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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함 포템킨

1905년, 러시아는 혼탁한 사회상황과 부패한 권력자들의 횡포로 민중들의 사회적 불만은 극에 달했다. 러일전쟁 이전부터 감지되고 있던 혁명의 기운은 마침내 러시아 혁명으로 이어졌다. 평화적 시위에 나선 노동자들을 향해 군대가 발포하면서 ‘피의 일요일’로 명명된 사건 이후 군중의 폭동은 더 거세져 러시아 전역으로 확산됐다. 그 와중에 흑해 함대에 속해있던 전함 포템킨 호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수병들에게 배식된 쇠고기에서 구더기가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썩은 쇠고기 배식은 예상치 못한 폭동으로 이어졌다. 쇠고기에서 살아 꿈틀대는 구더기를 발견한 수병에게 군의관이 ‘전혀 문제가 없다’며 ‘묻어 있는 구더기를 식초로 닦아내면 될 일 ‘이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수백 명의 수병들이 불만을 터뜨리며 항의하자 지휘관은 오히려 쇠고기 수프를 먹기를 강요해 거부하는 수병들은 총살에 처하겠다고 협박했다. 수병들에게는 더 이상의 선택권이 없었다. 봉기를 일으켜 전함 포템킨을 장악한 수병들은 마침내 혁명군이 되었다. 이들의 봉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포템킨 호가 정박해있던 오데사 항의 민중들이 포템킨호의 봉기에 용기를 얻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포템킨호의 봉기나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낸 오데사 항 민중들의 봉기는 성공하지 못했으나 러시아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는다. 전함 포템킨의 봉기는 사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사건이 아니다. 그러나 영화로 만들어진 <전함 포템킨>은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이름을 알렸다. 러시아 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이 영화는 1958년 브뤼셀 박람회의 ‘평론가 117명이 뽑은 세계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화학도들의 교과서가 된 이 영화는 ‘몽타주이론’을 확립해 고전 영화이론의 기술적, 예술적 토대를 구축한 세르게이 감독의 예술적 성과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세르게이 감독의 <전함 포템킨>을 상영했다. 1925년에 개봉한 이 흑백 무성영화는 오늘의 관객들에게 낯선 영역이었지만 영화의 힘을 새롭게 깨우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로 만들어지는 사실은 대개가 널리 알려진 것들이다. 그래서 <전함 포템킨>처럼 사실보다 영화가 더 알려진 경우는 흔치 않다. 역사적 사실을 온전히 영화의 힘으로 기록하고 후대에 전할 수 있다는 것. <전함 포템킨>의 울림이 크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3.31 23:02

독립운동

임실 오수초등학교가 오는 4월1일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100년 전 일제 치하에서 오수공립보통학교란 교명으로 문을 연 오수초교도 급박했던 근현대사 속에서 수많은 인재를 길러냈고, 지역사회를 견인하는 큰 힘이었다. 그 고난과 희열의 100년 역사에서 오수초교를 가장 자랑스럽게 비춰주는 사건이 하나 있다. 98년 전인 1919년 3월10일 이 학교 학생들이 오수 역전으로 몰려가 독립만세운동을 벌인 사건이다. 오수보통학교 학생들의 만세운동은 이 학교에서 근무하던 이광수 선생의 은밀한 지도 아래 일사분란하게 이뤄졌고, 일본인 교장과 순사들을 놀라게 했다. 또 3월15일 오수면 지역 독립만세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당시 전국 방방곡곡에서 펼쳐진 독립만세운동에 무슨 경중이 있겠는가. 그 중 임실의 독립만세운동이 주목되는 것은 오수보통학교 학생들의 독립만세운동, 그리고 독립선언문 민족대표 33인 중에 청웅면 출신의 박준승 선생이 참여했다는 사실 등 몇가지 특기할 사건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민족대표 33인 중 전북 출신은 임실의 박준승(천도교)과 장수의 백용성(불교) 2 명이다. 그런 연유로 국립호국원이 임실군 청웅면에 자리잡게 됐을 터이다. 임실은 호국보훈의 달인 3월과 6월이 되면 만세운동 재현, 학술대회 등을 통해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분연히 일어나 싸운 선인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고 있다. 몇 년 전에는 한말 이석용 의병장을 기리는 학술대회를 열었고, 지난 15일에는 자암 박준승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독립선언서 민족대표 33인 중 최린, 정춘수, 박희도 등 친일파로 변절한 인물도 있었지만 박준승 선생을 비롯해 한용운, 이승훈 등 나머지 30명의 민족대표는 끝까지 종교활동 등을 통해 그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독립선언 낭독 후 일경에 체포된 박준승 선생은 조국의 독립을 확신하며 가혹한 취조에 굴하지 않았다. 결국 2년형을 선고받고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른 뒤 고향 임실에서 천도교 활동에 전력했다. 갑오년에 동학농민전쟁에도 참여했던 박준승 선생은 1927년 사망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관심은 크게 부족하다. 지난 3월15일 임실 청웅에서 열린 3.1만세운동과 박준승 학술대회에 대한 군과 의회 등의 관심이 저조하자 ‘×새끼 축제에는 수백억을 쏟아부으면서 목숨바쳐 싸운 독립운동엔 …’이란 비난이 나왔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3.30 23:02

지역화폐

대선정국을 맞아 지역화폐가 복지와 지역경제활성화의 담론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역화폐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걸었고, 바른정당 후보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차세대 인터넷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지역화폐를 도입하겠다고 가세했다. 강원도상품권을 발행하며 광역 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역화폐 활성화에 공을 들여온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역화폐법률안 제정을 대선 공약으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대선 후보와 자치단체장들이 이렇게 지역화폐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흔히 지역경제 구조를 구멍 난 항아리에 비유한다.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지역의 자본이 수도권으로 유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다. 지역 안에 존재하는 자원들이 순환되도록 하는 방법을 지역화폐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지역화폐는 또 법정화폐가 갖는 이기적 속성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제시된다.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고 각자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를 나눌 수 있는 관계망 속에서 공동체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그러나 지역화폐의 이상과 현실에는 괴리가 있다. 역사적으로 지역화폐가 등장한 것은 세계대공항때 국가화폐가 유통되지 못한 상황이며, 경제상황이 호전되면서 국가통화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사라졌다. 이후 1980년대 경제가 어려워진 후 과거 유형들이 발전된 형태로 나타났다. 현대적 의미의 지역화폐의 효시는 83년 캐나다에서 마이클 린턴이 창안한 레츠시스템으로 보고 있다. 이후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면서 대략 5000여개의 지역화폐가 유통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우리의 경우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IMF시절이었던 1998년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민간단체에서 처음 지역화폐를 도입한 후 2000년도 31개의 지역화폐가 존재했다. 그러나 별 호응을 받지 못한 채 대부분 사라졌다. 1999년 출발한 대전의 한밭레츠만이 두루라는 화폐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다. 한밭레츠는 회원간 신뢰를 쌓는데 많은 공을 들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의료생협분야로 영역을 넓혀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전주에서도 2년 전 사회적경제 관련 단체와 기업들이 온이라는 지역화폐를 발행했으나 성과를 냈다는 이야기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신통치 않은 모양이다. 돈으로 모든 게 좌우되는 사회에서 돈 이상의 의미를 담으려는 지역화폐운동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일 것이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3.29 23:02

동물복지농장과 AI

먹고 살기 힘들었던 옛날에는 동물의 복지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집에서 키우던 개도 여름철 복날이 되면 잡아먹었다. 기력을 보충할 다른 방법도 딱히 없었다. 그만큼 각박했다.이러한 역사는 보신탕 풍습으로 이어지면서 논란을 낳았다. 1994년, 프랑스 영화배우 브리지도 바르도는 우리나라의 보신탕 문화를 ‘야만’이라고 비난했다. ‘개고기를 먹는 것이 우리나라만은 아니다’, ‘애완견과 식용견은 다르다’는 반발을 샀고, ‘이제 개고기를 그만 먹을 때도 됐다’며 옹호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한동안 잠잠했던 개고기 문제가 다시 수면에 떠오른 것은 지난해 리우올림픽 기간이었다. 여자양궁 종목에 출전한 기보배 선수가 개고기를 먹었다며 배우 최여진의 어머니 정모씨가 과격한 욕설을 섞어 기보배 선수와 부모를 심하게 비판한 것이 계기가 됐다.개고기 먹는 풍습은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 같다.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사육환경이 언론에 자주 노출된 것도 한 원인이고, 반려동물이 증가한 것도 한 몫 거들었다.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도 어두운 그림자는 있다. 식용견의 사육환경 못지 않게 심각하고 비인도적인 강아지 공장과 동물 학대 및 유기의 증가 등이다. 동물보호법이 새롭게 관심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동물보호법에는 반려동물만이 아니라 식용으로 키우는 가축에 관한 규정도 있다.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도가 그 것이다. A4용지 한 장도 안되는 좁은 면적에서 사육되는 닭, 알을 더 낳도록 24시간 불을 켜두는 사육장, 움직이지 못하도록 폐쇄형 케이지에 갇혀 있는 돼지 등으로 인해 가축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항생제가 남용되는 현실을 개선해보려는 취지가 담겨 있다.그러나 동물복지 농장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 닭과 돼지, 소 등을 모두 합쳐도 인증받은 곳이 전국적으로 100개 남짓이다. 동물들이 ‘배고프지 않고 불안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좁은 공간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등의 사육환경’을 갖추려면 적잖은 돈이 들지만, 혜택은 별로 없는 까닭이다.익산 망성면에서 산란계 복지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임희춘씨가 전주지방법원을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자신의 농장과 2.1km 떨어진 곳에서 AI가 발생해 키우고 있는 닭에 대한 살처분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익산시는 법 집행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고, 임씨는 무조건적인 살처분만이 정답은 아니며 복지농장의 가축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궁금하다.이성원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7.03.28 23:02

정권교체가 살 길

대선이 40여일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 누군가를 선택해야 할 대선일이 다가 오지만 전북인들은 맘이 썰렁하기 그지없다. 도내 출신 주자가 없기 때문이다. MB한테 대패했지만 정동영이 출마했을 때는 걱정도 많았지만 자부심도 컸다. 정동영이 그간 잦은 선거판에 끼어들지 않고 몽골 기병처럼 꿋꿋하게 인고의 세월을 보냈더라면 오늘과 같은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귀중한 정치적 자산이었던 정동영이 친노 친문 패권세력들 한테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는 바람에 존재감이 없어졌다. 지금은 예전의 이름값 하기도 벅차고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됐다.도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정권교체의 맛만 느끼게 생겼다. 민주당 아니면 국민의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뽑힐 가능성이 한층 명약관화해졌기 때문이다. 두 정당의 지지도가 3분의2를 차지한다. 큰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문재인 대 안철수 싸움으로 끝날 것이다. 새누리를 자유한국당이라고 이름만 바꾼 사람들과 바른정당은 정치적으로 박근혜 전대통령의 공범들이나 다름없어 대선에 나올 자격도 없다. 국민들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후안무치하게 나섰겠는가. 좌파한테 정권이 넘어가면 나라가 망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번 만큼은 자숙하는 의미에서 빠지는 게 도리다.상당수 도민들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고민스러워 한다. 전북 몫을 찾으려면 누구를 뽑아야 가능할 것인가를 놓고 목하 고민중이다. 미워도 다시 한번의 문재인이냐 아니면 깨끗한 정치적 이미지와 콘텐츠가 강한 안철수를 놓고 고민한다. 지난 총선에서는 국민의당의 손을 들어주면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민주당 지지로 많이 바꿔졌다. 그 이유는 민주당이 제1당으로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지사 시장 군수 도의원 시군의원등이 민주당적을 그대로 유지한 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국민의당 국회의원들이 각개약진하면서 정치적으로 두각을 못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당 지지가 약화됐다.도민들도 촛불집회를 통해 박근혜를 탄핵으로 이끌었기 때문에 정권교체에 큰 의미를 두는 것으로 만족해야할 것 같다. 현재 전북은 모든면에서 가장 저점에 놓여 있기 때문에 문이나 안 중에서 누가 정권을 잡아도 전북몫을 찾을 수 있다. 전북몫 찾기는 정치인들만 하는 게 아니다. 도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가능하다. 그간 낙후라는 오명을 지우지 못한 것도 우리 잘못이 크다. 광주 전남사람들처럼 비판적이면서 적극적이어야 한다.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점잔만 빼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회의원이나 선출직 단체장이 잘못하면 갈아 치워야 한다. 그럴 각오가 돼 있지 않으면 백년하청이 될 수 있다. 앞으로 40여일 동안 누구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활발하게 의견개진토록 하자.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3.27 23:02

전북 붓의 미래

전북은 서예의 명맥이 탄탄하다. 굳이 멀리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당대의 명필 추사 김정희가 인정했던 창암 이삼만이 있고, 그 뒤를 이어 현대 서예사에 굵은 족적을 남긴 석전 황욱과 강암 송성용이 있다. 오늘에 이르러서도 전북은 서예가들의 역량과 활동이 빛난다. 격년제로 열리는 서예비엔날레의 궤적도 전북 서예의 명맥을 이어주는 귀한 통로다. 전주는 서예의 전통, 그 중심에 있다. 종이의 고장으로 이름을 알렸던 전주의 전통은 한지와 서예와 출판이라는 조화로운 문화유산을 이어냈다. 현대의 기술에 밀려 조선시대 꽃을 피웠던 출판의 전통은 미미해졌으나 한지와 서예의 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서예와 함께 이어졌어야 할 또 하나의 문화유산이 있다. 모필, 붓이다. 한 시절, 전주에서 만들어지는 붓은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서예의 근본이 붓으로부터 시작되니 전주붓이 성했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서예의 전통이 꿋꿋하게 이어지는 동안 전주붓은 그 이름을 잃었다. 손으로 쓰는 글씨가 사라져가면서 붓으로 쓰는 글씨의 존재는 더 미약해졌을 뿐 아니라 그나마도 값싸게 들여오는 중국붓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재작년 말, 전주에서 대물림으로 붓을 만들어온 장인이 무형문화재기능보유자로 등록됐다. 삼 대째 붓을 만들어온 곽종찬 명장이다. 전주붓의 명맥이 그를 통해 이어지게 되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올해 나이 예순 여섯. 50여 년 동안 한길을 걸어온 그는 예나 지금이나 손에서 붓을 떼어놓지 않는다. 한 개의 붓이 완성되기까지 150번의 손길이 닿는다고 하지만 일상의 대부분이 붓을 만들어내는 일에 닿아 있어 만들어지는 붓의 양이 적지 않다. 그런데 현실은 안타깝다. 붓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지만 사가는 사람은 없다. ‘한 달에 서너 개 팔리면 그나마 다행’이고, ‘서예를 하는 사람들까지도 중국 붓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전주붓의 미래는 암울하다. 그래서 명장이 찾은 자구책이 있다. 붓을 장식용 액자에 넣어 판매하는 방법이다. 제 쓰임 대신 ‘장식’이라는 다른 쓰임을 얻어 액자 안에 갇힌 전주붓의 존재. 그러나 명장의 바람은 이렇게라도 전주붓이 맥을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쓰임이 발굴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전주붓의 분투’는 쓰임을 잃은 전통 공예 유산이 안고 있는 현실이다. 전주붓 살리기가 명장의 고군분투로만 이어지는 일은 안타깝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3.24 23:02

먹이사슬

봄이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삼라만상이 기지개를 쭉 펴고 있다. 산야에 푸릇한 기운이 시나브로 강해지고 매화, 산수화, 목련이 앞다퉈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조금 있으면 초록으로 물든 산야를 산벚이며 진달래, 철쭉이 울긋불긋 수놓을 것이다. 겉으로 자연은 매우 평화롭다. 하지만 작은 수풀에서조차 생명을 건 숨가쁜 전쟁이 치열하다. 뱀은 개구리 등을 사낭하지만 매나 너구리의 사냥감일 뿐이다. 이런 생태계에서 정의란 없다. 그저 먹는 자와 먹히는 자가 있을 뿐이다. 오직 생존 본능이 작용할 뿐이다. 최근 전주에서 핫 이슈 중 하나가 된 아파트 고분양가 논란도 그런 생태계의 먹이사슬 체계에서 접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고분양가 논란의 핵심은 우미건설이 지난 20일 ‘전주 효천지구 우미린’ 아파트 단지를 분양하기 위한 입주자 모집 공고 승인 신청서를 전주시에 접수했는데, 분양가가 3.3㎡당 917만 원으로 책정돼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이다. 이에 전주시는 896만원으로 낮출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그나마 건설사는 요지부동이다. 이 문제는 택지개발사의 토지 매각, 아파트 업자의 분양, 소비자의 매수 과정에서 누가 이익을 더 챙겨야 하느냐가 본질이다. 효천지구를 개발한 LH공사는 주민 등 부동산 소유자들로부터 싸게 토지를 매입했고, 공동주택용지를 공급할 때는 최고가낙찰방식을 써 큰 이익을 남겼다. 공동택지를 매입한 우미건설은 입찰에서 원래 공급예정가인 3.3㎡당 377만원보다 훨씬 비싼 551만원을 써내 택지를 낙찰받았다. 그 무리한 매입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우미건설은 국토부 건축비가 상승했다는 이유를 대며 917만 원이라는 최고가를 제시하고 있다. 건설사는 속으로 주판알을 굴린다. 어차피 건설사가 한 발 물러서 분양가를 800만 원으로 낮추면 순수 소비자 뿐만 아니라 투기꾼들까지 그 이익을 차지한다. 아파트 가격은 분양과 동시에 주변시세에 맞춰 900만 원대로 뛸 것이 뻔하다. 손해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미 상위 포식자에 해당하는 공공기관 LH공사는 큰 이익을 남기고 빠졌다. 이제 중간 포식자인 건설사가 남겨진 고기를 좀 먹자는 데 주변에서 아우성이다. 계속 이런 먹이사슬 구조가 이어졌고, 이번에도 결국 순수 소비자는 봉이 될 공산이 크다. 정치와 행정이 잘해야 약자도 산다. 그래야 뱀·독수리 관계와 다른 인간 먹이사슬 구조가 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3.23 23:02

전주가 잊은 이창호

바둑은 아마추어 급(130급), 아마추어 단(초단7단), 프로(초단9단) 등 총 46단계로 단급을 나눈다. 그동안 프로아마 단급은 한국기원이 발행했으며, 아마추어 급증은 한국기원이 대한바둑협회에 위탁해 발행했다. 한국기원이 직영으로 급증을 심사발행하기로 했다. 급증발행의 남발을 막고 권위를 높이자는 취지다. 급증 색깔을 9가지로 구분해 아이들의 동기부여와 성취욕을 높이도록 아마추어 급증 제도를 변경했다.아마 급증 심사위원으로 이창호 9단이 위촉됐다. 단일 심사위원이다. 어린이들이 주로 취득하는 모든 급증에 이창호 위원의 서명이 들어간다. 이 위원은 김인조훈현 9단과 함께 단증심사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어 국내 유일의 단급심사위원이 됐다.한국기원이 아마 급증 심사위원으로 왜 이창호 9단을 선택했을까. 한국기원과 바둑협회의 역학 관계가 작용한 탓도 있겠지만, 이창호가 한국 바둑계에서 갖는 상징성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바둑 꿈나무들은 밋밋한 증표 대신 이창호의 서명이 담긴 급증을 영광스럽게 여길 것이다. 참고로 성인 바둑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이창호 사인이 들어간 바둑판을 가보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전성기를 지나 각종 타이틀을 후배들에게 물려줬지만 이창호는 여전히 한국 바둑의 전설이며, 보배다. 최연소 타이틀 획득(14세 1개월, 제8기 바둑왕전), 최연소 세계챔피언(16세 6개월, 제3기 동양증권배), 연간최고승률(75승 10패, 88.24%), 국내 16개기전 사이클링 히트, 최다관왕 기록(13관왕, 94년), 세계대회 그랜드슬램 (동양증권배, LG배, 삼성화재배, 후지쓰배, 응씨배, 춘란배, 토요타덴소배), 통산 140여회 타이틀 획득 등 그가 세계 바둑계에 남긴 족적들은 깨지기 힘든 기록들이다. 이창호는 중국에서도 천하제일인 천상인등으로 존경과 찬사를 받은 한류스타였으며, 지금도 많은 바둑애호가들이 그를 기억하고 있다.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국으로 유명세를 떨친 이세돌의 고향인 신안에는 이세돌바둑기념관이 있고, 이창호의 바둑 스승인 조훈현의 고향 영암에서는 올 상반기 기념관 개관과 함께 세계바둑박물관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오래 전 전주시와 이창호사랑회 등에서 이창호기념관 건립을 발표하기도 했고, 바둑테마파크 조성 등의 여러 제안도 나왔으나 감감무소식이다. 세계적인 바둑 스타를 왜 고향인 전주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지 안타깝다. 대선공약에 도로건설만 중요한 게 아니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3.22 23:02

정치인의 말투

양아치나 시정잡배들이 쓰는 말은 일반 사람들의 말과 다르다. 사용하는 용어나 억양은 물론 감정의 농도에도 차이가 있다. 과잉감정이다. 그들의 말투에서는 항상 폭발 직전의 긴장감이 묻어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을 두려워하고 경계한다. 그들이 노리는 것도 그 것일 거다.정치인들의 말투도 일반인과는 다르다. 말 한마디마다 분명한 노림이 있기 때문이다. 내 편을 부추기고 상대편을 억누르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명분을 내세우고 ‘점잖음’으로 포장한다. 일반 국민을 의식하는 것이다.그런데 정치가 노골적으로 충돌하는 마당에는 국민이 설 자리가 없다. 정치인들이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풀어 버린다. ‘핵 사이다’ 발언을 기대하는 열성 팬들도 한 몫을 거든다. 결국은 시정잡배의 말투와 다를 바 없게 된다.대권 도전에 나선 홍준표 경남지사의 막말로 정치마당이 시끄럽다. “민주당에서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하는가 하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유죄가 나온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그의 막말 퍼레이드야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종편 방송사 경비원에게 “니들 면상 보러온 거 아니다. 네까짓게”(2012), 청년위원장에게 돈을 받은 일이 있느냐고 질문하는 여기자에게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 버릇없게”(2011), 무상급식 문제로 단식하는 도의원에게 “한 2년간 단식해봐.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해서 되는게 아냐.(…)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갑니다"(2016),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2015) 등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원래부터 거칠었던 그의 입이 걱정인 것은 대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득표를 위한 선거전략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하려 들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가 본보기이다.그러나 국가에는 국격이 있고, 사람에는 인격이 있고, 하물며 물건에도 품격이 있다. 격을 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편을 가르고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을 험지에 몰아넣는 일뿐이다. 트럼프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자유한국당의 대통령 후보가 9명이나 된다는 사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홍준표 지사가 가장 유력하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하나의 코미디는 아닐까?이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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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원
  • 2017.03.21 23:02

전북의 길

만물이 소생하고 꽃 피는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 이를 일컬어 이태백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읊었다. 전북에도 봄이 왔지만 봄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갈길이 험난하고 자꾸 멀게만 보인다. 왜 그럴까. 각종 지표상 전북은 전국 18개 시도 가운데 하위권으로 축 쳐졌다. 전국 5대 도시안에 들었던 전주는 16위권으로 밀려났다. 제주도까지 관할했던 전라감영의 전주가 65만을 겨우 턱걸이한다. 너무 오랜기간 전북이 무기력증에 빠진 것 같다. 그 원인은 정권으로부터 소외된 탓도 크지만 내탓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우리가 희망을 갖고 노래 부르는 새만금사업만해도 첫 단추가 잘못 꿰졌다. 처음부터 사업비를 정부예산으로 투입하지 않고 대체농지조성비로 투입한 게 잘못이다. 1991년 노태우 정권 때 착공한 이 사업이 아직도 헤매고 있는 직접적 원인은 정권적 관심사업이 못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의 외청인 새만금개발청 갖고는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 건교부장관도 못하는 판에 차관급인 청장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정권적 이해가 달린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 엿가락 축 늘어지듯 미지근하게 진행됐다. MB때 토지이용계획을 산업용지 70% 농지 30%로 바꾼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내부개발에 착수해 도로망 구축을 하고 있지만 현지에 가보면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다. 매립도 안된 바다에 누가 공장을 짓겠다고 나서겠느냐는 것. 대동강 물을 팔아 먹은 봉이 김선달 보다도 더한 짓들을 하고 있다.전북 사람들은 그간 열나게 DJ 노무현 한테 표만 줬지 지역개발을 위해 가져온게 없다. DJ때가 새만금개발의 좋은 기회였지만 그 당시 전북정치권이 자신들의 자리보전에만 급급했지 실세들의 눈밖에 날까봐 움직이지 않았다. 광주 전남 출신들은 새만금을 볼모로 잡고 서남해안 개발과 목포 신안을 중심으로 공항 항만 연륙교 가설에 박차를 가했다. 전북은 환경단체의 반대로 공사를 중단하기까지 했다. 경상도 정권때는 예산을 안주고 DJ 노무현 때는 자기 지역 챙기기에 바빠 결국 새만금사업이 변방사업으로 내몰리면서 오늘에 이르렀다.대선이 코 앞에 닥치자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전북표를 얻기 위해 청와대에 비서관을 두겠다는 등 새만금공약을 발표했다. 그간 위정자들이 새만금을 거의 외면해 무슨 말을 해도 도민들은 믿질 않는다. 아무튼 지금은 전북발전이 안됐다고 한탄만 할 때가 아니다. 남의 탓 하기 전에 내 탓을 떠올리며 생각을 바꿔나가야 한다. 중앙정치권에 큰 인물이 없다 보니까 실세들과 선이 닿지 않아 예산 확보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번 대선때는 무작정 퍼주기식으로 표를 의미없이 주지 말아야 한다. 전북이 정치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강하게 말할 줄 아는 도민의식이 절실하다. 그래야 도전정신이 생기면서 전북 몫을 찾아 올 수 있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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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7.03.20 23:02

만기친람

‘일일이일만기(一日二日萬機)’. ‘하루 이틀 사이에 만 가지 일의 기틀이 싹트므로 군주는 조금이라도 정사를 태만히 하여서는 안된다’는 이 말은 국가통치의 거울이 되어온 ‘서경’에 실려 있다. ‘만기친람(萬機親覽)’. ‘임금이 온갖 정사를 친히 보살핀다’는 이 말 역시 ‘일일이일만기’로부터 비롯되었을 터다. 오랫동안 군주들의 책무 중 중요한 덕목이 되어왔던 만기친람은 환경이 변한 현대에 이르러서도 리더십의 중요한 덕목으로 꼽힌다. 고금을 막론하고 만기친람형 왕이나 대통령이 적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개혁형 군주로 꼽히는 정조는 대표적인 만기친람형 왕이었다. 정조는 스스로 ‘군주는 조금이라도 정사를 태만히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았던지 큰 일 작은 일 가리지 않고 모든 정사를 챙겼다. 대신들 중에는 정조의 이런 통치 스타일을 못마땅하게 여겨 ‘작은 일에 너무 신경을 쓰면 큰일에 소홀하기 쉽다’는 상소문을 올리기도 했으나 정조는 ‘작은 것을 통해 큰 것으로 나갈 수 있다’며 이런 지적을 신경 쓰지 않았다. 정조는 천성적으로 책읽기를 즐겼으나 모든 일을 직접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성품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자, 책으로 채워진 장식장 그림을 일월오봉도 대신 어좌 뒤에 놓아두어 책읽기의 아쉬움을 대신했을 정도로 정사에 몰두했다. 그는 8도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를 읽는 것이 취미라고 했을 정도로 일에 빠져 지냈다. 요샛말로 표현하자면 일벌레였던 셈이다. 중국의 진시황 역시 대표적인 만기친람형 군주로 꼽힌다. ‘일중독의 원조’로 일컬어지는 진시황은 하루에 결재한 서류를 직접 저울에 달아 120석이 되지 않으면 정량에 이를 때까지 일을 만들어 처리했다고 전한다. 결재문서의 무게로 일의 양을 판단했다니 이쯤 되면 ‘만기친람’이 리더십의 중요한 덕목이 되기에는 문제가 있을 듯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만기친람형 군주였지만 정조와 진시황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리더십’ 덕목이 새삼 주목되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 리더십이 왜곡되었다는 분석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으나 박근혜정부에서처럼 왜곡된 예는 없었기 때문이다. 왜곡된 리더십 중에 ‘만기친람’이 들어가 있다. 덕분에 ‘만기친람’은 원래의 어원이나 의미, 시대적 상황과 관계없이 부정적인 이미지의 용어가 됐다. 오로지 개인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만기친람’이 가져온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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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7.03.17 23:02

국립한국문학관

문학은 삶과 정신의 산물이다. 때로는 거대한 산맥이 흐르고, 때로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실개천처럼 아기자기하다. 디지털시대가 됐지만 시와 소설, 수필 등 문학작품에는 여전히 사람 냄새 가득하고, 문화 콘텐츠 경쟁력의 원천이다. 세르반데스의 ‘돈키호테’에서 사람들은 용기를 얻고, 세익스피어의 ‘햄릿’에서 결단의 힘을 발견한다. 김훈의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의 위대함을 가슴에 되새기고,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외우면서 나라 잃고 광야에 외롭게 선 시인의 고뇌를 생각한다. 동서고금의 문학 작품은 용기를 북돋워 주고, 슬픔을 정화해 주고, 나아가야 할 인생의 좌표를 가늠케 해 준다. 전북을 일컬어 예향이라고 부르는 것은 예로부터 문학적 토양이 단단했기 때문이리라. 판소리 등 기예를 갖춘 예술인들이 많았다. 고창의 동리 신재효는 판소리 다섯바탕을 정리했고, 송만갑 김소희 등 출중한 소리꾼들이 대거 활동했다. 정읍사 여인의 애절함이 배어 있고, 서정주의 질마재 고갯길엔 황토빛 정서가 서렸다. 채만식은 일제 수탈 창구군산 앞바다의 탁류를 보며 시대를 이야기 했다. 연극인 박동화는 전북 현대 연극의 초석을 놓았고, 그런 예술적 분위기 속에서 전주는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도시가 됐다. 예술가들 사이에서 가장 빛나는 명예로 알려지는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자도 다수 배출됐다. 시 부문에서 서정주와 고은, 희극 부문에서 노경식, 서양화 부문에서 박남재 등 4명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뿐 만이 아니다. 혼불의 최명희, 엄마를 부탁해의 신경숙 등 걸출한 소설가들이 다수 배출됐다.문학이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그 작가에 대한 흠모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문학작품이 사람의 정신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적으로도 작가의 고장, 작가의 저택 등을 소중히 여기고 관리하는데 무척 신경을 쓴다. 작가의 향기가 배어 있는 가람 이병기 생가, 최명희 문학관 등이 그것들이다. 전주시가 오는 9월1~3일 예정된 ‘2017 대한민국독서대전’ 개최지로 확정됐다는 소식이다. 문학의 도시, 책 읽는 도시 이미지 확산이 기대된다. 최근 정부의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사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전북이 유치하면 문학의 도시 이미지를 확고히 할 수 있다. 지난해 16개 시도 24개 지자체가 유치의사를 밝힐만큼 관심이 컸었다. 그런데 요즘 전북의 움직임은 찾기 힘들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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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7.03.16 23:02

전봉준 동상

“서울 남산에 안중근·김구 동상이 있습니다. 여기에 동상 하나를 더 세우고 싶은 데, 그게 전봉준 입니다.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인생의 마지막 보람 있는 일로 꼭 이루고 싶습니다. 그것은 서울 남산에 또 하나의 동상이 아니라, 동학농민혁명이 국민적 정신으로 우뚝 서는 것을 의미합니다.”역사학자 이이화씨(80)가 동학2주갑 때인 3년 전 본보와 인터뷰에서 밝힌 소망이었다. 이씨는 ‘녹두장군’이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동학농민혁명에 천착했다. 30대 때부터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관심과 연구활동을 바탕으로 1989년 역사문제연구소 부설로 ‘동학농민혁명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만들고, 관련 여러 저서를 냈으며,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서울에 전봉준 장군의 동상을 건립하고자 했던 그의 소망과 의지가 결실을 보게 됐다. 지난해 10월 동상건립준비원회를 발족시켰으며, 오는 22일 창립총회를 갖게 되면서다. 물론 그가 위원회의 중심에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협조로 동상이 설 입지가 남산공원은 아니지만, 서울 중심부인 종로여서 결코 서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곳은 전봉준 장군이 심문을 받고 교수형에 처해진 감옥 터라는 역사성이 있다. 또 사형 전 “나를 죽일진대 종로 네거리에서 목을 베어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내 피를 뿌려주는 것이 옳거늘 어찌 남몰래 죽이느냐”고 전해지는 이야기 속 장소이기도 하다. 전봉준 장군(1855~1895)을 기리는 시설물들이 그의 행적을 따라 정읍과 고창을 중심으로 여러 곳에 설치돼 있기는 하다. 동상 혹은 부조 등으로 그를 형상화 한 조형물도 10여 곳에 이르며, ‘전봉준공원’(정읍 내장산 입구)까지 조성됐다. 그러나 녹두장군을 상징할 흡족한 동상을 찾기는 힘들다. 정읍에 설치된 동상과 관련해서 미술평론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한눈에 로댕작품의 전형적인 아류인 기념조각 같다”고 1988년 <샘이 깊은 물>에 기고했다. 녹두장군의 옷주름이 마치 인천 맥아더동상의 날선 군복바지 주름과 비슷하다고도 꼬집었다.서울의 동상은 국민모금과 디자인 공모를 거쳐 내년 4~5월 중 건립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철저한 검증을 거쳐 제대로 된 동상이 만들어져야 한다. 동상이 설 부지가 5평 정도에 불과하지만 사람이 중심인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혁명의 기치가 서울 한복판에 우뚝 서길 기대한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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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7.03.15 23:02

확증편향

사람은 결코 완전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오류투성이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수 년 동안 매일 다녔던 길에서 어느 날 불현 듯 낯선 골목이나 간판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한다. 이런 게 여기 있었나?선택적 노출의 결과다. 선택적 노출이란 자신에게 필요하고 관심 있는 것만 받아들이는 지각적 메커니즘이다. 시간과 인지적 노력을 아끼면서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요한 정보들이 엉성한 거름망을 통해 빠져나갈 수 있다.선택적 지각이 쌓이면 확증편향으로 이어진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가치관, 신념, 기대, 판단 등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다르면 배척하는 경향이다. 확증편향이 일단 시작되면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리 다른 증거를 가져다대도 그것은 변명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정도에 이르면 우리는 그 사람이나 집단 앞에 광(狂)이나 맹(盲)자를 붙여 표현한다. 광신도니, 광팬이니, 맹목적이니, 맹신이니 하는 것들이다.박근혜 전 대통령이 엊그제 청와대를 나와서 삼성동 사저로 돌아갔다. 종편방송들은 이를 생중계했다. 과연 그럴 가치가 있느냐는 비아냥도 적지 않았지만, 어쨌든 볼(뉴스)거리였다. 쫓겨난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해맑은 표정으로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통령직 수행을 위해 사저에서 나와서 청와대로 향하는 4년전의 자료 영상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그러나 그 웃음은 국민들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맹신적인 지지자들과만 나누는 음험한 것이었다. 그들은 언론을 향한 노골적인 적개감과 위협으로 이에 보답했다. 전부터 언론을 탓하고 국민에게 손가락질하면서 태극기를 깔고 앉고 뒹글고 뭉갰던 사람들이다.박 전 대통령은 그들 속에서 잠시나마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옳고 그름이 있다. 그 사리분별은 맹신이나 광기로 쉽게 덮어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만 모를 뿐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박 전 대통령은 민경욱 전 대변인(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말했다. 국민들도 진실이 밝혀지기를 원하고 있다. 이제는 변명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성실하게 검찰수사에 응해야 한다. 그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이다.이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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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원
  • 2017.03.14 23:02

대선 기상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오는 5월9일께 조기대선이 실시될 전망이다. 각 당 주자들도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지므로 경선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등 세 결집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간 헌법재판소의 인용 결정이 안난 상태에서 언론들이 각 당 주자들을 놓고 지지도를 조사, 흥미위주의 경마식보도를 일삼아왔다. 하지만 지금부터 발표하는 지지도는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우세자 편승효과까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박 전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대선 실시가 확실하고 각주자들에 대한 지지여론이 구체적으로 형성돼가고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4·13 총선서 뭇매를 맞고 신생 국민의당 한테 7석을 넘겨준 민주당은 절치부심 끝에 전북에서 지지율을 상당히 만회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서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켰어도 송하진 지사나 시장 군수 도의원들이 당적을 국민의당으로 옮기지 않고 그대로 민주당적을 유지한 게 약발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총선서 국민의당이 짧은 기간 동안 녹색돌풍을 일으켜 제1당을 차지했던 것은 그간 30년 가까이 민주당이 지역정서에 의존해서 전북을 독점해온 탓이 결정적이었다. 도민들은 총선서 구태의연하고 매너리즘에 빠진 민주당에 염증을 느껴 횟초리를 들어 민주당 후보들을 팽시켰던 것이다.그간 도민들은 국민의당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잘해줄 것으로 기대를 걸었지만 기대에 못미쳐 실망하는 분위기다. 국회 탄핵소추위원으로 활동했던 김관영의원과 도의회 의장을 지냈던 김광수 의원 정도만 제 역할을 다했지 나머지 의원들은 이름 값도 못한 것으로 알고있다. 기대를 걸었던 정동영의원은 느닷없이 전주완주도 통합을 못하고 있는 판에 김제와의 통합을 외치고 나왔고 유성엽의원은 박영수 특검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국민 법 감정과는 동떨어지게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도민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하자 국민의당 지지도가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도가 회복국면에 놓이게 됐다.상당수 도민들은 “지난 총선서 민주당에 회초리를 든 것은 잘하라고 한 것이지 미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면서 다시 민주당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전 대표가 주자들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고 있으면서도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비교적 정책과 공약 등 콘텐츠가 빵빵한 국민의당 안철수 전대표측은 박 전대통령의 파면이 확정됐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형성,지지율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경선이 끝나야 알겠지만 도내에서 만큼은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쪽은 관심도 없다. 워낙 박 전대통령에 대한 인상이 안좋기 때문이다. 결국 전북몫을 찾기위해 민주당과 국민의당 쪽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길 바라는 눈치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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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7.03.13 23:02

측천무후의 무자비

측천무후는 중국의 최초의 여성 황제다. 당나라 고종의 황후였던 그는 국호를 주(周)로 고치고 스스로 황제가 되어 15년 동안이나 중국을 통치했다. 여성으로 황제의 자리까지 올랐던 그는 정치를 쇄신하고 파격적으로 인재를 등용해 행정체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등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했지만 황제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리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황실 안팎의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한 공포정치로 악명이 높았다. 야사로는 그가 자신의 야욕을 위해 딸과 아들까지 죽이는 등 광기의 삶을 살았다고 전해진다. 측천무후의 삶은 지난했다. 그가 처음 궁에 들어온 것은 열세살 때, 고종의 아버지인 태종의 후궁이 되어서였다. 그러나 11년 후 태종이 죽자 관례에 따라 비구니가 되어 절에 들어가 살게 된다. 태종이 죽기 전부터 무후와 관계가 있었던 고종은 궁을 떠난 그를 잊지 못해 절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무후가 다시 궁으로 돌아오게 된 것은 고종의 황후 왕씨 덕분이었다. 슬하에 자식이 없었던 왕씨는 다른 후궁을 견제하기 위해 무후를 궁으로 끌어들였으나 얼마 되지 않아 그 자신 다른 후궁들과 함께 폐위를 당하게 된다. 무후가 황후에 오른 것은 그의 나이 서른한 살. 이후 그는 자신의 반대편에 있던 중신들을 차례로 숙청하고 고종이 정사에 소홀히 하자 전권을 장악하고 실질적인 통치의 권한을 갖게 된다. 아들들이 연이어 왕의 자리에 올랐지만 권력은 무후에게 있었다. 690년 둘째아들인 예종을 물러나게 하고 스스로 권좌에 앉아 나라를 통치했다. 무후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 공포정치를 감행했지만 백성들의 삶은 안정됐다. 이런 상황은 한동안 계속되었으나 무후가 중병에 걸리고 노쇠해지자 대신들은 양위를 강요했다. 궁을 떠나 있던 무후는 698년 세상을 떠났다. 중국 시안에는 당나라 고종과 그의 황후 측천무후가 묻혀있는 건릉이 있다. 이 건릉에 이르는 길가에는 120여개 석상이 늘어서 있는데 길의 가장 안쪽에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비, 무자비(無字碑)가 세워져 있다. 측천무후는 자신의 죽음이 가까워지자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자신의 업적이 너무 많아 비석 하나에 다 기록할 수 없을 것이니 아무것도 새기지 말고 비워두라는 유언이었다. 남다른 모략과 술책으로 권좌를 지키며 나라를 통치했던 측천무후는 ‘무자비’를 통해 무엇을 남기고자 했을까.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이 비의 의미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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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7.03.10 23:02

건곤일척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10일 오전 11시로 정해졌다. 박대통령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은 지난 6일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박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공모해 삼성 뇌물수수와 공·사기업 부당인사 개입, 공무상 기밀누설,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등 혐의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에 박대통령 측은 무리한 짜맞추기 수사, 표적 수사 등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선고를 앞둔 헌재의 고심이 클 것이다. 박대통령 탄핵 찬반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제왕적 대통령의 폐악을 일소해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는 주장이 제아무리 정당하다고 한들 박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살아나야 이익을 취하는 세력의 반발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정의와 상관 있든 없든 그것도 그들의 자유니까. 선한 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세상은 온통 선과로 가득해야 마땅하겠지만 이브가 하와의 유혹에 빠진 이후 그저 이상이 됐다. 안면몰수 앞에선 난감할 뿐이다.헌재는 법적 판단의 최후 보루이기 때문에 이해 당사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민주 사회 구성원들의 기본이다. 박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은 그야말로 건곤일척이다. 건곤일척은 중국 유명 문필가를 이르는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당나라 시인 한유가 중국 천하 재통일의 패권을 놓고 항우와 유방이 싸웠던 황하강의 홍구지역을 지나가면서 지은 싯구에 나오는 말이다. 龍疲虎困割川原(풍파가 잦아들고 강이 들을 나누니) 億萬蒼生性命存(억만창생 생명이 숨쉬는구나) 誰勸君王回馬首(누가 왕에게 말머리를 돌리라고 권하여) 眞成一擲賭乾坤(그야말로 단 한 번 승부에 하늘과 땅을 걸게 했는가)박영수 특검이 물러설 수 없는 수사를 벌였듯 헌법재판소 재판관들도 평의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승부를 벌였을 것이다. 대통령직이 걸렸고, 대한민국의 정의와 미래가 걸린 사건이다. 그 만큼 신중을 기했을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위중한 시국 아닌가. 전북도 행정부지사와 정무부지사를 지낸 이형규씨가 6년 전에 펴냈던 저서 ‘디시전 메이킹(Decision Making)’의 개정판 ‘결정의 기술’을 최근 출간했다. 그는 최고가 아닌 최선의 결단을 만드는 기술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최선의 결단이란 이기적인 결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동의 이익, 공동의 밝은 미래를 위한 것이다. 헌재의 그런 판결을 기대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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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7.03.09 23:02

도백의 대권 도전

미국의 주지사는 한동안 대통령으로 가는 지름길로 통했다. 상원의원 출신의 오바마 대통령 이전까지 30년 가깝게 주지사 출신들이 미국의 대통령 자리를 차지했다. 1977년 조지아 주지사 출신의 지미 카터 대통령을 시작으로, 로널드 레이건(캘리포니아 주지사), 빌 클린턴(아칸소 주지사), 조지 부시 2세(텍사스 주지사)가 그들이다. 이 기간 단임의 조지 부시 대통령만 주지사 출신이 아니었다.근래뿐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45명의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주지사 출신이 17명에 이른다. 연방 상하의원이나 정부 각료로 참여한 경력을 함께 갖춘 경우도 많기는 하지만, 미국 정치에서 주지사 출신이라는 점이 높이 평가받는 단면으로 볼 수 있다. 최근 한 풀 꺾이기는 했으나 미국에서 주지사 출신들의 대권 도전은 계속 이어졌다. 지난해 선거에서도 공화당 경선에 뛰어든 17명의 후보 중 9명, 민주당 경선 후보 6명 중 2명이 주지사 출신이었다.우리의 경우도 2명의 자치단체장 출신이 대통령을 지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이 관선 서울시장을 역임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선 서울시장 출신이다. 그러나 도지사 출신에게 지금까지 대권은 열리지 않았다. 2002년 대선때 유종근 전북지사와 이인제 전 경기지사가 처음 민선 도지사 출신으로 후보 경선에 나섰고, 2007년 대선에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통합민주당 후보경선에 뛰어들었으나 경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2년 대선 때는 새누리당 경선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참여했으며, 민주당 경선에 손학규 전 지사와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도전했다. 그러나 경선 단계에서 모두 탈락했다.역대 어느 대선 때보다 올 도지사 출신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국민의당에서는 손학규 전 지사가 경선 흥행을 이끌고 있다. 바른정당에서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뛰고 있고, 자유한국당에서는 홍준표 경남지사 등이 거명되고 있다. 도백은 아니지만 이재명 성남시장과 최성 고양시장이 민주당 경선에 나선 상태다.도백의 대권 도전은 이렇게 한국 정치에서도 자연스런 흐름이 됐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제비가 오면 봄도 오기 마련이다. 도백의 잇따른 대선 출마는 당락과 상관없이 지역의 목소리를 키울 기회라는 점으로 의미가 있다. 올 대선에서 지방분권이 큰 화두가 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수확이다.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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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7.03.08 23:02

꽃샘추위

우수 경칩이 지나서 따뜻한 봄 날씨가 계속되더니, 갑작스레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꽃샘추위는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해서 이른 봄철에 찾아오는 추위다. 이 꽃샘추위는 꾸어다 해도 한다고 한다. 꾸다는 남의 것을 일시적으로 빌리는 것으로, 어떻게 해서라도 매년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서 꽃샘추위에 설늙은이가 죽는다는 말도 있다. 설늙은이는 밥이 설익은 것처럼 나이가 많지 않은 어중간한 노인인데, 봄기운에 들떠서 섣부르게 나섰다가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그런데 꽃샘추위가 마냥 귀찮고 쓸데없는 것만은 아니다. 봄이 다가오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또 나태해진 마음에 긴장감을 살짝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한 두 번의 바람이야 더 불겠지만, 우리에게는 꽃샘추위를 이겨낼 힘이 있다.따지고 보면 지난 겨울은 얼마나 길고 힘들었던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서 비롯돼 끝도 없이 이어진 주말 촛불집회. 매서운 바람 끝에 맞서며 모인 사람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박수치며 공감했고, 수많은 사연들로 광장을 채우며 봄을 열망했다.국민들의 봄을 시샘하고 미워하며 꾸어서 라도 (어떻게 해서라도) 막아보겠다며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심지어는 야구방망이로 설치고 헌법재판관의 신상을 까발리며 태극기 뒤에 숨어 난동을 일삼기도 했다.그러나 꽃샘추위가 아무리 매서워도 봄을 몰아내지는 못한다. 그것은 사소하고 의미없는 마지막 발버둥일 뿐이다.헌재가 곧 대통령 탄핵에 대해 판결을 내릴 것이다. 일부에서는 판결 이후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꽃샘추위는 시간이 흐르면 점차 소멸한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다. 우리는 이제 차분히 봄을 기다리며, 봄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이번 주말에는 날씨가 따뜻할 것이라고 한다. 때마침 호남제일문에서 전북일보가 주최하는 도민 마라톤대회가 열린다. 오는 5월 20일 전주에서 개막하는 FIFA U-20 월드컵과 6월 무주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행사다. 도민의 의지와 역량을 결집하는 이 대회에 이제 또 하나의 의미가 더해지는 것 같다.이번 주말에 있을 대통령 탄핵을 축하하고, 그동안의 노고를 서로가 격려하는 자리가 했으면 한다. 많은 도민들이 함께하며 맘껏 즐겼으면 한다.이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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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원
  • 2017.03.07 23:02

조용한 전북사회 깨우기

전북은 역동성이 떨어진 조용한 사회다. 몇년전부터 전주 한옥마을에 외지 관광객들이 찾아오면서 어느정도 역동성을 느낄 수 있지만 아직도 아침바다 마냥 고요하고 잔잔하다. 풍수해가 없어 살기 편한 지역이라서 그럴까. 산업화가 미진하고 지역개발이 뒤쳐진 탓일 수 있다. 관광객 말고는 외지인들도 전북과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정도였다. 혁신도시로 온다 안온다 그렇게 말이 많았던 기금운용본부가 서울서 마침내 이전해왔지만 전주에 반듯한 호텔 하나 없어 걱정스럽다. 기금운용본부를 찾아오는 고급 손님들이 먹고 마시고 묵고 갈 고급 호텔이 없기 때문이다.전북이 전체적으로 조용한 것은 유동인구가 적은데 반해 고령인구가 많고 아직도 농업사회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전주시 인구가 65만으로 익명성이 보장 안되는 것도 지역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최소 100만 내지는 150만 정도의 광역시가 돼야 한다. 그래야 뭣을 해도 먹고 살 수가 있고 진정 투서 등 부작용이 없어진다. 다행스럽게도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져 파문을 일으키게 한 것이 지난해부터 주말마다 열리는 촛불집회였다. 시민 누구나 할 것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촛불집회는 광장정치로 연결되면서 사회를 변동시키는 에너지원으로 발전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부터 시작해서 적폐청산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담론을 꾸준하게 쏟아냈다.지역내 특별한 이슈가 없어 조용하게 지내기만했던 전북이 촛불집회로 기지개를 켰다. 원래 양반도시 사람들답게 성징이 조용한 편이었지만 나라가 위난에 처할 때는 분연히 일어섰던 선조들처럼 행동하는 양심이 되었다. 지금은 촛불이 꺼질줄 모르고 횃불로 훨훨 타오르며 어둠을 밝혀내고 있다. 대선주자들도 함께 하는 촛불집회가 됐다. 전북의 이 촛불은 구태의연했던 전북사회를 발전시키고 변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촛불집회에 참가한 도민들은 뭣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은 것처럼 보였다. 정치를 잘못하면서 호의호식하는 정치인들도 야무지게 꾸짖었다. 인격을 무시하며 갑질을 일삼던 양심없는 기업인들도 준엄하게 질타했다. 민주사회를 만드는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든 적폐세력을 제거해 나가자고 힘차게 외쳐댔다. 전북은 조기대선이 실시되면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지역발전의 기회로 잡아야 한다. 중앙까지 전북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도록 해야 한다. 이번 대선은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뤄야 하므로 전북정치권이 야권대선캠프에 가서 중심역할을 해야 한다. 문재인과 안철수 캠프로 가면 된다. 대선서 전북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면 전북은 변방으로 추락한다. 깊은 잠에 빠져있는 전북사회를 역동성 있게 만들려면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지금은 행동하는 양심이 필요하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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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7.03.0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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