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학력인정 학교에서 어르신 상대로 미용 수업
2005년 설립 후 최초로 전문 미용사 14명 배출
도내 도서벽지, 일본 등 돌며 미용봉사활동도 활발
2005년 설립된 정읍의 남일 초·중·고등학교는 만학도들을 위한 평생교육시설이다. 최근 이 학교에서 경사가 났다. 설립 이래 처음으로 미용사면허증 합격자 14명을 배출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기쁨 뒤에는 김모진(65) 남일초·중·고 교사(한국미용장협회 전북지회 회장)의 노력이 있었다.
“제가 하는 일이 많아서 교사 제안을 받았을 때 무척 고민했어요. 하지만 늦은 배움을 실천하는 분들의 꿈을 이뤄주고 싶었습니다.”
남일 초·중·고는 수업 수료 과정이 2년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부터 미용과 60명을 맡아 가르쳤다. 이곳에서 1년 반 교육을 받으면 미용사면허증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김 회장의 반 학생들은 올해 6월에 시험에 응시했다.
김 회장은 “올해 시험을 본 학생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분이 73세였고, 평균 나이가 59세인 성인들이었다”며 “가르칠 땐 노심초사했는데 정말로 잘 따라와 줘서 고맙고 이들의 열정에 오히려 기운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16명이 시험에 응시해 14명이 합격하는 쾌거를 기록했다. 그동안은 합격자가 없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자부심과 뿌듯함이 가득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회장은 “5년 전 큰 수술을 한 후로 인생을 새로 살고 있다”며 “회복실에서 무사히 눈을 뜬 이후 ‘내가 가진 모든 재능을 남에게 베풀며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말을 이었다.
남다른 책임감을 갖고 만학도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봉사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수년간 미용 봉사활동을 다닌 그는 올해도 무주 등 도서벽지를 방문해 어르신들의 머리카락을 손질해드렸다.
“올해 일본 오사카에 계신 한인 이주민 1세들을 만나 미용봉사를 했을 땐 눈물이 나더군요. 머리 손질을 넘어 말벗이 되어 드리고 고통, 슬픔, 기쁨을 함께 나누고 온 것 같습니다.”
오사카 대사관과 연계해 과거 강제로 이주한 한국 어르신 80여 명에게 무료로 미용 봉사활동을 펼치는 등 해외에서도 재능기부를 해오고 있다.
한국미용장협회 전북지회장 활동뿐만 아니라 전국을 돌며 각종 강연·심사를 맡고 전주 평화동에 개인 헤어숍도 운영하고 있는 김 회장. 그는 “힘들 때도 있지만 제 가르침이나 손길을 받고 기뻐하는 제자들이나 사람들을 보면 다시 힘이 난다”며 “앞으로도 긍정의 에너지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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