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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전북의 미래, 경쟁이 아니라 동행에서 열린다

정치의 무게는 나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책임에서 나온다. 그러나 그 책임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사람을 만나고, 약속을 지키고, 실패를 견디며 비로소 정치의 품격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정치는 종종 젊음의 속도보다 연륜의 깊이에서 더 큰 힘을 얻는다. 박지원 의원의 ‘금귀월래(金歸月來)’는 그것을 상징한다. 84세의 나이에도 금요일이면 지역구인 전남 진도와 해남으로 내려가 주민을 만나고, 월요일이면 다시 서울로 올라와 국회의 한복판에 선다. 전북 군산 출신인 소병훈 의원 역시 62세에 경기도 광주시의 초선이 되어 72세에 3선의 길을 걸으며 정치가 출세가 아니라 책임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다. 정치를 직업이 아니라 소명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지금 전북 정치가 다시 생각해야 할 지점도 바로 여기다. 차기 전북도지사 선거를 둘러싼 민주당 경선은 이미 큰 상처를 남겼다. 이원택 의원은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다. 김관영 지사는 이른바 돈봉투 사건 논란으로 징계를 받아 경선에서 탈락했고, 안호영 의원은 이원택 의원 측의 식사비 대납 문제를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다 단식 투쟁에 들어갔고 결국 병원에 입원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정치는 원래 경쟁이다. 그러나 경쟁이 상처가 되고, 동지가 적이 되는 순간 도민은 등을 돌린다. 도민이 보고 싶은 것은 누가 더 크게 싸우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크게 전북을 살릴 것인가다. 공정 시비와 내부 갈등이 길어질수록 상처는 정치권만의 것이 아니라 도민 전체의 피로가 된다. 지금 전북은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피지컬 AI 실증사업과 현대자동차의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를 포함한 약 9조 원 규모의 투자, 농생명 바이오 산업의 대도약까지 메가 프로젝트가 한꺼번에 움직이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지역 사업이 아니다. 전북의 향후 30년을 결정할 구조적 변화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누가 이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릴 것인가’다.세 사람 모두는 경쟁자가 아니라 미래 전북정치의 공동 자산이다.서로를 소모하는 삼각대립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삼각편대가 되어야 한다. 나아가 세 정치인은 전도가 양양하다.연부역강(年富力强)은 젊고 힘이 있다는 뜻이지만, 정치의 진짜 무게는 연부역광 (年富役廣)에 있다. 나이가 들수록 역할이 넓어지고, 책임이 깊어지는 것이다. 자리를 차지하는 정치가 아니라, 자리를 감당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주역은 후덕재물(厚德載物)이라 했다. 두터운 덕으로 만물을 싣는다는 뜻이다. 지도자의 자리는 이기는 자리가 아니라 감당하는 자리다. 더 많은 사람의 기대를 짊어지고, 더 많은 상처를 품어야 하는 자리다. 지금 도민이 기다리는 것은 더 큰 싸움이 아니다. 더 큰 화합이다. 전북의 봄은 선거에서 오지 않는다. 사람을 살리고, 산업을 일으키고, 청년이 돌아오는 길에서 온다. 재도약의 맨 앞에 서야 할 전북인은, 이재명정부와 함께 하는 전북 정치인들이다. 전북의 미래는 한 사람의 승리로 열리지 않는다. 함께 가는 리더십, 서로를 인정하는 품격, 경쟁 속에서도 협력할 줄 아는 정치에서 열린다.지금 협력의 손을 잡아야 할 사람들은 바로 세 정치인이다. 전북의 미래는 경쟁이 아니라 동행에서 열린다. 그것이 전북정치의 품격이고, 그것이 도민이 바라는 진짜 승리다. 곽영길 전북도민회중앙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6.04.29 18:18

[기고] 8년의 기다림을 넘어, '공공의료 사관학교' 남원의 새로운 시작

2026년 4월 23일, 전북도민의 8년 숙원이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 국회 본회의에서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국립의전원법)’이 최종 의결된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법안이 통과된 것을 넘어, 8년 넘게 쉼 없이 달려온 전북도민의 끈질긴 인내와 노력이 만들어낸 승리이자, 대한민국 공공의료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역사적인 전환점이다. 전북의 의료 고비는 지난 2018년 남원 서남대 폐교에서 시작되었다. 지역 의료의 한 축이었던 의대 정원 49명을 허망하게 내려놓아야 했던 아픔은 곧 지역 의료 공백이라는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 농어촌 지역이 많고 의료 취약지가 넓게 분포한 우리 전북에 있어 의사 인력 부족은 곧 도민의 생명권과 직결된 문제였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이른바 ‘필수의료’ 분야의 공동화 현상은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인력난과 겹치며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심화시켰다. 이번에 통과된 국립의전원법은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해결할 강력한 제도적 장치다. 국립의전원은 국가가 학생 선발부터 교육, 배치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공공의료 인력의 요람’이 될 것이다. 선발된 학생들은 학비와 기숙사비 등 학업 경비 전액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대신, 졸업 후 15년 동안 의료 취약지 등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의무 복무하게 된다. 이는 기존의 자발적 시장 원리에 맡겼던 의료 인력 수급 체계를 국가 책임제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모델이다. 이제 우리의 시선은 ‘남원 유치’라는 실질적인 실행 단계로 향한다. 일각에서는 타 지자체와의 경쟁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국립의전원의 최적지가 남원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는 서남대 폐교에 따른 국립의전원 설립의 약속 이행뿐만 아니라, 행정적인 준비 측면에서도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남원시는 이미 설립 부지를 확정하고,전체 부지의 55.1%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며 설립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법 시행 직후 보건복지부에 설치될 ‘설립준비위원회’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남원이 최적의 입지로 최종 확정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도시관리계획 결정과 잔여 부지 매입 등 후속 행정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하여 조기 착공의 기반을 다질 것이다. 국립의전원이 전북 남원에 설립되면, 남원의료원은 단순한 진료 기관을 넘어 교육과 연구 기능을 수행하는 거점으로 진화할 것이다. 우수한 의료진이 유입되고 최신 의료기술이 도입됨으로써 우리 도민들은 지역 내에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교육·연구 인프라 확충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 유입 효과는 서남대 폐교 이후 침체했던 남원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법안 통과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국립의전원을 중심으로 공공의료와 교육, 연구가 결합된 새로운 의료 생태계를 구축하여 대한민국 공공의료 정책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도약할 것이다. 지난 8년의 시련 속에서도 국정과제 반영과 법안 발의를 위해 힘써주신 지역 정치권과 국회, 그리고 무엇보다 한마음으로 응원해 주신 모든 도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우리 도는 2030년 개교라는 목표를 향해 멈추지 않고 전진할 것을 약속드린다. 도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 그것이 전북특별자치도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끝까지 책임져야 할 실천 과제이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4.29 18:18

[사설] ‘옛 대한방직’ 개발, 흔들림 없는 추진이 정답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지훈 전주시장 후보가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정책 연속성에 대한 분명한 의지가 돋보인다. 대규모 개발 사업은 행정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생명이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기존 사업이 흔들려 투자 위축과 사회적 비용 증가를 초래했던 과거의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공적 책임감을 바탕으로 결정된 행정 절차를 존중하고 계승하겠다는 입장은 시장에 안정 신호를 보내고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겠다는 현실적 판단이다. 사업 지연이 금융비용 증가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확히 짚은 대목도 의미가 크다. 행정이 소극적인 인허가권을 넘어 사업의 속도와 효율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점은 고무적이다. 수년간 이어진 논쟁 속에서 더 이상의 시간 소모는 결국 시민의 부담으로 전가될 뿐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속도전’이 필요하다. 이러한 논리는 옛 종합경기장 개발(마이스 복합단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도시 거점을 재편하는 두 축의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엄중한 상황에서, 행정의 일관성과 도시 전략의 일체감을 위해 마이스 단지 개발 역시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전주의 미래상이 정치적 지형 변화에 흔들림 없이 이어질 때 비로소 대외적인 신뢰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추진 의지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속도’에 상응하는 ‘통제’의 원칙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사업이 당초 계획을 벗어나거나 공공성이 훼손될 경우, 행정이 어떤 기준으로 개입하고 조정할 것인지 구체적인 ‘플랜B’를 마련해야 한다. 초대형 민간 주도 개발은 외부 환경에 따른 변수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방향’이 아니라 ‘방식’이다. 기존 사업 계승은 행정 안정성 면에서 큰 의미가 있지만, 그 자체로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속도를 내되 공공의 통제력을 잃지 않고, 추진력을 발휘하되 공공성을 강화하는 균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치밀한 전략이 전제될 때, 이번 발표는 단순한 선거 공약을 넘어 전주의 지도를 바꿀 ‘책임 있는 계승’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28 18:28

[사설] 시군의원 선거구 획정, 정치적 셈법 없어야

전북지역 시군의원선거구 획정안이 28일 도의회 임시회를 통과함으로써 최종 확정됐다. 지난 18일 개정된 공직선거법을 반영해 도내 시군의원 총정수는 기존 198명에서 200명(지역구 175명, 비례대표 25명)으로 2명 늘었다. 증원된 2명은 전주시와 군산시에 각각 배분됐다. 그런데 이 획정안을 두고 익산 등 일부 지역 야당 측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게 설계된 정치적 획정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목소리는 나름 일리가 있다. 김제와 완주 등은 중대선거구가 확대된 반면 익산은 오히려 축소됐기 때문이다. 이번 6·3 지방선거는 시간이 촉박한 만큼 통과 안대로 치러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장벽을 낮추고 다수당의 횡포를 견제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중대선거구는 확대해야 마땅하다. 전북은 오랫동안 민주당 독식 구조여서 더욱 그렇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으로 이어져 무투표 당선도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선거구 획정위는 24일 공직선거법 제24조의3에 따라 제9회 지방선거 ‘전북특별자치도 시군의원 선거구 획정안’을 확정하고 도지사에게 제출했다. 도의회는 이 안을 수정 없이 통과시켰다. 획정위는 “인구 편차와 행정구역, 광역의원 선거구 조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획정안에 따르면 광역의원 선거구 조정으로 기초의원 선거구 및 의원 정수 조정이 불가피한 전주시·군산시·익산시·정읍시·김제시와 완주군 등 6개 시군에서 변경이 이뤄졌다. 문제는 중대선거구 축소를 두고 익산(지역구 22명·비례 3명)에서 조국혁신당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선거구가 8곳에서 9곳으로 늘어나면서 2곳에 불과하던 2인 선거구를 5곳으로 확대한 탓이다. 반면 3인 이상 선출하는 중대선거구는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6개월 이상 출마를 준비한 청년후보들의 입지가 좁아졌다. 민주당이 복수공천을 통해 자리를 싹쓸이할 소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27일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헌법재판소가 강조해온 표의 등가성과 평등선거의 원칙을 훼손한 제도적 문제이자, 견제와 다양성이 작동해야 할 정치무대를 왜곡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기형적인 읍면동 조정안 폐기, 중대선거구제 확대, 합리적인 획정안 재수립 등을 주문한 것이다. 이에 비해 김제시와 완주군은 4인 선거구를 늘려 중대선거구의 본래 뜻을 살렸다. 선거구 획정은 지역에 따라 유불리가 갈릴 수 있다. 그렇지만 전북의 경우 중대선거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28 18:28

[오목대] 슬로시티 전주의 선택

전주가 슬로시티로 지정된 것은 2010년이다. 이후 두 차례 재인증을 거쳐 자격을 유지해 온 전주는 2016년, 첫 재인증 심사에서 그 영역이 한옥마을 중심에서 구도심 전역으로 확대됐다. 도시 전체가 슬로시티로 인정된 것은 국내에서도 드문 사례였다. 도시 전체의 삶의 방식으로 ‘느림’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그 자격은 여전히 유효한가. 전주는 올해 재인증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조차 그 준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자격을 묻는 논의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 침묵은 단순한 행정의 공백이 아니라, 슬로시티에 대한 인식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슬로시티는 일회성 인증이 아니라, 지속적인 점검과 선택으로 유지되는 자격이다. 도시의 환경과 생활, 공동체의 시간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순간 자격은 흔들린다. ‘지정보다 유지가 어렵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그렇다면 지금의 전주는 어떤가. 한때 슬로시티의 중심이었던 한옥마을은 이제 다른 모습이 되었다. 골목은 걷기보다 밀려 이동하는 공간이 되었고, 오래 머물던 가게들은 사라지고 비슷한 간판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전동차와 오락시설이 밀집한 거리에서 한옥마을의 정취는 찾기 어렵게 됐다. 전통은 유지되기보다 전시되고, 삶의 자리도 뒤로 밀려난 지 오래다. 문제는 더 깊은 곳에 있다. 지금 전주가 슬로시티로서의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자격을 잃어가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 자격을 묻는 관심마저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슬로시티는 단순히 느리게 사는 도시가 아니다. 속도 경쟁에 내몰린 도시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더 빠르게, 더 크게’라는 개발의 공식을 의심하고, 도시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와 규모를 스스로 선택하자는 제안이다. 성장과 개발을 멈추자는 것이 아니라, 그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개발과 경쟁의 속도가 도시를 규정하는 시대일수록, 그 흐름을 그대로 따르는 도시는 결국 서로 닮게 된다. ‘더 빠르게, 더 크게’를 향해 나아가는 동안 도시의 고유한 시간과 생활은 밀려난다. 관광은 남고 삶은 사라지는 도시, 소비는 늘어나지만 기억은 쌓이지 않는 도시가 된다. 선거가 끝나고 새 자치단체장이 들어서면 도시의 개발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그 속도 속에서 슬로시티 전주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슬로시티 재지정 여부를 따지는 일이 아니라 전주가 어떤 속도의 도시가 되려 하는가를 다시 묻는 일이다. 슬로시티는 결국, 도시가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 선택의 시간이 지금, 전주 앞에 와 있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6.04.28 18:27

[이경재의 세상보기] 혼탁했던 더불어민주당 전북 경선 무얼 남겼나

우리 정치를 언제부턴가 ‘여론조사 정치’로 부른다. 공천도, 선거도, 정책도 여론조사에 의지한다. 선거 여론조사는 후보의 생사를 가른다. 인물의 역량과 정책, 윤리성 따위는 후순위다. 여론조사는 이제 심판관이자 권력이다. 하지만 정당의 여론조사는 과연 기계적 중립이 유지될까. ‘보이지 않는 나쁜 손’의 개입은 없을까. ‘명태균 게이트’에서 해답을 엿본다. 2024년 9월 세상에 드러난 ‘명태균 게이트’ 녹취파일은 여론조사 조작, 권력자의 공천 개입, 불법 정치자금 유입을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미래한국연구소의 부소장인 강혜경씨가 폭로했다. 명태균은 강혜경에게 특정인을 거론하며 지시한다. “(지지율) 3~4% 올려줘” 이달 초 민주당 군수선거 예비후보 8명이 여론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여론조사 응답률은 보통 10%대인데 50%를 웃도는 응답률을 보였으니 전화기 불법 착신 등의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전북도당 역시 대규모 여론조작 의혹과 불법 대포폰 유입, 조직적 주소 이전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의원 강선우와 서울시의원 김경의 거래는 공천헌금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었다. 두 사람은 1억원 공천헌금 비리로 구속됐다. 이 사건으로 광역의원 공천 댓가 1억원설이 퍼졌다. 전북 광역의원 36명 중 33%가 민주당의 단수 공천을 받았다. 공사입찰도 단수 응찰이면 유찰시키는데 경쟁과 공정이 생명인 정치 민주주의 현장에서 이같은 ‘공천 수의계약’은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투영될까. 전북 민주당 경선은 혼탁했다. 김관영 도지사의 대리운전비 지급과 당원 제명, 이원택 후보 진영의 제3자 기부행위, 안호영 후보의 단식 등은 메가톤급 이슈였다. 도지사 경선이 중앙정치의 대리전이라는 조롱도 나왔다. 그뿐인가. 비공개 원칙인 시장군수 평가 ‘하위 20%’는 누군가에 의해 사전 공개됐고, 이원택-안호영 후보의 결선 득표율 역시 비공개 대상인 데도 윤준병 도당위원장이 생뚱 맞게 공개해 파장이 컸다. 노림수가 있었을 것이다. 미숙하고 제 멋대로인 이런 행태는 어디에서 발원하는 것인가. 민주당 독주의 정치환경 때문이다. 경쟁 무풍은 자만에 빠지기 쉽다. 여론조작 의혹이 일어도, 중앙당 지시인 비공개 원칙이 깨져도 침묵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권리당원의 의견을 의사결정에 반영하겠다며 당원 주권정당을 선언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시스템공천과 클린선거를 천명했다. 하지만 이런 가치는 선언만으로 결과되지는 않는다. 여론조작 의혹, 선출직 평가결과의 사적 활용, 비공개 지시 불이행 등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뒤따를 때 클린선거도 담보될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생사가 달린 공천 수단으로 여론조사를 활용하는 게 과연 옳은가 하는 문제다. 우리나라 말고는 여론조사로 공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불가피하다면 당내 여론조사라 하더라도 공개해야 옳다. 당원 주권정당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비공개라면 그 여론은 ‘자연스러운 당원 의사’가 아니라 ‘정치적인 구조 속에서 구성된 산물’일 수 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시스템공천과 클린선거는 허상에 불과하고 이미지일 뿐이다. 1962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정치평론가인 월터 리프먼은 그의 저서 ‘여론’(public opinion)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미 누군가 만들어 놓은 이미지 속에서 산다. 그 사실을 아는 순간, 비로소 진짜를 찾는 여정이 시작된다.” 여론조사를 가장한 ‘보이지 않는 나쁜 손’의 작용도 이에 해당할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4.28 18:27

[새벽메아리] ‘코드화’되는 의료, 빅브라더의 공포를 경고한다.

인류 역사상 고령 인구 비율이 지금처럼 높았던 적은 없었다. 선진국 프랑스는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병리 현상을 일찍이 심하게 겪었다. 프랑스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는 143년이 걸렸다. 그런데 한국은 불과 25년 만에 그 반열에 오를 기세다. 머지않아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연금과 같은 경제적 급부와 의료·돌봄이라는 현물 급부의 수요를 폭발시킨다. 이미 2000년대 초반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우리가 마주할 미래의 거울이다. 일본의 급부 행정은 우리보다 규모가 크고 안정화되어 있으나, 그 이면에는 시스템이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거대한 코드의 감옥이 자리 잡고 있다. 21세기 질병 분류 체계의 확장은 단순한 의학적 발전을 넘어선다. 1900년 국제질병분류 제1판(ICD-1)은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179개 코드에 불과했으나, 2022년 ICD-11에 이르러서는 5만 5,000개가 넘는 방대한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이는 의료 행위의 정교화를 의미하는 동시에, 인간의 일거수일투족이 ‘의료적 감시’ 아래 놓이게 되었음을 뜻한다. 과거에는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었던 노화나 업무상의 번아웃 등이 질병 코드를 부여받으며 급부 행정의 대상이 되었다. 이른바 일상의 의료화다. 슬픔은 우울증으로, 아이들의 산만함은 ADHD로 코드화된다. 조지 오웰이 소설 『1984』에서 경고했던 ‘빅브라더’는 이제 감시카메라가 아니라, 촘촘하게 설계된 질병 코드의 망(網)을 통해 우리의 일상을 관찰하고 규정한다. 인간의 감정과 행동이 데이터로 치환되는 순간, 주체적 인간은 관리되어야 할 ‘코드 번호’로 전락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의료 현장에서 한 명의 의사가 사용하는 코드는 수십 개 수준에 머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주요 질병 코드 100종을 중심으로 관리하며, 현장은 고혈압·당뇨·요통 등 반복적인 범주 안에서 움직인다. 제도는 치밀해졌으나 현실 의료는 제한된 틀 안에 갇힌 구조적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진짜 위기는 이 정교한 코드 체계가 한국 의료의 고질적인 저수가 구조와 결합할 때 폭발한다. 분류가 세밀해질수록 의료기관의 행정적 의무와 감시의 눈초리는 엄격해졌으나, 보상은 여전히 비현실적이다. 진료는 파편화되는데 수익은 보전되지 않으니 의료기관의 부담은 임계점에 달한다. 이는 1990년대 ‘임의비급여’ 사태(전주 예수병원 사건)에서 이미 예견된 비극이다. 당시 대법원은 이를 비현실적 수가 체계가 낳은 ‘구조적 비극’으로 결론지었다. 제도라는 빅브라더가 현실을 외면한 채 코드만을 강요할 때, 의료 현장은 일탈과 붕괴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할 것이다. 최근 추진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이러한 코드화된 감시 체계의 결정판이 될 우려가 크다. 일본의 제도를 차용했으나, ‘적정 보상’과 ‘국가 책임’이라는 핵심은 빠져 있다. 외형은 그럴듯하지만, 실상은 정부의 재정 부담을 지방과 민간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구조다. 지방 거점병원들은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의료 인력은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남은 병원들은 과도한 규제와 낮은 보상 사이에서 고사하고 있다. 국가가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빅브라더로 군림하며 효율성만 따진다면 지역 의료가 돌봄의 중심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

  • 오피니언
  • 기고
  • 2026.04.28 18:27

[기고] 교육은 투입된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변화된 삶의 깊이로 평가받아야 한다.

특수교육은 단순히 교육의 한 영역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숙한가를 가늠하는 척도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함께 살아갈 기반을 마련하는 일은 선택이 아닌 책임이며, 사회 전체가 짊어져야 할 과제다. 특히 장애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자립의 토대를 마련하고, 지역사회 속에서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것은 교육이 지향해야 할 본질적 가치다. 현실은 그 이상에 미치지 못한다. 졸업 이후 안정적인 사회 자립으로 이어지는 교육 체계는 여전히 부족하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에게 졸업은 보호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이지만, 그 이후를 준비하는 지원은 충분치 않다. 이로 인해 교육의 단절은 삶의 단절로 이어지고,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이다. 교육청은 특수학교와 직업 중점학교를 지정하여 맞춤형 직업교육과 현장 실습으로 특수교육 대상자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설과 예산, 전문 인력 부족은 여전히 큰 제약이다. 단순 체험 중심 교육으로는 자립을 담보할 수 없다. 취업과 직결되는 실질적 교육을 위해 산업 현장과 연계된 전문화된 환경과 체계적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 이후까지 이어지는 연속성이다. 학교에서 습득한 기술과 경험이 사회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하면 교육의 효과는 반감된다. 직업교육은 졸업과 동시에 끝나는 과정이 아니라, 취업·적응·지속 가능한 정착까지 이어지는 흐름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취업 연계, 현장 적응 지원, 사후 관리까지 포함한 통합적 지원과 지역사회, 기업, 공공기관의 유기적 협력이 필수다. 논의에서 간과할 수 없는 요소는 ‘접근성’이다. 장애 학생과 학부모에게 교육시설은 단순한 학습 공간이 아니라 삶의 기반이다. 이동 제약이 큰 현실을 고려할 때, 안전하고 편리한 통학이 가능한 입지 선정은 기본 전제다.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은 교육시설은 존재 의미를 상실한다. 최근 개교한 장수군 특수학교는 약 300억 원이 투입되었지만, 교통 여건과 통학 거리 한계로 16명의 학생과 교사 19명, 행정5명, 공무직11명으로 출발했다. 결국 인근 시·군에서 학생을 모집해 개교했는데, 이는 수요와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시설 확충이 얼마나 비효율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학교 설립은 단순한 물리적 확충이 아니라, 실제 수요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생 수요 분석과 통학 거리, 교통 환경, 지역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입지 선정이 선행돼야 한다. 장애는 특정 개인이나 일부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예기치 않게 마주할 수 있는 삶의 조건이며, 결국 모두의 문제다. 특수학교는 ‘누군가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준비’다. 지역사회 이해와 연대 없이는 진정한 교육도, 통합도 이룰 수 없다. 교육은 투입된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변화된 삶의 깊이로 평가받아야 한다. 장애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역사회 속에서 자립하고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야말로 교육이 존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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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28 18:26

[사설] 도민 무관심이 부실한 교육감 뽑는다

6·3 지방선거가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전북은 벌써 선거가 파장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전북자치도지사와 시장·군수 경선이 끝났기 때문이다. 지역 특성상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그러나 지금부터 도민들이 관심을 갖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선거가 있다. 교육감 선거다. 도지사 못지않게 중요한 이 선거에 대체로 관심을 덜 가지는 경향이 있다. 정당 공천이 없어 경선 등을 거치지 않은데다 교육이라는 분야에 국한해서 일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올들어 진행된 선거 여론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1월 전북일보와 JTV 전주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누가 낫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무응답층이 42%를 차지했다. 또 이번 달 들어 전북도민일보와 전주MBC, 프레시안 전북취재본부가 실시한 여론조사 역시 비슷했다. 41%가 ‘지지 후보가 없다’거나 ‘결정 못함, 모름, 무응답’ 등으로 답변했다. 지자체장 경선이 과열로 고소·고발이 난무한데 비해 무관심이 너무 높은 상태다. 더구나 교육감 후보군이 대폭 좁혀졌음에도 외면받고 있어 걱정이다. 이러한 무관심은 교육감 선거가 인물이나 정책보다 선거 캠프를 중심으로 한 일부 맹목적 지지층 간의 경쟁으로 축소된다. 아니면 깜깜이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럴수록 지지층 결집과 자극적 공세에 의존한다. 한동안 교육감 선거는 진보와 보수라는 진영대결로 치러졌다. 결국 극과 극의 인물을 뽑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김승환 교육감은 12년 동안 전북교육을 특정 이념 성향으로 몰아갔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도민들 몫이 되었다. 반면 서거석 교육감은 지난해 6월 중도 하차하기까지 내내 법정 다툼에 시달렸다. 온몸과 영혼을 던져 미래의 주역인 유아에서 초·중등 학생, 성인들의 평생교육까지 교육 본연의 목적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는 사이 전북교육은 기초학력 저하와 교권 침해, 교실의 붕괴, 인재 유출, 취업난 등과 함께 진로·진학 설계, AI 교육 등에서 뒤처졌다. 또한 급격한 학령 인구 감소 및 지방소멸은 어느 때, 어느 곳보다 심각하다. 이제 새로운 교육감은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와 손잡고 전북의 교육력을 회복해야 할 적임자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 현장을 잘 알면서도 정무 감각이 있는 능력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물론 도덕성과 청렴은 기본이다. 뒷걸음치는 전북에 교육만이 희망 아닌가. [1월 여론조사 개요] △조사 의뢰자 : 전북일보, JTV전주방송 △조사 기관 :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조사 지역 : 전북특별자치도 △조사 기간 : 2025년 12월 27일 ~ 12월 29일 (3일간) △조사 대상 : 전북특별자치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조사 방법 :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안심)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표본 크기 : 1,001명(가중값적용 사례수: 1,001명) 피조사자 선정방법 : 성/연령/지역별로 피조사자를 할당 △응답률 : 14.7%(총 6,802명과 통화하여 그 중 1,001명이 응답 완료) △가중치값 산출 및 적용방법 : 성/연령/지역별 가중값부여(셀가중) (2025년 1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표본 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 3.1% point [4월 여론조사 개요] △조사 의뢰자 : 전북도민일보, 전주MBC, 프레시안 전북취재본부 △조사 및 분석 기관 :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조사 지역 : 전북특별자치도 △분석대상 : 2026년 3월 27일~3월 29일, 전북특별자치도 14개 시군별 여론조사 완료 사례수(500~702명)를 합산하여 총 7,229명을 대상 △분석방법 : 전북특별자치도 14개 시군 여론조사 완료 사례수(500~702명)를 합산하여 2026년 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으로 재분석한 결과 △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1.15%p(전주는 ±3.7%p, 전주 외 지역은 ±4.3%p~±4.4%p). *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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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27 17:42

[사설] 제3금융중심지, 이번에는 놓칠 수 없다

전북의 제3금융중심지 지정여부를 가를 시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금융위원회의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되면, 금융위는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친 뒤 금융중심지추진위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 과정은 단순한 행정절차를 넘어 전북의 미래 산업 구조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다. 2019년 ‘인프라 부족’이라는 이유로 탈락했던 전북으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운명의 기로에 선 셈이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시기’다. 심사일정이 지방선거 국면과 맞물리면서 자칫 지역역량이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 선거 정국의 혼란 속에서 정책추진의 연속성이 흔들리고, 정작 중요한 준비 과제가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 특히 금융중심지 지정은 정부가 추진 중인 2차 공공기관 이전과도 맞물려 있어, 이번 결정이 향후 전북의 산업 지형을 좌우할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금융중심지라는 법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은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과 같은 대형 정책금융기관, 그리고 자산운용사 등 관련 금융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철길’을 구축하는 일이다. 이 ‘철길’이 없다면, 향후 공공기관 이전과 금융기관 집적의 기회 역시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전북의 금융도시 전략이 다분히 국민연금공단에 의지해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국민연금공단은 전북 금융생태계의 핵심 축이다. 투자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가 활발히 교류되는 금융생태계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 이전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로 금융기관들이 전북이전과 관련하여 느끼는 사무공간 부족, 주거 환경 미흡, 교통 불편 등은 국민연금공단이 아닌 전북도와 전주시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거에 흔들리지 않는 행정의 연속성과 실행력이다. 공직사회는 정치 일정과 무관하게 금융도시 조성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하며, 과거 지적받았던 인프라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기관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인센티브 체계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시간은 많지 않다. 전북도는 지금 즉시 행정역량을 총동원해 컨트롤타워를 강화하고, 지역 내 모든 주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2019년의 실패를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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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4.27 17:41

[오목대] 잊혀진 들녘, 사라진 농촌 공약

수문이 활짝 열렸다. 지난 23일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유서 깊은 행사가 열렸다. 호남평야 물길의 거점, 정읍 태인면 동진강 낙양취입수문에서 열린 ‘백파 통수식(通水式)’이다. 한국농어촌공사가 풍년농사를 기원하며 수문을 열고 농수로에 물을 흘려보내는 행사다. 전국 곳곳에서 통수식이 열리지만, 대표 행사는 단연 한반도의 곡창, 호남평야에서 열리는 백파 통수식이다. 농업의 위상이 거듭 추락하면서 지금은 영농기관과 단체, 지자체가 모여 치르는 단순 연례행사로 인식되고 있지만, 20세기에는 ‘국가의 대사(大事)’이자 수천명의 인파가 몰리는 축제였다. 특히 고위관료와 호남의 표심을 얻으려는 정치인들이 앞다퉈 찾아와 농민들의 손을 맞잡으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당시 농업은 국가의 기틀이었고, 농심은 곧 민심의 척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정치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게다가 올해는 선거철과 겹쳤는데도 그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우리 사회 농업의 존재감이 어디까지 지워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표계산에 밝은 정치인들의 관심이 농심(農心)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말잔치 선거판’에서조차 농업·농촌은 없다. 농도 전북의 도지사를 비롯해 시장·군수에 도전하는 후보들의 주요 공약에서 농업·농촌, 그리고 농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북교육감 선거판도 마찬가지다. 난제로 꼽히는 농촌 작은 학교 문제와 도·농 학력격차 해소 등 농어촌교육을 둘러싼 이슈와 현안이 넘쳐나는데도 후보들의 핵심 공약에 이런 의제는 없다. 올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과 정당의 정책공약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은 5월 중순, 후보자 등록일 직전에 당의 공약을 일괄 발표하기로 했다. 물론 농업·농촌 분야도 공약집 한쪽에 인쇄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보여준 후보들의 행보를 짚어보면 단순 ‘구색 맞추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와 AI 등 첨단산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지만, 농업은 여전히 우리 생존의 근간이다. 식량안보가 무너진 국가에 미래는 없다. 전북은 대한민국 농생명산업의 거점이자 식량주권을 수호하는 전초기지다. 농업정책이 자꾸만 변두리로 밀려나고, 급기야 선거판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된 현실이 안타깝다. 사라진 공약의 빈자리에는 농촌 소멸의 그림자가 들어찰 것이다. 정치권이 농업·농촌을 외면하는 것은 우리 농촌에 비전이 없어서가 아니다. 농업의 미래 가치를 읽어내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안목과 역량이 그들에게 없기 때문이다. 전북 농업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 식량안보의 위기다. 지역의 미래를 이끌겠다고 나선 후보자와 정당은 우리 농업·농촌의 비전과 농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로드맵부터 제시해야 한다. 누가 진정으로 이 땅의 근간을 지킬 적임자인지,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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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6.04.27 17:41

[문화마주보기] 뇌 썩음의 시대, 인류의 ‘사유 근육’을 키우자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2024년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을 선정했다. 소셜 미디어의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와 알고리즘이 떠먹여 주는 파편화된 정보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인지 능력이 저하되고, 문해력이 고갈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도파민에 중독되어 사유의 깊이를 잃어가는 현대인의 정신적 위기를 날카롭게 지적한 말이다. 이제는 단순한 디지털 휴식을 넘어 인간으로써 인지적 재건의 쉼표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해답의 실마리는 수백년간 지식의 심장이자 출판의 성지였던 이곳, 전북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전북은 예로부터 한반도 지식 유통의 핵심 기지였다. 조선 시대 서울의 ‘경판본’에 맞서, 대중 문학의 꽃을 피웠던 전주의 ‘완판본’은 물론, 정읍 역시 독자적인 판본을 찍어내던 ‘태인본’의 중심지였다. 특히 태인은 호남 지역 서적 출판의 중추적 역할을 하며, 영남의 안동과 더불어, 영호남 출판 문화를 양분했던 곳이다. 기록하고 공유하며, 사유를 확장해 온 전북의 역사는 오늘날 디지털 황무지 속에서 ‘깊이 읽기’의 가치를 복원할 가장 강력한 토양이 된다. 전북의 출판 자산은 박제된 역사가 아니다. 전주시는 최근 조선 시대 서적 중개인이였던 ‘책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책쾌’는 단순히 책을 파는 장사꾼이 아니었다. 독자의 지적 수준과 취향, 심지어 고민까지 파악해 가장 필요한 책을 골라 배달하던 ‘지식의 큐레이터’였다. AI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편향을 강화해 사고를 가두는 ‘필터 버블’을 만든다면, 책쾌는 독자의 성장을 고민하며, 낯설지만, 삶에 꼭 필요한 문장을 건넨다. 이들의 느린 호흡과 정교한 추천은 스마트폰에 지친 현대인의 뇌를 치유하는 처방전이다. 현재 전주에는 대한민국 출판 정책의 컨트롤 타워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자리 잡고 있어, 국가 출판 행정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전주 곳곳의 도서관과, 로컬 청년 서점지기, 고창의 서점마을을 운영하는 사람들로 새로운 활력을 더한다. 청년들이 책을 매개로 지역에 정착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이 실험은, 책 읽기가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뇌 썩음 시대를 극복할 가장 트렌디한 저항임을 보여준다. 전북은 단순한 책의 도시를 넘어, 이 시대 사유를 구원할 ‘리딩 랜드마크’로 자리 잡아가야 한다. 완판본과 태인본의 역사적 자산, 정책 기관 및 고창 서점 마을, 전주 책쾌가 보여주는 현대적 감각은 전북을 하나의 거대한 ‘열린 도서관’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전주의 고즈넉한 도서관에서, 정읍의 유서 깊은 서원 곁에서, 고창의 푸른 서점 마을에서 인류는 비로소 무분별한 디지털의 노예 상태를 벗어나 ‘인간다운 사유’를 회복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전북의 로컬 서사가 담긴 설화나 지역문학, 마을 기록 등의 지식 재산권을 활용한 출판 콘텐츠 활성화, 그리고 이를 위한 로컬 출판 창업을 위한 펀딩, 인재육성, 디지털 출판 등의 지역출판을 위한 새로운 혁신모델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주 도서관여행을 전북으로 확장하여, 전주 도서관, 남원의 고전문학, 정읍의 태인 방각본, 고창의 책 마을과 서점마을 등을 연계한 전북 책 여행과 북 스테이를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만들어 보자. 지식의 뿌리가 깊은 땅 전북에서, 우리는 다시 깊게 읽고, 넓게 생각하는 법을 배울 준비가 되었다. 뇌가 썩어가는 시대, 전북의 문장들이 인류의 정신을 깨우는 첫 번째 섬광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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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27 17:41

[경제칼럼] 과학과 문화, 전통과 첨단이 견인하는 전북경제

과학과 문화, 전통과 첨단이 함께 견인하는 전북경제의 미래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유럽연합(EU)의 혁신성장 전략인 Horizon 2020이 ‘미래를 향한 지평’을 내걸고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사회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구했듯, 전북 역시 과학기반의 농생명자원활용과 건강 식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오늘날 글로벌 식품산업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건강, 환경, 문화, 경험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클린 라벨’, ‘지속가능성’, ‘기능성 식품’, ‘푸드테크’ 등으로 대표되는 흐름은 생산 중심에서 소비자 경험 중심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북은 오히려 기회의 중심에 서 있다. 풍부한 농생명 자원과 전통 식문화, 그리고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산업 인프라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이다. 전북은 농생명 산업을 축으로 한 K-푸드의 핵심 거점이다. 한식, 로컬푸드, 전통과 문화라는 삼중의 자산 위에 과학기술과 산학연관 협력이 더해진다면, 단순한 식품 생산지를 넘어 세계 식문화 혁신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다. 특히 발효와 미생물 활용, 약용식물재배 및 가공 등 전통 식품기술은 바이오헬스 산업과 결합할 때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앞으로 전북 식품산업은 세 가지 방향에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K-푸드의 글로벌화다. 전통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해 표준화함으로써 세계 시장으로 확산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식진흥원의 전북 이전과 지역 기반 연구·마케팅 기능 강화가 요구된다. 아울러 전주 비빔밥과 같은 대표 콘텐츠의 국제적 브랜드화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은 전북 식문화의 위상을 높이는 핵심 과제다. 비빔밥은 각자의 개성을 갖는 다양한 재료가 조화를 이루는 음식으로, 존중과 화합, 융합과 시너지의 가치를 상징하는 우리의 대표 식문화융합 자산이자 과학기반 글로벌화 가치가 충분한 식품이다. 둘째, 푸드테크와 바이오헬스의 융합이다. 식품의 기능성과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강화하고, 개인 맞춤형 식단, 고령친화 식품, 저속노화 식품, 뷰티 푸드, 대체식품 등 미래형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는 의료·복지·뷰티와 농업을 연결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며,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핵심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셋째, 식문화 기반의 지역 활성화다. 식품산업은 관광, 교육, 문화와 결합할 때 파급력이 극대화된다. 전북의 농촌은 생산, 가공, 체험, 교육, 치유가 어우러진 복합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특히, ‘전북발 건강 식문화 국민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아침식사 등 건강한 식문화 확산, 로컬 식재료 기반 맞춤 영양 및 식생활교육 등은 국민 건강과 지역경제를 동시에 살리는 정책이다. 일본이 ‘어린이 중심의 식생활 교육(식육)을 국민적 운동으로 추진하고, 전통 식문화를 산업·관광 자원으로 활용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제적 확산을 도모한 사례’는 우리에게 분명한 시사점을 준다. 결국 전북 식품산업의 경쟁력은 ‘전통의 현대화’와 ‘과학의 현장화’에 달려 있다. 전통 식문화에 과학기술을 더하고, 지역 자원을 산업과 연결할 때 전북은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산업 집적화와 K-푸드 글로벌 전략, 바이오헬스 융합 산업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전북은 대한민국 식품산업의 심장을 넘어 세계 식문화의 중심으로 도약할 것이다. 식문화가 여는 경제의 길, 그 중심에 전북이 서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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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27 17:40

[기고] 중동 상황 속, 농자재 수급 안정에 총력

봄철 영농시기를 맞아 농자재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중동 지역의 긴장 상황으로 국제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비료와 농업용 필름 등 주요 농자재 수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일부에서는 가격 급등이나 품귀 현상을 언급하는 보도도 이어져 영농철을 앞둔 농업인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농업용 요소는 전량 수입하고 있고, 중동 수입의존도가 높은데다 대체 수입선인 동남아의 수입가격이 전년대비 63.6% 가량 상승하는 등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관련기관·단체의 현장점검 결과 현재 농자재 수급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영농 현장에서는 필요한 자재가 적기에 공급되고 있으며, 가격 또한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비료는 지역농협을 중심으로 전년도 사용·판매량 수준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가격 역시 연초에 결정된 수준(871천원/톤)을 유지하고 있다. 비료 전체 물량의 97%가 농협을 통해 공급되며, 향후 가격 인상 시에도 추경을 통해 무기질비료 가격 보전 지원 사업이 반영되어 농업인 부담은 대폭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재고가 부족한 지역에 대해서는 농협과 협의하여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농업용 필름의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일부 민간 시장에서 가격 인상이 있으나, 농협을 중심으로 영농철 농업인 부담 완화를 위해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지역 간 물량 조정을 통해 공급이 관리되고 있다. 밭작물 재배 시 사용하는 멀칭 필름은 봄철 영농 수요분이 기 확보된 상황이며 재고가 부족한 지역에 대해서는 지역 간 물량 조정을 통해 필요한 물량이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관리할 예정이다. 특히, 하우스 필름의 경우 전체의 67%가 9~12월에 사용되므로 공급에 문제가 없도록 산업부에 원자재 배정 등 협조 요청을 추진할 계획이다. 농약 또한 올해 사용할 원재 소요량의 90% 이상이 사전에 확보되어 있다. 정부는 ‘중동 상황 모니터링 체계’를 통해 농자재 가격과 재고를 매일 점검하고 있으며, 현장점검반 운영을 통해 실제 수급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또한 사재기 등으로 인한 시장 불안을 방지하기 위해 농가별 구매 기준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아울러, 농업 현장에서는 비료의 적정 시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필요 이상으로 비료를 사용하는 것은 비용 부담을 높일 뿐만 아니라 토양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는 표준시비 기준과 비료처방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농업인이 작물과 토양에 맞는 적정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가축분뇨·퇴·액비활용 경축순환 활성화 등 자원 위기 극복을 위해 관계 부처가 협의중이다. 적정 시비는 농가 경영비 절감과 함께 지속 가능한 농업 환경을 위한 중요한 실천이기도 하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북지원은 농업의 최일선 기관으로 앞으로도 현장 중심의 점검과 신속한 정보 제공을 통해 농업인 여러분의 안정적인 영농 활동을 지원해 나가겠다. 지금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영농을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나 과장된 정보는 불필요한 불안을 초래하고 수급 상황을 왜곡할 수 있다. 아울러 농업인 여러분께서는 필요에 맞는 적정량의 농자재를 합리적으로 구매하고, 사재기 등 과도한 수요로 인한 시장 불안을 예방하는데 함께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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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6.04.27 17:39

[법률 상담] 마을길 지나려면 돈 내라? 마을법 아닌 징역형까지 가능한 범죄!

내담자는 피곤해 보이는 얼굴과는 대조적으로 분노 섞인 목소리로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장례차를 볼모 삼아, 마을 발전기금을 내놓으라며 길을 막아선 마을주민들 때문에 너무 화가 났다. 당시에는 아버지를 잘 모시기 위해 좋게 넘어가기로 하고 마을기금으로 400만 원을 주겠다고 약속한 뒤 묘를 썼지만, 지금에 와서 돈을 주려니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너무 크다.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 있냐, 돈을 줘야 하냐”고 울분을 토하며 해결 방법을 물었다. 당황스러운 사건이었지만, 내담자의 억울함도 해결하고 다시는 이런 반인륜적인 범죄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마을주민들의 행동은 ‘관습’이나 ‘관행’이 아니라 명백한 범죄임을 안내했다. 이른바 ‘마을법’을 운운하며 정당한 권리라 주장하고, 장례 차량을 막아 마을 기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는 형법상 공갈죄(제350조) 및 장례식 등 방해죄(제158조)에 해당한다. 장례를 방해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공갈죄가 적용되면 최고 10년의 징역형까지 선고될 수 있는 중범죄이다. 이렇듯 단지 마을길을 지난다는 이유만으로 기금을 요구하는 것은 단순 텃세를 넘어선 범죄이자 인륜을 저버린 행위이다. 설령 받은 돈을 돌려주더라도 이미 성립한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가해자들은 엄중히 깨달아야 하는데, 여전히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모두는 “마을에 묘를 쓰려면 기금을 내야 한다”는 억지 논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위법한 관행이나 관습은 결코 법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법은 언제나 고인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고, 부당한 위력 앞에 약해질 수밖에 없는 유족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니 장례차를 막고 발전기금을 요구하는 행위는 징역형까지 가능한 명백한 범죄임을 우리 모두가 엄중히 인식하고, 단호한 법적 처벌을 통해 이러한 반인륜적 행태가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뿌리 뽑히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4.27 17:39

[사설] 국립의전원법 국회 통과,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전북의 오랜 숙원인 ‘국립의전원법’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8년 서남대 폐교 이후 8년 동안 표류해온 지역의료 교육기반을 복원하고, 국가가 직접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관리하는 법적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전북도민과 함께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종이 위에 적힌 법 조문이 우리의 실제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제도로 정착하게 하는 일은 온전히 전북도의 몫이다. 무엇보다 설립 절차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2030년 개교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미 부지의 절반 이상이 확보된 만큼, 잔여 부지 매입과 설계·인허가 등 행정 절차에 도정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동시에 도내 공공의료기관을 교육·실습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와 기능 강화에 나서야 한다. 국립의전원이 지역 의료기관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인력 양성과 지역 의료 개선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 이번 법안 통과는 단순히 학교 하나를 세우는 차원을 넘어선다. 정부가 전문과목을 직접 지정하여 학비 전액을 지원하는 대신 15년의 의무 복무를 부과하는 이 모델은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 등 필수과목 의료 인력을 양성해 국가가 직접 배치하는 구조다. 이는 의료 취약지인 농어촌 지역의 고질적인 인력부족과 수급불균형을 타파할 실질적인 동력이 될 것이다.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교한 사후설계도 중요하다. 15년의 의무 복무 기간을 둔다 해도, 근무 여건과 보상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복무 종료 후 인력 유출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의료 인력이 지역에 정주하며 자부심을 갖고 진료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급선무다. 응급 이송체계 정비와 의료기관 간 연계강화 등 지역 의료 전달 체계 전반에 대한 보완책도 병행해야 한다. 국립의전원은 국가가 선발부터 배치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공공의료 인력양성의 첫 모델이다. 전북도가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얼마나 치밀한 로드맵을 실행하느냐에 따라 이 법의 가치는 결정된다. 이제는 선언적 의미를 넘어, 도민들이 생활 속에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는 변화의 바탕을 만들어내야 한다. 전북이 대한민국 공공의료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거점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26 18:44

[사설] 정당·단체장 후보, 행정통합 구상 밝혀라

완주•전주 통합 무산 이후 전북지역의 행정통합 방향이 중구난방이다.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이 6•3 지방선거에서 동반 퇴장하면서 행정통합 정책이 동력을 잃은 탓이다. 6•3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약이나 정책과제로 대두될 법도 한데 그렇지 못하다. 김제시의회가 촉구한 김제•전주 통합안, 김제•전주•익산을 묶는 중추 도시권, 김제•전주 통합을 먼저 추진한 뒤 완주까지 확장하는 방안, 완주•전주•익산을 포괄하는 통합안 등이 있다. 새만금 권역 자치단체 간 통합 또는 새만금특별자치단체 구성안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광주·전남 정치권이 단결해서 일사천리로 통합특별시를 출범시킨 것과는 대조적으로 전북은 행정통합 방향을 놓고 중구난방인 것이다.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와 지역 경쟁력을 높일 효율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광역시가 없는 전북은 그동안 정책과 예산 배분에서 불이익을 받아왔다. 이를 극복하고 기업유치와 인구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중추도시권 육성이 절실한 과제라는 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재명 정부가 균형발전과 지역 주도성장을 국정과제로 내걸고 5극3특 전략을 추진하면서 행정통합을 독려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초광역권 행정통합에 4년간 20조원의 파격적인 재정 인센티브와 공공기관 이전 및 산업배치 지원은 지역이 경쟁력을 확보할 호조건이다. 3특 지역의 행정통합도 이에 준하는 지원방안이 제시될 것이다. 이럴진대 행정통합에 나몰라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아가 완주•전주 통합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일부 정치인들이 지역 주민을 편 가르기 하고 얄팍한 정파적 심리에 갇혀 미래 경쟁력을 가볍게 여기는 행태도 용납돼선 안된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현안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순기능이 있다. 행정통합도 그중의 하나다. 지역 정치권이 관심을 가져야 마땅하다. 전북의 성장거점과 중추도시권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각 정당과 단체장 후보들이 이런 과제를 추동시킬 행정통합 구상을 밝히고 나아가 활발한 담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갖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26 18:43

[전북칼럼] 청년 일자리 악화와 취준생들의 고뇌

해가 갈수록 우리 사회에서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15세 이상 총취업자 수는 2910만 명에 달하며, 이 중에서 15~29세 취업자는 약 349만 명으로서 이들의 고용률은 45% 수준(계약직과 아르바이트 인구 포함)에 머무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젊은 세대인 30대 역시 최근 건설업과 제조업 분야 취업자가 감소하면서 실업자 수가 약 17만 명에 이른다. 이와 같은 청년 세대와 30대들의 고용 지표는 그동안 점차 증가하여 작년에 70.5%에 달했던 고령자(55~65세) 고용률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창 열정적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해야 할 20~30대 젊은 세대들이 정작 일자리를 찾지 못해 무직자로서 고통을 받으며 살아 가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청년실업 문제를 보다 더 자세히 보면 심각성을 더욱 뼈저리게 감지할 수 있다. 이른바 “쉬었음” 청년인구의 숫자가 해마다 증가하여 작년 말 기준 약 75만 명에 달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을 하기 위해 수십 번씩 응시원서를 냈지만 계속 탈락의 쓴맛을 보거나, 구직 후 1년 안팎의 직장생활을 하다가 임금 및 근로 여건 등이 좋지 않아 퇴직한 젊은이들로서 구직 의욕을 잃어버린 집단이다. 이들은 고학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수입이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당수는 사회의 낙오자라는 자격지심을 가지고 구직 과정에서 탈진 상태가 됨으로써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거니와 국가 사회 전체적으로 국력을 약화시키는 심각한 위험요인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청년 고용 사정이 약화된 원인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들이 상호작용한 결과다.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는 경기침체 심화로 인하여 고용없는 성장시대에 진입한 지 오래이며, 기업의 고용창출능력 자체가 크게 감소했다. 또한 국내 임금이 급속도로 상승하자 고용 흡수능력이 큰 제조업이 중국․동남아 등 해외에 진출하면서 국내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약 200만 개의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그럴만하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대기업들의 임금이 중소기업의 2배 가까이 인상되면서 일자리의 양극화가 심화된 것도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고질병이 되었다. 쉬었음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도 대기업의 경력자 선호 때문이기도 하지만, 청년들이 임금 수준이 높고 근로 여건이 좋은 대기업 취업만 쫓아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앙 정부나 지자체들의 고용정책도 문제다. 실업의 원인 또는 형태별 고용 정책을 추진해 온 것이 아니라 디테일 없이 단기적인 인센티브 제공과 관련 예산의 양적 공급에 치우쳐 옴으로써 실패를 거듭해 왔다. 뿐만 아니라 대학의 경우 상당수 소규모 대학에서는 오히려 취업지원 효과를 올리고 있지만, 대규모 대학일수록 학생들의 취업문제에 관하여 무능하고 무관심한 편이다. 따라서 앞으로 젊은 세대들의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상과 같은 문제점들을 깊이 인식하고, 관련 주체들이 팔뚝을 걷어붙여야 한다. 더구나 최근 정년연장 문제가 대두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AI․로봇 등 최첨단 기술 분야로 산업구조가 조정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고용문제는 매우 세심하면서도 강력한 정책 전환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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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2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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