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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대학교

연변은 중국 속 한국이다. 일제강점의 민족 수난기에 일제의 압박을 피해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을 우리 땅 삼아 재충전을 했던 곳이어서 더 애틋하다. 연변의 교포들의 민족적 자긍심은 어제의 이야기만이 아닌, 오늘에 살아있는 역사다. 민족교육의 뿌리인 서전학숙, 용정을 중심으로 연변의 민족 학교들의 모습, 3.13만세 운동 등 항일투쟁사가 용정중학교 역사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다. 연길시에 있는 연변박물관은 중국에서 우리 민족의 전통 풍속이 어떻게 지켜지는지 민속문물로 보여준다.오늘날 중국 교포들이 민족적 자긍심을 갖게 한 데 연변대학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1949년 설립된 연변대는 민족교육과 민족문화의 산증인이었다. 연변의 주도인 연길시에 자리잡은 대학의 부지는 일본의 관동군사령부가 있었던 곳이며, 캠퍼스를 감싸는 와룡산에서 항일 투쟁을 하다 숨진 유골이 발견돼 무명항일열사비가 세워져 있다. 캠퍼스 자체가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셈이다.연변대는 초기 문학부, 이공학부, 의학부로 출발해 지금은 21개 단과대에 석박사 과정을 합쳐 2만4000명의 학생들이 적을 둔 중국 내 대표적인 소수민족 종합대학으로 성장했다. 중국 100대 중점육성대학에 연속적으로 선정된 것이 연변대의 위상을 말해준다. 과거 70%에 이르던 교포 재학생 수가 현재 30%로 줄었지만, 민족교육기관으로서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중국 학생들에게 조선어 교육을 권장하고 있고, 실질적으로도 한류의 영향과 취업에 유리하다고 여겨 조선어 과목이 인기라고 한다. 최근 만든 한옥 박물관도 민족교육기관임을 내세운 것이다.연변대는 한국의 많은 대학들과 교류하고 있다. 전북에서도 전북대, 우석대, 원광대가 연변대와 다양한 형태의 결연 등을 통해 교류를 넓히고 있다. 전북대는 2000년대 초 1500권의 전문 서적을 기증하기도 했다. 연변대에 근래 몇 년 새 들어온 교원 중 전북대 박사 학위 자가 제일 많다고 한다.연변대에 대한 응원은 민간 차원에서도 꾸준히 이어졌다. 한국의 기업과 독지가들이 성금을 모아 대학 정문을 만든 것이 상징적이다. 이스타항공이 지난달 31일 우석대를 매개로 연변대와 항공산업 관련 교류협약을 체결한 것도 새로운 시도다. 항공수요가 급증하는 중국 여건에서 항공사가 교육과 실습의 장을 제공하고 취업도 약속했다. 전북지역 대학과 전북 연고기업에 의해 민족대학인 연변대가 더 큰 날개를 달았으면 좋겠다.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11.09 23:02

되술래잡기

무슨 생각으로 TV를 봤을까? 지난 일요일에 난 TV를 통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검찰출두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왜 TV를 켰는지,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는지에 대해서는 정말로 기억이 없다. 애초부터 기대할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검찰 출두를 앞두고 잘못을 시인하거나 죄를 인정하는 사람을 여태껏 본적이 없다. 게다가 우병우 전 수석이다. 국민의 눈에 상당한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그는 당당하고 뻣뻣하게 행동해 왔다. 애초부터 미안해하거나 고개를 숙이는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그런데 난 보고야 말았다. 기자를 쏘아보는 그 눈빛…. 섬뜩했다. 권력이 여전히 그의 수중에 있었더라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또 그는 앞으로 어떤 행동을 보일까.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현장취재에 나선 기자는 일반인이 아닌 공인이다.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국민을 대신해서 묻고 있는 것이다. 대답하기 싫으면 안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기자를 째려보는 행위는 단순히 기자 개인에 대한 도발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도전이고 모욕이다. 이는 국민들을 깔보고 무시하는 안하무인의 태도에서 나온 것이다. 권력에 대한 맹신과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신의 말 한마디면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하긴 그런 착각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검찰의 수사와 관련해서 많은 뒷말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귀빈대접이니, 황제소환이니 하는 말들이 그 것이다. 검찰이 자신의 수사대상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하며 담소를 나누고, 그것도 모자라서 행여나 추울까봐(실외도 아니고 실내인데도) 겉옷까지 마련해줬다. 팔짱 끼고 웃으면서 조사받는 모습의 사진은 흡사 우 전 수석이 검찰에게 앞으로의 수사 내용과 방향을 지시하는 장면처럼 보이기도 한다.술래잡기는 원래 조선시대 통행금지를 알리는 인경이 울리면 순라(나졸)들을 풀어 통금을 어긴 사람들을 잡아들이는 것을 흉내 내어 만든 놀이라고 한다. 이 놀이에서 순라(巡邏)가 도둑을 잡는 것이 당연하지만 오히려 도둑이 순라를 잡는다면 그것이 바로 되술래잡기다. 한 마디로 도둑이 매를 드는 격이다. 기자를 째려보는 우 전 수석의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검찰도 반성하자. 관행이라고는 하지만 정치적 사건도 아니고 비리의혹에 대해 차 대접은 너무 과분하지 않은가. 그러고도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성원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6.11.08 23:02

5% 식물대통령

참으로 해괴한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이 있는데도 그 위에서 비선 대통령이 국정을 농락했기 때문이다. 상상하기도 끔찍하다.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에서 벌어진 일치고는 너무 황당무계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의심하지만,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이었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지역 정서에 힘입어 대통령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은 남한을 공격하려고 연일 핵실험에 몰두하고 주변국들은 부국강병을 외치는 마당에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터져 국민을 분노케 한다.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으면서 최하위 빈국이었던 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지만, 모두가 사상누각처럼 느껴진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원래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지만 이렇게 국민이 대통령 때문에 패닉상태에 빠진 적은 없었다. 대통령이 국가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데 거꾸로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하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대통령은 아무나 못 한다. 통찰력, 예지력, 판단력 등 갖춰야 할 능력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처럼 안보 상황이 위태로운 나라는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북의 핵 위협을 차단하면서 경제발전을 꾀해야 하므로 그렇다. 그간 창조경제를 내세웠던 박근혜 대통령이 한 일을 보면 어안이 벙벙해진다. 40년 지기인 최순실한테 머리를 맡기고 그 머리에 놀아났기 때문이다. 권력의 세기는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우냐 그 거리에 비례한다. 문고리 권력 3인방도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해 힘이 셌다. 하물며 무관(無冠)의 여자가 청와대를 수석비서관 호위를 받으며 자기 집 안방 드나드는 것처럼 했으니 오죽했겠는가.깃 세운 의상서부터 연설문까지 최종적으로 손질을 가했다고 하니 어느 기업에서 돈 내놓으라고 하면 거절할 수 있었겠는가. 오히려 적어서 미안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전여옥 한나라당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없고 매우 건방지며 심지어 지적능력에 문제가 있어 자기 생각을 정리하여 얘기할 줄 모르는 사람이 틀림없다고 했다. 서고에 가봐도 책이 없고 독서를 안 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것. 면도칼 테러를 당했을 때도 대전은요라고 묻는 등 모든 화법이 단문이었다는 것. 2005년 대구 행사장에서 비옷을 입었는데 그것을 머리에 씌워 줘야 할 정도였고 단종된 샴푸만 찾는다는 것. 장관들은 찾질 않으니까 그렇게 장관 하기가 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국민은 대통령을 잘못 뽑은 죄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 혼자만의 나라가 아니고 국민의 나라기 때문에 어쨌든 이 시련을 극복해야 한다. 87년 610 항쟁 때 군부독재를 몰아내고도 야권분열로 또다시 군부 독재자에게 권력을 넘겨준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박 대통령의 면피용 내지는 진정성 없는 사과가 오히려 사태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번 사태로 검증되지 않은 능력 없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여순 감옥에서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눈빛이 두렵지도 않은가. 박 대통령은 사즉생의 각오로 사퇴하라.백성일 상무이사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11.07 23:02

전통주머니 '오방낭'

우리나라 전통 옷은 주머니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전통 한복 역시 주머니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주머니가 달려 있지 않은 것이 품새로는 좋을지 모르겠으나 일상생활에서는 불편함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옛사람들은 이 불편함을 덜기 위해 주머니를 차고 다녔다. 우리 옷에 주머니가 달리기 시작한 것은 저고리 위에 덧입는 마고자와 조끼가 들어오면서부터다. 마고자는 흥선대원군이 1887년 청나라의 유폐에서 풀려 돌아올 때 입고 온 만주사람들의 마괘가 변해서 널리 입게 된 옷이다.주머니는 애초 실용적인 면에서 만들어 사용했지만 장식적인 역할을 겸하게 되어 그 종류나 모양새가 다양하게 발전했다. 오늘에 이르러 유물로 남아 있는 주머니는 조선시대 후기의 것들이 대부분인데, 의복에 달리는 두루주머니와 귀주머니 같은 일반적인 주머니나 향낭과 침낭 같은 장식적인 역할을 겸한 주머니, 수저를 넣는 수저집이나 필기구를 넣는 필낭 같은 것들이다.장식을 겸한 전통 주머니는 그 형태나 장식 방법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붙여졌다.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에 따라 색상도 다르게 만들어졌다. 남자들은 주로 옥색이나 초록색 등 푸른색 계통을, 여자들과 아이들은 분홍색 다홍색 초록색 등 선명하고 화려한 색으로 만든 주머니를 즐겼다. 주머니에는 수를 놓거나 보석을 달거나 끈에 매듭과 술을 달아 아름답게 장식을 했는데, 진주낭 수낭 오방낭 부금낭 등은 그러한 장식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오늘날 우리가 유물로 만나는 전통주머니들은 이름도 품새도 아름답다. 옛 사람들의 정성과 손길이 더해진 덕분이니 한국미를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유산이라 할만하다.요즈음 달갑지 않은 이유로 수난을 겪게 된 주머니가 있다. 오방낭이다. 우리나라의 전통 복주머니의 하나인 오방낭은 우주의 중심을 뜻하는 황색과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청백적흑의 다섯 가지 색을 이어 붙여 만든 것이다. 2013년 2월 25일 광화문 광장에 대형 오방낭이 설치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에 열린 희망의 복주머니 행사였다. 주머니 안에는 국민들이 보내온 갖가지 희망이 담겨있었다. 박대통령은 이날 복주머니를 열어보면서 국민들의 소망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새 정부가 할일이라고 약속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날의 오방낭이 제대로 된 오방낭이 아니었단다. 최순실 게이트 에 놓인 거짓 오방낭의 존재. 그 안을 채웠던 국민들의 염원은 어디로 갔을까.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11.04 23:02

대통령 운명

광복 71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68년 역사의 전면에 있었던 지도자들의 운명은 한마디로 비극적이었다. 김구 선생은 일제 때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이끌었고, 광복 후에는 통일 정부 수립을 위해 노력한 지도자였지만 1949년 6월26일 집무실에서 육군 포병 소위 안두희가 쏜 4발의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반공 독재 세력이 그를 암살한 것이다.1995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백범김구선생 암살 진상 국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김구 암살 배후에 이승만이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가 없다. 안두희는 포병사령관 장은산(안두희의 직속 상관, 서북청년단 함께 활동)의 명령을 받았고, 김창룡 특무대장 등 군부세력이 암살 사후 처리에 적극 가담해 안두희가 사건 1년만에 형 면제 처분을 받고 군에 복귀하도록 했다. 안두희는 살인 병기였을 뿐이다. 이승만 정권이 김구의 정계 복귀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저지른 가증스런 암살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김구를 제거한 이승만 세력은 장기집권을 획책하다 결국 쫓겨났다. 대통령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꾸고, 대통령 임기 중임을 제한하는 법을 고쳐 3선이 가능하도록 했다. 1960년 3월15일 실시된 제4대 대통령과 제5대 부통령 선거에서는 자유당 이기붕 후보를 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개표조작을 저질렀다. 끝없는 야욕은 부메랑이 돼 이승만 정권을 심판했다. 부정선거 한 달 뒤 419혁명을 계기로 이승만은 하야했고, 자유당정권은 무너졌다. 국민의 승리였다.하지만 이듬해 5월 박정희 군부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정권을 뒤집고 군부독재정권을 세웠다.경제 부흥과 남침 위기를 내세우고, 민주세력을 참혹하게 탄압하며 세운 박정희의 18년 독재정권은 중정부장 김재규가 쏜 4발의 총탄 앞에서 무너졌다. 뒤이은 전두환과 노태우는 똑같은 전철을 밟았지만 살아남았다. 그들에 대한 냉정치 못한 심판은 후환이 됐다. 독재자 박정희의 DNA를 이어받은 딸, 박정희의 독재 현장을 항상 함께 했던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에 당선시키고, 국정을 맡긴 것이 결국 최순실 사건이다. 대통령 박근혜는 어제 정적의 핵심참모였던 김병준씨를 국무총리에 내정했다. 꼼수다. 대통령 하야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반대편 사람을 국무총리 자리에 앉혀놓고 대통령 자리를 지키겠다는 계산이다. 이미 국민들 눈에 투명인간이 된 마당에 뭐 그리 미련이 많은가.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11.03 23:02

넥타이 부대

흰색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출퇴근하는 넥타이부대는 주로 사무직에 종사하는 소시민들이다. 생산현장의 노동자들과는 달리 시위나 집회에 참여해 본 경험이 별로 없고 투쟁과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정치적으로는 냉소주의와 허무주의가 강하고, ‘바꿔봐야 그 X이 그 X’이라는 생각에 여간해서는 행동으로 나서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에 무관심하다거나 정치를 모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들의 정치에 대한 지식과 절망감이 때로는 술자리를 빌려 표출되고 분노로 전개되기도 한다. 그러나 날이 바뀌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그저 별 탈 없이 하루하루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족을 부양하는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살아간다.넥타이부대가 사회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30년 전인 87년 6월 항쟁 때이다.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으로 촉발된 온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고, 연일 시위가 이어졌다. 사무실의 넥타이부대들은 점심이나 퇴근 시간에 시내를 오가면서 시위대와의 거리를 점차 좁히더니 6월 10일 전국적으로 펼쳐진 반독재투쟁에서는 큰 무리를 이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고, 누가 누구에게 권유한 것도 아니었는데 하나씩 둘씩 자발적으로 모이다보니 커다란 세력이 됐다. 그 엄청난 규모에 시위를 주도한 측도, 거기에 참여한 넥타이부대도 모두가 놀랐다. 그렇게 해서 무너뜨린 것이 독재권력이었고, 쟁취한 것이 대통령직선제였다. 민주주의를 쟁취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열망이 서슬퍼런 독재권력의 칼날을 압도한 것이다. 이런 넥타이부대가 최근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순실씨 국정농단으로 일컬어지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또 SNS 등을 통해서 각종 정보를 퍼 나르고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는 예삿일이 아니다. 소시민이지만 집안에서 가장인 그들의 참여와 행동은 곧 온국민의 저항운동이고, 거부할 수 없는 물길이기 때문이다.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거국내각 등 수습책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수습보다는 진상규명이 우선이다. 정치권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30년전 6월 항쟁 때에도 6·29 항복선언을 얻어냈지만, 대선에서는 독재정권의 계승자에게 또다시 권력을 내준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선 눈 앞의 이해관계나 내년 대선에서의 유불리 등만을 따지다가는 또다시 비슷한 잘못을 범하지 말란 법이 없다. 민심을 잘 읽고 민심을 따르라. 민심이 곧 천심이다. 이성원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6.11.02 23:02

한우데이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기념하는 국가기념일과 상관없이 요즘 ‘각종 데이’가 넘쳐난다. 오죽하면 애주가들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원래 먹는 날, 화끈하게 먹는 날, 수도 없이 먹는 날, 목이 터져라 먹는 날, 금세 먹고 또 먹는 날, 토하면서 먹는 날,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먹는 날’이라고 했을까. 그렇다고 무슨무슨 데이를 꼭 상술로만 보고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공감을 받지 못하면 그들만의 데이가 될 것이고, 특별한 이벤트가 일반의 많은 공감대를 얻을 경우 자연스럽게 하나의 문화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그저 즐기면 그 뿐이다. ‘각종 데이’중에는 식품과 관련된 게 유독 많다. 인삼데이(2,23)·삼겹살데이(3,3)·오이데이(5.2)·유기농데이(6.2)·육포데이(6,4)·고기데이(6,6)·추어탕데이(7,2)·엿데이(7,7)·라면데이(8,8)·쌀데이(8,18)·구구(치킨)데이(9,9)·와인데이(10,14)·애플데이(10,24)·한우데이(11,1)·가래떡데이(11,11) 등이 그 예다. 8월8일은 장어데이기도 하다. 풍천장어로 유명한 고창군이 이날을 장어데이로 삼은 것은 장어를 먹고 팔팔하게 살아보자는 의미와 활발하게 움직이는 장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 것이다.오늘은 한우데이다. 2008년 한우협회 등 관련 단체들이 한우 소비 촉진을 위해 정한 날이다. 한우가 최고라는 의미로 ‘1’이 3번 겹치는 날을 정했다거나(4번 겹치는 날은 이미 가래떡데이여서), 한자로 소우(牛)를 파자하면 3개의 1이 나온 점에 착안했다고 한다. 전통적 가치관인 천지인 사상을 모티브로 해서 ‘3’(1+1+1)을 표현하는 11월1일로 정했다고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2008년은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이 타결된 후 이를 반대하는 촛불집회로 전국이 들끓었으며, 그 와중에 한우데이가 탄생했다는 점에서 아픈 역사도 함께 안고 있다.올해도 1일을 전후해 전국 각지에서 ‘대한민국이 한우 먹는 날’이벤트를 개최한다. 한우협회 전북도지회는 4일부터 이틀간 전북도청 광장에서 ‘대한민국이 한우 먹는 날’을 연다. 한우고기 할인판매 행사, 한우비빔밥 1000명분·불고기덮밥 500명분 나눔행사, 어린이 한우 그리기대회 등이 마련된다. 부정청탁방지법 시행 후 한우 소비가 줄고 가격이 내려가면서 농가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한다. 그렇고 그런 데이가 아닌, 축산농가에게 힘을 보태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11.01 23:02

김완주 책임론

삼성이 20조원을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2040년까지 투자하겠다고 한 약속은 처음부터 황당무계했다. 이명박 정부가 LH를 경남 진주로 옮기기로 하면서 전북의 저항에 부딪힌 것을 해소하고 또 그 것을 빼앗겨 코너에 몰린 김완주 전 지사가 출구전략을 세워 탈출토록 하는 한편 삼성 이건희 회장은 정부 경제정책이 낙제점이라고 비판해 역린을 건드린 점을 만회하려고 짜맞춘 삼자 간의 합작품이었다.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키로 한 것은 정권이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MB정권이 LH를 진주로 결정하고 발표만 남겨 놓자 김 전 지사는 사즉생의 각오로 LH를 진주로 빼앗길 수 없다며 정부를 상대로 투쟁에 나섰다. 도내에는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로 홍수를 이뤘다.삭발까지 하며 강하게 김 전 지사가 나선 듯했으나 MB한테 항상 원죄 같은 게 따라 붙어 투쟁에 한계가 있었다. 김 전 지사가 MB 새만금 대선 출정식 때 새만금특별법이 통과 되지 않은 책임이 한나라당에 있다고 몰아 붙여 고춧가루를 뿌린 게 화근이었다. MB가 대통령이 되자 김 전 지사는 자신의 발언을 무마하려고 청와대에 온갖 선을 대서 화해 제스처를 썼다. 민주당이 언론악법 철회를 위해 가투를 벌일 때 김 전지사가 MB한테 200만 도민의 이름으로 사은숙배 형식의 새만금 감사 편지를 쓴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교착상태에 빠진 정국의 국면전환을 위해 편지를 공개하겠다고 동의를 구하자 김 전 지사가 응낙했던 것. 민주당 이종걸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은 적장에게 항복문서를 바친 것이나 다름 없다며 김 전 지사를 출당 조치토록 지도부에 요청했다.김 전 지사는 LH 유치 실패에 따른 공방이 거세게 일자 책임을 벗기 위한 출구전략이 필요했다. 그게 김 전 지사가 요청해서 만들어진 삼성의 새만금 MOU다. 김 전 지사는 2011년 4월 27일 삼성과 MOU 체결 다음날 LH 무산에 따른 이명박 정부 규탄 플래카드를 삼성투자 환영 플래카드로 대체토록 지시했다. 하루 만에 세상이 바뀌었다. 20일 뒤 LH의 경남 이전이 발표되고 임채민 국무조정실장은 넉달 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영전했다. 정부에 밉보인 삼성은 마지못해 관계개선 차원에서 새만금 투자를 수용했던 것 같다.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이재용 부회장을 국감증인으로 출석시키려 했으나 무산되자 국민의당 측이 지난 24일 삼성사장단과 간담회를 주선했지만 예상했던 대로 성과가 없었다. 결국 삼성한테 면죄부를 준 통과의례였다. 다시금 김 전 지사의 책임론이 불거진다. 민선 지사인 김 전 지사는 도민들한테 석고대죄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 더 한심스러운 건 도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긴 김 전 지사가 지난 4월부터 도민은행인 JB우리캐피탈 고문이 됐다. 기사 딸린 고급승용차와 사무실을 제공 받으면서 고액 연봉까지 받고 있다. 왜 김한 JB금융지주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수당문 현판을 떼어낸 김 전 지사를 고문으로 시켰을까.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10.31 23:02

명장의 손

페라가모, 베르사체, 티파니, 프라다, 아르마니, 구찌. 달갑지 않지만 소비자는 세계적 명품들에 열광한다. 명품의 실체는 브랜드의 이미지로 존재한다. 이미지는 현대인들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었다. 이미지로 결정되고 이미지로 존재하는 실체는 더 이상 공간과 시간을 구분하지 않는다.우리에게도 명품이 있다. 전통공예의 맥을 이어온 장인들이 손으로 만들어내는 공예품이 그것이다. 전주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지정된 장인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다. 그만큼 안목과 솜씨가 빼어난 장인들의 활동이 탄탄하다는 증거다.전주의 전통공예 부문의 기능보유자는 17명. 악기 옻칠 침선 소목 단청 유기 지우산 나전 낙죽 모필 부채 한지발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공예품은 쓰임이 생명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옛사람들의 일상에서 숨쉬었던 수많은 공예품들은 기계에 의해 대량 생산되는 상품들에 그 자리를 내주고 쓰임의 영역에서 도태됐다. 수많은 우리의 전통공예품들이 이미 사라져버렸거나 기법의 전수가 단절된 이유다.오늘에 이르러 소장품의 가치로만 그 맥이 이어지고 있는 전통공예품의 현실은 안타깝다.다행스럽게도 1년에 한번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올해도 전주 경기전 안에 있는 어진박물관에서 장인들의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시회의 이름은 명장의 손. 그 의미가 깊다. 장인의 손끝에서 모든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을 공예품은 그 자체로 깊은 품격과 아름다움을 품어낸다. 기계로 만들어진 상품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전시실 안은 아름답다. 어느 것 하나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작품들이다. 올해는 특히 장인 두 명의 손길이 더해졌다. 5년 전에 문화재로 지정됐지만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전주사람이 된 이종덕 유기장과 지난해 지정받은 곽종찬 모필장이다. 단절될 위기에 처했던 전통공예의 기능이 새롭게 발견돼 이어질 수 있게 되는 일은 반갑다.장인들의 기능을 기록한 영상물을 보면 전통공예의 가치가 더 새로워진다. 그중의 하나, 대나무 마디 위에 인두로 무늬를 그려 넣는 낙죽이 있다. 전기인두를 이용하면 손쉽게 작품을 낼 수 있지만 전통방식인 화로만을 사용하는 명장은 고집스럽게 이 길을 지켜간다.쉽고 편리함만을 좇는 이 시절에 어렵고 고단한 길을 기꺼이 가는 명장들의 선택은 경이롭다. 어진박물관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도 이 전시회는 특별한 기회다. 명장의 손이 전하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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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6.10.28 23:02

술취한 사회

전주에서 차량 통행량이 가장 많다고 할 수도 있는 왕복 6차선 도로의 한 켠에 B나이트클럽이 있다. 나이트클럽 앞 주변은 영업시간이 아닌 낮과 초저녁엔 사람 통행이 별로 없어 한산하지만 나이트클럽 영업시간인 밤이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나이트클럽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그저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부류도 있겠지만 대부분 친구끼리, 동료끼리 1·2차 정도의 술자리를 거친 후 그날 모임의 막판을 장식하기 위해 찾는 부류가 많다. 그들은 빠르고 강한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다. 그날의 스트레스를 술기운과 함께 날려버린다. 모처럼 마신 술을 깨고, 스트레스도 풀고, 친구·동료들 간 우의도 다질 수 있는 기회이니 나이트클럽은 얼마나 즐겁고 유익한 공간인가. 상당수 연예인들이 그랬듯, 전북 군산 출신의 인기 배우 김성환씨도 무명시절 서울 무교동의 유명 나이트클럽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제대로 된 ‘기회’를 잡았다고 한다. 대중가요 ‘인생’이라는 히트곡도 있는 그는 나이트클럽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섞은 구성진 입담과 노래로 대중 마음을 사로잡아 성공할 수 있었다. 요즘도 가수 등 대중 인기가 좋은 연예인들은 나이트클럽에 곧잘 출연한다. B나이트클럽 앞 대로변은 한밤중으로 갈수록 클럽 손님과 택시, 승용차 등으로 크게 붐빈다. 큰 사거리에서 200여m 가량 떨어진 대로변에 택시와 승용차가 주정차 대열을 이루는 바람에 이곳을 통과해야 하는 일반 통행차량들은 잠시 병목현상에 시달린다. 자칫 충돌 등 접촉사고가 날 수 있어 서행 안전운전 해야 한다.이 곳에서 서성대는 남녀는 거의 대부분 취객이다. 나이트클럽에서 열심히 춤춰 취기가 내렸을 수 있겠지만 술취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 곳 나이트클럽을 드나드는 취객들의 상태는 올들어 왕복6차선 대로의 중앙선에 설치된 플래스틱 분리대가 말해준다. 진북터널사거리에서 마전교쪽으로 길다랗게 설치된 중앙분리대는 B나이트클럽 앞 쪽에서 대부분 사라졌다. 취객들이 도로를 무단횡단하면서 중앙분리대를 부숴버린 것이다. 이번 것은 예전 분리대보다 단단해 보였지만, 취객들의 힘은 대단했다. 교통사고 예방 차원에서 설치된 도심 중앙분리대 수난은 비단 이곳 뿐만이 아니다. 보행자는 물론 자동차도 중앙분리대를 깔아뭉개고 유턴 등 불법을 자행한다. 요즘 대통령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다. 국정의 중앙분리대가 파손된 탓이다.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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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6.10.27 23:02

독일 광부와 최순실

경남 남해의 독일마을은 요즘 관광명소가 됐다. 1960년대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파견됐던 독일교포들이 한국에 정착하도록 조성된 곳이 남해 독일마을이다. 산과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입지, 빨간 지붕에 하얀 벽돌의 전통적인 독일 양식의 주택, 부인의 나라에서 여생을 함께 할 각오로 한국에 온 파란 눈의 독일인 등이 어우러져 ‘한국 속의 작은 독일’로 특화된 관광지다. 독일의 이국문화를 경험하고자 하는 관광객들이 늘면서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를 모태로 한 10월 맥주축제가 독일마을의 브랜드로 떠올랐다.전북에서도 재독교포들을 위한 독일촌 건설을 추진한 적이 있다. 한국산업개발연구원과 무주군이 2003년도 적상면 일대에 독일의 한적한 농촌마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독일촌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재독교포들을 위한 30세대의 주택을 만들고, 무주 특산품인 머루주를 독일 와인식으로 개발하며, 독일 관련 문화테마단지를 조성한다는 구상이었다. 남해와 달리 무주계획은 이후 무산돼 아쉬움을 남겼다.무주 독일촌 건설계획은 당시 한국산업개발연구원장으로 있던 김제 출신의 백영훈 박사가 주도했다.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입안했던 백 박사는 한국의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1960년대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서독 정부의 원조가 필요했고, 한국의 독일박사 1호인 그가 서독경제협력단 일원으로 파견됐다. 그러나 해외신인도가 낮았던 한국에 상업차관이 순탄하지 못했다. 차관 조건으로 한국의 광부와 간호사 파견을 제안해 성사시킨 주인공이 바로 백 박사였다. 독일의 원조와 독일로 간 2만여명의 우리 젊은이들이 한국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굳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그렇게 이국만리에서 광부와 간호사로 한국의 발전과 그 발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산 이들에게 최근 독일을 무대로 펼치는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승마놀이’는 깊은 절망감을 줄 것 같다. 힘든 노동에도 근검절약으로 고국에 해마다 5000만 달러의 거액을 송금했던 산업일꾼들의 역사는 출처도 알쏭당쏭한 돈을 펑펑 써댄 두 모녀에게는 딴나라 이야기일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큰 힘이 됐던 백 박사가 독일에서 쌓은 공적과 이미지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각종 비리 의혹에 얽힌 최씨에 의해 허물어진 것도 아이러니다.반세기 세월 속에 이제는 하얀 머리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파독 광부·간호사 30여명의 최근 전주 방문이 그래서 더 먹먹하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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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6.10.26 23:02

부정청탁, 뭣이 중헌디…

“남에 돈가지고 지랄하느라 시간이 없나보구나 ㅎ 능력없으면 니네부몰원망해. 잇는 우리부모가지고 감놔라배놔라하지말고 돈도 실력이야…. 불만이면 종목을 갈아타야지~”최근 SNS나 인터넷상에 떠도는 글 중의 하나이다. 한 여학생이 애초 SNS에 올린 것을 한 언론이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글을 쓴 배경은 지난 2014년 이화여대 수시전형에서 승마부문 체육특기자로 합격한 뒤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문장이 썩 빼어난 것도 아니고, 일반적인 공감을 받기도 쉽지 않은 내용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 글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마다 다를 수는 있으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계층의 망탈리테(mentalite·정신구조)를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그 중의 하나로 작용하는 듯하다. 이 여학생의 부모는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정윤회·최순실 씨이다.안타까움 속에서도 다행스러운 면은 있다. “돈도 실력”이고 ‘능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직접적인 증언이 그것이다. 각종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특혜는 없다”며 잡아떼고 버티는 기성세대 권력에 비하면 대단히 솔직하다. 그러나 솔직함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큰 것도 사실이다. 대학입학을 앞둔 어린 여학생의 심성치고는 너무 때가 묻었고 시커멓다. 부모의 돈을 자신의 권력으로 치환시키고 즐기려는 그 사고에는 뻔뻔함과 용렬(庸劣)함이 배어 있다. 그야말로 ‘민중은 개 돼지’라는 안하무인이 느껴진다. 상황이 이러한데, 네티즌들이 아무리 욕을 하고 죽창드립을 달면 무엇 하겠는가?그런데 최근에는 이 돈이 ‘부모의 돈’이 아니고 그녀의 부모가 국민들에게서 소위 ‘삥’ 뜯은 돈일 가능성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그녀의 모녀는 지금 언론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세상은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으로 온통 시끄럽다. 경찰관 사무실에 4만5000원 상당의 떡상자를 보낸 민원인은 김영란법 위반 1호로 재판을 받게 됐다. 학부모에게서 케이크를 받아 아이들과 나눠먹은 교사는 공무원행동강령을 위반했다며 중징계 위기에 몰렸다. 그런데 대학 입학부터 학점 취득에 이르기까지 비정상으로 일관됐고, 국민들로부터 막대한 돈을 삥 뜯어 초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의혹투성이의 이 사건에 대해서는 왜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하게 말해주지 않는가? 이쯤 되면 부정청탁은 그 내용보다는 누가 했느냐가 중요한 모양이다. 도대체 뭣이 중허냐고 국민들은 묻고 있다.이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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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원
  • 2016.10.25 23:02

내년 대선과 유권자

선거가 일상이 되었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 대표를 뽑는 일이 늘었다. 그 만큼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 원리로 작동되고 있다는 뜻이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다. 그간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귀중한 목숨을 민주 제단에 바쳤다. 그 희생으로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표를 선출할 때 이성적인 판단 보다는 감성의 지배를 받아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먹고 살기가 힘들다 보니까 선거를 할 때마다 분위기에 휩싸여 감성투표를 하는 유권자가 있다. 선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후보의 능력을 정확하게 판단해서 투표해야 함에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지방선거나 농수축산림조합장 선거 때도 후보가 내건 공약이나 정책 등을 꼼꼼하게 살펴본 후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지만 후보와의 사사로운 관계가 판단 기준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소지역주의나 연고성이 판단 기준이 된다. 지방선거 때는 지역정서에 의존해서 특정 정당만 보고 찍는 경우도 많았다.대통령 선거는 지역주의가 크게 작용한다. 후보 출생지가 어디냐에 따라 표가 왔다 갔다 했다. 국민들이 자신의 한표가 중요하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가운데 지역 연고에 의한 묻지마식 투표가 이뤄졌다. 보수 진보 보수 정권으로 뒤바꿔지면서 대통령을 잘 뽑는 게 자신한테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권한이 막중하다. 권력이 대통령한테로 집중되다 보니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국회에서 헌법을 고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도민들도 대선 때 곧장 지역감정을 바탕으로 한 묻지마식 투표를 해왔다. 90% 넘게 일방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 공산주의 국가를 제외하고는 드문 사례다. 본인들이 지지했던 후보가 당선될 때는 기뻤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임기 내내 우울했다. 사실 한풀이에 가까운 선거를 했다. 그렇다고 개인의 삶과 지역발전이 바뀌지는 않았다. 대선이 일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대선은 외교 안보 국방은 말할 것 없고 경제상황이 악화될 위험에 처해 있어 중요하다. 도민들은 그간 냉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선거를 모두 경험했다. 얻은 결론은 연고주의에 의한 선거가 국론분열과 지역감정만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지금 선거판은 양당구조를 더 고착시키는 구조다. 그래서 지난 4·13 총선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그 피해가 어떻게 드러난다는 것을 똑똑히 알았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후보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치 철학부터 시작해서 어떤 경험을 해왔고 그가 내세운 공약과 비전은 뭣인지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역량이 부족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불통과 권한 행세로 나라를 망칠 수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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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6.10.24 23:02

노벨문학상 선정, 그 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된 미국의 포크 가수 밥 딜런. 딜런은 최근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자로 거론되어왔지만 선정 결과는 확실히 파격적이었다. 실제 지난 13일 노벨 문학상 수상자 선정이 발표되기 직전 2016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유력했던 후보는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였다.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최근 몇 년 동안 노벨문학상 수상후보자로 빠짐없이 이름을 올려왔거니와 올해는 특히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었던 작가다.노벨문학상 선정을 둘러싸고 국내외 평단의 평가는 여전히 극과 극을 오간다. 순수문학의 위기라는 혹평이 있는가하면, 스웨덴 한림원의 위대한 선택 같은 찬사도 이어진다.그 자신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이기도 한 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티옹오는 최근 한국을 방문, 밥 딜런의 선정에 대해 대중가수로서뿐 아니라 다른 많은 의미를 찾은 것이라며 문학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딜런은 시인이기도 하지만 대중적 팝가수로 한 시대를 상징해온 인물이다. 그는 1960년대부터 반세기를 지나오는 동안 대중들에게 큰 영향을 미쳐온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였다. 대중들은 언제나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향해 있었던 그의 노래를 듣고 부르며 힘을 얻고 위안을 받았다.흥미로운 일이 있다. 딜런이 수상자로 선정된데 대해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림원은 밥 딜런과의 직접 연락을 포기하고 그와 가까운 측근에게 수상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던 지난 13일, 딜런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수상자가 되었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지만 그는 수상 소감은 커녕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음날도 노래만 불렀다. 상황이 이쯤 되니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노벨상은 누구나가 선망하는 상이지만 수상을 거부한 사람도 있다. 외부적 여건에 의해서 수상을 포기한 경우도 있지만 스스로 상을 거부한 인물은 두 명. 프랑스 장 폴 사르트르(문학상)와 베트남의 정치가 레 둑 토(평화상)이다. 196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사르트르는 모든 공적인 훈장과 명예를 거부하는 것이 자신의 원칙이라는 이유로, 1974년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레 둑 토는 조국 베트남에 아직 평화가 오지 않았다며 수상을 거부했다. 그 이유가 의미심장하다. 밥 딜런의 파격적인 행보,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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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6.10.21 23:02

김완주 문재인

참여정부의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외교통상부장관을 지낸 송민순 씨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가 그야말로 거대한 빙하가 돼 정국을 강타했다. 회고록에 나오는 참여정부의 2007년 UN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과 관련된 대목 때문인데, 문재인 의원이 논란의 핵심에 있다. 송민순은 회고록에서 2007년 11월 참여정부가 UN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측의 입장을 타진한 후 기권 결정을 했는데 당시 북측의 입장을 묻자고 한 장본인이 바로 문재인이라고 썼다. 이에 문 의원은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 “기억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문재인 실장이 일단 남북경로로 확인해보자고 결론 내렸다”고 쓴 송민순 회고록의 사실관계 확인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물론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일구삼언하지 말고 진실을 밝히라고 한다. 전북에도 똑같은 사건이 있다. 송민순 회고록 파문은 10년 전 일이지만, 삼성이 새만금에 20조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것은 불과 5년 전 일인데 거짓말 투성이다. 삼성이 지난 5월 약속 5년 만에 “새만금투자계획이 없다”고 밝혀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삼성 투자와 관련해 김완주 전 도지사는 “삼성의 새만금투자 요청이 있어서 정부에 연결해 줬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측 인사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전북도와 삼성이 주도한 것”이란다. 이는 김완주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김완주 측은 무반응이다. 전북에서 삼성은 금융과 생활가전, 스마트폰 장사로 쌈짓돈을 쓸어담고 있지만 정작 지역투자가 전무한 외부 ‘빨대기업’이다. 투자하면 좋겠지만 투자 안하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삼성의 새만금투자 철회 결정은 전혀 다른 사안이다. 이명박정부가 LH공사 본사를 경남 진주혁신도시로 돌리는 바람에 흉흉해진 전북 민심을 달래기 위해, 또 이 문제 때문에 정부와 동병상련의 입장에 처했던 김완주 전 도지사와 짜고 이반민심 수습용으로 ‘삼성 새만금투자쇼’를 걸판지게 벌였다는 의혹, 삼성은 그저 정권 압력에 못이겨 이명박·김완주 광대놀이에 출연한 보조역일 뿐이었다는 의혹 때문이다. 도백 시절 ‘매우 나쁜 짓’을 했다는 의혹과 비난이 하늘을 찌르는데도 계속 침묵하는 건 대단한 인내다. 그의 현역시절 행태와 다르다. 그건, 이제 전북에서 얻을 이익이 없기 때문 아닐까. 문재인과 김완주, 닮은꼴이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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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6.10.20 23:02

전주기접놀이의 용틀임

전주기접놀이 콘텐츠 사용을 놓고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사)전주기접놀이보존회가 지난해 한국전통문화전당 개원식에 초빙된 문화단체의 공연이 보존회의 콘텐츠 도용이라고 주장하면서다. 보존회는 15년간 공들인 콘텐츠를 허가 없이 이용함으로써 공연질서를 문란케 해 법적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공연단체는 삼천동과 평화동의 여러 마을에서 전승된 민속놀이에 대해 보존회의 허가를 받을 사항이 아니라고 맞섰다. 전주시가 나서 보존회가 콘텐츠 특허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접놀이의 보존에 공헌해온 만큼 향후 공연 때 보존회를 통해 공연하도록 조치하는 선에서 매듭지어졌다.전주시민들에게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민속놀이를 두고 연희자들 사이에 논란이 빚어진 것은 이례적이었다. 전주기접놀이가 세상에 빛을 보기 위한 용틀임이었나 보다. 전주기접놀이가 제57회 한국민속예술제에 전북대표로 출전해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 받았다. 기접(旗接)놀이는 깃발을 갖고 노는 놀이다. 용이 그려진 깃발이어서 용기놀이라고도 부른다. 매년 백중때 모악산을 배경으로 전주시 삼천동과 평화동 일대에서 1940년대까지 연례행사로 행해졌으나 이후 간헐적으로 전승되다 중단됐다. 여러 마을이 참여해 용기이어달리기, 용기놀이, 용기부딪치기, 합굿 등을 통해 농사철의 피로를 씻고 친목을 다지는 민속놀이였다. 마을에서 치러진 마지막 기접놀이는 1956년 평화동 중평마을(당시 완주군 난전면)에서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1895년 제작된 중평마을 용기의 회갑을 기념해서다. 당시 기접놀이에 11개 마을에서 참가해 1주일간 열렸으며, 마을 공동재산인 논 3000평을 팔아 비용을 감당했다고 한다. 이후 맥이 끊겼던 기접놀이가 1970년대 중반 풍남제에서 재현됐으나 일회성에 그쳤다. 오늘의 기접놀이가 전승될 수 있었던 것은 1997년 삼천동 계룡리를 중심으로 보존회가 창립되면서다. 전주기접놀이보존회로 뭉친 회원들이 이듬해부터 매년 정월 대보름과 백중에 삼천동 일원에서 연희를 펼치며 그 맥을 이어온 것이다.맥을 잇는 과정에서 이런 우여곡절을 거쳤기에 전주기접놀이의 대통령 수상은 더욱 값지다. 큰 기지개를 켠 전주기접놀이가 박제된 콘텐츠에서 벗어나 과거 마을에서 진행됐던 것처럼 매년 모악산 자락에 휘날릴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용기를 자유자재로 흔들 수 있는 농촌 장정도 없는 현실에서 너무 큰 바람일까.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10.19 23:02

김영란법과 교각살우

어떤 기관장을 만났더니 불쑥 김영란법 이야기를 꺼냈다. 며칠 전 다른 기관과 MOU를 체결했는데, 점심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처하더라는 것이다. 업무적으로 서로 이해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갑을 관계는 더더욱 아니지만, 혹시라도 오해가 있을까봐 조심스러웠다는 것이다. ‘꼭 그래야 했느냐’는 질문은 여기서 별 의미가 없다. 행여라도 ‘시범케이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개인적인 모임도 뒤로 미루고 눈치만 살피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시범케이스’는 군대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이다. 시범케이스에 걸리면 사소한 잘못에도 가혹한 처벌과 모욕이 뒤따른다. 많은 사람들에게 경고를 보내기 위해 일부러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군 복무를 해본 사람이라면 그 공포감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안다.그러나 김영란법은 사람들 간의 건강한 교유(交友)를 가로막고 우리 사회를 꽁꽁 얼어붙게 하기 위해 만든 법률이 아니다. 본래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부정과 부조리, 불의를 뽑아내고 그 자리를 공정과 정의로 채우자는 취지이다.사실 우리나라의 부패정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는 34개 OECD 회원국 중에서 27위에 그치고 있다. 점수도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OECD 평균 69.9점에 비해 크게 낮다. 아시아권에서도 싱가포르(85점)이나 일본(75점), 홍콩(75점), 부탄(65점), 대만(62점) 등에 비해 떨어진다.이처럼 만연한 부패를 추방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이 있었기에 국민들의 박수 속에서 김영란법이 탄생할 수 있었고, 국민들도 다소의 불편은 기꺼이 감수하려는 마음이다.그러나 현재 김영란법을 대하는 우리의 사회 분위기는 본말이 전도된 것 같다. 썩은 부분을 도려내자는데 건강한 부분이 긴장하고 있다. 큰 도둑들은 여전한데 서민들은 생활의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법이 잘못된게 아니라 권익위의 해석이 너무 소극적이고 방어적이기 때문이다.우리가 추방해야 할 것은 연줄에 의존한 부정한 관계이지, 신뢰에 바탕을 둔 건강한 사회관계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국회가 주도 돼서 국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물어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어떨까?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성원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6.10.18 23:02

전북 농식품산업의 장래

그간 전북이 산업화에 뒤처져 다른 지역에 비해 경제여건이 안 좋았으나 부가가치가 높은 농식품산업만 잘 육성하면 전북의 미래는 걱정할 게 없을 것 같다. 전북은 농식품 분야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산학연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농촌진흥청 등 농업 관련 기관이 혁신도시에 있고 우수한 농업인력을 배출하고 연구기능을 갖춘 전북대학교 그리고 국내 굴지의 종합식품제조업체인 하림그룹이 있어 타 지역보다 여건이 좋다.2015년 기준으로 세계식품시장 규모는 5조5600억달러로 3조900억달러의 IT시장과 1조7800억 달러의 자동차 시장을 합한 것 보다 그 규모가 커지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해 간다. 아시아 태평양 식품시장 규모와 비중도 2014년을 시작으로 유럽식품시장을 능가하고 있다. 동북아 식품시장 규모는 14억5000만명으로 4억7000명인 EU보다 크다. 이 광활한 소비시장이 불과 2시간권에 속해 있다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물류 운송비 절감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전북이 일찍 농식품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벤치마킹한 것은 잘한 일이다. 물류거점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처럼 새만금신항으로 잡았고 연구거점을 와게닝겐 URC와 같이 농촌진흥청 전북대학교 각 대학 농업연구소 그리고 핵심거점을 푸드밸리처럼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로 잡았다. 문제는 고정관념화돼 있는 경직된 사고를 어떻게 바꿔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그간 우리 농업은 소농가적 사고와 노동집약적 사고 그리고 비자본가적 사고로 움직여 왔다. 자연히 생산성이 떨어져 경쟁력이 없었다. 이 같은 경직된 사고를 기업가적 사고, 설비집약적 사고 그리고 자본가적 사고로 바꿔 놓아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경작지 면적이 우리와 비슷한 네덜란드의 농업인구가 7만인데 우리는 110만명이나 된다. 7만도 잘 훈련되고 교육받은 농업 전문가라는 것이다. 그간 적성을 고려치 않고 점수에 떠밀려서 농대에 진학한 농대생들마저 농업 현장으로 투입되지 않은 우리와는 대비된다. 네덜란드는 1950년대 이후에 규모화 전문화를 이뤘다. 그 때부터 단백질식품 생산 기반을 확대했다. 이미 농식품산업의 글로벌화를 진행했던 것이다.식량 자급률이 23.8%밖에 안 되는 우리는 농식품산업을 국가경제 의존형 1차산업에서 시장경제 지향적 산업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농어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 공약을 내건 게 잘못이었다. 농업을 경제논리로가 아닌 정치논리로 접근한 게 오늘의 농업을 피폐하게 만든 주범이다. 전북은 네덜란드의 성공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고 농식품분야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도와 정치권도 산학연이 잘 운영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도민들도 새만금사업과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 사업이 전북의 미래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이들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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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6.10.17 23:02

천담가는 길

‘세월이 가면 길가에 피어나는 꽃따라/나도 피어나고/바람이 불면 흔들릴라요/세월이 가면 길가에 지는 꽃따라/나도 질라요/강물은 흐리고/물처럼 가버린/그 흔한 세월//내가 지나온 자리/뒤돌아다보면/고운바람결에/꽃피고 지는/아름다운 강 길에서/많이도 살았다 많이도 살았어/바람에 흔들리며/강물이 모르게 가만히/강물에 떨어져/나는 갈라요-김용택 시인의 <천담가는길>-’ 임실군 덕치면 장산리 진뫼마을에서 천담마을로 가는 길은 오래전 문화관광부가 ‘걷고 싶은 길’로 선정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이다. 섬진강은 진안군 백운면 팔공산 자락에서 생명을 얻는다. 옥정호를 거쳐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물줄기는 김용택 시인이 살고 있는 ‘진뫼 ‘ 앞으로 찾아든다. 천담과 구담, 장구목을 거쳐 적성으로 곡성으로 흐르는 물길. 그 길의 끝은 남해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시인은 90년대 초반, 천담분교에 근무했던 꼭 2년 동안 진뫼에서 천담에 이르는 이 길을 걸어 학교를 오갔다. 진뫼마을에서 천담까지는 꼭 4km, 십리길이다. 이 길 옆으로 흐르는 물길은 강이라 할 수 없을 만큼 한껏 몸을 좁히고 있다. 이 강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길에는 온갖 들꽃들이 피어나고 진다. 그 시절, 시인은 이 길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 여겼다. 그는 이 길을 오가며 철철이 피는 들꽃들의 이름을 알아내고 기억했다. 싸리꽃 달맞이꽃 쑥부쟁이 며느리 밑씻개 오이풀 여귀……. 수없이 많은 꽃들이 길을 따라 피고 졌다. 그러나 그가 기억했던 아름다운 들꽃 중에는 다음해에 피지 않는 꽃이 더 많았다. 해가 바뀌면 또 다른 들꽃들이 무리지어 피었다. 시인의 마을을 찾아오는 문학기행단들은 시인과 함께 이 길을 따라 천담과 구담을 거쳐 장구목까지 걸었다. 이 길에는 그 흔한 전봇대 하나 세워지지 않았다. 길과 길의 끝에는 마을과 마을이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 길을 일상적인 통행로로 사용하지 않았다. 자연 생태의 순정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는 비결이 거기 있었다. 이 길은 지금 잘 다듬어진 산책길로 모습을 바꾸었다. 자잘 자잘한 돌들이 뒹굴던 흙길 대신 걷기 편한(?) 포장길이 놓였다. 자연의 순정이 훼손된 감이 없지는 않으나 구불구불 이어지는 물길을 따라가는 길의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다. 마음 순해지는 가을이다. 어수선한 시절, 걷고 싶은 길 하나쯤 마음에 넣어두길 원하는 독자들께 이 길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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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6.10.14 23:02

시그마 6

결국, 삼성전자가 11일 한국거래소 조회공시에서 갤럭시 노트7 생산 중단을 밝혔다. 제품 환불은 물론 노트7을 타사제품으로도 교환해 준다.8월 2일 미국 뉴욕에서 처음 공개된 노트7은 탁월한 방수기능 등 성능과 디자인 면에서 역대 최고라는 평을 받았다. 지난 70일간 전세계에 모두 380만 대가 나간 것으로 알려진다. 제품 가격만 모두 3조 8000억 원에 달한다. 모두는 노트7의 성공 실적도 역대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여겼다.아쉽게도, 노트7의 운명은 비운의 70일 천하로 끝나고 말았다.제품 발표 보름 후인 8월19일 한국과 미국을 필두로 판매에 들어갔는데 불과 6일만인 24일 한 인터넷커뮤니티에 발화 사례가 공개됐다. 그런데 한 두 건이 아니었다. 국내외에서 발화사고 보고가 이어지자 삼성전자는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기기공급 중단 조치를 내렸다. 9월 2일 배터리 결함을 공식 확인하고 전량 교환에 들어갔다. 하지만 미국 연방항공청이 노트7의 기내 사용 중단을 권고했고,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노트7 리콜을 공식화했다.노트7 내장형 배터리에서 결함이 발생한 것은 배터리 생산 계열사인 삼성SDI 제품을 무리하게 밀어주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노트7은 크기가 줄고 배터리 용량이 커졌는데, 이 변화된 설계에 걸맞은 배터리를 채용하지 않고 무리하게 삼성SDI 제품을 쓴 것이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리콜조치를 하면서 삼성은 배터리를 타사 제품으로 교체했고, 9월19일부터 새 기기 교환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마저 얼마가지 않았다. 9월26일, 10월1일 국내외에서 또 화재 사례가 보고된 것을 필두로 각국에서 발화사고가 잇따랐다. 급기야 10월9일 미국 이동통신사들이 노트7 판매와 교환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삼성은 손을 들고 말았다. 냉정한 시장의 요구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글로벌 삼성의 치욕이다. 지난 70일간의 흥분과 긴장 속에서 삼성이 시도한 모든 반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삼성이 노트7을 포기한 것은 이미지 훼손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시장에서 사망 선고를 받은 노트7을 신속히 폐기하고, 이미 준비하고 있는 갤럭시S8로 반전의 기회를 잡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삼성은 노트7을 통해 시그마6(제품 불량률 백만분의 3.4)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시장의 혹독함을 보여 주었다. 김재호 수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10.1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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