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등재 판소리와 가곡
판소리(2003년)와 가곡(2010년)은 UNESCO 지정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 한민족의 문화적 자존심과 자긍심을 다시 한 번 고취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문화유산으로 사람의 목소리를 이용해 부르는 노래라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판소리는 한 사람의 창자가 충(忠)과 효(孝), 권선징악(勸善懲惡) 등의 주제를 담은 이야기를 소리(창)와 발림, 너름새(몸짓) 등을 섞어 가며 북장단에 맞추어 부르는 우리의 전통성악곡이다. 판소리는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각각 동편제와 서편제 등으로 구분되며 독특한 음악적 특징을 발현하며 발전하였고, 현재에도 수 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판소리가 이처럼 사랑받는 이유는 인간의 희노애락을 사람의 감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서민들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가려운 곳은 긁어 주고, 한스러움은 눈물로 흘려보내고, 기쁨은 어깻짓의 흥취로 풀어내며 현대인의 감성과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리꾼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이루어내는 높고 깊은 전통예술 거듭나며 정체되지 않고 살아 숨쉬며 끊임없이 발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독창적인 판소리는 우리뿐 아니라 동서양 모든 예술인과 사람들에게 매우 특별한 음악으로 다가서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성악곡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판소리'가 일반 서민들의 감성을 대변하는 서민들의 음악이라면 '가곡'은 시대를 이끌어 나가던 선비들의 음악이라 할 수 있다. 가곡은 시조시(우리나라의 고유의 정형시)에 곡을 붙이고 관현악 반주에 맞춰 부르는 노래로 그 형식이 매우 정형화되어 있으며, 절제되고 정제된 음악적 어법과 표현을 통해 부르는 전통 성악곡이다. 가곡은 크게 우조와 계면조를 포함하여 남창(남성이 부르는 가곡) 26곡과, 여창(여성이 부르는 가곡) 15곡 등 모두 41곡이 전해지고 있으며, 형식적으로는 시조시 한 편을 5장으로 구분하여, 전주라 할 수 있는 '대여음'과 간주격인 '중여음'을 넣어서 대여음, 1장, 2장, 3장, 중여음, 4장, 5장 순으로 반복한다. 매우 조직적이며 짜임새가 잘되어 있는 연주(반주)는 거문고와 가야금, 해금, 대금, 단소, 장구 등으로 이루어진다. 가곡은 많은 변화 없이 오랜 세월 그 전통을 이어왔으며 예술적으로도 매우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 우리 전통음악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되짚어 보면 판소리는 일반 서민들의 감성을 직접적으로 대변하며 감정이입을 통해 풍자와 해학의 음악으로 성장·발전하였고, 가곡은 사회의 중심축을 이루던 선비들이 자신의 정신세계를 다듬고 수양하며 즐겼던 형식적·사색적 기능이 강화되며 발전하였다고 할 수 있다. 판소리와 가곡은 서로 음악적 양식이 다르고 그 음악을 즐겼던 향유층이 다르며, 음악적 표현은 달랐다곤 하나, 우리 민족 구성원들의 깊은 마음속 이야기와 감성을 올 곧게 표현하고 이것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성악이라는 공통된 장르를 통해 위로와 안정, 사색이라는 깊은 예술적 감성과 감동의 책무를 다하며 지금까지 우리 곁에 살아 숨쉬며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들이 함께 하여야 할 소중한 문화적 가치로 인정받고 있음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다시 한 번 자신과 우리를 뒤돌아 보게 할 수 있는 좋은 예술적 스승이 될 수 있음에 충분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