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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과 파란 리본

아카데미상(Academy Award)은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영화상이다. 1929년에 제정된 이 상은 ‘오스카상’으로도 불리는데, ‘오스카’는 수상자에게 전달되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인체상에 붙여진 애칭이다. 상금이 따로 없지만 감독과 배우 등 영화인들은 무엇보다도 ‘오스카’를 받는 것을 큰 영예로 삼는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화제다. 작품상 수상작이 실수로 뒤바뀌어진 치욕적인 해프닝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주요부문 수상 후보에 유색인종을 단 한명도 내지 않아 인종차별주의라고 비판 받았던 아카데미상은 올해 ‘흑인 돌풍’이라고 할 정도로 주요부문의 상이 흑인영화인들에게 돌아갔다. 이날 시상식 사회를 맡은 코미디언 지미 키멀은 인종차별의 경계가 없어진 상황을 두고 ‘모두 트럼프 대통령 덕분’이라는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한 메릴 스트립에 대해 트럼프가 ‘과대평가된 배우’라고 폄하한 것에 대해서는 ‘한 여배우는 과대평가된 연기로 오랜 세월 건재하며 올해까지 20차례나 후보에 지명됐다 ‘고 응수했다.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과 인종차별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이날 시상식에서 가장 많이 이름이 언급된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비판과 항의의 메시지가 이어진 덕분(?)이었다. ‘세일즈맨’으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으나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은 이란의 파르하디 감독은 ‘이슬람 7개 나라 국민의 입을 막은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항의이자 이란을 포함한 다른 6개국 국민을 존중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분장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알렌 넬슨도 ‘모든 이민자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는 소감으로 반이민 정책을 비판했다. 영화인들의 트럼프의 정책을 비판하는 메시지는 레드카펫에서부터 시작됐다. 수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드레스와 턱시도에 파란리본을 달고 등장한 것이다. 파란 리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항의해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미국시민자유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을 지지한다는 상징이다. 한 영화평론가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아카데미 역사상 가장 정치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단다. 아카데미 시상식장의 파란 리본 물결은 어느 정치적 메시지 보다도 강했다. 그 풍경,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3.03 23:02

군산 화투

화투는 일본의 카드 ‘하나후다(花札·꽃패)’가 변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인 이마무라 모토는 1914년 펴낸 <조선의 풍속사>에서 ‘일본인 조선거류지를 중심으로 일본인에 의해 전파되고, 일본의 한국 유학생 등이 수년 전에 전파했다’고 적고 있다. 19세기 말에 부산을 중심으로 활약하던 대마도 왜상들에 의해 도입되어 한국식 이름으로 화투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화투가 조선시대 일본에서 전래된 것임은 분명한 것 같다.화투가 ‘국민오락’으로 부를 만큼 대중적인 놀이로 굳어졌으나 이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일본에서 들어온 놀이라는 점과 함께 가정파탄을 낳는 대표적 도박으로 인식되면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겨울철 농한기면 으레 도박 관련 기사가 사회면을 장식했고, 그 중심에는 화투가 있었다. 물론, 화투가 갖는 긍정적이고 순기능적인 측면도 이야기 된다. 친목을 꾀하면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놀이라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화투가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화투를 활용한 미술치료법까지 연구되고 있다. 그럼에도 화투는 여전히 왜색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0년대 후반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화투에서 왜색을 추방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화투배경 그림에서 왜색을 지웠다. 12월 비광에 등장하는 우산을 들고 있는 일본 귀족을 조선 선비로 대체하는 식이었다. 10여년 전에는 우리의 세시풍속을 월별로 표현한 이른바 ‘한투’라는 한국형 화투가 개발됐지만 역시 유야무야에 그쳤다.영화 ‘타짜’의 촬영지인 군산에서 관광기념품으로 ‘군산화투’를 개발했다고 한다. 지난해 봄 군산시 대표관광지 기념품 공모전에서 은상작품으로 선정된 ‘군산화투’에는 군산세관과 은파호수공원, 임피향교, 새만금, 동국사, 조선은행 등 군산지역 대표 관광지가 화투 배경으로 들어 있다. 쌍피에는 김구, 윤봉길, 유관순 등 독립운동가와 이토 히로부미, 이완용 등의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이를 두고 ‘명분 없는 지역 연계’라는 주장과, ‘케케묵은 친일 프레임’이라는 반론이 나오면서 지역내 ‘화투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형식논리로만 보면 비난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독립운동가와 친일파간 어떤 차이를 뒀는지 모르겠으나 동일 선상에 놓였다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대중적인 놀이로 이용되는 화투를 통해 지역을 널리 알리는 것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만 볼 일도 아닐 것 같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3.02 23:02

여조장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불교 경전을 ‘담마빠다’라고 한다. 이를 번역해 ‘진리의 말씀’이란 책으로 낸 법정스님은 “진리란 더 말할 것도 없이 간단명료한 가르침이다. 따라서 그 표현도 더 없이 단순하고 소박하다. 짧은 글 속에 깊은 뜻을 지니고 있는 이 경전의 원 이름 담마빠다가 곧 ‘진리의 말씀’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 법구경의 제18장 진구품(塵坵品)은 때(塵垢) 묻은 삶을 살아가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른채 복을 원하는 이들에게 일침한다. 살면서 선행 하지 않으면 죽어서 악한 길에 떨어지게 되니 쉼없이 나아가봤자 헛수고 뿐(生無善行 死墮惡道 往疾無間 到無資用), 지혜를 구해 선행으로 때를 벗기고 더럽히지 않으면 괴로움도 없을 것이다.(當求知慧 以然意定 去垢勿垢 可離苦形) 애써 복을 구하기 전에 먼저 선행하면 복은 저절로 온다는 얘기다. 그래서 꾸준히 마음의 때를 씻어내는 사람은 마치 금을 불려 나가듯 하고, 마음의 때를 씻어내지 못해 악을 키우는 사람은 마치 쇠에 녹이 생겨 제 몸을 망치듯 하게 된다. 그리고 세상의 많은 때 가운데 어리석음보다 더한 것이 없다고 한다.(垢中之垢 莫甚於痴) 어리석은 사람은 구차하게 살면서 부끄러움도 모른다.(垢生無恥) 긴부리를 쑥 내밀고 교만하게 살아가는 새같은 삶, 또 철가면을 쓴 채 욕됨을 모르고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더러운 삶(如鳥長喙 强顔耐辱 名曰穢生)이라고 경고한다.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괴로운 것이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하라고 한다. 의로움을 취하여 깨끗하게 살아가는 삶, 욕되지 않고 망령되지 않은 순박한 삶(廉恥雖苦 義取淸白 避辱不妄 名曰潔生)을 살아가라고 권한다. 요즘 내우외환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세의 심상찮은 움직임과 박 대통령 탄핵사건, 특검수사가 그것들이다. 엊그제 헌재 재판 일정이 종료되고, 박영수 특검도 기한연장이 불발돼 어제부로 특검수사는 끝났다. 2주일 내로 내려질 헌재 판결로써 4개월 넘게 계속된 혼란 정국이 어떤 식으로든 마침표를 찍게 되겠지만, 결국 또 다른 갈등과 대결의 시점이 될 것이다. 그게 세상 일이다. 법구경이 수천년간 세상의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세상에 쌓이고 쌓이는 때, 벗겨도 다시 끼거나 제대로 지워지지 않는 때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출세와 부를 이룬 것이 깨끗한 삶, 복된 삶은 아니다. 선과 정의는 없고 때가 낀 출세와 부는 더러운 삶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3.01 23:02

고로쇠

봄은 무엇으로 오는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그 중의 하나가 고로쇠인 듯하다. 우리나라에는 수 많은 종류의 축제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매년초에 가장 먼저 열리는 것이 고로쇠 축제다.고로쇠는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고로쇠나무에서 채취하는 수액으로 ‘뼈에 이로운 물’이라는 뜻의 골리수(骨利水)에서 나온 말이다. 새 봄을 맞아 가지끝에 싹을 틔우고 푸르름을 덧입히기 위해 뿌리로부터 깊게 빨아올리는 영양소이다. 겨우내 쉬었다가 처음으로 빨아올리는 수액을 사람들이 나무에게서 얻어먹는 것이다. 과도하게 채취하지만 않는다면 나무에게 피해는 없으며, 산림청에서 매년 고로쇠 채취량을 정해서 허가를 내준다. 도내에서는 남원과 무주, 진안, 완주, 정읍 , 장수, 임실, 순창 등에서 주로 생산되며, 남원 지리산 뱀사골과 무주 구천동, 진안 백운산 등에서는 매년 3월초에 고로쇠 축제가 열린다. ‘골리수’는 ‘신비의 생명수’라고도 불린다. 그 유래 중 하나가 통일신라 말기 도선국사와 얽힌 이야기다. 오랫동안 좌선을 한 뒤 무릎이 펴지지 않자 곁에 있던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나려고 했고, 그때 가지가 부러지면서 물이 흘러나오자 이를 받아 마시고 거짓말처럼 일어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 지리산에서 신라군과 싸우던 백제 병사들이 지쳐서 샘을 찾던 중 화살이 꽂힌 나무에서 흘러내린 물을 마시고 전쟁에서 이겼다는 전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옹녀와의 오랜 사랑놀음으로 몸이 쇠약해진 변강쇠가 고로쇠 수액을 마시고 건강을 되찾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변강쇠가 나무를 한답시고 애꿎은 장승을 베어와 신들의 노여움을 사서 결국 생을 마감한 것도 자신을 구해준 고로쇠나무를 차마 베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전설은 전설일 뿐이지만, 고로쇠나무 수액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고로쇠나무 수액은 칼슘, 철분, 마그네슘이 주성분으로 골다공증과 관절염에 효능이 뛰어나고 위장병과 신경통, 피부미용, 변비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이제 3월이 오면 고로쇠나무 축제와 함께 새 봄이 시작된다. 그러나 구제역과 AI 등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축제를 취소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리고 있다. 가축질병으로 인해 농촌지역 주민들의 소득원인 고로쇠에 피해가 없었으면 한다. 봄 기운을 함빡 머금은 고로쇠의 청량함으로 우리 모두의 봄이 파릇파릇 시작됐으면 좋겠다. 이성원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7.02.28 23:02

전북몫 찾을 기회

그간 대선이나 총선이 지역정서에 편승하는 선거로 끝났다. 지난 1987년 대선 때부터 30년간이나 이 같은 선거가 지속됐다. 특정 정당 공천장이 마치 당선증이나 다름 없고 선거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구태의연한 선거가 반복되다 보니까 유권자들의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그 때문에 공천 주는 사람 한테만 매달렸다. 대선도 거의 같았다. 공약이나 정책 보다는 지역감정에 의한 한풀이식 선거가 되었다. 유권자들이 소중한 주권을 행사해서 선거 때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지역도 활력을 잃었고 유권자들도 함께 맥이 풀렸다.선거를 지역정서에 의존해서 감성적으로 치르다 보니까 정당한 자기몫 챙기기도 안되었다. 정치권도 유권자에게 신세졌기 때문에 보은 차원에서 지역발전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도 느끼지 않았다. 공천이 당선으로 직접 연결되는 선거구도라서 오직 공천권자에게만 충성을 다했다. 유권자들은 선거때마다 표만 열심히 찍었지 지역으로 돌아온 것은 거의 없었다. 이런식으로 민주당 30년 무사태평 독주시대가 이어졌다. 하지만 민주당에 신물난 도민들이 지난 총선 때 본때를 보이면서 민주당 일당독주체제를 마감하고 경쟁체제를 만들었다. 국민의당 돌풍은 민주당 반사이득으로 생겨났다.요즘 부쩍 ‘전북몫 찾기’가 화두로 올랐다. 때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조기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한층 높기 때문에 도민들이 전북몫 찾기에 힘을 합쳐야 한다. 예전처럼 존재감 없이 마구 퍼주기식으로 대선을 치러선 안된다. 분위기에 휩쓸려 감성투표를 할 필요도 없다. 이번 조기대선은 국정을 농단케 한 나쁜 대통령 때문에 치러지는 만큼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결론은 비전을 갖고 나라를 반듯하게 이끌도록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 역량있는 대통령을 선출하면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전북몫도 당연히 챙겨질 수 있다.촛불집회가 거듭되면서 도민들도 ‘이게 나라가 아니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종전 새누리당에서 분당한 바른정당이나 당명을 자유한국당이라고 바꾼 사람들 정도는 대선판에서 빠지라는 것이다. 그 사람들을 국정을 농단케 한 공범 정도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은 안짓고 당명이나 은글슬쩍 바꿔달고서 태극기집회를 통해 보수세 규합에 나선 것도 몹시 불쾌하게 여긴다. 그런 당 주자들한테는 관심조차 없다. 그런 사람들 지지해봤자 전북몫 찾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전북몫 찾기는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인 만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분위기에 따라 예전같이 값싸게 놀지 말고 존재감을 높혀야 한다. 비판적인 안목을 갖고 정당이 내건 정책과 후보의 공약, 국정운영철학 그리고 언행이 일치했는가 그 여부도 살펴야 한다. 동학의 후예답게 도민들도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전북몫 찾기에 동참해야 한다. 그래야 전북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미래가 있다. 전북몫 찾기는 송하진 지사를 비롯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할 일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2.27 23:02

전주대사습의 위기

판소리 명창이 되는 길은 고행의 길이었다. 소릿길의 고단함도 그렇지만 명창의 반열에 오르는 일은 그야말로 처절한 자기 수행의 과정을 거치고서야 비로소 넘볼 수 있는 영역이었다. 스승의 엄한 가르침이 소리를 열어주는 길이라면 소리를 비로소 얻는 득음은 자기를 극복하는 처절한 과정을 거치고서야 가능한 세계다. 오랜 독공과 수련의 과정에서 신화와도 같은 이야기를 경험하지 않았거나 좌절 없이 소리길을 걸어온 명창이 있다면 십중팔구, 그 명창은 이름을 얻었을지는 몰라도 당대를 풍미하지는 못했을 터다. 사실 명창은 직업이 아니다. 소리 실력의 우월을 가리는 등급을 의미하는 말이다. 판소리 명창이 등장한 것은 1800년대, 19세기 전반에 활동했던 전기 팔명창(권삼득, 염계달, 송흥록, 김제철, 모흥갑, 고수관, 신만엽, 방만춘)부터다. 이후 19세기 후기 팔명창과 20세기의 오명창이 활동했지만 일제 강점기동안 우리의 모든 전통문화가 그러했듯이 판소리 역시 단절의 시기를 거쳤다. 현대의 판소리 명창은 1964년 중요무형문화재 제도가 부활시켰다. 이 제도에 의해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은 박녹주 김연수 김여란 정광수 박초월 김소희 정권진 박동진 박봉술 한승호 같은 소리꾼들이다. 문화재로 지정 받기 전이라도 판소리 명창이 되는 또 하나의 통로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전주대사습놀이다. 연원이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대사습놀이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명맥이 끊어졌었으나 1975년 현대적 경연대회로 부활했다. 다시 시작된 전주대사습은 신분제 사회의 조선시대와는 달리 산업사회의 특징을 반영했다. 부활 초기는 조선시대에 행해졌던 청중 중심의 경연 재현이었지만 경연 대회 실황을 텔레비전으로 중계하면서 현장성은 약화되고 방송 위주의 경연장으로 변모했다. 때문에 대사습의 정체성 훼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국악의 대중화를 이어내는 통로가 됐다. 부활된 전주대사습은 국악인들의 가장 권위 있는 등용문으로 우뚝 섰다. 판소리 명창과 국악 각 분야의 명인들을 배출해내는 공인된 자리로 인정받았던 덕분이다. 그런데 전주대사습이 지금 위기에 처해있다. 대사습을 이끄는 전주대사습보존회의 폐쇄적 조직운영과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관행 때문이다. 사실 대사습은 부정심사와 패거리 담합으로 권위와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그런데도 책임져야할 주체는 여전히 패거리 싸움에만 골몰하고 있다. 원로 국악인들까지 나섰으나 역부족인 모양이다. 대수술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2.24 23:02

현대중공업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다. 사람은 평생을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또는 그야말로 우연히 낯선 사람들을 만난다. 몇마디 대화로 끝나는 인연도 많지만 함께 식사하고, 술마시고, 운동하고, 일하는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 인연이 소중한 추억이 되기도 하지만 악연이 되기도 한다. 중국을 처음 통일한 진시황이 환관 조고와 맺은 악연은 통일제국을 모래성처럼 무너뜨렸다. 삼성그룹을 일군 이병철씨가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관상 자문을 받았다는 이야기처럼, 새로 인연을 맺게 될 상대방의 심성을 알고자 하는 것은 만약의 악연으로 인해 다 된 밥에 재 뿌릴까 두려운 탓이다. 지역과 기업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 현대중공업이 무려 1조4600억 원을 투자해 군산에 조선소를 지은 것은 소중한 인연이었다. 당시 전북도 등은 현대중공업을 향해 마치 007작전을 수행하듯이 뛰었다. 무려 60고초려를 한 끝에 군산조선소 투자를 이끌어 냈다고 한다. 전북 관계자들의 노고가 컸고, 중대한 결정을 해 준 현대중공업 관계자들이 고마울 수 밖에 없다. 예상대로 됐다. 군산조선소가 가동되면서 군산 등 전북지역의 경제 상황은 그야말로 훈풍이었다. 2012년부터 연간 10척 이상이 군산에서 건조됐다. 연매출 1조2000억 원, 고용인력 5500여 명의 공룡으로 자랐다. 군산조선소가 전북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9%(군산수출의 19.4%)나 됐다. 수백억 원이 군산에 흘러들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글로벌 조선경기 침체를 이유로 군산조선소 철수를 시작하면서 군산은 살풍경이 됐다. 단체장과 정치인, 경제인, 시민 등이 거리로 나서 조선소 존치 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몽준 대주주의 서울 저택 앞에서는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안방 울산에서도 곤혹스런 처지에 있다. 지난해 조선해양,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등 4개 법인으로 나누는 ‘사업분할’을 결정하고 오는 27일 주총에서 처리할 예정인데, 노조와 울산시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사업분할을 통해 비조선분야 사업장과 분사를 울산 외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지역경제가 위축될 것을 우려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부터 서비스, 로봇사업부, 그린에너지 부문을 부산과 충북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 사업분할시 울산에 조선해양이 남는다면 군산 조선소 존치 가능성은 어떻게 될까. 건설장비 등 타사업부문이 올까.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2.23 23:02

담뱃갑 경고그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담배와 관련해서 깊은 인상의 사진을 많이 남겼다. 특히 생의 마지막 순간에 남긴 담배 이야기는 지금도 애잔하게 회자된다.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의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 직전 경호원에게“혹시 담배를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헌화를 마친 뒤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여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올려놨다. 마지막 가는 길에 담배 한 개비를 피우고 싶었던 고인의 마음을 헤아렸을 것이다.노 전 대통령뿐 아니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모습 등 유명 인사들의 담배 피는 모습은 이제 옛 추억이 됐다. 몇 년 전까지 우리의 담배인심은 후했다. 나눠 피우기 싫으면 끊으라고 할 정도로 담배를 사이에 둔 우정(?)은 돈독했다. 담배를 권하는 것은 기본 예의에 속했다. 낯모르는 사람에게 담배 한 개비를 얻는 것도 그리 흉이 되지 않았다. 술자리 모임 등에서 탁자에 올려놓고 공동으로 피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모두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이유도 있겠지만 흡연 자체가 사회적으로 죄악시 된 때문이다.이제 담배는 공공의 적이다. 흡연가들의 설 땅은 계속 좁아졌다. 사무실은 물론이고, 다른 세대에 피해를 준다고 본인 아파트의 베란다에서도 흡연을 삼가라고 한다. 길거리에서도 함부로 담배를 피울 수 없다. 흡연 공간의 제한을 넘어 흡연자들을 심적으로 압박하는 정책도 쏟아지고 있다. 질병이나 장애를 얻은 흡연피해자가 직접 출연해 흡연 폐해를 증언하는 광고가 공중파를 타고 있다. 지난해 12월23일부터 담뱃갑에는 흡연 경고 그림이 부착됐다. 도입 당시부터 논란이 됐던 담뱃갑 경고 그림이 부착된 담배가 본격적으로 판매된 후 얼마만큼 금연효과를 나타내고 있을까. 후두암 환자의 목에 구멍이 뚫린 사진을 보고 얼핏 공포와 혐오감을 가질 법하다. 그러나 흡연자들이 이 정도의 그림에 담배를 끊을 수 있다면 중독이 아닐 게다. 경고 그림의 수위가 약해 더 강력하고 그림 면적을 넓힐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경고 그림의 효과는 우리보다 일찍 도입한 국가들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경고 그림으로 흡연율을 떨어뜨리지 못할 바에야 담배에서 위안을 찾는 흡연자들의 기분이라도 살피면 어떨지 싶다. 나라재정에 큰 기여를 하는 흡연자들을 위해 규제 일변도가 아닌, 폐해가 없는 담배개발은 안 되는 것일까.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2.22 23:02

포켓몬 고

남성이건 여성이건, 나이가 적건 많건, 스마트폰 게임 한 두 번 안 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등급을 올리려는 경쟁 심리도 있고 무료한 틈새시간을 때우는 휴식도 된다.그러나 이제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제한된 공간에서만 게임을 즐기는 시대는 아니다. ‘포켓몬 고’ 열풍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전주에서도 출몰이 많은 한옥마을과 덕진공원 등 곳곳에 사람들이 몰려 포켓몬 잡기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작지 않다고 한다.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에 기반한 게임으로 기존의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게임과는 다르다. 기존의 VR 게임에서는 사용자가 장비를 착용하면 곧바로 가상세계로 들어가서 가상의 세계를 실제처럼 느끼고 경험하며 경쟁할 수 있다. 굳이 길거리로 나가서 뛰거나 몰려다닐 필요가 없다.그러나 AR에서는 우리의 현실 공간 속으로 가상의 포켓몬이 들어 오고, 사람들은 몬스터를 잡기 위해 현실 공간을 누비고 다닌다. 그러다보니 미국에서는 ‘포켓몬 고’를 하는 노인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걷는 거리가 많고 더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바로 이 때문에 ’포켓몬 고’의 안전성이 도마에 오르기도 한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포켓몬을 잡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면 주위 환경에 대한 관심과 시야가 좁혀지고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급한 마음으로 차량을 운전하거나 전동 휠 등을 이용하다 보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북도와 경찰 등 주요 기관들이 증강현실(AR) 게임 관련 안전사고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이다. ‘포켓몬 고’의 열풍이 초반과는 다르다는 지적도 있지만, 관련 업계의 업그레이드 노력 등에 따라서 그 열풍은 언제든지 살아날 수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디짙캐피털은 현재 10억 달러 수준인 AR 시장이 폭발적이 성장을 거듭해서 2020년에는 1200억 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도내 일부 업체들도 포켓몬 고와 같은 AR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한다.AR 게임시장이 커져서 일자리를 만들고 사람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산업의 성장과 주민의 안전이 함께 가는 정책을 기대해본다. 이성원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7.02.21 23:02

야권의 반사이익

요즘 야권은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3월중으로 인용될 것으로 보고 대선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은 조기대선이 치러지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후보경선을 서두르고 있다. 국민경선을 천명한 민주당은 15일 하루 동안 30만명의 선거인단이 참여,당초 목표 200만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당도 경선을 통해 당 지지세를 확대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양 당은 마치 벌써부터 대권을 거머쥔양 싱글벙글하는 모습이다.이와 대조적으로 생업이 힘들어 경제적 고통을 겪는 자영업자들까지도 틈나는대로 촛불집회에 참가,박 대통령 퇴진을 줄곧 요구해왔다. 7포세대 내지는 N포세대란 말까지 자조적으로 나오는 젊은층들도 분노의 함성을 터뜨렸다. 자발적으로 전국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촛불집회는 대한민국을 다시 바르게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국회로 하여금 박대통령을 탄핵토록 했고 박영수 특별검사의 특검수사를 제 방향으로 가도록 응원했다. 이에 힘입어 박 특검도 국민적 기대에 부응, 상당한 성과를 올리면서 신망을 받고 있다.문제는 정치권이다. 특히 야권이다. 박대통령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나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해 우왕좌왕 했던 정치권을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바르게 인도했다. 탄핵안을 발의하는 과정에서 야권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아 자칫 실기할뻔 했던 것도 촛불집회가 힘을 실어줘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여당인 새누리당을 분화시켜 바른정당을 만든 것도 촛불집회 덕이었다. 박 대통령 뿐만 아니라 국회도 함께 탄핵돼야 할 대상이었지만 워낙 박 대통령의 국정문란과 비리가 커 일단 국회는 비켜갔다. 그렇다고 제 역할을 못한 국회가 자유로울 수 없다. 언제든지 잘못하면 돌팔매질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금 마냥 깨춤만 추고 있을 때가 아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국정운영을 잘못해서 상대적으로 두당의 지지세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스스로 야당 역할을 잘해서 지지세가 올라간게 아니라서 언제든지 그 지지세가 꺾일 수 있다. 그간 국민들이 여당인 새누리당 한테 실망한 나머지 지지를 야당쪽으로 바꿨다. 야당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여당이 죽을 쒀 얼쩔 수 없이 그 대안으로 야당을 지지하고 있다.국민 80%가 탄핵이 인용될 것으로 봐 야권으로 정권교체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대다수 국민들은 야권을 미덥지 않게 보면서도 보수층 대변을 자임한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보다는 후한 점수를 준다. 그게 바로 반사이득인 셈이다. 스스로 노력해서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지 않고 상대 잘못으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조기대선이 실시되면 선거기간이 짧은 관계로 분위기로 선거가 치러질 수 있다. 여기서 경계해야 할 것은 날마다 발표되는 주자들의 지지도다. 그것에 너무 일희일비 할 게 아니라 대세의 흐름만 살피면 된다. 국민들이 엉터리 대통령을 뽑아 이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에 역량있는 인물이 누구인가를 살펴서 뽑아야 한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2.20 23:02

피스카스 빌리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곳에 피스카스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인구 600명의 크지 않은 이 마을이 예술인마을 피스카스 빌리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30여 년 전 부터다. 피스카스는 17세기부터 구리와 철을 제련하던 지역이었다. 철강산업이 번성하게 되면서 자연히 관련 회사들이 문을 열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피스카스였다.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기도 한 피스카스사가 우리에게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1976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오렌지색 플라스틱 손잡이 가위 덕분이다. 쇠로 되어 있는 손잡이 가위의 불편함을 플라스틱으로 바꾸어낸 이 획기적인 오렌지색 손잡이 가위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팔려나가면서 마을은 더욱 번성하기 시작했다. 경제적 성과가 커지니 일자리가 생겨나고 이주해오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러나 마을의 번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던 피스카스사가 이곳을 떠났기 때문이다. 회사가 떠난 뒤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마을은 공동화되었다. 부담을 안게 된 피스카스사는 마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섰다. 지역성을 살리면서도 마을에 사람들이 모여들게 하는 방법으로 피스카스사가 선택한 것은 예술가들을 끌어들이는 일이었다.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던 땅과 건물을 예술인들에게 내주는 일은 A living ironwok village 를 내세워 새로운 마을을 조성해가던 피스카스의 마을 살리기에 중요한 기반이 됐다.1993년 처음으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이주해오면서 피스카스 빌리지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철공소로 기능했던 공장은 갤러리가 되고 다양한 예술작품과 쓸모 있는 상품을 파는 갤러리와 가게로 변신했다. 이주해오는 예술가들이 늘어나면서 피스카스는 핀란드의 창의적인 디자인이 새롭게 선보이는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내며 세계적인 예술인 마을로 자리 잡았다. 600명 인구 중에 120명이 예술가인 마을. 30여년 역사의 피스카스 빌리지를 만들어낸 피스카스와 피스카스사의 절묘한 결합에 특별히 주목하게 되는 것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끌어들이면서도 마을의 고유한 지역성을 철저하게 지킬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오래된 도시들이 근대 유산의 활용에 나서고 있다. 성공한 예도 있지만 일회성 이벤트로 수명을 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들여다보면 한결같이 지역성을 외면하고 다른 도시들의 방식을 그대로 이식한 결과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2.17 23:02

수제품

지난해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명승부를 펼친 후 앞으로 사라질 수 있는 직업들이 화제가 되었다. 이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가 이세돌을 누르고 승리하자 사람들은 마치 기계 앞에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감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였다. 기계가 사람이 하던 일을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해 낸다면 사람이 할 일은 그 만큼 줄어들게 된다. 물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상황을 우리는 낙관하며 살아가지만, 똑똑한 기계가 속속 개발되면서 급속하게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체할 새 일자리가 언제, 얼마만큼 만들어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그 불명확한 예측이 인간을 불안하게 만든다. 기계가 세상 일을 다 해 버리면 사람은 뭘 해서 먹고 살 것인가.고속도로 나들목에 설치된 하이패스는 점점 사람의 그림자를 지워가고 있다. 가게의 계산대도 필요없어질 날이 올 수 있다. 알파고처럼 정교한 계산 능력을 갖춘 기계는 세무사와 회계사 및 관련 종사자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 이미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시장을 날려 버렸다. 3D프린팅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자동차 등 대부분 제조업 현장에서 사람의 일거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이런 예상이 가능한 직업은 수두룩 하다. 이제 사람들은 당장의 일자리 찾기보다 5년 이후에도, 10년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무엇인지 찾아 공략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사람의 일자리를 잠식하기도 하지만 한편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무선통신이 보편화되면서 유선 부문이 타격을 봤지만 무선 분야는 끝없이 성장한다. 무선은 IOT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냈다. 집안의 시설과 가전제품들이 사람처럼 소통하고 움직인다. 스마트폰으로 금융결제는 기본이고 집안의 가스, 냉장고, 전기 등이 외부에서 통제된다. 소위 ‘황의 법칙’처럼 쑥쑥 커지는 첨단 과학기술의 세상은 인간의 삶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이 시위를 떠난 화살같은 ‘패스트 시대’에 전주시가 ‘핸드메이드 시티’ 카드를 들고 나왔다. 슬로시티의 가치를 이어 가겠다는 것이다. 현대 문명에서 대부분 인간은 빠르고, 저렴하고, 편리함을 추구한다. 그래서 훈훈함보다는 살풍경이 많아졌다. 그런 세상 흐름에 대한 거부반응일 수도 있겠다. 인간에게는 자연 그대로의 느낌, 감각이 좀 더 가까이에 있다. 수제품이 깃든 세상은 비단 전주만의 꿈이 아닐 것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2.16 23:02

금석배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군산은 체육 도시로 통했다. ‘군산에서 출세하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요즘에야 프로 스포츠가 활성화 되면서 스포츠 스타의 억대 몸값이 예사지만, 별다른 사회적 대우가 없었던 당시 군산지역의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실제 군산은 여러 측면에서 호남의 스포츠를 선도했다. 축구·야구·농구·배구단 등의 현대 구기종목들이 군산에서 일찍이 꽃을 피웠다. 1930년대 지역 체육회를 꾸렸고, 실내체육관도 다른 지역에 앞서 만들어졌다. 개항도시로 경제적 부가 쌓이면서 사람들이 몰리고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지역 체육회장의 경우 예산지원을 받으며 단체장이 맡았으나 군산의 경우 70년대 중반까지 민간에서 맡았다. 일제 강점기 쌀 창고로 사용되던 건물을 개조해 만든 군산체육관이 설립된 것은 1946년. 당시 전국적으로 실내체육관이 설치된 곳은 서울과 인천 정도였다. 군산체육관을 통해 태권도와 권투 등 실내경기 종목의 엘리트 선수들이 대거 배출됐다.70년대 이후 군산상고와 함께 야구도시로 이름을 떨쳤지만, 실제 군산 체육을 선도한 것은 축구였다. 1920년 창설된 ‘평화축구단’은 군산 체육회의 모태가 됐다. 선교사들에 의해 축구가 도입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 평화축구단 이전인 1900년대 초에 벌써 기독교계 학교인 군산영명학교 등에서 축구 활동이 이뤄지기도 했다. 전주를 본거지로 한 전북축구단과 군산의 평화축구단간에 매년 춘추로 2차례씩 경기가 펼쳐졌으며, 1921년 남조선 소년 축구대회를 군산에서 열기도 했다. 현재 군산에서 열리고 있는 금석배 전국학생축구대회는 이런 군산 축구의 전통과 저력에서 나왔다. 한국 축구사에 큰 자취를 남긴 채금석 선생(1904~1995)의 이름을 따 1992년 창설된 이 대회는 올해로 26회째다. 만주·일본 등에서도 활약했던 채금석 선생은 광복 후 군산 고향으로 내려와 제자들을 길렀다. 그가 키워낸 청소년 및 국가대표 출신만도 20명에 이른다. 그 자신 53세 나이에 전국체전 전북대표로 출전한 것도 축구사의 기록이다.금석배는 호남권 유일의 전국학생축구대회라는 점만으로 지역 체육의 큰 자산이다. 지금까지 이 대회에 출전한 선수만 7만명에 이른다. 올 대회에는 차범근 U-20월드컵조직위 부위원장도 참여해 출전 선수들을 격려했다. 금석배가 갖는 역사성과 상징성에 걸맞은 지역의 관심과 성원이 아쉽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2.15 23:02

졸업식

7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학교 졸업식의 분위기는 숙연하고 비장했다. 뜻도 모르고 감흥도 없는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이라는 졸업가 합창이 이어질 때쯤이면 교실 한 켠에서는 어느 여학생의 코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그 소리는 마음과 마음을 타고 전해져 어느덧 교실을 울음바다로 바꿔놓았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신을 놓지 않은(?) 남학생들은 애써 까불고 장난치며 분위기를 이겨보려고 하지만, 그 심상치 않은 기운에 눌려 슬그머니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당시의 시골에서는 도시와는 달리 학교를 졸업한 뒤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도회지로 떠나야 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누구는 식모살이를 하러 간다고 하고, 누구는 당숙네 일을 도우러 간다고 했다. 서로의 처지를 알지만 입 밖에 꺼내기는 두려웠다.졸업식은 나름 성대했다. 가족들만의 단출한 행사였던 입학식과는 달리 할아버지, 할머니는 물론 이모와 고모, 삼촌네 조카까지 일가친척이 모두 나와 축하해줬다. 흐릿한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세찬 바람 속에서 기다렸다가 차례대로 완장 찬 사진사 앞을 지나는 일도 거르지 않았다. 사진 찍기가 끝나면 중국집으로 향했다. 짜장면 한 그릇씩이 기본이고 거기에 탕수육이 더해지면 모두가 행복했다.오늘날의 졸업식은 많이 다르다. 졸업이 하나의 매듭이라기보다는 상급학교로 가는 징검다리이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시 만날 수 있으니 이별을 슬퍼할 이유도 없다. 몇 년 전까지 기승을 부렸던 밀가루 뿌리기와 교복 찢기, 알몸공연 등 폭력적인 모습들도 많이 사라진 듯하다. 딱딱하고 지루한 행사 대신에 흥겨운 문화축제나 이벤트 형식으로 졸업식을 치르는 학교도 많다. 학교에서 배우고 익힌 것을 서로 뽐내며 맘껏 끼를 발산하기도 한다. 참석자들까지 모두가 행복하고 부담없는 졸업식이다.옛날 시골학교 졸업식의 안타까운 모습은 이제 대학으로 옮겨온 듯하다. 긍지와 자부심의 상징이던 학사모 쓰기가 두려워 아예 졸업식에 얼굴을 내밀지 않는 졸업생들도 적지 않다. 졸업식에 나오더라도 행사장에 참석하기보다는 슬그머니 왔다가 쉬쉬하며 가기도 한다. 삼포세대, 오포세대, 칠포세대, N포세대라는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는 미래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의 졸업식이 다시 예전처럼 환한 자리가 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이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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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원
  • 2017.02.14 23:02

정권교체 적임자

대다수 국민들은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인용 결정이 날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그간 헌재가 심리를 통해 박 대통령이 최순실로 하여금 국정을 농단토록 한 몸통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사법적 판단을 하겠지만 정치적 판결로 끝날 공산이 짙다. 국민 80% 가까이가 박 대통령이 탄핵될 것으로 믿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친박 보수단체들은 조급한 나머지 판결을 늦추거나 기각시키려고 태극기 집회 참가자수를 3.1절 때 백만명까지 모으겠다고 공언한다.대선 시계가 빠르게 작동됨에 따라 야권 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지지율 1위를 고수한 민주당 문재인 전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대표가 전북을 안방처럼 드나들면서 표심을 잡으려고 바삐 움직인다. 이번 대선은 이변이 없는 한 ‘야야’대결로 끝날 공산이 짙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중도하차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갈곳 잃은 보수세력의 지지로 지지율 2·3위를 달리지만 그 역시도 출마하면 한계에 곧바로 부딪쳐 접을 가능성이 높다. 황 대행이 공식적으로 출마한다고 안했지만 요즘 그가 보인 행보를 보면 가능성은 엿보인다. 국민들도 황 대행을 성실한 관리자 내지는 심판으로 끝내주길 바랄 뿐 선수로서 뛰는 것은 부적절하게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오늘의 사태를 불러 온 장본인이 박 대통령이지만 그도 결코 자유로울 게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장관과 총리를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조기대선이 치러진다면 박 대통령의 탄핵 때문에 치러지는 만큼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맞다. 새누리나 그 쪽에서 나온 바른정당도 대선에 나설 명분이 없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짓지 않고 대선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요 국민을 무시한 후안무치한 행위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왜 정월대보름날에 그토록 많은 인파가 전국방방곳곳에서 촛불을 들고 나섰는지를 아직도 모른단 말인가. 촛불집회는 박 대통령의 사퇴만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정부 수립 이후 친일파 잔재를 청산하지 못해 역사가 왜곡된 것과 산업화 과정에서 쌓인 적폐를 청산하려는 외침이다. 촛불집회는 태극기 집회와 달리 자발적으로 나선 명예혁명과 같은 성격을 지녔다.국민 다수가 정권교체를 바래 야권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국민들이 지지도 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다. 그 이유는 여론조사 과정상 낮은 응답률과 부동층이 많아 아직 정확한 여론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대로 검증 안된 상태에서 곧바로 대통령이 되면서 이 난리를 겪고 있기 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후보들이 발표하는 공약과 정책을 꼼꼼하게 챙겨봐야 한다. 인기에 영합하려고 포퓰리즘 성격의 정책을 발표하는 것도 살펴야 한다. 이번 대선을 통해 대한민국을 민주주의 국가로 바르게 세워야 하기 때문에 감성에 치우치는 것은 금물이다. 매의 눈 같은 예리함과 비판력이 필요하다. 누가 더 4차산업혁명을 통해 일자리를 늘릴 지도자인가를 따지는 게 중요하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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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7.02.13 23:02

무히카 대통령의 말

탄핵정국이 갈수록 꼬여가는 양상이다. 이즈음처럼 대통령의 존재가 국민들의 일상에 버거운 무게(?)로 다가온 적이 또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다시 국민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었던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대통령을 떠올린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란 닉네임을 얻은 무히카 대통령은 2009년 좌파연합의 후보로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국민당과의 결선투표에서 52%를 얻어 우루과이의 대통령이 됐다. 이후 5년, 그는 사회의 불평등을 줄이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일에 앞장서 남미의 가장 작은 나라 우루과이의 소득을 중남미에서 1,2위를 다투는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한편으로는 참된 행복의 가치를 내세워 스스로 절제하며 검소하고 나누는 삶을 실천해왔다. 재산이라고는 오래된 농장과 1987년식 낡은 자동차 한대가 전부. 대통령이 된 후에도 화려한 대통령궁을 노숙자들에게 개방하고 자신의 허름한 농가에서 직접 농장 일을 하며 수행원도 없이 아내와 단 둘이 살았던 그는 월급의 90%를 기부하고, 가난한 국민들을 위한 부의 재분배 정책을 주도했다. 무히카가 재임하는 동안 우루과이가 유럽 전역을 휩쓴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해마다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이런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히카는 실천하는 삶으로서 뿐 아니라 가슴 뜨거워지는 어록을 남겼다. 그는 “나는 가난하지 않다. 절제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필요한 것이 많은 사람인데 나는 더 필요한 것이 없다. 나는 절제할 줄 아는 것일 뿐 가난한 것이 아니다”고 항변했으며 “나는 조금 더 떳떳한 조금 더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갖고 싶다. 무엇보다 그것이 먼저”라고 자신의 국가관을 밝혔다. “국가가 모든 것을 소유하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내가 끌리는 것은 자치적인 경영이다. 어떤 것을 관리하는 주제는 국가가 아니라 민중이 되어야 한다”거나 “세상은 언제나 혁명을 필요로 한다. 혁명이란 총과 폭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고의 전환이다”는 등등의 그가 남긴 어록은 한결같이 탄탄한 정치적 신념과 철학의 가치가 온전히 배어난다. 말을 많이 했지만 결코 국민들을 기만하지 않았던 대통령. 조금 더 떳떳하고 조금 더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자신부터 도덕적이고 모범적으로 살았던 대통령. 우리에게도 그런 대통령이 있었던가 되돌아보게 된다. 대한민국이 처한 오늘의 현실을 보니 이런 대통령을 가졌던 우루과이 국민들이 더 부러워진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2.10 23:02

병역기피자

조선이 열강에 밀려 결국 망국과 일제 통치에 들어간 것이나, 망국 36년 만에 해방 되고도 분단 국가가 된 것이나 모두 씻을 수 없는 한이다. 반도라는 지정학적 특수성이 부른 비극이지만, 한민족은 그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항쟁, 결국 극복했다. 더욱 강하게 성장해 왔다. 그렇지만 ‘잠자는 사자’로 말해지던 중국이 진짜 사자로 성장한 현실, 자국의 이익과 안보를 더욱 강조하는 트럼프 체제의 미국, 헌법까지 고쳐 확실한 군사력을 갖추고자 하는 일본, 그리고 이들 3국과 다를 바 없는 러시아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현재 처지는 100년 전이나 전혀 다를 바 없이 화약고다. 10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핵과 ICBM으로 무장 강도를 높여가는 북한이 추가됐다는 것 뿐이다.이 때문에 북한의 도발 동향은 물론 미국이나 중국 등의 한반도 안보와 관련된 대응은 외국인 투자자들을 자극하고, 주식 폭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 투자자들은 한반도에서 하루 하루 피말리는 실전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국회에서 장관 등 고위직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열릴 때 단골 시빗거리는 병역이다.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 또는 그 자녀들 중 병역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일 정도로 많은 탓이다. 고위직 등은 왜 그리도 고도 근시 등 신체가 나약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시험 치르는 것은 ‘선수’일까. 평소 사는 것을 보면 육체적으로 매우 건강하니, 어리둥절한 노릇이다. 비록 병무청이 일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지난해 국민의당 김중로 의원은 “4급 이상 고위공직자와 직계비속의 병역 면제율이 각각 9.9%, 4.4%다. 국방의무 이행에도 금수저, 흙수저 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4강에 휩싸인 채 남북 대치 형국에 있는 대한민국의 남성들은 병역 의무를 지고 있다. 현역이든, 공익이든, 의무경찰이든 법으로 정해진 의무를 다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이런 핑계, 저런 핑계 다 대가면서 병역을 기피하는 사람들의 양심에는 털이 수북할 것이다. 미국 등 해외 유학 등을 핑계삼아 유랑하는 족속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종교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원 판결이 엇갈린 것도 그렇다. 법이 이현령비현령이면 헷갈린다. 기강이 무너지면 위기가 덮친다.김재호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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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7.02.09 23:02

호남과 전라도

전북대가 한 때 대학의 약칭을 ‘전대’로 부르자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대학 구성원들 사이에서조차 ‘북대’라는 이름이 통용되는 시절이다. 일각의 반론이 있었다. ‘북대’가 고유명사로 굳어지다시피 했고, 인근 전남대에서 이미 ‘전대’로 사용하는 현실 등이 그 이유였다. 대학측은 대학의 뒷자를 약칭으로 사용하는 곳이 국내 대학 어디에도 없다는 반론을 폈다. ‘북대’세대에게 ‘전대’가 쉽사리 입에 붙진 않지만, 최소한 ‘북대’호칭의 문제점을 드러냈다.호남을 대표하는 공공기관들의 광주·전남 편중은 잘 알려져 있다. 광역권으로 진행되는 사업 또한 호남몫으로 광주·전남이 늘 우선이었다. 정부 인사에서 호남몫이라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전북이 광주·전남과 함께 호남으로 묶인 것 자체가 굴레로 여길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이런 상황은 기본적으로 지역의 세와 관련돼 있다. 광역 자치단체로 분리돼 있기는 하지만, 광주·전남은 기본적으로 한 뿌리다. 지역세가 큰 광주·전남과 기본적으로 등가성을 갖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런 구조 속에 전북 스스로 포기한 부분은 없는지 돌아볼 일이다. 전북에서 ‘호남’이라는 이름을 건 공공기관과 사회단체, 연구소, 기업체 등이 얼마나 될까. 구체적 조사 결과가 없지만, 광주·전남쪽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공공기관이야 관할권이 전북까지 미치기 때문에 논외로 하더라도 광주·전남 기반의 기업들 중에서 전북을 아우르는 곳이 적지 않다. 광주·전남에게 ‘호남권’은 이름 그대로 호남을 아우르는 셈이다. 그러나 전북에 호남은 그저 허울뿐인 경우가 많다. 되레 광주·전남의 먹잇감만 되는 것 아니냐는 피해의식이 더 강하다. 전북에서 ‘북대’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것 또한 이런 축소 지향적 사고에서 나온 건 아닐까. ‘전북몫찾기’가 요즘 전북도정의 화두다. 전북몫찾기는 전국을 향한 것이겠지만, 그 출발은 호남몫으로 분류된 파이라도 제대로 차지하자는 의미가 강하다. 송하진 도지사는 요즘 ‘호남’대신 ‘전라도’를 즐겨 사용한단다. 호남이 지리적 개념이라면, 전라도는 역사적 느낌이 강하다. 전라도의 수도가 전주였던 점을 내세우고 싶은 것이리라. 내년 전라도 정도 1000년을 앞두고 어떤 방식으로든 ‘전라도’ 이름이 빈번하게 사용될 것이다. 전라도라는 이름으로 기를 필 수 있다면 호남 대신 전라도 이름 사용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것이다. 그릇이 내용물을 결정한다고도 하지 않던가.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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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7.02.08 23:02

혼밥족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최근에 내놓은 가공식품 시장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 기준 국내 간편식 시장의 규모가 1조6720억 원으로 4년 전인 2011년의 1조1067억 원에 비해 51.1% 증가했다. 또 시장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편의점 도시락 매출이 2013년 780억 원에서 2015년 1329억 원으로 2년 사이에 70.4%나 늘었다. 나 홀로 밥 먹는 ‘혼밥족’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혼밥족 뿐 아니다. 홀로 술을 마시는 ‘혼술’, 혼자 여행을 떠나는 ‘혼여’, 혼자 노래를 부르는 ‘혼곡’, 혼자 노는 ‘혼놀’, 혼자 연극을 보는 ‘혼연’, 혼자 영화를 보는 ‘혼영’ 등 1인 소비의 확장은 끝이 없다. 경기침체와 1인 가구의 증가로 ‘홀로소비’가 새로운 소비패턴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16년 말 현재 국내 1인 가구는 27.2%로 2인 가구(26.1%)나 3인 가구(21.5%), 4인 가구(18.8%)보다 많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독거노인도 늘었지만, 경기침체로 취업과 결혼이 늦어지면서 혼자 사는 젊은층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혼밥족의 증가는 우리시대 청년들의 안타까운 삶을 반영한다. 경기침체 여파로 제대로 취업을 하지 못해 열정페이를 받으면서도 항상 시간에 쫓겨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청년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이에 비하면 혼술이나 혼영 등의 소비현상은 혼밥과는 약간 다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의 압력만이 아니라 ‘편하다’ ‘구속받고 싶지 않다’는 등 자발적인 선택 이유도 반영되기 때문이다. 물론 자발적인 선택도 순수하게 자신의 의사만은 아닐 수 있다. 경제적 사정이나 시간적 여유 등을 고려한 변명일 수 있다. 그러다면 앞으로 경기가 나아지고 청년들의 삶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이면 홀로소비는 줄어들 것인가? 슬프게도 그렇지는 않을 듯하다. 기술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적인 삶의 여유는 더 위협받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성세대는 밥먹고 술마시는 일을 인간 교류와 사회 소통의 과정으로 여기며 살아왔지만,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사람을 직접 대하기 보다는 모바일폰을 통해 접촉하는 것이 더 편하고 익숙해졌다. 로그인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원하는 정보를 얻고 필요한 것을 주문하고 만족하며 살아가는 미래 세대에게서 과연 우리는 인간들 간의 끈끈한 정 같은 것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이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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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원
  • 2017.02.07 23:02

전북 몫 찾기

대선 때마다 전북몫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너무 작아 중앙정치권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자연히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중앙정치권에 소석 이철승선생 같은 영향력 있는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 때 전북 출신들이 대거 정·관계에 진출한 적이 있다. 모처럼만에 전북 인맥이 다방면에 구축돼 전북발전을 가져올 찬스가 마련됐다. 그러나 그 물실호기(勿失好機)를 잡지 못해 지금 같은 낙후 전북이 만들어졌다. 당시 권력에 굶주렸던 사람들이 갑자기 중용되자 먼저 자기배 채우기에 바빴다. 깜냥도 안되는 일부 인사들이 권부 주변에서 설치는 바람에 오히려 전북 이미지를 손상시키기도 했다.당시 전북 출신들이 힘을 모았으면 굵직한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각자 도생하는 바람에 지역현안사업은 말로만 끝났다. DJ때는 광주 전남 실세들 눈치 보느라 전북몫을 챙기지 못했고 노무현 정권때도 몇사람만 등다숩고 배불렀지 지역에 돌아온 것은 별로였다. 돌이켜 보면 도민들은 두 정권을 탄생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놓고도 제 밥그릇을 챙기지 못했다. 그 대신 DJ와 노무현 주변에 있던 사람들만 요직에 앉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사실 도민들은 정권을 탄생시켰다는 자부심을 갖고 ‘혹시나 행여나’하고 임기 5년을 기다렸지만 임기말까지 지역으로 돌아온 것은 거의 없었다. 국회의원들만 목에다 힘주면서 호사를 누렸다.반면 정권의 뿌리가 깊은 TK,PK 사람들은 지역 인재도 잘 챙기지만 그에 못지않게 지역사업도 잘 챙긴다. 눈치 안보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 국가예산을 확보해서 지역현안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YS때는 거가대교를 건설했고 이명박 때는 영포라인을 가동시켜 4대강사업은 물론 포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지역사업을 벌였다. 그 사람들은 집권 당시부터 지역개발을 거침새없이 추진하는데 왜 우리는 좋은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못했을까. 머리가 좋은 전북 출신들은 하는 시늉만 했지 혹시나 자신의 신상에 악영향을 미칠까봐서 부자 몸조심하듯 방관자로 지낸 탓이 크다. 국회의원들끼리도 의기투합이 되지 않고 제각각 놀아 전북몫 확보가 제대로 안됐다.춘삼월 같은 호시절때는 허송세월하고 이제야 변방에서 전북몫을 찾겠다고 나서는 송하진 지사의 모습이 애잔해 보인다. 전북몫 찾기는 여건이 좋았던 유종근 지사 때부터 강력하게 추진했어야 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던 유지사가 임기동안 의지를 가졌더라면 전북이 이모양 이꼴은 안됐을 것이다. 늦었지만 송지사가 대선을 앞두고 전북몫을 찾겠다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전북몫 찾기는 도민들이 지역정서에 휩쓸리지 않고 대선 때 전략투표를 하면 된다. 전북을 챙겨줄 후보를 지지하면 가능하다. 국민의당 국회의원들도 도민들의 정서에 반하는 일은 그만하고 전북몫 찾기에 전력투구 하길 바란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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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7.02.0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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