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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初心)과 역설적 이야기

사람들은 시작할 때의 마음을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개인이나 조직이나 방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하다못해 친목모임에서도 감사라는 직분이 마련되어 있다. 감시자는 귀찮고 대하기 껄끄럽다. 하지만 조직이나 기관에 감사기구라는 견제장치가 없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초심을 지키기 위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면 방만하고 부패해져 와해되기 쉽상이다. 시냇가에서 잡은 송사리를 수조에 담아두고 다음날 일어나 보니 물고기는 모두 떠올라 죽어 있었다. 환경이 갑작스레 변한 탓에 물고기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어느 날 물고기를 잡는 어구에 송사리는 간 데가 없고 그들의 천적 쏘가리가 세 마리 들어 있었다. 다음에 잡힌 송사리들은 천적과 함께 수조에 넣어 두었다. 다음날 놀랍게도 죽어서 떠오른 송사리는 한 마리도 없었다. 송사리는 천적을 피해 다니느라 쉴 새 없이 헤엄쳤을 것이다. 반대로 스트레스가 송사리를 살린 것이다.개구리 무리가 의기투합하여 더 나은 서식지를 찾아 이동 중에 두 마리가 깊은 웅덩이에 빠지게 되었다. 개구리들은 위험에 처한 동료개구리를 바라보며 손짓을 하며 외쳤다. 자신의 갈 길을 계속 가야 했던 일행은 동료의 위험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으나 어차피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니 고생하지 말고 편하게 죽음을 택하라고 소리쳤다. 한 마리는 자포자기하고 스스로 더 깊은 곳으로 자신을 던져 죽고 말았다. 그러나 다른 한 마리는 포기하지 않고 처절한 노력을 기울여 웅덩이를 탈출하였다. 그리고 동료개구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듣지 못하는 개구리였다. 동료들의 몸짓을 응원으로 알았던 것이다. 그 개구리는 역경을 이기고 생존하여 더 강한 개구리가 되었다.전자의 이야기는 한 친척의 경험담이며 후자는 필자의 아들이 들려준 학교의 시험문제 지문을 살짝 각색한 것이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변화를 이겨낼 원동력이 되기도 하며 역경 앞에서 장단점이 전도되기도 한다. 개인이나 단체 또는 기관이나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발전의 힘이 될 수도 있으며 장점에 자만하면 파멸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또한 초심을 벗어날 때 선의와 악의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하며 그때 선의는 피해를 불러온다. 의사는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없애 나가는 직업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의사의 사명은 병자를 돕는 것이고 세상의 병자가 사라지면 의사는 필요 없는 존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초심은 병자 없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하루를 보내고 났을 때 피로와 함께 무력감이 몰려오면 일을 멈추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하고 쉽게 생각하려는 나태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이때 스스로를 다잡게 하는 것이 바로 초심이다.어린 시절 산골 마을은 하늘과 구름, 나무와 새, 개울물과 물고기 모두 참으로 신기한 것 투성이였다. 그 시절 소나기 떨어지는 저수지에 빗방울이 원을 그리며 퍼지고 또 다른 빗방울의 둥근 무늬를 만나고 소멸되는 장면은 필자의 마음 속 배경화면이 되었다. 그때 필자는 하나의 빗방울이 되었다. 그리고 작은 원이 되어 세상 속으로 퍼지며 다른 빗방울의 무늬를 만나 서로를 스치고 삶의 굴곡을 만들어가고 있다. 확장은 소멸되어가는 현상이다. 소멸되어가는 필자에게 초심은 동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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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2.20 23:02

꼬꼬면 드셔 보셨수?

해마다 12월이 되면 각종 미디어 매체에서 그해의 이슈를 모아서 영향력과 중요도를 가늠해 보곤 한다. 어느 해인가는 아버지가 우리집안의 10대 뉴스를 만들어 연초에 온가족들이 모인자리에서 발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저 재미삼아서 웃고 넘겼었는데 해가 갈수록 연말이면 스스로 한 해 동안 무슨 일 들이 일어났으며 그 중요도가 얼마만큼 파장을 미쳤나 생각해보게 된다. 기억은 아주 한시적이고 인상적인 것에 머무르기 때문에 간략하게라도 기록으로 간단히 남겨두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올해의 10대 뉴스를 간추려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최근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2011년 소비 트렌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10대 히트 상품을 보면서 그 10개중에 내가 실제로 소비하고 있거나 공감이 되는 부분을 꼽아보기도 하고, 내 마음을 확 끌어당기지 않는 것들은 무엇 때문일까 생각도 해보았다. 꼬꼬면, 카카오톡, 갤럭시 S2는 내게도 새로운 경험이고 특히 카톡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것도 무료로 동영상파일까지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인 것 같다. 일일이 등재하지 않아도 내게 등록되어 있는 전화번호는 알아서 자동으로 친구목록에 올려주는 섬세하게 진화되는 IT기술이 우리들의 생각과 느낌을 어느 선까지 확장시킬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포스트 PC시대에 접어들었고, 영화 속의 사이버 세계가 곧 현실로 나타날 날도 머지않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그 외에 스티브 잡스, 나는 가수다, K-POP, 연금복권, 도가니,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통큰 반값 PB상품들이 올해의 히트상품들 목록이다. 뻔한 제품속성과 형식의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통념을 깨는 새로움을 주거나, 세계가 인정한 한국의 대표상품들을 통해서 신뢰와 자부심을 심어주거나,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켜주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점을 선정이유로 들고 있다.그중 연금복권은 40대 이상 연령층에서 71 % 정도 소비한다고 한다. 고물가 시대에 아이들은 한창 뒷바라지를 해야 할 때인데다 은퇴이후의 삶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된 중장년층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일확천금을 노려서 한몫에 타는 것이 아니라 매월 연금처럼 타서 쓸 수 있다는 것이 아주 매력적이다. 실제로 노후에 대한 대비보다는 당장 눈앞의 자녀교육비 지출이 더 급한 시기에 복권에 당첨되어 노후걱정을 날려버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것은 없을 것이다. K-POP은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최근에 일본에 가서 일본대학의 한국어학과 교수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면접 때 학과지망이유를 물어보니 K-POP때문이라는 답변이 많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닛케이나 텐츠 10위 안에는 들지 못했지만 일본에서도 20위 안에는 K-POP이 들어있는 것을 보면 대단한 영향력이 있는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대중문화의 영향력에 의해서 인생의 가장 중대한 선택이 좌우될 만큼 사고와 가치관이 많이 달라졌다. 이제 라면은 고춧가루가 들어가야 된다는 통념을 깨고 꼬들꼬들한 하얀 라면으로 우리의 감성을 사로잡은 꼬꼬면이라도 먹으면서 세대 간의 간극을 좁혀볼 때이다. 일본에는 하얀코코아가 인기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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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2.13 23:02

도서관과 평생교육원은 법적 기능이 달라

최근 전주시는 조직개편을 하여 “시민의 문화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평생교육원을 신설하여 하부조직에 완산도서관과, 덕진도서관과, 평생교육과를 두어 시립도서관의 직제를 없애고자 한다.전주시립도서관은 1949년 전라북도도립도서관으로 개관하여 1963년 현 명칭으로 개칭하여 사용해 왔다. 전주시는 도서관 확장과 시민의 지적 수준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여 그 기반이 잡혀가는 시기에 찬물을 끼 얻는 정책이 나와 참으로 아쉽다.우선 아래 법조항을 비교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도서관법」제2조 정의 1항에 보면 “‘도서관’이라 함은 도서관 자료를 수집·정리·분석·보존하여 공중에게 제공함으로써 정보이용 ·조사·연구·학습 ·교양·평생교육 등에 이바지하는 시설”을 말한다. 「평생교육법」2조 정의 1항에서 “‘평생교육’이란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을 제외한 학력보완교육, 성인 기초·문자해득교육, 직업능력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등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조직적인 교육활동을 말한다.” ‘평생교육원(기관)’은 그 목적을 시행하는 곳을 말한다. 평생교육원이 도서관보다 폭이 넓은 것처럼 보이나 그 폭은 훨씬 좁다. 도서관은 평생교육을 포함하여 많은 도서관 정의에 나온 역할들을 할 수 있지만, 평생교육원은 교육 분야 만 할 수 있다. 이러한 직제는 전주시 단체 위에 국을 올려놓은 것과 같은 것으로 잘못된 직제 개편으로, 도서관을 평생교육원 속에 감추는 것은 이유가 어찌됐든 바람직하지 않다. 예로 옷장 깊숙이 옷을 보관하면 찾기 어려운 것처럼, 도서관의 직제가 없어지면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도서관은 시민생활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기관이므로 시민들의 눈에 잘 띄도록 하고, 상징성을 가진 도서관의 직제를 두는 것이 좋다. 또한 주무과가 평생교육과가 된다면 더욱 안 된다. 언젠가는 현재 사용하는 도서관 명칭도 평생정보학습관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시립도서관의 부흥은 선진전주의 미래며, 자산이고 보고(寶庫)이다. 이에 7개 도서관을 ‘시립도서관’ 직제를 살려 사업소로 나가던지, 굳이 필요하다면 ‘도서관평생진흥국(?)’을 만들고, 그 밑에 평생교육과 사업소 형태의 시립도서관 직제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도서관 직제를 별도기구로 존치하는 것이 독서문화도시로써 그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일본 같은 도서관 선진국들이 도서관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귀하게 여기는지 고려해봐야 한다. 「도서관법」제27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보면 공공도서관 운영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관할 도서관을 직접 운영 관리함으로써 도서관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사업과 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48년간 잘 운영해오던 시립도서관 직제가 없어지고 평생교육원 하에 두고 덕진도서관과를 만드는 것은 2분화되어 시민들에게 혼동을 준다. 완산, 덕진으로 나누는 것은 광역시가 될 경우 가능한 일이다. 도서관의 위상은 곧 시민 위상의 척도이므로 여기에 걸 맞는 도서관 직제와 명칭이 있어야 한다. 다시 한 번 이 같은 책무를 되짚어 보고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지 않으면서 본래 목표했던 조직 안정화와 시민들의 삶에 질 향상을 위해 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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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2.06 23:02

다가 산비탈에 서서

풍남문 돌아서서 저만치 오시는 전주 처녀, 개나리 저고리에 진달래 치마에는 하얀 코배기 고무신이 제격인 시절이 있다. 청춘 남녀가 단 둘이 만나 정담을 나누기 어렵던 그 시절에 공원은 적재 적소였다. 연애하러 가는 막내고모, 손목 잡혀 오르내리던 비탈길에 서 본다. 왼쪽 어깨에 노란색 완장 두른 다가공원 터줏대감, 사진박는 박씨 아저씨는 직업이 둘이었는데, 또 하나는 만화경 대여다.찰칵하고 방아 틀 돌아가면 바뀌는 장면이 세상이 뒤집어지고 업어지던 그야말로 만화경 속 기억 저편으로 가 본다. 천양 정, 과녁 만나러 버들잎 꿰 차고 시위 떠난 화살 소리에 떡갈나무가지 떨고, “쿵” 하고 랑데부 하니 수 삼백년 족히 넘는 산신령 느티나무 지팡이가 추임새를 갖춘다. 다가산을 중심에 두고, 오른 쪽으로 용머리 고개 너머 이어지는 완산 칠봉, 봉우리, 봉우리, 어깨를 들썩이고, 왼쪽으로 뿌리 깊은 배움의 터를 지나 능선따라 태극산 끝자락에 전주의 북쪽을 책임진다는 진북사가 자리한다.처마 끝, 풍경 소리가. 사바세계 넘나드는 비구니 목탁소리 장단 맞춰 맛있게 비벼진다. 앞으로는 기린 봉 중바위 사이, 올라오는 달덩어리, 온 동네 구석구석 환하게 비춰가며, 전주의 힘을 쏟아낸다. 뒤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천수를 다해 주는 화타들이 모여 살며 전주의 힘 받아 태어나는 힘찬 아기들 울음소리에 삼신할매 입가에 고운 여울이 인다.만화경에서 깨어, 다가산 정상에 올라 본다. 서쪽하늘 중턱에는 낮달이 걸려있고, 매점 자리에는 긴 벤치가 누워있다. 그 뒤, 아카시아 나무 등허리에 비닐 봉투 뒤집어 쓴 사계절용 둥근 시계가 여섯시 이십 이분에서 누구를 기다리는 지........,아마, 수개월 째 그렇게 있는 것 같다. 오랫동안 그대로 있는 또 하나가 있다. 시름그대로 괴로움 숨지고 이어가랴 하니좁은 가슴 안에 나날이 돋는 시름 회도는 실꾸리 같이 감기기만 하여라아-아- 슬프단 말, 차라리 말을 마라물도 아니고 돌도 또한 아닌 몸이 웃음을 잊어버리고 눈물마저 모르겠다쌀쌀한 되바람이 이따금 불어온다실낱 만치도 볕은 아니 비쳐든다친구들 외로이 앉아 못내 초조해진다 <가람 이병기 시중에서>이렇게 가람 시비는 멈춰진 시계를 곁으로 하고 시름에 웅크리고 있다. 그 시절에 쓰인 의도는 다를진데, 지금 같아 보이는 이유는 무얼까? 얼마 전 몇 분 지역 어른들과 같이하는 점심 자리에서, 한 분이 말씀 하신다.“다가산의 사계절을 올라가 보았는가. 봄 여름은 수목에 우거져 전주의 풍광을 볼 수가 없고, 가을 겨울은 그리 을씨년스러울 수가 없다”고 그러신다.목수가 집을 지을 때, 중심에 침을 꼿고, 먹줄을 튕겨 나간다. 전주의 중심의 축은 다가산인데….인구가 줄어들고, 구도심이 잠들어 가는 이 시기에, 명산 다가산에 힘을 불어 넣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어느 풍수가 그랬듯이 어린애들이 모여들고 사람 냄새 물씬 나는 곳이 최고의 명당이라 했다. 사유지, 시유지를 떠나 우리 지역, 흐림과 맑음, 삶의 문화 역사를 그대로 담아내 온 다가산을 찾아가 껴안아 보자. 아이들이 사계절 뛰놀던 그 때 그 공원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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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1.29 23:02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나무가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는 이 시기에는 문득 생각에 골똘해지게 된다. 나무들이 각자 대지 위에 의탁한 몸을 공손히 하고 바람의 힘을 빌려 말을 건네오면 마음 속의 대답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만들어 낸다. 뿐만 아니라 본분에 어긋남이 없는 나무는 열매나 잎을 통해 자신의 일부를 돌려줄 때가 되었음을 스스로 알고 우리를 앞질러 가며 생각을 채근하는 것이다.과거에 비해 현대의 삶은 겉보기에 화려하며 풍요로워 보이나 내면은 오히려 궁핍하고 얕아지고 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현대인의 삶을 점점 더 가파르게 만들고 내면을 궁박하게 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성찰이 없이 사람사이에 얽혀있는 이해관계에만 집착하므로서 비롯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음이든 물질이든 서로 주고 받는 것이 사람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현대인은 주는 것보다 많은 것을 받아내야 하며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앞서가야 한다는 생각에 보다 익숙하다. 그러므로 사람을 대하는 데 상대를 위한 배려보다 이해타산에 따른 판단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이해관계를 떠나더라도 상대방의 사람됨을 이해하는 것은 관계의 첫걸음이다. 그러나 그 이해가 충분하지 않을 때 또는 단편적으로만 바라보았을 때 오해나 피해를 부르기도하고 관계가 망가지기도 한다. 필자 역시 사람의 됨됨이를 이해하는데 서툴러 마음에 상처를 받은 경우가 있었으며 필자가 판단대상이 되어 실망을 준 적이 있었음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타인을 판단하고 평가하기에 앞서 자신을 먼저 성찰하고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나무는 이 계절에 필자에게 말을 건넨다.예로부터 흔히 인물의 됨됨이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들었다. 이는 과거 당나라에서 인재선발의 기준으로 삼았던 것으로 사람의 풍모, 언변, 필적 그리고 문리를 이른다. 즉 용모가 단정하고 건강한 신체, 조리있고 정직한 언변, 곱고 품격있는 서체, 사물의 이치를 깨닫는 판단력을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외모지상주의의 성형열풍과 사회 곳곳의 늘어가는 막말, 온오프라인에서 쉽게 눈에 띄는 독필이나 자신에 대한 과대 또는 허위포장 등은 현명한 판단을 하기에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 많은 것이 변화된 오늘날에 과거의 가치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온당치 않으나 그 순서나 범주를 고려하여 다듬어 받아들인다면 자신을 비춰보는 좋은 거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부에 힘쓰며 주위를 내 안에 들여 찬찬히 들여다보면 추구할 바가 분명해진다. 좋은 뜻을 주위와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수단으로 글을 삼는다면 불필요한 말은 멀어지며 편안하고 품위있는 용모가 이뤄질 것이다. 용모의 수려함이 아니라 깊은 내면이 우려내는 사람의 직관적 인상을 ‘참’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오늘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참한 사람인가 또는 적어도 참해지려고 노력은 하는 사람인가. 가로수의 안내를 받으며 방문한 전주향교에는 고옥과 어울어진 은행나무가 반기고 있다. 필자는 수백년 세월의 아득한 풍모를 간직한 은행나무가 바람을 빌려 건네는 말을 듣고 그 잎새와 열매가 전해주는 뜻을 읽는다. 나무는 시대와 세상의 것을 평가하지 않았고 다만 전체의 일부를 이루고 있었으며 되돌려주는 때를 스스로 알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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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1.22 23:02

사회적 비용부담의 문제

개개인이 사회적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수입은 이미 고정이 되어 있는데 지출은 자꾸 늘어나고 있는 실정을 보면 이러다가 국가와 자치단체도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염려가 된다. 게다가 개인인 우리 스스로 지불부담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인부담으로 돌아오는 사회적 비용들이 너무 많이 추가된다는 생각이 든다.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서 보자면 한 개인의 정치적 생명을 건 의사결정이 결국은 지방자치단체와 납세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것을 보면서 책무의 한계성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예산의 규모는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비용을 부담하려면 어느 부문에서든 계수조정이 되어 지불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차피 경상비용은 그대로 지출되어야하기 때문에 사업예산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관련 규정 어디에도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선출직들이 자신의 명예를 얻기 위해 임기를 마치지 않고 중도 하차해도 보궐선거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우리가 모르고 감당하는 비용의 또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면 자동차 보험료가 있다. 주변에서 조그마한 접촉사고에도 병원에 누워 있으면서 보상비용을 증액시켜 보험금을 과다지급 받는 사례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몰염치의 극치인데도 너나할 것 없이 도덕적 해이라고 인식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보상금 많이 받았다고 자랑하기도 하고 듣는 사람은 은근히 부러워하기조차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 돈은 모든 자동차 보험 가입자들에게 부과되어 보험료를 인상시키는 요인이 되는데도 어느 누구도 그 점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용발생원인을 부지불식간에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치러진 주민투표와 보궐선거비용을 합치면 무상급식을 하고도 남는다는 분석을 보면서 우리사회의 비용편익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우리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 상황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곱씹어 보게 된다. 막대한 예산을 소모하면서 선거를 몇 번씩 치러야 될 만큼 그 정도로 현재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기조차 한다.사회적 비용이 존재할 때 그 비용을 경제활동의 당사자가 부담하지 않음으로써 자원에 대한 과소평가 경향이 발생, 자원을 과잉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점에서 자원은, 사회적 비용을 포함하는 가격으로 평가되어야 하며, 따라서 이 같은 과잉사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당해 주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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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1.15 23:02

바른 낱말 사용

요즘 길거리를 지나며 상가에 내걸린 간판과 현수막 문구를 보면 아쉬울 때가 많다. 언제부터인지 바른 낱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홍보용 게시물로 자주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고객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게시된 간판과 현수막이 고상한 말을 만들어 내는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잘못 사용된 낱말과 영어 단어 사용은 글을 익히는 학생들에게 낱말 사용에 대한 혼돈을 주며, 바르게 사용된 낱말처럼 인식하게끔 한다. 이는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한글을 모독하는 일이 아닌가도 싶다.국제화 시대라고 외국어 발음의 간판을 많이 사용하여 마치 외국의 거리인가 하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또한 단어 발음을 부정확하게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컴퓨터 보급과 인터넷 사용, 휴대전화 사용이 잦다 보니 신조어도 많이 생겨났다. 또한 휴대전화 한 면에 보내는 문자의 제한 때문에 문자 두세 자를 한 자로 줄여 쓰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그 예로 ‘선생님’을 ‘쌤’으로 사용한다. 어떤 이들은 문자를 발음이 나는 대로 사용하는 등 문자 이탈도 심각하다.많이 사용하는 영어 단어 중 center(센터)는 중심, 중앙이라는 뜻이다 ‘외래어 표기법’과 ‘외래어 표기 용례’에 따르면 ‘센터’로 표기해야 하나 대부분 ‘센타’로 사용하고 있다. 예로‘카센터’, ‘지역아동센터’, ‘이삿짐센터’ 등이 바른 표기다. 또 diet(다이어트)란 단어를 ‘살빼기’로 이해하여 ‘권투 다이어트’, ‘마라톤 다이어트’ 등으로 사용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표기이다. 다이어트는 명사로써 국어사전에 보면 ‘음식 조절, 체중을 줄이거나 건강의 증진을 위하여 제한된 식사를 하는 것을 이른다.”’즉 ‘식이 요법’으로 살을 빼는 것을 말한다.‘정직한 가격, 착한 가격, 위대한 세일, 착한 몸매, 장난감 도서관’ 등의 자주 사용되는 말들도 잘못된 표기이다. 형용사인 ‘정직(正直)하다’의 뜻은 ‘마음에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바르고 곧다’라는 것이요, ‘착하다(善)’는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이다. ‘위대(偉大)하다’는 ‘도량이나 능력, 업적 따위가 뛰어나고 훌륭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형용사들은 사람에게 사용해야하나, 사물에 사용함으로 홍보물을 읽는 자들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다.어떤 시설은 장난감을 모아놓고 대여하는 곳인데 ‘장남감 도서관’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브리테니커 사전에 보면 ‘도서관(圖書館)은 자료를 수집·정리·분석·보존·축적하여 일반인 또는 특정인의 이용에 제공함으로써 정보이용·조사·연구·학습·교양 등 문화발전 및 평생교육에 이바지하는 시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장난감 놀이방(?)이라 칭해야 하지 않을까?훌륭한 사람에게 ‘명품(名品)ㅇㅇ’이라고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명사인 명품은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을 말하는 것이기에 사람은 ‘명인(名人)’이라고 칭해야 한다.세종대왕은 한글을 우리 모두에게 바르게 사용하라고 창제하셨다. 따라서 휴대전화 문자를 보낼 때에도 낱말을 사용하기 전에 한 번 더 따져서 바르게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많은 독서를 통하여 바른 낱말을 배우고 익혀서 바르게 사용하기를 우리 함께 노력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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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1.08 23:02

전주, 그리고 자연스러운 스케치

자연(自然)스러움 이라는 말이 있다.한자로 보면 스스로자(自)에 그러할 연(然)이다. 다시말해 본능적 자연스러움을 의미 한다. 전주의 다양한 곳을 다각적 추억으로 스케치를 해보았다. 손목시계 귀하던 시절 중앙동 소방서망루 오포소리에 맞춰 점심을 서둘렀고, 전라북도 인구 250만 시절 노송동 전주역사에서 23시30분 용산 발 기적소리에 알싸한 서글픔을 안았던 적이 있었다. 적송이 즐비한 덕진 왕릉의 가을소풍, 도민체전에 동원되었던 초·중학교시절 카드섹션, 종합경기장 남쪽 담 벼랑에 기대어 지독한 현기증을 풀던 포플러 그늘 밑은 지금 생각해보아도 흑백사진 중에서 소중한 편린이다.우전동네 앞 물길은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시점이면 오줌싸게 막내를 위해 미꾸라지 잡아 연탄불에 구워내던 일과 송천동에 살고 있는 술 참봉 박씨는 자신의 주량을 저울로 달아보기 위해 35사단 앞 막걸리 집에서 한잔으로 시작하여 오후 노을이 질 무렵, 중앙시장 육교 밑에서 토악질 후 두 다리 뻗고 퍼져버렸다는 아슴한 술꾼 이야기도 스케치에 올려본다.전주의 자연스러움은 가슴에 존재하고 있지만, 현재의 전주거리 현상(現像)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전주비빔밥축제가 있어 연일 한옥마을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옛말에 ‘산천은 유구 한데 인걸은 간데없다’ 라는 말이 거꾸로 다가왔다.경기전을 중심으로 한옥마을에는 지역 외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거 몰려왔다. 무엇 때문에 이곳을 찾고 있는 것 일까?나름대로 여러 가지 이유야 있겠지만, 어쩌면 천년 고도 전주에서 전주만이 안고 있는 정취와 역사적 현장을 보다 자연스럽게 느껴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자연스러움을 자연스럽게 기획하고 보완해 가는 것만이 미래지향적인 전주의 자연스러운 문화 환경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이다.전주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는 한옥마을에 무늬만 기와인, 강판 지붕이 참으로 어색하지 않을 수가 없다.전주 역사 문화정서에 촉촉함을 채우기 위해서는 한옥마을 안에는 각설이패도 필요하고, 기마 순찰단도 필요하고, 엿장수와 장돌뱅이 소리꾼도 필요하다. 돈 많이 드는 거창한 무대보다는 한옥마을 곳곳에 쌈지 광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차가운 사랑방에 불을 지피듯 전주의 자연스러움을 그렇게 지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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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1.01 23:02

[문화마주보기] 전인삼 바디 춘향가를 기다리며

넓은 의미의 소리는 물리적 현상으로 생성된 파동 자체라 할 수 있으나 우리가 이해하는 소리는 청각에 의해 인지되어야 의미를 부여 받는 주관적 현상이다. 인간을 기준으로 볼 때 가청영역은 20Hz에서 20,000Hz의 진동수에 해당하며 그 이하의 초저주파, 그 이상인 초음파가 있다. 이 소리들이 전쟁터의 무기, 산업기기, 진료 기기가 되기도 하고, 저급한 욕설이 그리고 품위 있는 예술이 되기도 한다. 소리는 서로간 소통의 수단이 될 때 소중한 의미를 갖게 된다. 그리고 소통의 소리를 각자의 방법을 통해 차원 높게 승화시키는 이들이 예술인이다.전주에서 올해도 많은 예술인이 담아내는 다양한 소리를 즐기고 교류할 수 있는 전주 세계소리축제가 있었다. 9월30일부터 10월4일까지 5일간 전주시 일원에서 열렸던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주제는 〈이리 오너라, 업고(Up Go) 놀자>였다. 이는 춘향가의 사랑가 중 한 대목이다. 이 주제는 판소리의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장르의 마당을 마련하는 한편 판소리의 세계화를 위해 영역과 깊이를 더해보고자 한 전라북도와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의 노력에 걸맞는 것이었다.대중 속에서 싹트고 자란 판소리는 18세기초에 발달하여 19세기 말에 전성기를 맞았으며 그 시기 전주는 대사습의 전통을 자랑하는 판소리의 중심지였다. 그렇듯 전주가 대사습놀이와 소리문화 축제를 통해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의 조화를 이뤄가는 자체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전통 판소리는 마당이나 누각 등에서 광대(창자)와 고수, 동네사람 즉 청중이 함께 만드는 교감과 소통의 공연예술이었다. 그러나 근대 들어 원각사를 시작으로 극장중심의 문화 속에 판소리 공연의 형태도 변화를 맞게 되었다. 이번 전주 세계소리축제는 판소리 다섯바탕을 한옥 고택에서 연주함으로서 판소리의 전통적 공연형태가 주는 교감과 소통의 재미를 듬뿍 안겨주었다.그 판소리 다섯바탕 중 전인삼 명창의 동편제 춘향가 복원완창 연주회는 필자에게 특히 인상적인 감동을 안겨주었다. 전라북도에는 동편제의 본향인 남원이 있다. 고향이 남원인 전인삼 명창이 전승자 없이 맥이 끊긴 동편제 박봉술 바디 〈춘향가>를 복원완창하던 중 지척에서 추임새를 넣어가며 함께했던 공연은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다.서편제나 동편제, 중고제 등 소리의 지역적 분류는 지역언어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단순한 지리적 분류가 아니다. 각자의 바탕에는 그 지역의 정서와 문화가 담겨있으므로 단순 비교할 수 없는 까닭에 어느 소리가 더 우월한가 다투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편제 판소리가 특별한 기교 없이 목으로 우겨 들려주는 담백함과 의연함은 서편제의 부드러우면서 구성지고 애절한 소리와 다른 풍류를 들려주는 것은 분명하다.전주 세계소리축제는 다른 소모적 축제들에 비해 창의적이고 생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소리문화 발전의 소중한 토양이 되는 축제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전주 세계소리축제가 진행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정적 경험을 축적해가며 회를 거듭할수록 발전해 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판소리가 시대와 사람을 통해 변화하고 발전해왔듯 앞으로 춘향가를 새롭게 재창조하여 들려주는 〈전인삼 바디 춘향가>를 전주 세계소리축제를 통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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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주연
  • 2011.10.25 23:02

[문화마주보기] 돌봄노동과 행복추구권

최근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에 대한 요구는 개인의 자아실현 차원을 넘어서 국가의 요구처럼 보이기도 한다.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핵심 노동력부족은 국가의 생산성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노동력의 질적 확보를 위해서도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는 국가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요소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4.8%와 비교해 훨씬 밑돌고 있다. 여성취업자가 1천만 명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주요 선진국의 여성경제활동 참가율 70%80%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경력단절여성들의 보다 수월한 노동시장 진입을 위한 프로그램인 집단상담훈련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그동안 가정에서 돌봄 전담자로 살아온 시간들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만난 거의 모든 여성들이 사회참여를 통해서 자기 삶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고자하며, 특히 경제적 가치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보여준 통계의 낮은 수치와 프로그램 참가 여성들의 의지를 보았을 때 노동시장에 진출할 자원은 이미 충분하게 확보되어 있다고 생각한다.이제는 거의 모든 가족구성원이나 여성들이 자신의 가정 안에서 돌봄 전담자로 사는 것에 만족하지 않으며 그렇게 살고 싶어 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그렇게 사는 것은 바람직한 삶이 아니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 그러한 배경에는 높아진 여성의 사회참여의 욕구뿐만 아니라 그동안 가정 안에서 수행해온 돌봄 노동이 '여자의 일'로 치부되며 사회적 경시를 받으며 저평가되어왔고, 노동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다.돌봄노동은 그동안에는 소극적 자세로 책임을 가족과 개인에게 전가해왔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질수록 국가와 사회적 영역에서 수행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가와 사회는 사회구성원들이 누구나 갖게 되는 사회적 욕구를 해소해서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생활하도록 사회보장과 사회복지증진에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국가의 생산성을 높이기위해서 여성들의 경제활동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내야 한다면, 돌봄에 대한 국민들의 사회적 욕구를 만족시킬 사회서비스를 보다 더 체계적이고 섬세하게 공급해야할 단계가 선행되어야한다. 돌봄영역의 노동가치가 재평가되어야함은 물론이고 그 분야 종사자인 가사도우미 간병인 육아도우미 등의 노동권 또한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돌봄요구자와 돌봄제공자 양측 다 행복추구권과 인권을 만족시킬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야하고 무엇보다 서비스의 품질이 개선될 수 있는 여건들이 조성되어야 한다.한참 핵심노동력으로 주요역할을 시기에 육아나 가사 또는 가족돌봄 때문에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막고 M커브에서 탈피하는 것도 선진국형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해결해야할 과제중의 하나이고, 돌봄노동을 양질의 좋은 일자리로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일자리 창출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김형남(전주 YWC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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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0.18 23:02

[문화마주보기] 반복 독서

높고 파란 하늘, 황금물결의 들판, 길가의 코스모스, 신선한 공기로 가득한 가을이 돌아왔다. 산과 들로 놀러가기에도 좋고, 모처럼 여가를 즐기며 심신의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무엇보다 가을은 책을 읽기에 딱 좋은 독서의 계절이다. 그런데 바쁘다보니 책을 빌리거나 구입하면 한번 정도 읽고 책을 덮기 일쑤고, 두 번 이상 읽는 경우도 많지 않다. 음식은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나는 것처럼 독서도 여러번 읽어 미독이 될 때까지 읽는 것이 필요하다.'독서의 기술'의 저자 모티머 j. 애들러는 네 가지 수준의 독서법을 그의 저서에서 제시한다. 초급독서, 점검독서, 분석독서, 신토피칼 독서의 수준을 말한다. 독서를 하다보면 독서능력이 올라서 이 네 가지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겠지만, 보통의 독서능력을 가지고는 쉽지 않다. 수준이 낮은 것에서부터 높은 것으로 한 계단씩 쌓아가야 가능하다.제1수준의 초급독서는 기초 및 초보독서라고 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처음으로 책을 대하는 자가 최초로 해야 할 일로 하나하나의 단어를 식별하며 '문장이 무엇을 말하는가'를 알아내는 수준이다.제2수준의 점검독서는 주어진 일정한 시간 안에 될 수 있는 대로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는 것으로 계통을 세워서 골라 읽는 기술이다. 이 수준에서는 '이 책은 무엇에 대해서 쓴 것인가?', '이 책은 어떻게 구성되었으며, 어떠한 부분으로 나뉠 수 있는가?'를 검토하게 된다.제3수준은 분석독서로 복잡하고 계통적인 독서활동이며 독자에게 상당한 노력이 요구된다. 독자가 책 내용의 계통을 세워서 몇 가지 질문을 만들어 철저하게 읽어내는 독서법으로 가장 완벽한 독서법이다.제4수준은 신토피칼 독서로 조직적인 독서법이며 비교독서법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하나의 주제에 대하여 두 권 이상의 책을 서로 관련지어 읽는 방법이며 독자는 읽은 책을 통하여 주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분석하여 읽게 된다.위에서 말한 독서의 네 가지 수준을 갖추기 위해서는 한번 읽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하여 읽어야함을 알 수 있다. 정성스런 마음으로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야, 책 내용이 품고 있는 참뜻을 마음 속 깊이 새길 수 있다.실제로 옛 선비들은 수백 수천 번은 기본이고, 수만 번이나 반복해서 같은 책을 읽기도 했다. 참으로 부지런한 독서가였던 김득신은 '사기'에 나오는 '백이전'을 무려 1억1만3천 번이나 읽었다고 한다. 세종대왕도 '백독백습'이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한권의 책을 100번씩 읽었다고 한다. 이러한 반복 독서는 당시 읽을 책이 그리 많지 않았던 사정에서 비롯된 것이겠으나, 한번 읽은 책은 더 이상 보지 않는 오늘날 우리의 독서습관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너무 쉽게 책을 덮어버려 며칠이 지나면 읽은 책의 내용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책을 수없이 많이 읽어 줄줄 외운다 해도 그것은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책을 거듭 읽어서 그 참뜻을 마음 속 깊이 새기며 자신의 사고를 첨가해 삶에 적용할 때에야 비로소 독서가 완성되게 된다. 아름다운 가을날, 좋은 책을 곁에 두고 반복하여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과 느낌, 사고로 풍성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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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0.11 23:02

[문화마주보기] 꿈을 꾼다

오른 손으로 기린봉을 움켜쥐고, 왼발을 승암산 자락에 걸쳐, 힘써 올라서는 달님 턱 밑에 구름 목도리 두른걸 보니 추웠는지, 사 나흘 전 뿌린 비가 계절을 재촉했나 보다. 슬치재를 넘어 전주로 입성하는 네발 달린 자동차 꽁지에는, 낙엽 댕기가 물려져 있고, 맨 먼저 겨울이 찾아오는 황방산 서부능선을 오를 정오 즈음, 엊그제 불던 남동풍이 기수를 북서풍으로 돌렸다.서고사 입구에는 연녹색 옷을 갈색으로 갈아입은 강아지풀이 살랑거리며 반겨준다. 효자동 박물관을 지나 우전다리를 사이에 두고 이 지역 원로시인 화두 한 자락 내려놓는다.'나는 이때면 이 햇살에 보여지는 모든 것들이 하얗게 눈언저리에 내려앉는다.' 라고, 중얼거린다.저 시인 가슴 팔레트에는 지성과 감성이 섞인 인생만고 겪어 온 총천연색 색깔이 담겨 있고, 연륜이라는 붓으로 이색 저색 다 쓸어내려, 하얗고 깨끗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가 보다. 나는 아직도 이색저색 쓰다 보니 채도가 높아지는 검정색 가까이로 다가갔는데, 지울 줄 알아야 하는데, 이렇듯 저러하듯 동으로 서로 남으로 북으로 우리 사는 이곳 예술동리에로 어김없이 겨울이란 놈이 노크를 한다. 곧 올 것이라고, 왔다고, 문 열라고.화가의 겨울은 연탄 백장에 쌀 두가마니 반, 한가마는 술 바꿔먹고, 반가마니는 물감 구하고, 또 한 가마 화실 식구와 밥 지어 허기 채우며 꿈을 꾼다.소극장 무대 뒤 큰 김치독, 객석 뒤 라면 열두 박스 쌓아두고, 유료관객 하루 백 이십 명 주연급 배우로도 발탁되고, 연극인 꿈을 꾼다. 다락방 20촉 전구 밑에서 원고료 장당 만원, 1500매 공모전에 당선되어 몽블랑 만년필 구입하고, 마누라 신발도 갈아주고, 지지난 봄철 책을 상재할 때, 밀린 인쇄비 청산하고 문인은 꿈을 꾼다. 패션 사업이 두 계절 앞서가듯, 예술가도 계절을 앞서간다.이 겨울 맞이 하면서 다음에 올 겨울을 기획한다. 어쩌면 날마다 겨울일수도 있겠지만.지난 날, 전북의 사계절은 분명하고 자연 풍토가 기막히며 오곡백화 또한 가득하여 시서화와 소리가 풍만한 이 고장 일진데, 지금에 와서 고귀한 예술인들 등 돌리고 떠나지 않을 지.요즘, 정치, 경제, 사회는 예술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곳엔 아예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 찬란한 전북 예술을 꽃피려고 하는, 기존 선후배 예술인들이 이곳에 살아가며, 끊임없는 작업으로 소통해 가며, 자라나는 꿈나무 예비 예술인들 가슴에, 전북 예술의 위상과 자긍심을 불어넣어 주고, 희망의 샘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가뜩이나 순수예술이 사라져가고 힘들어지는 이 시기에 좋은 행사가 행하여진다.목정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제 1회 전북 고등학생 미술 실기대회가 지난 토요일 경기전 뜨락에서 개최되었고. 앞으로는 음악 콩쿠르와 백일장이 펼쳐진다. 또 며칠이 지나고 나면, 기성 작가들을 위한 목정문화상 열아홉 번 째 시상식을 갖게 된다. 이 취지는 전북지역 문학, 미술, 음악 순수예술을 훌륭하게 지켜온 예술인들을 위한 전북예술의 위대한 꿈과 현실을 묶어내자는 뜻에서 출발 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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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0.04 23:02

[문화마주보기] 추종자론

최근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산부인과 영역에서 이뤄진 진보된 복강경 술기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다. 참석한 세미나에서는 최소 침습적 복강경 수술의 침습범위를 더욱더 줄이려는 기술과 기구의 개발에 가속도가 붙어가고 있음을 새삼 느낄수 있었다.과거 1980년대말 복강경 수술이 도입된 이래 복강경 수술은 많은 어려운 점들을 극복하고 이제 제왕절개 분만을 제외한 모든 부분의 수술에서 개복수술을 거의 대체해가고 있으며 필자 역시 거의 모든 수술을 복강경에 의존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이 특별해 보이던 초기에 술기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부정적이었던 시절도 있었으나 장점이 많은 이 수술은 결국 지속되고 발전되어 보편화되기에 이르렀다.마음이 가는대로 하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생명을 다루어야 할 필자의 경우 증명되지 않은 방식의 길을 마음 가는대로 가는 것은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그래서 의학은 경험의 학문이라고 말하곤 한다.의학분야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어제 진리로 믿었던 것들 또는 진실에 대한 가설들의 반감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으며 일부 중요한 사실로 취급되었던 것들이 거짓으로 판명되어 폐기되거나 당연하게 여겨져 보편적인 것으로 바뀌게 된다.우리는 그렇듯 남들보다 앞서 각자의 분야에서 지식과 기술을 선도하는 이들을 리더라고 부른다. 리더는 창의적 사고를 통해 어제의 것에 대한 발전적인 부정이나 해체 그리고 혁신을 이루고 그것을 실현함으로써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토대를 만들어가는 자라 할 수 있다.그런데 경쟁하든 지지하든 추종자가 없는 리더는 있을 수 없다. 각 분야마다 제시된 리더의 업적은 뒤따르는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검증되고 변형 발전될 때 보편화되고 해당 영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바로 이렇게 특별한 것이 보편성을 획득할 때 세상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현재 보편적인 것이 어제는 특별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사람들은 각자가 추구하는 분야에서 평범과 비범 사이를 살아간다. 평범과 비범 사이엔 - 있어야 할 자리에서 누군가와 함께 또는 누군가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야하는 - 일이 존재한다. 그런데 만약 자신이 마땅한 시간, 마땅한 장소에서 해야 할 일에 열정을 느끼지 못하고 무관심하게 살아간다면 또는 저마다 자신만이 모든 것을 완성시킬 리더라고 내세운다면 사회가 온전할 수 있을 것인가.리더는 그 뒤를 따르는 추종자에 의해 완성되는 존재다. 건강한 추종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적어도 자신이 자신의 주인이되고 자신의 리더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옳다고 믿는 길을 리더를 따라 또는 리더를 추월하여 성큼성큼 나설 수 있어야 한다.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리더지만 정작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뒤를 따르는 사람들이다.최근 우리는 세계 육상대회에서 달리고 뛰며 던지는 스타들의 모습에 환호한 바 있다. 또 새로운 얼굴의 정치인을 기다리고 우리가 갖지 못한 재능을 가진 과학자, 예술가나 연예인을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곤 한다. 그러나 오늘은 거품처럼 커진 가벼운 세계를 벗어나 뜨거운 태양 아래서, 짙은 암흑 속에서 내면을 쇠구슬처럼 단단하게 다지며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있을 우리 모두에게 환호를 보내고 싶다./ 김관식 (전주 자인산부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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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9.27 23:02

[문화마주보기] 세대 통합을 위하여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라고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는 청춘예찬을 누구나 한번쯤은 낭송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방아처럼 고동치는 심장과 높은 이상을 가진 가치 있는 존재야말로 청춘이고,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이 바로 청춘의 끓는 피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중년에 접어들면서 길가다 마주친 풋풋한 청춘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워 눈길을 줘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그렇게 그 자체만으로 존재감이 넘치는 젊은 청춘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미래와 희망을 기대하게 되고, 그래서 무엇보다도 현재적 가치인 그들의 청춘이 값어치가 있고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무한한 가치가 있는 청춘이 품고 있는 이상이야말로 우리 나이에 정말 부러워해야하고 시샘해야 옳은 것이 맞다. 그러나 요새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내가 그 눈부신 청춘이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급격한 고령화와 출산율이 저하되는 사회에 접어들면서 청춘들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이 사회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정책적사회적 배려가 요구되는 시기임에도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좋은 사회란 성인이 되면 독립하여 저 스스로의 삶을 자기 힘으로 살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법적으로 투표권이 주어지고 성인식을 치러주면 그냥 성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성인으로서 자기 스스로의 안전도 책임지고, 자기의 이상과 꿈을 펼쳐 볼 수 있는 희망과 열정을 가지고 청춘을 던져볼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될 때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것이다.입시지옥과 취업난, 유례없는 주택난속에서 청춘을 저당 잡히고 사는 가여운 볼모들을 보며 저 대열에 끼어있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가슴이나 쓸어내리며 안심하고 있는 한 우리의 안락한 미래는 보장받을 수 없다.이미 경제활동의 중추인 젊은 핵심노동력이 감소하기 시작한데다가 취업난마저 가중되어 생산성도 떨어지면 결국 우리 사회의 부양능력이 떨어질 것이고 그것은 결국 세대 간 갈등과 불만으로 표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수준이 경제적 생산성으로 직결되지 않으면 결국 그 투자비용은 회수하기 어려운데다가 그 부담은 기성세대의 몫으로 남게 된다. 젊은 청춘들이 제때에 자립하지 못하면 그 비용은 개인적으로는 노후자금에서 지출하게 되고, 사회적으로도 생산성이 떨어져 부양능력도 열악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이미 젊은 세대가 성인으로서의 자활과 자립을 하기가 불가능한 시대이다. 일자리를 가져도 그 수입이 주거비용과 교육비를 부담하는 데에 허리가 휘는데, 무슨 청춘의 꿈과 심장의 박동소리를 들으며 역사를 꾸며온 동력이 될 희망을 품겠는가 말이다.세대 간의 부담을 덜어줄 사회적 책무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서 상생의 실천방안을 모색해 보아야 한다. 정책적으로 교육비용과 주거비용을 완화할 방법을 찾아야하고, 사회적으로는 워크세어링이나 임금피크제, 여성 경제활동 유인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연금 수급자들은 일자리를 양보하는 높은 도덕적 미덕을 갖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가버린 청춘들이여 청춘을 돌려달라고 목청 돋우지 말고, 있는 청춘들에게 피 끓는 젊음을 찾아주려는 노력을 하자./ 김형남 (전주 YWC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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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9.20 23:02

[문화마주보기] 공공도서관의 예절

요즈음 도서관이 주민 밀집 주거지역에 자리를 잡아 세워짐으로써 주민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 주민들이 찾아와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들을 재충전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게 되었다. 각 도서관은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다양한 것들을 연구하고 시행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도서관을 찾는 이들에게 참으로 아쉬움을 갖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일부 공공도서관 이용자들의 적절치 못한 행동 때문에 이마를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종종 있다. 도서관 이용자들은 적절한 도서관 예절을 습득해야 한다.도서관의 최고 자산은 비치한 장서이므로 도서관의 책을 깨끗하게 애용해야 할 것이다. 책을 잘 읽는 사람들은 평소에 책 여백에다 글을 쓰고 줄을 그어가며 읽기도 한다. 되풀이하여 뜻있는 내용을 찾아보기 쉽게 하기 위한 독서의 한 방법이다. 개인의 책은 그렇게 하며 읽는 것이 좋은 독서방법일 수도 있으나, 공공도서관에서는 나 만 읽는 책이 아니기 때문에 책을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내가 읽은 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을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책갈피를 이용하고 페이지를 접어서도 안 된다. 도서관의 책들이 낙서되어 있다면 누가 그 책을 읽고 싶어 할 것인가. 여러 가지 색으로 낙서 범벅을 하고, 밑줄치고, 찢고 그림이나 사진을 아예 오려내어서 책이 간혹 너덜거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참고서는 새 책에 문제를 볼펜으로 다 풀어 본 후 반납하는 경우도 있다. 공공도서관의 책을 자기 책처럼 이용하고 반납하는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학문을 닦고 책을 읽는 것은 본인의 수양과 인성을 쌓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도서관의 책을 함부로 사용한다는 것은 남을 배려하지 아니하는 그릇된 이기심, 사고력이 떨어지는 행위에서 나왔을 것이다. 책을 대하기 전에 남을 배려하고 공공물건을 아낄 줄 아는 기본 소양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공공도서관의 모든 도서나 기물은 세금으로 구입하므로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열람대와 열람석, 벽을 깨끗하게 사용하는 도서관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어느 도서관이든지 가보면 열람대와 열람석, 주변 벽의 낙서가 너무 심하다. 열람석이 공부하러 온 학생들의 연습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도서관에서 자주 깨끗하게 도색을 하여도 6개월을 넘기지 못한다. 화장실 불결사용이나 소음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많다.필자가 도서관 밖에 있을 때에는 도서관 직원들에게 왜 이렇게 관리하느냐고 종종 물었다. 도서관 안으로 돌아 온 나는 이제 이해가 된다. 도서관 사서들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그들의 수고를 높이 사고 있다.이제 우리나라의 문화수준도 많이 달라졌다. 이에 걸맞게 도서관 예절과 문화도 바뀌어져야 한다. 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도서관에서 지켜야 할 예절들을 도서관을 이용하는 자녀에게 당부하여 좀 더 깔끔한 도서관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들이 주거지역 가까이에 많이 설치되고 있는 이때에 이용자들도 지적 보고인 도서관을 아름답게 사용하고 애착심을 갖춘다면 이보다 아름다운 일이 있을까? 9월 독서의 달을 시작하면서 도서관을 사랑하자고 외치고 싶다./ 정기원 (전북 사립작은도서관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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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9.06 23:02

[문화마주보기] 가을 소묘

오랜만에 들어 보는 패티김의 '구월이 오는 소리'가 가을 길목을 재촉하고 있다.가을 문턱에 서면 늦 매미는 울음소리가 급해진다. 낚시꾼은 가을빛 짙어가는 물빛을 보고 낚시가방을 챙기고, 산행객은 색이 쏟아지는 산천초목을 찾아 몸 기댈 준비를 한다.그림쟁이는 메말랐던 붓을 씻고, 시인은 시작 노트를 가방에 넣고, 풍각쟁이는 담 너머 들어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춤 쟁이는 덧신을 꿰매고, 고사동 사진쟁이는 렌즈 닦으며 마누라 눈치를 살핀다.풍남동 노신사 역시 지난 가을 이후 옷장 속에 자고 있는 카키색 트렌츠 코트를 흔들어 깨운다.입추, 처서가 지나자, '아침에 책보만한 햇빛이 들었다가 해가 손수건 만해지면서 나가버린다'는 이상의 '날개' 한 구절처럼 가을이 짧게 다가온다.전주에서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가 더 있다면 전주의 가을맞이다. 살아가면서 변해서 좋은 게 있고, 정취가 그대로 보존 되어서 좋은 게 있다.가을빛에 물들어가는 전주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오히려 더디게 적응해가는 정서가 좋다.해질녘이면 사방으로 걸어 15분이면, 진흙토벽에 상아색 치마, 진보라 저고리 걸친 주모를 볼수 있고, 다가교 달맞이꽃과 망초대를 곁에 두고 용산다리 족발집까지 마냥 걸어 소주 한잔의 낭만이 있다.돌아오는 길 가을 달밤에 긴 그림자 앞장세우고 걷다보면 모악산 언저리에 촘촘히 박혀있는 또렷한 별들을 헤아릴 수가 있어서 좋다.전주의 가을은 큰 소쿠리에 들어 앉아있다. 한옥마을 골목길 모퉁이의 과꽃 한 움큼이 그립다. 작대기에 걸쳐진 빨랫줄은 어린 조카 운동화, 책가방, 여름 내내 수고한 삼베 홑이불, 시어머니 명주치마가 너풀대고 있다. 흙 담장 밑, 머웃대, 토란, 깨대, 고추 마르는 소리가 고소하다.양푼 밥 비벼주는 골목안 주막집은 주막집대로 가을에 젖는다.전주 가을 골목은 느림의 미학을 찾아 볼수 있는 완행열차다. 가을의 무게를 실은 경기전과 객사, 남부시장 콩나물국밥과 중앙시장 순댓국, 덕진공원 풍광과 소리의 전당 전시물이 가을을 느리게 젖게 한다.경기전 처마 안으로 가을볕이 길게 들어와 앉는다. 전주의 느린 가을소묘가 추억으로 차곡차곡 저장되어 가듯 가을을 방황하는 전국의 사람들을 이끄는데 아름다운 마인드로 활용되었으면 좋겠다./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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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8.30 23:02

[문화마주보기] 선생론(先生論)

소년은 나즈막한 산을 배경으로 비탈에 위치한 중학교 건물 복도에서 교정으로 떨어지는 햇살을 우울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낯익은 목소리를 듣고 몸을 돌려 그와 나눈 대화는 시들뻔했던 소년의 의욕을 되살리고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슴에 간직하게 해주었다. 그 짧은 순간은 시간이 마련해준 기적이었다.그는 중년이 된 필자의 중학시절 은사님이다. 우리사회에 스승찾기 운동이 일었을 무렵 마음 속의 은사님을 찾아 교육청에 문의하여 만나뵐 수 있었다. 이후 중년의 제자와 초로의 스승이 때로 술잔을 기울이며 때로 숲 속을 산책하며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가운데 순간은 지속되고 있다.'본래 일찍부터 도를 깨달은 자, 덕업이 있는 자, 성현의 도를 전하고 학업을 가르쳐주며 의혹을 풀어주는 자 등을 칭하는 용어'라는 선생(先生)에 대한 개념적 정의(한국사기초사전)를 되뇌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선생님이 단순한 지식의 전달자가 아닌 아이들의 삶의 지표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부모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한 세대의 경험과 지식은 부모와 선생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전해진다. 따라서 인간사회에서 스승과 제자의 사이는 부모자식의 관계와 함께 세대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관계이다. 가정에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단절되고 학교에서 선생과 학생의 관계가 멀어질 때 사회는 지속되고 발전될 수 없다.최근 스승찾기 프로그램에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를 꺼리는 선생님이 늘고 있다고 한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지상에 부쩍 오르내리고 선생과 학생 사이가 멀어져 인간적 관계는 퇴색되고 기능적 관계로 변해가는 현실은 우려할 일이다. 교실에서 선생님의 목소리 톤은 높아지지만 정작 학생들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져가고 폭력과 희롱의 피해자가 된 선생님의 사례가 늘어가는 세태를 바라보는 것은 학생이었으며 선생이었다가 학부모의 입장에 위치해 있는 필자의 마음을 착잡하게 한다. 그래서 우울한 기사를 보면 지면에 머리를 조아리고 선생님께 대신 사죄를 드리게 된다.단기적 압축성장과 함께 급변해온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현상들이 작용 반작용에 따른 당연한 귀결의 일부며 과도기적 현상일 뿐이라고 치부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파도나 비바람이 아무리 거세도 안전한 항구처럼 학교는 험난한 사회를 헤쳐나가야 할 우리 아이들의 전초기지이다. 그러기 위해 교단에 선 선생님의 조용한 목소리가 우리의 아이들에게 큰 울림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학부모와 교육부분에 헌신하는 정치, 행정가 모두는 항구 안에 정박한 배에 오르려 할 것이 아니라 저만치 떨어져 있는 방파제가 되어주기에 진심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승과 제자가 가르침과 배움을 통해 서로 진보해나가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관계가 회복되어야 한다.사람들은 평생이라는 세월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 또는 변화한다. 그리고 그 어떤 순간은 한참을 지나 자신의 뒤를 돌아볼 때 어두운 길목 마다 홀연히 빛나는 등불이 되어주었음을 알게 된다. 우리 아들과 딸들이 선생님으로부터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성장하여 어느 날 자신의 뒤를 돌아볼 때, 자신의 손에 등불을 들려주신 어떤 은사님 이야기를 가슴에 담아둘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고 그 등불이 되어주실 모든 선생님에게 깊이 머리 숙여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김관식(전주 자인산부인과 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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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8.23 23:02

[문화마주보기] 워킹맘의 바캉스 후유증

한여름의 무더위는 사람을 너무 지치게 만든다. 가끔씩 시원하게 울어주는 매미소리마저 없다면 이 뜨거운 불볕더위를 어떻게 견뎌낼까 싶다. 장맛비에 시달리다가 불볕더위가 오더니 태풍까지 소나기도 삼형제라더니 올해는 기후변화에 따른 여름철 3종 세트메뉴를 골고루 호되게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이런 기후변화만큼이나 많이 달라진 것이 여름휴가를 보내고 난 뒤의 풍속도인가 보다. 예전에는 여름휴가가 끝나면 바캉스 베이비붐이 일었는데 요새는 워낙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서인지 그렇게 즉흥적으로 일 저지르는 낭만주의자들이 사라지고 없는 듯하다. 젊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결혼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 집값과 혼수비용을 이리저리 계산해서 겨우 짜 맞춰서 힘겹게 그 문턱을 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가지는 것도 한참동안 궁리를 해봐야 하는 실정이라서 여름휴가라는 낭만에 빠져 현실을 망각하고 바캉스 베이비를 갖는 호사를 누리기 힘들다는 것이다.막상 결혼이라는 관문을 넘어 아이를 가졌다 치자. 아직 손을 많이 탈 아이가 있는 일하는 여성에게 여름휴가는 더 이상 낭만이 아니라 피로와 짜증이 후유증으로 남는 노역이 되기 십상이다.되돌아보면 나에게도 그런 시간들이 있었다. 아이들 방학이 되어 가족끼리 오순도순 함께 캠핑을 즐기는 남들이 보기에 이상적인 휴가모델보다는, '아이들만 데리고 어서 캠핑 떠나주소. 집에서 여유 작작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뒹굴 거리며 편히 한번 쉬어보는 것이 나의 휴가요'라는 극히 이기적인 휴가모델을 아주 많이 선호했던 것이 엊그제 같다.요즘 같은 시기가 일하는 여성들이 여름휴가 끝나고 심리적으로 갈등이 많을 때라고 한다. 겨우 시간 맞추고 짬을 내어 모처럼 가족과 함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하고자 하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모든 것이 하나에서 열까지 비교대상이 되어 겉으로는 평안을 유지하지만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조금은 불편하지만 그 정도야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움직일 때마다 소리 없이 빠져나가 돈 부피는 얇아지고 신용카드 영수증은 부피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 때부터는 다음 달 날아올 명세서를 생각하면 즐겁기는커녕 머리 아프기 십상이다.거기다가 친척이나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 자기 자신이 처한 현실을 비교해보게 되면 거의 대부분이 자신을 초라하게 느끼게 된다. 나보다 훨씬 나아보이는 데다가 일하지 않고도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는 이게 뭔가 하는 생각도 들고 더 나아가서는 곁에 있는 사람이 무능해보이면서 감정적 트러블을 겪기도 한다.현실은 때때로 신념을 흔들리게 하고 재고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왠지 나만 허덕이며 사는 것 같아서 그동안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가치나 원칙, 습관들을 내려놓아 버리고 싶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워킹맘의 바캉스 후유증이고 경력단절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요새처럼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세상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사람들은 거의 직관적이고, 기대라는 달콤한 함정에 빠지기 쉬운 동물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는 불가항력이지만 자기경력 만큼은 기후변화를 겪지 말기를 바란다./ 김형남 (전주YWC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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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8.16 23:02

[문화마주보기] 휴가 그리고 피서

휴가, 매일 반복되는 생활을 잠시 멈추고, 며칠 심신의 여유를 가지고 재충전 할 수 있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휴가 때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산과 바다로 피서를 떠난다. 숲 속 오솔길을 따라가며 삼림욕을 하면 기분이 상쾌하여 몸이 가뿐해지고, 계곡물이 흐르는 경치는 너무 아름답다. 바다에는 하얀 모래밭과 넘실대는 파도, 파도가 쓸고 간 바닷가 모래톱을 걷는 일은 짜릿한 기분을 안겨주고, 찰싹거리는 파도는 굳어있던 마음을 모두 녹여 버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데도 피서지로 떠나는 모양이다.그런데 요즘은 유류대 상승, 차량운행 지체, 마구 버린 쓰레기 등 목적지에 도착하면 오히려 육체와 정신적으로 피곤하여, 귀가 후 후유증을 앓기도 한다. 이럴 바에야 한적한 곳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책을 읽는 피서, 여기에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와 세상이 떠나갈 듯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곁들여져 상쾌하고 동심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는 멋진 휴가는 어떨까?필자는 매년 여름 하루정도 한적한 계곡을 찾아가 발을 물에 담그고, 독서하면서 피서를 한다. 휴가 기간 동안 하루정도 자녀들과 야외를 다녀오고, 온가족이 집에서 조용히 독서삼매경에 빠져드는 것도 좋다. 독서에 집중하다보면 무더위를 잊을 수 있고,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을 벗 삼을 수 있어 이만큼 흐뭇한 일도 없다. 이런 휴가는 평소에 업무로 지쳐있는 심신을 휴식시키면서 결손 지식과 최신 정보를 보충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경비가 들지 않는 휴가방법은 도서관으로 피서(避暑)를 간다. 환경을 바꾸어 시원한 도서관에서 지적보충학습을 하고, 자료실에서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해 하루 종일 읽는다. 온가족이 함께 책을 읽고, 어린 자녀들에게 읽어주기도 하며, 전자자료실에서 영화를 관람하기도 한다. 어떤 가족은 맛있는 도시락을 싸들고 도서관을 찾는다. 어릴 때부터 얻어진 도서관 이용의 즐거움은 평생 도움이 된다.휴가 기간 동안 지쳐있는 육신을 더 피곤케 하지 말고, 육신은 쉬어주고, 지식 충전으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휴가문화가 정착된다면, 새로운 마음과 건강한 몸으로 업무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일찍이 세종대왕은 집현전 학자들에게 '사가독서(賜暇-讀書)'를 하게 했다. 사가독서는 조선 시대에, 유능한 젊은 문신들을 뽑아 휴가를 주어 독서당에서 공부하게 하던 일. 세종 8년(1426)에 시작하여 세조 때 없앴다가 성종 24년(1493)에 다시 실시하였다. 우리도 휴가문화가 이런 독서문화로 바뀌었으면 한다.아직 남은 휴가기간 도서관으로 피서를 가면 어떨까. 그동안 읽어야지 하면서 미처 읽지 못한 책이 누구에게나 한두 권쯤 있을 텐데, 그 책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책을 읽으며 책 속에서 이치를 찾고 지혜를 터득하여 하반기엔 더 나은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 보자. 선진국의 국민들이 휴가를 책과 함께 하는 것처럼, 이제 우리 문화도 책과 함께하는 휴가문화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정기원 (전북사립작은도서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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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8.09 23:02

[문화마주보기] 미원탑 네거리 추억

세월은 가고 오는 것.박인희가 불렀던 '세월은 가고'의 대중가요 한 대목이 생각난다. 전주시 경원동 기업은행 입구 오른쪽 모서리에 오래된 직육면체 표지석이 세월을 안고 서 있다. 서울272, 평양525, 목포173, 부산269, 신의주745, 청진964척을 가슴에 명기하고, 그 밑자락은 자신의 나이 1964년 10월10일을 달고 있었다.한때 전주시 청사였던 그 자리에 서서 60,70년대를 추억해 보자,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미원탑이 우뚝 내려앉는다. 그 시절 향토기업 메세나 운동차원에서 설치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여튼 조미료로 돈 많이 번 기업 상품의 명칭으로 미원탑이 서 있었다. 사라져버린 미원탑, 전주에서 60,70년대를 보낸 남녀노소의 경우는 이 탑에 대한 기억이나 사연 하나쯤은 가슴 한 켠에 담아 놓았을 법하다.미원탑 사거리를 중심으로 남으로는 싸전다리, 북쪽으로 중앙시장, 동으로는 노송삼거리, 서쪽으로는 다가동 끝자락 천변풍광까지 정점자리에 속한다.이 탑은 당시 문화 예술판 언저리에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마치 파리 에펠탑처럼 활용되었던 자리로, 서울 종로에서 광화문 네거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문화 거리가 되었듯이 전주 미원탑 네거리도 전북 예술문화교육의 동맥선 쯤 되는 몸통이었다.전북 르네상스 발원지로 볼 수 있는 네거리 사계절을 추억해 보면 흑백 사진과 같은 낭만이 곳곳에서 숨어 있다.봄이 오면 새 학기가 시작되는 계절로 지식과 세월로 비벼진 그들만의 냄새가 듬뿍 서려 있는 헌책방에서 지난 책을 팔고 사는 풍광이 일품이다. 남은 돈으로 르네크레망의 남과 여, 김지미의 이조 여인 잔혹사 같은 기막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여백을 제공한 공간이 있었다. 또한 전당포가 있어 가난했지만 안주머니 만년필과 왼쪽에 차고 다니던 손목시계만 있으면 술집을 향하는 발걸음에 여유를 갖게 했다.여름의 그 거리는 아이스케키가 있는 조화당, 부래옥, 몽블랑, 풍년제과가 있어 풍요로웠고, 자신만이 떠날 수 있는 마지막 비상구 만화방과 그 옆 양 코를 벌름거리며 군침 흘릴 수밖에 없었던 전기 통닭집이 배고픔을 더 깊게 만들었던 곳도 있었다.가을이면 경기전 담벼락에 노랑 은행잎이 하늘을 덮는다. 당시 시인화가예비 음악인들은 첼로통과 화구통을 짊어지고 이 거리를 누볐다. 음악다방 스피커에서 튄 폴리오. 어니언스, 박인희 노래가 흘러나오고, 되 막걸리, 잔 소주를 팔았던 좌판거리가 서서히 파라솔, 풍차, 가로수에서 생맥주가 등장했다.겨울이면 고민의 한숨들이 추운 동문 사거리를 녹였다, 얼렸던 곳으로, 화실학원가가 즐비했던 곳이다. 해질 무렵 우연히 귀밑 흰머리가 멋져 보이던 작가 몇이 둘러앉아 엄지손톱 반쯤 걸고 사기잔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던 미원탑 네거리 사계가 가물거린다.그 시절, 미원탑 네거리는 이 지역 문화 예술판 르네상스의 상징으로 자존심과 긍지를 심어주었던 장소이다. 구도심 활성화 차원과 편리성만 추구하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당시 미원탑 네거리를 중심으로 문화 예술판 상징적 거리와 옛 명성을 살릴 수 있는 낭만적 도시계획이 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지역은 그때 상징적 정서를 질펀하게 기억하고, 낭만적 효과를 잘 알고 있는 원로 문화 예술인들이 주변에 계신다는 점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낭만적인 도시계획 틀이 그분들의 낭만의 추억이 충분히 받아들여져 완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주문한다./ 선기현(전북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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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8.0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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