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성수면은 산간 농촌 지역으로 인구가 1800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런 곳에서 ‘사랑의 온도탑 100℃ 올리기 운동(이하 온도탑 운동)’ 전개는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습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목표를 조기에 달성했습니다.”
진안 신고마을 전 이장 정지호(83) ‘성수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이하 성수면협의체)’ 공동대표(이하 위원장)의 말이다. 올해 초 진안 성수에서 ‘사랑의 온도탑 100℃ 올리기 운동’을 시작한 정 위원장은 지난 7월 목표치 조기 도달을 이끌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온도탑 운동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매달 1만원씩 1년 정기 후원할 사람이 생길 때마다 온도탑의 온도를 1℃씩 올려 세는 모금 활동이다. 성수면 온도탑은 연말을 맞아 재삼 화제가 되고 있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성수지역에서는 사랑의 온도 100℃라는 소기의 목표를 빠르게 달성했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올해 말까지 ‘후원자 수 100명 채우기’라는 자체 목표를 새로 설정했다. 후원구좌 수는 이미 100개(100℃)가 넘었지만 복수 구좌 후원자들이 다수 포함돼 동참자 수는 아직 100명에는 이르지 못해서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온도탑 운동 출발 당시 안팎에서는 “그다지 넉넉하지 못하면서 노인 인구가 40%가량을 차지하는 시골에서는 안 될 일”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강했다. 또 “도시에서도 100℃ 도달이 쉽지 않은데 ‘굳이 시작할 필요가 있느냐’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하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한 뜻 있는 일이니 무조건 첫 발을 떼어 보기로 마음먹었다는 게 그의 회고다.
그는 온도탑 운동 시작 동기에 대해 “사회보장협의체 공동 대표였지만 솔직히 협의체가 무슨 일을 하는 단체인지 제대로 몰랐다. 사랑의 온도탑 운동은 더더욱 몰랐다. 하지만 올해 초 새로 부임한 직원 한 명(김대환 맞춤형복지팀장) 때문에 사회보장협의체가 해야 할 일과 온도탑 운동에 대해 분명히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온도탑 운동은 ‘지역’의 ‘문제’는 ‘지역’에서 ‘해결’하자는 이른바 ‘지문지해’ 운동이다. 우리 조상들이 해오던 향약이나 두레 같은 공동체 상호부조 정신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게 그의 부연 설명이다.
그는 후원자 모집 과정에 대한 질문에 “막상 시작하고 나니 후원에 동참하려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 생각보다 순조로웠다”며 “동참자들은 100℃에 이르는 내내 ‘오늘은 몇 ℃인가’를 계속 물어 올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다”고 답했다. 이어 “형편이 넉넉한 사람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월 1만원씩 후원금 내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몇몇 주민이 동참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역사회 유관기관, 사회단체, 성수면 향우회, 지역 내 각종 단체 등을 찾아가 사업의 취지와 필요성을 설명하면 대부분 흔쾌히 협조했다”고 했다.
그는 온도탑 후원금이 올해 말까지 1000만원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종 모금액이 집계되면 내년 초 계획을 세워 노인·장애인·아동·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신속히 지원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정 위원장은 “온도탑 운동이 우선 진안 관내 각 읍면에서 활성화되고, 더 나아가 전국 각지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눔을 권유하는 시 한 소절을 툭 던졌다.
“촛불 하나가 다른 촛불에게 불을 옮겨 준다고 그 불빛이 사그라지는 건 아니다. 벌들이 꽃에 앉아 꿀을 따간다고 그 꽃이 시들어가는 건 아니다.”
한 주민은 그를 ‘참 어른’이라 칭했다.
정 위원장은 가정 안팎에서 특별한 ‘어른’이라고 한다. 가정에서는, 뜻밖에 오갈 데 없이 된 어린 손자 셋을 한꺼번에 거둬 직장 잡을 때까지 키워낸 ‘특별한’ 할아버지이다. 밖에서는, 성수면노인회 관련 업무를 정확하고 깔끔하게 처리해 타 지역 모델로 주목받는 노인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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