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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스님의 풍속기행] 도깨비 터 - ①

흘러내리는 지세마다 그 성격이 달라 파생되는 기운에 맞추어 사람의 생활방식도 영향을 받는다. 어떤 곳은 지세가 사납고 어떤 곳은 지세가 허하다. 특히 지세가 센 곳은 터를 울려주어 사나운 힘을 눌러주기도 한다. 대개 그러한 곳이 생활의 반경 안에서 도깨비 터라 불린다.

 

도깨비 터는 마을마다 한두 군데 정도는 있다. 그만큼 도깨비 전설은 사람과 함께 해왔다. 멀리 떨어져 있는 도깨비 터는 흔하지 않고, 사람이 사는 반경 안에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 도깨비 터가 전주를 껴안는 동시에 밀어주고 있는 산인 모악의 반경 안에서도 중심에 속한 부분에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도깨비 터보다 그 의미를 달리하여 해석할 수 있게 된다.

 

 

모악의 장군대좌가 그 기운을 흘려 내보내는 통로에 소의 머리로 상징되는 수박재가 있다. 이 수박재 또한 모악의 반경 안에서 따로 기운과 혈맥을 간직하며 돌출되어 있는 곳인데, 이 두 개의 수박이 대지에 기운을 쏟아붓는 지점, 산과 대지가 만나 평지를 만들어가는 그 순간의 지점에 도깨비 터가 있다. 날씨가 흐린 날이거나 이슬비가 내리는 봄날 저녁부터 한밤까지(대략 8시에서 새벽 1시 정도) 도깨비불로 보이는 것이 관측되었다고 전해진다. 이것은 도깨비가 실제로 그곳에 살면서 놀았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큰 기운이 어린 곳에 불빛으로 일어나 번쩍이는 자연의 현상으로 보여진다.

 

모악의 소머리에 해당하는 수박재에서 가장 빈번하게 도깨비불이 보이곤 하였다고 전해진다. 소가 밀어 올리는 기운과 소의 눈망울로 표현되는 부분이 두 덩이의 수박임을 감안할 때, 화려한 기운이 모이는 곳으로 예상할 수 있다. 대개 도깨비 터라고 하는 지점에는 작은 냇물이 흐르고 있는데, 이것이 땅속에 어려 있는 에너지를 변형시켜 잠시 불로 나타나 에너지의 충만함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 도깨비불은 지형적 요인으로 생성되는 기파의 일종일 것이다.

 

도깨비는 큰 형태, 곰이나 맹수의 크기가 아니라 집 강아지만한 무형의 기운이다. 그것이 뿔을 달고 험한 기도를 풍길 정도니 그 안에 갈무리된 기운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외에 종교적 입장에서 나타나는 도깨비는 잡신에 불과하다. 탱화나 고서화를 놓았던 자리에 이상한 기운이 감돌고 그 자리에서 자면 필경 가위에 눌리게 되는데, 이 경우 도깨비가 장난을 친 게 아니라, 잡신 혹은 그런 기운에 눌려 잠을 설치는 것이다. 그래서 잡신이 전자기파처럼 불빛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도깨비나 잡신의 경우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선험적 기운과 경험치를 가진 영적인 힘에 의존하여 그 기운을 가늠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반인은 술사나 도력이 심후한 종교인을 불러 액땜을 하는 마음으로 터를 누른다.

 

그런데 도깨비나 잡신도 그 형체만 있을 뿐 얼굴의 뚜렷한 형체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왜냐하면 그런 기운을 이루고 있는 것은 에너지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깨비의 얼굴을 표현할 때 두루 의미를 종합하여 험상궂게 표현한다.

 

모악의 도깨비불은 수박에 서린 물기와 그 부근에 흐르는 소천, 그리고 장군대좌의 기운이 만들어낸 자연의 선물이다. 그러나 또한 도깨비 터는 원래 있는 곳이 아니라 사람의 의지와 행동이 만들어낸 것으로도 보여진다. 모악의 도깨비 터 반경 안에 소의 뿔(우각)로 상징되는 봉우리가 보이는데, 이것은 우각이 아니라 도깨비의 뿔로 풀이 된다. 우각은 큰 기운을 열 필요가 있을 때 준동하는 것이기 때문이고, 도깨비 뿔로 보이는 우각은 다른 곳에 있는 우각을 만들기 위한 혈맥의 작용이다. 그러므로 도깨비 전설을 안고 있는 곳에 나타나 있는 하나의 상징으로서 도깨비 뿔로 보는 것이 타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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