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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9일 오전 11시 30분 우리는 대통령발 초대형 정치뉴스를 들어야 했다. 대통령 임기를 4년 연임으로 개헌하자는 대통령의 대국민 특별담화 때문에 나라는 개헌을 둘러싸고 무수한 논의가 오고가는 정치의 계절을 맞이할 것이고 그간의 정치적 쟁점들은 단번에 수면 아래로 잠들지도 모르겠다.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탄핵을 비롯해서 정치에 관한 한 지금의 대통령은 메가톤급 뉴스제조원이다. 한 해를 시작하는 달에 대통령발 초대형정치 뉴스를 접하고 나니 금년 말 우리는 다시 새 대통령을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이 새삼 중요하게만 느껴진다. 앞으로 개헌논의가 어떻게 진전되든 새 대통령을 금년 말에 잘 선택하고 싶은 이유는 오늘 나라가 처한 현실이 우리가 소망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이러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강조하는 것은 대통령 임기의 단임 혹은 연임 문제를 떠나서 금년 대선이 지니는 몇 가지 본질적 의미 때문이다. 우선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난 2002년에 우리는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일들을 경험했다. 그전까지는 월드컵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던 나라가 느닷없이 세계 4강에 들었고 일부 체제 저항세력의 전유물이었던 반미구호가 촛불집회를 통해 커다란 대중잔치가 되더니, 과거의 패러다임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다.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할 것이나 이는 시대가 요구하고 국민이 선택한 것이다.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1987년 민주화 이후 축적되었던 국민의 에너지가 열린 광장으로 발산되어 시대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 정부가 탄생한 것이다. 개발연대 동안 내내 침잠해오며 안에서만 꿈틀대던 우리만의 고유한 역동의 정서가 2002년에 국민 전체 차원으로 폭발한 것이 현 정부를 탄생시킨 힘이었다. 어느 외국인 음악가가 우리의 음악을 동면하는 곰의 조용함과 성난 호랑이의 사나움을 함께 지니고 있다고 평했던 것처럼(이어령, 디지로그 선언), 우리에겐 조용한 아침의 나라의 정서만이 아니라 붉은 악마로 대표되듯이 신명이 나면 하나로 뭉치고 몸을 던지는 역동의 정서도 있다. 금년 말 대통령 선거는 2002년과 같은 감성이 지배하는 선택을 넘어서 동면하는 곰의 조용함과 성난 호랑이의 사나움이 절묘하게 어울려진 아름다운 선택이 될 것을 신년에 조용히 소망해본다. 다음으로 공자의 주유천하 13년을 동참하지 못한 것을 죄스러워해 공자가 죽은 후 6년 동안 수묘하고 사재를 털어 공자교단을 발전시킨 제자가 자공이다. 정치가 무엇이냐고 묻는 이런 자공에게 공자는 足食足兵民信이 정치의 요체라고 말한다. 이미 2500년 전에 경제와 군사, 그리고 국민의 신뢰가 정치의 전부라고 표현한 이 말은 지금도 지당하기만 하다. 단적인 예로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핵, 교육, 고용, 주거, 노후라는 5대 불안 역시 이 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자는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버리라면 가장 먼저 군사를 버려야 하며(去兵), 두 번째로 경제를 버려야(去食) 한다고 했다(신영복, 강의). 국민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 나라가 제대로 서지 못한다는 공자의 말을 통해 세 가지 정치의 요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의 신뢰(民信)이고, 둘째가 경제(足食)이며 그 다음이 국방(足兵)이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5년마다 되풀이 되는 대통령 선거결과는 바로 경제와 안보 등 산적한 국가 의제를 새 대통령은 제대로 풀어낼 것이라는 국민의 믿음을 구체적으로 발현한 것이고, 대통령 임기 중 수시로 파악하는 대통령 지지도는 이러한 우리의 믿음을 그때그때 과학적으로 계량화시켜 객관화한 것이다. 국민의 믿음을 기초로 나라 역량을 결집시켜 속된 말로 등 따습고 배부르며 밤에 편안하게 잠잘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대통령을 선택하리라는 소망을 신년에 해본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현재 전 세계에는 세계지도정보(237개국), 세계은행 통계(229개국), 한국의 통계청 통계(224개국), 국정원 자료(231개국) 등 조사기관에 따라 그 숫자는 다르지만 정말 많은 나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국가를 이해하고 정의하는 범주에 따라 구체적인 숫자는 상이하나 현재 220개가 넘는 국가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 많은 나라 중 대한민국은 국가 건설 후 아주 빠른 기간 내에 산업화에 이어 민주화와 정보화까지 성공한 세계사에 드문 나라이다. 내년은 이러한 대한민국이 건국 60년을 맞는 해이니 금년에는 이를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건국 60년을 준비하는 해에 신생 독립국으로 세계 최빈국의 하나에서 출발하여 빛나는 성공을 거두며 발전한 나라가 산업화와 민주화에 이은 제3의 도약을 창출하려면 무엇보다 지도자를 잘 선택해야 한다. 금년 말 대통령 선거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하는 희망의 선택이 될 것을 신년에 간절히 소망해본다./임동욱(충주대 교수, 행정학)
무엇이나 시작한다는 것은 아름답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새 달력, 새 다이어리, 새 스케줄표를 대하면 마음이 설레인다.새해의 계획을 짜는 일이 이제는 낯간지러울 나이도 되었건만 그래도 변함없이 푸른 펜을 들어 조목조목 정리해 놓아야만 직성이 풀린다. 그런 심사는 우리들 평범한 장삼이사들만의 것은 아니어서 행새깨나 한다는 이들의 신년사가 이맘때면 각종 언론 매체를 화려하게 장식하곤 한다. 그들의 얘기대로라면 우리는 올 한 해 단군 이래의 태평성세를 누리게 될 모양이다. 조금은 허황된 꿈이라 해도 우리는 그저 덕담이려니 하고 웃어넘기곤 한다. 어차피 100% 달성되는 계획이란 없는 법이다. 그저 70% 정도 해낼 수 있으면 이상적이지 않은가 생각해왔는데 최근 어느 사람의 글을 보니 30%만 되어도 만족스런 삶이란 구절이 있었다.계획과 실천, 꿈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란 이 정도로 멀고도 멀다. 적어놓고 나면 어색하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쓴웃음이 나는 이유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그러나 그렇게 웃어넘길 수 없는 사람들의 말이 있다. 이른바 공인들이다. 특히 정치인들이다. 그들의 계획을 우리는 꿈이나 희망사항이라 부르지 않고 '공약'이라 부른다. 국민 모두와의 약속인 이 공약에는 70%나 30%가 있을 수 없다. 무조건 100% 달성해야만 하는 계획이다. '아니면 말고'가 통용되지 않는다.부동산 거품을 빼겠다고 했으면 빼야 하고, 조령산맥을 뚫고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해서 대운하를 만들겠다고 했으면 뚫어야만 한다. 철도 페리를 운행하겠다고 했으면 그 첫 삽이라도 떠야만 한다.그런데 문제는 그 사람들의 공약이 똑같지 않다는 데 있다. 누군가는 경쟁에서 탈락해야 하고 그의 약속은 없었던 일이 되고 만다. 대운하를 뚫자면 철도 페리의 공약은 허언이 되어버린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두 장본인이 모두 떨어지면 두 가지 공약 모두 탁상공론에 그치고 만다. 선택을 받고서도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 또한 비일비재하다.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이 금주나 금연같은 개인의 희망사항만큼도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웃어넘길 수 없는 것이 그 공약의 불발이 두고두고 우리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의 학습 효과로 우리는 그런 공약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의 해인 올해 또한 수많은 장밋빛 약속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들에게 나는 제의하고 싶다. 신년사가 아닌 송년사를 써보라고. 경선이든 대선이든 당선 소감이 아닌 낙선 소감을 써보라고.어떤 경쟁이든 승자와 패자는 가려지게 마련이다. 특히 선거는 단 한 사람만이 선택받는 무자비한 게임이다. 반드시 승자가 되어 살아남겠다는 결의는 현명하지 못한 생각일 수도 있고 지나친 독선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패배와 실패를 가정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경선에서 이겨 대통령후보가 된다면 이러이러하게 대선에 임하겠다고만 말하지 말고, 졌을 경우에는 이러저러한 길을 가겠다고 밝히는 것이다. 대선에서 이겼을 경우 어떠한 정책을 실행하겠다고만 하지 말고, 낙선을 해도 국민을 위해 무슨 일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올 한 해가 다 가고 나면 자신이 어떠한 위치에 있을까를 냉정하고 겸허하게 가정해서 그 소회를 정리해보는 것이다. 결코 패배주의의 나약한 정서가 아니다. 미리 자신의 유서를 적어보는 사람도 있다지 않는가? 진정한 강자만이 실패를 가정해볼 수 있는 법이다. 신년사가 아닌 송년사를 써보고, 당선 소감이 아닌 낙선 소감을 구상해보는 일은 결국 자신의 인생에 더는 물러날 수 없다는 마지노선을 치는 작업이다. 선거에서 떨어져도, 올 한 해의 야심찬 계획이 빗나가도 최소한 어떤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 어떤 악인이라도 죽음에 임박해서 하는 말은 진정성을 가진다고 했다. 패배와 실패는 작은 죽음인 셈이다. 그 패배와 실패를 미리 가정해본다면 거침없이 내뱉는 화려한 약속 하나하나가 얼마나 구체성을 갖고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으리라. 신년사가 아닌 송년사를 써보라. 성공만이 아니라 실패를 생각해보라. /고원정(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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