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17 04:39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사람들 chevron_right 줌, 오늘 이 사람
일반기사

예술의 도시 꿈꾸는 ‘무주 창작예술스튜디오’ 최원 관장

최원 무주예술창작스튜디오 관장
최원 무주예술창작스튜디오 관장

‘가가호호 수복강녕(家家戶戶 壽福康寧)’ 화폭 한 가득 모란을 꽃 피우며 화가는 마음까지 새겨 넣고 있었다.

“환쟁이로 살아온 일평생, 후회도 미련도 없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았으니 저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던 가요!”

망설임 없이 ‘자족(自足)’을 말하는 무주예술창작스튜디오 최원 관장(66). 그는 전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그림 공부를 했다. 최원의 그림을 처음 알아봐준 건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었다. ‘개 끌고 가는 엄마’를 그린 소년의 그림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선생님은 그의 손에 평생 붓을 들렸고 가슴의 불을 화폭에 담아내게 했다. 대학원까지 마치고 도내 대학 등지에서 강의 전담교수로 후배들을 가르치며 명망도 얻었지만 내내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편치 않았다.

혼자 그림을 그리는 게 좋았던 그가 다 내려두고 무주에 터를 잡은 지 올해로 4년째.

“국제겨울미술제를 준비하는데 무주라면 충분하다고 봤어요. 천지가 아름답고 깨끗하잖아요. 어느새 제 나이가 미수(美壽)더라고요, 밖에선 할아버지라고 선을 긋지만 한창 아름다울 나이죠. 그림도 아름답게 정리하고 싶어요.”

국제겨울미술제 개최의 꿈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림에 대한 열정과 실력, 관련 행사들을 기획·진행해 봤던 경험과 안목이 최원 관장을 거기까지 닿게 한 것. 겨울철 비엔날레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현실이 그의 가슴을 더욱 두드렸다. 예술과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이라는 확신을 갖게 했고 방법을 찾게 만든 것이다.

“4년 동안 뭘 했나 싶기도 하지만 지금의 길이 헛되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무주에 올 때는 혼자였지만 지금은 서양화를 하는 저를 포함해서 서예, 도예, 사진, 캘리, 연극, 자수 등 7명의 작가들이 같이 고민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예술과 자연, 농업과 관광의 콜라보, 이를 집대성할 수 있는 국제겨울미술제가 가능할 거라 믿는 거죠.”

7명 재야의 고수들은 지금 주민들 틈으로 들어가는 중이다. 이들은 무주예술창작스튜디오가 주민과의 소통 창구이자 무주가 예술의 도시로 변화하는 데 꼭 필요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젊은 작가들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작품 활동 하기는 너무 좋지만 먹고 살기는 힘든 곳이거든요. 지자체가 개인의 생활을 책임져줄 순 없겠지만 귀농·귀촌과 같은 정책으로 고민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젊은 날 프랑스 ‘르싸롱’전에서 동상을 받고 목우회 공모전에서 특선을 차지하며 이름을 날리던 때도 있었다. 그보다 초야에 묻혀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꿈꾸는 이 순간이 좋다고 말하는 최원 관장.

“50년 넘게 숱한 그림을 그렸지만 이제는 희망과 평화, 안정을 주는 그림을 남기고 싶어요. 무주가 예술도시가 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싶고요.”

그의 인생 마지막 간절함이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효종 hjk4569@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사람들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