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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과 책방

지인으로부터 책 한권을 선물 받았다. 우선 제목에 이끌렸다. <책의 역습>. 표지에는 ‘책의 미래는 밝다’는 부제를 더했다. 이 책을 쓴 이는 일본인 북 코디네이터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란 일도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2개월 만에 그만두고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2003년에는 인터넷 헌책 서점을 설립했으며, 줄곧 책과 관련된 곳의 요청으로 북 코디네이터와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책과 관련된 일을 10여년 해오면서 그가 내린 결론이 책의 미래가 밝다는 것이란다. 물론 이 책을 쓴 바탕이기도 하겠다. 선뜻 마음을 끄는 분석이 있다. ‘서점은 줄어도 책방은 늘어난다.’ 사실 서점의 몰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몇몇 대형서점이 새로운 역할로 서점의 기능을 더해가고 있긴 하지만 지역에서 서점이 사라진 것은 더 이상 관심사가 아니다. 우리 지역만도 얼마나 많은 서점들이 경영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문을 닫고 말았는가. 우리에게 지식과 정보의 바다를 선사했던, 철학과 사상의 넓고 깊은 세계를 경험하게 했던 아름다웠던 작은 서점들 역시 그 이름을 지운지 오래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서점은 줄어도 책방은 늘어난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서점과 책방은 어떻게 다른 것인가. 저자는 책을 파는 서점이 하루 평균 한 개의 속도로 동네에서 사라지고 있으며 앞으로 감소하겠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넓은 의미의 책에 관한 일, 그것을 새삼스레 ‘책방’으로 부른다면 ‘책방’은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서점은 책이라는 상품을 취급하여 진열해놓은 공간, 넓으면 넓을수록 좋고 입지도 단순명쾌한 쪽이 좋으며 서비스의 질을 점점 향상해가고 있는’ 곳으로, ‘책방은 그런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며 ‘매개자’로 규정한다. 공간으로서의 ‘서점’과 그것을 포함한 더 큰 개념으로서의 ‘책방’의 분류는 흥미롭다. 그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책의 확장’을 실감케 하는 환경의 변화가 있다. 이른바 ‘동네책방’이란 이름으로 문을 여는 작은 공간들이다. 이곳에서는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책과 관련된 문화 활동과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엮어 판다. 맥주와 커피와 차가 있고, 공연과 전시가 한 공간에서 숨 쉰다. 책을 통로로 한 새로운 공간의 등장은 이 책의 제목처럼 이 시대에 ‘책의 역습’이 가능한 것임을 알려준다. 둘러보면 대학가의 골목길 한편에, 주택가의 구석에, 도시의 한 귀퉁이에 살짝 문을 연 ‘동네 책방’들이 적지 않다. 추세로 보자면 얼마간 이 작은 책방들이 늘어날 것 같다. 이들이 부디 경영의 수렁에 빠지지 않고 당당히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독자들의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9.15 23:02

꼬인 실타래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12일 북한의 ‘9·3핵실험’ 9일 만에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하는 대북제재 결의안인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2006년 7월 이후 10번 째 대북제재 결의다.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과 핵실험 행보를 이어가자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가 발끈, 북한의 원유수출 30% 차단 등 국제 상거래는 물론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를 제외한 북한의 실력자들까지 포함하는 강력한 제재에 나선 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북제재가 ‘아주 작은 걸음’이라며 향후 더욱 강력한 제재에 나설 뜻을 밝혔지만, 북한은 13일 “결의 2375호는 북한의 자위권을 박탈하고 전면적인 경제봉쇄로 국가와 인민을 완전히 질식시킬 것을 노린 도발 행위”라고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김정은은 84일만에 모습을 드러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민생행보를 했다. 최근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미국과의 대등한 협상을 원하는 압박카드다. 핵탄두를 싣고 날아갈 대륙간탄도탄을 개발, 미국과 대등한 수준에서 북한의 이익을 얻어 내겠다는 구상이다. 핵과 ICBM을 포기하고 테이블에서 대화하자는 국제사회의 요구는 마이동풍이다. 이번 2375호 제재로 북한은 13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허리띠 질끈 동여매고 견디지만 이를 감내하는 주민들의 고통이란 뼈를 깎는 것과 다름없다. 위정자들이 할 짓이 아니다. 옛날 태평성대를 이뤘다는 중국의 요임금 시절에 지어졌다는 고복격양가(鼓腹擊壤歌)가 있다. 먹을 것이 풍성하면 백성들은 배를 두드리고 발로 땅을 구르며 흥겨운 노래를 부르며 행복해 한다. 평안한 나라를 만들어 준 지도자를 칭송한다. 자위권을 갖추고, 힘 있다고 뻐기는 세력과 동등하게 어깨를 견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자존감 없는 민족은 산 송장일 뿐이다. 하지만 백성들이 배가 고픈데 핵무기며 미사일이 무슨 소용인가. 엊그제 전북 고창 출신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표결이 불발됐다. 정부·여당 못지 않게 전북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을 향해 “골목대장 같은 권한행사”라고 맹비난 했고, 국민의당은 “협치 하려거든 먼저 손을 내밀라”고 받아쳤다. 사람들은 대화와 협치를 말하면서 자기 입장을 먼저 생각한다. 중용은 없고 내 주장만 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없이 꼬인 실타래를 어찌 풀겠는가.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9.14 23:02

자존의 시대

“남을 배려하는 사회, 더불어 함께하는 사회를 조성하고, 글로벌시대에 경쟁력 향상을 위해 새천년 새전북인운동을 범도민운동으로 전개하고자 한다.”2000년 밀레니엄을 앞두고 유종근 당시 전북도지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새천년 새전북인운동’ 의 시작을 알리며 도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친절·질서·청결·선행을 기본 덕목으로 생활의 작은 부분부터 예절을 지켜 건강한 공동체사회를 조성하고, 자랑스러운 예향 전북의 구성원으로서, 선진국 도약을 바라보는 문화시민으로서 자질과 품위를 갖추자는 취지와 목적을 담았다. ‘새천년 새전북인운동’은 유 지사의 임기만료 때까지 대대적으로 펼쳐졌다. 유 지사는 14개 시·군을 모두 돌며 특강을 통해 이 운동의 전도사로 나섰고, 각종 사회단체들이 이 운동에 동참했다. 언론 역시 연일 관련 특집을 쏟아냈다. 이 운동과 관련해 ‘글로벌스탠다드’라는 말이 이 때 만큼 유행한 적도 없을 것 같다. 유 지사의 뒤를 이은 강현욱 도지사는 ‘새전북인운동’을 지우고 ‘강한 전북 일등 도민운동’을 내세웠다. 강 지사는 당시 도민운동 선포식에서 “낙후와 소외, 패배감에 사로 잡혀서는 전북이 발전할 수 없으며 우리 힘으로 1등 도(道)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진취적 기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새전북인운동에다가 도민들의 진취성과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덕목을 추가했다. 관 주도 대신 민간 차원의 운동으로 추진했던 이 운동은 그러나 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강 지사의 퇴임과 함께 유야무야 됐다.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새만금 유치 때 선언한 ‘전북 자존의 시대’를 도정 슬로건으로 내건다고 한다. 전북도는 다음달 ‘도민의 날’기념식에서 ‘전북 자존의 시대’를 선포하고 범도민 운동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란다. 구체적 과제로 △전북의 정체성 정립과 가치 찾기 △자랑스러운 전북의 재발견 △전북 자존을 위한 국가사업 정상화 △도민 소통·협력으로 대규모 행사 성공개최 △전북 몫 찾기 2단계 추진이 제시됐다.전북의 현안들이 사실상 모두 담긴 ‘전북 자존의 시대’에 시비를 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전북의 위상을 곧추 세우기 위한 노력과 열정에 어떤 도민이 토를 달겠는가. 새정부 들어 중앙의 인맥이 두터워지고, 세계잼버리 유치 등으로 생긴 도정의 자신감이 이 구호에서 묻어난다. 그러나 전임 지사 시절의 도민운동을 거울삼을 필요가 있다. 실속 없이 자칫 구호로 끝날 수 있음을 경계하자는 이야기다. 굳이 ‘전북 자존의 시대’를 외쳐야 하는 게 전북의 슬픈 현실이기는 하지만.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9.13 23:02

승자의 저주, 패자의 축복

내년 2월 9일로 예정된 평창 동계올림픽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요즘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 우려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3수끝에 가까스로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는 했으나 과연 성공적인 대회가 될지, 또 대회 후 빚잔치를 벌이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이때문에 일부에서는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고도 막상 큰 손해를 입게되는 ‘승자의 저주’에 빠진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하고 있다.전북인들이 느끼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정서는 한마디로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라고 할 수 있다. 먹으려고 뛰어봤으나 너무높아 포기한 뒤 “신포도여서 아마 먹지 못할거야”라고 생각하는게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사실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먼저 뛰어든 것은 전북이었다. 지금부터 꼭 20년전인 1997년 1월, 유종근 당시 전북지사는 2006년 무주동계올림픽 유치를 선언, 주위를 놀라게 했다. 동계스포츠 시설이라고 해봐야 달랑 무주리조트 하나에 불과한 상태에서 동계올림픽을 유치한다는 것은 무리해 보였으나 그는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우여곡절끝에 전북은 본선에도 나가보지 못하고 강원도에 두번이나 신청권을 넘겨줘야만 했다.캐나다 캘거리, 노르웨이 릴리함메르 등 역대 개최지를 볼때 사실 전북의 동계올림픽 도전은 무모했다. 어쨌든 연이어 실패하면서 동계 스포츠는 도민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대신 무주 태권도공원을 유치하게 된다. 지난 여름 무주에서 치러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는 생각하기에 따라 ‘패자의 축복’으로 여길 수도 있다. 만일 무주에서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다고 가정할 경우, 도로나 시설 등은 많이 갖춰졌겠지만 눈도 내리지 않는 기후변화를 고려할때 자칫 망신만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우리가 생각할게 하나 있다. 2023 새만금잼버리대회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이미 세계잼버리대회가 열렸으나 대다수 국민은 개최 사실도 제대로 모른다. 폭발력을 가진 국제행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행사를 계기로 전북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는 있다. 송하진 지사는 최근“2023년도 상반기까지는 새만금에서 국제선 비행기를 탈 수 있을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일 그렇게만 된다면 송 지사는 임기중 아무 실적을 내지못한다고 하더라도 훗날 ‘국제공항을 만든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그만큼 국제공항은 급하고도 큰 것이다.평창 동계올림픽을 지렛대 삼아 만들어진 수도권과의 교통 수단 고속철도로 인해 서울에서 평창까지 50분이내 주파가 가능해지는 등 강원도는 수도권을 안방처럼 드나들게 된다. 전북은 이미 20년전 공항을 만들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려버렸기에 이번에 새만금공항은 더 절실할 수밖에 없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09.12 23:02

단체장 성적표

단체장 임기가 4년이지만 보통 1년은 선거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3년밖에 안된다. 초선인 경우에는 이 기간 동안 실적 내기가 버겁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체장들이 임기동안 큰 일을 많이 했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주의깊게 살펴보면 해놓은 게 별로 없다. 굵직한 지역개발사업은 국비를 확보해야 가능하므로 말같이 쉽지가 않다.단체장에 대한 능력 평가를 여러가지로 할 수 있지만 그 중 가장 우선시 해야 할 것이 예산 확보다. 중앙부처를 다니면서 누가 국비를 많이 확보했는가를 살피면 그 사람의 능력을 금방 알 수 있다. 국비 확보는 그냥 대충해서 되는 게 아니다. 중앙 부처를 설득하는 게 그리 간단치 않다. 실무자부터 시작해서 중간간부 그리고 국실장급 장차관에 이르기까지 여러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보통 인내심 갖고서는 안된다. 설사 부처에서 예산을 올려도 기획재정부에서 승인을 안하면 끝이다. 기재부가 갖는 권한은 상상을 초월한다. 시장 군수들이 인맥이 닿지 않으면 실무자도 제대로 만날 수 없다. 단체장들이 지역에서 영향력이 커 큰소리치지만 기재부 관계자 앞에서는 초라한 을로 바뀐다.단체장들이 국가예산을 확보한다고 서울과 세종시 등을 뻔질나게 드나들지만 맘먹은대로 잘 안된다. 각 부처 공무원들이 고시 선후배로 인맥이 형성돼 있어 만나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래도 공직자 출신의 단체장들이 현직 때 다져놓은 인맥 때문에 유리하다. 그렇지 않고 인맥 구축이 안된 초선들은 임기동안 사람 알다가 시간 다 지나간다. 유권자들은 이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단체장이 얼마나 중앙정부내에 많은 인맥을 구축해 놓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자연히 출마전에 무슨 일을 했는가 그 경력을 보면 알 수 있다. 단체장은 정치력 하나만 갖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전문적인 행정능력이 필요하다. 통섭능력이 뛰어 나면서 판단력이 좋아야 한다.도내 시장 군수들이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뛰지만 능력 편차가 심하다. 정치인 출신인 김생기 정읍시장이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그간 구축해 놓은 탄탄한 인맥을 잘 활용,국가예산을 잘 확보하고 있다. 행정부지사 출신인 박성일 완주군수도 고시인맥을 적절하게 활용해 가며 국가예산을 잘 따낸다. 감사원 출신인 황숙주 순창군수도 고시 선후배 인맥을 십분 활용, 두각을 나타낸다. 사업가 출신인 박우정 고창군수는 중앙 무대에서 활동하는 고창 출신들을 씨줄 날줄로 엮어 국가예산을 잘 확보하고 있다. 취임 당시보다 무려 3배 가량이 많은 1200억 정도를 확보했다는 것.단체장의 재선 여부는 그간 국가예산 확보 실적을 따져서 결정해야 한다. 그런 객관적인 자료에 의하지 않고 현역들을 무조건 당선시키면 지역이 발전할 수 없다. 재선하기 위해 적당히 선심성 행정이나 펴는 단체장은 주민들이 경계해야 한다.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9.11 23:02

호모 루덴스와 황금연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2016년 한국 노동자의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이다. OECD 평균 노동시간이 1764시간이니 무려 305시간이나 더 많다. 노동시간이 가장 많은 나라는 2255시간을 일하는 멕시코. 한국이 그 뒤를 이어 두 번째 오래 일하는 나라가 됐다. 하루 법정 노동시간인 8시간을 기준으로 치자면 38일을 더 일했다는 결과다.그렇다면 잠은 얼마나 잘까. OECD 자료로는 한국인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1분. OECD 평균 수면시간 8시간 22분을 기준으로 치자면 40분이나 적게 잤다.네덜란드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문화현상의 기원을 놀이에 둔다.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하위징아는 자신의 명저 <호모 루덴스(Homo Ludens)-놀이하는 인간>에서 고대제례의식부터 현대의 정치행위까지 모든 인류의 행위 양식이 모두 놀이에서 근거한 것임을 다양한 지식을 동원해 논증해낸다. 특히 생로병사와 관련된 모든 삶의 통과의례였던 고대인들의 제의를 주목한 그는 인간의 몸과 영혼을 동원해 사물을 표현하려는 자연스러운 욕구에서 발생한 이 제의의 음악과 춤과 놀이야말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의 원동력이 된다고 규정한다.그렇다면 오래 일하고 잠은 덜 자게 된 한국인들의 놀이문화는 어떨까. 적지 않은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한국인을 전형적인 호모 루덴스로 분류해왔다. 전통적으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 훨씬 다양하고 독특한 놀이문화를 발전시켜온 특성 때문이다. 실제로 놀이의 경계가 구분되지 않는 삶을 지켜온 한국인들에게 일은 곧 놀이이고, 놀이는 곧 일이었다.놀이에 따르고 놀이에 승복하며 놀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인간 문명을 빛나게 하는 것이란 하위징아의 주장대로라면 한국인들이 이루어온 찬란한 문화적 성과는 독특한 삶의 양식이 이어낸 결과인 셈이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에 이르러 노동시간에 몰려 지쳐있는 한국인들에게 놀이는 더 이상 일상이 아니다.정부가 일요일과 추석연휴 사이에 끼어있는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추석에 이어 주말을 지나면 공휴일인 한글날. 덕분에 9월 30일부터 이어지는 휴일이 장장 10일이나 된다. 지금껏 유례없는 일이어서 이 낯설기 만한 황금연휴가 가져올 변화가 궁금해진다. 벌써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분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될 상황이 전해지지만 모처럼의 긴 휴식시간이 한국인들의 놀이 정신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9.08 23:02

지방분권

송하진 전북지사가 지난해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의 경질을 촉구하면서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 청장이 7년간 새만금 업무를 맡았지만 전북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삼성의 새만금 투자 무산과 관련한 석연치 않은 역할, 새만금사업에서 지역업체의 배려 미흡 등 지역사회의 이 청장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쌓인 상황에서 송 지사의 발언은 폭발력을 지녔다. 송 지사의 이런 직격탄에 대해 새만금청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았지만, 중앙부처장의 자질을 자치단체장이 문제 삼는다는 걸 곱게 볼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이 전 청장이 이후 친지역적 행보에 나서고, 새 정부 들어 경질된 걸 보면 송 지사 발언의 약효는 있었던 것 같다.송 지사가 최근에는 전북의 현안 관련 국가예산을 문제 삼았다. 정부가 지덕권 산림치유원 조성사업과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사업에 지방비 부담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지역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태로 규정했다. 경북에서 추진했던 산림치유원의 경우 전액 국비로 추진했고, 특별법까지 만들어 추진하는 동학 관련 사업을 지역 사업으로 전락시키는 것의 부당성을 지적한 것이다. “사업을 안 하면 안했지 끝까지 국비로 가야 된다”는 송 지사의 배수진이 이번에도 통할 지 지켜볼 일이다.중앙 정부와 자치단체간 갈등과 대립의 주된 쟁점은 이렇게 사업의 주도권과 예산에 있다. 중앙 정부는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들을 가급적 지방으로 넘기려 하고, 지방에서는 최대한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 몸부림친다. 박근혜 정부때 계속 논란이 됐던 누리과정 예산도 국비 부담의 문제였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정책의 확대 역시 향후 지방재정을 더 옥죌 수밖에 없어 지방비 부담 문제가 다시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본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이런 힘겨루기가 언제까지 반복될 것이며, 근본적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줄곧“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형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개헌안에는 광역단체장이 참여하는 제2국무회의를 신설하고, 자치단체의 헌법적 지위도 ‘지방정부’로 바꾸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8대 2 수준의 국·지방세 비율을 6대4로 조정하는 안도 제시된 상태다. 중앙정부 대 자치단체간 투쟁적 관계가 지방분권을 강화한다고 해서 해소될 지는 미지수다. 현재와 같은 그림에서는 오히려 격화될 소지도 있다. 그럼에도 예산과 사업을 둘러싸고 정부와 자치단체간 부딪히는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은 지방분권뿐이라고 본다. 오늘 전주에서 열리는 국희 개헌특위에서 자치단체의 위상에 관한 깊은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9.07 23:02

허튼수작

소설이나 영화에는 종종 “허튼수작 하지 마. 움직이면 쏜다!”는 장면이 등장한다. 움직였다간 큰일 나니 섬짓한 노릇이다. ‘허튼’은 사전적으로 ‘쓸데없이 헤프거나 막된 것’을 일컫는 관형사다. 허튼수작, 허튼걸음, 허튼뱅이, 허튼계집, 허튼춤 등으로 쓰인다. 허튼춤(허튼가락)은 일정한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자유롭고 즉흥적인 춤(가락)일 것이다. 건축에서 사용하는 용어 허튼귀는 부정형의 물매로 이뤄지는 귀를 이른다. 창조적 변화다. 한자 서예에서 필사체의 정형은 필법에 따라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다. 서예가들은 이 규정 안에서 ‘왕희지’ 등 특정 서예 대가가 완성한 서체를 따라 쓴다. 그 표준을 어긋나면 허튼 것이 되니, 어느 서예 대전 응모작가가 전통적 필법을 전수받아 온 스승의 서체를 벗어나 자유분방하게 허튼체를 구사했다가는 ‘탈락’을 자초하는 것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서양 음악이든, 우리 전통음악이든 그 정해진 틀에서 움직인다. 이미 완성된 작품의 틀을 벗어나면 ‘틀린 것’이 된다. 고수 예술가들은 틀을 벗어난 듯 벗어나지 않은 듯 하게 멋을 부린다. 편곡이다. 하지만 신진이나 일반인이 멋과 기교를 부리면 자칫 건방지다는 소리를 듣게 마련이다. ‘허튼’은 사전적으로 ‘틀’을 벗어난 것을 이르지만, 다양성이라든가 자유분방함에서 미적 가치 등 새로움을 추구하는 뜻을 담고 있다. 울타리는 경계선이기도 하고, 뭔가를 가둬두는 틀이다. 안전하다와 답답하다가 혼재한다. 인간은 틀을 깨고 나갈 때 구만리 장천을 날아오르는 자유를 만끽한다. 대중적 ‘글자체(서체, 폰트)’에도 허튼체가 있다. 활자나 컴퓨터 서체들은 정형화 된 것이지만, 수많은 불특정 대중들이 연필 등으로 쓰는 글씨는 모두 허튼체다. 정사각형에 딱 들어맞게 쓰는 글씨, 늘어진 글씨, 뒤로 나자빠진 글씨, 흐물흐물한 글씨, 몽당연필 같은 글씨 등이다. 홍길동이 쓰면 홍길동체가 되고, 춘향이가 쓰면 춘향이체가 된다. 전주완판본 방각본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글자체, 소위 민체들이 바로 특정 울타리를 벗어난 허튼체다. 창의와 멋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움이다. 전주시가 지난 7월 ‘전주완판본’을 토대로 완성한 ‘전주완판본체’ 선포식을 가졌다. 이 서체는 (주)한글과컴퓨터의 ‘한컴오피스 NEO’ 프로그램 기본서체에 탑재됐고, 전주시는 물론 한글단체 등이 적극 보급하기로 했다. 허튼체는 계속되겠지만, 조선 후기 전주를 중심으로 발달한 다양한 서체들을 정형화, 대중 보급에 나선 것은 뜻깊은 일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9.06 23:02

명예 전북도민 반기문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이들중엔 반기문 전 총장처럼 모국의 대통령직에 도전했던 이들이 꽤 있으나 대부분 실패했다. 발트하임의 경우 오스트리아 대통령에 당선되긴 했으나 나치 가담의혹으로 오히려 생채기만 났다.반 총장 역시 대선에 출마하려 했다가 이미지만 구긴채 씁쓸하게 현실정치에서 퇴장한게 불과 얼마전 이야기다. 신비로운 모습으로 남아있기를 원했던 많은 사람들은 그가 프로무대에서 일격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하지만 막상 그가 대선의지를 접고 화려한 명성을 바탕으로 세계평화와 국익을 위해 외교무대를 누비는 장면을 보면 그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갔다는 느낌을 갖게된다.사람은 적성에 맞는 자리에 있는게 중요하다. 더 큰 자리에 갔다가 실패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쫓기듯 은퇴한 뒤 더 많은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제2차 세계대전 영웅 아이젠하워는 명성을 바탕으로 제34대 미국 대통령이 됐으나 정치인으로서는 별다른걸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 제39대 미국 대통령 카터는 정치인으로서는 낙제점이었으나 막상 은퇴한 뒤 국제 외교무대에서 눈부신 활동을 해 대조를 이룬다.영화 ‘로마의 휴일’ 에서 주연을 맡았던 오드리 햅번 역시 은퇴 후 더 유명해졌고 존경을 받았다. 유니세프 활동 등을 통해 전세계 아픈이들의 동반자가 됐기 때문이다.어제 반기문 전 총장이 전북을 찾았다.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리를 간다’는 말처럼 그는 직전 사무총장답게 세계잼버리대회 새만금 유치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고 한다. 그에대한 보답으로 전북은 반기문 전 총장에게 명예 전북도민증을 수여했다. 앞으로 지역을 위해 더 기여해달라는 간곡한 당부임을 그가 모를리가 없다.그런데 북한핵 문제가 국정의 화두가 된 시점에서 사람들은 직전 유엔 사무총장의 입을 바라본다. 반 전 총장은 이를 의식한 듯 “한반도에 큰 위기가 닥친 것이 분명하지만, 우리 국민은 정부를 절대 불신해서는 안 된다”며 “확고한 안보관을 바탕으로 국민이 합심한다면 북핵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새만금잼버리는 말할 것도 없고, 국가를 위해 또 세계평화를 위해 더 헌신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반 전 총장의 고향은 충북 음성군 원남면 행치재 라는 곳인데, 두태산을 사이에 두고 삼국통일의 주역 김유신 태실(진천군 문백면 사석)이 있다. 7세기 김유신 장군은 외세를 등에 업긴 했지만 삼국통일 대업을 이룩했고, 1300여년이 지났을때 이웃 마을에서 반기문 UN사무총장이 탄생했다. 남북의 극한 대치국면에서 명예도민 반기문 전 총장이 보여줄 외교 역량이 기대된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09.05 23:02

전주를 숙박관광지로

전주 한옥마을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누구나 가 보고 싶은 전국적인 명소가 됐기 때문이다. 연간 관광객 천만명이 찾아온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전주는 IMF가 왔을 때도 별반 심각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타 지역에 비해 생산시설기반이 약해 바람 탈 게 별로 없어서였다. 주로 공직자들이나 월급을 안정적으로 받는 사람들이 많이 살아 크게 경기를 타지 않는다. 택시나 운수업계도 외지 관광객이 몰려와 그런대로 유지된다.서울서 전주간 고속버스 노선은 황금노선이다. 주말이면 관광버스까지 대체 투입할 정도로 북새통을 이룬다. 평일도 그렇지만 주말 전주역은 KTX를 타고 온 관광객들로 붐빈다. 떠날 때는 모두가 전주 풍년제과 초코파이를 들고 가는 걸 자랑으로 여긴다. 군산서는 이성당 단팥빵을 줄서야 살 수 있을 정도로 불티나게 팔린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콩나물국밥이나 비빔밥 그리고 안주가 푸짐한 막걸리 마시는 걸 좋아한다. 젊은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값싼 막걸리 집에서 삼합이나 낙지 등 푸짐한 안줏발에 실컷 막걸리를 마시고 간다. 무척 기분 좋아라하면서 만족해 하는 모습이다. 지금 전주 경제는 한옥마을이 일조한다. 그 온기가 남부시장을 거치면서 서서히 시내로 번진다. 불경기가 계속 되지만 관광객이 효자노릇을 한다.문제는 돈을 펑펑 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주한옥마을이 숙박관광지가 아닌 경유관광지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반나절권 관광지 밖에 안된다. 남부시장 풍남문 경기전 한옥마을 오목대 등을 반나절이면 모두 둘러 볼 수 있다. 볼거리와 체험할 수 있는 것을 많이 만들어 체류시간을 늘려주는 게 당면과제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히 숙박을 하게 돼 있다. 잠 자야 돈을 많이 쓰고 간다.전주는 체류형 관광지로 변한 여수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오동도와 관광자원이 풍부한 여수가 2012년 여수 엑스포를 개최한 이후 도시면모가 완전히 바꿔졌다. 오동도를 바라다 보는 전망 좋은 곳에 대형 특급호텔이 들어서 있고 내항에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어 관광객들을 줄 세운다. 여수 밤바다의 야경은 그 어느곳에다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황홀경 그 자체다. 줄지어 들어선 포장마차촌에서 전라도술 잎새주를 밤새도록 마시면서 낭만을 구가한다. 여수가 관광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여수엑스포도 컸지만 바다를 가르는 케이블카 설치가 주효했다. 여기에 바다를 끼고 대형 호텔이 들어서 누구나 머무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한다. 몇몇 갈치조림과 돌게장 음식점은 점심시간이 지나도 줄서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맛 있다.많은 관광객들이 전주한옥마을을 보고 순천만국가정원을 거쳐 여수가서 잠을 잔다. 전주도 한옥마을 하나 갖고는 안된다. 경유관광지가 아닌 숙박관광지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시가 과감하게 민자를 유치,덕진공원이나 아중유원지를 개발해야 한다. 아중유원지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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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7.09.04 23:02

전주 남부시장

“성문 밖에서부터 담배 파는 연초전, 말총이나 피물과를 파는 상전, 백미와 잡곡을 파는 시게전, -중략- 장롱을 파는 장전, 장작을 파는 시목전, 점사람들이 나와 앉은 옹기전, 한지 파는 지물전, 미처 헤아려 챙길 사이도 없는 갖가지 물화들이 길 양편으로 쩍 벌여 내놓였는데 그 길이가 남문에서 서문까지의 오릿길 행보를 꽉 메우고 있었다. 그런데도 저잣거리 아래로 흘러가는 개천은 쪽빛으로 맑아서 길 위에 선 저자가 물빛에 드리워 또한 오릿길 저자를 이루니 그 분주함이 미처 정신을 가다듬을 틈이 없을 지경이었다.”김주영의 소설 <객주>에는 전주의 남부시장 옛 풍경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전주의 시장 역사는 깊다. 장명수 전 전북대 총장의 저서 <성곽발달과 도시계획연구>에 따르면 ‘전주는 장문(場門)의 발상지이고(1947년), 남문시장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승된 한국의 유일무이한 역사적 시장’이었다. 1650년대 제주에서 억류생활을 한 하멜의 표류기에도 전주가 단순히 지방차원의 장시가 아니었음을 증명해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주는 일본 등 외국의 수입품들이 반입되어 다시 이곳을 통해 하위의 작은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모든 교역의 중심이었는데, 이러한 기능은 적어도 1896년 8개의 도(道)가 13개로 개편되기 전까지 지속됐다. 전북대 원용찬 교수도 저서 <전북의 시장경제사>에서 “당시 서울의 도성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시전은 전주와 같은 대형 거점장에서도 열렸다. 전주에는 이미 시전과 가게가 즐비하고 물화와 상인이 많아서 동전을 유포하여 백성들에게 화폐사용의 편리함을 널리 실험할 수 있는 곳이었고 전주 상업도시의 중심을 이루는 남문시장은 물자와 상인으로 활기를 띠었다”고 소개한다. 1890년대까지 번성했던 전주의 장은 남문(풍남문)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네 개의 장을 이른다. 남문외장이었던 남문시장, 동문외장의 동문시장, 북문외장 시장, 서문외장 시장이다. 사람들은 이를 ‘남밖장’ ‘동밖장’식으로 불렀다. 남문시장인 남밖장이 지금의 남부시장이다. 남부시장은 1905년 정기 공설시장으로 개설한 이후 일본 상인들이 이곳에 진출하면서 다른 여타의 장들이 쇠퇴해 이곳으로 통합됐고, 호남 최대의 물류 집산 시장으로 한 시절을 누렸다. 남부시장 매곡교가 도마 위에 올랐다. 노점상들이 몰리면서 도로의 기능을 잃고 도시 미관이 훼손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불법노점 단속을 위한 행정대집행까지 나설 정도이니 폐해의 정도가 짐작되지만 오늘까지도 상인들이 몰리는 남부시장의 존재가 새삼스러워진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9.01 23:02

2017 독서대전

전주는 유독 종이와 인쇄 출판 쪽에 인연이 많다. 전주 출신으로 인쇄출판사업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둔 유기정 전 국회의원이 6·25전쟁 때 전주에서 한지사업을 벌여 큰 돈을 번 일화가 있다. 상경해서 취직한 평화당인쇄(훗날 삼화인쇄)는 광복 후에도 번창했지만 6·25 때 문을 닫았다. 1·4후퇴 때 고향에 온 인쇄업자 유기정의 눈에 ‘전주한지’가 들어왔다. 서학동에 ‘전주한지공업사’를 차린 그는 법원이 피란지 부산에서 벌인 토지·건물 등기부 복구사업에 참여, 전주한지를 독점 공급했다. 그의 한지공장에서는 150명이 한지를 생산해 납품했고, 유기정은 이 한지 사업을 통해 1000만환이 넘는 큰 돈을 벌었다. 전주시 팔복동의 제지공장 전주페이퍼(옛 전주제지)는 전라북도가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전주산업단지의 첫 작품이었다. 나중에 삼성 이병철 회장 쪽에 넘어갔지만, 처음 전주페이퍼 공장 건설에 나선 인물은 무주 출신의 출판업자 김광수 전 국회의원이었다. 당시 김광수 사장은 대한교과서(주)의 용지 확보를 위해 제지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고향 유지들의 팔복동 입주 제안을 수락했던 것이다. 대한교과서는 지금도 미래엔그룹 이름으로 출판·교육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좀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 전주는 ‘완판본’의 고장이다. 전라감영은 유교와 건강 등 통치에 필요한 책을 주로 간행했다. 조선 후기로 들어서면서는 백성들의 다양한 취향과 요구에 부응하는 출판이 번성했다. 전라감영의 출판 문화가 민간으로 확산되는 기반이 마련된 탓이다. 춘향전, 유충렬전 등 다양한 소설류가 이 때 전주에서 판각, 출간됐는데, 이를 완판방각본이라고 부른다. 전주에서 생산된 방각본이 6·25 등을 거치며 대부분 사라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전라감영의 완판본 5059개가 전주향교에 보관(현재는 전북대박물관)돼 온 것은 다행이다. 대대로 책의 소중함을 뼛속에 간직해 온 전주 선비들, 지역사회에 탄탄히 자리잡은 인문학 정신 덕분이다. 전주 사고의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힘이다. ‘2017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사랑하는 힘, 질문하는 능력’을 주제로 1일부터 사흘 동안 전주 한옥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전주한지의 고장, 완판본의 고장, 출판문화의 고장 전주가 독서대전을 계기로 한층 풍성해지길 기대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8.31 23:02

누가 진성당원이라고

현대 민주주의를 정당정치라고 하지만, 정작 우리의 정당은 일반 사람들에게 멀리 있다. 우리나라 전체 유권자의 10%도 채 안 되는 당원 수가 이를 말해준다. 당비를 내는 진성 당원은 1% 남짓이다. 정당의 역할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가 그만큼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소속 정당의 이념과 가치를 확장시키는 데 큰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자신의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당원을 바라본다. 일반 사람들이 당원이 됐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것도 없다. 말이 정당정치이지 중앙집권적 구조 아래 당원의 의견이 당의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면서다. 좀 더 현실적으로 보면, 과거 독재정권 시절을 경험하면서 정당 가입이 자칫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란 막연한 두려움이 여전히 남아 있다. 정당간 극심한 대립 속에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받기 싫은 것도 정당가입을 꺼리는 이유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들이 당원모집에 당력을 모으고 있다. 집권 민주당의 경우 추미애 대표가 100만명 권리당원 확보를 목표로 내세운 후 내년 지방선거에 뜻을 둔 입지자들이 당원 확보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어 9월말까지 얼마나 많은 권리당원을 확보하느냐가 당내 경선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전당대회를 치르느라 민주당보다 그 열기는 덜 하지만, 조직을 정비하는 대로 당원 확보경쟁에 뛰어들 경우 지역 정가는 그야말로 ‘진성당원’전쟁이 치러질 전망이다. 정치권의 당원 확보 경쟁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친인척·동문·지연 등을 고리로 한 무차별적인 당원 모집이 이뤄지면서 일반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호남 유권자들의 정당 가입자 수는 이미 전국적으로도 상위권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전국 당원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정당 활동에 관심이 있는 지역 유권자 대부분은 이미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배가 운동을 하려면 자발적 참여 의사가 없는 사람까지 억지로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과연 이런 행태의 당원 확보가 바람직할까. 우리의 정당법은 누구든지 본인의 자유의사에 의하는 승낙 없이 정당가입 또는 탈당을 강요당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위반시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친인척 등의 권유에 손사래를 젓는 게 쉽지 않다. 이렇게 모집된 당원을 ‘진성 당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선거가 끝나면 우수수 떨어질 당원을 어찌 진성 당원이라고 할 것인가. 진성당원 확충을 통해 정당정치를 발전시키겠다는 껍데기를 언제까지 써야하는지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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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7.08.30 23:02

전북 축구의 힘

중앙 시각에서 볼때 ‘전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왜소함 그 자체다. 전북의 면적은 8,067㎢로 전국비 8.04%에 달하는데, 인구는 186만여명으로 전국비 3.6%로 뚝 떨어진다.오랫동안 전북 경제는 ‘2% 경제규모’로 일컬어졌으나 각종 통계 수치를 보면 1%대로 떨어진지 오래다. 현 정부들어 전북 출신 장·차관 등이 많이 배출되고 있으나 과거에 비해 좀 낫다는 의미이지 아직도 전북의 위상은 지극히 열악한게 엄연한 현실이다.다행히 향후 성장가능성 측면을 볼때 중앙정부에서 올인하다시피 몰아준다는 전제아래 새만금을 중심으로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그런데 ‘전북’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도 중앙무대에서도 인정받는 몇가지가 있으니 굳이 꼽는다면 프로축구단 전북현대, 국립거점대인 전북대, 지방은행인 전북은행, 국내 언론중 역사가 오래된 전북일보 등이다.그중에서도 프로구단 전북현대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등 유럽리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미 아시아 정상무대에 서 있다.단적인 예가 이번 국가대표 선수 선발 결과다. 대한민국은 오는 31일 이란, 9월 5일 우즈베키스탄 등 단 두 경기를 앞두고 있는데 반드시 승리해야만 내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갈 수 있다. 그런데 월드컵 본선진출의 임무를 지닌 선수 26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전북축구의 저력,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의 힘과 영향력이 물씬 풍긴다. 26명의 선수중 국내 프로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11명인데, 이중 이동국, 김신욱, 이재성, 김진수, 최철순, 김민재 등 6명은 전북현대 소속이고, 나머지 5명도 염기훈, 권경원, 이근호, 김보경 등 예전에 전북현대에 몸담았던 선수들이다. 결국, 이번 국가대표 선수중 전북현대가 주축임을 알 수 있다.국내 프로구단의 절반 가량은 단 한명의 국가대표도 배출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전북현대의 약진은 눈부시고, 그 이면엔 걸출한 지도자 최강희 감독이 있음을 확인한다. ‘봉동 이장’ 최강희 감독은 지난 2011년말 전북일보가 선정한 ‘올해의 전북인’에 오른적도 있다. 월드컵 본선 문턱에서 탈락위기에 직면했을때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은 국가대표팀을 맡아 본선에 진출시킨 바 있는데 그 당시에도 전북현대 선수들이 주축이 됐음은 물론이다.지난 5월 전주에서는 전북축구협회 김대은 회장 등 도내 축구인들이 주축이 된 가운데 U-20 축구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는데 이런 성과도 결국은 지역연고 프로구단인 전북현대와 상생의 틀을 만들고 있기에 가능했다.전북현대 선수들이 주축이 된 국가대표팀이 31일 이란과의 경기에서 승리해 월드컵 본선진출의 쾌거를 이뤄낸다면 다시한번 전북축구의 명성은 높아질 것이다.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08.29 23:02

딜레마에 빠진 전주종합경기장

민선단체장들은 재선하기 위해 임기동안 업적 쌓기에 몰두한다. 아무리 전임자가 좋은 프로젝트를 갖고 올바르게 추진했어도 자기한테 공이 안돌아올 것 같으면 다른 명분을 내세워 취소하거나 개발방식을 바꾼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전주종합경기장 개발건이다. 강현욱 지사가 2005년 전주에 대형호텔이 없고 대규모 국내외 회의를 유치할 컨벤션센터가 없어 문제가 있다고 판단, 전주시와 협의해서 전주종합경기장을 컨벤션복합시설로 개발키로 하고 도유재산이었던 전주종합경기장을 김완주 전주시장한테 무상으로 양여했다. 김 시장은 대체체육시설을 월드컵경기장 주변에 짓기로 하는 등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에 신경을 썼다. 2006년에 김시장이 도지사가 되고 송하진 시장이 취임하면서 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송시장은 시 재정 형편이 어렵기 때문에 롯데쇼핑으로 하여금 대체체육시설을 조성하고 컨벤션센터와 호텔 그리고 쇼핑센터를 짓도록 했다.그러나 2014년 김승수 시장이 취임하면서 사단이 났다. 김 시장은 취임 1년이 지난 2015년 7월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임 송시장이 추진하던 방식을 백지화시키고 대신 시 재정을 투입하여 전주종합경기장을 시민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김완주 지사 밑에서 정무부지사로 있을 때 프로야구 10구단을 창단하려면 야구장을 서둘러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때와는 정반대의 논리를 편 것이다. 김시장은 지난 1963년 전국체전 개최를 위해 시민성금을 모아 만든 역사적 공간을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지 않고 자체 재원을 투입,뉴욕 센트럴 파크나 유럽광장처럼 사람과 생태 문화가 접목된 시민공원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당시 일각에서는 김시장이 종합경기장 건설 계획을 전면적으로 바꿔 버린 것은 송 시장이 김완주 시장이 추진하려던 경전철사업을 백지화시킨데 대한 앙갚음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전주종합경기장 개발문제는 재정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시가 돈 들이지 않고 개발하는 쪽으로 가야 맞다. 연간 가용재원이 1300억원 정도 밖에 안된 전주시가 자체 재원으로 종합경기장을 건설한다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이상론일 뿐이다. 부여나 대전 등 대도시로 가서 쇼핑을 하는 판에 전주에 쇼핑물 들어서는 걸 막겠다는 것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 밖에 안된다. 불과 시내에서 10분 정도만 나가면 모두가 자연공원인 판에 굳이 종합경기장을 시민공원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임기 1년도 안남은 김 시장이 자신의 뜻대로 전주종합경기장을 개발하는 것은 이미 물건너 갔다. 어렵게 확보한 국비 70억도 반납했다. 몽니를 부릴 것이 따로 있지 전임시장이 어렵게 성사시켜 놓은 민자유치건을 백지화시키면서 도와 전주시 관계만 냉각됐다. 시정은 쇼맨십 하나로 추진할 수 없다. 시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진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김 시장이 종합경기장 문제를 못 풀면 두고 두고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8.28 23:02

나오시마의 '집 프로젝트'

나오시마는 일본 오카야마와 가가와현 사이에 있는 세토내해에 자리한 수많은 섬 중의 하나다. 이 섬 역시 세토내해의 대부분 섬들이 그랬던 것처럼 산업폐기물과 오염으로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예술의 섬’이 돼 관광객을 부르고 있다. 둘레 16㎞, 36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이 크지 않은 섬이 세계의 미술가들과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각종 매체와 언론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소개하는 ‘핫 플레이스’로 재탄생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예술의 섬’ 나오시마의 변신은 일본의 대표적 교육기업 베네세재단이 섬의 재생을 위해 선택한 예술프로젝트 덕분이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기획하고 설계한 건축물, 그 안과 밖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이 조우하고 수많은 현대미술 작가들의 설치작품을 섬의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나오시마의 풍경은 경이롭다. 사실 나오시마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풍경도 빼어나지만 수백 년 이어온 오래된 골목길이 주는 세월의 무게와 감흥이 특별하다. 그래서 더 주목되는 프로젝트가 있다. 오늘날 적지 않은 도시들이 뒤따라 시행하고 있는 ‘집(이에)프로젝트’다. 행정구역상 ‘혼무라’로 구분되는 지역에 밀집되어 있는 나오시마의 ‘집프로젝트’는 마을 사람들이 섬을 떠나면서 늘어나게 된 빈집에서 예술가들이 거주하면서 작품을 설치해 갤러리로 바꿔 놓은 작업이다. ‘집 프로젝트’보다 ‘빈집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더 친근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나오시마의 명소가 된 ‘혼무라 예술 프로젝트’로 놓인 빈집은 6개. 안도 타다오와 제임스 터렐이 완성한 <미나이 데라>를 비롯해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미술작가들이 설치한 다양한 작품이 혼무라 구역 골목을 따라가며 방문객들을 맞는다. 나오시마의 ‘집 프로젝트’는 이웃 섬들에도 영향을 미쳐 이누지마의 ‘빈집프로젝트’ 같은 또 하나의 성공적 결실을 이어냈다. 나오시마나 이누지마의 ‘빈집 프로젝트’가 방치된 섬의 재생프로젝트로 관심을 모으게 된 이유는 또 있다. 갤러리로 변신한 이들 아트하우스 운영을 지역 주민들이 맡고 있다는 것이다. 나오시마나 이누지마의 성공은 예술가와 지역 주민의 협업이 얼마나 가치 있는 성과를 가져오는가를 증명해준다. 완주문화재단의 ‘청년작가 완주 한달 살기’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농촌 마을의 빈집을 활용해 가난한(?)청년들에게 창작공간을 지원하고 또 한편으로는 생기를 잃어가는 농촌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어보겠다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다. 시도만으로도 반갑다. 지속성과 가치 있는 성과가 더해진다면 더 좋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8.25 23:02

무고

당신이 만약 누군가의 모함을 받아 모든 것을 잃게 된다면?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3일 만기 출소했다. 그는 “짧지 않았던 2년 동안 정말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을 언급하며 한 전 총리의 ‘억울한 옥살이’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추대표는 “꽃다운 젊은 날이 지난 후에 재심으로 무고함이 밝혀졌지만 한번뿐인 인생을 누가 보장해주겠나”라며 “정권에 순응해온 사법부가 이번 기회에 그 치부를 드러내고 양심 고백을 해서 다시는 사법 적폐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억울하다면,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의 재심은 이뤄질 수 있을까.과거 군사독재시절의 인혁당 사건, 오송회 사건 등으로 인생을 망친 이들이 어디 한 둘인가. 법 보다는 납치와 고문, 협박, 강요 등으로 멀쩡한 인생을 망친 일은 군사독재시대에만 있었던 게 아니다. 최근 전북지역에서 있었던 삼례 3인조 강도 치사 사건과 익산 약촌오거리살인사건은 독재정권을 딛고 일어선 민주사회 벌건 대낮에 자행되었다. 피해자들은 모두 형기를 마친 후 이 시대의 영웅 ‘박준영 변호사’ 등 주변 도움 등으로 재심을 이끌어냈고,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수사와 기소, 판결에 참여했던 ‘가해자’들은 아주 멀쩡한 삶을 누리고 있다. 오히려 인생을 망치다시피 했던 삼례3인조는 형사보상금의 일부를 사회에 기부했다. 이런 게 정의로운 민주주의 사회인가. 요즘 전북교육계가 교사 등에 의한 성추행 및 성추행 의혹사건으로 시끄럽다. 과거 김제 영광의집과 자림원 등 장애인 시설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으로 시설이 폐쇄되는 일까지 벌어졌는데, 이제는 여고에서 교사에 의한 학생 성추행 사건이 터져 교사 2명이 구속기소됐다. 중학교에서는 성추행 낙인 찍힌 것이 억울하다며 교사가 자살했다. 이에 유족 등은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한다. 장수의 한 사립고 이사장이 기간제 여교사를 성추행했다는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됐다. 이사장은 부인하고 있다. 억울하다. 이는 형사적으로 무고 당한 것이다. 억울하다는 사람들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최초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중학생과 이들을 조사한 교사, 그리고 이들의 주장만 진실이라고 판단하고 자살교사에게 불이익을 준 전북교육청과 학생인권센터 등이 무고한 것이다. 사건이 간단치 않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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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7.08.24 23:02

행정부지사 유감

민선시대 부단체장의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단체장의 제청에 의해 임용되다보니 단체장의 눈치를 봐야 한다. 단체장 선거를 도운 참모들이 실세로 득세하는 판에 부단체장이 자기 목소리를 내게 되면 의당 조직에서 잡음이 생긴다. 단체장과 각을 세우는 그런 부단체장도 사실 거의 없다. 단체장이 처음부터 자신과 호흡을 맞추기 어려운 부단체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부단체장은 공무원들의 ‘꿈의 보직’이다. 기초·광역 모두 그렇다. 특히 전북도 행정부지사는 지방 공무원의 별이다.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 1급 자리다. 전북도청 3700명을 포함 시군청을 합쳐 총 1만6000여명 공무원 중에서 딱 한 자리다. 행안부도 그런 자리를 그냥 자치단체에게 맡기지 않는다. 행안부의 인사 숨통을 트는 자리로 활용한다. 말이 지역과의 교류이지, 실제 행안부 몫이다. 그러다보니 행안부내 지역 연고의 고위 공무원들 사이에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행정부지사는 도지사의 제청으로 행안부장관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행안부와 협의 과정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도지사의 낙점을 받아야 가능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어떤 부지사를 선택하느냐는 도지사의 도정 운영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다.민선 시대 이후 전북도 행정부지사를 역임한 수는 총 14명이다. 재임 기간이 평균 1.6개월도 채 안 된다. 관선 때부터 유종근 초대 민선지사때까지 부지사를 지낸 송하철 행정부지사가 3년6개월로 가장 길며, 이형규·이경옥 부지사가 각각 2년11개월, 2년9개월로 그 뒤를 이었다. 재임 기간이 대부분 1년 안팎인 상황에서 그 역량을 평가하기 힘들다.김일재 부지사 후임으로 김송일 행안부 정부서울청사관리소장이 송 지사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소장은 전남 화순 출신이다. 지역 연고가 없는 인사 중 전북 부지사를 지낸 분은 유종근 지사 때 경남 마산 출신의 이성열 부지사가 유일했다. 관선 때 전병우·이상칠씨가 제주부지사를 지낸 적은 있지만, 민선시대 전북 출신이 타 시도 부지사를 역임한 경우도 없었다. 송 지사의 새 행정부지사 선택을 놓고 공무원 사회에서 뒷말이 많다. 지방 공무원 최고위직에 전북 인사를 택하지 않은 데 대해서다. 이성열 부지사의 경우 영호남 화합이라는 명분이 있었다. 도정의 큰 슬로건인 ‘전북몫찾기’를 외치면서 정작 전북이 가진 몫을 굳이 내놓으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전북의 인사가 없는 것도 아닌 데 말이다. 참고로 이성열 전 부지사는 이후 행자부 인사국장과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지적공사 사장을 지내며 전북의 든든한 후원군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는 하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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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7.08.23 23:02

이조전랑

사회 각 분야를 보면 직급은 낮지만 상징성이 큰 핵심 요직이 있는데 사람들은 이를 일컬어 흔히 ‘이조전랑((吏曹銓郞) 같은 자리’라고 말한다. 이조전랑은 조선시대 관리들의 인사권을 담당하던 이조(吏曹)의 정랑(正郞)과 좌랑(佐郞)을 통칭하는데 정 5품에 해당되는 그리 높은 직위는 아니었다.하지만, 삼사의 인사권을 한 손에 쥐고 있는지라 재상이나 판서 등이 임명하는 것이 아니고, 전임자가 후임자를 추천하면 공의(公議)에 부쳐서 선출했다고 한다.조선 선조때 붕당의 발단이 김효원과 심의겸 두사람간에 이조전랑직을 둘러싼 논쟁에서 비롯됐다고 하니 가히 이조전랑의 위상을 알만하다.당시 김효원의 집이 서울의 동쪽인 낙산(駱山·동대문시장 부근)에 있었고, 심의겸의 집이 서울의 서쪽인 정릉(貞陵·지금의 정동)에 있다 하여 동인과 서인이란 명칭이 여기에서 유래했다.그로부터 400여 년이 지났으나 요즘에도 관가에서는 이조전랑처럼 특별한 요직이 종종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예를들면, 행정안전부 교부세과장의 경우 일개 과장에 불과하지만 국회의원들이 너나없이 더 많은 예산을 따내기 위해 로비를 할만큼 요직으로 꼽힌다. 도내에서는 송하진 지사, 이승우 군장대총장, 최병관 도 기획실장 등 단 3명만이 이 자리를 거쳤다.청와대 수석이나 비서관, 장·차관, 국정원이나 군 주요 보직, 여권의 핵심 인사들이 수없이 많지만 요즘 정부 부처중에서 이조전랑처럼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자리가 있으니 바로 기재부 예산실장, 행안부 조직실장, 인사혁신처 차장(인사실장) 등 3명의 실장을 말한다.전북 출신으로서 그동안 인사실장이나 예산실장을 지낸 경우가 없었다. 요즘 기재부 예산실을 보면 국장은 커녕, 과장급 한명도 없는 상황이니 앞으로도 상당기간 예산실장은 꿈도꾸기 어려운게 현실이다.그런데 요직인 행정안전부 조직실장을 최근 수년간 전북 출신 인사가 잇따라 맡게돼 관가의 비상한 관심을 끈다. 김상인, 심덕섭에 이어 전북 출신으로는 김일재 전북도 행정부지사가 바통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행안부 관계자들은 “지역에서 보면 높은것 같아도 시도 부단체장을 하다가 중앙부처 실장으로 옮기는 것만 해도 매우 어려운 일인데, 김 부지사의 경우 핵심 실장을 맡는 행운이 주어졌다”며 전임자들이 모두 차관급으로 승진한 요직중의 요직이라고 귀띔했다.더욱이 이번엔 이조전랑 같은 자리를 둘러싼 찬반논쟁 조차 없었다니 퍽 다행이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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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17.08.22 23:02

내년 지선도 기대 난망

그간 선출된 지방의원 가운데는 선거 때 제대로 검증이 안된 사람들도 있었다. 도시지방의원들은 거의 지역정서에 매몰돼 묻지마식 투표로 당선됐다. 유권자가 후보 면면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투표하기 보다는 정당만 보고 일방적으로 밀어주는 경향이 팽배했기 때문이다.도내서도 임기 동안 뭘 했을까 비판 받아야 할 단체장이 있다. 무주와 순창을 제외한 산간부 단체장들이 굵직한 지역개발사업 하나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본인들은 자신 만큼 열심히 일한 사람도 없을 거라고 말하겠지만 그건 자화자찬이다. 그런 단체장일수록 임기 동안 재선하는 데만 급급, 인기영합주의 정책이나 선심성 행정으로 일관해 거의 해놓은 게 없다. 겨우 해놓은 것은 경로당 건설과 교량가설 그리고 소로포장 정도가 고작이다. 본인들만 임기 동안 호가호식하며 잘 살았다.선거 때마다 제대로 된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는 그렇지가 않다. 말 따로 행동 따로 노는 이중플레이가 많다. 이 같은 측면은 먹물 깨나 튀겼다는 사람들이 더 그렇다. 후보와의 사사로운 이해관계 때문에 안돼야 할 사람이 되는 경우가 있다. 선거 때 찍을 사람을 제대로 판단할 것 같지만 실제는 그게 아니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깜도 안되는 사람을 잘못 뽑아 놓고 그 사람들이 목에다 힘 주면서 호가호위한다고 손가락질한다. 이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난리법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으로 당선되면서 급속도로 민주당으로 지지추가 움직이면서 더 그렇다. 너나할 것 없이 예전처럼 민주당으로 뛰어야 가능하다고 보고 표밭을 누빈다.송하진 지사는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새만금 유치로 당내 경선은 물론 재선 가도에 파란불이 켜졌다. 그간 일각에서 송 지사가 재임기간 동안 해놓은 업적이 없는 것 아니냐고 공격했지만 이번 잼버리대회 새만금 유치로 비판국면을 잠재울 수 있게 됐다. 지금 같아서는 마땅한 대항마가 없어 건강문제만 잘 챙기면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교육감과 시장 군수 싸움이 볼만하다. 이달 말 명예퇴직할 서거석 전북대 전 총장이 김승환 현 교육감 출마와 상관없이 출마할 태세다. 서 전 총장은 지난 정권 때 교과부장관직 제의를 받았으나 고사할 정도로 합리적인 진보로 평가 받는다. 지난번 선거에서 2위로 선전한 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 소장이 현장에서 전북교육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고 나머지는 자타천 형태로 뛰지만 찻잔속의 미풍으로 그친다.국민의당 소속의 정헌율 익산시장이 검찰 수사를 통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민주당쪽 대항마들이 정 시장 재선을 막으려고 절치부심한다. 3연임한 관계로 무주공산이 된 군산과 김제시장 선거도 갈수록 치열해진다. 공천경쟁부터 시작해서 본선 싸움이 주목된다. 지역별로 현역들은 재선하려고 바삐 움직이지만 역량 있는 사람들은 나서질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도 큰 기대를 걸 수 없을 것 같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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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7.08.2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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