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한 지 50년이 넘었지만 은사님 앞에만 서면 우리는 금방 ‘아이’가 됩니다.”
육순 중반의 제자들은 그에 대해 이렇게 입을 모았다. 1967년 진안 마령초등학교 6학년(제45회 졸업생) 담임이었던 김서종 전 교사. 김 전 교사는 팔순이 낼모레다. 그와 제자들은 50년 동안 서로를 끈끈하게 챙겨왔다.
지난해 8월 26일. 그는 제자들의 졸업 50주년 행사에 초대받았다. 그때 그는 보기 드문 행사를 연 제자들에게 “기념앨범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제자들한테 사진, 글 등 필요한 자료를 넘겨받아 앨범 제작에 몰두했다. 난치병과 사투 중이지만 개의치 않았다.
1년 정도 걸린 자료수집과 편집 대장정 끝에 지난 8월 그는 ‘마령초 45회 졸업생들’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50년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특별한 앨범을 완성했다. 초등학교 졸업사진부터 젊은 날 결혼사진은 물론 아들딸, 손자·손녀 모습까지 모두 실렸다. 260쪽 분량에 두께 5cm.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 100권가량의 앨범은 제자들에게 전달됐다.
제자 이오순 씨는 “은사님의 땀이 만든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 값진 앨범”이라며 감동했다. 송규환 동창회장은 “사제지간의 각별함을 웅변한다”고 했다.
김 전 교사는 앨범에 ‘이 앨범이 100년, 500년, 1000년 후의 진품명품에 나갈 수 있도록 보존과 관리를 잘할 것으로 믿는다. 훌륭한 삶을 이루고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김 전 교사는 제자들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백은기 씨는 “733 5133/ 33 339…….”라는 일련의 숫자를 고저장단 맞춰 흥얼거리더니 “이것이 당시 교과서에 나왔던 ‘백두산 뻗어내려/ 반도 삼천리…….’로 시작하는 ‘대한의 노래’ 첫 소절 계이름인데 아직도 입에서 술술 나온다”고 밝혔다.
이오순 씨는 “중학교 입학시험이 치열했던 1960년대 중반, 선생님은 교육대학을 갓 졸업한 26세로 패기와 사명감 가득했다. 제자들의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과목마다 독특한 교수법을 연구해 가르쳤다”고 기억했다.
어린이 회장이었던 정일섭 씨는 “선생님의 교수법은 당시 지역사회에서 화제를 일으켰다. 덕분에 6개 초등학교가 지원하는 마령중학교 입학시험에서 상위 17등까지 모조리 차지했다”며 “진학률도 99%를 기록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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