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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미래 '츠타야'

종이책의 생명력이 위협받고 온라인 마케팅이 확산되어가는 시대. 오프라인 서점이 전통산업으로 분류되는 것도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동네서점이나 독립서점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특별한 마케팅과 기획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그 존재 자체를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이러한 환경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을 하는 서점이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서점 츠타야다.1983년 히라카타점으로 시작한 츠타야는 현재 일본 내에 1400여개의 매장과 회원 4918만 명을 가진 서점으로 성장했다. 오프라인 서점들이 속속 문을 닫을 정도로 불황인 환경에서 연 매출 2조원 이상을 올리고 있다는 이 서점의 비결은 무엇일까.츠타야가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서점에 카페의 기능을 결합한 도쿄의 롯본기점이 문을 열면서부터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문화적 공간이 된 롯본기의 츠타야점은 젊은 고객들을 끌어모으며 관광명소로까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츠타야의 새로운 전략은 2011년 츠타야의 모기업이 된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 이 야심찬 의욕으로 기획한 다이칸야마 프로젝트로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로 문을 연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과 고품질 생활을 표방하는 개성적인 입주자들로 구성된 다이칸야마 T-site 는 도쿄의 수많은 관광객들이 거쳐 가는 명소가 됐다.츠타야서점의 새로운 변신을 기획해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CCC의 최고경영자인 마스다 무네아키다. 마스다는 서점을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하면서 새로운 서점문화를 주도해왔다.세계가 주목하는 IT 산업이나 미래 산업과는 거리가 먼 영역에서 책을 중심에 세운 콘텐츠와 공간의 유연성을 내세우는 전략으로 혁신의 상징인 츠타야 를 성공시킨 그가 자신의 경영철학을 담아낸 책이 있다. 지적자본론 이다. 그는 이 책에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란 부제를 달았다. 그가 말하는 지적 자본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명쾌하다. 그는 사양산업은 없다고 강조한다. 끊임없이 기획하고 제안하라. 제안과 기획을 통해 고객 가치를 창출해내야 하며 모든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켜야만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도쿄의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은 2층의 낮은 건물, 나무가 있는 빈공간을 곁에 두고 이어지는 3개의 건물은 물론이고 서점 내부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수많은 고객들에게 감동을 준다.사양산업을 미래 산업으로 끌어올린 츠타야의 혁신, 부러운 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5.26 23:02

거스러미

나무를 가공해 제품을 만드는 장인을 목수라고 한다. 첨단 전동공구가 많이 사용되는 요즘과 달리 옛날 목수들은 생나무 벌목과 건조, 자르기와 켜기, 다듬기와 세부 가공 등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했다. 벌목에는 도끼를 주로 사용했고, 건조는 연못이나 하천, 음지 등을 활용한 자연건조 방식을 썼다. 요즘은 직경이 1m가 넘고, 길이도 10m가 훨씬 넘는 대형 원목을 순식간에 켤 수 있는 첨단 제재기가 사용되지만, 옛날 목수들은 흥부가 부인 도움을 받아 스르릉 스르릉 박 타듯이 탕개톱으로 나무를 켰다.일단 켠 재목에 정치수를 고려한 먹줄을 치고 켜거나 자른다. 이어 대패질로 정밀 가공에 들어간다. 대패질은 뱃살 생길 틈을 주지 않을 만큼 힘든 작업이다. 제아무리 대패질 잘하는 목수라도 대패질 몇 번 만으로 사각이 모두 직각인 부재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때론 수십번, 수백번의 대패질을 해야 한다.대패질에서 가장 힘든 것은 거스러미다.나무는 수종에 따라, 원목의 위치에 따라, 자라난 환경에 따라 섬유질이 단순하게 형성되지 않는다. 순결과 엇결이라는 것이 생긴다. 나뭇결은 순결과 엇결 성질을 함께 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아름답고 매끈해 보이는 나뭇결 표면을 엇결로 대패질하면 험하게 패여 버린다. 대패질 할 때마다 거스러미가 일어나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 방향은 순결이기 때문에 거스러미가 일어나지 않고 매끈하게 다듬어지지만, 나무에 따라서는 순결과 엇결이 혼재하는 경우도 있어 목수는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런 현상은 성능 좋은 전동 대패도 어찌할 수 없다. 다만 대팻날을 예리하게 갈고, 어미날과 덧날을 잘 맞춰 대패질 한다면 거스러미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래도 거스러미 문제가 완전 해결되는 것이 아니어서 사포질 마감이 필수다.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아름답고 매끈한 나뭇결 무늬를 간직한 제품이 세상에 나온다.문재인 대통령 회심의 카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4일 시작됐다. 청문회는 깨끗해 보이는 저명 인사들의 무덤이 되기 일쑤였기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초반부터 거스러미가 일어났다. 부실한 자료제출 등 흠결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걸러내겠다고 약속한 공직 5대 거스러미인 병역면탈과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을 이낙연 후보자는 어떻게 대패질할까.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5.25 23:02

그림자 짙은 명사의 고향

고창을 흔히 인물의 고장이라고 한다.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린 고창 출신의 정치인, 관료, 문인, 예술인들이 즐비하다. 그 중 고창이 낳은 대표적 인물이 인촌 김성수와 미당 서정주다. 친일로 낙인찍히기 전까지 이들 두 인사는 고창의 자긍심이었다. 두 인사가 고향에 남긴 유무형의 유산은 넓고 깊다.고창군 부안면 출신의 인촌 김성수(1891~1955)는 815 광복 후 한국민주당 창당을 주도했고, 한국전쟁 때인 이승만 정부에서 제2대 부통령을 지냈다. 일제강점기 때 그가 설립한 동아일보와 고려대가 지금도 건재하다. 경성방직의 설립자도 인촌이다. 한국 근현대사를 통틀어 정치경제언론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이렇게 큰 자취를 남긴 이도 많지 않다.인촌과 같은 부안면 출신의 미당 서정주(1915~2000)는 한 때 국민 시인으로 통했다.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서정주는 시의 정부다(고은 시인), 부족 방언의 요술사(유종호 교수),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시인(김재홍 교수)이라는 별칭과 찬사가 따랐다. 정치적으로는 옳지 못했으나 너무도 아름다운 시를 남긴, 문제적 인물 미당은 20세기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그가 남긴 문제들은 해결되지 못한 채로 남아있다.소설가 김영하씨가 미당을 이렇게 정리했다.미당의 문학적 성취와 몇 편의 친일시 및 80년대 신군부 찬양 등의 행적 사이에 고향 고창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미당을 기리기 위해 추진됐던 미당 시문학제가 취소되고, 질마재문화축제가 미당을 기리는 행사로 근근이 유지되는 정도다. 생가에 만든 미당시문학관 또한 지역에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대법원이 지난달 인촌 김성수에 대해 친일반민족 행위자로 판정하면서 미당과 비슷한 문제에 맞닥뜨리게 됐다. 대법원 판결 이후 서울시는 서울대공원 내 김성수동상 철거를 심의할 예정이며, 고려대 학생들은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고창에도 기념물로 보존되고 있는 인촌 생가가 있고, 인촌로가 도로명으로 사용되고 있어 향후 인촌 지우기논란이 예상된다.대법원이 판정한 반민족친일 행위를 누구도 덮거나 감쌀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한국 근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전북의 대표적 인물을 하루아침에 무작정 내칠 수도 없는 안타까운 노릇이다. 공과 과를 함께 큰 품으로 안았으면 좋겠다. 그게 고향 아닐까.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5.24 23:02

장미

아파트 담장위로 진분홍 장미꽃이 활짝 폈다. 옛날 시골집 울타리에서 흔히 보던 것과 똑같은 꽃이다. 서로 고개를 쳐들고 자태를 뽑내고 있지만, 별다른 특징이랄 것도 없는 평범한 크기와 모양도 흔하디흔한 장미다.장미는 그 종류가 수 만 가지나 된다고 한다. 사람들이 기존 품종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관상용으로 재배되기 시작한지도 3000년이 넘었다고 하니 이처럼 종류가 많은 것도 당연할 것이다. 지금도 연간 200여종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장미의 인기는 동서양의 구분이 없다. 사랑의 고백에도 쓰이고, 결혼식 부케에도 들어간다. 입학식이나 졸업식장에도 등장한다. ‘사랑의 사자’, ‘행복한 사랑’ 등의 꽃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색깔에 따라서 꽃말은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붉은 장미 봉오리는 순수한 사랑과 사랑의 고백을 뜻하고, 붉은 장미는 사랑과 욕망, 열정, 기쁨을 나타낸다. 하얀 장미 봉오리는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입니다’는 뜻을 담고 있고, 하얀 장미는 빛의 꽃으로 존경과 순결, 매력을 뜻한다. 또 주황색 장미는 첫사랑을 뜻하고, 노란 장미는 성취와 우정을 의미한다. 보라색 장미는 영원한 사랑을 표현하며, 흑장미는 ‘당신은 영원히 나의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그렇다면 우리 아파트 담장에 피어 있는 분홍색 장미는? ‘단순’과 ‘행복한 사랑’을 나타낸다고 한다. 가장 흔하고 평범해서 다소 식상하게 생각했는데 어찌보면 아파트 단지에 가장 어울리는 믿음직스런 색깔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재미있는 것은 ‘얻을 수 없는 것’ ‘불가능한 것’이라는 꽃말을 가진 파란장미다. 파란장미는 원래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장미에는 파란 색소를 만드는 효소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란 장미’의 꽃말이 ‘불가능’이었다. 그러나 전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이 파란장미를 만들기 위해 매달려왔고, 2004년 일본의 식음료 기업인 산토리홀딩스가 마침내 성공했다. 팬지에서 파란색소를 만드는 유전자 ‘블루진(Blue Gene)’을 추출해 장미에 이식한 것으로, 완전한 파란색은 아니지만 현재까지는 파란장미에 가장 가깝다.파란장미의 등장은 불가능의 극복을 의미한다. 지금은 파란 장미의 꽃말도 ‘기적’ ‘포기하지 않는 사랑’ 등을 뜻하게 됐다고 한다. 다소 상업적이긴 하지만, 지치고 힘든 젊은이들에게 꽃 선물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좀 더 자연스러운 색깔의 파란 장미가 우리나라에서 조만간 개발돼 젊은이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이성원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7.05.23 23:02

적폐청산

이번 대선은 촛불민심이 보수로 뭉친 태극기 세력을 제압하고 승리했다. 국민 80%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바란 것이 장미보궐선거로 이어지면서 민주당 문재인후보가 41.1%로 당선됐다. 민심은 군주의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잘못해서 성나면 갈아 엎기도 한다는 것.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평균 IQ(지능지수)가 105로 유태인보다 머리가 좋다. 무혈혁명으로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광장혁명은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고 미완으로 끝난 동학혁명을 완성시켰다.도민들이 64.8%라는 압도적인 표를 문 후보에게 준 것은 다름 아닌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였다. 전북의 정치 지형은 지난 4·13 총선 때 녹색바람이 불어 국민의당이 민주당을 제치고 7석을 차지했다. 1년만에 치러진 대선에서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총선 때 민주당을 잘못했다고 준엄하게 꾸짖은 것이 대선 때 약발을 받았다. 총선때만 해도 도민들은 민주당에 약이 오를대로 올라 있었다. 그간 전폭적으로 밀어준 결과가 지역 낙후냐며 신생 국민의당의 손을 잡아준 것. 국민의당은 큰 노력없이 정동영까지도 가까스로 당선되는 쾌거를 맛보았다. 국민의당이 잘해서 광주 전남북을 쓴게 아니라 그간 민주당이 잘못해서 반사이득을 취한 것이었다.민심은 언제든지 회초리를 들어 잘못하면 바꿔 버린다. 과거처럼 멍청스럽게 잘못해도 공천만 받으면 찍어 주는 게 아니라 이제는 촛불집회를 통해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에 국민주권시대에 맞게 주권을 올곧게 행사한다. 정치인들이 공천권자 보다도 유권자에게 더 정직하게 다가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늦가을부터 대다수 국민들이 추위와 싸워가며 국정농단 세력인 박 전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아내서 민주주의를 지켜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제는 도도하게 발전해 가는 역사의 흐름을 막지 못한다.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민과의 약속을 속시원하게 지켜가고 있다. 신의 한수 마냥 검찰개혁을 내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완료하기 위해 조국 서울대교수를 민정수석으로 앉히면서 서울중앙지검장을 특검에 참여했던 윤석열 대전고검검사를 임명함으로써 국민들을 카타르시스에 젖게 했다. ‘돈 봉투 만찬’파문으로 감찰대상에 오른 우병우 전 민정수석 라인이 검찰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다음 적폐청산 대상은 박 전대통령 집권으로 어물쩡하게 넘어간 이명박 4대강사업, 방산, 해외자원개발 비리 등이다.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내서도 엉터리 같은 단체장이나 자기이익을 챙기려고 혈안이 돼 있는 지방의원을 팽시켜야 한다. 재선에 성공하려고 자기편한테는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대신 반대파에게는 국물도 없다는 식으로 인기영합주의에 몰두하는 단체장은 적폐청산 대상이다. 인사나 사업발주를 놓고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는 단체장은 시간만 남았다. 촛불집회를 거친 동학의 후예들은 교언영색형의 단체장을 아웃시켜야 한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5.22 23:02

시인 이광웅

‘이 땅에서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이 땅에서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걸고….’ ‘광주의 그날’ 즈음이면 생각나는 시인이 있다. ‘오송회’사건 주모자로 구속됐던 이광웅 시인이다. ‘오송회’ 사건은 1982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고교 교사 간첩단 사건’이다. ‘반국가 단체인 북한을 찬양 고무하고 용공사회주의 국가건설을 기도했다’던 이 사건은 2008년 재심에서 고문에 의한 조작사건으로 무죄를 입증 받았다. 시인은 이미 작고한 후였다. 시인은 중고등학교시절부터 뛰어난 문학적 재능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70년대 초반에 국어교사가 되어 좋은 교사, 좋은 시를 쓰는 시인으로 살고자 했지만 ‘오송회’사건으로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그를 시인으로 세상에 알린 것은 투옥 중 출간된 첫 시집 ‘대밭’이다. 그의 누이들이 가지고 있던 시 원고를 엮어 펴낸 ‘대밭’은 분단의 비극, 입시위주의 교육현실 등 시대를 직시하면서도 서정성을 잃지 않았던 시인의 문학과 삶을 독자들에게 안겼다. 이어진 시집이 ‘목숨을 걸고’다. 사면조치로 석방 된 2년 후 펴낸 ‘목숨을 걸고’는 더 치열해진 시대정신의 불꽃이었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하라는 호소로 무디어져가는 민주화 정신을 다시 깨워낸 그의 시편들을 두고 문익환 목사는 ‘극도로 절제된 언어, 극도로 절제된 서정의 세계’라 평했었다. 고문 후유증에 위암까지 얻은 그가 1992년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세 번째 시집 ‘수선화’가 출간됐다. ‘내 생애에서의 영원이란/ 그 해 봄/ 내게 머나먼 압록의 강물같이나 바라뵈던 복직이/명절같이나 찾아와/떠나야했던 교직에 또 몸담아 살면서/귀여운 소년 소녀들에게 평화로이 우리 국어를 가르치던/그 학교/그 교정/그 화단 가운데/수선화 피인/갠 날이다. -수선화-’그러나 ‘생애에서의 영원’이라할 만큼 찬란했던 순간은 전교조 해직교사가 되는 바람에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끝이 났다. ‘터무니없이 맑으면서도 역사의 토양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 시로 현실과 시대정신을 일깨웠던 순정했던 시인이 생각나는 오월. 37주년을 맞은 올해 5월 18일 광주 5.18민주묘지에서는 9년 동안 억압(?)받았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생명을 얻었다. 5월 광주의 실상에 괴로워하고 분노했었던 시인의 맑은 웃음이 생각난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5.19 23:02

이건식 시장의 사퇴

중국 한나라 때 쓰여진 책 회남자(淮南子)에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나온다. 변방에서 노인이 기르는 말이 어느날 오랑캐 땅으로 가버렸다. 노인은 적국으로 넘어가 말을 찾아올 엄두가 나지 않아 낙담했다. 그런 어느날 그 말이 준마를 데리고 돌아왔다. 노인은 매우 기뻤다. 그것도 잠시, 그의 아들이 준마를 타다가 낙마, 절름발이 신세가 됐다. 노인은 장애 아들을 보며 시름에 잠겼다. 하지만 아들은 장애 때문에 전쟁터에 나가지 않아 목숨을 건졌다. 지난 11일 대법원은 황숙주 순창군수의 부인 권모씨가 공무원 채용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사건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권 씨는 지난 2013년 4월 지인 A씨의 아들을 기간제공무원으로 채용해주겠다며 또 다른 지인을 통해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음으로써 치욕의 굴레를 완전히 벗어던지게 됐다. 부인의 재판이 깨끗하게 마무리됨에 따라 황군수도 군정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를 속시원한 자세로 임하게 됐다. 반면 부패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건식 김제시장은 원심에 이어 지난 12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시장은 지난해 12월8일 특정사료업체의 물품을 시 예산으로 구입해 줘 김제시에 16억 원대의 손해를 입힌 혐의(업무상 배임)로 징역 1년6월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가 지난 3월 보석으로 풀려났었다. 이시장의 보석과 감형(집행유예)에서 특기할 점은 그가 혐의를 인정하고 1억원 공탁 등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한 행위를 법원이 긍정적으로 받아줬다는 사실이다. 새옹지마 결론을 바라는 이시장으로서야 고마운 일이겠지만, 코미디 같은 일이다. 이시장은 사건 초기 극구 혐의를 부인했다. 벼랑 끝에 몰려 변명이 통하지 않자 1억원 공탁 등을 하며 재판부에 거래를 청했다. 자백과 공탁으로 감형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뻔한 수법인데, 법원은 스스로 죄를 자백했다며 현직시장의 부패혐의에 대해 가벼운 잣대를 들이대고 말았다. 이게 법 정의인가. 문재인대통령 당선은 박근혜 부패에 대한 반발이다. 공직사회부터 정의가 바로서는 나라를 원하는 민심이다. 이건식시장에 대한 감형, 어차피 시장직 박탈형 아니냐고 강변하겠지만, 촛불 민심에 반하는 판결이다. 현시점 가장 큰 묘수는 이시장의 자진사퇴다. 그래야 등 굽은 소나무, 고향 지키며 새옹지마를 바랄 수도 있을 것 아닌가.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5.18 23:02

"요즘 이게 유행이래"

문재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민의 관심사다. 평소 같으면 얘깃거리도 안 될 소소한 대통령의 일상들이 연일 언론과 SNS 등을 통해 화제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출근길에 시민들과 셀카를 찍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청와대 참모들과 커피를 들고 산책에 나선 일, 청와대 직원식당에서 줄을 서 점심을 먹는 모습, 유기견이 청와대에 입성해 ‘퍼스트 도그(First Dog)’가 됐다는 등등. 잔뜩 힘을 준 권위주의적 대통령들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의도적 연출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일련의 행보들이 국민들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로 이사한 후 첫 출근길에서도 소탈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부인 김정숙 여사가 대통령의 팔짱을 끼는 모습이나, “여보, 잘 다녀오세요”라고 건네는 인사가 영락없는 보통사람이었다. 김 여사는 배웅 인사를 마친 뒤 대통령의 뒷모습을 지켜보다 대통령의 바지가 짧다며 옷매무새를 다듬었고, 문 대통령은“요즘엔 이게 유행이래”로 응수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부부의 격의 없는 모습과 대통령의 센스를 치켜세웠다.신임 대통령과 관련해 늘 우선적으로 화제가 되는 게 대통령과 영부인의 옷차림이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인 트럼프 멜라니아가 패션모델 출신이라는 점과 더불어 대통령 취임식때 어떤 옷을 입을지 언론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 옷을 만든 디자이너가 누구인지, 옷에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 세심한 부분까지 분석하는 기사가 따랐다. 프랑스 신임 대통령 마크롱이 취임식에서 입은 옷이 고가의 명품처럼 보이지만 실은 55만원 짜리 중저가 기성복이라는 소식도 외신을 탔다. 우리의 경우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옷과 관련해 많은 화제를 뿌렸다. 취임 당일 행사장 마다 각기 다른 옷을 입었던 사실을 두고 언론은 ‘5색 패션 정치’등으로 대통령의 패션정치에 관심을 뒀다. 그 대통령은 세월호 직후 한미정상회담서 부적절한 옷차림(화사한 색)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최순실 사태때 옷값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옷이 날개가 아닌, 패션정치의 파국이었던 셈이다.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취임식때 과거 대통령과 영부인들이 입은 한복패션과는 다른 정장차림이었다는 것도 화제가 됐다. 지도자의 패션이 화젯거리일 수 는 있으나 그 본질은 아니다. 문 대통령 부부의 취임 후 행보는 국민들과 편하게 소통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그 의지가 끝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5.17 23:02

공짜

세상에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공짜란 행운이자, 불로소득이다. 그에 합당한 노력이 없거나 미흡해서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굴러 들어온 복덩어리다. 누가 이를 문전박대할 수 있겠는가?옛말에도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고 했다. 양잿물은 가성소다이다. 부식성이 강한 독극물로 많이 먹으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마다하지 않고 먹겠다는 것은 공짜에 대한 인간의 유혹이 얼마나 강한지를 말해준다.그러나 유혹은 강할수록 독성이 있는 법이다. 한 가난한 농부가 있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점차 땅을 늘렸지만, 욕구를 채우기에는 항상 허기가 졌다. 결국 악마의 유혹에 빠져서 땅을 매매하기로 거래를 한다. 땅의 면적이 아니라 ‘하루동안’에 1000루불을 주기로 했다. ‘하루동안’이라는 것은 아침에 출발해서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 걸어서 돌아오면 그 안쪽의 땅을 모두 차지하는 것이었다. 농부는 아침 일찍이 서둘러 떠났고, 눈 앞의 비옥한 경작지에 이끌려 출발지에서 자꾸만 멀리 갔다. 욕심을 억누르며 옆으로 방향을 바꿨지만, 이미 너무 멀리 왔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기 위해 기를 쓰고 내달렸지만, 결국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고 만다. 농부의 이름은 바흠이었고, 그가 마지막으로 차지한 것은 2m도 안되는 작은 땅이었다. 톨스토이의 러시아 민화집 ‘인간에게 땅은 얼마나 필요한가’의 이야기다.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한 두 번쯤의 횡재 경험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것이 과연 횡재이고 공짜일까? 내가 길 가다가 우연히 주은 1만원짜리는 오늘 아침 누군가가 떨어뜨린 뒤 아쉬워하는 돈이고, 내가 우연히 받게 된 용돈은 나를 둘러싼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베푼 호의일 것이다. 결국은 상대가 있는 제로섬 게임으로 누군가 얻으면 누군가 잃게 되는 것이다. 흔히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한다. 시식코너의 음식도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고, 여성들이 화장품을 사면 받을 수 있는 맛사지도 화장품 가격에 포함돼 있다. 결국 공짜에는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요구하는 마음이 알게 모르게 배어 있는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전북에서 64.8%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전국에서 최고의 지지율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전북 도민들의 지지가 가장 높다는 것은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문 대통령이 도민들의 기대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이성원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7.05.16 23:02

최고 득표율 64.8%

국민들이 북핵위기와 미세먼지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 취임으로 달라진 세상을 맞보며 기대감에 들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정권교체를 이룬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 앞으로 펼쳐질 세상에 기대가 크다. 도민들도 문 대통령 취임을 기뻐했다. 그 이유는 64.8%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인 탓이 크다. 이는 광주 전남을 제치고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도민들이 문 대통령에게 압도적으로 지지를 보낸 이유는 정권교체를 확실하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막판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보수표를 결집시키며 치고 나오는 바람에 안철수를 지지했던 표심까지도 경계심을 발동해 문 대통령한테 표를 줬다. 이 때문에 40%대의 지지를 예상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전북에서 23% 밖에 얻지 못했다. 지난 4월12일 치러진 전주 서신동 도의원 보궐선거에서 국민의당 최명철 후보가 57%라는 얻은 것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에 반해 대선과 함께 치러진 전주시 마선거구 보선에서 민주당 김은영 후보가 61.61%를 얻은 반면 국민의당 김철영 후보는 38.38%를 얻는데 그쳤다.한달 사이에 문 후보는 지지상승세를 그린 반면 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반토막이 났다. 안 후보는 컨벤션 효과와 잠시 갈곳 잃고 방황했던 보수층이 결집해 4월초만해도 문 후보와 양강구도를 이뤘지만 막판 홍준표 후보가 영남에서 치고 나서는 바람에 결국 3위로 내려 앉았다. 도내에서도 안 후보의 새정치에 기대를 걸었지만 선대위 구성과 선거전략이 보수 후보와 차별이 안된데다 막판에 김종인씨와 손잡은 바람에 등을 돌리고 만 것. 일부 부동층은 문·안 두 후보를 놓고 막판까지 고민했지만 그래도 정권교체를 가져오려면 문 후보한테 표를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 것이 문 후보 쏠림으로 나타났다. 안 후보가 처음부터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처럼 단기 필마로 좌고우면 하지 않고 뚜벅이 유세를 했어야 옳았다. 선거 막바지에는 새정치에 대한 정체성이 흔들리면서 지지층이 달아났다.지금 대다수 도민들은 문 대통령 한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 이유는 문 대통령 한테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사대탕평과 새만금 개발 등 지역개발에 대한 공약이 잘 이행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간 보수정권에서 차별을 받았던 전북이 문 대통령 때는 우선순위를 정할 때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문 대통령이 첫 인사로 이낙연 전남지사를 총리로 전남 장흥 출신인 임종석씨를 비서실장으로 그리고 전주출신인 윤영찬씨를 국민소통수석으로 발표해 약간은 서운했지만 추후 장차관 인사 때 전북 출신들이 중용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일단은 지켜 보자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보인 일련의 결정을 보면 도민들도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룩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전북 도민들한테 뭔가 실망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보여줬으면 한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5.15 23:02

볼리비아의 '코카'

2015년 7월, 흥미로운 뉴스가 소개됐다. 프란체스코 교황이 볼리비아를 방문하면서 벌인 특별한 이벤트에 관한 것이었다. 교황은 볼리비아를 방문하면서 코카 잎을 씹고 싶으니 준비해 달라고 볼리비아 정부에 부탁했다. 교황의 독특한 취향쯤으로 생각하면 그뿐이었으나 세계의 언론이 주목한 이유가 있었다. 교황의 부탁에는 볼리비아인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존중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볼리비아인들에게 성스러운 잎인 코카는 1천여년 이어져온 대표적인 주농산물이다. 전통적으로 코카를 경작해 생계를 이어왔으니 볼리비아에서 코카농사는 곧 생명을 지키는 일과 같았다. 그러나 코카가 마약을 대표하는 코카인 재료로 쓰이면서 볼리비아는 코카인 주요 공급지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볼리비아의 경제를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의 강력한 규제였다. 게다가 볼리비아 정부는 미국의 정책에 동조, 국민들의 생명줄과도 같은 코카재배를 억압하는데 앞장섰다. 자연히 코카재배는 위축되고 국가경제는 피폐해졌다. 더 중요한 것은 코카와 함께 무너져 내린 볼리비아 국민들의 자존심이었다. 경제적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볼리비아는 파탄에 빠지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가 됐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은 사람이 있었다. 2005년 볼리비아 대통령에 당선한 에보 모랄레스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남미 500년 역사상 최초의 원주민 대통령이다. 가난한 원주민의 아들로 태어나 코카 재배 농장에서 일했던 그는 20대에 농민들의 권익에 눈 뜨면서 정치인이 됐다. 시민단체가 중심이 된 사회주의운동당을 이끌게 된 그는 고질적인 경제난과 빈부격차 해소, 코카 재배 억압 반대운동에 나서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 냈다. 2005년 12월 이뤄진 조기 대통령선거에 당선한 그는 취임한 이후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되었으며 토착민 전통이 제도화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공동체 구축으로 사회는 변화됐다. 경제는 살아나 중남미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가진 나라가 됐다. <탐욕의 정치를 끝낸 리더십, 에보 모랄레스>의 저자 스벤 하르텐은 이러한 모랄레스의 정치적 성공의 뿌리를 코카 잎의 수호였다고 단언한다. 국민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던 모랄레스의 신념을 이르는 말이다. 국민들의 신뢰가 따를 수 밖에 없다. 모랄레스는 2009년 재임된 이후 다시 3선에 성공했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5.12 23:02

승자와 패자

민주주의의 꽃 선거에는 맹점이 있다. 승자독식이다. 승자가 모든 것을 취하기 때문에 패자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다음 선거 승리를 위해 와신상담하는 것 뿐이다.어제 제19대 대통령 당선증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도 그런 길을 걸었다. 친구이자 동료였던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문재인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 등을 역임하며 노무현 정권의 중심에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퇴임 후에는 경남 양산에 거처를 마련, 또 다른 세상을 꿈꿨다. 그의 인생이 결정적으로 바뀐 것은 이명박 정권의 집요한 보복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23일 자살한 사건이 계기다. 이 때부터 문재인의 와신상담이 시작됐다. 청와대 실세로 군림한 세월이 있었지만,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 정치판은 험난했고 길은 멀었다. 당이 분란으로 쪼개지기도 했고, 사생활까지 공격받는 엄중한 검증도 기다리고 있었다.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48.02%의 득표율을 올리며 선전했지만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 잔의 쓴 맛은 가시지 않았다. 여전히 불투명한 고난의 행군이었다. 하늘은 정의 편에 있었다. 운칠기삼, 문 대통령에게 운이 따랐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문재인의 승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그 증거가 바로 이번 선거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24%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한 사실이다. 박근혜의 새누리당이 당명만 바꿔 내세운 ‘막말’ 후보가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 지지를 받은 것은, 정상적 상황에서의 선거였다면 문재인 당선이 매우 불확실했다는 반증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대선의 최대 승자는 홍준표후보라고 할 수 있다. 어찌됐든, 몰락한 정당의 존재감을 확인시켰고,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다졌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최대 패자다. 참신, 깨끗, 통합, 미래 등을 내세우며 선거 초반 선전했지만, 보수와 진보를 모두 아우르려다가 정체성을 상실했다. 단기간에 치러지는 선거는 매우 선정적인 싸움터다. 표심은 이성보다 감정에 더 빠르게 작동한다. 초기 안철수를 향했던 표심은 방점이 훨씬 뚜렸한 문재인과 홍준표 쪽으로 대거 흡수됐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큰 성과를 거뒀다. 권성동 등 믿었던 도끼에 발등도 찍혔지만 깨끗한 보수의 틀을 갖췄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대한민국 사회에 진보의 가치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5.11 23:02

유권자의 날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가 이제는 추억이 됐다. 1970년대까지도 선거판에는 으레 막걸리와 고무신이 공공연하게 등장했다. 순진한(?) 유권자들은 막걸리 한 잔과 고무신 한 켤레를 받고서 다른 생각을 품지 못했다. 정치인들도 그런 민초들의 마음을 알고 강한 득표 수단으로 이용했다. 어디 막걸리와 고무신뿐이던가. 80년대 이후 막걸리와 고무신 대신 금권과 관권이 판을 쳤다. 오늘날 선거공영제가 실시되고, 금품 수수에 대한 강력한 처벌규정이 도입되면서 선거문화가 많이 맑아지기는 했다. 그러나 정치판에 잘못 발을 디디면 패가망신하기 십상이라는 말이 지금도 통용되는 걸 보면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오늘은 유권자의 날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민주적 선거(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가 실시된 1948년 5월10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기념해서 선정한 날이다. 2012년 기념일로 지정된 후 6번째 맞았다. 유권자는 주권자로서 선거에서 권리를 행사하고, 대표자를 선출함과 동시에 이들을 감시하는 막중한 의무를 진다. 유권자의 날을 지정해서 기념한다는 것은 그런 권리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도 하다.우리는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까지 많은 피와 땀을 쏟았지만 민주적 선거제도는 별 노력없이 도입됐다. 모든 국민이 선거권을 갖는 보통선거권의 역사는 민주주의를 발달시킨 서양의 경우도 1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미국은 1920년, 영국은 1928년에 남녀가 동등한 참정권을 갖게 됐다. 미국에서 인종의 차별 없이 참정권이 완전히 보장된 때는 1966년이며, 최초의 직접 민주주의 국가로 널리 알려진 스위스조차도 1971년에서야 여성에게 보통선거권을 부여했다. 이들 국가에서 보통선거권이 도입되기까지 숱한 투쟁의 역사가 있었다. 이에 비해 우리의 경우 선거와 관련된 민주주의 원칙들이 1948년 헌법을 제정할 때부터 곧바로 실천됐다.이런 대한민국을 두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후불제민주주의> 저서를 통해 우리의 헌법이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에 얻은 후불제 헌법이었고,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라도 반드시 그 값을 치러야 하는 후불제 민주주의라고 했다. 1980년대 민주화 투쟁과 초유의 대통령 탄핵결정은 그 대가다. 오늘 새 대통령을 탄생시킨 것으로 유권자의 몫을 다한 것은 아니다. 유권자는 살아 있어야 민주주의가 똑바로 선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5.10 23:02

황사연휴

징검다리 휴일을 끼고 이어진 지난주 황금연휴는 황사연휴로 끝났다. ‘매우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가 계속되면서 가만히 있어도 숨쉬기가 갑갑하고 눈이 따가울 정도였다. 집안에만 갇혀 있다보니 갑갑하고 피곤했다. 나 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애초 계획했던 나들이를 취소하거나 자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유통업체들도 애초 기대와는 달리 소비회복에 큰 도움이 안됐다고 한다. 지금 기억으로도 옛날에는 황사나 미세먼지 걱정이 그리 많지않았던 것 같다. 공기청정기라는 이름도 없었고 굳이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때도 황사가 있었지만, 그런대로 참을만했다. 이제 공기청정기는 가정의 필수품이 돼가고 있다. 주요 유통업체의 5월 1일~6일 공기청정기 등 가전제품 매출액이 전년에 비해 30% 가량 늘었다고 한다. 공기청정기 시장이 지난해 1조원에서 올해는 1조5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공기청정기 생산량을 전년에 비해 2배로 늘렸다고 한다. 가난했던 옛 살림에서 TV를 사고, 냉장고를 들이고, 세탁기를 장만하고, 에어컨을 달게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리 생활에 편익을 가져다주는 것들로 부(富)가 증가하고 잘 살게 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기청정기가 늘고 있다는 것은 왠지 불편하고 마뜩잖다. 삶의 수준을 높여주는 것이라기 보다는 열악한 삶의 환경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매우 심각한 정도다. 세계적으로도 악명이 높은 중국의 베이징보다도 안 좋은 날도 있다. 이로인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비용이 연간 10조원이라는 추산도 있다. 외출 자제에 따른 소비위축까지 합치면 그 비용이 더 증가한다는 주장도 있다.공기청정기에도 빈부의 격차가 심하다. 아예 없는 집도 많지만, 2대, 3대씩 가지고 있는 가정도 적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은 아무런 방비도 없이 무자비한 환경의 위협에 노출되는 것이 서럽겠지만, 공기청정기가 많으면 과연 행복할까? 그렇지는 못할 것이다. 공기청정기가 아무리 좋아도 예전의 맑고 깨끗했던 공기를 다시 맛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염된 공기로 인해 호흡기나 안과 계통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우리의 건강과 삶은 위협받을 것이다. 선진국 수준의 환경기준, 화력발전소 감축, 경유차량 폐차지원, 한중일 환경외교 및 협약체결 등 대선 후보들의 미세먼지 공약이 꼭 지켜지기를 다시 한번 바란다. 이성원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7.05.09 23:02

과거와 미래 싸움

장미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대선이 실시되는 만큼 유권자들은 박 전대통령 같은 엉터리 대통령을 뽑지 말고 미래를 열어갈 인물을 뽑아야 된다. 박 전대통령은 그의 아버지 후광으로 대통령 자리를 혹독한 검증없이 쉽게 차지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로 그가 이렇게 엉터리 대통령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장관들로부터 대면보고를 받지 않을 정도로 무능하고 생각머리가 없는 대통령이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래서 국민의 뜻에 따라 국회가 그를 탄핵한 것이다. 대통령은 남북이 대치하는 핵위협 상황하에서는 확실한 안보관리능력과 위기관리능력이 요구된다.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국정을 해결하고 글로벌 시대에 국가이익을 확보하려면 통찰력, 순발력, 판단력이 뛰어난 융합형 인물을 뽑아야 한다.이번 대선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하다. 열강의 틈바구니속에 우리가 미래를 보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느냐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핵개발로 미국과 대화를 통해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추진, 한국을 코리아 패스로 제끼려는 게 역력해졌다. 일본은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아베 총리가 만들어 가고 있다. 사드배치로 한중관계가 급속히 냉각돼 가고 있지만 시진핑은 트럼프와 북핵문제를 통해 자국의 이익증대를 도모하고 있다. 새 대통령은 가장 먼저 북핵위협으로부터 안보를 탄탄하게 해야 할 과제를 떠안았다. 한미동맹관계를 보다 튼튼하게 할 인물이 필요하다. 박 전대통령이 중국한테 급속도로 경도된 측면이 오늘의 안보 위기를 불러온 측면이 있다. 혈맹인 미국에서 보면 중국과 한국의 선린외교가 결코 달갑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촛불집회로 촉발된 장미대선이 이제 종착역에 도달했다. 적폐청산을 통해 과거로 회귀하느냐 아니면 4차산업혁명을 통해 미래로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모든 나라가 미래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며 국가역량을 결집시켜 나간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이 같은 현상은 더 두드러졌다. 우리는 미국을 외면할 수 없다. 누가 자주외교를 외면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자주외교는 힘의 우위에서만 가능하다. 그간 자주국방을 외쳤지만 우리 안보는 미국의 핵우산 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상업주의라는 비난도 있지만 그래도 믿을 건 미국 밖에 없다. 미국과의 혈맹관계를 더 돈독하게 해야 할 이유가 다른데 있지 않다.인기영합주의와 가짜뉴스가 선거 막판을 달궜지만 누가 더 국정을 깨끗하게 운영해 나갈 수 있는지를 판별해야 한다. 출마해서도 안될 보수후보가 표를 얻기 위해 망국병인 지역주의를 선거에 악용하고 낡은 이념프레임을 깔고서 색깔론을 덧칠 한 것은 경계해야 한다. 대통령은 말로 하는 자리가 아니다. 미래를 내다 보고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갈 행동하는 양심이 필요하다. 촛불집회 때처럼 맘먹은대로 새정치를 구현할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하면 그만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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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7.05.08 23:02

그리운 장날 풍경

시골길을 지나다 우연히 장날 풍경을 만났다. 물론 오늘의 장날 풍경이다. 장날의 다른 이름은 ‘오일장’이다. 2000년대 초반 전통시장을 현대화한다하여 오래된 건물을 부수고 새로운 건물들을 들여놓는 사업이 유행처럼 번졌었다. 이름 하여 ‘재래시장의 현대화’라 했다. 재래시장의 현대화는 대부분의 5일장이 서는 곳이면 통과의례처럼 겪었던 과정이었다. 자치단체마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현대식 시장을 들여놓기에 앞장섰지만 재래시장을 살리는 본질적인 방향을 고민하지 않은 채 겉모습에만 집중했던 그 사업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오히려 줄어들면서 시장을 살리는 데는 아무런 효과를 못 보았던 탓이다. 수십 년 장터를 지켜온 장꾼들조차 현대화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재래시장 살리기를 물색모르고 덤벼드는 철없는 ‘짓거리’라고 강하게 비난했을 정도니 그 후유증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돌아보면 1일과 6일, 2일과 7일, 3일과 8일, 4일과 9일, 이렇게 짝이 맞추어진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전국을 떠돌던 장꾼들은 어김없이 모여들었다. 색색이 곱디고운 꽃무늬 옷에, 반짝 반짝 윤나는 흰 구두, 모양도 다양한 시계며 아롱다롱 이부자리까지, 장꾼들은 신나게 판을 열고 손님을 기다렸다. 그곳은 소통의 공간, 인간다움이 회복되는 생생히 살아 있는 공간이었다. 사실 오일장의 시련은 그 이전에도 있었다. 1970년대쯤에는 새마을 운동으로 정부가 나서 5일장을 없애거나 축소시키겠다고 나섰었다. 지나친 소비를 조장하고 불공정 거래가 성행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농민들이 관습적으로 시장을 이용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니 그로 인해 농업 생산성이 저하된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농촌의 퇴폐풍조를 조장하고 있다는 혐의(?)까지 받았던 오일장은 그러나 끝내 살아남았다. 위기에 처해있던 오일장에 도시사람들이 찾아왔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에게 5일장은 아련하고 그리운 추억의 풍경이었다. 그 풍경의 대부분이 사라진 뒤였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안과 즐거움을 주는 그 공간의 의미는 유효했다. 그러나 현대화란 이름으로 옛것을 모조리 부수어 대형 마켓의 아류를 만들어내는 일이 지속되면서 그 아득한 그리움의 장날 풍경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은 줄기 시작했다. 오래된 시간을 담은 풍경이 사라지고 있다. 장날 풍경도 그 중 하나다. 소중한 것들을 기억으로만 만나게 되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5.05 23:02

원불교

원불교가 지난달 28일 대각개교절을 맞아 익산시 신용동 원불교중앙총부에서 원기 102년 기념식을 거행했다. 종교계에서 한국천주교주교회 의장 김희중 대주교,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김영주 대표회장, 이정희 천도교 교령 등이 참석했고, 송하진 도지사와 정헌율 익산시장, 그리고 이춘석정동영박지원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도 참석해 원불교 발전을 기원했다.이날 경산 장응철 종법사는 경축 법문에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각자의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며 우리가 선택한 사람이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합력해 다 함께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적 능력은 물론 신뢰성, 도덕성, 추진력을 키워 나갈 것도 강조했다.원불교는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18911943)가 우주 진리를 깨닫고 만든 종교다. 불교를 바탕으로 세운 종교이고, 일원상(둥근 원, ○)을 우주의 근본 원리이자 진리로 보고 수행의 바탕으로 삼고 있다. 대각개교절은 소태산이 깨달음을 이룬 날, 1916년 4월28일 원불교를 개교한 날을 기념한다. 원불교가 원불교란 교명을 정한 것은 1947년 일이다.박중빈은 1891년 전남 영광군 백수면 길룡리 영촌마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1916년 4월 영산에서 깨우침을 얻은 그는 1918년 부안 봉래산에 들어가 5년간 생활하며 교리와 제도를 구상제정했고, 1924년에 이리(지금의 익산)에 총부를 두고 종교사업을 시작했다. 원불교와 전북의 깊은 인연이다.익산 중앙 총부는 원불교 교단을 총괄하는 핵심이다. 원불교 뿐 만이 아니다. 원광 대학과 중학교, 고등학교, 유치원, 그리고 영산 선원 등 교육기관은 물론 원광대병원과 한방병원 등을 운영한다. 익산경제의 노른자위다. 세계적으로 700개 교당이 있다. 소태산이 태어난 영광 생가와 큰 깨달음을 얻은 영산성지의 노루목 등에는 세계 각지에서 순례자들이 몰려들고 있다.지난달 18일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은 원불교 100년 기념관이 내년 9월 서울 동작구에 완공되면 서울시대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총부 이전에는 선을 그었지만 최근 그동안 회자된 원불교 서울 이전을 확인한 것이다. 교정원은 행정을 총괄하는 심장이다. 원불교로서는 서울 진출이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원불교를 소홀히 한 전북과 익산은 큰 손실이다. 종교는 큰 문화자산이다.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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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7.05.04 23:02

부처님 오신 날

올 부처님오신날은 대선기간에 들어있다. 일부 종교계가 특정인 지지 등으로 현실정치에 뛰어든 데 반해 불교계는 이번 대선에서 상대적으로 중립적 위치에 있는 것 같다. 불교계 지도자들이 밝힌 올 봉축 법어도 부처님오신날의 일반적 의미를 설파하며 정치적 메시지와 거리를 뒀다.역설적으로 현실정치와 어느 정도 선을 긋기에 불교계 지도자들의 말씀에 더 울림이 있다. 금산사 회주인 월주 스님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도 우리들이지만 세상을 맑히는 것도 우리들 자신”이라며 “아무리 어렵더라도 서로 나누고 소통하면서 살아간다면 세상을 휩싸고 있는 어둠은 조금씩 걷힐 것”이라고 했다. 남원 실상사 주지로,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공동본부장을 맡고 있는 도법 스님은 “촛불 광장은 국민의 승리이자 평화의 승리”라며 “특히 ‘평화의 촛불’이 곧 부처님의 사상이고 정신이라는 점을 깨닫고 삶의 현장에서 실천을 다짐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제 만경 출신으로, 한국 불교계 대선사이며 대학자였던 탄허 스님(1913~1983)이 인터뷰를 했다면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 스님의 대담 자료와 기고문, 강의록을 정리해 펴낸 <탄허록>에서 그 답을 구할 수 있다. 불교인으로선 드물게 정치인의 자질과 역할,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탄허 스님은 국가지도자의 덕목을 ‘신뢰’라고 했다. 지도자가 신뢰받을 때 법과 영이 선다는 점에서다. 스님은 또 나라의 운명이 지도자의 심성에 달렸다고 보았으며, 탐심 있는 지도자를 경계하고 국민을 위한 철학을 갖추라고도 충고했다. 대중이 좋다고 따라서 좋아하고, 대중이 싫다고 따라서 싫어하는 소신없는 이들은 땅을 기는 개미보다 못한 사람이라고까지 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밤새워 고민하는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라고 충고했다. 먹을 게 적은 것 보다 공평하게 분배 못하는 것을 걱정하라며 공평한 분배를 역설하기도 했다.탄허 스님이 지도자의 덕목만 강조한 것은 아니다. "인류의 구원은 새로 어떤 성인이 나타나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우리 중생이 스스로 깨달아 청정한 본마음으로 돌아갈 때 가능하다. 부처라는 것은 오고감이 없는 것이다. 누구든지 몸과 입과 뜻이 청정하면 부처가 머무르는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머물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오신날’이 따로 없다. ”스님이 열반한지 30년이 지난 오늘에도 새겨볼 이야기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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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7.05.03 23:02

재량사업비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말을 듣는 순간 우리는 코끼리의 마술에 빠져든다. 머릿속에는 코끼리 형상이 떠오르고 코끼리 생각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렵다.이는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가 2004년 미국의 대선을 앞두고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의 서민들이 왜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보수당에 표를 몰아주는지, 그래서 진보세력은 선거에서 번번이 패배하는지를 분석했다. 바로 보수당의 프레임에 갇혀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코끼리는 미국 공화당의 상징이다. 그에 따르면 진보진영은 그동안 보수진영이 선점한 보수주의적 가치의 프레임 속에서 싸웠기 때문에 보수당을 이길 수 없었다. 보수진영 정책의 거짓과 실패를 아무리 공격해도 결국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보수진영의 정책일 뿐이고,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보다도 정체성을 우선시한다. 그래서 그는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보수당이 선점한 프레임을 벗어나 프레임을 효과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사람들은 언어규정적정향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언어는 매우 힘이 세다. ‘세금감면’이라고 하면 국가의 세수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세금구제’라고 하면 많은 국민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한다. DJ정부 시절 대북정책을 놓고 여야가 ‘햇볕정책’과 ‘퍼주기 정책’이라는 프레임으로 겨뤘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요즘 지방의원 재량사업비를 놓고 시끄럽다. 재량사업비는 행정 용어가 아니라 소규모 숙원사업 등을 일컫기 위해 언론에서 편의상 사용하는 말이다. 그러나 재량사업비라는 용어는 시작부터 매우 잘못된 프레임이다. 재량이란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예산의 편성과 집행에 관한 권한이 전적으로 집행부에 있는데도 지방의원들이 마음대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집행한다는 것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출발이 잘못됐기에 결국 지방의원들이 정당한 절차도 없이 예산을 사적으로 집행하고, 리베이트를 받는 등의 말썽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전북도의회는 더 이상 재량사업비를 편성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늦었지만 당연한 판단이고 결정이다. 그러나 전북도의회만의 문제로 끝나서는 안된다. 각 시군의회도 앞으로 재량사업비를 더이상 편성하거나 집행해서는 안된다. 재량사업비는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용어였다.이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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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원
  • 2017.05.02 23:02

교언영색선의인

대선이 종반전으로 치닫으면서 문재인의 ‘대세론이냐’안철수의 ‘막판 뒤집기냐’로 모아졌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TK·PK에서 안철수를 지지했던 보수층들이 그 한테 이동하면서 지지율 두자릿수를 점했으나 아직 판세를 흔들기에는 역부족이다. 홍 후보는 박근혜 전대통령과 태생적 한계 때문에 이번 판에서는 빠져야 할 사람이었다. 출마한 것 자체가 뻔뻔함을 드러낸 것이요 촛불민심을 거역한 것이다. 보수세력의 아이콘인양 태극기를 휘감고 절대로 진보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줘선 안된다고 악 쓰지만 그는 대선 이후를 이미 내다보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컬 하게도 진보쪽으로 정권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차라리 제1야당으로 남는게 정치적 득실계산에서 이롭다는 것을 알고 출마한 것처럼 보인다.주자들이 연일 쏟아낸 공약과 정책등을 살펴보면 미래가 온통 장밋빛이다. 선거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한다. 표를 얻고자 하는 절박한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실현가능성이 없는 공약을 마구 남발해 걱정스럽다. 각 후보마다 북핵문제처리, 4차산업혁명, 비정규직 철폐, 양극화 해소, 출산장려정책 등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가 마치 별 것 아닌 것처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북핵과 안보문제는 그냥 대충 공약으로 정한다고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느닷없이 미 트럼프 대통령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체계 비용으로 우리한테 10억달러를 부담하라고 요구한 것만 봐도 단순하지 않다. 지금 한반도의 안보위기는 보기와 다르게 심각하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서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갇힌 세상에서 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밖에서 보면 훨씬 긴장감이 감돈다. 미국과 일본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서 자국민 철수 대비 훈련까지 했다. 한반도에서 어떻게든 전쟁을 억지시키려면 힘의 우위가 필요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안보를 굳건하게 할 수 있느냐가 그래서 중요하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중국을 지렛대로 삼아야 한반도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 북핵위기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국민들이 동요하지 않고 성숙하게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선 후보의 안보관이 훨씬 중요하다.공자님 말씀 가운데 교언영색선의인(巧言令色鮮矣仁)이란 말이 논어 학이편에 나온다. 말을 교묘하게 하고 얼굴빛을 곱게 꾸미는 사람은 어진이가 적다고 했다. 진실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표만 얻기 위해 무책임하게 장및빛 공약만 늘어 놓은 후보는 안된다. TV토론 때 설령 말은 잘못해도 진실성이 있으면 된다. 대통령은 말로 하는 자리가 아니다. 위기관리능력이 고도로 요구되는 자리라서 그렇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된 것도 최순실로 하여금을 국정을 농단케 한 잘못이 크지만 결국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죄값이다. 촛불집회 때 맘먹은 생각들이 교언영색에 결코 흔들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야 나라도 살리고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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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7.05.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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