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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귀농문화 정착과 식물공장

지난 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있었던 농생명 산업 정책 관련 공청회의 사회를 본 일이 있다. 올 봄부터 한반도에 기후변화의 심상치 않은 징조들이 확연하게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작물학회 주관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전기전자 전공인 필자가 이 공청회의 사회를 보게 된 것은 평소 농생명 산업에 IT 융합기술을 적용하여 보다 안정적인 작황을 유지하는 기술에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한국작물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방송통신대학의 류수노 교수와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발제를 맡은 류 교수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한반도의 식량자원 전략을 다시 짜야하며, 특히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20%대로 매우 낮아 조속하게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실제로 이런 우려는 최근 국내외에 있었던 여러 사건을 통해 중요한 현실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여름, 러시아가 밀을 비롯한 식량 수출 동결을 선언하더니 중국은 옥수수 사재기를 해 일본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세계는 바야흐로 식량전쟁 초읽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국내 상황을 보자면, 여름철 폭염과 잦은 비로 채소 작황이 나빠 배추 가격이 10배로 뛰는 등 서민 생활에 타격을 주고 있다.식량안보로 시작한 공청회는 국립식량과학원 전혜경 원장이 패널토론에서 초고령화 사회를 언급하며 그 초점이 바뀌었다. 전 원장은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 선진국의 예에서 보듯 도시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귀농하려는 고령 인구가 다수 발생할 것이라고 하면서 밭농사 보다는 논농사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고령화 대책의 일환으로도 벼를 재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그런데, 정말 벼농사가 쉬울까? 농약치고 화학비료 사용하는 벼농사는 비교적 쉽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고령 인구의 귀농현상이 본격화 될 시점에는 쌀수입 개방이 상당히 이루어져 일반적인 벼농사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을 것이고, 유기농 친환경 농법이 꾸준한 수요 증가로 그나마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도시 생활을 했던 사람들에게 잔손이 많이 가는 유기농 벼농사는 결코 밭농사보다 쉽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밭농사를 쉽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마지막 패널로 토론에 참여한 전주생물연구소 권태호 소장은 고령 인구가 비교적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농사법으로 '식물 공장'을 언급했다. '식물공장'은 IT기술과 LED 조명 등을 이용해 외부 기상에 전혀 영향 받지 않고 고품질 식물 재배를 속성으로 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되고 있다. 식물공장은 LED등 조명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잔손이 많이 가지 않게 식물 재배환경을 제어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야만 고령자들도 용이하게 창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이는 IT 전문가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마침 우리 전북이 지식경제부의 신성장동력 프로젝트로 'IT-LED 식물공장'을 수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은 단지 농촌의 경제적 이득에 그치지 않고 농촌 문화에도 적쟎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도시의 고령 인구 뿐 아니라 과학영농을 꿈꾸는 젊은층의 귀농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들의 지역사회 활동이 그동안 이농현상으로 침체되었던 농촌에 어느 정도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맹성렬 (우석대 전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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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12 23:02

[문화마주보기] 잊혀진 사람들의 기억, 용담 수몰과 담수

'박물관'을 흔히 옛 것들만을 모아 보존하는 곳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박물관은 으레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곳이거나 아니면 고리타분한 문화시설쯤으로 인식되곤 한다. 박물관에서 느끼는 문화의 아름다움도 예술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지역 박물관은 늘 관람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정보와 영상의 홍수 속에서 지역 자그마한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의 가치는 저평가 된다.하반기에 들어서면 박물관들이 유물을 구입한다. 수집하거나 구입한 유물은 유물평가를 통해 가치가 부여되고 수집과 구입여부가 결정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문화유산들을 수집하는 지역의 박물관들은 확보된 예산과 유물의 가치 속에서 갈등하기 마련이다. 그나마 꾸준히 유물을 구입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는 형편이다.지난주 진안역사박물관을 들렀을 때 유물의 수집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의 이유야 올해 구입유물에 대한 평가였지만, 내일부터 개관하는 용담댐 수몰 지역의 생활유물에 대한 전시 준비를 들러보면서 박물관의 기능과 역할의 대상이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학계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올해는 용담호가 완공되고 물을 가두기 시작한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전라북도에서 용담호가 가지는 의미를 고려할 때, 전북일보에서 기획특집으로 연재하는 것을 빼면 너무나도 조용하다. 용담호 밑 땅에 터 잡고 살았던 사람들이 우리들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나, 그 사람들이 가슴에 묻었던 그리움과 추억을 그저 잊혀진 옛날로 이해하기에 '용담'은 크다.그나마, 진안역사박물관의 전시기획은 소박하지만 큰 '용담'의 이야기를 담으려 하고 있다. 특별전은 용담댐의 '수몰'과 '담수'라는 이중의 표현에 수몰을 택하였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담수와 수몰의 표현은 주체에 따라 변한다. 지역의 삶을 이야기해야 하는 박물관에서 '수몰'의 선택은 개발의 이면에 감추어진 잊혀진 자들을 기억하려는 것이다. '담수'는 개발로 인해 변화한 지금의 삶을 이야기 하는 것이기에, 박물관의 전시목적은 결코 담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전시기획은 사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갈 수밖에 없다. 고향을 떠나야 했던 수몰 지역민들에게 당신들이 사용했던 어쩌면 하찮은 물건들 항아리, 망태, 홀태, 쟁기, 도리깨 등등 땅에 의지하면서 생활했던 흔적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그렇게 한 점 두 점 면사무소 마당에 옮겨진 유물들이 박물관이 건립되고 수몰 10년이 되는 올해, 잊혀지겠지만 잊혀지기를 바라지 않았던 당시 사람들의 소박한 꿈이 이제야 이루어지는 것이다.전시유물은 너무나도 소박한 것들이다. 유물의 절대적 가치를 따지기도 어려운 20세기의 생활용품들인 것이다. 그러나 그 유물들에는 용담 수몰지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유물이 담고 있는 가치는 그래서 어느 유물보다 더 값진 것이다.지역박물관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박물관이 살아남는 길은 진안역사박물관의 용담 수몰 전시처럼 어쩌면 현재의 삶을 담아 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 해결점에 있다고 할 것이다. 옛날 유물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과 물건(objet)을 수집하는 것이 가까운 미래 박물관의 경쟁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전북일보 2010.10.5)/ 홍성덕(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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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05 23:02

[문화마주보기] 아침론(論)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는 희망이 전혀 없어 보이는 마지막 상황 속에서도 "내일은 다시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는 명대사를 남긴다. 눈물을 훔치며 재기를 다짐한 '내일의 태양', 하지만 난 내일보다 '오늘의 태양'을 더 좋아한다. 어제의 실패가 있어도 오늘이 있기에, 아침만 되면 그래서 난 가슴이 뛴다. 창세기의 첫날처럼 눈부시게 솟아오른 '오늘의 태양'이 서늘한 산기운들을 거느리고 또 산을 넘어오기 때문이다.푸르스름한 새벽이 밀려와 있다. // 어둑한 안개 속에 묻혀 / 아직 잠들어 있는데 //?멀리서 온 큰 산들이 /?집 앞의 작은 산들을 깨우고 있다. //?수런수런 젖은 어깨를 털고 / 어슴푸레 고개를 내미는 // 작은 산의 봉우리들 // 재우지 못한 꿈들일랑 / 산 너머에 묻어 두고 /?다시 솟아오른 햇살들이 // 너를 기다리고 있노라고 //?서늘한 산 기운들이 / 어머니처럼 // "야, 야" 또 내 어깨를 토닥인다. - 〈졸시,「아침 經. 1」 전문〉아침만 되면 누군가가 내 어깨를 토닥이며 깨운다. "화자는 그 신탁(神託)의 대상을 뫼에게 돌렸다. - '멀리서 온 큰 산이/ 집 앞의 작은 산을 깨우'는 이런 활유(活喩)는 단순한 비유의 관계를 넘어 뫼(山)에 대한 웅숭깊은 애니미즘에 뿌리를 뒀다. - 그러기에 아침은 자성(自省)을 여는 시간이자. 자성을 밝히는 시작이다. 그러니 죽비처럼 "내 어깨를 토닥"이는 산 기운이 있는 것이다. 화자는 산으로 출가하는 사문(沙門)들보다 먼저 신비주의에 쌓인 뫼를 우리들 삶의 저잣거리로 불러 내리길 원한다." 라고 시인 유종인은『시선』(2010년, 가을호- '다시 읽고 싶은 리뷰작')에서 말한다.천천히 그는 오고 있었다. // 밤을 샌 / 개선장군처럼 // 산 너머 어둠을 이기고 /?아직 잠들어 뒤척이고 있는 // 마을 앞/ 어린 산들에게 다가와 // 내가 왔노라고 //?그래?또 새로운 하루가 / 시작되었노라고......// 파닥거리며 이 저곳에서 / 날개를 펴는 하얀 숨결들 // 멀리서 / 학(鶴)처럼 솟은 말간 아침이 // 쭉쭉 다시 얼굴을 내민다. - 〈졸시,「아침 經. 2」〉아침에는 상쾌한 공기가 있다. 그리고 그 아침 속에는 아직 열어보지 못한 '오늘'이라는 선물이 들어 있다. 어둠을 딛고 넘어온 아침, 개선장군처럼 산 너머 어둠을 이기고 마을 앞 어린 산들에게 다가와 "내가 왔노라고, 그래?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노라"고 손을 내민다.아침은 언제 오는가? 그리고 어떻게 찾아오는가? 아침은 어둠의 밤을 지낸 후에 찾아온다. 그리고 다시 솟아오른 오늘의 햇살과 손을 잡으면 아침이 된다. '이미 지나간 것'과 '아직 오지 않은 것' 사이에 주어지는 선물, 이것이 '오늘 아침'이다. 어제의 태양을 놓쳤다면 오늘의 태양만은 확실하게 붙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아침에는 운명이란 게 없다. 오직 새날이 다가오고 있을 뿐이다./ 김동수(시인. 백제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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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9.28 23:02

[문화마주보기] 뉴스 연쇄살인

뉴스에서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장관이 딸을 특별채용한 찌질한 사건과 새롭게 밝혀진 지난 외교부 고위 관료 자녀 특채 논란이 한창이다. TV는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언급한 공정한 사회를 빗대며 뻔뻔하기 이를데 없는 사회지도층의 작태를 비난하고 방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 와중에 외교부가 이 사실을 제일 먼저 단독으로 보도한 SBS에 보도 누락 압력을 넣은 사실이 묻힌 게 심히 유감이다. SBS는 지난 2일 〈8시뉴스〉를 통해 이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했고, 이후 외교부 관계자의 전화를 받았다. SBS는 특종을 잡고서도 같은날 〈나이트라인〉과 다음날 아침종합뉴스에서 관련 소식을 다루지 않았고, 후속 보도를 내보내지 않았다.요즘 방송가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보면 과연 지금 우리가 언론의 자유 시대에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사건들로 가득하다. MBC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은 1990년 '우루과이 라운드'를 다룬 방송이 불방된 이래 20년 만에 처음으로 경영진 방송 보류 지시로 불방됐다가 다음 주에 사전 편집 의혹을 받으며 방송됐다. 방송 이전에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이 방송분에 대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각 방송사에서 시사고발 프로그램과 교양 프로그램은 위기를 맞고 있다. MBC에서는 〈후플러스〉와 〈김혜수의 W〉가 폐지되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주말 〈뉴스데스크〉의 시간대를 밤9시에서 8시로 옮긴다는 방안이 임원회의에서 결정되어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SBS는 최근 〈나이트라인〉에서 적자 경영에 시달리고 있는 모회사인 경제전문채널 CNBC 소속 기자가 고정 출연하는 코너를 신설했다. 이에 기자들은 뉴스마저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동원되면 앞으로 SBS 뉴스의 공정성과 뉴스의 질이 심각하게 우려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CNBC 기자 출연에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KBS는 일찌감치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를 폐지했고, 아예 탐사보도팀 자체를 해체했다. PD 저널리즘과 사회 고발 성격이 짙은 시사 프로그램, 매체 비평 프로그램이 낮은 시청률을 핑계로 자취를 감췄다. 권력과 자본이 싫어하는 보도물을 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구조로 변질된 공영방송 KBS는 정치적 독립성과 보도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들이 단지 시청률 때문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정부와 자본의 언론 장악이라는 밑그림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정부와 자본이 언론을 장악하려는 근본 이유는 "자기검열이다. 스스로 말에 대해 두려움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목적을 상당히 달성했다." 라고 답했다.언론 자유가 축소되고, '지록위마(指鹿爲馬)' 보도가 노골적으로 늘어난 요즘, 눈과 입이 잘려 버려지는 뉴스들의 신음 소리가 높다. 뉴스 연쇄살인범이 판치는 세상이다. 대한민국 시사 고발 뉴스들이 위험하다./ 강지이(독립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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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9.14 23:02

[문화마주보기] 관광문화 자원의 중요성 - 맹성렬

지난 8월 말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한영 공동기술개발 타당성 조사' 용역과제 수행을 위해 영국의 케임브리지를 다녀왔다. 교수들과의 면담을 마치고서 자투리 시간에 관광객들 무리에 섞여 케임브리지 구석구석을 거닐며 15년 전 유학을 처음 시작하던 때를 회고할 수 있었다. 케임브리지는 학교 도시이며 동시에 영국의 대표적인 관광 도시이기도 하다. 학기 중에는 도시 전체가 학생들로 시끌벅적한 학교이지만, 방학, 특히 여름방학 때에는 학생의 종적은 찾아보기 어렵고 골목마다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관광지로 돌변한다. 이렇게 케임브리지가 영국의 대표 관광 명품 도시가 된 것은 사회문화적 가치 유지와 상업적 이익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 감각을 유지했기 때문이다.이 도시의 중심부는 건축과 조경 및 업종을 규제하며, 특히 역사 유적으로 가치가 높은 지역에서는 거주민이 큰 불편을 느낄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그래서 대부분의 거주지는 기존의 외형을 보존한 상태에서 샤워룸, 엘리베이터 등 내부의 생활 편의 시설을 설치한다. 이렇게 개축하는 것은 헐고 새로 짓는 것 보다 비용이 훨씬 더 든다. 하지만, 이와같이 지속가능 주거지를 유지함으로써 대대적인 관광 유치로 보상 받는다.최근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국가 이미지 메이킹 전략으로 '올드 브리태니아'를 천명하여 화제가 되었다. 집권을 하고 있는 보수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동시에 공격적인 관광 산업정책을 펼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일반적으로 영국은 금융과 관광산업의 나라로 여겨진다. 금융은 세계 1~2위를 다투고, 관광도 세계 6위권이기 때문인데, 사실 제조업도 세계 6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국의 제조업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이유는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 제조업을 첨단 고부가가치 제조업이 대치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첨단 제조업은 국가 총생산에 이바지하는 바가 큼에도 불구하고 고용창출 등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그에 비해 관광산업은 중소 상공인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며 고용창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번 캐머런 총리의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정책 제안은 선진국 영국이 당면한 양극화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서울의 도시 계획을 둘러싸고 최근 대학로와 인사동 문화지구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지역들의 사회 문화적 가치가 상업적 이익보다 지나치게 강조되어 거주민들의 권리를 많이 침해했다는 판단아래 상업 지구를 대폭 수용하는 규제완화가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규제를 푸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사회문화적 가치를 크게 훼손해가면서 당장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이해당사자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하는 현재의 정책 전환은 큰 문제가 있어 보인다. 노래방과 편의점, 그밖의 유흥시설이 난립하여 다른 지역과 차별화가 없어진다면 결국 그 지역의 문화관광적 가치 감소로 경제적 실익도 사라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최근 전주 한옥마을에 대해서 더 이상의 상업화를 지양하고 지속 가능한 주거지로 도약시키려는 움직임은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여기서 더 나가 전북지역의 문화관광 자원을 발굴하고 그 가치를 제고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경제 개발기에 전북이 한동안 소외되는 바람에 전통적 문화유산이 산재한 지역이 경제논리에 밀려 재개발되지 않은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역민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생태적 가치가 크게 훼손된 곳이 태반이다. 지금이라도 지역민들이 관심을 갖고 나서 지속가능한 문화관광자원으로 잘 가꿀 필요가 있다./ 맹성렬(우석대 전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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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9.07 23:02

[문화마주보기] 문화콘텐츠, 이젠 모두 다 아는 것이건만

스마트폰이 몰고 온 변화가 너무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공간적 시간적 제약으로부터 탈출을 의미했고, 한편에서는 '종속'을 이야기하고 있다. 상호 대립적 평가들이 내려지고 있지만, 스마트폰에 대한 생활의 변화가 통제와 종속을 앞서고 있는 것 같다. 작년 가을쯤 희망자들에 한하여 스마트폰을 지급하겠다는 학교의 방침이 전해졌을 때, 발빠른 대응에 놀라워하면서도 알고 있는 지인들은 내가 신청하지 않았다는 점에 의아해 한 적이 있다.다들 내가 IT쪽 기기라면 신상족의 기질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잘하는 것인지 주위에 있는 분들이 익숙하지 않은 것인지 재단할 수는 없지만 학교에서 그냥 지급해준다는 것을 마다하는 나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실 속 마음은 앞 다투어 희망하고 싶었지만 두 가지 이유에서 선택을 미루었다. 첫째는 주체할 수 없이 빠져들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었고, 둘째는 아이폰의 저력에서 나타나듯이 콘텐츠의 문제였다. 25만개가 넘는다는 어플리케이션이 개발되었지만, 정작 내가 필요로 하는 어플이 얼마나 있을까라는 우려심이 조금 더 앞서있다. 그것은 또 눈앞에 펼쳐지는 다양한 기능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의 경제적 효율성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판적 의견도 한 몫을 했다. 늘 연구실 컴퓨터 앞에서 앉아 있는 사람으로서 스마트폰의 기능은 삶을 변화시킬 정도로 매력적이지는 않았다.그렇지만 스마트폰의 위력은 대단할 것이다. 적어도 그렇게 발전해 갈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스마트폰의 구입을 연기한 것이지 사지 않겠다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단기 기기의 우월성이 아닌 그 기기를 통해 얻고자 하는 생활의 편리함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이젠 흉물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몇 년전 한옥마을에 RFID를 기반으로 하는 안내기기 설치 사업이 있었다. 국가로부터 교부세 몇 억인가를 받아 설치해 놓은 것이지만 몇 년 되지 않아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인간의 삶을 기기를 통해 바꾸어 보고자하는 마음을 탓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세상의 흐름을 읽어 내려면 기기의 효용성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기기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 주고자 하는 것들에 대한 검토가 먼저이다. 기기만을 최신(당시로서는)으로 한다 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수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사회에서 인쇄된 홍보물이나 RFID기반의 홍보기기나 스마트폰의 사용은 매체의 변화에 지나지 않는다. 정보 획득의 편의성은 그것이 익숙해 질 때쯤이면 더 이상 편리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다음 성공의 열쇠가 바로 콘텐츠인 것이다. 어진봉안 600주년 행사도, 전라감영 복원 및 4대문 복원사업도 결국에는 콘텐츠를 어떻게 담아 낼 것인가의 문제이다. 스마트폰 열풍 이후 조만간에 한옥마을에도 아니 전국의 모든 지자체들이 지역관광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서 보급할 것이다. 수많은 예산이 들어갈 것이고 또 그렇게 예산이 낭비될 것이다. 적어도 콘텐츠에 대한 고민 없이 개발이 된다면 말이다.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 모두가 다 알고 있는데, 그 콘텐츠를 실현시키지 못하는 것은 스마트폰을 들고 그저 전화와 메시지만 주고 받으면서 스마트폰 사용자임을 자처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전북일보 2010.8.28)/ 홍성덕(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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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31 23:02

[문화마주보기] 역설의 미학 - 김동수

역설(逆說)은 모순 어법으로 일종의 '낯설게 하기'이다. 얼핏 보기에는 모순된 논리 같으나 깊이 생각해 보면 그 말 속에는 일종의 진리를 품은 깊은 통찰이 숨어 있다. 시인들은 이러한 통찰의 세계를 보다 밀도 있게 압축한 역설의 언어를 통해 시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침묵이 곧 웅변', '지는 것이 이기는 것',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주고, 예쁜 자식 매 한 대 더' 등이 그것이다.'침묵'이 '웅변'이라는 말은 분명 모순이다. 그러나 '웅변'이라는 것도 실은 '오랫동안 참아 왔던 침묵의 언어'들이 때를 만나 웅변으로 변한 것이기에 '웅변은 곧 침묵'이 된다. 만해의「님의 침묵」에서도 님은 갔지만, 그 님이 언젠가는 꼭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을 바탕으로 '이별이 곧 만남'이라는 역설이 가능케 된다.구름이 비가 되고, 비가 내려 식물의 뿌리와 줄기에 스며들어 꽃이 되고 또 그것이 열매가 되어 맛있는 과일로 익어가는 끊임없는 변전(變轉), 그것은 동일성(identity)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면 그리 놀라운 기상(奇想)도 반전도 아닌 사물의 순차적 변화 과정의 다른 이름들일 뿐이다. 형식 논리에서 보면 'A'는 'A?'일 수가 없다. 그러나 비유(詩)의 세계에서 보면 'A'는 'A?'이 되어 시공을 초월한다.인연에 따라 그때그때 형상을 달리하고 있을 뿐, 그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정체성에는 변함이 없다. 이러한 동일성의 변화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이것이 곧 시적 변용(deformation)의 단초가 된다. 사물이 여러 모습으로 변해가면서도 그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역설은 원인이며 동시에 결과로 이어져 있다.'사나이 가는 곳 어디나 고향인데/ 그 누가 오래토록 객수에 젖어 있나/한 번 큰 소리로 천지를 뒤흔드니/눈 속에 핀 복사꽃도 흐드러져 날리네' (-한용운, 「오도송 悟道頌」)만해가 어느 겨울 오세암에서 좌선할 때, 문득 깨치게 되었다는 선시(禪詩)다. '객지'가 '고향'이고, '눈 속'에서 '복사꽃'이 핀다. 이 또한 기상이고 역설이다. 하지만 우주적 선의(禪意)에서 보면, 인생 자체가 이 세상 나그네에 지나지 않고, 봄에 피는 꽃도 실은 겨울의 눈 속에서 이미 배아(胚芽)되어 개화의 날을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그러고 보면 시에서 흔히 보게 되는 유(有)와 무(無) 그리고 공(空)과 색(色)을 넘나드는 다양한 반전과 역설 등도 사실은 보이지 않는 본질에서 분리되지 않는 '하나'이다. 결국, '같다(the same)'는 것이 아니라 '동일선(the identical)상'에 놓여 있는 '같은 것들의 다른 모습'이요, '서로 다르면서도 하나(不一不二)'의 '연속성의 원리'로 이어진 불교의 연기론적 인식에 다름 아니라 하겠다./ 김동수(시인. 백제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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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24 23:02

[문화마주보기] 페스티벌의 한복판에서 할머니 감독을 꿈꾸다 - 강지이

여름은 수많은 페스티벌이 손짓하는 계절이다. 가족, 연인,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개성의 페스티벌들이 각 지역에서 펼쳐진다. 집 떠나면 고생이란 말을 신조 삼아 에어컨 냉기로 쿨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사람은 결코 땀냄새 나는 축제 현장의 감흥을 누리지 못한다. 사람 많은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필자도 퇴약볕 가운데서 땀을 흘리며 뛰어노는 사람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류였다. 그러다가 이번 해에 공교롭게도 몇몇 축제의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이 지면을 통해 축제의 현장을 마주보면서 느낀 점들에 대한 소고를 쓰고자 한다.지산밸리록페스티벌은 2회째지만, 주최측 추산 총 7만 여명의 관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있는 문화 놀이터가 되었다. 여름을 한층 더 뜨겁게 즐기고픈 이들은 44개의 야외 음악 공연을 취향대로 즐기며 2박 3일 동안 마음껏 놀았다. 참가자들은 광란의 밤을 수놓았던 매시브 어택, 펫샵 보이즈, 뮤즈 같은 헤드라이너 공연뿐만이 아니라 낯선 이름의 뮤지션들 음악에도 환호하고 열광했다.TV에서는 여전히 10대 아이돌들이 음악 세상을 평정하고 있었지만, 그곳은 미중년 아저씨 뮤지션들이 단연 인기였다. 첫 내한공연을 가진 펫샵 보이즈의 보컬 닐 테넌트는 공연 도중에 정갈한 턱시도를 입고 모자 속에 숨어 있던 숯 없는 흰머리를 드러냈다. 이 소년의 목소리는 변함없는 미성인데, 그가 할아버지가 되었다니 가슴이 찡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하고 노래하는 늙어가는 뮤지션들을 바라보며 부디 건강해서 다음 공연 때도 찾아와 주길 간절히 빌었다.제 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 축하식에서 우리나라 재즈1세대가 공연을 했을 때도 같은 바램이었다. 미8군을 통해서 재즈 음악을 처음 접하고 매료되었던 청년들은 이제 선생님이란 호칭이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지만, 이 일곱 어르신의 음악을 향한 열정은 어느 시절보다 더 젊었다. 관객들은 매끄러운 연주보다는 노환으로 치아가 거의 없어서 소리가 새는 트럼펫 독주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노년의 뮤지션들을 보면서 충무로 노년 영화인의 현실이 떠올랐다. 극영화 쪽에서 활동중이신 노년 감독님은 열 손가락을 채우기 힘들고, 할머니 감독님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나이가 들면서 깨닫게 되는 세상의 깊이와 넓이, 부피와 무게를 담은 나이 지긋한 영화를 보고 싶은데, 이런 영화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작을 꺼려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년 예술가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영화들을 간간히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창동 감독님의 〈시〉처럼 감독과 함께 성숙해가는 영화를 보면 반갑고 고맙다. 나이 든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며, 영화인으로 늙어가다가 할머니 감독이 되어서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꿈을 꾸었다. 나이에 굴하지 않는 멋진 예술가들의 영혼의 땀이 마음속으로 파고들면서, 여름 무더위보다 더한 뜨거운 소망이 새빨갛게 피어올랐다./강지이(독립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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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17 23:02

[문화마주보기] 뮌헨 비어 가르텐 vs. 전주 막걸리 타운 - 맹성렬

고등학교 때 독일문화원에서 주관한 독일어 경시대회에서 입상하여 장학금을 받아 1개월간 서독에 체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주요 도시를 세계 50여개 국가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여행했는데 처음에는 도시를 잇는 ICE(고속열차), 대도시 중심가에 진열된 값비싼 상품들, 그리고 곳곳에 건설된 컨벤션 센터나 첨단 레져 스포츠 시설 등에 눈이 휘둥그레 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독일의 고유문화와 유적에 관심이 갔다. 특히 뮌헨은 나에게 아주 매혹적이었다.맨처음 히르쉬파크 '비어 가르텐'의 독일 전통 맥주와 음식, 그리고 전통 음악의 어우러짐으로 내 마음을 설레게 한 이 도시는 여기저기 구석구석 감추고 있던 고색창연한 유적들을 차례대로 내보이며 나를 온통 사로잡았다. 어떻게 세계적인 대도시 속에 이렇게 복합적으로 고유 문화의 정취가 고스란히 배어있을 수 있을까 하는 경이로움을 느꼈고, 10년 후 직장일로 독일에 출장 가게 되었을 때 뮌헨을 일정에 포함시키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최근 우리나라 문화 관광 차원에서 두 가지 큰 경사가 있었다.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확정과 새만금 방조제의 세계 기네스북 등재가 바로 그것이다. 무엇보다도 '주민이 사는 동네'가 세계유산으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단지 건축물이 아니라 거주민의 문화전통까지 함께 국제적으로 보존받을 가치가 있다는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하회마을과 양동 마을이 우리 과거의 전통적 유산이라면, 새만금은 우리의 미래와 연결되는 유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계 최장의 방조제라는 상징성은 많은 관광객을 전북으로 이끌 수 있는 충분한 동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전북을 찾는 관광객들로 하여금 우리 지역의 매력에 반해 앞으로 여러 차례 방문하도록 유인하려면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올해 초에 코엑스에서 있었던 한 여행 박람회에서 전주막걸리 타운과 전주한옥마을 투어 연계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데 국내외의 여러 여행사들이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거점도시 중에서 전주만큼 그 고유의 전통 문화와 유적이 보존된 지역은 흔치 않다. 전통주와 음식, 그리고 문화 유적이라는 키워드에서 전주는 정말로 독일의 뮌헨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말하자면, 뮌헨의 '비어 가르텐'의 우리나라 버전이 '전주막걸리 타운'인 셈이다.비록 세계유산으로까지 등재시키기는 어렵겠지만 전주는 한국 고유의 맛과 멋을 보여 줄 수 있는 매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국제적으로 경쟁력있는 문화 도시로 성장할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전주 막걸리 타운'이나 '전주 한옥마을'이 정말로 관광객들이 두고두고 잊지 못할 정도로 매력 있는 문화 상품인지는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도시의 매력이 한두 번의 캠페인이나 도시 정비 사업으로 갑자기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새만금을 보러왔다 들를 관광객들의 마음을 꼭 붙잡아 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선진국의 예를 참고하여 전주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장 전통적인 도시로 가꾸어 나갈 수 있는 장기적인 청사진을 준비해야 한다./맹성렬(우석대 전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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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10 23:02

[문화마주보기] 고전번역, 전주를 주목하는 이유 - 홍성덕

가장 잘 더위를 잊는 것은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그 어떤 바람도 일에 집중할 때 느끼는 시원함을 대신할 수는 없다. 고된 땡볕 아래의 노동이 냉막걸리 한 잔에 시원해 질 수 있는 것도, 그것이 단순히 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 생산의 기쁨이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학기 동안 개인적으로는 일에 집중한 시기였다. 조선왕조실록을 번역했고, 우리나라 고전번역을 주도하는 한국고전번역원(옛 민족문화추진회)에서 고전번역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점차 줄어드는 고전번역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권역별 협동번역 거점연구소" 지정 사업을 30년이라는 장기계획으로 추진하였기 때문이다.12년 전, 전주에 고전번역원 분원이 설치된 이래 지금까지 지방에 고전번역 교육기관이 설치된 지방 도시는 전주가 유일하다. 전주교육원 설치 하나 만으로도 전주는 고전번역자들 사이에서 때로는 질시의 대상으로 때로는 선망의 눈길을 받는 도시로 성장해 왔다. 호남권 협동번역 거점연구소의 지정이 "광주"가 아닌 "전주"(전주대 인문과학종합연구소)였던 것은 이런 모든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권역별로 중형ㆍ소형 각 1개소의 연구소가 지정되어 추진하는 이 사업은 3단계에 걸쳐 각 10년씩 번역과제를 수행하게 된다.번역은 전문 연구자들이 하기를 꺼려하는 분야 중의 하나이다. 디지털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번역도구들이 발달하기도 했지만, 한문으로 쓰여진 선학들의 글을 우리말로 옮기는 것은 논문을 쓰는 것보다 몇 배의 공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기가 넘치는 사람은 엉덩이를 의자에 붙인 채 묵묵히 자신과 싸워야 하는 번역에 적합하지는 않다고들 한다. 세상사에 담을 쌓고 번역에 몰입할 때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거점연구소의 지정 이후 전국에 있는 내놓으라는 대학연구소에서 전주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번역방법, 주간ㆍ월간 몰입번역, '몰입번역'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전주는 번역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고전번역 전주교육원과 전주대 거점연구소(한국고전학연구소)는 향후 30년 고전번역의 메카로서 전주가 성장할 수 있는 잠재된 두 축이 될 것이다.고전번역에 있어 전주는 불모지에 가깝다. 80년대 고전번역서 시리즈가 전주대에서 발간된 이래 잠잠하던 번역은 2009년 ??국역 여지도서??(전 50권)의 간행으로 재점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작 전통문화도시의 면모를 읽을 수 있는 번역사업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최근 ??완산지??와 ??경기전의??가 국역된 것은 전라감영의 복원과 태조어진 봉환 600주년 기념사업 등과 같은 전통문화 관련 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 그 역사적 근거들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고전의 번역이 얼만큼 중요한 지를 알려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역사수호의 고장, 기록문화의 메카, 한지ㆍ출판의 고장 등 전주를 수식하는 그 많은 말들에 대한 "왜"라는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들을 한 마디의 말로 대변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고전번역이다. "고전번역은 생명을 단축시킨다."고 할 정도로 힘든 작업이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힘들다 할 때 묵묵히 앉아서 고전을 번역하는 사람과 그들의 마당이 이곳 전주에 있다는 사실이 전주를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 것이다./홍성덕(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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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03 23:02

[문화마주보기] 낯설음, 그 찰나의 미학 - 김동수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라는 개념을 맨 처음 제창한 이는 20세기 초 러시아의 문학비평가 쉬글로브스키이다. 이는 낯익은(familiar) 기존의 습관을 파괴(de)하여 독자가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경이로운 감동을 시 속에서 새롭게 맛보고자 함이었다. 시인들은 일상 언어로는 경험할 수 없는 낯선 언어, 곧 표현 형식을 다양하고 새롭게 시도하여 보다 신비롭고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고자 노력한다. 인간의 지각이 일상의 친숙한 것들보다 낯선 것에서 더 미학적 가치를 느낀다는 것에 주목하였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억지로 만든 단순한 생소함이나 당혹스런 충격만을 앞세운 것은 아니다. 낯설고 새로운 것 속에 웅크리고 있는 비의(?義), 그것이 감동의 요체이다. 그러기에 찰나의 움직임을 영원화하고 무한의 고요함을 찰나의 움직임으로, 그러면서도 장황하게 서술하는 전체가 아니라 특수한 구성으로 압축된 낯설음이어야 한다. 이처럼 독특한 언어 구성을 통해 시인들은, 단순한 듯하면서도 비약되고 평범한 듯하면서도 비범한 언어 형식으로, 사물을 새롭게 보면서 그 속에서 경이로운 감동을 만나게 된다.'당신에게서 구겨진 물들이 걸어 나온다.'( -조연호, 「사라진 그녀들」 부분) 난해한 듯한 이 싯구 또한 '당신이 얼굴을 찡그리며 운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시인은 이를 슬쩍 '구겨진 물(고통으로 일그러진 눈물)'들이 '걸어 나온다(흘러내린다).'로 시적 변용(deformation)을 하고 있다. '낯설게 하기'란 이같이 갈 수 없는 길을 가고, 가능하지 않은 일들을 꿈꾸기에 그 길은 언제나 낯설고 새로운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원시림이 되기도 한다.초여름 밤 무논에서 /개구리들이 목청껏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소리로 엮은 새끼줄이 팽팽하다// 갑자기 왼쪽 논 개구리들의 환호성/소리 폭죽을 터뜨린다.//방금/오른 쪽 논의 개구리 소리줄이 왼쪽으로 기울었나 보다 - (강명수, 「줄다리기」 전문)경험적?객관적 세계가 아니라 순수 직관으로 전회(轉回)하여 자기 느낌에 충실한 동심이다. 이런 점에서 시란 평소 삶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다른 형식의 언어, 곧 '낯설게 하기'로 창작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일상에서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것들보다 존재의 모습을 낯설게 하여 일상에서 둔감해진 우리 지각이나 인식의 껍질을 벗고 미적 가치를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다.모더니즘 이후 등장한 이 '낯설게 하기' 라는 문화적 코드는 이제 모든 예술의 지상 명제가 되어가고 있다. 대중음악과 영화, 무용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 전반에까지 파급되어 21C의 성공 코드가 되어 가고 있다. 지식 정보 시대에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맨 처음 간 사람이 남보다 앞서간다. 그러기에 이러한 문화적 코드는 한동안 이 시대를 지배해 가리라 본다./김동수(시인백제예술대 교수)▲김동수 교수는 남원 출생으로 전국대학 문예창작학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제 PEN 한국본부자문위원과 백제예술대 교무처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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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27 23:02

[문화마주보기]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지 마라 - 강지이

독립영화감독이라고 소개하면, 종종 급호감의 시선을 받을 때가 있다.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호기심을 동반한 이유없는 호감의 시선을 받을때마다 씁쓸하기 그지없다. 소속이 불분명한 독립영화감독이란 명칭이 그럴싸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어떻게 무슨 밥벌이로 먹고 살아가는지 근천스런 물음을 주고 받는 게 독립영화 감독의 현실이기 때문이다.지난 5월 25일 〈겨울나그네〉로 제25회 대종상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던 곽지균 감독(56)이 자살로 생을 마치셨다. 〈사랑하니깐, 괜찮아〉(2006)가 최근 연출작이었던 감독님의 유서엔 '일이 없어서 괴롭고 힘들다'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그보다 먼저, 2009년 11월 26일에는 한 모텔에서 〈방자전〉의 스크립터 김00(27)이 촬영 도중에 자살했다. 원인은 거듭된 생활고와 앞날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한국 영화의 제작 편수가 확연히 줄어든 요즘, 영화계에서 먹고 살면서 버티기가 녹록지 않다. 많은 영화인들은 장기 실업 상태로 지내거나 이직을 선택하고 있다. 영화의 각 분야에서 성실히 일했던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스태프들조차 생활고 때문에 다른 직업으로 떠나고 있다. 현재의 심각한 이직률에 대한 조사는 불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힘겨운 영화인들의 현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연구해야 할 것이다.하지만 지난 6월 28일에 의결한 2011년도 영화발전기금(이하 영발기금) 예산안을 보면, 영진위가 한국 영화 진흥이나 영화인들의 현실에 관심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저 '안'일 뿐,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와 의결을 거쳐서 확정된다고는 하지만, (사)한국영화인총연합회와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는 즉각 '영화퇴보기금' 예산안 재편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작고 다양한 영화들의 약진의 토대가 되었던 예술영화, 독립영화, 마스터영화, 기획개발 등 대표적인 직접지원 사업들이 별 다른 대안없이 완전 폐지되었다. 영진위가 제작 및 유통지원 사업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고, 영화 제작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연초부터 영진위는 독립영화전용관 지원사업자 선정, 미디액트 운영사업 공모, 시네마테크 전용관 공모, 한국영화아카데미 폐지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시〉가 지난해 마스터영화제작지원 사업에서 0점 처리되어 탈락됐다는 사실로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엔 독립영화 제작지원작 심사과정에서 조희문 위원장이 직접 작품 선정에 압력을 넣어서 파문이 일었다. 영화인들은 영진위의 정상화와 조희문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고 있는 영진위가 언제쯤 영화인들을 대변하는 진흥기구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일이 없는 불확실한 미래와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영화라는 꿈을 놓지 않는 수많은 영화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영진위가 되길 바란다. 영화인들의 의견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상생'의 구조를 바란다. 영화계의 화성인 영진위가 같은 지구인으로 소통될 날을 간절히 바란다./강지이(영화감독)▲강지이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Sink and rise〉 〈인플루엔자〉 〈괴물〉의 연출부를 맡았으며 독립영화 〈미친 김치〉〈소나무〉를 제작한 바 있다. 현재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제작지원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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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20 23:02

[문화마주보기] 막걸리와 트위터, 아이패드의 만남 - 맹성렬

아내가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 주말 부부가 된지 두해가 넘었다. 지난 주말 늦은 저녁 서울 집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영국 유학 시절 동고동락했던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압구정동인데 '트위터 막걸리 소믈리에' 오프 모임에 와있다는 것이었다. 영국 전통주 문화에 관심이 많던 그가 우리나라에도 전통주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막걸리 전도사로 나선 것은 알고 있었는데 트위터 활동까지 하고 있는 것은 천만 뜻밖이었다. 트위터 문외한이라 잠시 망설이다 막걸리 시음회라는 얘기에 솔깃해 아내 눈치를 보며 늦은 외출을 했다.어두운 골목에 위치한 막걸리 전문점 '막걸리빠'에 도착하자 마침 각자 자기 소개를 하고 있었다. 학생부터 대기업 사원, 금융인, 출판사 사장까지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트위터와 막걸리라는 키워드로 뭉친 자리였다. 마지막으로 내 소개를 하면서 전주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왔다고 했더니 환호성이 터졌다. 지난번 오프모임에서 전국16강 막걸리를 놓고 가장 좋은 막걸리를 뽑았는데 '전주막걸리'가 우승했다고 옆자리 후배가 알려줬다. 정말 주위를 둘러보니 '전주 막걸리' 판이었다. 이 날 모임은 전주막걸리와 궁합이 맞는 안주를 선정하는 자리였다.한달 전 쯤 전북대, 우석대 식품관련학과 교수님들과 막걸리 품질 향상 및 보관기간 연장과 관련해서 제안한 정부 연구개발 과제 평가를 받으러 간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 전주막걸리 사장님도 있었고, 전주막걸리가 전국 16강에 선정되었다는 자랑을 들은 일이 있었다. 그때 나는 전국 16강이면 세계 16강이지요 하고 덕담을 했었는데 비록 한 동호회의 투표 결과이긴 하지만 이제 1등으로 뽑혔으니 세계 최강이 된 셈이다.계속해서 막걸리 잔이 오가고, 순서에 따라 준비된 안주들이 나왔다. 맨처음 '해물 누룽지탕'의 등장. 누룽지의 맛과 막걸리 맛이 비슷해 상호 시너지 효과를 느낄 수 없었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탈락. 그 다음 나온 해물 떡복기는 전주 막걸리와 나름대로 잘 어울렸다. 합격. 마지막으로 나온 궁중 떡볶기..... 너무 달았다. 나는 탈락에 한표 던졌지만, 단맛에 길들여진 젊은 세대에겐 무난했나보다. 합격. 이렇게 결정된 당락은 즉석에서 트위터를 통해 팔로워들에게 전달되었다. 투표에 참가하면서 조만간 이들을 전주 막걸리 거리로 초청해 막걸리와 정말 잘 어울리는 안주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투표가 끝나고 '맛집도사'란 아이디로 자신을 소개한 이가 아이패드를 들고 전국 막걸리 맛집 네트워크를 짜고 있는 현황을 보여줬다. 막걸리 순례자를 위한 이정표를 제시하겠다는 것이었다. 아이패드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해 시연을 하는 그를 보면서 문득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트위터도 안하고 아이패드도 처음 만져보며 신기해하는 나, IT 전문가 맞아?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첨단 과학 시대의 새로운 문화를 개척해나가는 진정한 전문가들이었다./맹성렬(우석대 전기공학과 교수)▲ 맹성렬 교수는 충남 천안 출생. 서울대 물리학과 학사, KAIST 신소재공학 석사,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공학 박사. (주)LG디스플레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거쳐 현재 우석대 IT융합기술 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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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13 23:02

[문화마주보기] 민선 5기, 자주적 문화독립을 꿈꾸는가 - 홍성덕

지방자치제의 시행은 보편적이고 획일적인 중앙 중심의 문화 분배로부터 독창적이고 자주적인 지역 문화를 낳게 한 문화사적 의미를 갖는다. 지방자치 20년은 지역민들 스스로 삶을 영위하는 지역의 문화 주체임을 자각하고, "관(官)에서 민(民)으로" "중앙에서 지방으로" 문화독립을 꿈꾸는 과정이었다. 때로는 갈등하기도 하고, 또 대립하면서도 지역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각자 그려왔던 지역 문화를 위해 헌신한 시간이기도 했다.'관'과 '중앙'은 끊어 내어야 할 대상이면서 동시에 자양분으로 인식되었다. '민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점차 '필요악' 쯤으로 간과되기도 했고, 새로운 문화 권력의 탄생으로 곡해되기도 하였다. 지역 문화의 점진적 발전에 동의하면서도 '관-민'의 긴장감은 계속되고 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을 쉽게 드러내려 하지 않고 더 많은 무엇을 얻기 위한 줄다리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관과 민'에 대한 이분법적 평가와 구별은 '전문성'에 있다. 민선 15년의 역사 속에서 '관=비전문가, 민=전문가'라는 등식은 아직도 유효한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지난 15년 동안 '관'에서 활동해 왔고, 이제 '반관반민(半官半民)'의 전문가 표현이 우스개 소리로 들리지 않을 만큼 시간이 흘렀다. 어쩌면 관-민의 구분은 그저 자기가 속한 공간의 문제인지 모른다. 지역 문화의 독립을 위해 관ㆍ민이 협력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 문화에 대한 관과 민의 상호 인식을 바꾸자는 것이다.올해, 전북문화재단이 출범할 것이라고 한다. 전주문화재단과 익산문화재단에 이은 세 번째의 문화재단이지만, 도(道) 문화재단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쏠리게 하고 있다. 재단설립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어떻게' 하느냐의 지점에서는 각자의 생각을 담아 풀어내고 있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는 이사장이 누구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독립성과 전문성 역시 이사장이 누구냐에 따라서 평가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사장이 '관'인지 '민'인지 하는 문제는 독립성ㆍ전문성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독립성과 전문성의 확보는 이사장이 누구이든 시스템을 보장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ㆍ민의 이분법적 사고로부터 벗어나지 않는 한 좁혀질 수 없는 평행선이 이어질 것이다.민선 5기가 시작되었다. 4명의 민선 자치단체장이 '지역의 발전'을 위해 일해 왔다. 성과와 평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차이는 있겠지만, 적어도 관선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는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다. 민선은 가야할 길이지 봐서 포기할 수 있는 길은 아닌 것이다. 16살 민선(民選) 5기는 지역의 문화 독립을 꿈꿔야 하는 시기이다. 성년의 독립을 이루기 위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올해 전북문화재단 뿐만 아니라 풀어야할 숙제는 많다. 예산과 사람 타령만을 하는 관의 고질적인 인식 못지않게, 문화 독립을 꿈꾸는 16살 청년이 버려야 할 것과 품어야 할 것도 많다. 무슨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독립을 꿈꿀 것인가? 그것이 무엇이든 그저 밥그릇 싸움쯤으로 지역의 문화판을 재단하지 말자. 우리끼리 다투고만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홍성덕(전주대 교수)▲ 홍성덕 교수는 전주생, 전북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대학, 행안부 국가기록원, 전북대박물관을 거쳐 현재 전주대학교 언어문화학부에 재직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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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06 23:02

[문화마주보기] 지식의 공유인가, 표절인가? - 김 건

씨엔블루의 〈외톨이야〉가 인디밴드 와이낫의 〈파랑새〉를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바람 잘 날 없는 국내 가요계에 하루걸러 표절 시비가 난무한다. 신곡발표만 하면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런데 표절논란에 대처하는 작곡가나 가수들의 태도나 팬들의 반응이 예전과 사뭇 다르다. 예전의 경우, 그룹 룰라나 김민종 등의 경우 음악활동을 중단하기에 이르지만, 최근에는 '당당하고' 혹은 '뻔뻔하게' 활동하는 추세이다. 새로운 노이즈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되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이런 와중에 그간 표절시비에 자유롭지 못했던 가수 이효리가 백기를 들고 표절을 인정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인데, 그간 보여준 다른 가수와는 사뭇 다른 행보이다. 무작정 "아니다" 혹은 "억울하다"라고 항변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잘못을 수긍하고 자숙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재 우리 가요계는 "표절해야 뜨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일침한 가수 진주의 말처럼 혼은 온데간데없고 얄팍한 상술과 리듬만이 남은 음악이 판을 치고 있다.표절문제는 비단 가요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논문표절 시비로 중도에 하차한 정치인을 그간 우리는 무수히 목격했고, 영화, 드라마, 광고 분야에도 표절시비는 끊이지 않는 화두이다. 표절시비의 원인은 당연히 창작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세상에 완전한 창작이란 없다. 예술적 창작은 마티스의 화풍을 모방한 피카소, 크리스토퍼 말로를 모방한 셰익스피어, 모방의 천재인 모차르트처럼 누군가에 영향을 받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예술적 행위이다. 당연히 참조나 모방 없이는 예술이 가능하지 않다. 어느 정도의 참고적 표현은 허용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패러디, 오마쥬, 리메이크 등 기존의 작품을 재해석하거나 재창조한 것들은 물론 별개다. 다만 창작의 범위가 어디까지 되는가가 문제이다.예술문화계 전반에 걸쳐 더욱 치밀하게 퍼지는 '표절 바이러스'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표절논란의 대부분은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유야무야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표절확인 절차가 복잡하고 그 기준이 애매모호하며 또한 법적으로 판가름내릴 법적기준이나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양심'에만 호소하며 예술문화계에 만연된 표절 바이러스를 근절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표절은 원저작자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한 법적 절차에 들어가지 못하는 친고죄 성격이어서 표절이 난무하는데 한 몫을 한다. 외국 뮤지션의 경우 국내 사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논란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많다. 표절에 따른 법적 소송해서 지더라도 이미 상업적 이득을 본 상태라 손실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도 표절이 만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간 논문표절을 묵인하는 학계의 태도가 예술문화계에 전 방위적으로 파급되어 화를 키운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점은 단순히 장삿속에 얽매여 기본적인 고유성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문학적 사고의 결여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간단한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엄격한 제도적 장치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일벌백계 차원에서 강력한 법적 절차와 동시에 윤리적으로 표절에 대한 냉혹한 평가를 내려야만 한다. 또한 표절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전환도 시급하다. 이제 단순히 양식(良識)에 맡기기 보다는 표절문화를 발본색원하여 진정한 예술적 창작행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표방하는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정보는 공유되어야 한다"라는 대원칙 하에 공유가 아닌 표절이 더욱 난무하는 것이 아닌가 자문해 본다./김 건(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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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29 23:02

[문화마주보기]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의 오해와 진실 - 문윤걸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정책 성공의 지표가 되면서 사회적 기업 지원 정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공공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기업의 특성상 사회복지나 문화예술 관련 단체들이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관심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어떤 경우는 사회적 기업 정책이 인건비를 줄 수 있는 사회단체 보조금 정도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지 의심이 갈 정도이다. 이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기업의 주 목적이 일자리 창출이며 취약 계층을 많이 고용하면 되는 걸로 이해한다. 또 이윤을 많이 창출해서 좋은 일을 하고 봉사를 많이 하면 사회적 기업인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하지만 이는 반만 맞는 생각이다. 사회적 기업은 일자리 창출보다도 더 우선된 목표가 있다. 그것은 공공성을 가진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창조하고 이를 활용하여 기업적 활동을 한다는 데 있다. 여기서 기업적 활동이란 말이 중요한 데 기업적 활동이란 이윤을 창출하는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윤창출 방식이 기존의 일반 기업과는 다른 방식, 즉 사익 추구가 아닌 공공적 활동을 통한 이윤 창출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이란 일반 사기업과는 다른 이윤창출방식을 가져야 하는데 이는 매우 창의적인 이윤 창출방식을 계발해야 하는 문제로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사회적 기업은 단순히 일자리만 늘여서는 안되고 어떤 일자리를 어떻게 창조적인 의지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고용이 이루어지도록 만들어가는 가가 더 중요하다.그래서 사회적 기업은 그동안 아무리 공공적 활동을 해온 단체나 기관이라 하더라도 그 기관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또 기존의 사업이나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해 온 방식을 그대로 고수한다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프로그램인 것이다.그런 점에서 만약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에 도전하려는 단체나 기관이 있다면 최소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첫째, 귀 단체는 특별히 일자리를 창출할 여건이 부족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사회적 기업을 기존의 직원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나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단체 지원 프로그램, 그 이상의 사업임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는가?둘째, 귀 단체는 그동안 귀 단체의 사업 성과를 통해서 귀 단체가 그동안 해온 기존의 프로그램이나 유사한 다른 단체들이 하고 있는 사업 프로그램을 답습하는 차원을 넘어 전혀 문화예술적 감성을 가지고 새로운 차원의 사회적 공공 서비스를 창출할 역량이 있다고 확실히 믿고 있는가?셋째, 귀 단체는 정책적 지원을 받는 사회적 기업이 열악한 환경에서 분투하는 제 문화예술단체와 사업적 경쟁자가 되지 않도록 기존의 문화예술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문화예술 시장의 개척하고 그 곳에서 분투하기로 확실히 마음먹고 있는가?넷째, 귀 단체는 자본주의 경제구조 하에서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며 확실한 자기 철학없이는 해결하기 어려운 공공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며, 이에 대한 확실한 방안을 강구할 수 있는가?/문윤걸(예원대 문화영상창업대학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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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22 23:02

[문화마주보기] 전북의 한식세계화 - 권수태

최근 스마트폰 열풍으로 전세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관계로 최신기술과 동향을 학생들에게 생생히 전달하고자 지인을 강사로 초대하여 특강을 실시한 후, 저녁식사를 하던 중 전주음식과 한식세계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지인은 전주를 처음 방문한터라 비빔밥, 콩나물국밥, 막걸리, 가맥 등 전주음식의 맛을 느껴보고 싶은 생각을 토로함과 동시에 전주비빔밥이 평양의 냉면, 개성의 탕반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음식의 하나이며, 전주는 한식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지역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음식문화의 선도적 고향이고, 수천년을 이어져 온 음식의 가치를 산업적 가치로 재창출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고 열변을 토하였다.서울출신의 지인이 전주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나열할 때 문득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한식세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사가 있는지와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할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정부는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가 출범한 후 한식세계화를 추진하여 '2009년 한식세계화 추진전략'을 발표하였다. 2017년까지 한식의 세계 5대 음식화를 목표로 '연(連):농업뿐 아니라 문화예술과학과 연계추진', '개(開):열린 마음으로 세계인인과 우리의 음식과 문화를 나눔','소(小):작지만 강한 파급력을 가진 한식 세계화', '문(紋):창의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기존의 틀을 탈피' 등의 4대 기본전략과 인프라, R&D, 인력양성, 투자활성화, 식문화홍보 등의 전략을 수립하였다.지자체(전북, 전주)들도 '전주비빔밥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 '전주비빔밥 우주식품으로 개발', '전주비빔밥 세계화 추진단 발족', '전주한정식 특성화 사업', '2010 세계음식관광축제 개최', '유네스코 음식분야 창조도시 등록' 등을 추진하는 한편, 한식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한식아카데미 설립과 관련하여 한식아카데미 세부계획수립 및 실행을 위한 주관기관을 선정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외형적인 면에서는 중앙정부나 지자체 모두 적극적으로 한식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세부적인 사항을 들여 다 보면 다소 미흡한 점이 많다고 판단되는 것과 특히, 중앙정부는 한식세계화를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추진할 의사가 없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2년 전 음식세계화 방안의 기초조사를 위하여 홍콩에 갔을 때, 완도에서 남아도는 쌀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업체와 공동으로 완도 홍주를 개발하고 홍콩와인박람회에 출품하여 열심히 홍보하고 있던 완도 공무원의 '전통술 관련 세금정책을 변경하여야 전통주의 경쟁력이 살아난다'는 주장과, 정부주도의 '인증기관 지정' 제도보다는 과잉생산으로 배추밭을 갈아엎는 뉴스를 보고 한탄하며 '남아도는 국내 농식품의 해외 보급방안 마련과 정기적인 주방장의 한식조리교육이 더 절실하다'는 홍콩한식업체 사장의 말이 가슴에 더욱 더 와 닿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한식세계화가 전북중심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전북 지자체들이 한식문화의 정체성 확보, 한식예술(한류)농어업간 네트워킹 구성, 효율적 명소 마케팅을 위한 인프라 확충 등의 전략과 농식품산업의 부가가치 발굴 및 창출, 디지로그 식품콘텐츠 기반 5거리(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잘거리, 살거리) 프로그램 개발로 체험에 의한 부가가치 확대를 도모하여 차별화된 한식세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판단된다.전세계 와인마니아가 막걸리에 취하고, 치즈가 한국의 발효과학 김치를 배우고, 패스트푸드가 한식을 부러워하도록 전라북도가 한식세계화에 앞장서서 전통음식 본고장으로서 존재의 가치를 찾아봄이 어떠한가?/권수태(전주대교수미디어정보학부 정보시스템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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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15 23:02

[문화마주보기] 세계상의 변화와 문화 - 양은용

요즘 세상의 변화되는 속도는 정신을 가다듬고 있어도 가늠하기 조차 어려울 정도이다. 다양한 문화채널 속에 내던져진 현대인들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너진 것처럼 진실과 허구의 구별 역시 불가능할 정도가 되었으니, 다른 부분은 어떠하랴. 민심이 그렇고 정치도 그러하다. 격변(激變)이라는 말 그대로이다.그러면 과연 오늘의 우리는 어떤 흐름 위에 살고 있는가? 변화하는 세계상을 조망한 메이너드 2세는 ??제4의 물결(The Fourth Wave)??(1993)에서 제4의 물결을 예고하고 있다. 주지하는 앨빈 토플러의 문제작 ??제3의 물결(The Third Wave)?? (1980)에서 제시한 모델을 이용하여 바라다 본 것이다.제4의 물결이란 인류문명사를 압축한 말이다. 농업의 확산이 제1의 물결이요, 공업화와 부합되는 제2의 물결, 그리고 현대적 공업국에서 강화된 탈공업화 내지 정보화 현상을 제3의 물결로 본다. 그리고 이에 뒤이어 오는 '통합이 요청되는 세계상'이 제4의 물결이다.레이너드 2세가 본 세계관에 의하면, 제2의 물결에서는 '우리는 분리되어 있으며 경쟁하지 않을 수 없다'는 흐름에 서 있고, 제3의 물결에서는 '우리는 연결되어 있으며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이에 대하여 제4의 물결에서는 '우리는 하나이며 공동창조를 선택한다'라는 명제가 주어진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관을 요청하는 사회변화 양상을 첫째 의식(意識)의 변화, 둘째 과학주의로부터의 각성, 셋째 권위와 권력의 내면적 원천, 넷째 사회의 재 정신화(再精神化, Respiritualization), 다섯째 물질주의 몰락, 여섯째 정치적 경제적 민주화, 일곱째 탈국적 현상 등으로 지적하고 있다. 우리사회에 있어서 근래에 전개되는 다문화현상을 보더라도 이러한 흐름은 쉽게 이해가 되는 일이다. 우리사회는 이제 제4의 물결 한 복판에 서 있다는 말이 된다.이러한 제4의 물결이론은 21세기 사회에 있어서 기업활동에 필요한 모델설정을 위한 시도였다. 그런데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기업에서 뿐만 아니라 문화활동 영역에서도 시사받을 바가 적이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우리사회가 전승해 온 문화재, 문화풍토를 금후 어떻게 전승시켜 나갈 것인가에 있다.그런데 방금 끝난 지자체 선거에 있어서 지역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떠하였는가? 봉공인(奉公人)을 자처하는 수많은 정치인들이 내놓은 공약을 들여다 보면 문화정책의 방향이 공허함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우리는 지자체를 이끌어갈 인물들이 이 고장이 갖는 역사문화의 위상에 걸맞는 문화의식을 갖도록 염원하고, 또 촉구한다. 시민들의 삶이 문화적 주체성을 가지고 영위될 때 정책을 펴나가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시대는 바야흐로 제4의 물결에 들어 하나의 세계 속에서의 공동창조를 요청하고 있다. 정책을 세우고 실행해 나갈 때 폭을 넓혀 모두를 감싸안을 수 있는 심량(心量)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노력자체가 문화적이니, 문화정책도 그 안에서 바람직하게 전개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양은용(원광대 한국문화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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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08 23:02

[문화마주보기] 새만금, 누구세요? - 김건

지난달 새만금 방조제 개통식이 열렸다. 1987년 대통령 후보 선거공약 발표이후, 1991년 실제 방조제 사업이 착공된 지 20여년 만에 혹자말대로 세계 최장의 방조제가 결실을 맺었다. 이를 자축하기 위한 다양한 부대행사와 '대한민국을 품고, 세계를 향해 날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깃발축제도 열렸다. 이를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향후에도 그 수는 분명 늘어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여 여기저기 해당 시군에서 부산하게 새만금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이번 6.2선거에서도 당연히 새만금개발 관련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로 돌아가 보자. 하루가 멀다 하고 새만금을 세계 최대의 꽃시장으로, 두바이나 상하이처럼 혹은 100개의 골프장을 짓자는 등 립서비스 수준의 공약을 저마다 소리 높여 주장한 기억이 주마간등처럼 스쳐 지나간다.우리에게 새만금이란 무엇일까? 과연 세간에서 말하는 대로 엄청난 경제적 혜택과 풍요로운 미래를 보장하는가? 혹시 우리 사회가 숭배하는 '세계 최대, 최장'이라는 수식어 또는 '새만금=전북 민심'이라는 사고의 틀 속에 얽매여 있지 않은가? 새만금 개발에 대한 해법으로 늘상 이야기되는 것은 관광과 생태보전을 통한 미래지향적 방향을 누구나 제시한다. 하지만 정작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들어가면 알맹이 없는 공허한 목소리일 뿐이다. 실제로 구체적인 목표 지향점이나 실질적 계획이 매우 미흡하다. 현재 선거판도 그렇다. 쏟아지는 개발 구상도 결국 표를 염두에 둔 선심성 지역개발 공약일 뿐이다.주지하다시피, 새만금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은 만경강과 동진강이 자유롭게 흘러 바다와 만나는 강 하구를 틀어막는 하굿둑 건설사업과 강 하구 외측에 형성된 갯벌을 없애는 갯벌간척사업이 합쳐진 대규모 토목공사이다. 세계최장의 방조제라고 이야기하지만 필자가 보이에는 세계 최장의 생태 단두대이다. 우리가 혜택을 입고자 그곳의 터전을 뭉개버리고 단순한 정치적 혹은 경제적 개발논리로 새만금을 과연 재단해도 될까? 다 좋다. 호텔도 짓고 카지노도 짓고 관광단지도 조성하고... 하지만 그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만이 우리 전북이 바라는 최고의 지향점이 될 수 있을까? 필자 스스로 의문이 제기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영상산업의 경우, 전북의 경제발전이 더디게 이뤄짐으로써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여 현재 영화영상 최고의 로케이션 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굳이 개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를 잘 유지하고 보존함으로써 그 가치를 더욱 빛낼 수도 있다. 한옥마을도 마찬가지이다.북해 연안 와덴해(독일, 네덜란드, 덴마크)는 우리의 서해처럼 넓은 갯벌이 형성되어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철저하게 갯벌 보호에 힘쓰고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정부나 개발론 자들이 말하는 장밋빛 희망보다는 또한 국제 람사르 협약을 내세울 것도 없이 죽어가는 생명체와 어민공동체를 위해 해수유통의 확대를 통한 갯벌 보존 및 조성에 힘써야 한다. 해수유통을 통해 그냥 자연에 맡겨 참살이 컨셉에 맞는 새만금 개발은 안 될까? 새만금을 가지고 지난 20여 년간 허황된 이야기만 늘어놓는 정치인이나 개발론자를 보는 것도 이제는 서서히 지쳐간다. 2030년에 완공된다는 새만금이 이제는 슬슬 지겨워진다. 나와 삶과는 무관하게.../김 건(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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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01 23:02

[문화마주보기] 축제평가를 평가하자는 말이 나오는 이유 - 문윤걸

축제는 끝났고 축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평가들에 대해 볼멘 소리가 심심치 않다. 심지어는 축제평가를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들릴 정도이다. 왜 그럴까? 이는 축제를 만들어간 역사보다도 축제를 평가하는 역사가 더 짧기 때문에 축제를 평가하는 일이 축제를 만드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데 너무나 쉽게 축제의 성과를 재단하기 때문이 아닐까?그렇다면 제대로 된 평가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사실 나 역시 여전히 어떻게 하는 평가가 바람직한 것인지 확신이 없다. 하지만 최소한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믿음은 가지고 있다. 첫째, 한 가지 평가틀을 가지고 모든 축제를 평가하는 잘못을 범하지 말자는 것이다. 축제마다 탄생 배경이나 성장과정, 목표가 다르고, 기대효과 또한 다르다. 따라서 축제를 평가하는 잣대 또한 달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축구경기에 야구 규정을 적용하는 것과 같다.둘째, 프로그램간 성과에 대해 기획자의 의도나 예산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결과만 가지고 평가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A 프로그램은 잘 되었으나 B는 매우 부실하다" 같은 류의 평가를 흔하게 내리는데, 이는 반드시 축제의 주제 및 기획의도에 따르는 프로그램간 비중이나 예산의 분배 정도를 고려하여 비중을 달리하여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축제에서 무엇보다도 비중있게 판단해 주어야 할 것은 축제가 갖는 주제의식을 뒷받침하는 프로그램과 많은 예산이 투여된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나머지 '구색맞추기' 프로그램이나 적은 예산이 소요되는 프로그램은 그 역할에 맞는 비중 정도에서 평가해야 옳을 것이다. 물론 예산이 프로그램의 비중에 맞게 적절히 분배되었는지에 관해서는 평가자가 지적할 수 있을 것이나 축제를 설계하다보면 예산의 부족으로 기획자가 눈물을 머금고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모든 프로그램을 같은 비중으로 평가하여 축제를 재단하는 것은 축제의 기획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다.셋째, 축제에 투여된 자원의 총량을 가늠하지 않은 채 축제간 비교를 시도하는 경우이다. 각 축제가 갖는 자원의 총량은 판이하게 다르다. 그래서 현실감각이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지역축제가 축제 운영 경험이 일천한 가운데서 치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축제들을 대상으로 평가하면서 몇 십년의 역사를 거치며 발전해 온 유명 축제의 잣대를 들이대며 평가하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 그것보다는 해당 축제의 발전과정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작년과 올해의 성과를 비교하여 축제가 어떤 발전 경로를 걷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그 소에서 축제의 성과를 찾아보는 것 말이다.아직도 축제의 평가는 갈 길이 멀다. 평가가 비판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상의 개선에 목적이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충분히 실현 가능한 대안이어야 하며, 현실에서 적용 가능한 것이어야 마땅하다. 이럴 때 우리가 내놓아야 하는 현실가능한 대안은 막연한 상상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축제에 대한 주도면밀한 이해로부터 나오는 것일 게다. 모든 평가자들이 평가 대상인 축제의 시스템과 그 프로세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그리고 동원가능한 자원 조건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평가모형을 개발하여 문제의 개선을 도와주는 친절하고 자상한 조언자가 되어주도록 하자./문윤걸(예원대 문화영상창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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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5.2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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