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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봉기 시인, 두 번째 시집 '헤어져서 다시 만나는 길' 펴내

“천길 바닥으로 몸 던지는 저 생명들/ 두 손 맞잡고 한 몸으로 동행하자던 언약/ 수직의 물보라로 지상에 이른다/ 의지와 상관없는 동행의 맹세는 물거품/ 자 갈길 가야 하는 멈출 수 없는 가속으로/ 헤어져야 다시 만나는 숙명이다/ 악어의 목구멍에서 울려퍼지는 천둥 소리에/ 갈래갈래 흩어져 낙하하는 물보라는/ 다시 하나 되어 새로운 길 만들어/ 영원으로 향하고 있다”(시 ‘헤어져서 다시 만나는 길’ 전문) 단단한 필력과 흔들림 없는 문학적 신념을 지닌 백봉기 시인이 두 번째 시집 <헤어져서 다시 만나는 길>(이랑과 이삭)을 출간했다. 2013년 첫 시집 <신의 눈물> 이후 11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독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시집은 총 6부로 구성돼 있으며, ‘제1부 산길을 걷다’, ‘제2부 황혼’, ‘제3부 리오데자네이루’, ‘제4부 길 위의 고독’, ‘제5부 홀로 핀 자목련’, ‘제6부 적막’ 등 각 부마다 다양한 주제를 품은 110여 편의 시를 담아냈다. 백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첫 시집을 낸 지 11년이 지났다. 그동안 수많은 일을 겪었지만 용케도 극복하며 오늘에 이르렀다”며 “거센 파도에 밀려 외딴섬에 표류된 기분이었으나, 의식을 가다듬고 지난 시간의 소소한 감정들을 정리해봤다”고 시집을 엮은 계기를 밝혔다. 시 ‘사랑이란’에서는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인간적인 고백이 돋보인다. “가족들에게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고/ 당연한 걸로 알고 그렇게/ 살아왔다/ 지금을 살아가는 나의 가족들은/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내 인생이 끝나는 날 그때 비로소/ 이야기하려 한다/ 살아오는 동안 열심히 살아왔노라/ 라고 말하고 싶다/(중략) 나의 가족이 되어준 너희와 함께여서/ 즐거웠다고 말하고 싶다”(시 ‘사랑이란’) 또한 ‘빗소리’에서는 자연과 존재에 대한 묵상과 함께 고요한 풍경이 시어 속에 섬세하게 스며든다. “취향정 마루에서/ 담 넘어 무심의 목탁소리 들린다/ 비에 젖은 연꽃의 긴 목덜미/ 미륵의 자비 한 방울 굴러내리면/ 향기 번지는 호수 위/ 유유히 떠 있는 물오리떼/ 빗소리 듣고 있다”(시 ‘빗소리’) 시집의 해설을 맡은 이재숙 시인은 “백봉기 시인의 시를 읽으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 시인이 묵묵히 걸어온 삶과 사유의 길에 독자로서 동행할 수 있어 감사했다”며 “그의 시는 독자들에게 희망과 깊은 성찰을 건네는 안내자”라고 평했다. 부안 출생인 백봉기 시인은 전북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농협중앙회 지부장을 역임했다. 2009년 한국문학예술 신인상, 2019년 제25회 열린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열린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의 저서로는 산문집 <억새꽃 저 바람속에>, <억새풀을 헤치며>와 여행집 <기억보다 아름다운 그곳>, <낯선 바람의 땅>, <낯선 바람의 길을 따라>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5.21 18:5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창영 작가-고대현 '어쩌다 환경인'

어떤 책은 가볍게 세상에 나오고 어떤 책은 긴 시간 숙성되어 독자들과 만난다. 『어쩌다 환경인』,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그만큼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환경교육’이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가 등장한 이후 지자체나 교육기관 등에서 환경의 중요성과 대응 전략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최근 들어 기후 위기, 지구 온난화 등 환경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실제로 이른 더위가 일상화되며 5월임에도 한여름 같은 기온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 환경이 있음은 물론이다. 환경교육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처한 삶과 미래에 대해 현실적이면서도 직면하고 있는 실체이다. 환경을 언급하면서 올해는 얼마나 더우려나, 또 추우려나와 같은 단편적인 감상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환경교육과 관련하여 다양한 형태의 연수도 이루어지고 있고 양질의 자료도 연일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 교사나 일반인에게 환경교육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다. 당연히 학생들의 진로교육 등에서 다루는 환경 관련 비중도 미미하다. 가장 큰 이유는 교육현장에서 환경문제 전문적으로 다룰 만한 교사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경기도 교육청에도 환경을 전공한 교사가 손에 꼽는다고 할 정도이니 다른 시군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 책은 환경에 대한 현장의 현실적인 수요와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 끝에 만들어졌다. 일선 현장에서 환경을 담당하는 시민과학자, 도예가, 환경교사 등 13명의 저자는 자신들이 왜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일을 사랑하게 되었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거창한 소명의식이나 사명감보다는 자신의 일을 하면서 우리가 처한 환경의 현실을 깨닫게 되었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그들을 환경인의 길에 들어서게 만들었다. 이 책의 제목이 ‘어쩌다 환경인’인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가 학생들과 함께 지역 환경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 그 안에서 새롭게 배우고 삶이 변화하는 모습을 읽다 보면 우리 지역의 현실은 어떤가 의문이 저절로 생긴다. 말로만 듣던 공정여행이 어떤 식으로 현지인들과 공생의 방식을 찾아가는가를 알아보는 일도 즐겁다. 유약의 중금속이 환경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깨닫고 대안을 마련해가는 도예가의 모습에서 우리가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환경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13명의 목소리이자 우리 삶에 대한 진솔한 고백이다. 더 늦기 전에 오늘이라도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언제나 그렇듯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때로는 가장 빠른 법이다. 장창영 작가는 전주 출신으로 20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불교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과 전주도서관 출판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동백, 몸이 열릴 때>, <우리 다시 갈 수 있을까>, <여행을 꺼내 읽다>, <나무의 속살을 읽다>가 있으며 인문서로 <나무의 문을 열다>,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5.21 18:55

일상의 통점 풀어낸 이용미 수필집 '붕실이와 장다리'

일상에서 길어 올린 경험과 지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수필집이 발간됐다. <붕실이와 장다리>(수필과비평사)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의 저자는 이용미 수필가. 결혼생활 40년을 목전에 앞둔 그가 우여곡절 끝에 발견한 바람직한 삶의 자세를 넌지시 전한다. 특히 이번 수필집에서는 부부생활과 직장생활, 인간관계 등 일상의 통점을 매끄러운 문장으로 풀어낸다. 세상에는 행복하게 사는 사람, 그럭저럭 사는 사람, 마지못해 사는 사람, 심지어는 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이 있다. 부부로 살면서 행복을 찾은 부부도 있지만 이렇게 살려고 결혼했나 싶은 부부들도 있다. 때로는 부부라는 인연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날 이러한 아픔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사례를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바람직한 극복 방법을 생각하게 한다.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를 저자 특유의 유머와 해학으로 승화시켜 어떠한 생각과 자세가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지 깨닫게 해준다. 김영 시인은 평론을 통해 “이용미 수필가는 살면서 겪은 경험의 폭과 깊이를 고스란히 작품으로 승화시켜 우리에게 보여줄 줄 안다”며 “전술했던 대로 삶의 통점을 어루만지고 다스릴 줄도 안다. 작가 자신을 ‘당신’이라는 호칭으로 객관화시켜 놓고 자신을 들여다 본다”고 설명했다. 이용미 수필가는 2002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해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그 사람> <창밖의 여자> <물 위에 쓴 편지> 등이 있다. 행촌수필, 전북수필, 진안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행촌수필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5.21 18:44

정연정 시인, '미역귀'로 제19회 바다문학상 대상 수상

정연정 시인의 '미역귀'가 전북일보사와 국제해운이 공동 주최한 제19회 바다문학상 대상작으로 선정됐다. 본상은 김미정 수필가의 '바다, 그 삶의 문양'이 수상하였고,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은 김영 시인에게 돌아갔다. 21일 바다문학상 운영위원회에 따르면 바다문학상은 지난 4월 한 달 간 공모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시 부문 435명(1308편), 수필 부문 134명(271편) 등 총 569명 작가 1579편의 작품을 접수하여 역대 최다 편수를 기록했다. 영예의 대상작 '미역귀'는 세심한 시적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바다와 아버지 어머니와 나 자신의 속내를 정확한 시어로 표현하여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심사위원들은 "멋을 부렸는데 단단하고 과장법이 심하지만, 진심으로 들려오는 시어들이 돋보인다"며 "어디선가 본 듯한데 신선하고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듯 하다"고 평했다. 정 시인은 전남 담양에서 출생하여 2012년 <문학공간>으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 <말줄임표로 왔던 그날> <가까스로 내리는 꽃비> 등을 냈다. 2023년 한국꽃문학상, 2020년 전북시인상을 받았다. 본상을 수상한 김미정 수필가의 ‘바다, 그 삶의 문양’은 순수한 우리말로 문장의 맛을 살린 작품이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아름다운 문양으로 비유하여 본인의 삶을 관조한다. 심사위원들은 “흔치 않은 어휘와 문체가 시선을 끌어당긴다"며 "바다를 사랑하고 바다와 함께 생활한 사람이 아니면 직조할 수 없는 언어들로 작품의 수준과 깊이에서 작가의 연륜을 느낄 수 있었다"고 총평했다. 1969년생인 김 작가는 한국문인협회와 한국미술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해양수산청 등대문학상 수필부문 우수상과 2024년 서울시 환경문화대상 수필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은 김영 시인에게 돌아갔다. 이 상은 바다에 대한 가치를 일깨워주고 바다와 관련해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이룬 문인에게 수여된다. 심사위원들은 "김영 시인이 바다의 언어를 인문학적으로 독해하고 심오한 바다의 이미지를 큰 아우라로 재생시켜 바다가 삶의 본질이며 인류의 꿈을 실현할 본원적 근거임을 문학적으로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1958년생인 김 시인은 전북문인협회장을 역임했으며 석정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전북문인협회장에 재임하는 동안 문학적 소통과 활발한 교류 활동을 전개하며 전북문단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19회 바다문학상 심사는 신달자·소재호·장욱·구연배 시인과 백봉기·김재희·박귀덕 수필가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시상식은 오는 7월 2일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실에서 열리며 수상자들에게는 상금과 상패가 수여된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5.21 18:44

"어렵고 고리타분한 유학?" 실천적 철학서로 되살리다

유학 고전은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깨고, ‘내 삶에 철학이 필요할 때’ 꺼내 읽을 수 있는 실용적인 지침서들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경찰서장 출신 양태규 작가로, 동양 고전을 체계적으로 풀어 쓴 7권의 책을 출간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천하 경영의 지혜 대학>, <인간의 길 중용>, <천년의 진리 시중 1·2>, <세상이 묻고 공자가 답하다 1·2·3>이다. 양태규 작가는 2012년 전주덕진경찰서장을 끝으로 30여 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한 뒤, 동양 사상에 깊이 빠져 유학을 두루 익혔다. 그의 저서는 난해하고 추상적인 한문 원전을 피하지 않되, 이를 현실적인 언어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학술서와 대중서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번 신간 7권에서는 '대학'을 통해 리더십과 공동체 경영의 원리를, '중용'을 통해 인간 내면의 균형과 성숙을 위한 길을, '논어'를 통해 인간관계와 지혜의 핵심을, '맹자'를 통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도덕적 결단을 다룬다. 양 작가는 이들 고전 속에 담긴 삶의 지향점을 "자신을 바로 세우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요약한다. 특히 양 작가는 “유학은 죽은 사상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격 수양의 기술”이라고 말하며, 단순한 교양서가 아닌 독자에게 자기 성찰과 실천을 유도하는 구조도 이 시리즈의 강점으로 꼽힌다. 각 책의 말미에는 숙고를 돕는 질문과 생활 적용법이 실려 있어 독자가 실제 삶에 유익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들 도서의 추천사를 맡은 최영찬 전북대 철학과 교수는 “이번 책들은 무엇보다도 어려운 원문을 현대적으로 쉽게 번역하고, 그에 대한 친절하고 풍부한 해설이 특징”이라며 “방대한 유학을 편리하고 효과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양태규 작가는 “유학은 인간의 일상에 꼭 필요한 학문”이라며, “내세가 아닌 현실 중심의 인간사를 다루고, 자신을 갈고닦아 마침내 천하를 다스리는 동적인 발전 개념을 제시하며, 그 바탕에는 온 세상이 바르고 균등한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혼자서 학습한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출간하게 되었고, 여러 지식을 익히는 과정에서 큰 기쁨을 느꼈다”며 “이 책이 다양한 유학의 세계를 효과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5.14 18:48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작가-김연진 '눈물 파는 아이, 곡비'

<눈물 파는 아이, 곡비>의 곡비 ‘아이’는 이름이 없어 ‘아이’로 불린다. 청조 아씨의 꽃신을 훔쳐갔다는 도둑 누명을 쓸 때도 울지 않던 아이는 양반이 죽으면 대신 곡을 해 주는 곡비의 딸로 태어났기에 울어야 하는 운명이다. 하지만 그 일에 소질이 없기로도 유명하다. 생각해 보니 어릴 적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며칠 동안 간헐적 곡소리를 들은 기억이 난다. 엄마를 비롯해 집안 여자들이 내는 곡소리는 판에 박힌 듯 똑같았다. 하나 같이 ‘아이고, 아이고!’를 박자에 맞춰기계적으로 뱉어 내는데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듣다 못 한 할아버지가 관을 박차고 일어나서 이렇게 외칠 것만 같았다. “이놈들. 나 죽어붕게 시원혀냐? 허벌나게 울어도 모자라분디 고따구로 운다냐!” 하며 꽃상여가 부서지라 되살아나는 상상에까지 이르렀다. 그날 이후 내게 죽음이란, 다만 죽은 자만의 슬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살아남은 자에게 죽은 이를 애도하는 것은 형식이요 과정일 뿐이라고. 그러니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는 결론을 내리며 오래오래 살게 해달라고 천지신명께 빌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울고 싶지 않아도 울어야 하는 곡비인 ‘아이’와 반대로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아이 오생이 있다. 오생은 팽형(죄인을 솥에 삶는 벌로 삶는 척만 하는 형벌)으로 인해 13년째 살았어도 죽은 거나 진배없는 아버지를 둔 죄로 호족에 오르지 못하고 과거도 못 보는 형벌에 묶여 살아가야 한다. 벼슬길에 오르고 싶은 오생의 꿈은 잘못된 법으로 인해 시작부터 사장 당하고 만 것이다. 그런 오생에게 ‘아이’는 운다고 해서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 숨어 있지 말고 당당히 세상 밖으로 나가라 한다. 오생의 아버지 또한 “나는 왜 사는 걸까?”라는 오생의 물음에 “밥맛이 밥 먹을 때 나듯이 사는 맛도 살아 있으면 알게 되겠지.”라며 자신 때문에 삶의 의미를 잃은 아들에게 끝까지 살아서 삶의 이유를 증명하라며 넌지시 말을 건넨다. 오생이 처음으로 아버지의 존재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지 싶다. 동화에서 죽음을 다루는 일은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일이다.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 동화라고 그런 책임에서 비켜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작가는 곡비라는 신분과 팽형으로 존재를 부정당한 아이를 내세워 죽음이 남아 있는 자들에게 고통이 아닌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함을 조심스레 내비치고 있다. ‘오늘 누군가는 조용히 죽었고, 누군가는 울면서 태어났고, 누군가는 저렇게 웃으며 살고 있다. 어머니가 말한 인생이란 게 이런 거구나.’(p.89)에서 말하듯 탄생과 죽음은 삶의 과정일 뿐이다. 누구 하나 예외가 없는 생사의 길 위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소중한 생명을 가진 존재로서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을 지키고 가꾸는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죽음을 뜻 깊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눈물이 동그란 이유는 멀리 굴러가라는 뜻이란다. 뭐가? 슬픔이나 미움이. 오늘 비가 동그랗게 내린다. 어디선가 이 빗소리에 기대 동그란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부디 그의 슬픔과 미움이 빗물과 함께 멀리 떠나가길. 더불어 오생처럼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이들을 대신해 곡비가 되어주는 건 어떨까? 김근혜 작가는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전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 장편동화 <제롬랜드의 비밀>, <나는 나야!>, <봉주르요리교실 실종사건>, <다짜고짜 맹탐정>, <베프 떼어 내기 프로젝트>, <들개들의 숲>, 청소년 소설<유령이 된 소년>, <너의 여름이 되어 줄게>(공저), 오디오북<날아라 자전거>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5.14 18:48

도시는 어떻게 시민을 환대할 수 있는가, 김승수 '도시의 마음'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는 이 책의 메시지는 명쾌하다. 살기 좋은 도시는 결국 시민의 손에 달렸다는 것. 도시 혁신가이자 행정가인 전 전주시장 김승수가 25년간 공공정책과 도시에 천착하며 찾아낸 <도시의 마음>(다산북스)은 어떤걸까. 그러자면 전주시 곳곳에 담긴 저자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저자는 편리함과 효율성만을 따지는 시대에 도시가 시민들에게 갖는 의미가 무엇이고 어떻게 시민을 환대할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은 "전주를 더 전주답게 만들자"였다. 전주의 정체성을 다지기 위해 그는 ‘책이 삶이 되는 책의 도시 전주’ 가꾸기에 정성을 쏟았다. 공공도서관을 세우고 시민들이 독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들을 구성했다. 지역 상인과 상생할 수 있는 ‘전주 책쿵’ 제도를 신설해 시민들의 일상에 책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했다. 저자가 마음을 담은 곳은 도서관뿐만이 아니다. 어른을 위한 자본 공간 틈에서 갈 곳을 찾지 못하던 아이들에게 책 놀이터, 생태 놀이터, 예술 놀이터 등을 만들어 아이들 역시 시민임을 상냥하게 가르쳐준다. 책은 교통과 주거 등 도시 문제에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를 쫓기보다는 ‘도시가 바뀌면 시민의 삶도 바뀐다’는 마음으로 변화된 전주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도시의 마음’은 도시를 움직이는 근원적인 힘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도시는 도로나 건물 등 물리적 구조에만 관심을 가질 뿐, 마음에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중략) ‘도시의 마음’이 도시를 의미 있게 움직이는 하나의 실체라는 걸 인식할 때 진정한 변화도 찾아옵니다. 아무리 작은 공간이나 장소라도 마음이 담기면 밀도가 달라집니다.” (9쪽,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막연히 살기 좋은 도시를 꿈꾸는 이들에게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조언을 해 줄 것이다. 도시는 우리 삶의 공간이자 삶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승수가 전하는 인문학적 시선은 우리가 ‘어디서 살 것인가’ 나아가 ‘어떻게 살 것인가’까지도 성찰하도록 돕는다. 저자 김승수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전주시장으로 재임한 정치인이자 도시 혁신가다. 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전주 곳곳에 도서관과 책 놀이터를 조성하고 작가들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전주를 문화 도시로 발돋움시켰다. 이밖에도 전주시의 오랜 고민이었던 성매매 집결지 ‘선미촌’을 점진적 재생을 통해 탈바꿈시켰고, 쇠락한 산업단지를 ‘팔복예술공장’이라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꾸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5.14 18:47

기쁨과 환희로 일군 시의 꽃밭…이규진 '꽃밭에 비상착륙'

이규진 시인이 암 투병이라는 극한의 경험 속에서 깨달은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차곡차곡 모아 시집 <꽃밭에 비상착륙>(일상출판)으로 펴냈다. 시집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사랑해 준 사람들'을 주제로 한 70여 편의 시가 수록되었으며, 고통과 회복의 과정을 통해 삶의 소중함과 기쁨을 시로 승화했다. 갑작스레 암에 걸려 드라마틱한 날들을 보내야 했던 시인은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삼아 인간적인 서정을 풀어내며, 절망 속에서도 꽃피는 희망을 노래한다. “얼마나 소중한가는/잃어봐야 안다//그러나 무엇도 돌이킬 수는 없다/과거의 같은 사람과 비교하게 될 것이니까//남들이 반지를 살 때/손가락을 가꾸는 삶을 살고 싶었다//깎은 머리에 거뭇거뭇 머리털이 나는 지금/주섬주섬 모아둔 모자들을 버린다//짧은 머리가 어울리는 옷을 사기로 한다/그냥 내가 보석이 되자”(‘회복’ 전문) 시집에 실린 대부분의 시는 암과 싸워 얻은 전과이다. 시커먼 암 덩어리가 시의 이미지이고, 소재이며, 주제가 된다. 그리고 비로소 암 덩어리와의 싸움에서 해방된 시인은 자신의 몸이 온 우주고 꽃밭임을 발견하고, 무궁무진한 시의 꽃밭으로 승화시킨다. 그 과정에는 삶에 대한 기쁨과 환희가 충만해 읽는 이들에게도 긍정의 마음을 선물한다. 최정주 소설가는 시 해설에서 “이규진 시인은 철저히 사람이 주인공인 시를 쓴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시를 쓴다. 사람살이의 이야기가 담긴 서정시를 쓴다”고 설명했다. 1971년 남원에서 출생하고 성장한 이 시인은 2020년 ‘문학 시대’ 여름호 신인상 수상으로 시 분야에 등단했다. 같은 해 첫 시집 <시인이란 날개를 달고>를 발간했다. 전북시인협회, 전북문인협회, 남원문인협회 회원으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5.14 18:46

제9회 교원문학상에 배금종 수필가·신남춘 시인 선정

교원문학회가 최근 제9회 교원문학상 수상자로 백금종 수필가와 신남춘 시인을 선정했다. 교원문학상은 전·현직 교원문인들이 2016년 창립한 문학단체 ‘교원문학회’가 제정해 수여하는 상으로,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는다. 선정 대상은 최근 3년간 저서를 출간하는 등 창작 활동이 활발한 회원 2인으로, 수상자에게는 인물사진이 새겨진 상패와 함께 각 2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백금종 수필가는 2010년 전주서원초등학교 교사로 정년퇴직했다. 2015년 <국보문학> 신인상에 당선되며 등단한 그는, 최근 3년간 수필집 <내게 머물렀던 시간들>, <내일은 꿈꾸는 나목(裸木)>을 출간했으며, 그 외에도 <대숲에 흐른 세월>, 4인 공저 <따로&함께> 등 총 4권의 수필집을 상재했다. 교원문학회 창립 멤버로, 현재는 전주교육대학교 계절대학 국어사랑회 대표를 맡고 있다. 신남춘 시인은 2011년 순창동계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했으며, 같은 해 <한비문학>, 2016년 <시See>로 등단했다. 최근 3년간 시집 <내 생의 어느 날도 똑같은 날은 없었다>, <내 인생에도 신호등이 있다>를 펴냈으며, 저서로는 <풀꽃향기>, <비 오는 날의 초상> 등이 있다. 2019년 교원문학회에 입회한 그는 현재 서울시인협회 시인문학 회원이자 부안문인협회 부지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장세진 교원문학 발행인은 “1회부터 7회까지 3~5권 저서의 왕성한 창작활동을 한 교원문인 회원에게 상이 돌아간 것과 다른 모습이라 다소 실망스럽다”며 “각각 2권의 저서로 두명이 같은 해 교원문학상을 받는 건 이번이 처음. 역사상 처음 수상이 이뤄진 교원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두 회원분께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제9회 교원문학상 시상식은 <교원문학> 제10호 출판기념회와 함께 오는 24일 오후 5시, 전주역 앞 초원갈비 2층 연회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5.13 16:43

동학농민혁명과 보천교 독립운동...안후상 박사 '구술사' 첫 발간

5월 11일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동학농민혁명과 보천교의 민족운동을 구술로 정리한 책이 처음 발간됐다. 지난 30년간 보천교 연구에 힘써 온 안후상 박사(중원대학교 종교문화재학과 교수)는 최근 보천교 독립운동 구술사 <원군교를 감시한 어느 한국인 순사의 증언>(도서출판 기역)을 발간했다. 저자는 기존 보천교 관련 문헌이 갖는 한계를 절감하고, 구술사에 주목했다. 기록의 편견이나 주관성을 덜어내고 객관적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서였다. 보천교는 전라도에서 동학운동을 주도하던 차경석이 1907년에 강증산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일제강점기에 24방주 또는 60방주라는 민중 조직을 통하여 새로운 정부나 국가를 수립하려는 ‘후천선경 신정부 건설운동’을 전개했다. 일제는 이러한 보천교의 활동을 ‘국체를 부정하는 불온한 사상’ ‘독립운동’으로 규정했다. 보천교 교세가 급격히 확장되던 1918년 가을, 제주도 중문에서 보천교와 강증산 계통의 종교인으로 보이는 김연일이 항일 무장봉기를 일으켰다. 이후 1920년대 보천교는 물산장려운동과 민립대학설립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형평운동과 민족 독립운동에도 깊이 관여했다. 사회주의자들이나 의열단, 대한민국 임시정부, 만주의 정의부와 신민부, 김좌진 등에게 보천교는 인적·물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사가 펴낸 책에는 동학농민전쟁과 보천교 주교 차경석(차지구 장자)과 강증산 탄생지 관련 구술 10건을 비롯해 보천교의 후천선경 신정부 건설운동 구술, 보천교 독립운동 자금 지원 구술 등 33편의 구술이 채록되어 있다. 저자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시절부터 사이비 친일 종교라는 누명까지 쓴 보천교 연구에 열정을 바쳐왔다. 30년 간 축적된 연구 성과의 결정체이기도 한 이번 구술사에는 사건의 단순한 나열이나 기록이 아닌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순간들이 생생하게 담겨있어 인물들의 고뇌와 투쟁까지 읽어낼 수 있다. 안후상 박사는 “보천교 민족운동은 불과 100여 년 전의 일이다. 관련 연구가 본격시되던 당시까지만 해도 적지 않은 관련 교인이 생존해 있었지만 그들이 타계하면서 구술을 더는 들을 수 없게 됐다”며 “그때부터 조금씩 보천교 교인을 찾아 나섰다. 정읍부터 완주와 전주 서울과 경기도, 경상북도 청송과 경상남도 함양까지 찾아다녔다”고 채록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헌의 한계를 절감한 요즘, 오래 전에 생성 축정된 구술이 떠올랐다. 이제는 이러한 구술이 적어도 관심 있는 이들에게 읽혀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정읍시의 지원으로 추가 구술이 더해져서 ‘보천교 독립운동 구술사’라는 책을 발행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저자는 전남대학교 대학원 사학과에서 한국근대사와 한국근대종교운동사를 연구했고, 동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목아불교박물관 학예연구원, 대한불교조계종 보조사상연구원의 연구원 겸 ‘월간 불일(佛日)’ 편집장 등을 지냈다. 현재 한국신종교학회 이사, 사단법인 노령역사문화연구원 원장, 전남대학교 사학과 강사, 중원대학교 종교문화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5.07 17:08

생활 속 신앙을 노래하는 김예성 시인, 시집'내 영혼의 빛깔은' 발간

“주님 뜻에 따라 살아간다/ 인도하시니 걸어간다/ 십자가의 고통 고난의 걸음이어도/ 주님 부르시면 달려간다/ 손안에 있는 부와 자유 버리라 하시면/ 내려놓는다/ 주님 영광 기쁨이시면/ 내 삶 주님께 모두 드린다/ 거짓 없는 삶 내 영혼의 빛깔은/ 순백의 눈물로 씻어/ 은쟁반의 옥구슬의 믿음 굴리며/ 하늘길 간다/ 언제나 믿음을 녹여 사랑으로”(시 ‘내 영혼의 빛깔은 믿음을 녹여 새긴 사랑으로’ 전문) 일상의 생활 속에서 삶과 신앙을 노래하는 시인. 김예성 시인이 <내 영혼의 빛깔은>(창조문예사)를 펴냈다. 지금껏 일상의 삶과 사물에 대한 고뇌와 사유를 자연 동화적인 시 세계를 구축해 온 그였지만, 이번 시집에는 신앙의 삶을 주제로 자서전적 삶을 객관화시켜 형상화한 기독교 시들로 채워냈다. 일상의 삶 속에서 신앙의 생활화로 육화된 삶의 정서를 시호 구성해 낸 이번 시집은 지극히 김 시인 개인의 신앙적인 삶에 대한 표현이지만, 모두의 삶으로 전환시켜 전개돼 갚은 감동을 준다. 책은 ‘1부_그러지 않기를 기도하라’를 비롯해 ‘2부_가벼운 걸음’, ‘3부_강가에서’, ‘4부_시벽기도’ 등 총 4부로 구성돼, 100여 편의 작품이 실렸다. 김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내 영혼의 빛ᄁᆞᆯ은, 내 믿음을 녹여 주님께 드린 무지개 빛이다”라며 “그동안 발표됐던 시들 중에서 믿음의 시를 뽑아 신작과 함께 한 권의 시집으로 묶었다. 나의 순수한 믿음의 고백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돌아보면 세상을 함부로 살지는 않았는지, 내 자신의 모습이 민망하다. 그렇지만 주님과 손잡고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며 “항상 믿음의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면서 신앙생활을 생활 신앙으로 정진한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5.07 17:01

[픽! 전주국제영화제] 숲속부터 연못까지⋯'책의 도시' 전주 이색 도서관

전주시가 ‘책의 도시’ 비전을 선포한 지 4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시는 도서관을 삶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해 힘 써왔다. 작은 도서관을 늘리고 지역출판사와 동네서점, 독립서점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온라인보다 20% 저렴하게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책사랑포인트 ‘책쿵20’ 사업을 진행했다. 독서출판문화 축제인 ‘전주독서대전’과 ‘전주 독서마라톤 대회’를 연중 개최하기도 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이색도서관들의 등장이다. 금서를 비치한 도서관부터 숲속 한가운데 문을 연 자연친화 도서관까지⋯. 열람실 중심 도서관을 탈피한 이색 도서관을 소개한다. 전주국제영화제에 방문 후 전주에 있는 이색 도서관도 둘러보면 어떨까. △동문헌책도서관 동문헌책도서관은 전주 한옥마을에서 만나볼 수 있는 헌책 도서관이다. 이름에 걸맞게 4000여 권에 달하는 헌책을 보관ᐧ전시하고 있다. 특히 ‘어제의 금서가 오늘의 고전’이라는 주제의 큐레이션이 전시돼 있어 시대별 인기 도서와 과거 금서로 지정되었던 책들을 볼 수 있다. 또 지하 1층에서는 오래된 만화책을 열람하거나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과거 향수를 자극하는 고전 영화와 애니메이션도 DVD로 감상할 수 있다. 동문헌책도서관은 헌책의 가치를 나누고 재조명하는 일을 운영 목적으로 삼고 있다. 이에 맞춰 지상 2층에서는 헌책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동문헌책도서관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2층 열람 공간에 집에서 가져온 낡은 책을 기증하거나 교환할 수 있다. △연화정도서관 여름이면 연꽃이 가득 피는 전주 대표관광지 ‘덕진공원’. 덕진공원의 거대한 연못을 가로지르는 연화교 위에는 놀랍게도 도서관이 있다. 지난 2022년 연화교의 완공과 함께 개관한 연화정도서관은 한옥으로 지어졌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서관답게 내부에는 한국의 미와 전주의 정체성을 담은 도서들이 비치돼 있다. 연람 공간인 ‘연화당’에는 약 2400권에 달하는 도서가 다섯 가지 주제로 나뉘어 분류돼 있다. 전주를 소개하는 ‘점’, 전통문화 이야기인 ‘선’, 신한류에 관한 ‘면’, 가족이 함께하는 내용이 담긴 ‘그리고’, 한국의 정서를 담은 아트북이 비치된 ’여백’이 그 주제다. 연화정도서관 옆에는 시민들의 쉼터이자 각종 공연 및 강의가 진행되는 ‘연화루’가 있다. 옛 선조들이 절경을 바라보며 시를 읊고 풍류를 즐기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이곳은 사방이 뻥 뚫려 있어 덕진호수 전경을 볼 수 있다. △학산숲속시집도서관 학산과 맏내호수 사이 산기슭에 위치한 작은 목조 건물. 숲속에 자리한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은 지난 2021년 자연과 조화를 위해 주변 나무를 한 그루도 베지 않고 지은 장소로 유명하다. 이곳은 김용택 시인, 안도현 시인 등 한국 대표 시인들의 친필 사인 시집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외국어 원서 시집 등 다양한 분야의 시집을 주로 취급한다. 도서관 1층에는 최근 국내외 시집을 모아놓은 ‘고르다’ 코너와 특정 주제별로 시집을 분류한 ‘반하다’ 등 다양한 시집 큐레이션이 마련돼 있다. 도서관에서 시집을 골라 건물 밖으로 나서면 학산의 푸른 녹음이 펼쳐진다. 학산숲속시집도서관 자연 속에서 독서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자 도내 유일한 시집특화도서관으로 등산객을 비롯한 시민들의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정원문화도서관 식물과 자연에 관심이 생겼다면 들려볼 가치가 있는 도서관이 있다. 식물과 자연, 정원과 관련된 책을 보관ᐧ전시하는 정원문화도서관 그 주인공이다. 정원문화도서관은 식물ᐧ동물ᐧ곤충ᐧ생태ᐧ환경에 대한 기본 지식이 담긴 이론서부터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에세이까지 ‘식물’과 관련된 다양한 장서를 비치하고 있다. 이들을 6가지 주제로 분류한 큐레이션도 진행하고 있다. 각각 식물ᐧ동물ᐧ 등 자연을 이야기하는 ‘배움’, 자연과 관련된 에세이 ‘채움’, 정원가꾸기ᐧ조경 등에 대한 ‘세움’, 자연고 관련된 예술 ‘키움’, 어린이 식물 도서 ‘다움’, 전문서적인 ‘도움’으로 분류된다.

  • 문학·출판
  • 문채연
  • 2025.05.01 09:52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윤미숙 '렛츠 기릿 나나나나는 래퍼!'

아이들이 등교하고 잠깐 쉬는 새,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사연에 귀가 세워졌다. 유치원 다니는 아들의 장래희망에 관련된 얘기였다. 달리는 차 뒤꽁무니에 무사안착 하는 청소부가 되겠다는 맹랑함에 끌렸다. 아이에게는 어벤져스급 푸른 꿈에 진지했다. 엄마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데, DJ는 아주 설레어했다. 아이는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계획적으로 밝혔다. 엄마는 철없는 아들을 말려달라는 의도인데 듣는 사람은 신통하고 무엇이 될지 흥미진진해졌다. 사연을 듣던 나도 아이가 크게 될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엄마도 아들의 미래가 궁금한 마음이 있어 사연을 보냈을 심상도 있었길 기대했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다 하라고, 한없이 다 해보라고 더 일찍 말했더라면…… 이제 와서야 달라졌을까! 아쉬움, 미련의 앙금으로 스멀스멀 올라온다. 한국 안데르센 대상작 『렛츠 기릿 나나나나는 래퍼!』는 부모가 지도하는 것이 아닌 자유롭게 스스로 키워가는 과정을 알려준다. 동화 속 경주는 기타와 랩 사이에서 갈등한다. 기타 연주로 인정받는 경주다. 그럼과 동시에 매료된 랩을 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오케스트라의 바이얼린 주자인 엄마는 경주와 신경전이 팽팽했다.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하고 싶은 거/ 먼저 하고 싶은데/ 돼돼돼/ 하고 싶은 거/ 먼저 해도 돼/ 돼돼돼/ 하고 싶은 거‘먼저 해도 돼/ 돼돼돼/ 나나나나도 음악해도 돼/ 공부해도 마음이 편치 않아/ 나의 미래가 편치 않아/ 내 책가방의 무게는 헉헉헉 "<본문 랩 중에서> ‘난 진짜로 랩을 하고 싶나?’ 번민에 번민을 거듭하며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망설이지 말고 던져/ 내 멋대로 던져/ 똑똑한 그것보다 독특함을 살려/ 시키는 대로 하기보다 내 멋대로/ 내 생각대로 씽씽 달려"<본문 랩 중에서> 머뭇대던 경주에게 랩은 자꾸 ‘Let’s get it!’ 일깨운다. 스토리가 역동적이어서 읽는 내내 후끈하다. 글 속에 사이사이에 나오는 랩은 느슨할 간격을 없애고 촘촘하게 엮었다. 윤미숙 작가가 이 작품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으리라 짐작된다. 오케스트라, 기타, 랩 등등 음악가와 래퍼가 얼마나 노력 끝에 만들어졌는지 가히 느껴진다.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수없이 확인하고, 실행을 반복했을 것이다. 아이가 마음껏 경험하도록 길을 것을 통감하게 만드는 책이다. ‘돼돼돼!’는 방치, 방관이 아닌 가능성을 열어준다. 『렛츠 기릿 나나나나는 래퍼!』는 아이가 쑥쑥 성장한다. 자신의 이상과 의욕을 자유롭게 스스로 키워가는 과정에 고개가 끄덕여지게 한다. 아 참! ‘영, 아니다 싶으면 유턴해.’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할 뿐더러 되돌아오는 것도 일러줘야지 덤으로 알게 해준다. 성장판이 멈추지 않게 가능성을 부여하고 바라봐 주는 것, 여유가 아닌 여유로 곁을 두는 일이 양분이 될 때를 배운다. ‘다시 키우면 잘 키울 텐데’ 후회는 접어두고, ‘Let’s get it!’ 외쳐라. 김영주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수필당선, 2018년 《동양일보》 동화 신인문학상, 저서로는 『레오와 레오 신부』, 『가족이되다』, 오디오북 『구멍난 영주씨의 알바보고서』, 『너의 여름이 되어줄게』공저. 『크리스마스에 온 선물』이 있다. 현재 아이들과 동시쓰기를 함께 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4.23 18:04

문명전환종합지 '사상계', 55년 만에 복간호 발행

1950∼1960년대 한국 지성사에 큰 영향을 끼쳤던 잡지 <사상계(思想界)>가 약 반세기 만에 돌아왔다. ‘사상계를 만드는 사람들’이 최근 ‘응답하라 2025!’를 주제로 창간 72주년 기념 특대호이자 재창간 1호를 발간한 것. 1970년 5월 205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된 지 약 55년 만이다. 과거 사상계는 독립운동가 출신 민주화 운동가 고(故) 장준하(1918-1975)가 1953년 4월 창간한 잡지로 민족, 분단, 민주주의 등의 주제를 선도적으로 다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학, 철학, 예술 등 다방면에 걸친 글을 싣고 담론을 이끌었으나 1970년 5월호에 김지하의 시 '오적'(五賊)을 실었다는 이유로 강제 폐간됐다. 그간 1998년 6월호(통권 206호)와 2000년 6월호(207호)가 발행되는 등 복간을 시도했으나 재정난과 준비 부족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새롭게 출간된 사상계에는 현시대를 둘러싼 다양한 고민이 담겼다. 책에는 12·3 비상계엄, 소설가 한강, 문명 전환 등을 다룬 글이 실렸다. 또 ‘문예-자연을 짓다’ 시 부문을 통해 섬진강 시인이라 불리는 김용택 시인의 작품도 실려 독자들과의 조우를 기다린다. 발행인은 장준하 선생의 장남인 장호권 장준하기념사업회장이 맡았으며. 명예 편집인에는 강대인 '배곳 바람과물' 이사장, 김언호 도서출판 한길사 대표,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김용택 시인과 임진택 판소리 명창, 정성헌 한국 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이 편집고문으로 함께하며, 윤순진 서울대 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명예교수 등 석학 48인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다. 장호권 발행인은 책의 서문을 통해 “작금은 정치와 경제와 사회와 문화와 교육과 한경 등 모든 분야에서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다불(多不)의 시대”라며 “이에 사상계가 다시 나서, 문명전환과 정치전환을 비롯한 거대한 전화의 시대에 작은 물꼬를 트는 일을 하겠다. 사상계는 문명전환과 생명평화의 극상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어코 이바지할 것”이라고 발간사를 전했다. 복간된 사상계는 올해 계간으로 펴낸 뒤, 2026년부터는 격월로 펴낼 예정이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4.23 18:03

나만의 꿈을 찾아내는 감동의 성장 동화⋯장은영 작가, '광대 특공대' 출간

역사 속 광대들의 통쾌한 활약을 통해 어린이 독자들이 꿈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전하는 감동의 성장 동화가 나왔다. 장은영 아동문학가가 어린이 성장 동화 <광대 특공대>(보랏빛소어린이)가 바로 그것. 책은 열두 살 소년 바우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 속, 조선 시대 광대들의 삶과 활약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성장 동화다. ‘조선 시대의 광대’라는 소재는 오늘날 독자들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작품의 생동감 넘치는 묘사와 역동적인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치 눈앞에서 공연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 이야기 속 화려한 옷을 입은 광대들이 채를 튕기며 버나를 하늘 높이 던졌다가 사뿐히 다시 받아 내는 순간, 섬세한 문장과 일러스트로 독자들의 눈앞에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연희가 생생하게 펼쳐지며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처럼 작가는 다양한 광대들의 기술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광대들이 어떻게 몸을 움직이고, 어떤 생각을 하며, 당시에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일러스트레이터로 함께한 인디고 작가는 전통문화 예술인 버나돌리기, 줄타기 등 광대들의 뛰어난 재주를 생생한 삽화로 표현해 독자들을 역사 속 현장으로 이끈다. 특히 이번 이야기는 1555년 을묘왜변 당시 전주 부윤 이윤경이 광대들을 통해 왜구를 무찔렀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창작된 것으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기록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예술이 가진 힘과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장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오래전 버나 공연을 보고 버나재비의 모습에 큰 매력을 느꼈다. 그런데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 시대, 버나재비와 같은 광대는 천민은 예술가로 인정받지 못하며 사람들에게 위로를 해주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며 “그러던 중 조선왕조실록 속 기록을 보고 광대 특공대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됐다”고 말하며 이야기의 시작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스로 광대의 길을 선택해 사람들과 함께 기쁨과 즐거움을 나누며 행복해하는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어린이 독자들도 본인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일을 했을 때 행복하고 즐겁고 기쁜지를 끊임없이 탐구하며 보석 같은 꿈을 찾아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작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통일 동화 공모전, 2024 남도의병 콘텐츠 공모전 스토리 부분 대상, 전북아동문학상과 불꽃문학상을 수상했다. 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역사와 문화로 보는 도시 이야기 전주>, <책 깎는 소년>,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열 살 사기열전을 만나다>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4.23 18:03

김영 디카산문집 '파랑 한 발채' 출간

김영 시인이 디카산문집 <파랑 한 발채>(인간과문학사)를 펴냈다. 시인이 펴낸 디카산문집 <파랑 한 발채>는 지난 2020년 인간 사이의 사막을 주제로 펴낸 시집 <파이디아>의 연장선에 있다. ‘사막은 원래 바다였다’는 말에 영감을 받아 바다와 관련된 글쓰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인은 어설프지만 바다를 보고 떠오른 생각을 차곡차곡 글로 옮겨 적었고, 사진과 함께 책으로 출간했다. “배 지나간 자리에 물띠가 일어납니다/물띠는 아무것도 맬 수 없고 아무도 매어둘 수 없습니다//당신이 지나간 마음엔 당신이 떠나던 길이 선명합니다/걸어도 걸어도 당신에게 갈 수 없는 길입니다/기다려도 기다려도 당신이 내게 오지 않는 길입니다”(‘물띠’ 전문) 그가 4년 만에 펴낸 산문집에는 자신의 가치관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에게 바다란 자신인 동시에 타인이 되기도 하고, 우리가 되는 우주 만물인 신비한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책은 변산 앞바다 파도의 곱디고운 풍경과 함께 고요한 날들을 바라는 마음이 담긴 글로 끝을 맺는다. 모든 이의 앞날이 윤슬처럼 반짝이고, 물결처럼 고요하길 바라는 시인의 따뜻한 메시지가 큰 울림을 선사한다. 김영 시인은 “나에게 타자는 언제나 출렁거리는 문장”이라며 “이 책의 수많은 타자인 당신은 너이기도 하고 나 이기도 하고 우리이기도 하고 절대자이기도 하고, 우주 만물이기도 하다”고 책에 대해 소개했다. 시인은 <눈 감아서 환한 세상>으로 문단활동을 시작해 <나비 편지> <수평에 들다> <파이디아> <벚꽃 지느러미> 등을 펴냈다. 윤동주문학상과 석정촛불시문학상 대한민국 예술문화대상(대상) 외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전북문인협회장 전북문학관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석정문학회장으로 활동중이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4.23 16:40

상상의 시력(詩歷) 풍성, 소재호 시인 '나비, 선율의 시' 출간

풍부한 상상의 시력(詩歷)과 생동감 넘치는 언어로 곡절하게 노래해 온 소재호 시인이 시집 <나비, 선율의 시>(인간과문학사)를 펴냈다. 그동안 삶의 구체적인 감각에서 길어올린 맛깔스런 언어로 남다른 문학적 성취를 이뤄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한층 깊어진 시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특유의 은은하고 아름다운 서정성을 유지하면서도 묵직한 통찰로 내면을 어루만지는 새로운 경향의 시편들이 돋보인다. “가만히 보아/물방울 홀로일 때는 간곡한 머물음이야/몇이 뭉치면 금방 무너지네/무너짐은 흐름인 거야//(…중략…)//무너짐으로 큰 하나 이룩되는 것을/바다라 하네/바다도 무너지면/해일(海溢)로 솟아/그리하여 허공으로 무너지면/또 하나 세상을 퍼는 것이지//사람도 제각각/무너지면, 강물 나아가듯이/도(道)가 되는 거야”(‘무너지네’중에서) 아주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해 깊숙한 자신만의 내면을 단단히 다져왔음을 증명하는 이 시집은 혼란스러운 세계를 부유했던 지난날에 대한 시인의 고백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자아를 담는 날카로운 언어를 따라가면 끝없이 부서지고 합체된 내가 있음을 보여준다. 시집에는 시인의 깊은 시적 사유와 철학이 깃든 70여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임명진 문학평론가는 시집 평설에서 “‘소재호는 화이부동의 시인이다’라는 애초의 언명도 이제 다른 차원에서 재해석되어야 한다는 점이 이쯤에서 더욱 선명해진다”며 “상상의 시력이 확신의 증표가 되고도 남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위대한 존재를 추구해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1984년 현대시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소재호 시인은 전북문협회장, 원광문인회 회장, 석정문학회장, 전북예총 회장 등을 역임했다. 대한민국예술문화 대상을 비롯해 목정문화상, 한국문화상, 중산문화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시집 <이명의 갈대> <용머리고개 대장간에는> <악성 은행나무> <초승달 한 꼭지>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4.23 15:58

영원한 저항 시인 '김지하를 다시 본다'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상징적 인물, 고(故) 김지하 시인의 문학과 예술·생명 사상을 재조명하는 책이 나왔다. 김지하추모문화제추진위원회가 <김지하를 다시 본다>(개마서원)을 발간한 것. 책은 2023년 5월 김지하 추모 1주기에 열린 ‘김지하 추모 학술 심포지엄’ 토론 자료를 정리하고, 다시 꼭 읽어야 할 김 시인의 글을 모아 만든 1056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다. 1부에는 염무웅, 이부영, 임진택, 임동확, 김사인, 홍용희, 정지창, 채희완, 심광현 등 30여 명이 ‘김지하의 문학·예술과 생명사상’ 이라는 큰 주제 아래, ‘김지하의 문학 예술과 미학’, ‘김지하의 그림과 글씨’, ‘민주화 운동과 김지하’, ‘김지하의 생명사상과 생명문동’으로 나눠 주제 발표와 토론을 한 후 정리한 내용과 종합 토론을 한 내용을 단행본에 맞게 정리해 놓았다. 이어 2부에는 ‘김지하가 남긴 글과 생각·생명의 길·개벽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김 시인이 남긴 수많은 글 중 꼭 다시 읽어봐야 할 글을 골라 실었다. 글에는 암울한 시대에 수많은 젊은이를 위로하고 힘주었던 <양심선언>, <나는 무죄이다>, 로터스상 수상 연설인 <창조적 통일을 위하여>,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 등 현시대의 문제점들을 수십 년 앞서서 말하고 방법을 제시한 <생명의 세계관 확립과 협동적 생존의 확장>, <개벽과 생명운동>, 김 시인이 자신의 문학에 대해 쓴 <깊이 잠든 이끼의 샘>, 시인이 남긴 생명사상을 살필 수 있는 <생명평화선언>, <화엄개벽의 모심> 등이 실렸다. 이번 책의 기획에 함께한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은 발간사를 통해 “젊은 시절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갈망했던 그는 ‘죽임’ 앞에서 처절한 사투를 벌인 끝에 마침내 ‘생명’이라는 깨달음에 다다랐고, ‘감옥 밖 감옥에서’ 다시 타는 목마름으로 ‘생명사상’을 외치고 갈구하다 기진해 스러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가 치열한 구도와 수난의 과정에서 기필코 열어 보려 했던 그 ‘생명의 문’을 이제 우리가 열어내야만 한다”며 그리워하는 많은 벗과 후배들의 추억 속에 남은 김 시인도 편안한 마음으로 명부에 들어가 쉬고 있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4.23 15:58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