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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악산과 무등산

모악산과 무등산은 많이 닮았다. 기본적으로 전주와 광주라는 중심도시 곁에 자리잡아 무엇보다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산이라는 점에서 같다. 모악산에 천년고찰의 금산사귀신사가 있다면, 무등산에는 증심사원효사가 있다. 다양한 생물종이 살고 있는 두 산은 많은 등산객들로 생태계 훼손을 우려한다. 평야지대에 우뚝 솟아 정상 높이에 비해 멀리 조망할 수 있는 점도 비슷하다. 산 정상에 방송국 송신탑(모악산) 혹은 군부대 주둔(무등산)으로 정상 접근을 방해하고 있는 점은 모두 해결해야 할 숙제다.그러나 모악산과 무등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차이가 나고 있다. 그대로인 모악산과 달리 무등산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면서다. 모악산 보다 늦게 도립공원에 지정된 무등산은 도립공원을 넘어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지난해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신청 후보지로 이름을 올려 세계유산을 향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무등산 정상의 군사시설 이전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점도 모악산과 다른 상황이다.내 고장 모악산은 산이 아니외다 / 어머니외다 / 저 혼자 떨쳐 높지 않고 / 험하지 않고 / 먼 데 사람들마저 / 어서오라 어서오라 / 내 자식으로 품어 안은 어머니외다(중략). 완주 구이쪽 모악산 입구에 들어서서 만날 수 있는 고은 시인의 시비 모악산에 나오는 시처럼 굳이 무등산과 비교 없이 그대로의 어머니 품으로 족할 수 있다. 새해 첫 날 해돋이를 보려고 1만명 넘게 시민들이 찾을 만큼 모악산은 그야말로 시민의 산이다. 산 중턱 사찰에서 떡국을 먹고, 한 해 소원을 빌며 타종의 기회를 갖는 행복이면 충분하다.그런 평온이 도시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흔들린다. 정치적인 면에서 더욱 그렇다.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올 새해 무등산에서 해맞이를 했다. 전북에서는 전날 풍남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참석 정도로 인사를 했다. 국민의당 전 대표인 안철수 의원도 지난해 호남 총선을 승리로 이끈 후 무등산 등반으로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호남에서 정치력이 필요할 때면 무등산을 찾아 호남의 정신을 치켜세우곤 했다. 대선 후보나 대통령 중에 모악산을 찾아 의미를 부여한 적이 없는 것과 대비된다. 모악산과 무등산의 차이가 아닌, 전주와 광주간 힘의 차이다. 무등산에 비해 결코 기죽지 않을 모악산이 서운해 할 일이다. 아니 정치인이 밟지 않아 오염되지 않았다고 가슴을 쓸어내릴 지도 모르겠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1.04 23:02

가짜 뉴스

도둑질하고서도 칭찬받는 것은 야구밖에 없고, 가짜가 진짜보다 좋은 것은 가라 스윙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야구에서 도둑질은 도루(steal)를 뜻하고, 골프에서 진짜 스윙은 대체적으로 가라(연습) 스윙만 못하다고 한다.그러나 모든 것에서 가짜가 진짜보다 못하다는 생각은 점차 무너지는 듯하다. 진품과 구분하기 어려운 짝퉁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직업가수보다 더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TV에 넘쳐난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는 가사를 가진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노래도 한 때 인기를 끌었다. 심지어는 공정한 진실을 추구한다는 뉴스 시장에서도 이젠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됐다.지난해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데는 가짜 뉴스의 역할이 컸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유명 언론사를 본뜬 사이트에 가짜 뉴스를 제작하는 폴 호너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만든 사이트에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찾아왔다. 트럼프가 내 덕분에 백악관에 가게 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틀렸다는 것을 조롱하기 위해 가짜 뉴스를 만들었는데, 오히려 그들은 가짜 기사를 믿고 즐겼다는 게 호너의 주장이다. 그는 트럼프가 아무 말이나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그의 말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도 사람들은 신경쓰지 않고 그의 말을 믿었다. 누구도 사실 확인을 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라고 했다.가짜 뉴스를 만들고 퍼뜨리는 일은 매우 쉽다. 애플리케이션도 나와 있다. 대부분 재미삼아 호기심으로 가짜 뉴스를 만들지만, 숨겨진 목적을 담을 수도 있다. 그런데 가짜 뉴스는 대부분 진짜 뉴스보다 더 생생하고 자극적이어서 SNS를 타고 삽시간에 퍼져 나간다. 가짜 뉴스라는 사실이 곧 드러나지만, 한번 본 뉴스에 대한 인상과 기억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기존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클수록 더욱 그렇다.올해엔 우리나라도 대선을 치른다. 가짜 뉴스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언론의 자유 논란과 기술적 한계 등으로 강력한 규제는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를 분별할 수 있는 국민들 개개인의 능력이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더욱이 올 대선은 촛불시위의 정신을 살려낼 수 있을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선거다. 가짜 뉴스에 의해 대선이 휘둘리고 결과까지 좌우된다면 누가 당선되더라도 정권의 정통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국민들이 좀 더 냉정하고 똑똑해져야 한다. 이성원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7.01.03 23:02

전략적 선택

올해는 대선이 치러지는 중요한 해다. 국민 다수는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이 빨리 이뤄져 조기 선거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헌재에서 탄핵 인용결정이 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지금 헌재에서 재판을 빨리 진행하려는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에 인용 결정이 나면 빠르면 벚꽃 아니면 늦어도 여름선거가 치러질 것이다. 대선시계가 빨리 움직여 대권주자들도 분주해졌다.개헌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있겠지만 현재는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어 대통령의 권한이 실로 막중하다. 최순실이 제멋대로 국정을 농단할 수 있었던 것도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컸기 때문이다. 온 국민들은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나라가 절단난다는 것을 똑바로 목격했다. 어린 아이 할 것없이 전국적으로 연인원 천만명 이상이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것도 다시는 이 같은 어처구니 없는 짓을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대한민국은 엉터리 대통령을 선출함으로해서 국격 실추는 물론 국정 전반이 망가졌다. 전 세계에다 얼굴을 내밀 수 없을 정도로 창피를 떨었다.새해에는 대통령을 잘 뽑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그간 대선은 지역대결을 바탕에 깔고 보혁대결로 끝났다. 10차례의 촛불집회를 통해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건설을 다짐했기 때문에 누가 민주주의자이고 나라를 발전시킬 적임자인가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손발 얼어가며 탄핵을 이끌었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국민들은 이미 지난해 4.13 총선 때 여소야대 정치지형을 만들었다. 야권으로 정권교체를 명령했다. 엉터리 보수세력 한테는 더 이상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지금 국민 90% 가까이가 정권교체를 바란다. 하지만 지난 87년 6.10 항쟁으로 성취한 직선제 대선에서 야권 분열로 노태우 한테 어부지리시킨 걸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문제는 누구로가 중요하다. 반기문이 귀국길에 오르면 후보검증경쟁은 더 뜨겁게 달궈질 것이다. 문재인 반기문이 선두 다툼을 이재명 성남시장이 중간세를 안철수 안희정 박원순 유승민 등이 약세를 보인다. 박 대통령이 퇴진하는 그날까지 촛불집회가 계속 이어지므로 촛불집회장에서 이심전심으로 대선주자에 대한 우열이 가려질 것이다.도민들도 그간 촛불집회를 통해 뭣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크게 얻었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이전만해도 지역정서에 의존해서 당연한 것 처럼 특정 정당의 후보에 몰표를 안겨줬지만 이번에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그 이유는 나라를 살리고 피폐해진 전북을 동시에 살려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대통령이 된 것처럼 움직이는 문재인도 더 철저하게 따져야 하고 이재명 안철수 박원순 손학규 유승민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이번에도 광주 전남과 함께 호남으로 묶여 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유권자가 작은 전북은 나라와 전북을 함께 살릴 수 있는 전략적 선거를 해야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1.02 23:02

성찰의 시간

실상사 도법스님을 찾아간 그 해, 그 날은 공교롭게도 크리스마스였다. 한 해 끄트머리, 새해 아침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위해 찾아간 자리. 도법스님은 2001년 2월 시작한 천일기도를 끝내고 새로운 형태의 평화운동체인 ‘지리산생명결사’를 만들어 ‘생명과 평화를 가꾸고 얻는 일’을 시작한 터였다. 스님이 산문을 넘어서지 않고 생명과 평화와 민족화해를 위해 기도에 매달리는 동안에도 전쟁은 났고 생명은 파괴되었으며 이전투구, 갈등과 반목은 깊어졌다. ‘무엇을 얻으셨냐’고 물었다. 우문(愚問)이었다. 스님은 “기도는 무엇을 추구하던지 일차적으로는 자기 성찰”이라고 이 말했다. 성찰은 밥 먹고 물 마시는 것 같이 해야 하는, 우리 삶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우리 삶의 어떤 것도 성찰을 통해서만 비로소 진짜를 볼 수 있다고 스님은 강조했다. “희망적인 삶을 살고 싶다면 자기 성찰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성찰의 삶을 통해 거품은 걷어내고 환상은 깨고, 참된 가치들을 드러내는 삶을 살게 되면 자연스럽게 희망이 길이 열리게 된다.” 고단하고 분주한 일상에서도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스님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단언했다. 가장 좋은 방식은 걸음을 생활화하는 것. 묵묵히 걷는 시간, 온몸을 써서 걷게 되면 ‘나의 생명’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된다고 했다. 스님의 조언대로 ‘그런 과정 속에서 자기 소리를 더 충실하게 듣게 되고, 그 들음을 통해서 쓸데없는 거품이 걷히기도 하고 환상이 깨지면서 삶의 참된 가치들이 현실로 작동하게 된다’면 걷지 않을 이유가 없다. 며칠 전 꽤 이름난 식당에 갔다. 예전 같으면 자리가 부족할 점심시간이었는데 의외로 한산했다. 1시간 정도 머무는 동안 몇 개 안되는 테이블도 채 차지 않았다. ‘손님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했더니 주인아저씨가 답했다. “나라가 어수선하잖아요. 좀 참아야지요. 좋을 때도 있으면 안 좋을 때도 있는 것 아니겠어요.” 위안이라도 될까 싶어 건넸던 인사말에 돌아온 주인아저씨의 답이 오히려 위안이 됐다. 대한민국의 힘은 이렇게 착한 국민들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한해가 가고 있다. ‘성찰을 통해서만 비로소 진짜를 볼 수 있다’는 스님의 말씀을 떠올린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를 성찰하게 하는 풍경이 적지 않다. 온 나라가 혼란에 빠져있는 세밑, 우리에게 진짜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12.30 23:02

누란지세

닭 만큼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한 동물도 없는 것 같다. 닭과 관련된 속담이나 비유가 유달리 많은 것도 닭이 그만큼 오랫동안 우리 삶 속에 깊숙이 투영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속담이나 비유는 대부분 하찮은 존재로 인식하거나 비하하는 게 대부분이다. ‘꿩 대신 닭’ ‘촌닭 관청에 간 것 같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 ‘닭 볏이 될 지언정 소꼬리는 되지마라’ ‘닭도 제 앞 모이 긁어 먹는다’ ‘닭의 새끼 봉 되랴’ ‘닭 길러 족제비 좋은 일 시킨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쓴다’`개 잡아먹다 동네 인심 잃고, 닭 잡아먹다 이웃 인심 잃는다’.달걀과 관련된 속담은 깨지기 쉽거나 연약함을 빗대는 경우가 많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달걀에도 뼈가 있다’ ‘조막손이 달걀 도둑질하기다’ ‘계란을 삶는 데도 예절이 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계란도 굴러가다 서는 모가 있다’. 사람들의 애용 식품이면서도 조롱을 받아온 닭과 계란이 요즘 귀한 존재로 떠올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국내 사육 닭의 15.1% 2400여만 마리가 살처분 됐다. 그 여파로 계란 값이 폭등하고, 제과업 등 관련 업종들이 줄줄이 타격을 받고 있다. 인수전염공통병으로 사람에게 전염될 것에 대한 우려보다 경제적인 문제가 당장의 현안이 되고 있다. 닭 사육이 대규모화 된 이후 가장 흔한 식재료였던 계란이 이리 귀히 여겨지고 있는 때는 처음일 것 같다.도내 최대 산란계 밀집지역인 김제 용지에서 AI가 발생했으나 발생 농가 주변의 일부 농가들이 닭 살처분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높은 계란 가격에 대한 기대 수익과 산란종계 살처분에 따른 입식의 어려움을 예상해서다. 애지중지 키운 산란계를 살처분하려는 농가의 심정을 이해할 법하다. 그러나 더 큰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가 이것뿐이라면 어쩌랴.세상에 하찮은 존재란 없다. 그리 흔하게 여겼던 계란이 품귀현상을 빚어 항공 수입까지 이뤄져야 할 지경이다. 가히 누란지세다. 국정농단 등으로 국가적 위기상황에 닭 산업까지 위기다. 유신 독재시절에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다. ‘삶은 닭이 울까’ ‘산닭 길들이기는 사람마다 어렵다’ ‘알까기 전에 병아리 세지 마라’는 지혜가 담긴 속담도 있다. 누란지세를 극복하는 데 ‘콜럼버스 달걀’이 나오길 바란다. 닭이 수난을 받으며 닭띠 새해를 맞을 수는 없지 않은가.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12.29 23:02

병신년 정유년

어감(語感)이 좋지 않았던, 병신년이 저물고 있다. 가는 해야 잡을 수 없지만, 우주의 주기적 운행으로 산출된 60갑자는 되풀이 되니, 결국 병신년도 다시 돌아온다.대한민국은 이번 병신년에 큰 치부를 드러냈다. 많은 국민들이 선진국, 민주국가로 자랑스러워 하던 대한민국이 실은 몇몇 권력가들의 분탕질로 인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역사는 2016 병신년에 일어난 사건을 박근혜최순실게이트로 기록할 것이다.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고선 선의에 의해서 한 일이라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박근혜, 모르쇠와 변명으로 일관하는 사건 관련자들의 뻔뻔함을 낱낱이 기록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국민이 탄핵하고, 국회가 탄핵하고, 검찰이 뇌물 피의자로 찍고, 특별검사가 대통령의 뇌물죄 등 광범위한 비리를 수사하고 나선 사실을 빠짐없이 적시할 것이다. 보수의 탈을 쓰고 부패 권력을 옹호하는 새누리당 친박 패거리들의 가소로운 행태를 기록할 것이다.역사는 또 2016년 촛불의 승리를 기록할 것이다. 소위 이 땅의 민주화 이후에도 부정부패, 불의 등에 항거하던 시민들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아스팔트 위에 나뒹굴고, 방패에 찍히고, 걷어차이는 등 공권력에 짓밟혀 왔다. 5.16쿠데타, 유신독재, 전두환 군사독재의 탄압이 이 땅에서 물러갔다고 믿었던 국민에게 권력은 철가면을 쓰고 철퇴를 휘둘렀다. 봄이 온 듯 했지만 봄은 오지 않았다. 봄이 온 줄 알고 억울함을 정부에 하소연하고, 항거하던 시민들은 공권력에 짓눌렸다.그리고 얻은 지혜가 촛불이었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촛불 하나, 촛불 둘이 수십만 촛불을 만들었다. 태풍에도 꺼지지 않는 촛불, 평화로운 촛불 앞에서 공권력도 공격 앞으로를 외치지 못했다. 2016 촛불집회는 부패권력에 맞서 싸운 시민이 승리한 위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음울한 역사를 남긴 채 기울어가는 병신년, 그 뒤로 닭띠 정유년 새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유년엔 특검 수사 결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가 나온다. 그에 따라 대통령선거가 앞당겨 실시된다. 여러 세력간 대권 다툼이 치열하고, 과열과 혼란도 우려된다. 국민은 병신년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게 얼마나 바보 짓인가를 알았다. 정유년엔 똑바로 투표해야 한다. 420년 전 정유년, 정유재란의 화마가 조선땅을 휩쓸었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12.28 23:02

역린과 성호사서

양파껍질 비유 말라, 고구마 줄기 터무니없다. 양파껍질이 많아야 몇 겹이나 되겠는가, 고구마 줄기에 매달린 고구마가 얼마나 되겠는가? 최근 최순실씨 국정농단과 관련된 언론보도에 매일같이 ‘단독보도’가 넘쳐나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 그 끝이 어딘지 한숨만 나온다.최고 통치자에게 측근은 양날의 검이다. 잘하면 충신이지만, 잘못하면 자신을 겨누는 칼끝이 된다. 안타깝게도 역사 속에서는 전자보다 후자의 이야기가 더 많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 이유를 한비자는 ‘역린(逆鱗)’으로 설명하고 있다. 역린이란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이다. 이 비늘을 건드린 사람은 죽음을 면하지 못한다. 이와는 달리 용은 길들이면 타고 다닐 수도 있다. 그래서 신하들은 거꾸로 난 비늘을 절대로 건드리지 않으면서 용을 타고 다닐 궁리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역린은 충언을 하고 제대로 보좌하며 올바른 길로 안내하는 것이다. 그러나 충성스러운 언어는 귀에 거슬리고 좋은 약은 입에 쓰다. 통치자가 좋아할리 없다. 반대로 역린을 피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고 아부하면서 비위를 맞추는 것이다. 우선 듣기에는 기분이 좋고 그럴 듯하니 받아들여지기 쉽다. 그래서 자질이 부족한 군주 곁에는 항상 충신보다는 간신들이 들끓기 마련이다. 박근혜 정부의 주변에 온통 기름장어니 미꾸라지니, 국민밉상이니 하는 별명들만 보이고 청문회 증인들이 한결같이 잡아떼기와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시절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내각이니, 강부자(강남의 부동산 부자) 내각이니, 회전문 인사니 하는 말들이 나돌았던 것도 마찬가지다.성호사서(城狐社鼠)는 성곽의 굴에 사는 여우와 묘당에 사는 쥐라는 뜻으로 임금에게 빌붙어 사익을 챙기고 국정을 농단하는 간신 측근들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들을 제거하는 일은 쉽지 않다. 여우굴을 들쑤시면 성곽이 무너질까 두렵고 쥐를 잡으려니 묘당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방치하면 민란이 발생하게 된다. 환관들의 국정농단이 불러온 황건적의 난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래서 군주는 항상 여우가 굴을 파고 쥐가 자리잡기 전에 간신들이 근접하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구린내 나는 측근들을 멀리 하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이 중심이 되어 함께 권력을 사유화하고 비리를 키워왔다. 이제와서 몰랐다, 선의로 한일이라고 발뺌해보지만 낯 두꺼운 변명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민들의 가슴속에는 이미 민란이 진행되고 있다.이성원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6.12.27 23:02

군산조선소 살리는 법

요즘 같이 국회의원 하기가 힘든 적도 없을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사태가 낱낱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분노의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촛불집회를 벌이면서 광장정치를 이어간 것도 한 원인일 수 있다. 광장정치로 국회를 압박해 234명이라는 절대적인 숫자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토록 했다. 지금 분노에 찬 국민들은 대권욕에만 눈먼 정치권을 갈아 엎을 기세다.국회가 정치의 중심이 됐던 예전에는 국회의원은 각종 특권을 누리며 서슴없이 행정부를 상대로 갑질을 해왔다. 권한만 있고 책임 없는 자리라서 더 그랬다. 억대 세비를 받고 면책특권 불체포특권까지 누리는 그야말로 선망받는 자리였다. 대통령만 빼고는 그 누구도 쉽게 만나고 때로는 재벌과의 정경유착(?)을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까지 생겨났을 정도였다. 지역구에 내려오면 자신이 공천한 시장 ·군수와 지방의원 한테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그 맛에 목숨 걸고 전 재산을 탕진하며 국회의원 하려는 사람이 많았다.하지만 국민이 깨어나고 각종 시민단체들의 감시가 심해지면서 국회의원 위상이 달라졌다. 의정활동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어영부영 못하게 됐다. 출석여부도 철저하게 체크돼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 불참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예외 없는 규정이 없듯 외견상 의정활동이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국민들로부터는 더 불신을 산다. 지금도 국회가 당리당략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선공후사(先公後私)를 좌우명처럼 써붙여 놓지만 아직도 잿밥에만 관심이 많은 탄핵해야 할 집단으로 비춰진다. 경제여건이 안좋은 전북에서 국회의원 하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중앙 정치 무대에서 본인들이 중심에 서서 모든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법 만들고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 이외에도 그렇다. 더욱이 보수정권이 장기간 집권하면서 전북 출신 공직자들이 인사때마다 불이익을 받아와 손잡고 일할 고위공직자가 없다. 자연히 힘 있는 자리에 전북 출신이 없다보니까 지역사업이나 민원 챙기기가 쉽지 않다. 남의 힘 빌리고 발품을 팔아도 사람이 없어 힘이 몇배로 든다.요즘 군산이 아우성이다. 내년 4월이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문 닫을 처지에 놓였다. 지난 4월 군산조선소 협력업체가 86개였는데 지난달 말 72개로 감소했다. 만약 군산조선소가 문 닫으면 군산경제는 30%가 직격탄을 맞는다. 군산경제를 못 살리면 전북경제도 휘청거린다. 지금 키는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이 쥐고 있다. 지난 총선 때 지역발전을 도모해 나가겠다고 사자후를 토했던 10명의 국회의원들이 똘똘 뭉쳐서 정 이사장을 만나 조선소가 존치되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간 40만의 도민들이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해 서명부를 작성,현대중공업에 전달했다. 정파를 떠나 이번 기회에 군산조선소를 살리는데 모두가 앞장서길 바랄뿐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12.26 23:02

대통령의 취미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취미가 소개된 적 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독립혁명군 총사령관으로 독립전쟁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그는 고향인 버지니아주 마운트 버넌에 있는 농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지으며 평화로운 삶을 사는 게 꿈이었다. 임기가 끝난 후 자신의 꿈을 실현했지만 그 시간은 2년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정치가이며 교육자·철학자로 미국의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그는 은퇴 후 버지니아의 몬티첼로에 돌아가 버지니아대학교를 설립해 교육 발전에 이바지했다. 대학 설립은 그의 ‘마지막 관심사이자 조국에 바치는 마지막 봉사’였다. 취미는 건축. 자신의 몬티첼로 저택과 버지니아주 의사당을 설계했을 정도로 전문성이 있었다. 존 퀸시 애덤스 미국 6대 대통령. 2대 대통령 J.애덤스의 아들이기도 한 그는 하버드대 출신으로 국무장관 시절 ‘먼로 선언’의 기초를 만들었을 정도로 박학다식했다. 취미는 누드수영. 포토맥 강에서 누드로 수영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촉망받는 법조인 출신으로 미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앤드루 잭슨. 그는 의외로 백악관에서 측근들과 술 마시는 것을 좋아했으며 도박과 경마를 즐겼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26대 대통령. 미국의 국력을 크게 키운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그는 운동을 즐겼다. 청소년기에는 몸을 단련하기 위해 애썼으며 성인되어서는 일본의 전통무예와 권투에 심취했을 정도였다. 29대 부통령을 거쳐 30대 대통령이 된 캘빈 쿨리지. ‘고귀한 인품을 가진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그의 취미는 낮잠. 점심 후 2시간 정도 낮잠을 즐겼다. 케네디가 암살당한 후 대통령이 되어 진보적 정책을 실현했던 린던 존슨 36대 대통령. 그는 자신의 목장에서 술을 마시고 자동차로 질주하는 것을 즐겼는데,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것처럼 운전하면서 호수로 돌진해 함께 타고 있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한다. 빌 클린턴 제42대 대통령. 그의 취미는 알려져 있기로는 색소폰 연주지만 은퇴 후에는 뉴욕타임스에 십자 낱말 맞추기 요령을 기고할 정도로 십자 낱말 맞추기를 즐겼다. 의외의 취미를 가지고 있거나 삶의 궤적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취미와 꿈을 가진 대통령들이 흥미롭다. 취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이다. 그만큼 본업과 취미의 경계는 분명하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취미가 궁금해진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12.23 23:02

큰 그림

부산시가 핵심 대선공약사업으로 부산 앞바다를 멀리 가로지르는 제2해안순환도로 사업을 검토 중이란 소식이다. 부산시의 동편에 위치한 해운대와 서편의 가덕도를 잇는 제2해안순환도로의 총연장은 36.7㎞에 달한다. 이 사업의 1단계는 해운대~남구(8.1㎞), 2단계는 남구~영도(4.8㎞), 3단계는 영도~다대포(11.4㎞), 4단계는 다대포~가덕도(12.4㎞)다. 부산시는 총 사업비를 10조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환경문제를 피하기 위해 바다 구간은 침매터널(바닷속 터널)로 하고, 육지 구간도 지하터널로 건설해 민원을 피하겠다는 구상이다. 천문학적 예산 부담 때문에 연차적으로 추진, 2042년에 완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제2해안순환도로가 완공되면 경북 포항에서 해운대, 거가대교를 거쳐 경남 남해와 전남 여수·광양까지 이어진다. 이 매머드급 도로건설사업 계획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30년 전 광안대교도 처음에는 ‘미쳤냐’는 소리를 들었다”며 “제2해안순환도로도 앞으로 30~50년 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해볼 만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항구도시 부산은 해안선을 따라 동서로 쭉 뻗은 모양이다. 들쭉날쭉한 해안선 지형 때문에 교통이 불편, 그동안 광안대교, 부산항대교, 남항대교, 을숙도대교, 신호대교, 가덕대교 등 큰 다리가 많이 건설됐다. 이 도로망이 수십년에 걸쳐 구축된 덕분에 항구도시 부산의 물류망은 안정적이다. 바다를 가로질러 건설된 광안대교의 야경이 광안리 해수욕장을 유명 관광지로 만든 것 등은 덤이다. 부산 도심을 완전히 피해 해운대에서 영도, 다대포, 가덕도 36.7㎞를 잇는 제2해안순환도로 건설계획은 천문학적 예산과 환경피해 논란 등에도 불구, 도전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전북에서도 도전은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역사라는 새만금사업이 진행 중이고, 고창과 부안을 잇는 부창대교, 군산과 장항을 잇는 동백대교, 새만금방조제 신시도에서 출발해 무녀도와 신시도 등 고군산군도를 연결하는 도로 등 나름 적지 않다. 다만 부산이 황새 걸음이라면 전북은 멧새 걸음이다. 동백대교는 막바지 상판 연결이 하대백년이고, 고군산연결도로는 무녀도에서 막혔다. 부창대교는 15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하다. 부산이 10조 사업을 내놓을 때 전북은 진행 사업조차 오리무중이다. 전북도가 빨라진 대선시계를 겨냥해 대선공약사업을 준비 중이다. ‘미쳤냐’ 소리 나오는 공약 없나.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12.22 23:02

AI시대 AI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6형 AI)가 전국의 닭과 오리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 충북 음성에서 AI가 처음 발병한 이후 현재까지 경남북·제주를 제외하고 전국으로 번졌다. 농식품부 집계 기준으로 19일까지 1970만 마리의 닭·오리가 살처분·매몰되고, 200여만 마리가 살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위기경보를 심각단계로 격상해 AI 중앙수습대책본부를 설치하고, AI 방역에 범정부적으로 총력 대응체제에 나섰으나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AI피해가 연례행사가 되고 있으나 왜 이리 속수무책일까. AI의 주범은 이번에도 야생조류가 지목됐다. 건국대가 연구목적으로 충남 천안시 풍세면 봉강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H5N6형 바이러스를 검출하면서다. 그러나 야생조류의 전염을 원천적으로 막을 길이 없다. 농식품부가 ‘철새주의’단계를 발령했으나 전염을 막지 못했다. 소독과 이동제한으로 전염을 막고 있으나 속속 뚫렸다. 백신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인공지능의 AI시대에 AI대책은 여전히 원시적인 셈이다. 농축산검역본부가 AI발생 초기 인공지능의 빅데이터 분석을 시도하기는 했다. 차량이동 관련정보(시간차, 거리, 농장밀도, 축종 등)를 토대로 빅데이터(머신러닝) 분석기법으로 질병전파의 위험을 산출한 것이다. 지난해 발생농장들의 차량 이동 역할 패턴을 빅데이터의 기초자료로 제공, 차량이 방문한 농장별로 발생위험도를 가렸다. 그러나 빅데이터 분석으로 예측한 상황은 실제 상황과 많은 차이가 나면서 방역활동에 별 도움을 받지 못한 것 같다.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사람에게 한 번도 노출된 적 없는 전혀 새로운 단백질을 갖고 있어 사람에 감염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우리의 경우 아직까지 인체 전염 사례가 없지만, 홍콩·베트남·태국 등지에서 사망자가 속출했다. 중국에서도 현재 유행하고 있는 H5N6형에 17명이 감염돼 1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AI포비아’현상이 없다고 자만할 상황이 아닌 셈이다.전북은 닭·오리 축산농가가 많고, 국내 최대 양계 관련 기업인 하림이 있다. 혁신도시 소재 국립축산과학원과 익산의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도 설립돼 있다. 전북의 농가와 기업, 연구소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춘 셈이다. 당장이 아니더라도, AI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해법이 여기서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12.21 23:02

키친 캐비넷

‘키친 캐비넷(kitchen cabinet)’이라는 단어가 많은 사람들의 입줄에 오르내렸다. 박근혜 대통령측이 헌재에 낸 답변서에 최순실과의 만남을 ‘키친 캐비넷’으로 표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SNS 등에는 비아냥이 넘쳐 흘렀다.키친 캐비넷은 미국식 정치문화이다. 대통령이 백악관에만 갇혀 살다보면 일반 국민들의 여론이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초청해서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 듯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허심탄회하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비슷하게 우리나라 왕들도 예부터 미행(微行)을 해왔다. 평복을 하고 신분을 숨긴 채 서민들의 삶의 현장에 들어가서 국민들의 살림을 살피고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것을 바로잡았다. 구중궁궐에 살고 있는 임금에게 이러한 민정시찰은 꼭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그러나 이번 일은 미행이나 키친 캐비넷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이러한 전통과 문화를 모욕한 사례다. 키친 캐비넷이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참석자들이 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이해관계가 없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국민의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고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과 최순실의 만남은 사적 이익과 사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주를 이뤘고, 국민여론에 대한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이 주요 기능이었다. 국정운영을 걱정하기 보다는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도둑질과 강탈, 그리고 공갈과 협박 등의 모의가 주로 이뤄졌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 수사와 청문회를 앞두고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나서고 말 맞추기를 시도한 것 등이 바로 그 증거이다.사실 처음에는 ‘키친 캐비넷’을 ‘치킨 케이지(chicken cage)’로 잘못 이해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2000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하고도, 아직 그 끝을 모르는 정책의 대실패에 대한 해명과 대책을 기대했다. 닭장을 잘못 관리해서 AI가 이 꼴이 됐으니 앞으로는 닭장 관리를 잘하고 방역에 철저를 기하겠다는 뜻인 줄 알았다.검찰수사와 청문회를 통해서 이미 상당부분이 범죄행위로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이를 선의로 포장하고 주장하는 것은 궤변이자 후안무치이다. 그런데도 대통령 변호인단이 국민의 정서를 배신하면서까지 언어를 혼탁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라도 언어가 마술을 부려서 현실을 바꿔주기를 꿈꾸는 것은 아닐까?·이성원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6.12.20 23:02

정동영의 존재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대선 시계가 빨라졌다. 정치권과 국민들은 헌법재판소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될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촛불집회를 거듭하면서 국민 80% 가까이가 탄핵 인용 결정이 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이 헌재에서 기각된 것은 당시 국민여론 다수가 기각쪽으로 기운 게 영향을 미쳤다. 헌재가 본격적으로 심리에 나서겠지만 국민여론을 외면할 수 만은 없을 것이다.조기 대선이 점쳐지면서 대권 주자들의 전북 발길이 잦아졌다. 안철수 이재명 문재인 손학규 등이 차례로 전북을 방문, 대권주자로서 비전을 제시했다. 여론조사 결과 문 전대표가 1위를 달리지만 전북에서의 반응은 별로다. 그 이유는 지난 총선 때 자신이 한 발언이 정략적이었다고 얼버무리면서 넘기려하기 때문이다. 문 전대표는 지난 총선 때 호남에서 패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금까지 실천은 커녕 변명하기에 급급했다.전북 출신 대선 주자가 없어서인지 전북을 공략하려는 대선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 같다. 하지만 도민들의 관심과 지지열기는 느낄 수 없다. 대선 정국이 조기에 형성돼 가고 있지만 도민들은 전북 출신 주자가 없는 것에 아쉬워 한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예전에 비해 정치적 중량감이 떨어지고 존재감이 약해 별다르게 거론이 안된다. 본인이야 큰 그림을 그리고 싶겠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뒷받침 되지 않아 대권주자의 반열에 끼지 못하고 있다.정 의원은 안철수가 만든 국민의당에서도 정치적 비중이 약해 보인다. 오너가 아닌데다 박지원 대표한테도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 어렵게 입성한 정의원의 입지가 약해진 것은 자업자득이다. 진정성 없이 앵무새처럼 말로만 정치를 한 사람으로 각인된 탓이 크다. MB한테 대선에서 패한 후 인고의 세월을 보냈더라면 현재 그의 입지는 달라졌을 것이다. 오래 참지 못한 게 그의 약점이다. 매스컴의 조명을 받지 못하면 발병이 날 정도로 조급증 같은 게 있다. 한때 권력을 쥐락펴락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요즘 그는 존재감을 부각시키려고 매스컴 노출 빈도가 잦다. 노무현 정권 때 대권주자였기 때문에 뭔가 큰 역할을 하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으로 비친다. 지역에서조차 그의 행보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 이유는 가능성이 작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부터 전주 김제통합을 들고 나온 것도 생뚱 맞다. 김제시민들 분란만 일으켰다. 전주 완주도 통합을 못하고 있는 판에 웬 전주 김제 통합이냐는 것이다. 왜 그가 이 시점에서 전주와 김제를 통합시켜야 한다고 주창하는지 그 저의에 의심을 갖는다. 혹시 그걸 명분 삼아 도지사 선거에 나서려는 것 아닌가 하는 시선도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인 정의원은 전주시민들이 왜 그를 국회의원으로 뽑아줬는지 다시금 헤아려 봐야할 때다.·백성일 상무이사·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12.19 23:02

정조와 책가도

‘책가도(冊架圖)’는 책과 벼루, 붓 등이 놓인 격자형 장식장을 그린 그림으로 ‘책거리’라고도 부른다. 조선시대 번성한 책가도는 중국의 다보각경(多寶各景)과 다보격경(多寶格景)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지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중세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독서와 명상을 위한 작은 서재 ‘스투디올로(Studiolo)’가 진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가도와 관련해서는 학문을 통해 세상을 이끌고자했던 정조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개혁과 대통합을 실현코자 했던 정조는 탁월한 정치로 한 시대를 통치한 군주였지만 당대 최고의 학자이자 저술가이기도 했다. 천성적으로 책읽기를 즐겼으나 바쁜 정사에 밀려 책 읽을 시간이 부족했던 정조는 그러한 아쉬움을 그림으로라도 채우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는 책으로 채워진 장식장을 그리게 해 어좌 뒤에 놓인 ‘일월오봉도’ 대신 놓아두게 했다. 정조는 ‘이것은 책이 아니고 그림일 뿐이다’고 강조했다지만 이 책가도 병풍을 보며 학문으로 세상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굳게 다졌을 것이다. 정조의 책가도 사랑은 특별했다. 왕권을 상징하는 ‘일월오봉도’대신 책가도를 놓게 한 것도 그렇거니와 내로라하는 당대의 화원들에게 책가도 그림을 그리게 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자 이들을 귀양 보내고 다시 그림을 그리게 할 정도였다. 물론 정조의 책가도 안에 놓인 책들은 그가 읽었던 책들이거나 자신의 사상과 세계관을 반영한 책들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조가 애용했던 책가도 그림은 전하지 않는다. 책가도는 조선후기에 접어들면서 사대부 뿐 아니라 서민들 사이에서도 유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달라져 책가도 안에 놓인 물건들은 책 뿐 아니라 일상용구나 골동품 등 책과는 관련 없는 다양한 물품이 등장하게 되었다. 사실 책가도를 탄생시킨 중국의 다보각경이나 다보격경은 장식장을 그린 그림이란 점에서는 성격이 같지만 그 안에 놓인 물건들이 도자기나 청동기 보석 등 귀한 물건이었던데 비해 조선시대 책가도는 귀한 물건보다는 책이 중심이었으니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정조의 책가도 사랑을 들여다보면 한 나라를 이끄는 통치자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는 더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이 여전히 미궁이다.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지만 그 드러나는 실체를 마주하는 국민들의 심경은 더 참담해지고 있다. 기막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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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6.12.16 23:02

거위의 꿈

물론 연애수첩에 등장하는 명구 ‘신발 거꾸로 신다’가 최근 개봉한 영화 라라랜드의 결말 메시지는 아니다. 감독은 영화적 반전을 통해 사랑은 현실과 공존하기 힘들다는 등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영화 라라랜드에는 음악이 있고, 춤이 있고, 꿈이 있고, 사랑이 있고, 성공이 있다. 리듬감이 있고, 재미 있다. 하지만 모든 어려움을 딛고 성공했을 때, 현실적 부와 명예를 추구하는 인간의 속성 때문에 아름다운 사랑조차 상처받을 수 있음을 속삭인다. 남자 주인공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은 멋지고 실력있는 재즈 피아니스트다. 오직 정통 재즈만을 추구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재즈는 돈벌이가 안되는 흘러간 물이다. 세바스찬처럼 재즈하는 연주가들은 배가 고프다. 세바스찬은 결국 재즈를 포기하고 세류에 휩쓸려 그에게는 그저 ‘영혼없는 음악’일 뿐 판에서 건반을 두드리며 무료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여자주인공 미아(엠마 스톤)는 배우 지망생이다. 헐리우드가 그녀의 목표다. 하지만 오디션에서 매번 고배를 마시고 시름에 잠긴다. 시골 마을 출신인 미아는 도회지의 카페에서 점원으로 일하지만 연속되는 오디션 탈락에도 불구하고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우연히,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하고 갈등도 겪는다. 꿈을 포기하고자 하는 우여곡절이 있다. 그 때마다 서로의 도움으로 꿈을 찾아갈 수 있게 된다. 서로에게 항상 사랑하겠다고 다짐한다.5년 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정적 삶을 산 두 사람은 결국 재즈 피아니스트와 스타 배우로 크게 성공해 있다. 하지만 그들이 꿈꾸었던 라라랜드에 비즈니스 성공은 있었지만 사랑은 사라지고 없었다. 사람들은 인생의 성공을 위해 평생을 질주한다. 세바스찬은 진정한 재즈 연주가, 미아는 화려한 명배우를 꿈꿨다. 그들은 라라랜드에서 그 꿈을 이뤘다. 현실에서 자신의 꿈을 실제로 이루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요즘 젊은이들은 영화 라라랜드 속 주인공들이 얻은 성공에서 어떤 영감을 얻을 수 있을까. 가수 인순이의 가요 ‘거위의 꿈’은 말한다.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누군가가 등 뒤에서 뜻 모를 비웃음을 지어도 참고 견뎌낸 꿈. 그 꿈이 있기에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할 수 있고, 그 벽을 넘어 하늘 높이 날을 수 있지요. ·김재호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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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6.12.15 23:02

올해의 사자성어

연말이 되면 한자권의 나라들은 한 해를 대표하는 한자를 선정한다. 일본 한자능력검정협회는 올해 일본 사회를 상징하는 한자로 돈과 황금을 뜻하는 ‘金(금)’을 선정했다. 하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선전한 선수들의 금메달, 마스조에 요이치 전 도쿄도지사의 정치자금 사적 유용,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금발과 부호 이미지 등으로 인해 ‘金’이 선정됐다고 협회는 설명했다. 대만은 2016년을 상징하는 한자로 ‘괴로울 고(苦)’를 선정했다. 올 자연재해가 잇따랐고, 양안관계가 악화하면서 관광 관련 산업이 크게 타격을 받았으며, 저소득 젊은층이 증대하는 것 등이 그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2001년부터 교수신문에서 매년 사자성어로 한 해의 세태를 꼬집어 왔다. 오리무중(五里霧中). 이합집산(離合集散) 우왕좌왕(右往左往) 당동벌이(黨同伐異-잘잘못에 관계없이 같은 무리끼리 뭉치고 다른 무리는 공격함), 상화하택(上火下澤-서로 이반하고 분열함), 밀운불우(密雲不雨-구름은 끼었으나 비가 오지 않음), 자기기인(自欺欺人-자기도 속이고 남도 속임), 호질기의(護疾忌醫-병을 숨겨 의원에게 보이기를 꺼림), 방기곡경(旁岐曲逕-샛길과 굽은 길), 장두노미(藏頭露尾-머리는 감췄으나 꼬리가 드러남), 엄이도종(掩耳盜鐘-귀를 막고 종을 훔침), 거세개탁(擧世皆濁-세상이 온통 혼탁) 등이 현 정부 전까지 선정됐던 사자성어다. 전체적인 흐름에서 매년 비판의 강도가 세졌고. 그에 걸맞은 말을 찾기 위해 어려운 고사성어도 동원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는 그야말로 점입가경이었다. 2013년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도행역시(倒行逆施)가 선정됐으며, 2014년은 윗사람과 아랫사람들을 농락하여 권세를 휘두르는 것을 비유한 지록위마(指鹿爲馬)였다. 지난해는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는 뜻의 혼용무도(昏庸無道)였다. 극단적인 상황을 꼬집는 사자성어들이 이미 다 등장한 마당에 올 세태를 나타낼 사자성어가 궁금하다. 얼룩진 국정농락에 맞서 수백만명이 촛불을 든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사자성어가 나올수나 있을까. 교수신문은 올 처음 사자성어가 아닌 한글 ‘곶 됴코 여름 하나니’를 새해 소망으로 정했다. 춘향전에 등장하는 ‘촉루낙시민루낙(燭漏落時民漏落,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가성고처원성고(歌聲高處怨聲高,노랫소리 높은 곳에 백성들의 원망소리 높았더라)’로 화답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12.14 23:02

댕댕이가 나라를 구해?

이번 최순실 청문회에는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 지금까지의 결과만을 놓고 보면 국회의원보다는 오히려 증인이나 참고인들이 스타로 탄생하고 있다는 점이다.대통령의 전화 지시 하나로 문화창조융합벨트 본부장에서 물러났다는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은 참고인으로 나와 문화창조 사업을 ‘그 끝을 알 수 없는 비리의 온상이자 문화계의 4대강 사업’으로 표현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다른 참고인인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전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점을 핵 사이다처럼 소신 있게 표현해 박수를 받았다.한때 최순실의 최측근이었던 고영태씨는 증인으로 나와 최순실씨와 관련한 중요하고 핵심적인 내용을 작심 발언해서 스타반열에 올랐다. 물론 그의 진술 일부를 두고 위증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디시인사이드에 고영태 팬카페가 만들어졌을 정도니 스타임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는 ‘최순실을 모른다’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위증을 밝혀낼 자료를 제공한 곳이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인증샷을 올린 곳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협동과 활발한 정보교류를 통해 잠적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행방을 쫓는 등 또 다른 한 건을 준비하고 있다.그런데 이 곳에서는 최근 ‘댕댕이가 나라를 구했다’는 이상한 말이 많이 나돌았다. 고영태씨가 최순실과 멀어지게 된 동기가 정유라의 강아지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강아지가 없었더라면 둘 사이가 틀어지지 않았고, 청문회에서 작심발언도 없었을 것이라는 서글픈 평가를 담고 있다.그런데 왜 댕댕이일까? 댕댕이는 멍멍이를 뜻한다. 손글씨로 쓰면 댕댕이와 멍멍이가 서로 구분이 안될 정도로 비슷해서 헷갈린다. 그래서 유저들이 유희적으로 쓰는 말이며, 디시인사이드 야구갤러리의 인터넷 신조어 목록인 야민정음에도 등재돼 있다. ‘댕댕이가 나라를 구했다’는 것은 장난삼은 표현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너무 씁쓸하다. 강아지 때문에 사이가 틀어질 정도라면 그들 사이는 ”양야치들의 의리’처럼 애초부터 뻔한 관계이다. 그런 사람들이 한 통속이 되어 한때나마 나라를 주물렀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영국의 BBC 방송에서 조차 이를 두고 ‘강아지가 대통령을 끌어내렸나?’라는 표현과 함께 ‘강아지 게이트’라고 이름 지었으니 국민들은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이성원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6.12.13 23:02

동학의 후예들

국민들이 촛불집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다. 외형상으로 국회가 탄핵을 가결했지만 탄핵의 공로자는 국민이다. 국민들이 첫 촛불집회 때부터 박 대통령의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했기 때문에 지난 9일 국회에서 234표라는 압도적인 숫자로 탄핵이 가결됐다. 이번 탄핵안 가결은 노무현 전대통령 때와는 본질이 다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이라는 개인으로 하여금 국정을 농단케 해 사익을 취하도록 협조 내지는 묵인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사법적 탄핵도 가능할 것이다.전국민이 함께 한 7차례의 촛불집회 때마다 도민들의 열의와 성원이 빛났다.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주말만 되면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것을 당연시 할 정도로 적극성을 보였다. 성미가 급한 도민들 가운데는 가족과 삼삼오오 짝을 이뤄 광화문까지 가서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열의를 보였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민주주의를 지키고 바로 세우는데 반드시 동참해야 할 것 아니냐’며 의지를 다졌다. 도민들이 촛불집회에 자발적으로 대거 참가했던 것은 이명박 박근혜정권으로부터 너무 차별을 심하게 받아온 탓이 크다. 특히 동학혁명의 후예답게 국가가 이처럼 처참하게 망가져 가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분연히 일어났던 것이다.그간 전북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 부분도 있지만 이번 기회에 소극적이다는 부정적 평가를 떨쳐 낼 수 있었다. 전북인도 하면 할 수 있다는 행동하는 양심을 보여줬다. 다시 한번 국가를 위해 정의감이 강한 도민들이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불의에 항거하는 도민들의 기개는 하늘을 찔렀다. 특히 청소년들이 대거 촛불 현장에 참가한 것을 봤을 때 전북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산업화가 미진해 일자리 창출이 잘 안되었지만 촛불집회 때 보여준 의지만 모아진다면 지역발전도 한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박 대통령의 탄핵은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첫 걸음마다. 일제잔재청산이 전혀 안된 상태에서 박정희 군사독재 18년이 그대로 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진 만큼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도 구악을 척결해야 한다. 4대강사업을 독단적으로 추진해 국가경제를 힘들게 한 이명박 정권도 청문회에 세워야 한다. 정경유착을 통해 이익을 도모해온 재벌도 공범자인 만큼 해체시켜야 한다. 도민들이 시민명예혁명을 이뤄낸 만큼 전북사회를 병들게 하는 모든 악의 씨앗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 전북도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큰 힘을 얻었기 때문에 갑질하는 잘못된 행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 관청의 거수기 노릇이나 하는 상공회의소도 새롭게 태어 나도록 해야 한다. 단체장과 관의 비위나 적당히 맞춰주면서 이익을 챙기는 관변단체도 탄핵해야 한다. 도민들이 이번 경험을 통해 동학의 후예답게 민주사회를 건설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 이유는 도민이 주인이라서 그렇다. 백성일 상무이사·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12.12 23:02

문정왕후

문정왕후는 조선 11대 왕 중종의 왕비이자 13대 왕 명종의 어머니다. 문정왕후가 역사 속 수많은 왕비들 중에서도 그 이름을 후대에까지 알리게 된 것은 아들 명종 대에 수렴청정하면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수렴청정은 말 그대로 풀이하면 ‘발을 드리우고 뒤에서 정치에 대해 듣는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나이 어린 왕이 즉위했을 때 성인이 될 때까지 일정 기간 동안 왕의 어머니나 할머니가 대신 국정을 처리하는, 일종의 대리정치를 이른다. 우리 역사 속에서 수렴청정으로 대리정치를 해온 왕실의 여인은 의외로 많다. 기록으로 보자면 수렴청정이 시작된 것은 일곱 살 어린 나이로 즉위한 고구려 6대왕 태조왕, 그의 어머니가 대리정치로 나섰을 때다. 신라시대에는 진흥왕과 혜공왕이 수렴청정을 겪었고, 고려시대에는 헌종과 충목왕, 충정왕, 우왕 등이 수렴청정을 거쳤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수렴청정이 더 많이 이루어졌다. 세조의 왕비 정희왕후는 아들 예종과 조카인 성종 등 2대를 걸쳐 수렴청정 했으며 명종과 선조, 순조, 헌종, 철종, 고종이 어머니나 할머니의 수렴청정을 받았다. 한 시대를 지나오면서 거의 모든 왕들이 수렴청정을 받아야 했던 것은 그만큼 조정의 문란과 부정부패, 매관매직 등 정쟁에 휩쓸려 국가가 안정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실 수렴청정은 어린 왕을 대신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했던 대리정치였지만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컸다. 문정왕후는 그중에서도 가장 부정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는 의붓아들을 죽이고 당시 국시였던 숭유억불정책을 무시하고 불교를 장려했으며 성리학의 기본이념을 개의치 않고 강력한 독재로 권력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그는 이 때문에 조선시대 남성 지배층의 가장 강력한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 문정왕후의 뛰어난 정치적 감각과 지적 능력은 긍정적으로 평가 받기도 한다. 남존여비 인식이 견고했던 시대에 남성 관료들을 쥐락펴락하면서 한 나라의 국정을 이끌었던 탁월한 전략가이자 정치가로서의 그의 존재를 주목하기 때문이다. ‘현대판 수렴청정’으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는 지금, 옛 시대 수렴청정을 했던 왕후들의 능력을 들여다보게 된다. 대부분 정쟁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지만 어찌됐든 개인적으로는 지적 능력과 탁월한 정치력을 가진 인물들이었다. ‘수렴청정’도 그만한 자격이 있었어야 했다는 증거다. 그래서다. 오늘의 우리 상황을 들여다보니 더 수치스럽다. 우리 국민은 대체 ‘어떤 사람’에게 휘둘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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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6.12.09 23:02

새도 가지를 가려 앉는다

새도 가지를 가려 앉는다는 속담이 있다. 비슷한 속담도 많다. 앉을 자리를 봐 가며 앉아라, 누울 자리를 봐 가며 발을 뻗어라, 이부자리를 보고 발을 펴라, 발 뻗을 자리를 보고 누워라.김완주 전 도지사가 jb금융지주 계열의 우리캐피탈 상임고문 자리에 앉았다. 전주 풍남문 쪽 전북은행 남문지점 건물에 사무실을 냈다. 도백을 지낸 행정전문가가 돈 장사가 전문인 캐피탈사의 상임고문이라니, 엉뚱하다.우리캐피탈은 애초 소매금융에 주력하던 전북은행이 영업반경을 넓히면서 인수한 대출 전문기업이다. 자동차 할부 구매자 등이 많이 이용하는 등 고리 장사이기 때문에 사업성이 괜찮고, jb금융의 캐피탈 인수는 성공적으로 알려진다. jb금융지주는 전북은행의 지주사다. 지분이 가장 많은 주주사는 삼양그룹이고, 삼양 특수관계인인 김한씨가 지주사 회장을 맡아 10년 가깝게 진두지휘하고 있다. 증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그는 예전 전북은행 경영진에 비해 공격적이고 진취적이다. 돈줄이 몰린 서울 등 대도시 쪽 영업망을 강화했고, 우리캐피탈과 광주은행을 인수하며 몸집을 크게 늘렸다. 일단 성공적 경영 성과다.jb금융 회장겸 광주은행 은행장인 김한 회장은 김상협 전 국무총리의 외아들이고, 김상협 총리의 부친은 삼양그룹 창업주인 김연수의 차남이다. 김한 회장은 김연수 창업주의 손자다.김연수는 일제시대 때 사업판을 벌여 크게 성공한 기업인이다. 1963년 전주종합경기장 건설 때 거금을 쾌척했고, 1968년엔 울산 입지가 기정사실로 굳어졌던 현재의 휴비스 공장을 전주공단으로 돌리는 등 애향을 실천한 인물이다.전북의 유지들은 김연수에 대한 고마움에서 그의 호를 딴 수당문이란 현판을 만들어 전주종합경기장 정문에 걸었다.김완주 전 도지사가 전주시장이던 2005년 4월19일 전주시는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등 시민단체와 함께 김연수 관련 친일 잔재로 지목된 수당문 현판을 떼어냈다. 당시 김완주 전주시장은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친일잔재 청산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감탄고토인가. 그런 그가 그로부터 11년 후 수당의 손자에게 몸을 의지해 녹을 먹고 있다. 그곳이 과연 발 뻗고 편안히 누울 자리인가 싶다. 기업으로선 대문 두드린 노객을 냉대 못하는 측은지심을 발휘한 것일까.김재호 수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12.0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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