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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정말 우수한 문자, 배움은 부끄러운 것 아냐”

익산행복학교 함열 중학반 2학년 청일점 김문태

김문태 씨.
김문태 씨.

“배울수록 한글이 정말 우수한 문자라는 걸 느껴요. 글을 쓰고 싶어도 표현을 잘 하지 못해 한스러웠는데 이제는 정말 새로운 삶을 살고 있어요.”

익산행복학교 함열 중학반 2학년 중 청일점인 김문태 씨(72)는 글 쓰는 재미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어렸을 적 교회에서 배웠던 글자와 1년 반 가량 다닌 학교가 학업의 전부였던 그는 6년 전부터 문해교실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았다. 편지 한 통 제대로 쓸 수 없었던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을 글로 표현하는데 재미를 붙였고, 지난주부터는 자서전을 쓰기 시작했다.

군산 성산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학령기에 취학을 하지 못했다. 입학하던 해 2월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경황이 없었던 탓이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아버지 대신 생계를 책임졌던 어머니가 떠나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친구들이 전부 학교에 갈 때 누나 손을 잡고 3~4km 떨어진 나포면의 교회를 다녔다. 거기서 글자를 배웠고, 기본적인 글을 겨우 읽고 쓸 수 있는 수준이 됐다.

“그러다 큰어머니의 권유로 학교를 잠깐 다녔어요. 하지만 어려운 글자는 모르는데다 구구단도 모르는 수준이어서 시험만 보면 꼴찌를 면치 못했지요. 이후 가정 상황으로 익산 인화동으로 이사를 왔는데 전학이 이뤄지지 않았어요. 그게 제 학업의 전부예요.”

배운 게 없어 어려서부터 장사를 했다. 취직이 되지 않으니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했다. 그렇게 파란만장한 삶을 살며 결혼을 하고 3남매를 길렀다.

문해교실은 2015년에 접하게 됐다. 길가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글을 배우고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고민 없이 도전했다. 2년여 초등과정을 마치고 생애 첫 졸업이라는 기쁨도 맛봤다. 청일점으로 함께 하면서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남녀 차별이나 가부장적 사회의 문제점도 알게 됐다.

“이제는 내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글 쓰는 것을 좋아했는데 실력이 부족해 맘껏 쓸 수가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어요. 나만의 목소리로 나만의 생각을 말하고 쓰고 싶었어요.”

도전과 배움에는 자녀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여느 다른 이들은 글을 모르는 부모를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의 경우는 달랐다. 문해교실을 다닌다는 소식에 주위에서 선생님이냐고 물으면 학생이라고 당차게 답했다.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아들딸 결혼식 때는 편지를 써서 읽어주면서 주례를 대신하기도 했다. 최근 손주 돌잔치에서는 덕담을 편지에 담아 전했다.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던 자녀들은 이제 장성해 제각각 가정을 꾸렸다. 항상 부족하고 미안한 마음이었던 그는 자녀들에게 공부만큼은 하고 싶은 만큼 하게 해줘야겠다는 다짐으로 매사 임했다. 가족이 삶의 동력이자 희망이 됐고, 이제 그는 자신의 글로 가족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배움 자체는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김문태씨. 그의 자서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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