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두 번째 여성 고위간부, ‘유리천장’ 깨며 후배들 롤모델
“30년간 쌓은 신뢰·경험이 자양분… 시 정책 안착에 힘쓸 것”
“전주시 각 과에서 기획하는 정책을 현장에 빠르게 안착시키는 게 제일 중요한 역할이라고 봐요. 직위는 내려두고 시민소통과 현장돌봄에 앞장서는 책임자가 되고자 합니다.”
전주시 최초 여성 완산구청장에 오른 신계숙(60) 국장. 남성간부들만 몸담았던 전주 행정1번지 완산구에서 ‘유리천장’을 깬 첫 여성 간부이지만, 단순히 ‘최초 여성’이어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신 구청장이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이어온 30년 공직생활을 옆에서 지켜본 후배들 중엔 그를 롤모델로 꼽는 이들이 많다.
신 구청장은 “1980년대 여직원은 민원창구만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러면 행정업무가 미숙하거나 소외될 수밖에 없다”며 “1987년 자원해 신설과에서 의료보장업무를 처리하고 1990년대 금융실명제, 2000년대 국공유지 매각 업무 등을 맡았다”고 했다.
신설업무이거나 소송·민원 등이 거칠어 기피하는 업무였다. 전산화 시스템도 없을 당시 수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대장에 수기로 정리하거나 법적 자문을 얻어 소장·계약서를 홀로 작성하곤 했다. IMF시대 금융실명제가 생소했던 시절 한국은행을 찾아가 동향보고서를 얻어와 밤마다 공부했다.
신 구청장은 “능력이라고 하기엔 쑥스럽고 30년간 신뢰를 줬던 것 같다”며 “기피하는 업무도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부족한 점은 자문을 구해가며 보완했다. 그러면서 쌓인 신뢰와 경험이 자양분이 됐다”고 말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 개념을 개척한 인물이기도 한 신 구청장.
그는 “하교하는 아이들을 맞아주지 못했던 게 늘 미안한 마음”이라면서도 “저녁에 회식대신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고, 대신 업무와 틈틈이 커피 한 잔 또는 점심을 사며 주변 동료들을 챙기고 화합하려 했다”고 회상했다.
30년 공직생활을 돌아본 그는 요새 초심을 다시 찾고 있다.
신 구청장은 “여성 구청장을 보내 놓으니 이도저도 아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는 안 된다”며 “후배들에게도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더욱 책임감을 가진다”고 했다.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 속 지난 1월 부임한 이후 현장 소통에 나섰다. 길어지는 집합금지로 신시가지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간담회를 개최해 직접 민원을 듣고 협의를 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19로 공직사회와 시민들 모두 피로가 누적돼 있다”며, “행정경험을 토대로 현장 민원과 어려움, 또 사각지대를 파악해 정책과 사업이 적재적소에서 효과를 보도록 힘쓸 것”이라고 했다.
남원 금지면 출신인 신계숙 국장은 1981년 공직사회에 입문해 전주시 송천2동장, 세정과장, 마을공동체과장, 사회연대지원단장 등을 거쳐 지난 1월 제31대 완산구청장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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