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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찬란한 봄은 짧고 우리의 산책은 길어도 좋다

어느 도시의 봄이 아름답지 않겠느냐마는, 전주의 봄 또한 유난히 찬란하다. 이 계절의 전주는 자꾸만 걷고 싶게 만든다. 최근 전주를 다룬 웹 콘텐츠가 높은 관심을 얻는다. 그만큼 이 도시를 찾고 소비하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사람들이 어디를 찾는지 자연스레 주목하게 되지만, 그와는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보고 싶다. 나의 발걸음을 오래 붙잡아두는 가게들을 이 도시에 온 이들에게 조용히 건네고 싶다. 내가 자주 걷는 길의 끝에는 제철을 담아내는 카레집이 있고, 조금 더 걸으면 지역 양조장에서 만든 수제 맥주집이 있다. 그리고 다시 몇 걸음이면 주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동네 책방이 모습을 드러낸다.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공간이 아니라, 각자의 색을 유지한 채 천천히 쌓여가는 공간들이다. 나에게 하루의 여유가 주어진다면, 출발점은 치명자산 자락의 ‘바람 쐬는 길’이다. 전주천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무릎 아래로는 작은 야생화들이 피어나고, 머리 위로는 연둣빛 이파리와 봄꽃이 겹겹이 피어난다. 이 계절의 풍경은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 있으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향교길이 나온다. 소담한 한옥 담장 너머로 퍼지는 음식 냄새를 따라가다 보면 계절의 맛을 담아내는 카레 집에 닿는다. 이곳에서는 ‘이주의 카레’로 계절의 흐름을 식탁 위에 올려낸다. 단정한 한 접시에 몸과 마음을 기분 좋게 배불린다. 다시 길을 나서면 얼마 가지 않아 테라스가 있는 수제 맥주집이 나타난다. 이 도시에서 빚은 맥주들 사이에서 평소 마셨던 취향 그대로보다 오늘의 날씨와 기분에 어울리는 맥주 한 잔을 고심하여 골라본다. 봄볕을 안주 삼아 마시는 한낮의 맥주는 그 자체로 쉼표가 된다. 기분 좋은 취기가 번질 즈음, 구도심을 향해 걷다 보면 동네 가게들이 이어지고, 연이어 나타나는 책방들이 눈에 들어온다. 전주의 책방들은 저마다의 책장을 지녔다. 책방지기의 성향이 공간과 책의 배열에 스며 있고, 그 안에서 한 권의 책을 고르는 일은 이 도시를 기억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된다. 이 공간들의 특징은 이야기가 흐른다는 점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쌓아가며 고유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계절을 담은 음식, 지역에서 빚은 술, 취향으로 고른 책들. 그래서 이곳에서의 기억은 단순한 소비로 지나치지 않고 경험으로 남는다. 이러한 경험은 빠르게 소비되는 방식과는 다른 결을 지닌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보고 지나가는 일은 효율적일지 모르지만, 그 속도 안에서는 도시가 가진 층위와 시간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어디를 가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곳에서 어떻게 머물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이야기되지 않는다. 전주는 오래된 시간과 현재의 감각이 겹겹이 쌓인 도시다. 그렇기에 전주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어떤 속도로 머무느냐’에 더 가깝다. 더 많은 명소를 쫓기보다, 걷는 속도를 잠시 늦추어보는 여유가 필요한 이유다. 이 봄이 다 가기 전, 조금 더 천천히 걷고 오래 머물러보길 권한다. 내가 만든 여유의 틈 사이로, 전주는 비로소 진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찬란한 봄은 짧고 우리의 산책은 조금 더 길어도 좋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 머물 때, 비로소 도시는 우리에게 잊지 못할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하여 당신만의 전주가 다시금 태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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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16 18:10

[금요칼럼] 균형발전, 에너지와 해양전략에서 답을 찾다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전환의 시점에 서 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산업의 급속한 확산은 막대한 전력 수요를 요구하고 있으며, 최근 중동 지역에서 나타나는 군사적 충돌은 에너지 공급망의 안정성과 다변화의 필요성을 더욱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제 에너지와 산업은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에너지는 더 이상 경제의 한 요소가 아니라 국가 안보 그 자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다변화와 함께 에너지 수송 경로를 분산하려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북극항로와 같은 새로운 해상항로가 점차 중요한 의미를 갖기 시작하고 있다. 북극항로는 단순한 물류 경로가 아니다. 기존 수에즈 운하 중심 항로 대비 운송 거리와 시간을 단축할 뿐 아니라, 에너지 수송과 자원 접근의 새로운 통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공간은 이미 러시아가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도 ‘극지 실크로드’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북극은 더 이상 개방된 공간이 아니라 경쟁과 통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전략 공간으로 준비된 국가만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된 것이다. 이같은 환경에서 해양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해양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에너지 수송로이자 산업 기반이며, 동시에 안보의 최전선이다. 북극항로와 같은 새로운 해상 루트를 활용하려면 항해 안전, 해상 통제, 구조·구난 능력이 필수적이다. 해군을 중심으로 한 해양력은 에너지 전략과 산업 구조를 뒷받침하는 국가 역량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다. 해양력이 없는 에너지 전략은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흐름은 지역균형발전 전략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AI 시대의 데이터센터, 반도체, 첨단 제조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요구하지만,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될 경우 에너지 수급 불균형과 지역 격차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서남권을 중심으로 해상풍력과 전력망 확충이 추진되고 있으나, 지역은 전력을 생산하고 수도권이 이를 소비하는 구조로 고착된다면 또 다른 형태의 집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진정한 균형발전은 단순한 기능 분업이 아니라 에너지 생산과 산업, 인재가 함께 결합되는 구조여야 한다. 해안 지역은 해상풍력과 수소 에너지, 항만 물류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와 AI 산업, 전력 다소비 첨단 제조를 함께 유치하는 복합 거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내륙 지역은 에너지 저장 시스템과 부품·소재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산악 지역은 재난 대응과 환경 관리, 분산형 전력망 기술을 중심으로 특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유럽의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우리와 유사한 반도형 구조와 산악 지형을 가진 국가로, 이러한 조건을 산업과 에너지 전략으로 전환해 왔다. 이탈리아는 남부 LNG 터미널을 통해 도입한 에너지를 북부 산업지대로 연결하고, 그리스는 피레우스 항을 중심으로 항만과 내륙 물류망, 도서 지역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이처럼 항만과 에너지, 산업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전략은 지형적 한계를 경쟁력으로 전환한 대표적 사례다. 결국 균형발전은 지역을 나누는 정책이 아니라 국가를 연결하는 전략이다. 중동 전쟁이 보여준 에너지 리스크, 북극항로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 해양력의 전략적 가치, 그리고 AI 시대 산업 구조의 변화는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에너지와 산업, 안보를 통합적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국가 경쟁력은 유지될 수 없다. 분명히 인식해야 할 점은, 균형발전은 국가 생존전략으로 지역의 특성과 지정학적 조건을 반영한 에너지 그리고 해양 중심의 통합 전략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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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16 18:10

[금요수필] 천리향

아파트 정원에 천리향 한 그루를 심었다. 세 번이나 실패한 나무를 버리면서 다시는 사지 않겠다던 약속을 깨고 또 사온 것이다. 늦은 봄 대추나무 묘목을 사러 갔다 없어 엉뚱하게도 생각지도 않은 나무 몇 그루를 사왔다. 그랬더니 주인은 뿌리 없는 대추나무 2그루를 덤으로 주면서 잘하면 살 수 있을 거라 했다. 그래서 일단 받아들고 ‘천리향’은 없느? 물었더니 키는 좀 크지만, 앞이 한쪽만 나와 있는 것을 반값에 주겠다 해서 가져온 것이다. 천리향은 중국 원산지로 향기가 천리까지 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원래 이름은 수향(水鄕)나무였는데 옛날 어느 스님이 잠결에 발견한 향기로운 나무라는 뜻으로 ‘수향(睡鄕)’이라고 불렀다. 이후 풍기는 향이 ‘상서로운 향기’라는 ‘서향(瑞香)’으로 바뀌었단다. 아무튼, 이번에는 이 나무가 잘 자라서 내년 3월이면 집안을 온통 아름다운 향기로 가득 채워줄 거라고 기대하며 사랑과 온갖 정성을 쏟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2~3주 정도 지나자 잎이 마르고 점점 생기가 없어 보였다. 잘못했다가는 또 죽일 것 같아서 화원에 들러 어떻게 해야 좋으냐고 물었더니 천리향 뿌리는 습기에 약해 너무 습하면 살 수 없다는 것다. 그 말을 듣고 곰곰 생각해보니 부모의 과잉보호가 아이를 망치듯, 나의 지나친 관심으로 물을 많이 줘서 역효과가 난 게 아닌가 싶었다. 그 말을 듣고 곧바로 화분을 뒤집어보았더니 아닌 게 아니라 흙이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어 얼른 마른 흙으로 바꿔주었다. 하지만 좋아지기는커녕 날마다 잎이 누렇게 변해가더니 이윽고 까맣게 말라붙었다. 이제 더는 가망이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뽑아버리지 못하고 화분을 아파트 화단 철쭉꽃 사이에 끼워놓았다. 그리고 밖에 나가기만 하면 수시로 들여다보며 이제는 버려야지, 버려야지 하던 어느 날, 아니 이게 웬일인가? 새까맣던 나뭇가지 마디마다 볼록볼록 파릇한 생명을 물고 있는 게 아닌가! 어제까지만 해도 죽은 줄 알았더니 이렇게 기사회생(起死回生)하다니, 화단에 내다놓은 지 한 달쯤 되었을까? 홀로 더위와 장마를 견디면서 사투를 벌이더니 가지 끝에서부터 이렇게 싹을 틔우며 푸른 잎이 하나둘 돋아나 바람에 나풀거린다. 그 모습이 하도 신통하고 기묘해서 그냥 보고만 있어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졌다. 하마터면 한 생명을 버릴 뻔했는데, 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슴 벅찬 일인가? 순간 나는 생명이란 쉬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향나무에 정말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부끄러웠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살릴 수 없다고 포기했던 천리향이 자연의 품에서 삶을 회생하는 모습을 보니, 자연의 힘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 속에서 삶을 배우며 오랫동안 잘 참고 견뎌준 천리향의 강인한 생명력과 자연의 경이로움에 새삼 고개가 숙어진다. 어떤 소리보다 아름다운 언어는 향기다. 천리 밖에 있어도 가깝게 느껴져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말 없는 말을 천리향은 향기로 대신한다고 어느 시인이 예찬했다. 화려하지도 않고 아주 작은 꽃들이 모여 있지만 어느 꽃보다 향기로움이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다. 베란다에서 월동이 가능하다. 하루에 햇빛이 2~3시간 정도만 들어오면 자라고 꽃피는 데 문제 없다고 하니 나는 앞으로도 천리향을 지키며, 천리향도 나를 지키며 동반자로 살아가련다. Δ한일신 수필가는 공무원으로 정년퇴임한 후 수필에 입문해 <대한문학>으로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 영호남수필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필집 <내 삶의 여정에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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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16 18:10

[세무 상담] 부모님께 증여받은 아파트 함부로 팔면 안되는 이유

최근 자산 승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모님으로부터 아파트를 증여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증여세를 정당하게 납부했으니 이제 내 마음대로 처분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무에서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증여받은 집을 성급히 매도하려다 예상치 못한 세금 폭탄을 맞을 뻔한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부모님께 물려받은 아파트는 최소 10년이 지난 뒤에 파는 것이 자산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길입니다. 세무당국이 가장 경계하는 것 중 하나는 증여를 이용해 양도소득세를 회피하는 행위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마련된 장치가 바로 ‘이월과세’ 제도입니다. 양도소득세는 기본적으로 판 가격에서 산 가격을 뺀 차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데, 만약 증여받은 지 10년이 지나지 않아 아파트를 팔게 되면 세무당국은 자녀가 증여받은 시점의 가액이 아니라, 부모님이 아주 오래전 처음 그 집을 샀던 당시의 가격을 기준으로 양도차익을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10년 전 2억 원에 산 아파트를 시세 6억 원이 되었을 때 자녀에게 증여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자녀는 6억 원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납부했으므로, 조만간 이 아파트를 6억 5천만 원에 팔더라도 차익이 5천만 원뿐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10년 이내에 매도할 경우, 법적으로는 아버지가 처음 샀던 2억 원을 취득가액으로 간주합니다. 결과적으로 자녀는 5천만 원이 아닌 4억 5천만 원이라는 막대한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과거에는 이 이월과세 적용 기간이 5년이었으나, 현재는 법이 강화되어 10년으로 연장되었습니다. 즉, 부모님이 취득했을 때보다 집값이 많이 오른 상태에서 증여를 받았다면, 최소한 10년은 보유해야만 증여 당시의 시세를 온전히 취득가액으로 인정받아 양도세를 절감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집을 오래 보유할수록 세금을 깎아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결국 증여는 단순히 명의를 넘기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매도 계획까지 치밀하게 세워야 하는 긴 호흡의 과정입니다. 정성껏 일궈온 가족의 자산이 세금으로 인해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도록, 증여받은 아파트를 처분하기 전에는 반드시 ‘10년이라는 기다림의 시간’이 충분히 지났는지 확인해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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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16 18:10

[사설] 청소년 일상 속 약물 오남용 방치해선 안 된다

전북도 청소년들의 약물 오남용이 더 이상 일부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최근 조사에서 도내 청소년 5명 중 1명꼴인 20.9%가 최근 1년 사이 의사 처방 없이 약을 복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기 뇌 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에게 약물 오용은 단순한 건강 문제를 넘어 인지 기능 저하와 의존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신호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구조적 문제다. 더 심각한 것은 위험을 알면서도 사용하는 현실이다. 응답자의 60% 이상이 전문의약품의 임의 복용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학업 스트레스와 피로를 이기기 위해 감기약과 진통제를 습관적으로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기약 복용 경험은 79.1%, 진통제는 59.7%에 달했다. 이는 과도한 경쟁과 만성적 수면 부족 속에서 청소년들이 약물을 ‘버티기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가정 내 의약품 관리 부실이 문제다. 과거 처방받고 남은 약을 임의로 꺼내 복용하는 행태는 약물 변질과 부작용 위험을 키운다. 여기에 에너지음료 등 고카페인 제품이 또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청소년들은 일상적으로 자극에 의존하는 생활 방식에 길들여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방치된 환경이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다. 그동안 마약 중심 단속과 공포 위주의 교육은 실제 생활 속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 청소년 스스로 약물의 영향과 위험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통합적 약물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촘촘한 예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도 학업과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충분한 수면과 휴식이 보장되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정책은 단속이 아니라 생활환경 개선으로 나아가야 한다. 청소년 약물 문제는 단기간의 캠페인이나 훈계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지역의 특성과 청소년의 삶을 반영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일상 속 약물 방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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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4.15 19:04

[사설] 김관영·이원택 고발 사건, 신속하게 수사해야

6·3 지방선거가 바짝 다가오면서 정당의 공천을 받아 유권자의 최종 심판을 받을 후보자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각 후보의 지역발전 정책은 보이지 않고, 불신과 의혹, 비난의 목소리만 들린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대립이 아직까지 선거판을 지배하고 있다.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공천은 단순한 정당의 내부 절차가 아니라, 유권자에게 선택지를 제시하는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전북지역 선거판의 이 같은 갈등과 대립의 한복판에는 역시 전북지사 공천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김관영 현 지사와 이원택 의원이 비슷한 시기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각각 고발되면서 전북 지역 선거판이 요동쳤다. 하지만 윤리감찰을 실시한 민주당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김 지사는 초스피드로 제명됐고, 이 의원은 무혐의 판단을 받았다. 양자 대결로 치러진 경선에서 패배한 안호영 의원이 당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역시 기각됐다.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의 전북지사 공천은 마무리됐다. 그런데 논란과 갈등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쌓인 감정의 골과 의혹이 아직껏 해소되지 못한 채 이어지면서 지역정치권 전반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 과정이 오히려 지역사회에 새로운 분열의 불씨가 되는 양상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혼란 속에서 지역발전 정책이 실종됐다는 점이다. 전북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지역경제와 민생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이대로라면 선거가 끝난 뒤에도 지역사회에 남는 것은 발전의 동력이 아니라 깊어진 불신과 분열, 그리고 앙금일 것이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유권자, 곧 도민이다. 지역사회 혼란을 줄이기 위해 김관영 지사와 이원택 의원을 둘러싼 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에 대한 신속한 수사가 요구된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관련 의혹이 장기화될 경우, 불필요한 추측과 해석이 확산되며 지역사회 갈등과 분열을 키울 수 있다. 수사기관의 신속하고 엄정한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치적 유불리와 무관하게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해서 불필요한 논란을 조기에 정리하는 것이 지역사회 혼란을 줄이는 길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15 19:04

[오목대] 친명-친청 갈등 뇌관 안호영 단식장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이 요즘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회의원이 된지 만 10년, 3선 국회의원에 국회 상임위원장까지 지냈으나 그는 존재감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요즘 안호영은 정가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안호영 단식장은 소위 친명(친이재명)계와 친청(친정청래)계 간 대립 구도의 최일선으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선거법 위반 시비에 대해 중앙당에서 김관영 지사와 이원택 의원에 대해 전혀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삼으면서 재심과 재감찰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까지 단행하자 “도대체 전북에서는 왜?”라며 정치권이 관심있게 들여다보는 분위기다. 평소같으면 “경선도 끝났는데 깨끗이 승복하지 못하고 지저분하게 구느냐”는 따가운 여론에 직면할 법 한데 이번엔 친명계 인사들이 대거 응원하는 분위기다. 꼭 친명이 아니더라도 반 정청래계 인사들도 울력하고 있다. 지역정가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경선 후유증에 그치지 않고 친명계와 친청계 간 전면적인 계파 갈등으로 비화할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적인 시각에서 볼때는 '단순히 전북지사 경선과정에서 터져나온 잡음’ 정도로 가볍게 스쳐지나갈 수도 있었으나 이번 사안은 8월 전당대회와 차기 대권가도에까지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뇌관이 될거라는 얘기다.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들이 중립적 태도를 취하지 않고 확실하게 특정 후보를 민 정황이 다분하기에 이번 전북지사 공천 파동은 결국 친명과 친청간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사실 안호영 의원은 4년전 가장 유력한 도지사 후보였으나 당시만 해도 당내 기반이 전무했던 김관영 현 지사에 분루를 삼키면서 무대의 전면에서 사라졌다. 더욱이 최근 2~3년 동안 전북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전주완주 통합 문제에 대해 막판까지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면서 민심은 그를 외면했던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김관영 지사 제명이후 그는 존재감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물론 도내 대다수 국회의원들이 이원택 의원측에 가담하는 현실속에서 득표율 1%차이로 모두를 경악하게했다. 물론 그가 획득한 49.5%의 표심은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얻어냈다기 보다는 김관영 지사 제명에 따른 분노한 표심, 정청래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 지도부의 행태에 실망한 표가 반사이익 형태로 쏠렸기에 가능했지만 어쨋든 놀라운 득표임엔 틀림없다. 안 의원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난 11일부터 국회 본관 앞에서 재심과 재감찰을 요구하며 단식 단식에 돌입했다. 중량감 있는 친명계 인사들이 현장을 찾아 격려하면서 안호영 단식장은 친청과 친명이 맞대결하는 최전방이 됐다. 친명과 친청의 갈등은 없다고 하지만 이래저래 안호영 단식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6.04.15 19:03

[의정단상] 대한민국의 새만금입니다

지난 7일 민주당 ‘글로벌 서해안 시대 특별위원회’(이하 서해안특위)가 출범했습니다. 제주, 전남광주특별시, 전북, 충남 등 국회의원들과 각계 정책전문가 23명이 참여하는 민주당 공식 기구로 출발했습니다. 서해안특위는 새만금을 포함한 서해안 일대에 피지컬AI, RE100 에너지, 금융·정책 인프라를 결합해 국가 전략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당과 국회의원, 전문가들이 힘을 모은 것입니다. 전북도민들께 전북발전을 위해 최우선 정책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새만금 중심 서해안 정책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50%에 이르렀습니다. 그만큼 전북인들의 새만금과 서해안을 중요한 지역으로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제 “전북의 새만금”에서 “대한민국의 새만금, 서해안”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처음 열린 서해안특위에 참여한 분들도 새만금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전주 지역구인 저는 새만금을 “비어 있는 대한민국 미래의 땅”이라고 했습니다. 새만금을 더이상 전북만의 과제나 희망으로 두지 않고, 대한민국 서해안 시대를 여는 국가 전략 거점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청래 당대표는 새만금을 “국가균형발전의 중심지, AI·에너지·첨단제조가 결합하는 국가 전략 플랫폼”으로 키워야 한다고 명쾌하게 새만금의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전북 익산 지역구인 한병도 원내대표도 당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통해 서해안 발전전략을 지속적이고 책임 있게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서해안은 1,500km 반경에 세계 인구의 약 22%, 전 세계 GDP의 25%가 집중된 매우 성장 가능성이 큰 경제 권역입니다. 그간 전북 홀로 감당했던 새만금을,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에서는 충남에서 제주에 이르기까지 서해안 지역이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AI 국가 전략 플랫폼으로 성장시켜야 합니다. 지난 2월 27일 이재명 대통령님은 새만금에서 “전북 새만금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가 시작됩니다”라고 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새만금에 약 9조 원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 및 부품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 1GW급 태양광 발전, AI 수소 시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이후 국무총리 주재로 ‘새만금·전북 대혁신 TF’를 가동했고, 4월 6일에는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금융지원·협력 업무협약도 체결했습니다. 말뿐인 새만금 발전전략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 정책지원까지 함께 착착 진행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허나, 시작입니다. 서해안특위를 중심으로 이번 현대차 9조원 투자를 마중물 삼아 투자가 성공적으로 될 수 있도록 법적, 제도나 관련 예산을 뒷받침하겠습니다. 피지컬AI, RE100 등 에너지와 함께 금융도 중요합니다. 새만금과 함께 전주를 제3금융중심지로 지정해야 합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전주에 사무소를 열었고, 골드만삭스 같은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금융회사가 전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1600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전주에 금융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님도 SNS를 통해 이를 직접 언급하셨듯이, 전주가 금융에서도 오랜 침체를 깨고 글로벌 금융 중심으로 비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새만금의 AI, RE100과 전주의 문화, 금융 인프라를 연결하면 새만금을 포함한 서해안은 이제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것입니다. 국민들께서 윤석열 내란으로부터 대한민국을 회복시켜 주었듯이, “대한민국의 아픈 손가락” 전북도 이번에는 회복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민주당 서해안특위에서는 이재명 정부, 전북특자도, 전북도민과 함께 힘을 모아 대한민국의 새만금, 서해안시대를 위해 뛰겠습니다. 이성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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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15 19:03

[타향에서] 고향의 너른 품 안에 문화의 숨결이 느껴지길

작년 11월 정읍시 수성동에는 ‘우리동네 MG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사회에 주민 누구나 무료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지난 13일부터는 부안 출신 이부안 작가의 개인전 ‘물결의 주름’이 열흘간 진행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이번 전시는 지역사회와 함께 예술을 나누기 위해 기꺼이 본점 건물 4층의 공간을 내어준 정읍새마을금고의 여섯 번째 프로젝트다. 오늘날 청년들이 고향을 등지는 이유는 일자리가 부족해서만이 아니다. 퇴근 후 영감을 채워줄 전시, 주말을 풍요롭게 할 공연과 다채로운 문화 양식이 충분하지 않다. 대형 뮤지컬이나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은 대부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전유물이다. 혹자는 지방의 문화 수요가 적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말하지만 이는 시장 논리에 갇힌 시각이다. 문화 예술 콘텐츠는 초기 제작과 인프라 유지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인구 밀도가 낮은 지방에서는 태생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을 수 없기에, 이를 민간 시장의 자율성에만 맡겨 둔다면 지역의 문화적 빈곤은 영원히 해결될 수 없다. 바로 여기에 공공부문의 개입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지방의 문화 향유권 확충은 ‘국민 기본권 보장’과 ‘지방 소멸 방지’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과 지방정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그간의 정책이 문화회관이나 도서관 등 하드웨어 건립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그 공간을 채울 소프트웨어에 예산을 쏟아야 한다. 중앙정부는 국립 예술단체의 지역 순회공연을 정례화하고 지역 맞춤형 콘텐츠 창작에 파격적인 예산을 지원해야 하며, 지방정부는 지역 예술인을 육성하고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쌍끌이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공공의 정책적 결단과 더불어,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풀뿌리 기관들의 역할도 대안이 된다. 대표적인 예가 새마을금고다. 단순한 금융기관을 넘어 지역 주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새마을금고는 최근 지방의 문화 갈증을 해소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강원도 삼척도원새마을금고는 2020년부터 7년째 지역의 작은 영화관 2곳(삼척가람·도계)을 삼척시에서 위탁받아 지역 출신 직원 10명 남짓을 고용해 직접 운영해오고 있다. 인구소멸지역인 삼척에서 유일하게 영화 관람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연간 삼척, 동해 등 지역 주민 12만 명이 다녀간다. 대전 서구 갈마동에 자리한 한밭새마을금고는 본점 건물 9층에 한밭문화예술교육원을 설립하여 지역 주민에게 전통예술,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공공의 예산이 미처 닿지 못하는 일상 속 문화의 모세혈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것이다. 이는 시장 논리가 작동하기 힘든 지방 문화 생태계에 민관 협력의 좋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예로부터 내 고향 전북은 소리와 맛, 멋을 아는 예향(藝鄕)이었다. 전북뿐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지역이 저마다의 찬란한 전통과 문화를 품고 있다. 수십 년 전 공직의 첫발을 떼며 가슴에 품었던 ‘전국 어디서나 다 함께 잘 사는 나라’를 향한 꿈은 애석하게도 아직 미완성이다. 진정한 균형 발전은 고속철로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것을 넘어,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적 삶의 질을 동등하게 맞추는 데서 비로소 완성된다. 수지타산을 뛰어넘는 정부의 과감한 협업 정책과 새마을금고와 같은 지역 공동체의 따뜻한 뒷받침이 어우러져, 지방의 너른 토양 위로 문화적 풍요라는 단비가 촉촉이 스며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최훈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전 전북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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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15 19:02

[기고] 도시를 감각으로 읽다, 건축물 미술작품의 힘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단순히 건물들이 모여 있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그 안에는 사람들의 시선과 동선, 감정과 기억이 켜켜이 쌓이며 하나의 살아 있는 환경을 이룬다. 같은 길을 걷더라도 누구에게는 익숙한 일상의 일부가 되고, 또 다른 이에게는 낯설고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도시 환경 속에서 건축물 미술작품은 공간을 해석하고 감각적으로 읽어내게 하는 중요한 매개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건축이 기능과 구조 중심의 영역이었다면, 오늘날 건축은 사람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지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이제 건물은 단순히 ‘짓는 대상’이 아니라 ‘머무르고 느끼는 장소’로 확장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술작품은 공간에 이야기를 부여하고, 장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건물 로비에 설치된 조형물, 외벽을 따라 펼쳐진 대형 설치미술, 빛과 영상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는 공간을 단순한 구조물에서 체험 중심의 장소로 변화시킨다. 특히 건축물 미술작품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접근성이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처럼 특정 목적을 가지고 방문해야 하는 공간과 달리, 도시 속 예술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출근길에 스치는 조형물, 공원 한켠의 설치 작품, 광장에서 만나는 미디어 아트는 시민들에게 별도의 준비 없이도 예술을 경험하게 한다. 이는 예술을 특별한 영역에서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 작은 작품 하나가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익숙한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순간, 도시는 비로소 감각적으로 살아난다. 하지만 모든 건축물 미술작품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거나 형식적으로 배치된 작품은 오히려 공간의 질서를 흐트러뜨릴 수 있다. 때로는 예산 집행을 위한 형식적 설치에 그치면서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는 건축과 예술이 분리된 채 개별적으로 접근될 때 발생한다. 따라서 건축가와 예술가 간의 긴밀한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간의 목적과 이용자의 경험을 충분히 고려한 설계가 이뤄질 때, 미술작품은 비로소 공간과 유기적으로 결합된다. 이때 작품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도시 경험을 설계하는 장치로 기능하게 된다. 사람의 동선을 유도하고, 시선을 머물게 하며, 공간에 기억을 남기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건축물 미술작품도 주목받고 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 증강현실, 데이터 기반 시각화 등은 관람자의 참여를 유도하며 공간 경험을 더욱 확장시킨다. 단순히 바라보는 것을 넘어 직접 반응하고 체험하는 예술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젊은 세대와 도시 방문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건축물 미술작품의 본질은 사람과의 연결에 있다. 아무리 거대한 규모와 화려한 형태를 갖추더라도 사람의 감각과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그 가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소박한 작품이라도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면 충분한 존재 이유를 가진다. 도시를 걷다 우연히 마주한 하나의 작품이 우리의 인식을 바꾸고, 평범한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순간은 생각보다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도시는 단순한 생활공간을 넘어 기억과 감정이 축적된 장소로 변화한다. 결국 건축물 미술작품은 도시를 읽는 또 하나의 언어이며, 도시의 정체성과 문화를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앞으로의 도시 설계는 기능성과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단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의 감각과 경험, 그리고 이야기를 함께 디자인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도시는 비로소 더 풍부하고 의미 있는 공간으로 완성될 것이다. 조각가 김동훈(제프아레아 조형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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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15 19:02

[사설] 민주당 기초단체장 9명 결선, 당원 동원 안돼

6·3 지방선거를 50여 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전북지역 기초단체장 공천작업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민주당 전북자치도당 선관위는 13일, 14개 시군 가운데 5곳을 확정하고 과반수 득표자가 없는 9곳은 결선 투표를 실시키로 한다고 발표했다. 결선 투표는 본선과 같이 권리당원 투표 50%와 안심번호를 활용한 일반시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북은 지역 특성상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 되는 구조다. 그런 만큼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5곳은 벌써 선거가 파장 분위기다. 반면 결선 투표가 치러지는 9곳은 또 한바탕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민주당 선관위는 물론 중앙선관위, 경찰 등은 결선 투표 과정에서 각종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엄정히 관리했으면 한다. 이번 민주당 본선에서 최종주자로 확정된 지역은 5곳이다. 정성주 김제시장과 황인홍 무주군수, 최훈식 장수군수, 최영일 순창군수, 심덕섭 고창군수가 각각 과반 득표로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이들 지역은 공교롭게 모두 현역 단체장들이다. 조직 기반이 탄탄했음을 보여준다. 반면 전주·군산·익산 등 주요 도시를 포함한 9개 지역은 결선을 치르게 됐다. 전주에서는 우범기·조지훈, 익산에서는 조용식·최정호 후보가 결선에 진출했다. 또 군산 김영일·김재준, 정읍 이상길·이학수, 남원 양충모·이정린, 완주 유희태·이돈승, 진안 이우규·전춘성, 임실 김병이·한득수, 부안 권익현·김정기 후보가 결선에 이름을 올렸다. 이중 이변은 강임준 군산시장이 현직 단체장 중 유일하게 경선에서 탈락했다는 점이다. 현역 프리미엄을 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선 투표는 코앞에 공천권이 아른거려 더 치열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사활을 걸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 결선에 오른 후보들은 탈락한 후보의 표를 흡수하기 위해 합종연횡과 정책연대 등을 제안하고 권리당원을 최대한 동원한다. 특히 결정적 열쇠는 누가 권리당원을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즉 권리당원 동원력이 당락을 가른다. 이를 위해 각종 편법과 불법이 횡행한다. 선관위와 경찰 등은 권리당원 동원과 관련해 금품이나 이권 제공 등 불법·탈법 사례가 없는지 감시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도민들도 민주당 경선이 끝까지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협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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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4.14 18:31

[사설] 월 1000만 원씩 지원에도 불편·불안한 ‘시민의 발’

국제 유가 급등과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 등으로 대중교통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승용차 이용이 제한될수록 시민들의 시내버스 의존도는 높아지며, 특히 학생과 노인 등 교통약자에게 버스는 대체 불가능한 필수 이동수단이다. 극심한 재정난에 허덕이는 전주시도 매년 막대한 혈세를 시내버스에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시내버스를 향한 시민의 시선은 여전히 불편과 불안으로 가득하다. 전주시의 시내버스 보조금은 2013년 120억 원대에서 지난해 666억 원으로 10여 년 사이 5배 넘게 폭증했다. 버스 1대당 연간 약 1억 5,000만 원, 매달 1,000만 원 이상의 세금이 투입되는 셈이다. 예산의 70%가 인건비로 쓰이는 사실상의 ‘준공영제’ 운영이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서비스 질은 전혀 딴판이다. 최근 3년간 접수된 시내버스 관련 민원이 5,400여 건으로 하루 평균 5건꼴이다. 무정차 통과, 급정거·급출발, 불친절, 기습 결행 등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민원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도 적지 않다. 내리려다 넘어질 뻔했다는 노인이나 무정차에 발을 구르는 학생들의 호소는 현재의 재정지원 방식이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음을 시사한다. 근본 원인은 적자 보전 중심의 안일한 지원 체계에 있다. 적자가 커질수록 보조금이 늘어나는 구조는 업체의 자구 노력이나 서비스 경쟁을 유도하지 못한다. 오히려 자본잠식 업체조차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보조금의 역설’만 심화시키고 있다. 뼈를 깎는 재정난 속에서 투입되는 세금인 만큼, 이제는 시의 통제권을 강화하고 실효성 있는 평가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우선 데이터 기반의 정밀 관리가 시급하다. 운행 기록 데이터를 활용해 위험 운전 행위를 상시 분석하고, 이를 재정 지원금 차등 지급과 연계해야 한다. 또한 난폭운전과 무정차가 반복되는 업체에는 보조금 상한제나 노선권 회수 등 강력한 페널티를 적용하는 ‘성과 중심 지원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노선에는 ‘선택적 공영제’ 도입 등 운영 구조의 전면 재검토도 필요하다. 서비스 개선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재정지원은 무책임한 직무유기다. 열악한 재정을 쪼개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만큼, 안전과 친절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기본 가치다. 전주시는 실효적 대책을 통해 시내버스를 신뢰받는 ‘시민의 발’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14 18:31

[오목대] 협상, 힘과 상상력 사이

쿠바 혁명의 중심에 섰던 피델 카스트로가 집권한 것은 1959년이다. 사회주의 노선을 택한 쿠바는 급진적 개혁으로 체제를 바꾸었다. 쿠바와 급격히 대립하게 된 미국은 1961년 피그스만 침공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러자 소련이 나섰다. 미국이 언제 다시 침공할지 모를 쿠바에 핵미사일을 배치한 것이다. 핵미사일 배치는 비밀리에 진행됐지만 얼마 되지 않아 미군 정찰기에 의해 발견됐다. 세계가 핵전쟁 직전의 위기에 놓였던 1962년 10월. 침공이냐, 봉쇄냐. 미국의 선택지는 둘뿐이었다. 존 F. 케네디가 택한 것은 ‘해상 봉쇄’였다. 그 선택은 단순한 군사 전략이 아니라 인류의 운명을 건 ‘협상’의 시작이었다. 이른바 <쿠바 미사일 위기 협상>이다. 핵전쟁 직전에 이뤄진 이 협상은 겉으로는 강경 대치였지만, 비공식적으로는 타협이 이루어졌다. 공개적으로는 미국이 쿠바를 침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비공개로는 소련의 쿠바 미사일 철수와 미국의 터키 미사일 철수가 맞교환됐다. 여기서 질문이 남는다. 이 협상의 주체는 누구였는가. 쿠바 미사일 위기가 배경이었지만, 정작 쿠바는 배제되고 협상 테이블에는 미국과 소련이 앉았다. 위기의 당사자가 협상에서 빠져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협상의 본질을 드러낸다. 협상은 명분이 아니라 힘과 이해관계가 만나는 지점에서 이루어진다. 들여다보면 그 이해조차 당사자의 의지를 넘어선 구조 속에서 결정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 역시 다르지 않다. 핵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수차례 협상과 파국을 반복해왔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명분은 단단해졌다. 문제는 명분이 단단해질수록 협상의 공간은 좁아진다는 점이다. 상대를 설득하는 대신 굴복시키려 할 때, 협상은 더이상 협상이 아니라 압박의 연장일 뿐이다. 세계가 다시 긴장의 문턱에 섰다. 중동 갈등은 고조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충돌 가능성이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온다. 세계 에너지의 길목이 막히는 순간, 그 파장은 특정 지역에 머물지 않는다. 궁금해진다. 협상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협상은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찾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협상이 실패하는 이유는 대개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물러설 수 있는 조건을 끝까지 설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협상의 기술은 결국 상대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상대의 계산과 두려움, 지켜야 할 위상과 한계를 읽어내는 일이다. 그러니 협상은 힘의 문제가 아니라, 상상력의 문제에 가깝다. 협상 전문가 허브 코헨은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를 맞은 세계가 다시 ‘협상의 언어’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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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6.04.14 18:30

[새벽메아리] 준비되지 않은 교실은 아이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다문화 학생이 늘어나는 교실, 우리는 과연 준비되어 있는가. 전북의 학교 현장은 이미 빠르게 변하고 있다. 농촌과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이 이어지면서 이주배경학생은 더 이상 소수가 아니다. 한 반에 여러 국가 출신의 학생이 함께 공부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변화 속에서 교육 현장의 준비가 과연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주배경의 학생들은 학습 이전에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교과서를 읽지 못하고 교사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업 참여는 사실상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단순한 어휘 부족을 넘어 문장을 이해하고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학습 부진을 넘어 학교 적응의 실패로, 또래 관계 단절과 학습 포기로까지 연결될 위험이 크다. 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공부가 어렵다”기보다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호소하며 점차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이 개인의 노력과 학교의 자율적 대응에 맡겨져 있다는 점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자체적으로 한국어교육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장의 노력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도교육청의 찾아가는 한국어교육 사업 역시 다문화 학생의 학습 공백을 줄이고 학교 현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맞춤형 지원을 통해 초기 적응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대상과 시간, 인력 측면에서 여전히 한계가 존재하며, 단기적 지원만으로는 언어 습득과 교과 적응을 동시에 해결하기 어렵다. 이러한 성과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지원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는 보다 구체적인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첫째, 학교와 지역을 연계한 상시 한국어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단기 방문형 교육을 넘어 학기 단위의 지속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교 내 전담 공간과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한국어교육 전문 강사의 안정적인 배치와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시간제·단기 계약 중심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전문 인력의 유입과 유지도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한 초기 적응 프로그램을 제도화해야 한다. 별도의 준비 없이 일반 학급에 바로 배치되는 현재의 방식은 학생에게 과도한 부담을 준다. 최소 6개월에서 1년 동안 집중 한국어교육과 기초 교과 학습을 병행하는 브릿지 과정을 운영하고, 단계별 평가를 통해 일반 학급 전환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 더불어 또래 멘토링과 정서 지원을 병행하여 학교 적응 과정에서의 고립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넷째, 부모 대상 한국어교육과 학습지도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가정 내 지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부모 역시 언어의 한계로 자녀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교육은 교실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문화 학생의 증가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과 같은 대응으로는 교육 격차를 줄이기 어렵고, 그 부담은 결국 지역사회 전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제는 단기적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교육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현장을 반영한 정책과 책임 있는 실행이 뒤따를 때, 비로소 교실은 모든 아이를 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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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14 18:30

[기고] 지부상소(持斧上疏)

서기 1907년 1월 1일 항일 우국지사 면암 최익현 선생님께서 대마도로 끌려가시어 순국하시었다. 올해는 순국 120년이 되는 해이다. 평생 바른말 바른 소리를 하며 영예로운 삶보다는 고단하고 아픈 삶으로 일관하시다가 나라를 위하여 몸을 바치신 분이다. 우리 역사 속에서 이런 분들이 적지 않지만 특히 나라님께 올리는 ‘지부상소(持斧上疏)’는 최익현 선생의 모든 면을 대변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지부상소란 올리는 상소를 허락하지 않을 때는 들고 간 도끼로 상소자의 목을 쳐달라는 것으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려 했던 선생의 우국충정을 상징한다. 오래전 TV로 방송됐던 권선징악형 드라마 ‘판관 포청천’을 기억한다. 악한 관리자라도 처벌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으로 사실적인 증거를 수집한 뒤 최후의 진술을 통해 그 뉘우침이나 자세를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우리 형법 제55조(법률상의 감경), 제53조(정상참작감경)를 보면,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즉 재판장으로 하여금 최후에 죄의 형량을 선고함에 있어서 형의 중과에 적용되는 작량감경의 기회를 주어 마지막까지 처벌의 신중함을 발동하게 하여 판단의 그르침을 최소화하는 인간 존중 국가법인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중앙정부에 기여하는 정도는 미미하다. 그 이유는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세금을 더 내고 싶어도 아예 그 재원이 너무도 빈약하기 때문이다. 새만금이라도 부지런히 도약하여 이름값을 해보겠다고 발버둥을 쳐봐도 그때마다 희망 고문으로 끝나버렸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고 했던가. 지난해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의 슬로건 속에 그동안 소외됐던 전북의 인물들이 정부 부처에 등용되는 등 전북의 도약 발판이 마련됐다. 하지만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40%가 넘는 현직 도지사가 공명 정당에서 하루아침에 제명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민주주의는 정당정치가 바람직하다. 그리고 주권자인 국민의 직접선거제는 민의를 반영하는 데는 더 이상 없는 좋은 제도이다. 그런데 현대의 선거에서 당선을 원한다면 필수적으로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직이 없으면 아무리 출중하다고 해도 결국 미역국을 동우로 먹어도 모자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도민들의 반수에 가깝게 지지율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참으로 훌륭한 후보자이다. 그러나 경선을 바로 코 앞에 두고 있는 후보에게 수개월 전에 있었던 사건을 인지하자마자 공명 정당은 한마디 소명의 기회도 없이 즉시 목숨줄을 끊어 버렸다. 민의를 상실하는 정당은 독재를 곁에 두고 싶어하며 오만에 빠진 정치인은 고독사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그에게 부메랑이 되지 않기를 걱정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렇게 해서 정권을 손아귀에 쥔들 얼마나 갈까. 언젠가는 그 칼날이 그의 목을 향하여 돌진할지 모르는 것이다. 청명한 내일을 위한 정치에 오점이 없기를 바라며 100년 만에 올까 말까 하는 이재명 정부의 주권재민 정치를 위하여, 그리고 눈물 젖은 빵으로 다져온 통치철학과 주권 철학의 행보에 한 치라도 누를 끼치지 마라. 민초들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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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6.04.14 18:30

[백성일의 정론직언] 전북은 민주당의 공깃돌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공정을 근거로 발전해 가는 정치제도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은 공정이 담보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원래 심판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지 않고 선수와 함께 뛴다면 더 기울어질 수 밖에 없다. 공정이 생명인 경선판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후보 한테는 관대하고 그렇지 않은 후보에게는 기다렸다는 듯이 가차없이 원칙 운운하며 제명 처분한 것은 언어도단이다. 원칙과 상식을 정하는 잣대는 그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해야 옳다. 최근 민주당이 전북지사 경선 때 취한 일련의 조치는 안하무인격으로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30여년간 도민들이 민주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해준 결과가 예쁜놈은 떡 하나 더 주고 미운놈은 가차없이 제명시키는 이중잣대를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상당수 도민들은 강선우 국회의원과 김경 서울시의원 1억 공천헌금 사건을 차단하려고 김관영 지사 대리운전비 사건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같은 맥락에서 즉각 처리해 도민들의 자존심을 짓밟아 버렸다. 민주당이 전광석화처럼 지난 1일 한밤중에 최고위원회를 소집해서 김 지사한테 제대로 소명기회도 안주고 만장일치로 제명 의결해 김지사 정치생명을 끊었다. 그 이면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로 있던 시기에 영입인재 1호로 복당된 김 지사가 지난해 당대표선거 때 정청래 보다 박찬대 쪽을 지지하고 올해 익산으로 이사온 김민석총리쪽을 감싸고 돌아 알게 모르게 눈 밖에 났던 것. 이와 반대로 도당위원장인 이원택의원은 당대표경선 때 정청래 쪽에 붙어 승리를 안겨줘 충성심을 보여줬다. 이 의원은 그 공로로 정 대표의 암묵적인 지원을 받아 지난해 추석 무렵 지사경선에 나서겠다고 출마의지를 밝혔다. 당시 도민들은 이의원 출마에 경륜이 부족하다며 부정적으로 봤고 차기정도나 출마해야 할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정 대표가 오는 8월 당 대표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전북지사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과 이 의원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출마를 강행했던 것. 이 의원은 그간 전북발전전략과 비전제시 보다는 오직 김 지사를 컷오프시키는데만 혈안이 된채 김 지사가 12.3계엄에 협조했다는 허위사실을 갖고 김 지사 지지기반을 흔들었다.당 공관위원회에서 김 지사가 컷 오프되지 않고 결국 안호영 이원택 3파전으로 가자 마침내 음모론이 풍기는 전주 효자동 한 음식점에서 김 지사가 청년당원들에게 대리운전비로 지원한 67만원을 사건발생 4개월만에 터뜨렸다. 문제는 김 지사가 한 여론조사에서 46%까지 치솟자 이의원측이 당황한 나머지 정치공학적으로 대리운전비를 문제 삼아 김 지사를 제명시켰지만 절차가 일방적이고 처벌이 과중했다는 것. 반면 이의원측이 지난해 11월 정읍 한 고깃집에서 같은청년당원을 대상으로 72만원 어치의 술 밥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발된 사건을 당 윤리감찰단에서 봐주기식 조사로 면죄부를 준 게 문제의 핵심이다. 이 의원이 자신과 보좌관 밥값을 본인이 내고 자신이 요청한 모임이 아니라고 발뺌했지만 건배사와 함께 찍은 사진 등이 동영상과 카톡으로 남아 있고 부안 출신 비례대표인 김슬지의원이 도의회 상임위원장 카드로 45만원 그리고 자신카드로 결제한 사실이 결국 빼박이 되었다. 경선이 끝난후 안호영의원이 재감찰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기 때문에 당이 이를 무시하면 후폭풍이 훨씬 클 것이다. 민주당이 4년전에도 송하진 전지사를 뚜렷한 이유없이 컷오프시키는 등 자기들 맘대로 경선판을 쥐락펴락하면서 공깃돌 가지고 놀듯이 했기 때문에 도민들의 자존감 회복을 위해 총궐기해야 한다. 특히 이의원측이 끈덕지게 김지사를 내란동조 혐의로 물고 늘어져 이게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지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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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6.04.14 18:29

[사설] 망신만 떨고 끝난 민주당 전북지사 경선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이 막을 내렸으나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한 마디로 망신만 떨고 끝났다. 덩달아 전북도민 또한 우스운 꼴이 되었다. 세 후보 간의 경선으로 출발했으나 한 후보는 제명당했고 또 한 후보는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있다. 박빙의 차이로 당선된 후보 역시 식비 대납 의혹과 계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에 중심을 잡아야 할 전북도당위원장의 돌발 행동까지 겹쳐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또 다른 지역구 국회의원들 역시 공정하지 못한 행보로 구설수에 올랐다. 전북 정치권의 총체적인 허약성과 각자도생이 민낯을 드러냈다. 이번 사태의 첫 단추는 이원택 의원이 김관영 지사의 내란방조 혐의를 들고나오면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이를 지지하는 도민들도 있지만 네거티브로 보고 뜬금없이 생각하는 도민들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 지사가 지난해 11월 30일 술자리에서 청년당원과 기초의원 등에게 현금으로 대리 운전비를 건넨 게 화근이었다. 민주당 중앙당은 감찰과 함께 빛의 속도로 김 지사를 제명해 버렸다. 하지만 곧이어 이원택 의원 역시 비슷한 행위가 드러났다. 이번에 중앙당의 태도는 달랐다. 즉시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내리고 경선을 진행시켰다. 안호영 의원은 이에 불복해 경선 무효와 ‘제3자 식비 대납’ 재감찰을 주장하며 중앙당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평소 완주·전주 행정 통합 등 느린 행동을 보일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안 의원의 농성장에는 비정청래계 의원들의 발걸음이 차례로 이어졌다.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명·청 대결’의 대리전이 벌어진 셈이다. 여기에 윤준병 전북도당위원장이 경솔한 행동을 했다. 윤 위원장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의원의 단식 농성 소식을 공유하며 ‘49.5 : 50.5 통합이 걱정된다’는 문구를 게시했다. 이는 이번 경선의 최종 득표율이 1%의 초박빙이라는 뜻으로, 당규상 비공개가 원칙인데 이를 어겼다. 결국 이번 경선은 중앙당의 석연치 않은 개입과 전북의 인물 빈곤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경선은 끝났지만 재감찰 결과와 수사 진행, 무소속 출마 가능성 등 복합적인 변수가 얽혀있다. 민심도 둘로 쪼개졌다. 이렇게 될 경우 누가 돼도 영(令)이 서지 않고 정당성 시비도 끊이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정치권과 도민들이 한발씩 물러나 이를 수습해 나가는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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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4.13 19:02

[사설] K-방산의 미래, 중소기업 참여에 달렸다

우리나라는 남북 대치라는 특수한 안보 환경 속에서 매년 GDP의 약 2.5~2.8%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성장한 방위산업은 최근 폴란드 수출 대박 등을 터뜨리며 ‘K-방산’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국가 수출동력이 되었다. 방산은 단순한 무기 제조를 넘어 첨단기술이 응집된 고난도 산업으로, 타 산업으로의 기술 파급효과가 막대하다. 그러나, 미래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방위산업의 이면에는 소수 대기업 중심의 폐쇄적 구조라는 해묵은 과제가 놓여 있다. 지난 10일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전북 지역 방산기업 간담회’에서 분출된 도내 기업들의 목소리는 이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복잡한 인증 절차와 과도한 행정 부담, 장기간 소요되는 사업 구조 탓에 중소기업의 진입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는 것이다. 현대 무기체계는 수만 개의 부품과 수천 개의 첨단 기술이 결합된 복합 시스템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특정 소수 기업에 공급망을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국가 안보 측면에서도 위험한 일이다. 특정 대기업의 생산 라인에 문제가 생기거나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무기 공급 체계 전체가 마비되어 전력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중소기업의 참여 확대는 산업육성을 넘어 국가 안보의 안정성을 높이는 필수 전략이다. 중소기업의 참여가 활발해질 때 핵심 부품의 국산화가 가속화되고, 대기업 중심의 경직된 납품 구조에서 오는 비효율과 불안 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 전북은 비록 방산 집적지로서 초기 단계이나, 탄소소재와 정밀기계, 농기계 등에서는 이미 탄탄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 방산으로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의견수렴이 아니라 과감한 실행이다. 시제품 단계부터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을 유연하게 개선하고, 인증 절차의 합리화와 초기 실증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방위산업을 일부 대기업의 독점적 영역이 아닌, 혁신적 중소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공존하는 개방형 생태계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방위산업은 국가의 안전과 미래를 지탱하는 보루다. 더 많은 중소기업을 포용하는 것은 산업의 외연 확장을 넘어 국가적 책무다. 이번 전북에서의 논의가 낡은 방산 구조를 깨고, 진정한 의미의 ‘K-방산’ 경쟁력을 완성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1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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