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1~2호기가 각각 올해말, 내년가을에 설계수명 40년에 도달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수명연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과 국회가 지적하듯 국제표준에 맞지 않는 안전기준을 편법으로 적용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국내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은 원전의 수명연장시 안전에 관해 최신기술 적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참고로 국내 원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설계를 복사해 건설되었기 때문에 안전규제 기준은 미국 핵규제위원회(NRC)의 기준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한수원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미국 드리마일 원전사고 이전인 1978년 수립되었다가 이후 폐지된 환경표준 심사지침(ESRP)을 적용해 수명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 지침은 기본적으로 신규원전에 대한 기준으로 노후원전의 설비노후화와 안전문제를 다루지 않으며, 그 이후 전면 개정된 심사지침(1997)의 노후화 관리 및 대책 등 현대적 안전기준이 빠져있다.
일본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대책과 원전 재가동 심사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호기당 평균 2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미국 원전업계도 수명종료로 폐쇄된 드리마일 1호기(사고가 발생한 원전은 2호기)를 재가동하려면 약 2조3천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수원이 이 편법적인 방법으로 앞서 수명이 종료한 고리2호기의 수명연장에 들인 비용은 200억원이다. 미국, 일본의 1%도 안된다. 이를 허용해주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행태도 어처구니없다.
안전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한빛원전은 태양광이 급성장하고 있는 호남권 전력망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한빛원전은 이른바 ‘과도안정도’ 문제를 일으켜 호남권 송전망의 이용률을 크게 제약한다. 즉 한 부지에 6기의 대용량 발전기가 몰려있는 한빛원전은 인근 송전선로에서 고장이 발생할 때 그 영향으로 전력망에서 탈락, 즉 한꺼번에 정지할 수 있다.
이는 다시 전력망에 엄청난 양의 전력이 줄어드는 충격을 주어 상승작용으로 광역정전을 유발한다. 한빛원전의 과도안정도 문제는 복잡한 전압안정도 문제와 결합해 호남권 전체 송전망을 비효율적으로 만든다. 과거 한 부지에 6기나 되는 원전을 건설해 부지 비용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얻었지만, 이제는 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최근 ‘에너지고속도로’ 정책으로 마치 수도권-호남간 송전선을 건설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 논리가 팽배하지만, 국내 전력계통 문제는 개별 송전선 건설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다. 주변 5개국과 송전선으로 잘 연계된 프랑스도 높은 원전 비중과 급성장하는 태양광의 충돌로 올해 상반기 원전은 발전량의 9.1%를, 태양광은 발전량의 7.4%를, 풍력은 발전량의 3.7%를 출력제어로 낭비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단위면적당 송전선로 밀도는 해외사례로 자주 인용되는 독일보다 3.7배 높을 정도로 이미 송전선으로 꽉 채워진 형국이다.
프랑스 사례는 송전선을 아무리 많이 건설한들 한빛원전과 태양광의 외나무 다리 위 결투를 피할 길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빛원전 수명연장 문제는 안전불감증으로 점철된 과거와 밝은 미래의 투쟁이다. 비용을 아끼려고 국제표준을 무시한 위험천만한 수명연장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세계 추세에 맞춰 태양광을 확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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