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법정기념일 선정위’ 위원장으로 활동
“정해진 기념일, 경쟁서 앞선 것 뜻하지 않아”
“어느 한 날로 정해진 기념일이, 곧 다른 날과 경쟁에서 앞선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거행할 여러 기념의식에서 책임과 의무를 지는 일입니다. 여러 행사들은 동학농민혁명의 세계사적인 의의를 새기면서 전국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지난 1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14년 동안 표류해온 동학농민혁명 법정 기념일을 ‘황토현 전승일’인 5월 11일로 결정했다. 문체부는 기념일 선정을 위해 지난 2월 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동학농민혁명 기념일 선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전북지역 4개 자치단체가 추천한 기념일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여는 등 10개월 가까이 심사하고 의견을 모았다.
안 원장은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기념일 선정 기준에 대해 “1894년에 동학농민군들이 전개한 일련의 투쟁일 가운데 농민들의 의도와 목적을 가장 잘 상징하는 대표적인 어느 한 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여러 사변적인 날들이 다 뜻깊은 의의를 지니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 황토현 전승일이 상징성과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황토현 전승일은 갑오년 동학농민군이 관군과 정읍 황토현 일대에서 최초로 전투를 벌여 대승을 거둔 날.
안 원장은 “농민군은 황토현의 관군과 피할 수 없는 일대 회전에서 대승을 거둠으로써 이후 역사적으로 혁명의 대세를 세워 주도하게 됐다”며 무장기포일은 동학농민혁명군이 개혁을 향한 장정의 출발이라는 의미를 지닌 중요한 날이고, 농민들은 백산대회라는 대규모 출정식을 통해 이제 물러설 수 없는 혁명 대오에 들어섰으며, 전주 화약은 정부와 농민군이 폐정개혁에 합의하고 실천에 나선 뜻깊은 합의라고 덧붙였다.
또 선정위원으로 참여한 조광 국사편찬위원장, 이승우 동학기념재단 이사장, 이정희 천도교 교령, 이기곤 동학농민혁명유족회 이사장 등 기념일 선정위원과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 대해서 “앞으로의 역사적 평가와 전국적 기념행사를 감안해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숙의하고 논의했다. 허심탄회한 자세로 토론해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향후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과 관련 “유적과 기념 시설의 과대한 토목사업으로 더러 역사적 의의를 훼손하는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원장은 한국역사연구회 회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설립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또한 한국역사연구회가 펴낸 <1894년 농민전쟁연구 5>(역사비평사)에 논문 ‘1894년 농민전쟁의 역사적 위치’를 게재하는 등 한국학 연구를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 11월 열린 ‘2018 세계 한국학 전주비엔날레’에서 기조발제를 하기도 했다.
한편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은 교육부 산하 공공연구기관으로 ‘한국학 진흥 및 민족문화 창달’을 목적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 육성법’에 따라 1978년 설립된 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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