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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애독자 유재금 할머니 “세상 이야기도 알고, 기억력도 좋아져”

남편이 남원서 약국 운영하던 30년 전부터 구독
“바깥 양반 10년 전 세상 떠났지만 신문 안 읽으면 허전”
“함께 웃을 수 있는 훈훈한 이웃 이야기 더 다뤘으면”

신문 읽는 유재금 할머니
신문 읽는 유재금 할머니

“바깥 양반이 남원서 약국할 적에 보던 거를 인제 내가 이어받았네요. 돌아가신 지가 올해로 딱 10년 됐는데 열심히 보시던 신문을 단번에 끊기가 어렵잖아. 그래서 매일 읽다보니 이제는 습관이 돼버려서 안 읽으면 궁금하고 그러지. 나 사는 지역 이야기가 나오니까 관심이 생기고요.”

30여 년째 전북일보를 구독하고 있는 유재금(85) 할머니의 집에는 보물창고처럼 세월이 켜켜이 쌓인 물건이 가득했다. 남원에서 약국을 개업할 당시 선물 받았던 큰 거울, 누렇게 색이 바랜 작은 냉장고, 오래된 전화번호부까지 모두 이 할머니가 지켜온 세월을 보여주는 듯했다.

마루 한 쪽엔 한 달치 정도로 보이는 신문이 반씩 접힌 채로 쌓여있다. 생각날 때마다 꺼내서 볼 수 있게 가장 손이 잘 닿는 부분에 쌓아뒀다는 할머니. 그래서 신문 더미 옆에는 늘 돋보기 안경이 있다.

“신문은 아침 일찍 5~6시면 와요. 일어나면 대문 우체통에 있는 신문부터 가지러 가지. 대충 슥 훑어보고 접어놓고 아침밥 먹고. 그리고 다시 펼쳐서 꼼꼼히 살펴봐요. 낮에 원불교당에 가거나 병원 볼일 보느라 바쁘면 저녁에 집에 들어와서 펴보고. 안 보고 지나가는 날은 없어요. 습관이 된 거지. 그러니까 신문 안 오는 토요일, 일요일에는 허전도 하지.”

30여 년전 남원에서 약국을 운영하며 남편과 함께 전북일보를 받아 보기 시작했다는 할머니가 돋보기 안경을 쓰고 사설이 실린 14~15면을 펼쳤다. 매일 바뀌는 다양한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알 수 있어 좋다고.

“신문 글씨가 커지니까 읽기가 확실히 편해졌어요. 맨날 신문을 보니까 여기저기서 내가 기억력이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들어요.”

신문에서 기억에 남거나 보고 싶은 소식이 있냐는 질문에 유재금 할머니는 이렇게 답했다.

“요새는 서예가 좋아서 신문에 멋진 글자나 그림이 나오면 한참을 놓고 봐요. 또 남모르게 좋은 일 해놓고 자기 혼자만 알고 있는 일 있잖아요. 그런 이야기가 신문에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보면 기분 좋아지게.”

약국을 운영할 당시에는 건강과 의학에 관련된 신문기사가 나오면 꼭 스크랩해 보관했다.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30여 년전 남원에서 전주로 이사 오면서 짐이 뒤섞여 잃어버렸지만 당시 할머니에게 신문스크랩 자료는 돈보다 더 귀중한 재산처럼 느껴졌다고.

“애들 아버지가 6.25때 학도병으로 가서 군대생활을 한 5~6년 했어요. 그러고 제대해서 학교를 늦게 간 거죠. 약국 개업도 늦어지고. 참 꼼꼼한 양반이었어. 신문 읽을 때도 하나하나 다 보고 화도 냈다가 칭찬도 했다가. 그런 모습 보면서 나도 첨엔 큰 생각 없이 보던 게 햇수가 이렇게 됐네요.”

할머니에게 신문은 먼저 간 남편에 대한 기억이자, 오래 된 집과 닮은 추억이자, 세상을 보는 돋보기였다. 쑤시고 아픈 허리와 무릎보다 침침한 눈이 더 걱정이라는 유재금 할머니는 문득 기자의 손을 잡으며 “고맙다”고 했다.

“자식들도 이제 그만 보고 쉬라는데 신문 안 보면 머릿속에서 텔레비전이 뚝 끊기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 좋은 기사를 보면 이렇게나 많은 기자들이 취재를 해가지고 알려줘서 다행이고 고맙다는 생각이 첫 번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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