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ews
1980년대 후반 이후 전북의 사회문화운동 역사를 더듬어보면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이종민 전북대학교 명예교수가 바로 그다. 이 교수가 지난 40여 년 동안 지역 사회문화운동에 대해 세밀히 기록한 책<변화를 읽다, 변혁을 꿈꾸다>(모악)가 출간됐다. 한 편 한 편 당대의 기록으로 소중한 가치를 지닌 기록물을 한 권의 책으로 모아 엮어낸 이번 책은 이종민이란 개인을 통해 본 전북의 사회문화운동사라고 할 만한 역사적 가치를 띄고 있다. 또 책을 읽다 보면 ‘한 시대의 문화는 어떻게 형성되는가?’와 더불어 ‘개인의 의지와 열망, 헌신은 집단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학술적인 연구의 대상과 대중적인 관심은 어떻게 접합될 수 있는가?’ 등에 관한 사유를 촉발시키기도 한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1부 ‘변화를 읽다’는 이 교수가 운동적 차원에서 했건 발언들이 주를 이룬다. 가용 예산이 따로 없어 사람과 돈을 함께 모아나가며 일들을 꾸리면서 해왔던 조금은 거친 주장들이 모였다. 이어지는 2부 ‘변혁을 꿈꾸다’에서는 공공예산을 기반으로 한 일들을 꾸려나가면서 했던 발언들과 인터뷰 내용으로 구성돼, 가슴 뿌듯한 성취의 사례가 소개된다. 이 교수는 서문을 통해 “이 책은 헤맴의 노력에 관한 일지요 보고서다. 해묵은 화두요 철 지난 유행가들이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소중한 일기와 같은 기록이다”며 “혹 지난 세월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북 지역에서 진행된 지역학술문화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하나의 참고 자료로 쓰일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서울 집중과 지역 소외 문제는 아직도 해결이 요원한 우리 시대의 과제”라며 “점점 내재화하는 자본 세상의 이기주의와 황금만능주의를 문화와 예술의 힘으로 완화시킬 수 있고 시켜야 한다는 요구의 당위는 점점 더 절실해지고 있다. ‘영문 모르는 영문학자’의 고뇌와 노력이 이런 분야에서 참고 사항 정도는 되지 않을까? 감히 희망해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책의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 이 교수의 선후배와 동료들이 준비한 출판기념회의 자리도 예정돼 눈길을 끈다. 행사는 오는 24일 오후 4시,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열리며, 이 자리에서는 천년갈채상을 수상했던 젊은 예술인 이향윤 대금연주자의 ‘청성곡’ 연주와 조장훈(장고)의 ‘삼도설장고 가락과 비나리’, 오감도(백은선·안태상·이용선)의 ‘마이웨이’, ‘연어’, ‘성주풀이’ 등의 축하 공연도 이어진다.
전주문화원(원장 김진돈)이 <완역 신증 완산지>와 <전주 화산의 역사와 문화>를 발행했다. '완역 신증 완산지'는 한옥마을 한학자인 고재 이병은(한옥마을 3재의 한 분)의 아들 이도형이 1958년에 전주향교 옆 남안재에서 석판인쇄로 상하권을 발행한 것이다. 완산지의 저자 이도형은 전주의 근현대 역사와 문화를 책속에 담아냈다. 책에는 근현대 중요 인물로 꼽히는 최병심과 이삼만을 비롯해 김희순, 이광열, 최규상 등을 기록해 예향 전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도형의 '완산지'는 기존의 완산지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번역하는 과정에서 '완역 신증 완산지'로 바뀌었다. 2023년부터 원문 탈고와 해석 작업을 추진해 올해 출간하게 됐다. 새롭게 편찬된 '완역 신증 완산지'는 지금의 전주와 완주 지역을 폭넓게 아우른다. 완산지에는 전주와 완주 지역이 유학 사상에 기초한 선비의 고장임을 거듭 강조해서 보여준다. 공동체를 위해 헌신했던 충절의 고장과 예술·흥취가 넘치는 예향의 산실이었음을 기술하고 있다. 전주문화원은 종교문화를 조명한 '전주 화산의 역사와 문화'도 함께 발행했다. 전주 화산지역(현 화산동)에는 전주향교가 화산 남쪽에 1410년부터 1603년까지 자리하고 있었다. 전주향교 앞에는 1519년(중종 14)에 건립한 하마비가 있는데 1603년 교동으로 이전할 때 유일하게 가져온 것이다. 또 화산 남쪽에는 화산서원이 있어 회재 이언적과 규암 송인수를 모셨고, 국왕으로부터 편액을 하사 받은 서원이다. 조선 말부터는 선교사의 주요 활동무대로 바뀌었다. 1903년 완산 아래 은송리에 터를 잡았던 미국 선교사들은 전라관찰사의 강제 이전으로 대거 화산지역으로 옮게 오게 됐다. 이후 화산동에 예수병원과 선교사들의 숙소가 만들어지고, 신흥학교와 기전학교가 설립되면서 기독교의 성지가 됐다. 실제 미국남장로회 한국선교회 전주선교부는 근대교육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교육과 의료, 복음을 위한 헌신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파악된다. '전주 화산의 역사와 문화' 에는 화산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비롯해 1900년대 개교한 신흥학교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담겨있다. 또 천향정이야기와 다가신사, 종이 이야기 등도 실려있다. 전주문화원 관계자는 "전주문화원은 앞으로도 전주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는데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특히 올해에는 국립전주박물관과 함께 덕진연못에 직접 그린 승금정계회도를 분석하고 연구한 도서를 공동으로 편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작촌문학상, 전북예총 공로상 등을 수상한 시인이자 통찰력 있는 문인이기도 한 왕태삼의 세 번째 시집 <밀화부리가 다녀간 이유>(현대시)가 출간됐다. <눈꺼풀로 하루를 닦는다> 이후 4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세상의 변화를 오래 관찰한 사람의 깊이 있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민족 고유의 정서까지 아우르는 시 세계를 펼친다. 자연에 대한 순수한 관찰, 환경 파괴에 대한 진지한 반성, 일상의 여유로운 풍경, 자본을 향한 비판, 삶에 관한 성찰과 이웃과의 연대 등 다채로운 감각과 깊이 있는 시적 사유가 빛나는 시편들이 묵직한 감동을 전한다. 특히 서사를 품은 시인의 시는 절절한 민족의 수난사이기도 하고, 보통 사람들의 한 맺힌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기원과 열망을 응축시킨 시편들이 익숙한 풍경 속에서 뜻밖의 깊이를 이끌어내면서 오늘의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한다. 소재호 시인은 “서사적 서정시이거나 서정적 서사시로서, 시적 변용을 거치며 우리들 심금을 울린다”며 “감동이 없는 시는 시가 아니라는 듯이 스스로는 안으로 울되 독자에게는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시가 거의 절편이다” 라고 평했다. 64편의 시를 5부에 나누어 실었으며, 한편의 시를 연상시키는 ‘시인의 말’은 왕태삼 시인이 수년 간 구축해 온 시 세계를 대변한다. “삼거리집 그 홀아비네 살구는 유명했다/천도복숭아라 부를 정도니/소문을 달콤했다/동네방네 개들도 한 번씩은 죄다 주워 먹었다//(…중략…)//그 집 살구 터는 날은 남들이 더 잘 안다/그날도 홀아비 사다리 타는 날//아저씨/살구나무 아래 서면 가슴이 자꾸 떨려서요”(‘아주머니는 시인이다’ 중에서) 시인이 오랜 시간 다듬고 갈무리해온 시편들인 만큼, 사유의 깊이와 원숙한 시선이 빛나는 따뜻함이 가슴속으로 스며들어 잔잔한 공감과 여운을 남긴다. 왕태삼 시인은 전남 구례에서 태어나 전북대학교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문학시대>로 등단, 시집으로 <나의 등을 떠미는 사람들> <눈꺼풀로 하루를 닦는다> 등이 있다. 현재 전북시인협회 이사, 석정문학회부회장, 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 전북대 평생교육원 시창작교실 강의를 맡고 있다.
온라인 서점과 대형 체인의 공세 속에서 지역 서점들이 살아남기 위한 특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단순한 책 판매를 넘어, 감성과 문화를 입힌 인문학 프로그램과 개성 넘치는 굿즈로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 과연 이들 서점은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을까? △우리 이웃이 직접 추천하는 책 큐레이션 일부 서점에서는 유명 작가나 평론가가 아닌, 지역 주민들이 직접 책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전주시 인후동에 위치한 서점 ‘잘익은 언어들’은 책방의 단골 독자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춰 추천하는 책을 전시하고, 추천 이유를 손 글씨로 적어 소개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지선 잘익은 언어들 대표는 "전문가가 아닌 이웃의 추천이기에 더 친근하고 현실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며 ”또 2달마다 전시될 책을 교체하기 위해 모이는 자리에서도 왜 그 책을 추천하게 됐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다, 서로의 호기심을 자극해 그 속에서도 책이 판매되는 재밌는 상황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이 활동을 통해 매번 독자들에게 흔하게 소개되는 베스트 셀러 코너 속 책만이 아닌, 아무도 몰랐던 새로운 책들을 골고루 발굴하고, 소개할 수 있어 독자분들의 반응도 좋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자체 기획 프로그램으로 독자와 소통 전주의 한 독립 서점인 ‘물결서사’는 매달 철학, 문학, 역사 등 다양한 주제의 강연을 열고 있다. 또 이들은 다음 달 1일 지역 출신 작가 방우리 작가와의 만남의 자리를 기획하는 등 이제 막 새싹을 피운 신인 작가와 더불어 미처 알지 못했던 작가를 조명하는 공익적인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책방지기 임주아 작가는 “지역에서 책과 관련한 지원 사업이 많아지고 있지만, 지역 서점을 방문하는 독자들의 수의 증가율은 더딘 실정”이라며 “책방도 엄연한 자영업으로 차별화된 기획 프로그램으로 더 많은 독자를 모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프로그램은 독서 모임과 연계되어 방문객들의 유입을 증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실제 인문학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SNS 게시글을 보고 공간을 찾아 주시는 새로운 분들을 발견할 때마다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지역 서점 ‘책방 토닥토닥’에서는 운동·페미니즘·기후 위기와 같은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사회 문제를 주제로 독서 모임을 개최하며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개성 넘치는 굿즈로 서점만의 색깔 강조 일부 서점들은 자체 제작한 굿즈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시집 전문 서점 '조림지'는 책방 주인의 개성을 그대로 담은 반소매 티셔츠와 후드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그 중 특히 인기를 끄는 제품은 ‘2025 신춘문예 탈락자’라는 글씨가 새겨진 후드티로 서점만의 감성이 담긴 디자인과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이 더해져 방문객들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또 이 책방은 방문객이 제시한 제목에 맞춰 즉흥시를 써주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어, ‘즉흥시를 써주는 책방’으로도 입소문이 나 있다. 즉흥시의 가격은 소비자가 만족한 정도만 지불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많은 이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시집 책방 조림지의 공간 지기 천기현 씨는 "굿즈 제작에 있어 딱히 큰 뜻은 없었다. 재미로 만들어본 굿즈가 SNS 속에서 홍보가 많이 돼, 굿즈를 통해 조림지라는 서점을 처음 접하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꽤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미로 만들어본 굿즈들이 시를 사랑해, 시를 쓰는 이들의 공감을 건드리게 되며. 이처럼 좋은 결과를 받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람 이병기 전집은 단순한 자료 수집을 넘어 한국 근현대 문학사의 체계를 정립하고 학문적 유산을 보존해 새로운 연구 지평을 열어주는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죠.” 이경애 가람전집 간행위원회 총무는 12일 전북대학교 인터내셔널센터 동행홀에서 열린 ‘가람 이병기 전집’ 완간 기념식 기자 간담회에서 “그동안 가람 이병기 선생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가람 선생에 관한 조명이 활발하지 않았고, 연구자들 역시 가람 선생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며 “이번 전집 간행을 통해 가람 선생을 제대로 연구하고 한국 근현대 문학사 체계를 정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30권을 끝으로 완간된 ‘가람 이병기 전집’은 전북대학교와 가람이병기전집 간행위원회 위원들의 집념이 담겨있다. 10년 넘게 가람 이병기 선생이 쓴 시조집과 시조론, 미발표 육필일기와 국문학 개론, 신문‧잡지에 남긴 1300여 편의 글을 바탕으로 선생의 생애와 업적 등을 정리했다. 1권이 2014년에 첫 출간됐으니 11년 만의 완간이다. 전집 간행 작업은 문학 부문 10권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7년간 진행됐다. 당초 15권 분량으로 예상했던 작업이 진행과정에서 30권으로 늘면서 예산 부족 문제에 부딪히기도 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익두 가람전집 간행위원장은 “전북대를 중심으로 여러 기관에서 도와줬지만, 어려운 부분이 없을 수는 없었다. 11권에서 15권 발간 당시 예산이 부족했고 김승수 당시 전주시장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갔었다”며 “김승수 전 시장께서 ‘그런 일로 왜 여기까지 왔느냐’고 했다. 이후 밤중에 김 전 시장이 전화로 사업비 5000만 원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번 전집 발간에는 전북대학교를 비롯해 전북자치도와 전주시, 익산시가 뜻을 모아 사업비를 지원했다. 대학 1억9500만 원, 전북도 4500만 원, 전주시 8000만 원, 익산시가 7500만 원을 지원해 총 3억9500만 원의 사업비가 지원됐다. 책은 국문학, 국어학, 서지학, 교육학, 민속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단행본, 학술지, 잡지와 신문에 실린 글과 함께 육필 노트 등 미간행 자료까지 수록됐다. 특히 원본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가독성과 신뢰성을 높인 편집 방식을 채택해 현대 연구자들이 학문적 정본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서술했다. 한창훈 가람전집 공동 간행 위원장은 “이병기 전집은 이병기의 문학적, 학문적, 사회적 업적을 다각도로 조명할 수 있는 통합적 연구의 기반”이라며 “문학적 감수성과 학문적 통찰, 민족적 사명감이 어우러진 그의 업적은 조선학의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했고 전집은 한국학을 위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평생 각자의 자리에서 땀과 열정을 다하며, 살아온 14명 장인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값진 결과물이 나왔다. 전북특별자치도문화원연합회가 <전북의 맥, 전북 사람Ⅱ>을 발간한 것. 책은 전북의 문화와 역사를 기록하고 미래세대와 이어가기 위한 ‘빛나는 도서관’ 사업의 일환으로 탄생 됐으며, 벌써 그 두 번째 서사를 쓰게 된 것이다.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으로는 전통음악과 민속놀이, 전통 북과 한지 제작. 옹기 공예를 비롯해 궁중 복식 재현, 가야금 제작, 전통 장승 보존, 그리고 지역 음식 문화에 이르기까지 전북의 문화적 자산으로 지역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 명인들이 초대됐다. 전주의 대표주자에는 전주기접놀이가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인 임양원 전주기접놀이보존회장이 나섰으며, 군산을 대표한 명인으로는 임순옥 전북 무형유산 침선장 보유자가 소개된다. 또 익산에서 가업으로 이어져 온 모필을 만들며 모필장으로 인증을 받은 곽종민 보유자, 정읍에서 김환철류 줄풍류를 계승해 보존하고 있는 정칠환 씨, 60여 년간 수작업으로 전통 옹기를 만들고 있는 장태성 씨의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김제의 향토 문화유산 송재권 악기장과 농악인 손현배 씨의 삶 속에 녹아있는 완주 농악, 진안의 매 사냥 보존회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박정오 응사. 무주 부남디딜방아 액악이 놀이를 계승하고 있는 유재두 씨. 장수녹반석에 홀려 벼루장이 된 고태봉 장인의 일생도 담겼다. 임실에서 활동하는 전라북도무형유산 지장 김일수 보유자, 순창에서 전통 장승을 만드는 윤흥관, 고창 고수도자기 장인 라희술, 부안에서 바지락죽을 만드는 김인경 씨 등 도내 곳곳에 분포된 명인들의 이야기도 소개된다. 한병태 전북특별자치도문화원엽합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이번 시리즈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혜를 전하고 미래 세대와 이어지는 귀중한 문화의 다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책의 주인공이신 열네 분의 생애에는 전북특별자치도의 정체성과 공동체를 지탱하는 지혜와 경험이 고스란히 담겼다”며 “이번 책이 많은 분께 지혜와 감동을 전하고, 열네 분의 삶 속 이야기가 세대와 지역을 넘어 널리 퍼지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생생한 감각과 위트 있는 시어를 구사하는 유순예 시인이 시집 <당신이 그곳에 계시는 동안>(모악)을 펴냈다. 3년 만에 선보인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을 소재로 하여 삶의 단면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지나온 세월을 반추하며 현재 삶을 성찰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시편들은 시인이 힘겹게 세상을 건너온 고투의 흔적들로 역력하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특유의 유머와 언어유희를 곁들여 활달하고 개성적인 문장으로 써내려간다. “당신이 그곳에 계시는 동안/당신이 시집올 때부터 죽을 때까지 살던 이 집에서/당신이 좋아하던 고구마를 굽네요/(…중략…)/봄비 같은 겨울비 내리는 오늘/이 딸내미 혼자 낯선 일을 벌이네요/하염없이 내리는 겨울비는 훌쩍훌쩍 젖어드는데요/당신 계시는 그곳은 좀 어떤가요?”(‘당신이 그곳에 계시는 동안’ 중에서) 시인은 무조건적인 감사와 사랑을 나열한 뻔한 사모곡이 아닌 거침없고 직설적인 유순예표 사모곡을 구사한다. 시어들은 직관적이고 담백해서 마음 깊숙한 울림을 전달한다. 삶의 정경을 바라보는 애틋한 눈길과 깊은 연민이 서린 61편의 시들은 시인의 겸손한 마음과 성실한 태도까지 엿 볼 수 있다. 정우영 시인은 서평을 통해 유 시인의 이번 시집은 ‘통이 크고 넓다’고 정의했다. 생전이든 사후든 경계 없이 시 속에 들어와 놀다 가고, 시공간이라는 차원의 벽을 허물었다는 것이다. 정 시인은 “그의 시는 정령들 스스럼없이 끌어들여 정담을 나누고 쓰다듬으며 건사한다. 여기에는 어떤 가식이나 겉치레도 없다”며 “읽다가 울컥울컥 치미는 떨림을 애써 삭이며 고맙다고 가만히 토닥인다”고 밝혔다. 진안에서 태어난 유순예 시인은 2007년 ‘시선’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속삭거려도 다 알아> <호박꽃 엄마> <나비, 다녀가시다> 등이 있다. 현재 평생학습프로그램 끼적끼적 시작(時作)을 운영하고 있다.
올 1월, 우연한 기회로 서울에서 미디어 아트 전시회에 참여했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림을 생성하는 '미드저니'를 활용해 만든 개인 작품들을 전시하는 행사였다. 이전 화가들이 자신의 취향이나 의지에 기반을 두고 자신만의 그림을 그렸다면 이제는 프롬프트를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만드는 시대가 도래했다. 작업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지만 최종 결과물의 완성도는 전문가도 놀랄 수준이다. AI 덕분에 언감생심 평생 동안 그림 전시회는 꿈도 못 꾸던 이들도 전시회를 하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축하 노래를 만들 수도 있게 되었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다양한 AI 프로그램도 놀랍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날이 갈수록 더 정교해지고 있다. 프롬프트 한 줄만 넣으면 동영상까지 만들어주는 시대를 살다 보니 몇 년 후에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맞이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단이나 출판을 꿈꾸면서도 망설이던 이들도 이제는 쉽게 자신의 이름을 새긴 책을 만들어낸다. 챗GPT나 Claude AI의 도움을 받으면 자신이 쓰고자 하는 책 한 권을 하루에 쓰는 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그렇게 만든 책으로 작가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사실에 뿌듯해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 가끔 그런 사람들을 보면 그동안 긴긴밤 고뇌하면서 글을 썼던 시간이 그리워진다. 글이라는 세계를 안 후 세상과 만나는 일은 얼마나 큰 축복과 행복을 주었던가. 분노가 나를 휘감을 때, 슬픔이 몰아칠 때, 감동이 나를 사로잡을 때 그 모든 순간마다 글이 내 곁에 있었다. 돌이켜 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두 가지는 여행과 글쓰기를 만난 일이다. AI의 도움을 받아 책을 쓴 이들은 만약 AI가 없다면 제대로 된 글 한 줄 쓰기가 버거운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제목이나 키워드만 넣으면 시를 가래떡 뽑아내듯 쏟아내는 모니터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여러 생각이 든다. 저 사람들은 자기가 썼다는 시를 기억이나 할까? 만약 다른 이들의 작품과 섞어 놓는다면 자신의 작품을 구분도 못할 것이다. 가끔 그들에게 글쓰기는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까 궁금해진다. 『인공지능, 말을 걸다』라는 이 책의 기본 화두도 “가장 인간적인 기계가 던지는 질문”이다. 이 책이 나올 때만 하더라도 챗GPT와 같은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이 없었다. 그래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저자의 기본적인 고민들은 오늘날에도 개발자와 사용자들에게 여전히 가치를 지닌다. 가장 좋은 가전제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말처럼 우리가 기술의 발달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나는 사람들이 AI를 외치는 시대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AI가 주는 공허함은 단순한 기술 발전만으로 채울 수 없는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AI가 업무의 효율성과 처리 속도를 높여준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해서 남는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쓰고 있는가 의문이 든다. 나는 요즘 자연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자연 속에서 우리의 작은 존재를 깨달을 때, 시야는 넓어지고 사고는 깊어진다. 오늘은 잠시 매체에서 벗어나 자연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것은 어떨까? 그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AI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가는 생존법이리라. 장창영 작가는 전주 출신으로 20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불교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동백, 몸이 열릴 때> 와 문학이론서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 등을 펴냈다.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엉뚱한 상상력을 펼치는 김순정 작가가 그림책 <아주 특별한, 발레리노 프로기>(예문)을 발간했다. 그림책은 ‘2024년 전주도서관 출판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편견을 깨고 다름을 인정하는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전주 덕진 연못에 특별한 개구리가 태어나며 시작된다. 특별한 개구리, 프로기는 부모의 기대와 다르게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 밤에는 달과 별이 비추고, 프로기는 반딧불이와 함께 춤을 춘다. 하지만 두꺼비와 뱀, 풍뎅이는 춤을 추는 프로기를 못마땅해한다. 개구리답지 못한 행동을 보인다는 이유로, 연못 생태계 구성원들의 계속되는 조롱과 비웃음에 결국 프로기는 춤추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그렇게 프로기의 춤이 사라지자, 그간 프로기의 춤과 어울렸던 밤하늘의 달과 별, 반딧불이도 함께 없어지게 돼 연못 생태계는 프로기에게 다시 춤을 출 것을 권하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게 된다. 김 작가는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 때, 비로소 행복을 찾을 수 있다. 프로기가 춤을 추는 이유를 고민한 것처럼 말이다”며 “이번 그림책을 통해 독자에게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기회를 전하고 싶었다. 이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나와 다른 존재를 인정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구리는 비 오는 날에는 개굴개굴 울어야 하고, 파리를 잡아야 하며, 춤을 추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두꺼비처럼 나도 모르게 타인을 향해 잣대를 들이대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그림책을 보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김순정 작가는 전주에서 자랐다. 그는 지난 2015년 한국아동문학회 <아동문화예술> 동시 부문 신인상을 받고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동시집 <거북이 서점>, 동화집<불평등을 수거해 드립니다>(공저), 오디오북 동화집<할아버지의 팽이> 등이 있다. 작가는 현재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독서토론논술을 지도하고 있으며, 원광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쉽고 간결한 언어로 어린이의 마음을 곡진하게 그려 온 노은정 아동문학가의 두 번째 동시집 <왕 솜사탕>(신아출판사)이 출간됐다. 약 7년 만에 새 동시집을 펴낸 작가는 동시가 어린이의 진정한 친구가 되길 염원하며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건넨다. “입안에서/살살 녹을 것만 같아/구름이 만든 왕 솜사탕//수단/잠비아/짐바브웨/에티오피아/어린이들에게/줄/왕 솜사탕//우리가/나누지 않으니/구름이/발 벗고 나섰다”(‘왕 솜사탕’전문) 어린이의 내밀한 마음까지 다정히 어루만지면서도 리듬과 운율을 통해 감각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이야기를 구사한다. 섬세한 필치로 선한 마음까지 표현한 작가는 친절한 단어들로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호병탁 시인은 작품해설을 통해 “동시는 어른이 어린이를 위하여 어린이다운 심리와 정서를 표현한 시”라며 “노은정이라는 성인이 아동의 눈으로 쓴 시는 코끝이 찡하기도 하고, 입가에 절로 미소를 물게 되기도 한다. 바로 이런 것들이 문학의 진정한 힘”이라고 밝혔다. 2011년 대학문단 수필로 등단한 작가는 2014년 한비문학 동시‧동화 신인상을 수상했다. 2015년 한국아동문학 동화부문 신인상, 2022년 한국아동문학 오늘의 작가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동시집 <호박이 열리며>를 비롯해 동화집 <아기 다람쥐의 외출> 등이 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 아동분과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진심을 눌러 담은 목소리로 새로운 희망을 건네는 염연화 장편소설 <지워진 사람들>(문학세상)이 출간됐다. ‘지워진 사람들’은 한국 전쟁 발발 직후 좌익 척결이라는 미명하에 일어난 국가가 국민을 마구잡이로 죽인 보도연맹 학살사건을 다룬다. 소설은 단짝 송애와 용실의 삶을 통해 사상 대립의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친구조차 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비극적 상황을 보여준다. 송애는 아버지와 어머니, 하나밖에 없는 동생 만석까지 군인들에 의해 떠나보낸다. 용실은 인민군에 의해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게 되고, 하나 있는 언니는 충격으로 실성하게 된다. 정반대의 상황을 맞닥뜨린 송애와 용실이 겪는 내밀한 상처와 국가폭력의 아픔, 인물들의 윤리적 딜레마를 서늘한 문장으로 날카롭게 표현했다. 특히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가족을 향한 부채감, 증오와 연민 등 복잡한 감정들이 섞이며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보도연맹 학살사건은 국가가 좌익세력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만든 방공단체 보도연맹에서 벌어졌다. 한국 전쟁 발발 직후 좌익 척결이라는 명목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당시 사건으로 죽임 당한 사람의 수가 최소 20만 명에 이른다. 작가는 역사적 기록들을 토대로 수많은 관련자 인터뷰를 진행했고, 치밀한 현장취재를 거쳐 과거사를 조명한다. “꼭꼭 숨어라, 꼭꼭 숨어라, 용미 언니의 목소리가 이명처럼 울렸다. 숨어 버린 사람들 얼굴이 하나씩 떠올랐다. 이 모든 일이 정말로 숨바꼭질이라면…. 산에 숨은 아버지와 외삼촌을 찾고, 영천제 억새밭에 숨은 외숙모를 찾아내고, 지서 창고에 숨은 강수와 어머니까지 모두 찾아내 숨바꼭질을 끊어 낼 수 있다면….”( p.151) 참혹한 현실 속에도 일상을 살아낸 송애와 용실의 인간적인 면모와 역경 속에서도 그들이 꿈꾼 안타까운 사랑과 희망을 가슴 아프면서도 핍진하게 복원한다. 전남 보성 출생인 염연화 작가는 201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으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두근두근 우체통> <소똥경단이 떼구루루><브라보 마이 라이프> <나를 만나러 왔니?> 등이 있다.
수많은 이야기와 더불어 맛과 멋을 품고 있는 도시, 전주에 대한 이야기를 가득 담은 책이 나왔다. 장은영 아동문학가가 <역사와 문화로 보는 도시 이야기 전주>(현북스)를 펴낸 것.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맛깔스러운 ‘비빔밥’과 관광객으로 붐비는 ‘한옥마을’ 등 모두가 아는 전주가 아닌 필자가 25년 동안 전주 곳곳을 다니며 배우고 생각한 전주의 이야기가 담겼다. 전주의 역사를 다루는 ‘1부 전주에서 만난 조선의 역사’에서는 임진왜란 불길 속에서 우리의 역사를 지켜낸 ‘전주 사고와 조선왕조실록’ 소개와 더불어 오목대, 경기전, 전라감영, 전주동헌, 풍패지관, 전주향교 등 전주만이 가지고 있는 자랑스러운 유적을 소개한다. ‘2부 전주에서 만난 우리 문화’에서는 전주의 멋에 대해 파헤친다. 그중에는 최고의 소리꾼을 뽑기 위해 매년 열리는 국악 잔치인 ‘전주대사습놀이’와 유네스코가 지정한 음식창의도시 전주가 품고 있는 지역 음식에 대한 소개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 전주에서 펴내진 소설책 ‘완판본과 방각본’과 천년이 가도 변하지 않는 신기한 종이 ‘전주 한지’에 대한 유래와 역사도 담겼다. 마지막 ‘3부 전주에서 만난 핍박과 항쟁의 역사’에서는 ‘보국안민’을 외치며 전주성을 점령한 동학농민군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 순교 터 ‘전동성당과 초록바위’, 남문장을 만세 소리로 가득 채운 ‘전주의 3·1운동’ 등 가슴 뜨거워지는 항쟁의 역사로 채워졌다. 장 작가는 머리말을 통해 “대부분의 사람이 ‘전주’라는 도시를 떠올리면 비빔밥과 한옥마을만 떠올리지만, 사실 전주는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멋진 도시”라며 “전주는 후백제의 수도였고, 조선왕조가 시작됐으며 전라감영이 있었던 역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며 전주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제가 지난 25년 동안 강연을 듣고, 책을 찾아 읽고, 전주 곳곳을 걸으며 배우고 생각한 것들을 책 속에 담았다”며 “전주를 알아 가면서 전주에 스며들어 더욱더 아끼고 사랑하게 됐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또한 저처럼 새롭고 재밌는 전주를 만나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 작가는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그는 통일 동화 공모전과 이다 생명문화 출판 콘텐츠 공모전(공동수상), 전북아동문학상, 불꽃문학상을 수상했고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을 받았다. 저서로는 <책 깎는 소년>,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등이 있다.
2021년 영화 <미나리>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었다. 낯선 미국 땅, 아칸소로 떠나온 한국 이민자 가족의 삶을 보여준 영화였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미나리’는 아무리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듯 이민자들의 녹록지 않은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여전히 백인 중심 사회의 암묵적인 차별이 이민자들에게는 거대한 장벽으로 다가오면서 거칠고 불안정한 삶이 펼쳐졌다. 그러면서 가족 간의 갈등과 아이들의 불안감, 외로움이 부각 되었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프런트 데스크> 책의 저자도 여섯 살에 가족과 함께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다. 모텔에서 일하던 부모님을 도와 모텔 프런트 데스크 일을 하며 자랐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 <프런트 데스크>다. 1900년대 초,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을 떠나 미국에 이민을 온 ‘미아’네 가족 이야기다. 그 시절 이민자, 그것도 아시아인 이민자가 미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식당 보조나 모텔 관리인 같은 일뿐이다. 자유와 기회의 땅이라고 알고 있는 미국은 순순히 이방인에게 그들이 원하는 좋은 자리를 내주는 곳은 아니다. <미나리>에서 보듯 이민자가 다른 나라에서 정착하며 살아간다는 건 예상치 않은 어려움이 많다. 그것도 1900년대 아닌가! 주인공 ‘미아’네 가족. 성공한 이민자를 꿈꾸며 사회주의 국가를 떠났겠지만, 일자리를 구하는 것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중국에서는 엔지니어로 일했던 아빠는 미국에 와서 식당 서빙을 하고, 엄마는 주방 보조로 일하게 된다. 하지만 두 부부가 하루 종일 매달려서 받은 월급은 집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결국 집세를 감당하지 못해 모텔 관리인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모텔 주인을 찾아간다. 모텔 관리를 하게 된 ‘미아’의 부모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일을 하게 된다. 이를 조금이라도 도우려는 열 살 소녀 ‘미아’는 프런트 데스크를 맡으며 미국 사회의 모순을 마주한다. 모텔에 장기 숙박 중인 손님도 있고, 하루하루 맞이하는 다양한 손님들 틈에서 유색인종을 얕잡아 보는 미국인들의 적나라한 인식을 알아가게 된다. 부모님 역시 ‘미아’를 기회의 땅에서 자라게 하고 자유를 만끽하게 하려고 했던 생각들이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질 때가 많다. 학교에서도 미아는 유색인이라는 이유로 놀림의 대상이 된다. 거기에 모텔에서 장기 투숙하는 행크라는 인물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범죄자 취급당하는 걸 그대로 본다. 이민자로서, 유색인종으로서 미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게 희망보다는 절망의 순간들이 많다. 그럼에도 열 살 ‘미아’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이민자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기도 하고, 장기 숙박을 하는 유색인종 어른과의 교류 속에서 자신만의 희망을 설계한다. 모텔 주인인 ‘야오’는 다른 도시에서도 모텔 사업을 하면서 어려움이 지속되자 ‘미아’ 가족이 관리하는 모텔을 팔아넘기려 한다. 어른들이 망연자실하며 손을 놓고 있을 때, 미아는 여러 사람에게 모텔의 지분을 갖게 하고 투자를 유도한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투자자들이 몰리고 결국 모텔을 소유하게 된다. 물론 순수한 ‘미아’네 모텔은 아니었지만 수십 명의 후원으로 얻어낸 보금자리인 셈이다. 길거리로 쫓겨날 것만 생각하고 있었을 때, ‘미아’는 거침없이 도전하면서 미국 생활에 한 발 내딛게 되고, 이민자로서 터를 다진다. ‘아시아태평양 미국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책이고, 어린이의 시점으로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정착하는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또한 어린이의 도발적 행동으로 모텔을 얻게 되는 통쾌함도 맛볼 수 있다. 물론 투자자들의 의기투합으로 얻어진 모텔의 운영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모텔의 관리인에서 경영자의 입장으로 닻을 올린 상황이 또 다른 시련의 시작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도전은 잠자고 있는 우리의 일상을 꿈틀거리게 한다. 지금 살아가는 익숙한 공간도 두드리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두려움을 걷어내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에서 길잡이로 다가온 책이었다. 새해를 맞이했다. 그동안 마음 안에서만 설계했던 일들을 주저하지 않고 펼칠 수 있는 용기를 책에서 찾아본다. 이경옥 아동문학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두번 째 짝>으로 등단했다. 이후 2019년 우수출판제작지원사업과 지난해 한국예술위원회 ‘문학나눔’에 선정됐으며, 2024년 안데르센상 창작동화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의 저서로는 <달려라, 달구!>, <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 등이 있다.
무주 출신 성진숙 시인이 제22회 세계문학상 시 부문 대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북천의 가을'이다. 대상 수상작 ‘북천의 가을’은 시인이 폭넓은 시야로 관찰한 가을날의 풍경을 풍부한 어휘력으로 그려내고 있다. 맛깔난 시어를 흥미롭게 조합해 화자의 정서를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심사위원단은 작품에 대해 “북천의 가을은 추억에 취하고, 꽃들이 사랑을 훔쳐가는 신비한 곳으로 묘사되어 있다”며 “탁월한 시어의 선택은 독자를 시속에 불러들여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했다. 시인은 수상 소감을 통해 “문학소녀라는 별명을 달고 다녔던 저를 1994년 문학세계와 끈을 맺어준 중산 이운룡 박사님이 생각났다”감사함을 전했다. 이어 “이름 석 자 앞에 당당하게 시인을 달게 됐다”며 “날개 달린 저의 시들이 아픔을 치유하고 꿈을 줄 수 있다면 다시 비상하고 싶다”고 밝혔다. 성 시인은 1994년 문학세계 시 부문으로 등단했다. 전북 시인협회 부회장, 무주 문인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문인협회 문인저작권옹호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이 조용한 시간에> <아침의 반란> 등을 펴냈으며 제13회 열린 시 문학상, 제12회 세계문학상 시 부문 본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세계문학상은 사단법인 세계문인협회에서 지난 1999년 제정한 상이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선도하고, 문학의 대중성 확보를 목표로 만들었다.
전북 대표 여류수필가 故박성숙 작가의 영결식이 전북여류 문인장으로 엄수됐다. 향년93세 지난달 31일 오전 전북대병원장례식장에서 진행된 영결식에는 100여 명의 문인들이 참석했다. 장례는 전북여류문학회와 전북 PEN문학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수필가협회, 석정문학회, 표현문학회 등 문인단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문인장으로 치러졌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양영아 전북여류문학회장은 조사에서 “항상 후배들에게 인생의 고뇌와 어려움을 상담해 주시고 격려해 준 따뜻한 미소를 잊지 않겠다”며 “여성 후배들에게 신선한 자극과 문학적 영감을 주었던 안내자를 잃어버렸다”며 애통한 심경을 숨기지 못했다. 후배 문인들의 조시 낭송도 이어졌다. 전선자 시인은 고인의 대표 시 ‘낮달’을 낭독했다. 김은실 수필가도 고인의 대표 수필 ‘달개비꽃 핀 아침’을 읊다가 울먹였다. 조미애 표현문학회장은 고인을 추모하는 조시 ‘규화목 사랑에 핀 쪽꽃’을 낭독해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백봉기 전북문인협회장은 문인 대표 인사에서 “전북문단의 밝은 빛이었던 박성숙 회장님의 소천은 우리 문단에 큰 손실”이라며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세상을 떠난 고인은 1932년 서울 출생으로 경기여자중학교 5학년 때 6·25가 발생하여 전주로 피란, 전주여고와 교토불교대학 문학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문예사조에서 수필부문으로 2011년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에 시 부문으로 등단했다. 고인은 1990년대 전북여류문학회, 전북수필문학회 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2000년대 이후로도 꾸준히 수필집과 시집을 내며 전북수필문학상, 전북여류문학상, 해양문학상, 전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발인은 1일 오전 전북대학교병원에서 엄숙하게 치러졌다. 장지는 모악추모공원.
“실패를 예견하고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 것이다.”(책‘안 망하는 식당 창업’ 본문 중 발췌) 오재천 전주밥상 다잡수소 대표이사가 몸소 경험해 터득한 실패하지 않은 식당 창업 비법서 <안 망하는 식당 창업>(더 로드)을 출간했다. 젊은 시절 막연하게 꿈꿔왔던 외식업에 아무 준비도 없이 뛰어들어 좌충우돌 40년 동안 36번의 창업을 경험한 그가 책 전반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성공하는 비법이 아닌, 실패하지 않는 방법이다. 오 대표는 머리말을 통해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통해 준비 안 된 식당 창업이 개인과 가정에 손실을 주고, 국가와 사회에 얼마나 큰 문제를 야기하는지 몸소 체험했다”며 “쪽박 차는 실패한 식당 창업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이 책을 쓰게 됐다”며 이번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책에는 오 대표가 식당을 창업하게 된 이유를 비롯해 좌충우돌 식당 창업기, 식당이 망하지 않는 방법, 더욱 성공하는 방법 등 그가 직접 경험한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원인,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 등 세상 어디에서도 들어볼 수 없는 소중한 사례가 담겼다. 최종문 전주대 문화관광대 학장은 추천사를 통해 “오재천 대표가 이번에 평생 창업해 온 경험으로 터득한 성공과 실패 사례를 모아 세상 어디에도 없는 소중한 자료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이 책이 대한민국 식당 창업의 실패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임을 확신하며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효진 전주대 외식산업조리학과 교수도 “사회가 복잡해지고 소비자의 요구도 다양해 짐에 따라 외식사업의 형태도 다양해졌고, 경영을 위하나 외식사업자의 역할이 다변화됐다”며 “이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그간 외식업에서 실행하셨던 경험과 균형감은 여전히 큰 귀감이 될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귀한 자료를 만들어주신 오재천 대표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추천사를 남겼다. 오 대표는 경복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현재 전주밥상 다잡수소 대표이사임과 동시에 (유)KBFS 대표이사와 전북 아이스하키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주풍물시동인회가 연간 시집 제33호 ‘풍물’을 펴냈다. 전주풍물시동인회는 ‘작품보다 인간을, 인간보다 삶을, 삶보다 더 소중한 거시기를 추구하자’며 소재호, 이동희, 정희수, 진동규 4인의 회원으로 1987년 9월 처음으로 결성돼, 현재까지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시동인회다. 이들이 새롭게 펴낸 이번 시집에는 조기호, 김남곤, 진동규, 최만산, 이동희, 소재호, 정군수 등 지역을 기반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20여 명의 시인이 창작해 낸 60여 편의 신작 시를 만나볼 수 있다. 또 조기호·우미자·장욱·김미림·심옥남 회원들이 새롭게 펴낸 책에 대한 소개와 함께 전주풍물시동인회의 연혁도 담겼다. 김기찬 회장은 여는 글을 통해 시인은 시를 쓰는 나무라 생각하면 전주풍물시동인회는 40여 년간 스물두 명의 크고 작은 나무들로 이룬 언어의 숲이다”며 “나는 이 숲에서 감각을 다스리고 정신을 집중할 것이며, 풍물시동인회는 이 야만의 세상에 선한 영향력이라는 큰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장창영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나무의 속살을 읽다>(북컬쳐)가 출간됐다. 수월하게 읽히는 말을 맵시 있게 엮어가는 솜씨로 장창영만의 시세계를 구축해 온 시인은 착실히 다져온 자신만의 고유한 화법을 펼쳐 보인다. 그동안 여행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였던 그는 이번 시집에서 현장에서 만난 자연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시집에는 생태와 환경에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였던 시인의 자기고백과 우리 시대에 던지는 화두가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화려한 수사보다는 담담하고 직접적인 일상의 언어로 삶의 익숙한 풍경들을 불현 듯 낯설게 감각하도록 그려낸다. 차분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생명의 본질을 응시하는 시편들은 잔잔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시인만의 성찰이 담겨있어 사유의 폭이 넓고 깊다. “나무가 숨겨 놓은 길을 따라 걷는다/골은 깊고 험해서 발을 잘못 디디면 바로 낭떠러지다/나무라는 게 길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잘 들여다보면 물이 흐르고 계곡이 있고 산이 있고/그리운 사람이 거기 있다”(시 ‘나무를 읽다’ 중에서) 시집에 등장하는 지명들도 화려하다. 우포, 용늪, 섬진강, 구례 사성암, 선암사, 부안 곰소, 완도, 운주사, 통영, 제주에 이르기까지 전국이 시집의 무대이다. 시인은 전국 방방곡곡 누비며 자연을 선명하게 묘사하고, 생명의 경이로움을 은유와 상징적 묘사들로 완성시켜 독자들에게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준다. 문신 시인은 시집에 대해 “숲에 걸터앉아 오가는 사람들에게 하루 종일 이 시집에 실린 시를 읽어주고 싶다”라며 “시는 숲을 물들일 것이고 사람들의 영혼에 따뜻한 불을 밝혀주기도 할 것이다”고 밝혔다. 전주에서 태어난 시인은 신춘문예 등단 이후 시집 <동백, 몸이 열릴 때> <우리 다시 갈 수 있을까> <여행을 꺼내 읽다>와 인문서 <나무의 문을 열다> 등을 출간했다.
김혜원 사진집 <여가의 지형학>(눈빛)은 상업화된 풍경, 산업화된 지형을 성찰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다. 골프장과 수영장, 공연 무대와 객석 등 자연 속의 유료화 된 여가 문화 공간을 통해 자연이 상품으로 변한 이 시대의 풍경 양식을 기록한다. “김혜원의 카메라는 엄격한 최소주의자의 시점을 견지한다”는 함돈균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작가는 웅변가의 욕구를 억압하고 개입 없는 최소주의자적 태도를 취한다. 카메라가 덜어낼수록 피사체가 또렷해진다는 원리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그가 포착한 풍경은 풍경 외부에 위치한 카메라가 아니다. 풍경 내부를 사는 자의 시선으로 드러난다. 실제적이라기보다는 실재 그 자체라는 의미이다. 김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프로파간다적인 문화 비판이나 환경 옹호를 표방하지 않고, 시대 현실과 사회 상황에 대한 가치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고자 했다”며 “저널리즘이나 다큐멘터리 사진의 소비 풍조를 비난하는 직접적 서술이나 환경 옹호의 선동적 어투로부터 벗어나 예술 사진과 불투명한 경제에 서고자 했다”고 밝혔다. 사진가로서 자신의 의도와 객관적 시각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4×5인치 대형 카메라의 깊은 피사계 심도로 롱 샷 촬영을 주로 하고 있다. 평면적이고 미니멀한 형태와 차분한 파스텔조의 컬러, 낮은 콘트라스트와 간결한 톤으로 조형적이고 절제된 이미지를 완성해 공간의 문화적 현실을 시적·서정적 풍경으로 승화했다. 김혜원 작가는 전북대 국문과와 우석대 대학원 문창과에서 현대시와 시창작을, 백제예대와 중앙대 일반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산업자본주의 소비문화 시대를 맞아 인간의 손에 의해 변화된 지형과 환경을 소재로 에코토피아를 지향하는 작업을 일관되고 추구해왔다. 그동안 <용담댐 시리즈-풍경> <34개의 야외 주차장> 등으로 15번의 개인전과 50여회의 단체전을 선보여왔다. 201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먼지'가 당선된 후 문학과 사진의 상호텍스트성에 대한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백제예술대 시잔과에서 사진 이론을 전북대 국문과에서 현대시인론과 글쓰기 등을 가르쳤다. 현재는 명지대 한국이미지언어연구소 연구교소로 재직중이다.
박지숙 작가의 작품집마다 제목은 늘 감탄스럽게 한다. 이번에는 ‘히든’이라는 말이 끌렸다. 작가의 말대로 저마다 히든스토리는 있다. 책의 주인공의 히든스토리는 아니더라도 부모님이 들려주는 자신이 몰랐던 이야기들이 누구나 있을 테다. 세 주인공의 이야기가 힘든 자기를 이겨낼 수 있게 만드는 히든스토리가 밝혀지는 이야기라 안나, 한별, 요셉은 한 뼘은 컸을 성장스토리다. 안나는 항변한다. ‘왜 다들 나를 다문화라고 하는 거야? 날 반쪽짜리 한국인 취급하지 마. 난 하프(half)가 아니라 보스(both)라고! 게다가 난 우크라이나 왕족의 혈통인데 왜 몰라주는 거지?’ 똑 부러지는 안나는 ‘한국인이면 한국이지 다문화 한국인이라 하면 마치 다른 무리로 분리’하는 기분이 든다고 반 아이들 앞에서 당당히 말한다. 이 부분을 읽는 순간 떠오르는 기억 하나가 있다. 한 학교에 동시수업을 할 때였는데, 내게 보여준 동시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다문화 아이들을 안 좋아해서 엄마가 창피했다. 엄마는 하얼빈에서 왔다. 한국말을 잘하는 엄마가 지금은 자랑스럽다.’ 나는 이 아이를 칭찬해주었다. 그 후, 마치 Coming Out 하듯 여기저기서 엄마 얘기를 소재로 써왔다. 일일이 잘 썼다 말해준 적이 있다. 가히 안나의 마음을 가늠 할 수 있겠다. 수업을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알아보는 게 있다. 다문화, 한부모 세대, 조부모 가정, 한글을 쓰지 못하는 아이 등등 수업 중에 참고할 사항들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 사항에 해당되지 않은 아이를 찾기가 더 쉽다. 수가 훨씬 늘어난 탓이다. 한별은 답답하다. 긴 상자를 산타가 놓고 갔다느니, 펠리컨이 아기 보따리를 열린 창문으로 내밀었다느니, 엄마는 한별을 헷갈리게 만든다. 자신의 출생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 가는 한별은 두려움까지 느낀다. 예전에 ‘다리 밑에서 데려왔다. 자꾸 울면 다시 다리 밑에 두고 올 거다.’ 협박했었다. 한별의 궁금증과 두려움이 느껴진다. 요셉은 독특한 취미와 다른 엄마들에 비해 나이가 많고, 요셉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엄마가 그리 반갑지 않다. 나도 아이를 늦게 낳아 요셉의 엄마의 행동이 이해가 완전 공감된다. 세 아이의 저마다 궁금한 출생의 비밀, 세 엄마는 저마다 아이들의 성장하는 이야기를 나누고, 고달픔도 함께 나눈다, 맥주와 함께. 처음 책표지를 마주하고 무슨 아이들이 맥주 캔을 들고 행복한 세 사람이 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의문이 풀렸다. 같이 고민하고, 엄마로서 함께 고민하는 세 엄마들의 유쾌한 포즈였다. 눈을 위로 돌리면 궁금증과 불만을 가득 담은 안나, 한별, 요셉이 내려다보고 있다. 제목이 히든스토리인 만큼 Spoiler는 그만 마치겠다. 이 세 명의 히든스토리가 향한 방향과 바탕은 ‘사랑’임을 알려준다. 축복 받고 태어나지 않은 사람에 없다 알려주는 동화. 흥미롭고, 따뜻한 이야기다. 김영주 작가는 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 2018년 동양일보 동화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2020년 장편동화 『레오와 레오 신부』 출간. 2021년 청소년 소설 『가족이 되다』출간. 2023년 수필 오디오북 『구멍 난 영주 씨의 알바 보고서』 출간. 2023년『너의 여름이 되어줄게』5人앤솔러지 2023년 『쉬, 비밀이야』앤솔로지동시집. 2024년『크리스마스에 온 선물』 출간.
박보검이 무주에 떴다⋯상점 하나 없는 곳에 왜?
[안성덕 시인의 ‘풍경’] 까치네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박복영 시인-장선희 ‘조금조금 초록 벽지’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황보윤 소설가-황석영 ‘할매’
차가운 세상에 건네는 따뜻한 위로…복효근 산문집 ‘밑불이라는 말이 있다’
정읍 칠보 유무형 문화유산 백과사전⋯㈔정읍문화유산연구회, ‘하늘과 땅과 사람과’ 출간
2026 교동미술상 수상자에 조헌·강유진 선정
부안 지식인, 초은 신관열의 생애와 학문 집대성 ‘초은문집’ 국역본
540억 투입 전주시립미술관, 소장품 예산은 1억...내실 부족 우려
밀도 높은 위로를 전하다…밥장의 그래픽에세이 ‘외롭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