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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줄근한 장마 뒤 땡볕 흥건히 내려찍는 날 조석으로 부는 서늘한 바람 벌 나비 부르고 세상의 발소리 멀리 들리는 풀밭에 가부좌로 앉아 잔서리 깨물며 희망을 안고 온전히 밤낮을 사랑하나니 뉘 한번 불러 주지 않아도 신실한 꽃향기로 웃음꽃 날리며 풀벌레 울어예는 밤 지새우는 호박꽃이 참꽃이라는데 왜 그리 말이 많은지 △ 가짜뉴스가 세상을 집어삼키는 듯하다. 이제 모든 뉴스는 일단 의심하는 게 답이다. ‘거짓’은 ‘참’보다 그럴싸하고 매력 있다. ‘거짓’은 때때로 ‘참’보다 훨씬 이론적이고 인간적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도 ‘참’을 ‘참’이라고 증명해야만 하는 세상이 되었다. “풀밭에 가부좌로 앉아” 드디어 피운 “호박꽃이 참꽃이라는데” 세상은 이를 듣지 않는다. 작 익은 호박처럼 시인의 사유도 잘 익었다./ 김제 김영 시인
봄 햇살 부름에 수줍게 내민 속잎 오월의 찬란함이 덧칠을 했다 진초록 유월이 반가워 춤추더니 어느덧 꽃 지고 잎 지는 가을이 왔다 저마다 다른 사연 가득히 담고 떨켜의 힘에 밀려 마지못해 내린 잎들 나목 발등에 사분이 내려앉아 다시 만난 사랑인 듯 포근히 품어 안고 새로운 꿈꾸며 영면에 들겠구나 △ “떨켜의 힘에 밀려/ 마지못해 내린 잎들”도 조금만 더 가을의 햇빛을 주시라고 기도했을 법하다. 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떨켜에 밀려 내려오는 낙엽의 기분이라니. 마냥 호기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적 화자가 낙엽을 찬양하는 이유가 있다. 낙엽은 다 헐벗은 나무에게 다가가 “다시 만난 사랑인 듯” 안아준다. 그의 시린 발등을 덮어준다. 그렇게 “새로운 꿈”을 꾼다. 그리고 다시 “봄 햇살이 부”르면 수줍게, 처음인 듯, 속잎을 내밀 것이다. 그렇게 세상의 봄은 다시 환희에 찰 것이다./ 김제 김영 시인
문학은 황홀(恍惚)하게 하는 맛 문학이란 자연을 묘사하고 인생을 그리는 이상향(理想鄕) 문학은 역사의 내일을 밝히는 등불이자 영혼(靈魂)의 그림이다 문학은 인간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언어로 만든 밥이며 예술을 비비는 것이 문학이다. △ 문학에 대한 메타시로 읽어야겠다. “문학은 황홀(恍惚)하게 하는 맛”이고 “인생을 그리는 이상향(理想鄕)”이다는 당찬 선언 앞에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다. 문학은 “영혼(靈魂)의 그림이다”를 거쳐 “언어로 만든 밥”이라는 말은 얼마나 절절하고 온당한가? 밥은 우리의 생명줄이다. 밥은 거르지 않고 챙겨 먹어야 건강하다. 밥은 끼니마다 새로 지어야 더 맛있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문학은 작가가 언어로 지어놓은 따뜻한 밥 한사발이 되는 것이다./ 김제김영
예쁘든 안예쁘든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든 안 좋든 좋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어느 연세 많으신 시인께서는 첫사랑의 여인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미 지나간 사랑인 때문이다. 과거의 사랑인 때문이다. 바람에 팔랑이는 나뭇잎처럼 현실은 기어이 이상을 배반하고 모든 부질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아무런 의미 없이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처럼 세상의 사랑은 허울이다. △ 세상의 사랑이 허울이었구나. 그래서 모든 사랑에서는 배면의 눈물이 스며나는구나. 사랑이 아무리 허울이었다고 해도, “현실이 기어이 이상을 배반”한다고 해도, 기꺼이 속아주자. 적어도 사랑하는 동안의 나는 따뜻하고 부드럽고 풍성했으리라. “의미 없이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일지언정 바라보는 동안은 나도 깃발을 따라 어느 먼 나라로 다녀오곤 했으니까./ 김제 김영 시인
두 글자 사이 얼마만큼 붙이면 <붙여 쓰기>인 것이고 얼마만큼 띄면 <띄어쓰기>인 것인가 태초에 아담과 하와 사이 가까운 사이였을까 먼 사이였을까 단 둘만의 사이는 언제나 가장 멀고도 가장 가까운 그런 사이인 것을 ⸱⸱⸱⸱⸱⸱<붙여 쓰기>는 띄어서 쓰고 <띄어쓰기>는 붙여서 쓸 때부터 그 아리송함에 어리둥절하기는 했지만 △ “얼마만큼”의 거리는 사랑의 무게를 금 저울에 올려놓아야 보인다. 혼인성사로 맺어진 한 몸을 사이와 사이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아리송하다. “두 글자 사이”를 공책에 옮겨 쓰다가 문득 마음과 마음의 거리가 꾸불꾸불해 보이지 않는다. “아리송함에 어리둥절”하다고 생각할 때는 “둘 사이”가 뜨거운 열정에 녹아있을 때일 터. 안갯속처럼 보였다가 보이지 않는 “둘 사이”의 운명은, 함께 가지만 서로 만나지 않는 철로를 따라 걷는 부부의 동행이 아닐까./ 이소애 시인
흔하디흔한 들판에 이리저리 뒤채이던 민들레 한 무더기를 어디서 캐 오셨는지 뒤란 금 간 장독 뚜껑에 옮겨심어 놓고 간장 된장 고추장 묵은 장을 끼니마다 퍼 나르며 어르고 가꾸었다 어머니는 소담한 봄을 뒤란에 모셔놓고 등불처럼 꽃을 피우셨다 급기야 뒤란이 환해졌다 △ “소담한 봄”을 “등불처럼 꽃을 피우셨다” 시인의 봄을 <어머니의 봄>이라고 불렀던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인의 기억에서 “뒤란이 환해”질 추억을 옮기다니 부럽다. “금이 간 장독 뚜껑에” 민들레를 키우시던 어머니의 정성이 슬프도록 보고 싶은가 보다. 어머니를 떠올리는 아름다운 시인으로부터 부끄러움이 스민다. 어떻게 하면 어머니를 뼈에 사무치도록 그리워하도록 깊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이소애 시인
살구꽃이 활짝 핀 살구나무에서 새가 사납게 짖어댄다 도둑이라도 드는 걸까 이 집주인의 전(前)남편이라도 다녀간 걸까 꽃이 웃고 딸꾹질 한 번 하고, 꽃이 웃고 딸꾹질 한 번 하고 생각건대 이 동네 터줏대감인 직박구리는 아마도 사흘은 계속 짖어댈 것이다 살구꽃 속에 살구가 다녀가는 걸 새는 알아차린 것이다. △ 읽을수록 가슴에서 훈훈한 이야기꽃이 핀다. 재밌어서 시가 자꾸만 나를 살구나무로 끌고 간다. 한 편의 시로 하루를 꽃 그림 속으로 여행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금방 직박구리가 짖어대더니 살구나무 꽃잎이 흩날리며 봄날은 간다라고 노래 부른다. “딸꾹질”하던 꽃잎이 빙그르르 춤을 추다가 봄 마당 꽃그늘에 돗자리를 편다. 살구꽃과 새와의 밀월관계가 참 달콤하다. 터줏대감이 아닌 내가 살구나무 그늘에서 봄을 시로 엮는다면 살구는 노랗게 익어갈 것이다./ 이소애 시인
항상 나와 함께 다니며 내가 하는 대로 따라 해요 내가 화내면 따라서 화내고 내가 매~롱 하면 함께 혀 내밀고 매~롱 하며 약 올려요 그런데 내가 큰소리로 하 하 하 웃으면 거울은 입만 크게 벌리고 소리는 못 내요 거울이 따라 못 하는 것 또 있어요 내 마음속에 감춰둔 생각들은 따라서 하지 못해요 △ 시인의 곱고 순수한 열정과, 천진한 순화의 과정과, 해맑은 마음을 곱게 쓴 동시가 나를 불렀다. 말을 건넨다. 아름다운 봄꽃들이 유혹하는 순간부터 동심으로 돌아간다. 거울 앞에 진달래꽃 한 송이를 놓았다. 온 방 안이 진달래꽃으로 물들었다. 거울 속 꽃과 한데 어우러진 봄꽃의 향기가 참 좋다. <거울이 못하는 것>에서 분노의 싹이 사그라들었다. “내 마음속에 감춰둔 생각들은 따라서 하지 못해요”라지만 꽁꽁 묶어둔 미운 생각도 거울이 등을 다독이며 위로해 주었으면 어떠리./ 이소애 시인
지난날 한 잎 두 잎 단풍 안案 몇몇 이제 새 계절 기하幾何 깨쳐 가던 그 교실 그 시절처럼 날씨 구도 여백에 파란 하늘을 구름 몇 점 위에 두고 사과나무 깨쳐 가는 신록이 든 여문 가을 안案을 △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는 마음이 깃든 작품으로 읽힌다. 생계를 위해 다녔던 직장은 “단풍 案”이라는 단풍 책상이다. 곱게 물들었으니. 푸르게 살아보았으니 이제 “새 계절”을 시작한다. “기하幾何”를 배우던 “시절처럼” 다시 시작점에 선다. “파란 하늘”이며 “구름 몇 점” 그리고 “사과나무”는 시인의 교과서다. 여기서 다시 ‘몇 기 어찌 하’를 깨우칠 것이다. <김제김영>
가슴이 메이도록 불러도 불러봐도 대답 없는 어머니 그리움은 태산처럼 세월이 흐를수록 보고픈 어머니 소리 내어 불러보았습니다 가슴이 터지도록 내 어머니 뒷산 소나무를 지붕 삼고 밤이슬 맞으시며 가슴앓이하면서도 육 남매 닭처럼 품에 안아 길러내시는 끝내는 나팔꽃이었습니다 △ 얄브스름한 줄기 끝에 나팔꽃이 매달렸습니다. 나팔꽃의 삶은 명지바람만 불어도 휘청거렸습니다. 밤새 뒷산에 올라 “가슴앓이”를 했지만, 자식들만큼은 절대 세상 밖으로 내놓지 않았습니다. “육 남매 닭처럼 품어 안아” 따듯한 품 안에서 길러내셨습니다. “가슴이 메이도록” 그립지만, 이제는 곁에 없는 어머니를 “가슴이 터지도록” 부를 뿐입니다. 메아리조차 대답이 없어 더 먹먹하게 돌아오는 길입니다./ 김제 김영
꽃 피는 일만큼이나 가슴 떨리고 먹먹한 소리 천방지축 봄바람 햇볕은 누이처럼 따사로운데 숲 속의 앳된 연두 잎 고요를 밟으며 산불처럼 번진다. 새롭다는 것은 누군가를 맞이하는 일 상처 딱지를 떼는 일 봄날의 오후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눈시울 따끔거리고 북방의 황사바람 소용돌이치는데 심장을 다독이는 저음의 봄비소리 꽃잎 가슴을 저민다. △ 봄이 되면 숲속의 연두가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온다. 뒤이어 “가슴 떨리고 먹먹한 소리”로 꽃이 피어난다. ‘피어난다’는 말은 ‘터진다’는 말, ‘터진다’는 말은 ‘쏟아낸다’는 말, ‘쏟아낸다’는 말은 ‘다독인다’는 말, ‘다독인다’는 말은 ‘고요해진다’는 말과 서로 손을 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봄이 오면 “상처 딱지를 떼”고 “숲속의 앳된 연두 잎/고요를 밟으며”피어나는 것이다. “가슴 떨리고 먹먹”하게 세상이 다시 피어나는 것이다./ 김제 김영
기차 정거장 대합실에 앉아 가는 사람 쳐다보고 오는 사람 쳐다보는데 가슴으로 젖어오는 바람소리 엊그제 같은 그 옛날 점심때를 알리는 소방서 오포 소리 그립다. <중략> 하늘을 덮을 듯 키 큰 은행나무 최씨 문중 청지기가 사는 세 칸 기와집 높은 토방 감싸듯 뻗은 뿌리 멀리서 온 타관 아줌씨 기린봉 굿쟁이 무당 <중략> 앞 골목 안창으로 들어가면 혼불 소설 쓴 최명희 소설가집이고 <중략> 갓길 채전밭 옆길로 들어서면 가람 이병기 시조 시인의 집 양사재 위로 오목대 산기슭이 미끄러져 내려온다 <중략> 마주쳐 오는 누군가 고향맛을 물어보면 그냥 웃을까 △일찍이 전북의 문화예술을 유달리 사랑하셨던 시적 화자의 절절함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작품이 길어 ‘몹쓸 <중략>’이 많다. 이 코너의 지면이 한정적이어서 작가와 독자의 넓은 마음에 기댈 수밖에 없다. 꼭 찾아 읽어보시라고 인터넷 전북일보에는 전면을 탑재한다. 읽는 내내 아릿한 그리움과 애틋한 사랑은 우리를 순수의 세월로 데려갈 것이다. /김제 김영
기차 정거장 대합실에 앉아 가는 사람 쳐다보고 오는 사람 쳐다보는데 가슴으로 젖어오는 바람소리 엊그제 같은 그 옛날 점심때를 알리는 소방서 오포 소리 그립다. - 저 풍남동 은행나무 골목에요 - 지금은 한옥마을 문턱입니다 아! 저기 저 집이 나 살던 옛집인데 마당 구석에서 쑥불 타는 매캐한 연기 엄니는 거적대기 깔고 앉아 기왓장 가루로 놋그릇 닦으시고 우리는 평상에 누워 강냉이를 먹었지 하늘을 덮을 듯 키 큰 은행나무 최씨 문중 청지기가 사는 세 칸 기와집 높은 토방 감싸듯 뻗은 뿌리 멀리서 온 타관 아줌씨 기린봉 굿쟁이 무당 시루떡에 촛불을 켜고 아들 며느리의 손자 점지를 빌고 가족들의 소원성취를 빈다 앞 골목 안창으로 들어가면 혼불 소설 쓴 최명희 소설가집이고 몇 발짝 걷다보면 흙돌담 안에 정원수가 꽉 차있고 기둥만 보이는 커다란 기와집이 몇 채인가 쉬엄쉬엄 걷다보면 철대문 집 벽돌담에는 오색돌 문패 나무대문집 나무기둥에는 나무문패 양철대문집 문짝에는 나무문패가 있었지 갓길 채전밭 옆길로 들어서면 가람 이병기 시조 시인의 집 양사재 위로 오목대 산기슭이 미끄러져 내려온다 한나절 걸어온 뒷길을 돌아보고 전주천 제방 밑으로 내려가 흐르는 물 한웅큼을 떠 가슴에 안았다 남부시장 할매집에 들어가 선지국 한 뚝배기 사먹고 경종배추 묵은지 서너포기 사고 모싯잎 송편도 한무데기 사들었다 초여름 한낮은 아직 한뼘이나 남았는데 마주쳐 오는 누군가 고향맛을 물어보면 그냥 웃을까 △ 일찍이 전북의 문화예술을 유달리 사랑하셨던 시적 화자의 절절함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작품이 길어 ‘몹쓸 <중략>’이 많다. 이 코너의 지면이 한정적이어서 작가와 독자의 넓은 마음에 기댈 수밖에 없다. 꼭 찾아 읽어보시라고 인터넷 전북일보에는 전면을 탑재한다. 읽는 내내 아릿한 그리움과 애틋한 사랑은 우리를 순수의 세월로 데려갈 것이다. / 김제 김영 시인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타 먹고 무게를 달아보니 빈 잔의 눈금은 날아간 지 이미 오래 바람 앞에 허깨비로 후들거려도 가을의 균형을 잡고 꼿꼿이 서 있다 부끄럽지 않은 당당함 둥글어 모나지 않는 겸손으로 나무의 푸른 향기까지 담아와 구겨진 투정도 참아내며 군소리 하나 없다 홀리듯 뜨거운 입맞춤에 붉은 입술 자국 묻어나 꽃이 피고 중독된 갈증의 목마름을 채워 흐릿한 혼미함도 깨워주는 재주 재활용도 못하는 일회용이라고 놀려도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순발력에 나 반했어, 한 잔의 맛 별미를 내는 한 사발이야. △ 사물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게 하는 시가 좋은 시다. 이 시를 읽고 난 후, 커피를 마신 종이컵을 물끄러미 다시 바라본다. 책상 한쪽에 찌그러진 채 “가을의 균형을 잡고” 의젓하다. 종이컵의 역할은 “꽃이 피”는 일, “목마름을 채”우는 일, “흐릿한 혼미함을 깨워주는 재주”다. 이런 재주에다가 “둥글어 모나지 않”고, “나무의 푸른 향기까지 담”은 종이컵을 새로 발견한다. 다 내주고 싸늘하게 식은 종이컵을 새삼스레 두 손으로 감싼다./김제 김영
잔잔하던 물결이 오늘 따라 출렁인다 징검다리 저 너머 억새숲은 마냥 고요로운데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물살이 눈에 들어 어찔거린다 "아가, 물을 바라보지 말고 징검돌을 바라보거라” 어질머리 세상 휘몰이 바람 속 건널 적에도 등을 다독이던 어머니 말씀, 엉클린 마음 비다듬고 다시 내를 건너면 이제야 굽이져 흘러가는 물의 길이 보인다 징검돌에 부딪혀 물보라 일으키며 흐르던 길 흐를 수 없어 그들도 나처럼 아팠을 거라 그래 그랬을 거라. △ “이제야 굽이쳐 흘러가는 물의 길”이 보이는 순간이다. 세상일은 매양 “어질머리”가 난다. 이럴 때는 물살을 보지 말고 “징검돌”을 봐야 한다, 물살은 욕심이나 시류를 따라 요동치는 마음으로 읽힌다. “징검돌”은 확고부동한 신념 내지는 자아로 읽힌다. 때론 물의 길이 돌에 부딪혀 “흐를 수 없어”도, 시류에 흔들리는 신념 때문에 마음 아파도 “엉클린 마음 비다듬고” 다시 건너간다./ 김제 김영
사마귀가 뱀의 목덜미를 꽉 물고 시간 속으로 떠났다 꿈틀 꿈틀 온 몸을 비틀며 저항하는 뱀 꼬리를 파르르 떨면서 죄를 털어냈지만 사마귀의 시간은 집요했다 생과 사의 처절한 시간은 무심하다 △ 시인은 몇 달 전 시를 남기고 은하수로 갔다. 아직 팔팔한 시인이 그리워 시를 뒤적거리다가 섬뜩섬뜩한 「사투」가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한다. “사마귀가 뱀의 목덜미를” “꽉 물고 시간 속으로 떠났다”는 소름 끼치게 한다. 사마귀가 뱀을 물고 사투를 벌이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화자는 시간을 밟으면서 얼마나 치가 떨릴 만큼 분하고 원통했으면 뱀을 불러냈을까. 집요하게 한을 품고 손을 불끈 쥐면서 부르르 떨었을까. 생의 고통을 시와 함께 살다가 은하수로 건너간 시인이 생각났다./ 이소애 시인
하늘에 쪽빛 구름 둥근 달 하나 땅에 제비꽃 등 굽은 노송 나도 함께 허물 벗어 던지고 하룻밤 곁에 머물고 싶다 △ '함께'는 서로 더불어 동일하게 취하는 행동이다. ‘쪽빛 구름’과 ‘둥근 달’ ‘제비꽃’ ‘노송’과 함께 어울리기 위하여 화자는 고고한 자세를 벗어던져야 함께할 수 있다. 가면을 집어 던지고 속마음을 진실하게 서로 소통하면 하늘과 땅은 '함께'가 된다. 어쩌면 택배 짐짝처럼 각각의 집 문 앞에 집어 던지면 홀로 살아가는 짐짝이다. 상대방이 무시하고 업신여겨도 너와 내가 서로 함께라면 강한 힘이 솟을 것이다. 함께 사는 공동체는 당기고 밀려도 한목소리를 낸다./이소애 시인
얼굴에 핀 주름꽃 환하다 삶을 한 잎 한 잎 접어 미수(米壽)에 이르러 겨우 피운, 빛바랜 생화 한 송이 △ 「할머니」라고 불러주기만 해도 고맙다. 얼마나 마음이 아름다우면 ‘주름꽃’이라고 했으랴. ‘빛바랜 생화’ 어떠리. 꽃대를 꺾어 버리지 않고 ‘생화’라고 바라보니 ‘주름꽃’의 한 생애가 처절하다 못해 참 고맙다. 섭섭함과 고독감으로 하루를 사는 ‘미수’의 할머니를 아름다운 언어로 시로 엮어냈느니 또 읽고 읽는다. ‘겨우 피운’ 미수의 주름꽃이다. 그냥 저절로 핀 꽃이 아니다. 아픔과 그리움을 가슴에 묻어둔 ‘한 송이’꽃이다. /이소애 시인
지 아무리 부자여도 제아무리 잘났어도 ‘너도 언젠가는 흙이겠지’ 생각하면 흑흑 대며 미워졌던 세상도 다시 위로가 됩니다. △'흙의 한마디'가 고독에 흡입되어 가는 외로운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가 된다. 한 편의 시가 쓰라린 삶의 광장에서 헐떡거리는 심장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어느 순간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는 소외감에서 초록의 빛이 보인다. 충격적인 말의 소리는 기억으로 저장된다. 평생 흙을 떠받들고 사는 농부처럼 시인은 땀방울에 남을 배려하는 사랑을 적셔본다. 질투심이 아름다운 열매로 익어갈 때까지 시를 흙으로 버무려 보면 좋은 시가 세상에 눈을 뜰 것이다./ 이소애 시인
몽돌이라 했다 몽돌해변은 돌의 수도원 통성기도가 적막으로 수렴되는 곳 모나고 날카로운 애초엔 바위였으리라 잘게 더 잘게 작게 더 작게 부피도 무게도 지니지 않은 이윽고 한 점이 될 때까지 빛을 꿈꾸는 돌이 있다 △ 혹독한 겨울 추위는 꽃몸살로 고통이 내게로 왔다. 마치 수도원의 통성기도처럼 적막을 수렴하듯 아픈 상처가 파도에 잘게 부서지도록 기도했다. ‘통성기도’는 ‘적막으로 수렴’되기까지 뾰족한 감성을 아름답게 통회하도록 한다. 바위에 부서지는 아픔이 ‘한 점이 될 때까지’ 몽돌은 처절한 고독과 아픔을 곱디고운 참회로 마음을 다듬었으리라. 미움이 빙하처럼 바다로 흘러 수도원의 적막으로 수렴될 때 가지 「꿈꾸는 돌」이 될 것이다. /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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