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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간 전주

전북이 발전하려면 전주와 새만금에서 먼저 동력을 찾아야 한다. 각 시·군을 특화해서 균형있게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청소재지인 전주를 먼저 발전시켜야 한다. 그 이유는 생산과 소비시장 규모가 커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주는 그간 바보짓을 여러차례 했다. 유림들의 반대로 호남선 철길을 전주로 가져오지 못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용머리 고갯길을 잘라 철마를 달리게 하면 안된다는 전주 유림들의 고루한 생각들이 전주발전을 가로 막았다. 다음으로 김완주 전 지사가 익산 ktx 역사를 백구쪽으로 당겨 놓지 못한 것도 잘못됐다. ktx 익산 역사를 백구 쪽으로 내려서 건설하는 것을 익산시민들이 반대해 자칫 선거 때 표만 잃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잘못됐다. 지금 생각하면 ktx 익산 역사를 백구쪽으로 가깝게 옮겨 놓지 않아 전주혁신도시가 불편하고 새만금과 왕궁에 건설중인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 개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그 당시 전주 채수찬 국회의원만 외롭게 ktx 익산역사를 전주쪽으로 가깝게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김지사부터가 외면했다. 당시 김 지사의 영향력이 막강해 그 누구도 이 문제를 거론조차 못했다. 지금와서 새만금 개발시대를 맞아 민주당 안호영 의원과 김점동 변호사가 주축이 되서 호남고속철 익산역을 전주 익산 군산 김제 완주와 접근성이 좋은 5개 시·군 접경지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송하진 전 전주시장이 의지를 갖고 전주 완주 통합을 추진했으나 무산시킨 것도 전주발전을 가로막았다. 몇몇 정치인들의 잘못된 이해관계로 통합이 무산됐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재점화시켜야 한다. 충북 청주와 청원군이 통합되면서 발전해 가는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김승수 시장이 전주 관문인 시외버스터미널과 고속터미널을 하나로 통합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 인천 대전 광주 등 대도시 터미널은 통합해서 복합환승센터로 발전해 가는데 전주는 거꾸로 가고 있다. 김 시장 임기가 다 끝나 가는데도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은 아무 진전이 없다. 뉴욕 센트럴 파크처럼 도심공원을 만든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주종합경기장을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발상부터가 잘못됐다. 차타고 10분만 나가면 온통 공원인데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 결국 공원으로 만들어 시민의 품으로 돌려준다는 건 한낱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전주역 앞 멀쩡한 도로를 구불길로 만들어 불편토록 한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 도로는 혈관과 같아 순환기능이 우선이다. 파리 개선문서 콩코드 광장에 이르는 샹제리제 거리처럼 만들어 보겠다는 의욕은 좋지만 주변 교통여건을 고려치 않고 무작정 슬로시티 개념만 도입해서 만든 것은 예산낭비 밖에 안된다. 쉼터를 도입한 도시경관도 중요하지만 기능이 앞서야 한다. 상당수 시민들은 “멀쩡한 혈관을 손대 피 흐름을 방해한 것 같아 겨울철이 더 걱정된다”면서 김 시장의 근시안적 행정을 힐난했다. 단체장의 과거 경력을 살피면 그 사람의 역량을 알 수 있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11.20 23:02

갯벌의 귀환

바다를 메우고 땅을 만드는 일을 우리는 간척이라고 한다. 간척이 시작되는 지점이 있다. 연안습지, 곧 갯벌이다. 하루 두 번, 바닷물이 들고(썰물) 나는(밀물) 조석현상에 의해 해안에 생성되어 발달하는 갯벌은 그렇다고 모든 연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들고 나는 바닷물의 차가 크고 파도가 약한 곳이어야 잘 발달한다.해안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시작되는 갯벌은 다양한 생물이 공존한다. 이곳에 사는 수많은 미생물들은 바다로 흘러들어온 온갖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뛰어난 정화 작용을 하고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산소가 지구에서 만들어지는 산소의 70%나 된다니 갯벌을 ‘지구의 허파’로 주목하는 근거가 충분하다.그러나 갯벌은 오랫동안 제 가치를 주목받지 못했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갯벌을 없애고 바다를 메워 땅을 만들기 위해 나섰으며 남아도는 땅을 가진 나라들조차 더 많은 땅을 얻기 위해 서슴없이 갯벌을 없앤 것이 그 증거다. 우리나라의 갯벌도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행해져 온 간척사업으로 대부분 사라지고 국토의 2.5%밖에 되지 않는 갯벌만이 살아남아 가쁜 숨을 쉬고 있다. 최근 갯벌의 가치가 새롭게 주목 받으면서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갯벌을 없애고 땅으로 만들어진 간척지를 다시 갯벌로 돌리는 사업, 이른바 ‘역간척’이다. 농지의 100배, 산림의 10배 정도로 추산되는 갯벌의 가치에 눈을 돌린 덕분이겠다. 세계적인 간척의 도시들도 역간척을 활발하게 추진해 성공한 사례를 내놓고 있다. 역간척으로 10년 만에 갯벌 생태계를 살려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각광 받고 있는 독일의 작은 섬 ‘랑어욱’도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도 역간척에 나서는 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방조제를 트고 해수를 유통시켜 되살려내는 ‘갯벌의 귀환’은 의미 있다. 고창 갯벌을 비롯, 서천 유부도 갯벌, 신안 다도해 갯벌, 보성과 순천만 갯벌을 아우르는 서남해안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대상으로 확정됐다. 서남해안 갯벌은 오래전부터 유럽의 북해연안, 아마존 강 유역, 미국 동부 해안, 캐나다 동부 해안과 함께 세계 5대 갯벌로 꼽힐만큼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이미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되어 있는 고창과 신안을 비롯, 모두 습지보호지역이거나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어 있는 서남해안 갯벌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소로와 염전과 전통마을의 경관이 빼어나고 570여종의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보고다. 역간척의 시대, 유네스코 등재가 살아있는 갯벌의 역사를 지키는 확실한 통로라면 무엇보다 더 절박한 심정으로 나서야 할 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11.17 23:02

김장철

김장철이다. 배추 폭은 차올랐고, 무는 금방 뛰쳐나올 기세다. 김장은 일찍하면 빨리 익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보통 눈발도 날리는 추운 초겨울에 했다. 그걸 김치냉장고가 깼다. 11월에 김장해도 이제는 신김치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배추는 1950년 귀국한 우장춘 박사가 조국에 준 값진 선물이다. 그 당시엔 토종인 경종배추가 있었다. 그런데 속이 꽉 차지 않는 반결구배추여서 김치 양이 많지 않았다. 1950년대는 일제에서 해방된 지 5년 만에 터진 6·25전쟁 폐허 속에서 식량난이 심각했다. 보릿고개, 배고프던 시절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장춘 박사가 배추 품종 개량에 성공, 지금처럼 속이 꽉 차고 풍성한 폭배추를 내놓았으니 그 고마움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물론 입맛에 따라 식감이 연한 폭배추보다는 ‘씹는 맛이 살아있다’며 경종배추김치를 찾는 이도 간혹 있지만, 속이 꽉 찬 배추를 네 등분하여 담그는 김장이 사람들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치가 글로벌 시장에서 관심을 받은 건 오래다. 약 10년 전에 미국 건강잡지 헬스가 일본의 낫토, 인도의 렌틸콩, 그리스의 그릭요거트, 스페인의 올리브유와 함께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김치축제는 김치를 바라보는 세계인들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김치담그기 체험행사에 참여하려는 프랑스인들이 현장에 몰려들어 길게 줄을 섰는데, 무려 10대1의 경쟁률이었다. 김장김치 담그기에서 튼실한 배추와 무 등 주재료 외에 중요한 것이 갖은 양념이다. 올해 고추는 탄저병 때문에 수확량이 적어 1근 값이 2만 원 전후에 형성됐다. 고추값이 비싸다고 해서 백김치를 담글수는 없는 일이다. 값이 싸든, 비싸든 고춧가루가 들어가야 김장김치다. 고춧가루 뿐 아니라 찹쌀가루와 액젓이 들어가야 한다. 그 뿐인가. 생새우·양파·마늘·해초·생강, 배 등을 갈아서 넣는다. 미나리와 파를 쑥쑥 썰어 넣고, 깨소금도 듬뿍이다. 기호에 따라 굴을 넣는 집, 사과를 집 등 가가호호 김치 담그기는 각양각색이다. 그렇게 담가서 대도시 자녀들에게 택배 공수하니, 늦가을부터 초겨울의 택배시장은 햅쌀과 김장김치가 대세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김장담그기도 풍속도가 크게 변했다. 절임배추를 구입, 아파트에서 각자 담그는 집이 늘어가고 있다. 노령인구가 늘어가는 그늘이다.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11.16 23:02

익산시 언론조례 유감

지역신문의 순기능 보다 역기능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지역신문 난립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큰 탓이다. 그럼에도 지역신문의 존재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한다. 지역신문 부재 상황을 그려보면 그 존재 이유는 더 분명해진다. 전국적으로 지역적 이익을 대변하고, 지역사회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 데 중앙 일간지와 지역방송, 인터넷 매체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지역에 따라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지역신문의 설 땅이 크게 좁아졌다. 매체간 경쟁의 심화, 모발일화에 따른 전통미디어의 이용 감소 등 급속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지역신문의 판매부수와 광고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다. 지역신문의 자구노력만으로는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보고 지역신문지원특별법을 제정해 정부가 지원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가 중앙에 편중된 상황에서 지역여론 시장마저 중앙 예속이 이뤄질 경우 지역의 목소리는 더욱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기반을 조성하여 여론의 다원화, 민주주의의 실현 및 지역사회의 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특별법 1조도 밝히고 있다. 강력한 지방분권을 내건 문재인 정부가 현재 2022년까지 한시법으로 되어 있는 지역신문지원특별법을 일반법으로 바꾸기로 한 것도 지속적인 지역신문의 육성발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본다.중앙정부뿐 아니다. 특별법에 기반을 두고 경남도와 부산광역시, 충남도 등 3개 시·도에서는 광역 자치단체 차원에서 일찌감치 지역신문 지원조례를 만들었다.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지역신문 발전을 위한 조사·연구사업, 지역신문의 경영개선과 정보화 사업, 인력양성, 지역신문 읽기운동, 사회적 배려대상자에 대한 구독사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전북에서도 전북도와 도의회·호남언론학회·전북기자협회·시민단체 등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지역신문지원조례 추진위원회를 꾸려 한때 조례 제정에 관심을 가졌으나 유야무야 됐다.지난해 익산시가 광역 지자체에서도 결실을 보지 못했던 언론 관련 조례를 만들어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갓 시행 1년여만에 최근 익산시의회가 언론 통제쪽으로 조례를 개정해 물의를 빚고 있다.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 결정이 내려질 경우 1년 동안 익산시의 홍보비 예산 집행 대상에서 제외시키도록 제재를 강화하면서다.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 침해 여부를 떠나 지역언론을 육성하겠다고 선의로 만든 조례가 언론길들이기로 변질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11.15 23:02

전북연구원

1991년 6월 제4대 도의회가 개원하면서 “지역사회의 발전 방향에 대한 비전을 마련하고 낙후를 탈피하기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할 ‘전북발전연구원’을 만들자”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김병석 도의원은 이같은 주장을 처음 제기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뛰었으나 임정엽 도의원 등은 “퇴직자의 자리만들기에 불과해 위인설관의 소지가 있다”며 강력 반대했다. 숱한 논란끝에 92년초 전북경제사회연구원 형태로 태동했고, 유종근 지사때 본격적인 틀을 갖춘 뒤 2005년 3월 전북발전연구원으로 명칭을 바꿔 새로이 출발하게 된다. 4대부터 5대 도의회까지 가장 치열한 논쟁을 거듭한 사안이 어쩌면 전북발전연구원 일지도 모른다. 재작년 전북연구원으로 명칭이 변경돼 오늘에 이른다. ‘연구원’이란 명칭과 달리 전북연구원은 강한 정치성을 지니고 있다. 전북도의 지향점에 대한 근거와 명분을 만드는 관변기관의 속성상 토론은 모양새를 갖추는 절차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한영주 초대 원장을 비롯, 남충우, 신기덕, 원도연, 김경섭, 강현직 등 역대 원장은 6명인데, 일부는 지사 선거에 깊이 관여하면서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때마다 타깃이 되곤했다.최근 부쩍 전북연구원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도 산하 단체나 출연기관의 장은 현직이 다시 지원하면 공모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지만 이번엔 현직 원장 선임안이 부결돼 재공모 절차에 돌입했기 때문이다.특히 최종 후보군에 들어간 3인은 강현직 전 원장,신효균 전 JTV사장, 송재복 호원대 교수 등 나름대로 지역사회에서 역할이나 지명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사회의 부결 배경이 주목된다.일부에선 공모가 진행되면서 난무한 투서 때문으로 분석한다.하지만 원장 선임안 부결은 이미 지난달말부터 예견됐다고 한다. 전북연구원이 지난달 28일 개최한 세미나에서 장명수 전 전북대 총장이 제기한 ‘지역발전 저해 요인’을 놓고 지역 일부 정치권이나 사회단체가 강력 반발한 때문이다.장 전 총장은 “전북의 발전 부진을 남의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김제공항 건설 반대와 전주·완주 통합반대는 주민 스스로가 발목을 잡은 예이고, 부안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은 외부적 타의로 무산됐다”며 “환경단체는 환경보전을 슬로건으로 정치 단체화해 (새만금 사업을) 끊임없이 반대해 왔으며, 20여 년을 폄훼하고 방해했다”고 지적했다.그의 주장을 둘러싼 찬반논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불똥은 결국 전북연구원으로 튀었다는 후문이다. 재공모가 시작되면서 도민들은 이제 누가 원장이 되는가 못지않게 전북연구원의 역할과 위상정립을 더 바라고 있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11.14 23:02

마지막 충정

개인주의 팽배로 조직에서나 사회에서 누가 문제해결을 위해 목에 방울달려고 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불의를 보고서도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귀찮고 때로는 후환이 두려워 나서야 하는데도 나서질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이맘때 전국적으로 타올랐던 촛불집회를 통해 환관들로 에워싸진 무능한 박근혜를 청와대에서 내쫓는 성과를 올렸다. 행동하는 양심이 힘의 원천으로 작용해서 박근혜를 탄핵하고 구속시켰다. 315 부정선거에 항거하다 일어난 419의거가 그랬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610항쟁때 국민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민주라는 과실을 쟁취했다.지금 전북사회는 어떤가. 도민들은 촛불혁명으로 정권교체를 이룩했기 때문에 집권세력들이 국정운영을 잘하겠지하면서 내심 전북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보수쪽에서는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이라고 날을 세우지만 역사바로세우기 차원에서라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 이유는 부정과 부패로 불법을 저질러 나라를 망쳐 먹었기 때문에 수사해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낸후 응징해야 한다. 국민혈세를 갖고 특수활동비란 명목으로 국정원에서 청와대 박근혜한테 40억원을 상납한 것은 불법의 극치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왕조시대나 다름 없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했다. 박근혜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온갖 비위나 살피는 환관과 내시들한테 둘러싸여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그간 전북사회도 지연 혈연 학연 등 연줄망으로 짜여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작동이 안됐으나 이제부터는 확 달라져야 한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전북목소리를 내면서 자존감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사회가 역동성이 떨어져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다.현재 전북에서 심각하게 들여다 보고 관심 가져야 할 분야가 교육이다. 교육은 미래를 책임짓기 때문에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진보교육감을 자처한 김승환교육감이 7년간이나 전북교육을 맡아온 동안 중앙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 행재정상 많은 불이익을 받았다. 그 결과가 학력저하로 이어져 타 시도에 비해 SKY 입학자 수가 많이 줄었다. 인성교육에 중점을 둔다고 했지만 교육시킬만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교육현장이 황량해졌다. 특히 학생인권만 우선시 해 교권은 오간데 없고 바른교육을 시키고 싶은 교사들의 좌절감과 패배감만 커갔다. 교육현장에서 불미스런 사고가 계속 발생했지만 김 교육감은 황제교육감 마냥 오불관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SNS를 통해 자신의 지지자들만 소통하는 바람에 김 교육감이 균형감각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가 7년동안이나 교육감직을 맡아 운영해봤기 때문에 이미 그의 능력과 역량이 다 드러났다. 지금까지 3선 출마여부에 가타부타 밝히지 않고 있지만 그간 쌓아 올린 자신의 명예와 전북교육의 재건을 위해서도 맘 비우는게 좋을 것 같다. 대학교수하다가 운좋게 교육감이 되었기 때문에 도민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은 점을 생각하면 물러 설 때가 됐다. 그게 바로 도민들이 김 교육감에 바라는 마지막 충정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11.13 23:02

국빈 만찬과 외교

강희제(康熙帝 1661~1722)는 중국 청나라의 네 번째 황제다. 재위기간 61년. 역대 중국 황제 가운데 재위기간이 가장 길었던 그는 세 번의 난을 모두 진압해 전 국토를 통일하였으며 내정은 물론, 외교와 문화에 특별한 관심을 두어 청나라 전성기를 열었다. 탐관오리를 없애고 조세를 경감하거나 장정세를 폐지해 세제를 바로 잡는 등 백성들의 살림에 힘을 기울였던 그는 성군으로 불리었다. 그가 기틀을 다진 청나라의 전성기가 아들 옹정제, 손자 건륭제까지 이어졌으니 훌륭한 임금으로 꼽힐 만하다. 돋보이는 정책은 또 있었다. 이민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만주족과 한족의 융합을 위해 펼친 정책이다. 한족의 유교 사상을 통치철학으로 장려해 국가를 통치했던 것은 대표적인 예다. 그는 특히 문화를 통해 한족과의 융합을 이끌어내는데 힘을 쏟았다. 한족이 대부분이던 중국 땅에 나라를 세운 만주족으로서는 한족을 무작정 견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으니 나라를 통치하는 황제로서는 지혜로운 선택이었다. 강희제는 연회와 같은 만찬장을 통해서도 한족과의 화합을 끌어내는 지략을 폈다. 오늘날에 이르러 중국 황실의 대표적인 궁중 요리가 된 ‘만한전석(滿漢全席)’ 역시 그가 만들어낸 것이다. 강희제는 예순 살을 맞은 해에 특별한 연회를 열었다. 중국 각 지역에서 예순다섯 살이 넘는 노인들을 황궁으로 초대한 것이다. 그 숫자는 자료에 따라 다르지만 어쨌든 만주족과 한족의 노인 수천 명이 한자리에서 연회를 즐겼다고 한다. 만주족이 즐기는 연회인 ‘만석’과, 한족이 즐기는 연회인 ‘한석’이 한자리에서 펼쳐진 셈이다. 상에 오른 만주족과 한족의 요리는 108가지. 온갖 산해진미로 차려진 만한전석은 하루에 두 번, 사흘 동안 이어졌다고 전해진다. 강희제의 바람대로 만한전석이 한족과의 화합을 이끌어내는데 얼마나 효력을 발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연회가 외교적으로 훌륭한 통로가 되었음은 틀림없는 것 같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방문길, 만찬 요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국에서는 청와대 만찬요리상에 올려진 ‘독도새우’가 연일 화제다. 일본 정부와 언론들이 ‘독도새우’를 둘러싸고 불쾌감을 표시하며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까지 거론하고 나서면서 ‘독도새우’는 오히려 국제사회에까지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됐다. 그들 스스로 ‘다케시마 새우’가 아닌 ‘독도새우’로 명명해 ‘독도’라는 이름을 굳힌 셈이 됐으니 굳이 이야기 하자면 적잖은 외교적 성공이다. 중국은 청의 융성기를 통치했던 건륭제의 전용 공간인 건복궁에서 ‘만한전석’ 만찬으로 트럼프를 맞았다. 그 또한 외교적 의미가 담겨 있을 터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11.10 23:02

계륵이 된 서남대

남원 서남대는 1991년 개교했다. 설립자는 이홍하로 서남권 명문 종합대학을 내세웠다. 이농현상으로 인구가 대거 유출되던 때여서 남원 지역사회는 이홍하의 대학 설립을 크게 반겼다. 실제로 서남대는 개교 5년만인 1995년 의예과를 신설했고, 이어 2002년에는 충남 아산캠퍼스를 설립하는 등 확장세를 보였다. 남원 외곽 서남대 주변의 지가 상승도 나타났고, 주민들의 자긍심과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아쉽게도 서남대의 질적 성장은 없었고, 신입생 충원도 잘 안됐다. 급기야 충남에 세운 아산캠퍼스는 공학계열로 설립 인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비공학계열 신입생을 모집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야말로, 그럭 저럭 운영은 됐다. 하지만 2018학년도 ‘인구절벽’을 앞두고 교육부가 대학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서남대는 부실대학 위험군으로 몰렸다. 2012년에는 설립자 이홍하가 1000억 원 가량의 교비 횡령 등 비리 혐의로 기소돼 결국 징역 9년6개월 형을 선고 받았어도 당장 뿌리가 뽑힐 것 같지 않았다. 2014년 2월 김제 벽성대가 폐교될 때에도 서남대는 유지됐다. 서남대의 희망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지역사회의 열렬한 후원이다. 남원 시민들은 물론, 남원시와 전라북도, 남원 지역구 국회의원 등 거의 모두가 서남대를 살려야 한다고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났다. 이들의 서남대 정상화 요구는 폐교로 인한 남원 지역경제의 악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서남대의 두 번 째 희망은 의예과였다. 의과대학은 보건복지부가 신설을 엄격히 통제, 신규 설립이 매우 어렵다. 전북대가 약대를 신설하고자 하지만 여의치 않은 것도 그런 이유다. 이 때문에 예수병원유지재단과 명지의료재단, 서울시립대, 삼육대, 한남대 등 의료재단과 대학들이 서남대 의대를 낚아 채기 위해 혈안이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문제는 교육부가 이홍하의 교비횡령액 333억원 보전 등 대학의 구멍난 재정 문제를 서남대 정상화 선결 조건으로 요구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그 어느 누구도 333억 원과 기타 서남대 부실에 따른 재정 해결책을 속시원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정상적으로 확보하기 힘든 의과대를 욕심내면서도 정작 중요한 현금은 내놓지 않았다. 교육부는 지난 7일 서남대 폐교를 정상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갑도 열지 않은 채 변죽만 울리는 장단에 더 이상 놀아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11.09 23:02

비밀번호 스트레스

비밀번호 없이는 현대문명의 이기를 활용할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은행 통장, 신용카드, 컴퓨터 단말기, 스마트 폰, 스마트 뱅킹, 공인인증서, 각종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비밀번호를 설정하지 않고는 정보유출에 따른 피해를 감수하거나 아예 접근조차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가히 비밀번호 시대라 할 만하다.문제는 비밀번호가 까다롭고 긴 조합을 요구하면서 자신이 설정한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낭패를 본다는 점이다. 과거 4자리 숫자면 충분했으나 영문 대소문자에다 특수문자까지 조합을 요구하는 곳이 많고,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대상이 개인마다 수십 개씩 이르면서다. 자신에게까지 비밀이 된 비밀번호가 생길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필자 개인적으로도 새로 구입한 스마트폰에 설정했던 유심(USIM)카드의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한 적이 있다. 폰에 접근할 수 없게 된 상황이어서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하려고 평소 자주 사용하던 비밀번호 4자리를 이리저리 들이댔다. 전화번호, 주민번호, 자동차 등록번호, 회사와 집 전화, 번호키 숫자 등이 총 동원됐으나 허사였다. 결국 서비스센터를 찾았으나 그곳에서도 해결책이 없었다. 결국 초기화할 수밖에 없어 폰에 저장된 연락처와 자료 등을 고스란히 날리는 낭패를 경험했다.비밀번호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음은 분명하다.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간편 결제, 모바일 결제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자율형 자동차홈 자동화 등 사물인터넷(IoT)로 대변 되는 새로운 기술들이 도입될 경우 보안문제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과거에도 보안은 중시됐다.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암호가 오래전부터 사용됐다. 주로 군사적인 목적이었다. 어떤 메시지를 암호화된 문장으로 바꾸었다가 다시 평문으로 바꾸는 작업, 비록 중간에 빼앗기더라도 알 수 없게 만드는 기술이었다. 최근에는 메시지의 도청, 송수신자의 인증, 디지털 사인, 컴퓨터 보안 등 많은 분야에서 필요해져 암호학 학문으로까지 발전했다.정보유출에 따른 피해 증가와 비례해서 보안기술이 크게 발전해왔다. 정보통신망을 통해 개인정보처리시스템에 접속할 때 공인인증서뿐 아니라 다양한 인증수단이 나오고 있다. 지문안면인식홍채정맥 인증 등 온몸이 비밀번호가 된 생체 인식시대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낭패를 겪는다든지,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거나, 카드 뒷면에 반드시 서명하면서 비밀번호를 유지해야 한다는 등의 주의를 받지 않아도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다. 비밀번호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것만도 어디인가.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11.08 23:02

새만금 속도전

만일 사람과 말이 마라톤을 한다면 과연 누가 이길까.얼핏 생각하면 자동차처럼 빠른 말과 사람이 시합을 한다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그런데 사람이 말보다 더 빨리 도달한 경우가 있다.영국 웨일즈 지방의 Llanwtyd Wells 라는 마을에서는 해마다 말과 사람이 함께 마라톤 시합을 하는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총 22마일(약 35.4Km)의 험준한 구간을 사람과 말(사람이 승마)이 함께달려 승부를 겨루는 이 시합에서 지난 2004년 큰 이변이 일어났다.축제 25주년을 맞는 2004년, 이 마라톤 시합에서 인간이 말을 처음으로 이긴 것이다.전세계적인 마라토너가 풀코스(42.195km)를 달릴때 속도는 시속 20km밖에 되지 않는다. 우샤인 볼트가 100m 달릴때 시속 42km 정도다. 말의 순간 스피드는 최고 60km나 되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사람이 말을 이길 수 없으나 장거리 경주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봉수제도가 있었으나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무력화 된 것을 실감한 조정은 선조때 중국에서 파말마 제도를 들여온다. 약 30리(12km)마다 역을 두고 운영한 것이 바로 파발(擺撥)제도로 나라의 긴급하고 중요한 소식만을 전달하는 초특급 통신망인 셈이다.제아무리 빠른 말도 12km를 넘어가면 쉽게 지쳐 꾸준한 속도로 달리는 인간보다 나을게 없다는 결론에서 나온게 바로 30리마다 역을 둔 것이다.역전(驛傳) 마라톤 이라는 명칭도 파발마 역을 기준으로 장거리를 몇 개의 구간으로 나눠서 각기 맡은 한 구간씩 달리는 경주에서 의미에서 비롯됐다.새삼 인간과 말의 경주를 꺼낸 이유가 있다. 현 정부들어 부쩍 ‘새만금 속도전’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새만금 사업에 예산을 대거 투입해 완공 속도를 앞당긴다는 의미다.새만금사업은 상해 푸동항, 인천 송도항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으나 지금 형편은 천양지차다. 최근 5년간 새만금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해마다 약 6500~7000억원 가량 되는데 최소 1조원씩은 투입돼야만 가속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한두해가 아니고 장기적으로 말이다.전문가들은 “해마다 1조씩 투입해도 새만금 국제협력용지나 배후도시용지에 일반인이 거주하려면 최소 15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1조원도 새만금 속도전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결국 최고 통치권자의 결단없이 기재부 등에 맡겨둘 경우 ‘새만금 속도전’은 헛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예산도 그렇지만 공항건립 등에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서는 사람이 말의 스피드를 이길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11.07 23:02

문질빈빈(文質彬彬)

한때 연구비 비리로 지탄을 받았던 전북대가 대대적인 개혁작업으로 학교위상을 재정립, 전국 롤모델이 돼 찬사를 받고 있다. 철밥통으로 인식돼온 교수들을 연구논문을 쓰지 않으면 승진은 커녕 퇴출위기로 내몰았다. 그 결과 교수들의 연구실은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한 연구실로 탈바꿈했고 질 좋은 연구논문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면서 40위권으로 곤두박질쳤던 대학평가가 전국 10위권 초반으로 자리잡게 됐다. 국립대 평가에서는 해마다 부산대 경북대와 함께 1, 2위를 다투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처럼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밤낮없이 개혁작업을 8년간 진두지휘했던 서거석 전 총장의 공이 결정적이었다.전임 서 총장한테 바통을 받은 현 이남호 총장의 꺼질 줄 모르는 열정이 최근 캠퍼스 분위기를 새롭게 바꿔 놓았다. 개교 70주년에 걸맞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이 총장은 구호부터 남달랐다.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그의 각오가 모범생이 아닌 모험생을 키우는데 적중했다. 글로벌경쟁시대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으로 그대로 연결, 전임 총장이 마련한 성장판에서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 총장이 취임하면서 추진한 한옥캠퍼스 조성사업은 눈여겨 볼만한 사업이다. 전주가 가장 한국적인 도시인 만큼 그 콘셉트에 걸맞는 한옥캠퍼스 조성사업을 이 총장이 대대적으로 벌여 주목을 끌고 있다.전북대 한옥캠퍼스 사업은 공자님이 말씀한 문질빈빈(文質彬彬)을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외관의 아름다움과 내면의 미가 서로 잘 어울린다는 것을 뜻한다. 문은 외부적인 무늬를 말하는 것이고 질은 내적인 본질을 가르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 사업을 놓고 SNS상에서 때아닌 찬반논쟁이 일고 있다. 찬성쪽은 한옥화사업을 통해 대학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대쪽은 많은 예산을 들여 한옥정문을 지을게 아니라 학생장학금이나 교육환경 개선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일부는 학생들쪽으로 숨어서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바람에 이 총장을 힘들게 한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찬반 논쟁이 있기 마련이지만 예산항목을 바꿀 수 없는 사업을 이제와서 딴지를 거는 것은 발목잡기 밖에 안된다. 내년 총장선거를 앞두고 현 이 총장을 흔들어서 음해하는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지성의 상징인 상아탑 만큼은 달라야 한다. 미래를 견인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대학에서까지 사회처럼 상대를 음해하기 위해 숨어서 총질하는 것은 비겁하다. 그간 구성원들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대학의 위상을 이 만큼 높혀온 마당에 또다시 예전같이 서로를 헐뜯는다면 전북대는 위상 추락으로 힘들어질 것이다. 지금 전북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전북대라는 것을 구성원들이 다시금 인식해서 문질빈빈을 돼새겨 봤으면 한다. 200만 도민들은 전북대의 발전이 전북을 견인할 역량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11.06 23:02

거장의 자리

플라시도 도밍고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꼽히며 한 시대, 국가를 초월해 사랑과 존경을 받는 ‘세기의 거장’ 이다. 도밍고는 지난해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내한 공연을 가졌다. 일흔다섯 살, 모든 열정을 다 쏟아내는 노장의 무대에 7000석 객석을 가득채운 한국의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여전히 풍부한 성량, 맑은 음색의 그의 노래는 그만큼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했다. 얼마 전 이태리에 거주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한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 임세경 씨로 부터 인상 깊은 이야기를 들었다.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임씨는 지난 봄,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플라시도 도밍고가 지휘하는 ‘토스카’ 무대에 섰다. 그의 말대로라면 공연을 바로 코앞에 두고 제의를 받은 ‘대타’ 무대였다. 세계적인 극장이기도 했지만 도밍고가 지휘하는 무대에 대한 기대가 컸던 그는 기꺼이 출연 요청에 응했다. 리허설을 위해 빈에 도착한 것은 저녁 시간. 연습실에는 도밍고 혼자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에 투입된 터라 동선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공연 무대에 서야하는 상황이었으니 긴장이 됐다. 한국 출신 소프라노 가수를 홀로 맞은 도밍고는 활짝 웃으며 ‘새로 오는 토스카가 작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조그만 소프라노인 줄은 몰랐다’는 인사로 그의 긴장을 풀어 주었다. 다른 가수가 한명도 없었으니 노래를 부르는 대신 리딩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리허설이었다. 그런데 도밍고는 리딩 대신 바리톤과 테너 역할의 아리아까지 부르며 그의 상대역을 도맡아 해주었다. 경황없이 진행된 첫 리허설이었지만 그 역시 모든 역량을 다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도밍고는 한차례 더 리허설을 갖자고 제안했다. 국가를 넘나드는 도밍고의 공연 일정상 리허설 시간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다음날 늦은 밤, 쉬고 있던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플라시도 도밍고’란 이름이 떴다. 극장으로 달려간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물론 도밍고 혼자뿐이었다. “도밍고의 이름만으로도 객석은 가득 찰 것이 틀림없는데,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다른 공연까지 마치고 늦은 밤에 나이 어린 소프라노의 무대를 위해 다시 극장을 찾는 도밍고 선생님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그는 “거장의 자리는 결코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자신의 크고 작은 무대에 최선을 다하는 거장의 열정이 전한 울림은 또 있었다. 무대는 결코 혼자의 힘으로 빛을 낼 수 없다는 것. 서로를 도와야 비로소 제 빛을 내는 일이 어디 무대만의 것이겠는가.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11.03 23:02

군산 선유도

2010년 4월27일 길이 33㎞ 새만금방조제가 임시 개통되면서 세계 최장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홍보된 바닷길이 관광객들로 홍수를 이뤘다. 당시 전북도 등에 따르면 개통 1주일만에 새만금방조제를 찾은 관광객은 43만2000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6만여 명이다. 개통 후 첫 주말휴일이었던 5월 1일과 2일 이틀간 방문객 수는 16만3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에서 코 앞의 작은 섬 가력도를 거쳐 곧게 고군산군도 신시도까지 뻗어간 방조제는 야미도 옆구리를 슬쩍 건드리고선 곧바로 군산 비응도까지 달려간다. 방조제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호수, 그리고 에메랄드 빛 물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과 석양의 낙조, 변산반도의 풍경 등은 관광객들을 잡아끄는 큰 매력이었다. 가력도와 신시도에 설치된 배수갑문을 통해 밀물과 썰물이 나드는 것도 장관이었다. 그 아름다운 새만금방조제를 보겠다는 관광객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한국농어촌공사 집계에 따르면 2011년 7월에 총방문객이 1,000만 명을 돌파했고 이듬해 6월3일 1,500만 명을 넘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14년 6월에 2,50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개통 첫해 8개월간 방문객이 845만 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새만금방조제 관광객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가 분명하다. 2016년에는 불과 489만명이 다녀갔을 뿐이다. 새만금개발청이 관광활성화를 위해 고군산군도 해상케이블카 타당성 용역에 들어가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관광 포인트라고는 덩그렇게 뻗어있는 바닷길 단 하나 뿐인 현 상황에서 새만금관광객 증가는 힘들어 보인다. 전북도가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새만금 유치 성과를 크게 홍보하고 있지만, 그 자체만 보면 일과성 행사일 뿐이다. 내년 1월 개통 예정인 고군산연결도로(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의 ‘신시도~무녀도’ 구간이 지난해 7월 부분개통 된 후 관광객이 크게 몰리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선유도를 배 타지 않고 걸어 들어갈 수 있게 되자 관광객들이 앞다퉈 몰린다. 군산시에 따르면 지난 1년여 사이 이 곳을 방문한 차량은 73만대 이상이다.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니 교통과 주차가 엉망진창이다. 자전거와 전기차, 봉고버스 등이 비좁은 길을 오가는 바람에 걷기가 매우 불편하다. 내년에 공영주차장을 확충하고, 관광형 2층 시내버스를 투입한다는 군산시 대책은 늦었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11.02 23:02

전주의 랜드마크

파리 에펠탑, 뉴욕 자유여신상, 런던 타워브리지, 로마 콜로세움, 인도 타지마할, 호주 오페라하우스, 중국 만리장성. 세계적인 도시를 상징한 랜드마크다. 외국 관광에 나섰을 때 일반적으로 해당 지역의 상징물을 관람하지 않으면 제대로 여행을 못한 느낌을 갖는다. 도시의 랜드마크가 갖는 힘이다. 파리 에펠탑의 가치가 건축물 이미지와 브랜드, 조형적 가치, 관광객 방문, 일자리 창출 등으로 프랑스 GDP의 20%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세계 각국은 물론, 국내 자치단체들이 랜드마크 심기에 높은 관심을 갖는 이유다. ‘랜드마크(landmark)’는 일정한 지역(land)에서 그 지역을 대표하는 표시(mark), 즉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구별하게 하는 표지’를 가리켜 이르는 말이다. 자유여신상은 조형물로, 호주의 오페라하우스는 건축물로, 프랑스 개선문은 구조물로, 영국의 도크랜드는 단지형으로 도시를 상징한다. 그 유형을 달리하지만 다른 도시와 차별성을 갖는 인공구조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한국건설사업연구원이 몇 년 전 서울시민들과 건설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묻는 설문에 ‘N서울타워’가 39.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63빌딩’ ‘광화문광장’ ‘복원된 청계천’ ‘세종문화회관’등이 뒤를 이었다. N서울타워가 파리의 에펠탑처럼 서울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점이 작용했으리라. 올 3월 롯데월드타워의 전망대인 ‘서울스카이 123’이 새로 들어섰기 때문에 다시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다.그렇다면 전주를 특징지을 수 있는 랜드마크는 무엇일까.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전주뿐 아니라 전국의 다른 시도도 별 반 차이가 없다. 전국의 자치단체마다 도시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랜드마크 만들기에 공을 들였으나 세계적으로는 물론 국내에서조차 널리 알려진 랜드마크를 찾기 힘들다. 한 도시를 상징할 수 있는 기념비적 건물(조형물)이 그리 쉽지 않다는 의미다. 최근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를 매입한 (주)자광이 430m 높이의 타워를 세워 전주의 랜드마크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국내 최대 높이의 타워를 전주에 세우겠다는 것만으로도 지역에서 좋은 이야깃거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주의 랜드마크를 높이에서 찾는다는 건 어딘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바탕을 두지 않는 랜드마크는 사상누각이다. 전주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는 전통문화 측면에서 나와야 한다. 건물이든, 구조물이든 진짜 전주를 상징할 수 있는 랜드마크가 화제로 떠오를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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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7.11.01 23:02

도시는 선(線)

지금부터 50년전 서울은 만원이다란 제목의 영화나 소설이 발표된 것만 봐도 수도 서울은 오래전 꽉 찼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엄청나게 커 보여도 사실 서울은 그렇게 넓은 곳이 아니다.서울 면적(605㎢)은 고창군(607㎢)과 거의 비슷하다. 서울은 전주시(206㎢)의 약 3배 가량 되는데, 도내 자치단체중 가장 넓은 완주군(820㎢)과 비교하면 훨씬 작다.약 600 여년전 수도 서울을 정한 이래 범주는 오랫동안 강북 4대문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6.25 이후 서울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60년대말부터 70년대초 여의도와 강남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지면서 오늘의 모습을 갖췄다.한양을 설계한 이는 정도전이지만, 오늘날 수도 서울의 큰 틀을 닦은 사람은 불도저라 일컬어졌던 김현옥 전 서울시장이다.군 수송장교 출신인 그는 부산시장, 서울시장, 내무부장관을 거쳤는데 특히 60년대말 4년동안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면서 차일석 박사를 부시장으로 영입해 한강개발, 여의도개발을 비롯 영동지구의 틀을 갖추고 남산터널과 북악스카이 개발 등을 주도하게 된다.강남, 서초 등은 영등포의 동쪽이라 하여 영동(永東)지구로 일컬어지는데, 사실 이 일대가 제대로 서울에 포함된 것은 제3한강교인 한남대교의 개통과 궤를 같이하며 이는 곧 김현옥의 구상에서 비롯됐다.1970년 4월 마포에 날림공사로 지은 와우아파트가 붕괴되면서 도시는 선이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김현옥의 개발독재는 끝나게 됐지만, 어쨌든 현재 수도 서울의 면모를 설계한 이를 꼽는다면 김현옥을 빼놓을 수 없다.도시는 선이다는 구호는 방사형 도로나 외곽순환도로 등을 포함한 도로교통의 중요성을 설파한 것인데 김현옥과 친분이 두터운 소설가 이병주가 처음 썼다고 한다.그럼 시선을 돌려 1천 여년 전 수도였다는 전주의 개발 방향을 보자.전주 역시 큰 틀에서 볼때 전라감영을 중심으로 갇혀있었으나 80년대 이후 동부권은 6지구와 아중리를 중심으로 개발됐고, 서부권은 서신동과 도청 주변을 중심으로 한 서부신시가지 중심으로 개발되다 최근들어 전북혁신도시, 만성지구가 핵심지구로 부각됐다.북부권은 송천동을 중심으로 이뤄지다 35사단 이전을 계기로 에코타운이 형성됐으며, 남부권은 평화동 교도소 주변으로 개발되다 최근엔 효천지구 중심으로 뻗어가는 분위기다.내후년 법조타운이 만성지구로 이전한 뒤 텅 비게 될 전주경기장과 덕진동 일대는 개발이냐(전북도), 보존이냐(전주시)의 갈림길에 서있다.이러한 때 불현듯 최근 한 업체가 도청 옆 대한방직 부지를 사들이면서 개발을 추진중이고, 교도소 이전도 4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도시개발이 뜨거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10.31 23:02

죽쑤는 국민의당

장미대선 때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찍었던 도내 유권자들이 계속해서 민주당을 지지한다. 지난 20대 총선 때 민주당 후보들을 회초리를 들어 대거 낙선시키고 대신 국민의당 돌풍을 일으켰던 유권자들이 지난 5.9대선 때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민주당으로 다시 되돌아왔다. 그 결과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도내에서 64.8%의 높은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됐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지 6개월로 접어들면서도 60% 후반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 대선 때 얻었던 득표율 41.1%에 비하면 25% 이상이 높다.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키며 도내에서 7석을 차지한 것은 자신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유권자에게 염증을 느끼게 한 탓이 컸다. 중앙정치무대에서 존재감 없는 초선들과 당이 무력증에 빠져 실망한 나머지 유권자들이 대거 물갈이시켰다. 그간 일방적으로 지지를 보냈던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이 작용했다. 도내 유권자들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켜봤자 그들만 호의호식하고 잘 살게 만들어줬지 지역으로 돌아온 게 없다’며 반기를 들었다. 익산에서 이춘석과 완주 무진장에서 안호영의원이 당선된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선거가 일주일만 더 남았어도 두 사람 모두 녹색돌풍에 휘말려 낙선의 고배를 마셨을 것이다.그 당시 민심은 성난 파도와 같았다. 모든 것을 집어 삼키고도 남을 만한 위력을 갖고 있었다.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배신감을 갖고 있고 새정치를 열망하고 있었던 때에 안철수가 국민의당을 창당한 게 적중했다. 하지만 그 이후 유권자들이 바라고 기대했던 국민의당 새정치는 오간데 없고 안철수가 독단으로 당을 이끌어 지지세가 급락했다. 대선 때 안철수 후보가 보인 토론실력은 실망 그 이상이었다. 선거 초반 기세등등했던 지지는 꺾인채 2등도 홍준표 후보한테 내주고 3등으로 밀렸다. 선거 막바지 그를 지지했던 유권자 중에는 치고 나오는 홍 후보를 경계하려고 문재인 후보한테 몰표를 안겼다.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말이 국민의당을 두고 한 말 같다. 지금 분위기로는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9월말까지 민주당 도당에 접수시킨 입당원서가 이를 말해준다. 도내 유권자들이 정권교체에 따른 기대감을 민주당에 갖고 있다. 지난 총선때 강세를 보였던 국민의당 지지도가 도내서도 10%를 넘지 못한다. 대선 때 강건너 불구경하는식으로 소극적이었던 국회의원들이 군산조선소 문제 등 지역현안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존재감이 약화됐다. 제1당인 국민의당이 도지사 후보도 낼 수 없을 정도로 의기소침해졌다. 존재의미를 다당제로 삼았던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정책연대로 가는 게 잘못이라고 지적한 사람들이 많다. 설령 3, 4등이 합쳐도 3등 밖에 안된다. 민주당 고공행진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고 지지율을 높히기 위해 서둘러 통합을 모색했지만 도내 유권자들은 꿈적도 안했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10.30 23:02

일자리 만들기와 일자리 없애기

공용주차장을 빠져나오다 낭패를 봤다. 미리 현금을 준비해 여유 있게 출구로 진입했으나 며칠 전까지 있던 주차비를 받던 공간이 없어진 것이다. 그 공간에 대신 놓인 기계식 계산기를 보니 신용카드를 꼽고 주차비를 해결하라고 되어있다. 뒤에 차가 밀려있으니 다시 가방을 뒤져 카드를 찾는 일이 황망했다. 창문을 열고 카드를 꼽기에는 너무 멀어 결국 차에서 내려 카드를 꼽고 다시 빼내고 나서야 출구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신용카드 전용 주차장이란 안내문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한옥마을 입구의 공용주차장 이야기다. 신용카드 한 장이면 들고 날 수 있으니 훨씬 간편해지고 효율적일 수도 있겠다. 며칠 전 역 주차장을 빠져나오면서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 역 주차장도 얼마 전까지 주차비를 받는 근무자가 있었으니 기계식으로 바뀐 것은 최근일 터다. 문득 이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궁금해졌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주차장이니 파견되었던 공무원이라면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겼을 테지만 혹시 일용직으로 근무했던 사람이라면 일자리를 잃지 않았을까. 꽤 오래전 일본의 NHK 방송국 관련시설을 둘러보았다. 그때 들른 자료실에서 인상 깊은 풍경을 만났다. 릴 테이프로 보관해오던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그 자료실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이었다. 알고 보니 젊은 시절 NHK에 근무했거나 관련 분야에서 일하다 은퇴한 원로들이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서 인간의 손을 선택한 전략은 분명 이유가 있어 보였다. 은퇴자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게 된 것도 그렇거니와 일의 전문성을 더할 수 있으니 좋은 선택이다 싶었다. 통계청이 내놓은 최근의 고용동향을 보면 역대 최고치를 넘나드는 청년 실업률은 개선될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사실 일자리의 절박함은 청년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1순위가 ‘일자리 대통령’이었을까. 그 여파를 몰아 자치단체들도 일자리 정책을 내세우고 나섰다. 그러나 공공일자리를 늘린다는 정책의 면면은 그 대부분이 공무원 일자리를 보충하는 쪽에 중심을 두고 있다. 그 성과야 어떤 형식으로든 드러나겠지만 최근 늘어나는 공공주차장의 기계식 계산기를 보면서 공공기관의 일자리 만들기가 혹 형식적 치레에 매어 있지는 않은지 궁금해진다. 주차장은 단적인 예지만 편리함과 경제성만을 내세워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로 대체하면서 없어지는 일자리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별도의 예산을 쏟아 공공 일자리를 만들기에 나선 공공기관의 사업도 늘어나고 있다. 모순이 따로 없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10.27 23:02

휴대전화와 학생인권

10·26사태 이후 신군부가 전면에 등장하기 전까지 1980년 초 잠시 민주화의 봄이 있었다. 유신시절 억압됐던 각종 문제들이 자유와 자율화라는 이름으로 사회 곳곳에서 분출됐다. 그 중 학생들을 억압하는 강제적인 규율의 상징이자 일제 잔재로 비판을 받았던 중고교의 교복자율화가 발표됐다. 이를 바탕으로 문교부는 1981년 ‘중·고등학생 교복 및 두발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뒤 이듬해 두발 자유화를, 그 다음해 교복자율화를 전면 시행했다.하지만 사복 착용에 따른 생활지도의 어려움과 경제적 부담 및 빈부격차 등의 문제가 나오면서 시행 3년만에 교복이 재등장했으며, 1990년대 이후에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대부분 학교에서 교복을 선택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지금도 학생 복장과 용모 관리에 관해서는 일부 논쟁이 따른다. 과거 생활지도와 경제적인 문제와는 다른 학생인권 측면에서다. 그러나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교복과 두발로 인권을 이야기는 경우는 실제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은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 문제가 핫이슈다.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은 교복·두발의 경우처럼 교칙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 학교 자율에 맡긴 것이다. 그러나 전북학생인권조례에서는 학생의 휴대전화기 소지 자체를 금해서는 안 되며, 학생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서만 휴대전화기 사용을 금하도록 했다. 학생의 사생활 자유 차원에서다. 실제 전북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를 들어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일이 없도록 각급 학교에 단단히 주의를 줬다. 이에 따라 대부분 학교들이 사실상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하소연이다. 교과시간에 집중력 분산은 물론, 점심시간 등 쉬는 시간에 운동장으로 나오는 학생들이 거의 없을 정도란다. 정규 교과와 운동보다 더 재미있는 스마트폰이 손에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중독은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청소년들이 더 취약하다는 점은 여러 조사에서 나타난다. 한국정보과학원이 최근 발표한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위험 의존군은 30.6%인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이 학교의 규제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또 스마트폰을 활용한 다양한 소통과 정보 획득 등의 긍정적 역할을 무시할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최소한 학교에서만이라도 자신의 자녀가 스마트폰과 일정 거리를 두길 바라는 게 대부분 학부모들의 마음일 것이다. 스마트폰 소지는 학생인권 측면의 여타 소지품 압수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스마트폰 허용에 대한 학교와 학부모들의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 현 단계에서 섣불리 교육청에서 간여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10.26 23:02

격제구로(格制俱老)

지난 21일 개막한 제11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소리문화의전당에서 다음달 19일까지 계속된다. 한중일, 러시아 등 17개국에서 참여한 183명의 작품이 진한 묵향을 뿜어내는 서론서예전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서(書)의 역(力), 기(氣), 도(道), 예(藝)를 구현한 자유로운 창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주최측은 서예의 본질적 예술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세계 최고 수준 서예가의 다양한 경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라고 소개한다. 명사서예전과 생활서예전 전시에는 122명의 국내외 일반 작가들이 작품을 내놓고 서예 사랑을 뽐낸다. 이 밖에 전각과 서각의 어울림전 등 다양한 서예 관련 행사가 진행되면서 전주의 가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올해 서예비엔날레 주제는 순수와 응용이다. 이런 주제의식에 조금 더 어울리는 대표작품으로 전진원 작가의 서론서예전 출품작 우세남 필수론 구(虞世南 筆隨論 句)가 선정됐다. 중국 당나라 초기 해서(楷書)의 대가인 우세남(虞世南)이 쓴 <필수론(筆隨論)>의 한 구절을 쓴 것이다. 해서체가 아닌 초서체로 쓰여진 작품에 담긴 구는 字雖有質(자수유질), 跡本無爲(적본무위), 稟陰陽而動靜(품음양이동정), 體萬物以成形(체만물이성형), 達性通變(달성통변), 其常不主(기상부주). 故知書道玄妙(고지서도현묘), 必資神過(필자신과), 不可以力求也(불가이력구야). 서예란 음양의 원리로부터 율동을 파악하고 자연만물의 변화로부터 형상을 얻어야 하는 것으로, 글자의 모양을 그리는 데에 힘을 기울여서는 서예의 이치를 깨달을 수 없다는 의미다.이처럼 해서로 쓰여지면 좋을 듯한 작품이 초서체로 쓰여진 것처럼 이번 서론 서예전 출품작은 초서체가 많다. 그야말로 일필휘지한 초서가 주류다.그런 가운데 홍일점 해서 작품 한 점이 눈길을 끈다. 김경호 한국사경연구원 원장의 격제구로(格制俱老)다. 이 말의 원전은 중국 북송 유도순(劉道醇)이 쓴 성조명화평(聖朝名畵評)이다. 그가 내세운 그림을 이해하는 비결은 육요인데, 기운겸력(氣韻兼力), 격제구로(格制俱老), 변이합리(變異合理), 채회유택(彩繪有澤), 거래자연(去來自然), 사학사단(師學舍短)이다. 격제구로는 격식과 품격, 체제, 절제가 완숙해야 함을 이른다. 해서는 전서, 예서, 행서, 초서 등 한자 서체 중에서 가장 바탕이라고 한다. 해(楷)는 본보기를 뜻한다. 격제구로를 해서체로 쓴 작가의 의도를 짐작할 만 하다. 순수한 격식과 품격, 체제가 잘 갖춰졌을 때 자연스럽게 응용이 나올 것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10.25 23:02

명성 김철호와 권혁빈

내로라하는 국내 재벌의 고향은 실향민이 많기는 하지만, 공교롭게도 경남 의령, 진주 일대에 집중돼 있다.예를들면 경상남도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 이곳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LG그룹과 GS그룹의 고향으로 불리는 곳이다.LG그룹과 GS그룹은 고 구인회 창업주와 고 허만정 창업주, 두 사람의 동업으로 시작한 락희화학공업을 모태로 하고 있다.경남 의령군과 함안군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남강에는 솥바위로 불리는 바위가 하나 있는데 인근 마을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굴지의 대기업을 일군 창업주가 3명이나 나왔다.솥바위 북쪽에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령군 정곡면 중교리), 남쪽에는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진주시 지수면 승산리), 동남쪽에는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함안군 군북면 동촌리) 고향이 있다. 부근에는 이종환 삼영그룹 회장과 허만정 GS그룹회장의 생가도 있으니 우연치고는 너무 기이하다.2017 재계순위 집계결과 도내업체로는 하림그룹(29위)이 유일하게 50위권에 들어갈 뿐 전북은 재벌과는 거리가 멀다.오죽하면 한 전직 국회의원은 도내 의원중 30대 기업 오너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고 단언했을까.그런데 최근 도민들의 관심을 끌만한 소식 2가지가 들려온다.하나는 임실 출신 김철호 전 명성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이다.일반인에게 콘도의 개념조차 없던 80년대초 국내 레저산업의 기초를 닦은이가 바로 그다. 하지만 모난돌이 정맞는다고 1983년 계열사가 21개까지 불어나자 통일교 지원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장인 이규동씨가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이 나자 정권에서 국세청을 동원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서슬퍼런 5공초기 그는 정권에 미운털이 박혔고, 결국 탈세, 업무상 횡령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 꿈이 사라졌다. 그가 구속되자 명성은 곧바로 공중분해 됐고, 명성콘도는 한화그룹에 넘어갔다.전북 출신 재벌신화가 사라지고 한세대가 지난 요즘 희망섞인 소식 하나가 있다.한국 부자순위 4위에 전주 출신 권혁빈(45)이 오른 것이다.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2017년 한국의 50대 부자 순위를 집계했는데 이건희 회장이 약 18조9,970억원의 재산을 보유, 1위로 나타났다. 2위는 7조5,760억원을 보유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서경배 회장, 3위는 7조100억원을 가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4위는 스마일게이트홀딩스의 권혁빈 회장이 올랐는데, 그의 재산은 약 61억달러(6조8,970억원)다.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제쳤으니 놀랄만하다.상산고,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또하나의 신화를 쓰고 있다. 그는 대학 졸업 직후인 1999년 포씨소프트라는 작은 IT 회사를 창업해 사업에 뛰어든 뒤 2002년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했다. 이후 온라인 슈팅게임 크로스파이어를 중국에 수출해 대박을 터트리면서 단번에 부호 대열에 합류했다.권혁빈이 앞으로 국내에서 신흥 부호의 대명사로서, 국가나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10.2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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