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생님 수업 재미있는데 외국 선생님은 너무 어려워요"
“January(1월), February(2월), March(3월), April(4월), May(5월) …” 1월에서 부터 12월까지를 칠판에 적어가면서 읽어간 라일라니씨가 아이들에게 묻는다. “How Many Months in A Year?(1년은 몇 달 인가요?)” 그러나 아이들의 입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잠시후 제각각 영어로 “몇 월, 몇 월”을 외치지만 동문서답이다.
4일 오후 전주시내 한 초등학교의 방과후 영어수업 교실. 10여명의 학생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고 필리핀에서 온 원어민 강사 라일라니씨가 ‘Months in A Year’를 주제로 강의에 한창이다.
이어 기념일을 공부하는 순서. “1월에 들어있는 기념일은 무엇이 있나요?” 라일라니씨가 영어로 묻지만 역시 묵묵부답. 어설픈 한국어로 “설날, New Year’s Day”하고 여러 번 외치자 그제서야 아이들의 입이 열린다. 그러나 모두가 우리말로 대답한다. “만우절, 식목일, 칠월 칠석, 크리스마스 이브, 내 생일…”
이 수업은 3·4학년이 섞인 기초반 영어회화 수업이다.
학교에서만 3년째 영어를 공부했다는 박 모군(3학년)은 “한국 선생님 수업은 재미있는데 외국 선생님 수업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들도 대체로 같은 반응이다. 그러나 수업 초반 따로 놀던 선생님과 학생들이었지만 수업이 끝날 즈음엔 어느 정도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열심히 과제를 적어 나간다.
이어진 중급반(6학년) 수업은 다소 달랐다. 수업 분위기가 그리 산만하지 않고 라일라니씨의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듣는 학생도 있었다. 역시 선생님의 질문에 영어가 아닌 우리말로 대답하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기초반 수업에 비해 분위기는 좋은 편이었다.
전주시내에 한국인 강사와 원어민 강사가 함께 지도하는 방과후 영어수업을 운영중인 초등학교는 두 곳. 수강료는 일반 학원(15만원선)의 1/5수준인 3만원이다.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방과후 학교의 취지에는 부응한 셈이다. 그러나 원어민 교사가 진행하는 수업이어서 기초수준의 어린이들에게는 당장 큰 학습 신장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방과후 학교 영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정지태씨는 “학생들이 원어민 강사의 말을 그리 많이 알아듣지 못하지만 외국인과 함께 말하고 수업하는 것 만으로도 학습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들고 “처음 시작이 쉽진 않지만 이탈없이 단계가 유지돼야 학생들의 학습도 신장된다”면서 방과후 학교의 정착에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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