는 정체전선은 성질은 다르지만 세력은 대등한 기단 사이에 형성된다. 이에 정체전선을 따라 형성되는 비구름대는 일반적으로 남북으로 폭은 좁고 동서로 길이가 긴 '띠' 형태를 보인다. 비구름대가 띠 형태이면 지역 간 강수 강도와 양 차이가 크게 난다. 구름대가 걸친 지역엔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폭이 좁은 구름대에서 약간이라도 벗어난 지역엔 비가 약하게 오거나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10일 띠 형태 비구름대가 발달하면서 전북 익산에 264㎜ 비가 쏟아질 때 그로부터 25㎞ 떨어진 김제에는 불과 25.5㎜의 비가 내리기도 했다. 최근엔 정체전선상 난류가 강하게 유입되는 지역에 중규모 저기압이 발달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국지성 장맛비' 현상이 심해졌다. 크기가 수평으론 10∼1천㎞, 수직으론 10㎞ 정도로 작고 수명이 10여시간 정도로 짧아 예측이 어려운 중규모 저기압은 발달하는 지역에 많은 비를 뿌릴 뿐 아니라 정체전선을 잘라먹는 역할도 한다. 중규모 저기압이 발달한 지역엔 폭우가 쏟아지고 그 바로 옆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정체전선이 만들어져 비교적 오래 비가 내리는 현상이 꼭 여름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6월 하순부터 약 한 달간 정체전선에 의해 장기간 비가 이어지는 현상이 아주 오래전부터 반복됐기에 따로 장마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국어학회지에 2011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15세기부터 장마를 일컫는 단어가 '한비, 오란비, 마ㅎ, 댱마ㅎ, 맛비, 댱마비' 등 다양하게 존재했다. 장마는 동아시아 몬순 시스템의 일부다. 여름철 아시아 대륙 지표면이 가열되며 형성된 저기압 때문에 동아시아 해안을 중심으로 남서풍이 강해지면서 온난습윤한 공기가 북쪽 찬 공기와 만나면서 정체전선이 형성되고 이는 오랜 비로 이어진다. 장마는 우리나라 우기 중 첫 번째 강수량 피크에 해당한다. 이에 장마철을 기상학적으로 '1차 우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2차 우기는 8월 초부터 9월 초까지로 이때를 '가을장마'라 일컫기도 한다. 장마가 여러 기단의 상호작용이 원인이라면 2차 우기는 태풍과 소나기, 이동성 저기압 등 많은 비가 내리는 원인이 다양하다. 장마 하면 수해부터 떠오르지만, 역으로 수자원 확보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1년간 내리는 비의 50%가 여름에, 30%가 장마철에 온다. 2022년 한국기상학회 학회지 '대기'에 발표된 논문(장마철 첫 강수의 경제적 가치)에 따르면 수자원 확보와 대기질 개선 등의 효과를 고려할 때 장마철 첫 강수는 500억∼1천500억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분석됐다.

  • 날씨
  • 연합
  • 2025.06.19 08:21

[세계기록유산이 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 (49) 동학농민혁명을 기록한 편지 4통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 185건 중에는 동학농민혁명 당시 작성된 4통의 편지가 포함되어 있다. 이 편지는 원본은 아니고 필자 또는 다른 사람에 의해 필사된 것으로 작성자가 누구인지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편지 내용에 나오는 여러 가지 지명과 등장인물을 살펴볼 때 충청도 옥천지역에서 살았던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다. 편지를 조금 더 꼼꼼히 읽어보면 이 편지의 작성자는 1894년 당시 전생서(典牲署) 주부(主簿)를 역임한 황영수(黃潁秀)의 큰형으로 짐작된다. 편지 말미에 백형(伯兄)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에 따르면 황영수는 1889년 부사용(副司勇)으로 임명되고 이후 사과(司果)를 거쳐 1894년 4월에는 사사(司事), 1894년 5월에는 전생서(典牲署) 주부(主簿)에 임명되었다. 그런데 그 직후인 1894년 5월 22일 황영수가 병을 칭하여 전생서 주부의 직을 거두어 줄것을 요청하자, 국왕은 빙고주부(氷庫主簿) 박주동(朴注東)과 황영수를 교체하라고 명하였고, 이것은 실행되었다. 전생서는 조선시대 나라의 제향에 쓸 양ㆍ돼지 따위를 기르는 일을 맡아보던 관아이다. 황영수의 큰형이 보낸 편지에 따르면 “지난 인편에 부친 편지를 큰 아우가 받아 보았다니 위로가 되네. 또 전생서(典牲署) 주부(主簿)로 옮겨 사은숙배(謝恩肅拜)하였으니 이미 숙직에 나아갔으리라 생각하네”라고 하여 황영수가 전생서 주부로 임명되었다는 사실이 편지에서 확인된다. 이 편지들은 모두 충청도 옥천지역에 거주하는 큰형이 중앙에 진출하여 서울에서 관직에 재직하고 있는 동생 황영수에게 보낸 안부 편지이다. 이 편지에는 1894년이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관한 내용이 매우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를 통해 당시 충청도 옥천과 인근지역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으며, 이와함께 양반 지식인들이 어떻게 동학농민혁명을 인식하고 있었는지도 알 수 있다. 1894년 4월 2일 보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동학의 소요가 난세보다 심해 바늘방석에 앉은 듯하네. 매일 아랫마을의 행랑에 와서 모이는데 양반들은 숨죽인 채 감히 한마디 말도 꺼내지 못한다네. 이들이 말하기를 ‘비록 재상이라도 추궁할 일이 있으면 어려워할 것 없이 체포하여 결박하라’ 하면서 영읍(營邑)의 명령을 아이들 장난처럼 보고 있네. 그가 워엄과 복을 스스로 만들어 발이 도리어 위를 차지한 격이라 기강과 명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 나라가 나라꼴이 아니네. 묘당(廟堂)은 어찌 영칙(令飭)이 없는 것인가? 이미 한달 남짓이 지나는 동안 온갖 변고가 있는데도 아직도 움직일 기미가 없으니, 만약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장차 농사(農事)를 폐할 것이고, 비록 벼슬아치라 하더라도 장차 그것을 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네” 즉 황영수 큰형이 보기에 1894년 4월 당시 충청도 옥천지역에서도 동학농민군들의 세력이 매우 강력했으며 이에 대해 양반들이 대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즉 아랫마을의 행랑에 동학농민군들이 모임을 가졌고 이에 대해 양반들이 어떤 조치도 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동학농민군들이 활동이 그동안 유지되어 왔던 조선이라는 체제에 반하는 것으로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국가의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탄하면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표현하고 있다. 1894년 4월 20일 보낸 편지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었던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동학의 무리들의 소요는 모두 수포(搜捕:색출해 체포함)에 겁먹어 배도(背道)하고 귀화한다고 하였네. 그리하여 그 수괴만 주벌하고 그 아랫사람들은 풀어 주었는데, 군기(軍器)를 탈취하는 변고를 일으킨 박운(薄雲)의 세 수괴(강채서, 최명기, 이일선)는 아직 잡지 못하였다네. 순사(巡使)의 뜻은 무마(撫摩)를 위주로 하지만 지금 만약 엄히 다스리지 않으면 반드시 다시 봉기할 우려가 있네. 만약 다시 봉기한다면 전보다 심할 것이니 이것이 크게 우려가 되는 부분이라네. 고부(古阜)의 적세(賊勢)가 매우 성대하다고 하는데, 뒤이어 전보(電報)가 있었는가? 이는 마을 낭정(廊丁)이 수성군(守城軍)으로서 자세히 조사하여 보내준 것으로 난리 가운데의 일 아님이 없으니 어찌해야 하겠는가? 지금 듣자니 공주(公州)의 군대가 들어가고 단지 청주(淸州)의 군대만 있다고 하며, 부상(負商)은 지패(紙牌)로 일을 행한다고 하네.” 즉 편지를 보낸 시점은 1894년 4월 20일인데, 충청도 옥천과 인근지역에서도 매우 활발하게 동학농민군들의 활동이 전개되었음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1차 봉기 과정에서 충청도 지역에서도 이에 호응하여 또는 자체적으로 동학농민군들의 활동이 있었음이 확인된다. 군기를 탈취한 박운(薄雲)의 세 수괴인 강채서(姜采西)ㆍ최명기(崔明基)ㆍ이일선(李一善)을 아직 잡지 못하였다고 한 것은 이들이 이미 1894년 4월경에 활동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들은 동학농민군 지도자로서 충청도 옥천과 인근지역에서 군기를 탈취하는 등의 활동을 전개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그동안 1차 봉기에서는 충청도에서 호응하지 않았다는 일반적인 견해는 제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강채서, 최명기, 이일선은 충청도 옥천, 유성을 기반으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으며 특히 강채서는 전봉준이 공주를 공격할 때 함께 했으며, 최명기는 동학농민혁명 이후에까지 천도교를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하였다. 1894년 5월 9일 보낸 편지에서는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동학농민혁명 전개과정을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음이 확인된다.“완산부(完山府)의 성이 함락되었으니 참으로 큰 변고일세. 도백(道伯)과 반자(半刺)가 혼비백산하여 도망간 것을 다른 나라에 들리게 해서는 안 되는데, 이로부터 절개를 세워 의리에 죽는 사람은 말단의 직임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네. 최근의 전보(電報)는 어떠한가? 신임 도백은 이미 임지에 부임하였다고 하는가? 동학의 무리들은 기운을 기르고 있을 뿐이지 조금도 징계하여 고칠 뜻이 없으니 통탄스럽네” 이 편지에서는 전주성이 동학농민군에게 함락되고 감사와 판관이 도망하였다는 것에 대해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여 이러한 사실이 다른나라에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오히려 말단 관리들이 의리를 지키고 있음을 칭송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생에게 중앙에서 알수 있는 전개과정이나 전투상황 또는 관찰사가 임명되었는지 등의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즉 당시 지식인들이 동학농민군들의 활동에 대해 매우 불안해하면서도 전개과정을 매우 구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 1894년 5월말경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에서도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본읍의 군기(軍器)를 탈취당한 후에 공주와 청주 두 영(營)의 병사가 잡아간 도당(徒黨)들을 내보낸 것은 두 영에서 곤장을 한 대도 때리지 않고 모두 풀어준 것이니, 이는 비록 살리기를 좋아하는 덕이지만 악행을 징벌하는 뜻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 무리들이 처음에는 비록 위축되어 굴복하였지만, 지금은 의기양양하고, 처음에는 배도(背道) 하겠다고 말했던 자들이 지금은 예전으로 돌아갔다네. 또한 입도(入道)하는 자가 많이 있고 또 몰래 사통(私通)을 돌리는 자가 있다고 하니 통탄스럽고 패악스럽다 할 만하네. 사람들이 모두들 다시 봉기할 것이라고 하는데, 만약 다시 일어난다면 반드시 살육이 있게 될 것이네. 이곳에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안되는데 무릉도원을 아스라이 생각하고 내 신세 곤궁함을 스스로 탄식할 뿐이니 장차 어찌해야 하겠는가?” 이 편지에서는 1894년 5월 충청도 지역에서 동학농민군들에 대한 처벌이 매우 미약하였다고 지적하였고, 반면에 동학농민군들의 세력이 매우 강성해질 것을 우려하면서 본인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될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 편지에서는 이와 함께 전봉준이 이끄는 동학농민군들이 전주성 입성 이후 전개된 완산전투에서 농민군이 패한 상황에 대해서도 소상하게 기록하고 있다. “완산부(完山府)의 도적들이 나가고 초토사(招討使)의 관문(關文)을 보니, 우두머리인 김순명(金順明)과 14세 소년 장사 이복롱(李福弄)을 체포하여 죽였으며, 또 적병 500여명을 죽이고 총과 창 300여 자루를 확득하였으며 장차 머지 않아 성을 수복할 것이라고 하네.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네. 이 근처의 도당들이 이 관문을 보고 크게 기뻐하지 않는 기색이 있었다고 하니, 그 뜻이 매우 음흉하네. 그들의 도(道)를 그들만이 행하여 다른 사람들을 유혹함이 없고 협박함이 없으며 입도함에 작당(作黨) 함이 없고 다른 사람들을 해함이 없이 한쪽에 거처하면서 행한다면, 이단의 무리로 구별하여 서로 상관하지 않을 뿐이니 그렇다면 어찌 오늘날의 변고가 있겠는가?” 동학농민군의 전주성 입성 이후 완산을 비롯한 전주성 인근에서 관군과 동학농민군의 치열한 접전이 있었고, 여기에서 농민군이 많은 타격을 입었는데 이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그 상황을 파악하여 기술하고 있다. 특히 그는 동학농민군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더 이상 활동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표현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자기의 생각을 서울에서 관리로 있는 동생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실천하고자 했으며 아마도 자신의 생각을 동생에게도 영향을 끼치고자 하는 의도로 계속적으로 동생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 아닌가 싶다. 이 편지를 쓴 황영수의 큰형은 당시 조선에 있는 양반 지식인의 가장 표준적인 사상체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병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연구조사부장

  • 기획
  • 기고
  • 2025.06.18 18:52

전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24회계연도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결산심사 돌입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성수, 고창1)는 18일 행정부지사에 대한 정책질의를 시작으로, 24일까지 각 상임위별로 올라온 전북특별자치도 및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의 2024회계연도 결산 및 예비비 지출 승인안에 대한 심사에 들어갔다 이날 예결 특위 정책질의에서 정종복 의원(전주3)은 지방세 체납 문제와 관련해 “ 정리보류나 무재산 처리로 인해 실질적인 징수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많다”며 현 체납 관리의 한계를 지적했다. 특히, “일부 체납자에 대해 단순한 무재산으로 분류하거나 징수를 보류하는 데 그치지 말고, 재산 은닉 가능성이나 허위 신고 여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은미 의원(순창)은 하계올림픽 유치와 관련해 “도내 군 지역이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지역에서도 경기를 개최되고, 지역의 특화된 종목에 대한 지원과 육성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도 의원(전주1)은 “도내 디지털 성범죄에 특화된 통합상담소 운영을 위해 인력과 예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사전 예방과 사후 회복까지 포함하는 고도화된 대응 체계 구축을 당부했다. 박정희 의원(군산3)은 “지속적으로 개선을 약속하고 있음에도 복지 사각지대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현실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1인가구, 은둔형가구 등이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실질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5년간 청년정책 성과가 전국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개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정기 의원(부안)은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대파 등 다른 작물도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며 사전 대비의 필요성을 강조한 뒤 “RE100 산업단지 조성, 새만금 개발 등은 대통령의 주요 공약사항임에도 도차원의 선제적 대응이 미흡한 실정이다. 도가 공약 이행에 속도를 내고,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는 도정운영을 펼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난이 의원(전주9)은 "신혼부부 임대보증금 지원사업의 과도한 예산 불용이 발생한 것은 정책 수요 예측에 실패한 결과”라며 “지자체와 충분히 협의하여 사업 한도를 조정하고, 정책 대상도 확대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성수 위원장은 “우리도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도민안전실이 기피부서로 인식되는 현실에 대해 문제”라며, “재난과 안전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 정부의 기본소득 정책이 복지와 경제회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전북도 차원의 정부 대책에 대한 예산 확보와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창갯벌지역 바지락 폐사문제와 관련해 새만금해수 유통문제를 포함한 원인규명과 대책마련, 한빛원전에 대한 안전대책 투명 추진 등을 당부했다.

  • 자치·의회
  • 백세종
  • 2025.06.18 18:51

전주시 ‘상반기 골목상권 가족문화 드림축제’ 21일 개최

침체된 전주지역 골목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소비 축제가 열린다. 전주시는 오는 21일 평화동 지시제 생태공원에서 ‘제5회 상반기 골목상권 가족문화 드림축제’를 개최한다. 이날 축제는 오후 2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상인회장과 지역 인사의 축사, 전문MC의 레크리에이션, 지역예숙단체의 공연, 초대가수 무대공연 등으로 포문을 연다. 특히 이번 축제에는 △킷사무루카페 △예뻐꽃방 △KT평화점 △왕뚜껑삼겹살 △산마을오리정 △지니스안경집 △치킨신드롬 △팔공가맥 △타이어테크 △은설노래방 △다온 한우 △정가네떡집 △정원콩나물 △월미순대 △파리바게트 △한영철물공구 △영앤영스크린골프 △낙지마당 △모악골 △크리스피크림도넛 등 20개 점포가 직접 참여하는 할인행사 및 서비스 제공 부스가 운영된다. 또 풍선아트와 지역특화상품 시식 등도 마련될 예정이어서 실질적인 매출 증대 및 홍보 효과가 기대된다. 이와 함께 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해 드림캐처 만들기와 컬러링북 체험, 주민 참여 부스 등 20여 개 홍보부스도 운영될 예정이다. 임숙희 전주시 경제산업국장은 “이번 축제는 단순한 행사를 넘어, 지역 상인들이 중심이 되어 골목경제의 활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골목형 상점가의 브랜드화와 고객 유입을 유도할 수 있는 대표 모델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골목상권 드림축제는 지난 14일부터 오는 7월 13일까지 한 달간 지속되며, 시는 이번 평화동 축제에 이어 오는 28일에는 원도심 객사길 일원에서 드림축제를 이어갈 계획이다.

  • 전주
  • 강정원
  • 2025.06.18 18:46

[건축 신문고] 건강한 건축설계환경을 위해서 명확한 과업지시서가 필요하다.

과업지시서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수행자들에게 발주처가 제공하는 명확한 과업 및 구체적 지침을 담고 있는 문서이다. 그 중 건축설계 부분에 대한 과업지시서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과업지시서는 프로젝트 개요와 과업의 목적을 위주로 만들어 나가야 할 사항들을 정리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건축사들이 받아보는 과업지시서들을 살펴 보면 프로젝트와는 다른 과업지시서를 종종 받아보곤 한다. 단순히 프로젝트의 개요만을 고쳐 돌려쓰는 과업지시서는 발주처에게 책임회피 기능과 건축사에게 과도한 용역의 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있다. 다음은 건축사들이 받아보는 과업지시서의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 과업지시서 중 일부를 발췌, 재검토한 것이다. 첫째, 과업범위에 관한 사항이다. 신축, 증축, 리모델링에 따라 달라지는 설계 과업의 범위는 총괄 디자인의 개념으로 통합될 필요가 있다. 계획설계는 모든 설계의 시작인 개념설정 부분이므로 리모델링 설계 시 제외되는 계획설계 부분의 추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또한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에 건축의 종류별로 설계대가를 적절히 산정하여야 한다. 둘째, 과업지시서상 추가업무를 제시하는 항목이다. 추가업무에는 각종 조사, 검사보고서, 투시도/조감도/실내외 색상계획, 인증관련 업무 등이 있다. 이는 ‘엔지니어링 산업진흥법의 엔지니어링사업대가’에 따르면 추가업무에 대해서는 별도로 그 대가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제시된 설계비는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의 직선보간법에 의한 공사비에 따른 계상이며, 그 안에 포함되는 제출물은 별표2 건축설계의 도서작성에 명확히 표현돼 있으므로 추가업무에 대한 근거가 과업지시서에 필요할 것이다. 셋째, ‘건축서비스 산업 진흥법’의 설계 의도구현에 따른 건축 과정의 지속적 참여는 ‘건축서비스 산업진흥법 시행령’에 의해 적용돼야 한다. 넷째, 제출물에 관한 사항이다. 디지털화되고 있는 건축계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트레이싱 페이퍼와 특정 회사의 cad 프로그램 제시 및 과도한 출력물은 현 시점에 맞게 수정이 필요하다. 건축사는 프로젝트를 총괄하여 더 좋은 공간이 만들어질수 있도록 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근거가 없는 모든 과업을 건축사에게만 떠넘기는 불공정한 상황은 우리 공공건축물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일반적 발주부서들은 기존에 했던 자료를 바탕으로 약간의 수정만 거쳐 공고를 내게 된다. 이로 인해 일어나는 각종 불필요한 과업들과 논쟁들을 잠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발주처는 금액별로, 프로젝트 용도별로 과업지시서를 검토할 수 있는 전문팀이 필요할 것이다. 과업 공고시 공고문, 과업지시서와 더불어 설계비용역산정내역서도 같이 첨부하여 더 건강한 건축설계환경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 경제일반
  • 기고
  • 2025.06.18 18:4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오은숙 소설가-시몬느 드 보부와르 '아주 편안한 죽음'

2025년 5월 8일, 향년 79세로 타계하신 스승께서는 생전에 단언하신 바 있다. 문학의 본령은 깃발을 꽂는 데 있다고. 문학은 모든 예술 활동 중에서도 가장 느리게 도착하는 후발대지만, 그 느림 속에서도 깃발을 꽂는 행위로 인간의 삶 한가운데 종지부를 찍는다고. 이후로도 삶은 이어지지만 그것은 변주일 뿐이라고. 그러니, 느리게 간다고 초조해할 필요 없고 빠르게 간다고 우쭐할 것도 없다고. 스승의 단언에 오독이 없길 바라며, 청년 시절 고향 강릉을 떠나온 스승께서 환갑이 넘어 다시 찾은 뒤에 하신 말 또한 깃발에 관한 것이었다. “마침내, 내 이름이 새겨진 깃발을 고향 땅에 꽂았다.” 그 한마디가 닫힌 강의실 안을 감돌던 회환과 맞물려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았다. 뚜렷한 인과를 설명할 순 없지만, 아마도 그때부터 나는 어머니의 죽음을 준비했었는지 모른다. 사신의 그림자가 언제쯤 어머니를 덮칠지 몰라, 마음 한구석이 불안으로 젖어 있던 날들이 많았으니. 새 정부 출범의 깃발이 오른 달에 『아주 편안한 죽음』이라는 책을 소개하자니 어딘지 어색하다. 그럼에도 시몬느 드 보부와르의 이 책은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면은 이재명 정부와 공명한다.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1963년 10월 24일 목요일 오후 4시.” 저자의 어머니가 집에서 쓰러지고 병원에 옮겨진 다음 날, 대퇴골 골절 소식을 전화로 들은 시각이다. 어머니는 검사 중에 암이 발견되고 한 달여 만에 세상을 떠난다. 그동안, 저자가 병원에서 어머니를 수발하며 느끼고 사유한 것들이 책의 중심을 이룬다. 끝내 타인일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고,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자신을 용서하는 것도 수발의 시간 속에서 비롯된다. 관찰과 사유의 문장이 자주 등장하며 마음과 시선을 붙잡는다. 밑줄을 긋고 그 여백에 저마다의 사유를 뻗어나가게 만드는 책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죽음과 돌봄에 대해 더 깊은 웅덩이를 파는 경험을 하게 된다. 책 후반에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담론이 스민다. 이를테면 192쪽에서 “엄마가 그 수요일 아침에 돌아가셨더라면 ~ 악몽과 슬픔 등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나 역시 치매에 걸린 어머니로 인해 겪은 긴 시간의 감정을 하나씩 떠올리게 한다. 193쪽 “엄마의 임종을 늦춤으로써 ~ ,”는 함께한 시간이 회한 없는 작별로 이어졌음을 드러낸다. 194쪽에서는 “공포와 고통과 싸워 얻은 승리를 통해 ~ 실상 엄마의 죽음은 비교적 편안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결국, 이 책의 제목 『아주 편안한 죽음』은 수사적 미화가 아니라 정서적 실체와 가깝다. 집이 아닌 병원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죽음을 맞이했지만, 가족의 손길을 느꼈기에 다른 세계로 떠나는 저자의 어머니는 분명, 안도했다. 스승님의 말처럼, 문학은 결국 깃발을 꽂는 행위인지 모르겠다. 보부아르는 어머니의 죽음 위에 언어의 깃발을 세워 사유를 이끈다. 그것은 인간이 타인의 죽음을 곁에서 바라보며 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적 제의다. 전체적으로 소설적 구성을 띠고 있지만, 회환이나 감정의 파동보다는 죽음으로 향하는 과정을 냉철하게 응시하려는 철학적 에세이에 가깝다. 책은 죽음을 대하는 감정의 바닥을 관찰하는 동시에, 독자에게 불편하고 진실한 질문을 던진다. 오은숙 소설가는 202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을 계기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6.18 18:44

익산시청 직장어린이집 의회 ‘제동’에 공직사회 ‘부글부글’

“시청 공무원도 익산시민입니다.” 속보= 법정의무시설이자 당초 신청사 건립 기본계획에 포함돼 있는 익산시청 직장어린이집의 설치·운영을 두고 익산시의회가 제동을 걸며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자 8면 보도) 직장어린이집 민간위탁 동의안을 심의한 의회는 주차장 부족, 민간어린이집과의 협의 미비, 비용의 적정성 등 문제 삼으며 설치 자체에 부정적 입장인 반면 공직사회에서는 신청사에 어린이집이 들어오는 것은 이미 계획 단계에서 반영돼 시의원들도 다 알고 있는 것인데 이제 와서 일각의 반대로 동의안을 부결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익산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지난 13일 ‘익산시청 직장어린이집 민간위탁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부결 처리했다. 그리고 17일 오후 직장어린이집 ‘설치’ 동의안이 부결됐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심각한 주차장 부족, 민간어린이집과의 협의 미비로 인한 갈등, 비용의 적정성과 심사 자료의 불투명성을 부결 사유로 밝혔다. 특히 “이같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집행부가 협의, 검증,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안건을 상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익산시노동조합 게시판에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함이고 아이를 키우는 많은 직원들이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시의원들은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신청사 건립 계획을 의회에서 전혀 몰랐던 것도 아닌데 터파기 끝나고 12월 완공을 앞두고 있는데’, ‘퇴근하고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제일 늦게까지 혼자 엄마 아빠 기다리고 있어요. 아이 혼자 남아 있는 모습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직원들이 출근하면서 자녀들을 데려다 주는데 주차난이 가중된다니요’, ‘의무시설까지 민간의 간섭을 받아야 된다니’ 등의 반응이다. 이에 대해 이종현 기획행정위원장은 “한국보육진흥원이나 유관 전문가로부터 비용과 운영의 타당성을 검증해야 하고, 이 같은 부분을 엄격하게 심사하는 것이 의회의 역할”이라며 “익산시청 직원들의 보육환경 개선을 위한 직장어린이집은 마땅히 설치돼야 하지만, (이번 부결 처리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민간위탁을 결정하기 전에 지역 민간어린이집과 사전에 상생을 위한 협의를 하고 중요 운영 방침을 조율한 다음에 결정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익산
  • 송승욱
  • 2025.06.18 18:40

국내외 석학들, 초고령사회 해법 위해 고창에 모인다

고령화 시대의 전 지구적 과제 해결을 위해 세계적 석학들과 국내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제1회 서울시니어스포럼’이 오는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전북특별자치도 고창 웰파크시티호텔&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노후의 삶과 비전(Life and Vision in Later Life)’으로, 의료·복지·사회·문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 초고령사회 대응 전략을 모색한다.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의료비 부담, 세대 갈등, 복지비용 증가 등의 사회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서울시니어스타워(이사장 이종균)는 민간 주도로 고령화 문제에 대한 국제 협의의 장을 마련했다. △의료·복지·공동체까지 다층적 접근 포럼은 건강한 노후를 위한 의료와 장수면역, 노인을 위한 사회복지 및 주거 정책, 공동체와 웰다잉 문화까지 폭넓은 의제를 다룬다. 장수면역 분야에서는 세계적 권위자인 브라이언 케네디(싱가포르국립대), 발리 플렌드란(스탠퍼드대), 서유신 박사(컬럼비아대)가 참여해 최신 연구를 발표한다. 이들은 세포노화, 면역과 염증, 호르몬과 수명과의 상관관계 등을 심층적으로 풀어내며 건강하게 나이 드는 방법과 새로운 의료 기술의 역할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 세션 좌장인 박상철 전남대 명예교수는 “우리가 풀어내고자 하는 고령화의 과제는 의료만의 문제가 아니며, 사회, 경제, 문화의 협업과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나가지 않고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사회복지와 주거, 교육 세션에서는 데니스 버넷, 로빈 스톤, 다그마르 베르그스 빙켈스, 호르스트 오파쇼브스키, 옌스 당샤트 등 유럽·북미·아시아권 전문가들이 실증 사례와 정책 모델을 공유한다. 국내에서는 김근홍(강남대), 김정근, 이금룡(상명대), 임병우(성결대), 김승용(백석대), 남현주(가천대), 김광선(함부르크응용과학대) 교수가 참여해 국가 정책과 실천 전략을 발표한다. △고령화 시대, 글로벌 협력의 장 이번 포럼은 단순한 학술 교류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글로벌 협력모델을 제시하는 데 의미가 있다. 초고령사회의 삶과 죽음, 의료, 사회복지, 공동주거, 공동의 유대, 그리고 세대 간 협력과 소통이라는 다층적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국내외 전문가들의 지혜가 모아지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포럼 주최 측은 “이 행사를 계기로 한국과 세계가 고령화라는 공동의 도전 앞에서 새로운 희망과 해법을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포럼이 열리는 고창 웰파크시티호텔&컨벤션센터는 국내 유일의 게르마늄 온천 시설과 대한민국 최초·최대의 시니어타운으로, 시니어 세대에게 잘 알려진 명소이기도 하다. △이종균 서울시니어스타워 이사장은 의료인에서 사회복지사업가로… 고령화 해법에 헌신 서울시니어스타워 이종균 이사장은 의료인의 길을 넘어 사회복지사업가로 새로운 삶을 걸어온 인생의 궤적과 소명을 이번 행사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 이사장은 “고령화는 단순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방식과 사회의 역할, 그리고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라고 강조하며,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세계의 지혜를 모으고, 사회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계기로 이 포럼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1950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난 그는 광주서중, 광주일고를 거쳐 조선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전주 예수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수료하고 공군 군의관으로 복무한 뒤, 청량리에 송도병원을 개원하여 대장항문 질환 분야의 권위자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의료인의 삶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복지 분야로 인생의 소명을 확장해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매일 새벽 6시에 기상해 책과 자료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점심은 간소한 도시락으로 해결하며, 저녁에는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통해 심신의 건강을 유지한다. 30년 가까이 실버케어, 요양, 사회복지 서비스 분야에 헌신해온 그는 앞으로도 한국의 고령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어르신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더욱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 기획
  • 박현표
  • 2025.06.18 18:37

재판 급증 전주지법, 만성 주차난에 방문객 '불편'

“주차장 기다리다 재판에 늦었어요.” 전주지방법원이 만성적인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다. 재판 건수 자체가 증가한 것이 이유로 분석되고 있는데, 이용객 편의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오전 10시께 전주지법 앞 도로에는 법원에 들어가기 위한 차량들의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사회복무요원들은 대기 중인 차량들에 다가가 “지금 법원 주차장이 만차여서 조금 기다리셔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몇몇 운전자들은 사회복무요원들에게 언성을 높이거나 폭언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주차 관리를 하던 한 사회복무요원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재판이 많은 날은 주차장 진입을 하려는 차들의 긴 줄이 늘어선다”며 “인근 공영주차장까지 가득 차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용객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날 법원을 찾은 김모(40대) 씨는 “동생의 재판이 10시에 예정돼있는데, 주차장 대기를 하다 재판에 늦었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또 다른 이용객은 “법원 주차장은 줄이 너무 길어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왔다”며 “그래도 오늘은 공영주차장에 자리가 있었지만, 경매 재판이 진행되거나 재판이 많은 날은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 법원을 찾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전주지법은 지난 2019년 12월 덕진동 청사에서 만성동 신청사로 둥지를 옮겼다. 신청사는 지상 221대(직원 60·민원인 161), 지하 130대(직원 전용) 등 총 351대의 주차면을 갖추고 있다. 개청 초기 신청사는 구청사 당시 문제됐던 주차문제를 어느정도 해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최근 전주지법은 재판 건수 자체가 늘어남과 함께 경매, 민원건수 등도 함께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주차 수요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사법정보공개포털에 따르면 전주지법 신청사가 개소한 2019년 형사사건(1심 단독·합의, 항소심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전주지방법원)은 총 5439건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준에서 2024년 형사사건은 총 6366건으로 17%가량 증가했다. 전주지법 관계자는 “현재 주차관리 통제실을 갖춰 놓고 법원 주차장에 비어있는 주차 대수를 파악해 정문 초소에 연락하는 식으로 주차를 통제하고 있다”며 “현재 수용할 수 있는 최대 범위에서 이용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부족한 주차대수를 만회하기가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주차 관리방법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을 하고 시스템도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 법원·검찰
  • 김경수
  • 2025.06.18 17:36

[사설] 폭염·폭우 대응, 취약계층 밀착 지원을

여름철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일부터는 전북을 비롯한 내륙지방에도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특히 올해는 장마 시작부터 호우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강하고 많은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고돼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이어지는 ‘극단적 여름’이 시작됐다. 기후변화로 인해 극한호우와 폭염 등 여름철 자연재해가 더 빈번해지고, 그로 인한 피해도 커지고 있다. 갈수록 다양화·대형화되는 자연재해로부터 시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후재난에 대한 선제적 대비가 요구된다. 올해도 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와 각 지자체에서 여름철 재해예방 대책을 속속 내놓았다. 또 지자체와 관련 기관에서 여름철이 다가오면 연례행사로 재난 취약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관리·감독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어 종종 문제가 된다. ‘여름철 취약계층’에 대한 밀착 지원이 필요하다. 올여름에도 극한의 폭염과 폭우가 예고된 만큼, 고령자와 임신부·만성질환자·빈곤층·장애인·야외노동자 등 기후재난 취약계층의 건강하고 안전한 여름나기에 특별히 신경써야 할 것이다. 영농기, 논밭과 시설하우스에서 일해야 하는 고령의 농업인들도 걱정이다. 전주시가 폭염·폭우 등 기후재난에 대비한 ‘여름철 종합대책’을 본격 시행한다고 17일 밝혔다. 독거노인과 장애인, 기저질환자, 야외근로자, 농업인 등 폭염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안전관리 대책도 포함됐다. 이처럼 정부 관련 부처와 지자체 등에서 여름철 기후재난으로부터 취약계층의 피해를 막기 위한 각종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안타까운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더 촘촘한 사회적 안전장치와 관심이 필요하다. 해마다 판에 박힌 대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이 같은 대책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현장에서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동시에 재난 대응 사각지대는 없는지 지속적으로 살피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 농축산업과 수산업 분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자체의 세심한 안내와 지원도 요구된다. 우리 사회 취약계층, 그리고 농번기에도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우리 농촌에서 기후재난으로 인한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 전체가 관심을 쏟아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6.18 17:30

[사설] 삼복더위 전주세계소리축제, ‘정체성’ 찾아야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가 8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북특별자치도 일원에서 ‘본향의 메아리’를 주제로 총 57개 프로그램, 69회 공연을 선보인다고 한다. 축제조직위원회는 6월 17일 2025년 축제 프로그램 발표회에서 24회를 맞는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한국 전통 공연예술 중심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세계화 및 시장 확대를 목표로 한다고 하였다. 특히, 올해 소리축제는 ‘올림픽 정신의 다양성’에 주목하며, 세대와 국경, 경계를 넘어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를 지향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또한 올해 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장르별 시장 거점화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되어, 전통예술 분야 대표 공연예술제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고 한다. 이는 문화 예술 분야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특화된 장르의 공연예술축제를 해당 지역의 공연 예술 유통 거점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란 점에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 간다는 것에서 긍정적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난해 갑자기 가을 축제인 세계소리축제를 삼복더위 축제로 바꾼 것에 대한 검토와 논의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2001년 시작되어 2023년까지 가을 소리의 향연을 대표하던 전주세계소리축제를 2024년 갑자기 여름축제로 바꾼후 올해도 삼복더위 축제를 이어가겠다는 조직위의 입장은 보다 명료한 근거와 입장이 요구된다. 사실 작년 전주세계소리축제가 8월 여름 축제로 개최 시기를 옮길 때 그 이유가 소리축제가 가진 차별성을 더욱 강화한다고 밝혔다. 또 전국 각지의 본격적인 축제 및 공연 시즌에 앞서 개최해 수준 높은 예술가와 작품을 사전 확보하고 국내외 기관 협력의 폭도 확장하여 축제의 발전적인 미래를 도모하겠다는 전략적 선택도 설명했었다. 그런데 과연 남들보다 조금 먼저 한다는 것 이외에 ‘차별성’이 무었인지, 기간 조정을 통해 이룬 성과는 무엇인지 구체적 자료없이 작년과 같은 기간에 하겠다는 것은 단지 ‘하계올림픽기간’에 맞추겠다는 의도외에 새로운 정체성 확립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차제에 조직위는 솔직한 입장과 도민의 협조와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하면서 전주소리축제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기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6.18 17:30

[의정단상]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절망의 밤이 저물고, 희망의 새날이 밝았다. 대한민국은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라는 지난한 혼란과 혼돈의 늪에서 나와, 거꾸로 폭주하던 역사의 수레바퀴를 온 힘으로 멈춰 세웠다. 반복되는 탄핵과 조기대선은 불행이지만, 훼손된 헌정질서와 상처받은 민주주의를 바로 잡은 회복력은 우리의 단단한 저력이기도 하다. 이제, 다시 대한민국은 길을 찾아야 한다. 눈 앞에 과제가 산적하다. 계엄으로 마비됐던 국정의 실타래를 풀고, 대외적으로 추락한 국격과 위상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정치·경제·외교안보 등 사회 곳곳에 짙게 낀 불확실성이라는 안개를 걷어 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건 무능과 실정으로 멈춰 선 경제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일이다. 0%대 저성장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안고 시작한 이재명 정부가 잠재성장률 3% 달성 목표의 성장 기조로 항로를 정했다. 소상공인 어깨 위 무거운 짐을 나누고, 꽁꽁 언 가계의 지갑을 열고, 골목마다 돈이 돌 수 있도록 2차 추경이 시급하다. 질과 양, 속도라는 토끼를 모두 잡아, 메마른 땅을 충분히 적셔 회복과 성장의 새싹을 틔워야 한다. 국민의 엄중한 명령을 받들어 정의를 회복해야 한다. 두 번 다시는 이 땅에 내란의 망령이 서성이지 못하도록 내란을 완전히 종식하고, 무너진 민주주의의 기반을 더욱 굳게 다져야 한다. 내란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이 통과된 만큼 국민 앞에 그날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것이 탄핵으로 두 쪽 난 분열을 봉합하고, 최소한의 정의를 회복하는 길이다. 거부권 정치에는 마침표를 찍고, 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 ‘쌀값 정상화법’으로 식량안보의 주춧돌인 농민의 목숨값을 지키고,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법’으로 서민경제의 뿌리를 살려야 한다. 민생법안에 덧칠했던 정쟁의 덫을 거둬내고, 국민의 삶에 진정 필요한 제도가 선한 목적대로 작동될 수 있는 촘촘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청산이나 보복이 아닌, 협치와 정치의 복원도 시급하다. ‘지나간 악의 크기가 아니라 미래에 다가올 선의 크기’가 중요하다. 지난 겨울은 정치의 힘을 믿는 이에게조차 참으로 혹독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사람을 살리는 힘은 결국 정치에서 나오기에, 정치는 국민의 삶을 살리는 유용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 국가의 공동선을 확장하고, 국민의 내일을 키우는 일에 여야가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총성 없는 국제전쟁 속 몇 겹의 치밀한 전략 마련도 필요하다. 안보와 무역을 연계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고율 관세 외에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 주한미국 감축이나 세계무대에서의 새로운 역할을 요구해올 수 있다. 격랑의 파고에서 중심을 잡고, 대한민국의 지위와 주도권을 지켜내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모든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건 실용과 실력이다. 순간이 지나면 사라질 무용한 위로가 아닌 실리적인 하나, 하나의 정책이 국민을 어제보다 나은 내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 잘 포장된 그럴듯한 장밋빛 전망보다, 실재의 날것이 갖춘 구체성이 국민에겐 더 절실하다. 정부가 성공해야 국민도 안녕하다. 국민주권정부의 닻을 올린 이재명 정부가 목적지까지 순항할 수 있도록 기항지를 만들어야 한다. ‘정의로운 통합정부, 유연한 실용정부’의 성공을 향해 함께 뚜벅뚜벅 나아가야 할 시간이다. 박희승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남원장수임실순창

  • 오피니언
  • 기고
  • 2025.06.18 17:29

[타향에서] 한국의 수니온곶 변산반도 적벽강

내 고향 김제에서 가까운 전라북도 변산에는 ‘채석강’과 ‘적벽강’이라는 관광 명소가 있다. 아마 많은 사람이 적벽강은 몰라도 채석강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두 곳은 ‘강’이라는 이름만 붙어 있을 뿐 사실 흐르는 강은 아니다. ‘채석강彩石江’은 주변 경관이 중국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술을 마시다가 강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은 강을 닮아 그 이름을 딴 지명이고, ‘적벽강赤壁江’은 주변 경관이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노닐었다는 강을 닮아 그 이름을 딴 지명이다. 채석강과 적벽강은 ‘죽막마을’을 사이에 두고 서로 인접해 있다. 채석강에서 싸드락싸드락 걸어서 출발하면 격포해수욕장 해변을 거쳐 죽막마을을 지나 20여 분 만에 적벽강에 도착할 수 있다. 나는 두 곳 중 적벽강을 더 좋아한다. 그곳이 그리스의 수니온곶을 빼닮았기 때문이다. 그곳에 가면 수니온곶이, 그리고 수니온곶에 가면 적벽강이 생각날 정도다. 우선 수니온곶이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가 있는 아티카반도 끝자락에 놓여있는 것처럼 적벽강도 변산반도 서쪽 끝자락에 놓여있다. 또한 수니온곶에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신전이 있다면 적벽강에도 수성당이라는 당집이 있다. 수니온곶은 앞쪽으로 에게해의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어 바다의 신의 성소가 자리 잡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곳에 포세이돈의 강한 기운이 서려 있다고 생각하고 일찍부터 제단을 쌓고 그에게 제물을 바치며 선원들의 무사 귀환을 빌었다. BC 8세기경의 호메로스가 쓴 『오디세이아』에 따르면 헬레네의 남편 메넬라오스는 트로이 전쟁 후 스파르타로 돌아가다가 수니온곶에 상륙하여 포세이돈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무사 귀환을 빌었다. 적벽강도 칠산 앞바다, 위도, 상왕등도, 하왕등도, 고군산 군도 등이 아주 잘 보이는, 낮아도 그곳에서는 가장 높은 용두산 정상이라서 그 지역을 항해하는 배들과 어선들을 돌보는 당집이 들어서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수성당은 상량 기록에 따르면 조선 시대 순조 때 지어졌다. 하지만 발굴된 유물에 따르면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앞선 삼국시대부터 고기잡이를 떠나기 전 그곳에서 바다의 신에게 제물을 바치며 무사 귀환을 빌었다. 수성당에 모신 신은 거인巨人 ‘개양할미(혹은 계양할미)’와 그녀의 여덟 명의 딸이다. 구전에 따르면 개양할미는 수성당 근처 여울굴에서 나와 여덟 명의 딸을 낳아 일곱 명은 각각 전국의 도로 보내고 남은 한 명과 함께 서해 바다를 다스렸다. 개양할미는 특히 조기가 많이 나던 칠산 앞바다를 성큼성큼 걸어 다니면서 어부들을 위해 위험한 곳은 알려주고 거센 파도는 잠재워 주었다. 언젠가 개양할미는 곰소 앞바다의 깊은 곳 ‘계란여’를 지나다가 치마가 조금 물에 젖자 화가 나서 얼른 육지로 건너가서는 치마에 흙과 돌을 가득 담아 와 단숨에 그곳을 메우기도 했다. 끝으로 수니온곶과 적벽강은 똑같이 석양으로 유명하다. 수니온곶이 석양에 비친 포세이돈 신전으로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면, 적벽강은 석양에 비친 진홍색 바위와 바닷물이 서로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적벽강처럼 전라북도에는 전 세계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또 다른 명소가 있다. 바로 9개 코스 총 240km에 달하는 ‘아름다운 순례길’이다. 그중 ‘수류성당’에서 ‘금산사’까지 이어지는 제7코스는 천주교, 불교, 기독교, 원불교 등 우리나라 4대 종교의 화합을 염원하면서 조성한 길이라 뜻깊어 더욱더 ‘아름다운’ 길이다. 김원익 홍익대 교수·세계신화연구소 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6.18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