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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소설] 오월의 박제관 - 배은정

박제관은 폐쇄되었지만 밖에서도 유리부스 안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해화는 철제 난간에 허리를 걸치고 얼굴을 통유리에 바싹 들이댔다. 줄무늬가 선명한 호랑이가 앞다리를 쳐들며 포효했고 그걸 청설모가 바라보았다. 사나운 맹수의 기백을 마주한 자그마한 설치류의 태도치고는 다소 능청스러워 관람하는 입장에서는 맥이 빠졌다. 족제비는 지루한 듯 시선을 창 너머로 멀찍이 드리웠다. 사슴은 다소곳하게 다문 입 밖으로 송곳니가 튀어나와 기괴했다. 해화가 잇몸을 드러내며 따라 했다. 인조 나무에 앉은 백문조는 빛바랜 종족들과 달리 도기로 만든 변기처럼 윤기가 흘렀다. 황관 앵무가 눈알을 치켜 올려 해화를 쳐다봤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사자관과 철새관이 있었지만 중첩된 유리에 잔상이 겹쳐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들어가서 보면 좋을 텐데…….” 정우가 난간에 매달린 해화를 쳐다보며 말했다. “박제라면 살아있었다는 거지?” 해화는 난간을 아예 타고 넘어버렸다. 난간에서 녹슨 철문 소리가 났다. 정우는 살아있었다의 ‘었’자를 강조하며 지금은 죽었다고 말했다. 해화는 같은 의미라도 말의 생기가 다르다며, 난간의 양 끝을 B와 D로 지칭하고 한쪽 발끝으로 반원 모양을 그리며 움직였다. “박제는 여기쯤 아닐까? Birth와 Death 사이의 여기.” D 바깥에 선 해화의 어깨를 정우가 슬며시 B 쪽으로 당겼다. 정우는 난간을 넘지 않았기에 난간 너머는 해화와 박제품이 있었다. 박제품은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나온 공산품과 달랐다. 생명과 결부되어본 것들만의 특징이 있었다. 인위적으로는 절대로 만들 수 없는 진득한 세월의 더께 말이다. 정우가 적당한 표현을 떠올리며 침묵하는 사이 해화가 끼어들었다. “구차하달까…….” 해화는 다음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 같더니 곧 이어서 말했다. “너와 내가 나눠야하는 대화처럼 말이야.” 정우는 퇴단서를 꺼내려고 내려놓던 배낭을 다시 짊어졌다. 강의 조언대로 전망대가 나을 것 같았다. 해화는 손 그늘을 만들고 유리창에 바짝붙었다. 박제된 털은 결이 가지런했지만 인공의 광택은 없었다. 살았다면 부단하게 물고 빨고 핥았겠지만 손질 안된 티가 확연했다. 엉키고 뭉친 갈기를 철석거리며 달리는 박제 사자를 상상했다. 정우는 스틸은 괜찮지만 동영상은 부자연스런 것들을 열거했고 가슴확대수술을 한 여배우에 이르렀다. “오늘 우리 대화의 수위가 상당히 높은가 보구나?” 정우는 예술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렸을 뿐이라고, 불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변명을 길게 했다. 해화는 귀담아듣지 않고 줄곧 개미핥기의 발가락에 시선을 두었다. “박제될 걸 예상했나 봐요. 저토록 드라마틱한 자세로 죽은 걸 보면요.” 화제를 돌리려는 정우의 말에 해화는 대구도 없이 유리에 입김을 불고 개미핥기의 발가락 사이에 점을 찍었다. 이럴 때보면 반세기 넘는 해화의 나이가 믿기지 않았다. “이런 걸 발샅에 낀 때라고 하지.” 정우는 발샅의 의미를 몰랐지만 어쩐지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박제관은 단층의 두 개 동이 전부였고 면적에 비해 전시품이 많았다. 안내문에 따르면 H 리조트가 건설해 R 시에 기부했다. 리조트 뒤편의 숲 탐방로도 마찬가지다. 탐방로까지 도로가 닦여 있어 성수기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외발 수레를 밀고 가는 관리인이 두 사람을 흘깃거렸다. 수레에 담은 잔목은 관리인의 정돈 안 된 머리카락처럼 삐주룩했다. 관리인은 금방이라도 둘을 쫓아낼 기색이었기에 해화가 정우의 팔을 끌어당겼다. 오월 하순인데도 백합이 피어있었다. 한 그루 안에도 막 피어나는 봉오리와 쪼그라들고 말라비틀어진 꽃이 공생했다. 앞서가던 해화가 박제관 쪽으로 휙 돌아섰다. 뒤따르던 정우가 흠칫 놀라서 멈췄다. “깃털이 흔들렸어.” 해화가 말했다. 날갯죽지를 한껏 펼친 백문조가 날개를 슬며시 접더라는 것이다. 해화는 돌아오는 길에 확인하겠다며 사진을 찍고 호랑이 옆의 청솔모, 족제비 뒤의 사슴을 되뇌었다. 리조트에는 손님이 없었다. 인부들 서넛이 끙끙대며 파라솔을 옮겼다가 원위치에 갖다놓았다. 가로등에 다가서니 음악이 켜졌다. 나무에 붙은 매미 스피커였다. 처음이라기에는 이미 아는 듯하고 우연이라기에는 정해진 듯하다는 가사였다. “우리가 여길 통째로 빌린 것 같네.” 노래를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던 해화가 말했다. 등산로 입구는 덩굴장미로 꾸며졌다. 바닥은 두툼한 야자 매트가 깔려 푹신했다.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통로 같은데요.” 정우가 말했다. 얼마 안 가서 해화는 무릎에 손을 얹고 정우에게 눈을 찡긋했다. 극단에는 비밀로 해달라는 의미였다. 스스러울 것 없는 노화과정이 극단에서는 약점이 됐다. 정우가 아는 단원들 몇몇이 비슷한 속내를 드러냈기에 안쓰럽기까지 했다. 둘은 보조를 맞추며 걷다가 쉬었다. 성당이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고즈넉한 성당 정원에는 조경수가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나지막한 회양목을 울타리 삼아 성모상이 마을을 보고 서있었다. 옴폭한 분지에 올망졸망 모인 건물 대부분은 숙박시설이었다. 왕년에 빛나던 관광지구는 박제품처럼 움직임이 없었다. 인적은 드물었고 된볕만 넘쳤다. 쇠락했다기보다 시간에 멈춰버린 모양새였다. 정우는 극단이 떠오른다고 했고 해화는 무슨 말이 하고 싶으냐고 쏘아붙였다. “선배가 제출한 제안서 봤습니다.” 정우는 굳이 선배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해화와의 첫 회식에서 합의한 호칭이었다. 해화는 단무장이라는 호칭이 별로라고 했다. 너도나도 부르는 선생님은 질색했다. 해화는 누나라고 부르라고 했지만 선배의 선에서 타협을 봤다. 실제로 대학 선후배기도 했다. 정우의 직속상관인 강은 예술단 행정담당자가 연극단원과 어떻게 선후배가 되느냐고 했지만 해화는 운영의 묘를 살리려면 허울이 없어야 한다며 정우를 두둔했다. 해화는 제안서가 어떻더냐고 묻지 않았다. 정우로서도 급할 건 없었다. 탐방로는 길고 등반이 끝날 즈음 이야기는 마무리될 것이다. 걷기나 즐겨야지 생각하는데 해화가 서두는 치우고 결론만 요약해달라고 했다. “특별하지 않았어요.” 정우는 구태의연하다는 말까지 하지 않았다. 특별함은 예술의 숙명이고 예술가에게 특별하지 않음은 치명적이라고 해화가 읊조렸다. 성당에서 삼종소리가 들려와 대화가 끊어졌다. 성모상 앞에서 누가 성호를 그었다. 정우가 보기에는 목발을 짚은 여자였는데 해화는 남자라고 했다. 아무튼 정우에게는 여자로 해화에게는 남자로 보이는 목발 짚은 이가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목발에 겨드랑이를 낀 쪽으로 상체가 비뚜름하게 기울었다. 성모상은 아기 예수의 머리에 고개를 파묻고 묵상했다. 볼수록 남자가 분명한 목발이 성모상에서 서너 걸음 떨어진 벤치에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삭처럼 고개를 숙이더니 어깨를 들썩였다. 해화와 정우는 당혹스런 눈빛을 나눴다. 들썩임은 잦아들자 문제의 순간이 이어졌다. 목발을 짚지 않고 일어서다 쓰러진 것이다. 벤치의 모서리를 부여잡고 안간힘을 썼지만 일어서지 못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 주저않길 반복하다 제자리에 드러누워 버렸다. “저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해화가 말했다. “가시려고요?” “이런 대사가 있어. 예전의 당신과 완전히 이별하지 못했군요. 목발의 저이도 그럴거야.” 목발이 바닥을 치고 소리를 질렀다. 해화와 정우는 오던 길을 내려갔다. 갈림길이 나타났고 두 사람은 오지 않은 길을 택했다. 성당은 갈림길에서 멀지않았다. 방금까지 내려다보이던 성모상은 그대로였지만 목발은 없었다. 해화와 정우는 목발이 쓰러졌던 벤치에 앉았다. 정우는 해화에게 생수를 건넸고 해화는 벌컥 소리를 내며 들이켰다. “목발을 쓴 지 얼마 안 됐을 거야.” 해화의 말에 정우가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다. “목발은 건강한 다리에 짚어야 하거든.” 정우는 이해되지 않았다. 아픈 다리를 보조하는 장치가 목발 아니냐고 되물었다. “성한 쪽에 목발을 짚고, 목발과 아픈 다리를 동시에 내밀며 걷는 거야.” 해화는 몸소 시범을 보였다. 목발에 엉켜 뒤뚱거리다 넘어져 가며 배운 지혜라고 했다. “목발의 그이는 잘 갔겠지?” 해화의 눈가에 주름이 깊어졌다. 가까이서 본 성모상은 표정이 모호했다. 마을을 굽어보는 시선이 자애로우면서도 근심스러웠다. 수몰하는 세상을 보는 모습이랄까. 정우의 말에 해화는 문학을 전공했다더니 소설을 썼냐며 피식 웃었다. 정우는 아무 말없이 배낭을 뒤적여 샌드위치를 내밀었다. 먼 길을 오느라 시장했던 터다. 출근하자마자 두 시간을 운전해왔다. 주소를 알려준 이는 강이었다. 강은 퇴단서를 쥐어주며 서명을 못 받으면 돌아올 생각을 말라고 했다. 해화는 포장지의 재료명을 읽었다. 성분 하나라도 내키지 않으면 먹지 않을 심사로 보였다. 밀은 캐나다산이고 멀티몰트믹스는 독일산이고 마가린은. 재료를 차례차례 읽던 해화가 처음 맡은 배역이 가린,이라고 했다. 마가린을 읊자마자 가린이라고 했기에 정우는 웃음을 터트렸다. 해화는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라며 정색했다. 가녀린 소녀 역할이었지만 어린 해화는 통통한 편이어서 지도교사가 대본에 없는 대사를 만들어주었다고 했다. “나는 가녀린 가린이라고, 모든 대사를 그렇게 시작해야 했어.” 배우와 캐릭터의 부조화를 대사로 보완했던 셈이다. 해화가 대사를 읊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보이는 것과 달리 가녀리게 봐달라고, 가린이 대사를 할 때마다 관객석에서 폭소가 터졌다고. 벌써 사십 년이 넘은 일이라면서 샌드위치는 나중에 먹겠다고 했다. 평평하던 탐방로는 가파른 흙길로 접어들었다.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 사이로 바람 한 점도 불지 않았다. 쉴 곳을 찾던 두 사람 앞에 볕살 너른 곳이 펼쳐졌다. 도톰한 둔덕에는 나지막한 팻말이 꽂혀있었다. 분묘 번호 15번. 팻말에는 분묘 연고자의 연락을 기다린다는 이장 안내문이 적혀있었다. 해화는 분묘 앞에 주저앉았다. 정우는 무덤이라 신경 쓰인다며 어정쩡하게 쪼그려 앉았다. 해화가 여지껏 내려놓지 않던 배낭을 열었다. 배낭에 든 것은 와인 한 병과 오프너가 다였다. “웬 와인이에요?” 정우가 기가 찬 듯 물었다. “극단엔 비밀이야.” 해화는 검지로 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분묘에 와인을 뿌리고는 병째로 들이켰다. 정우에게도 권했지만 운전을 이유로 거절했다. 해화는 자기 몫의 샌드위치를 정우에게 건내고 와인을 마시며 샌드위치 포장지를 다시 읽었다. 출석부를 든 담임처럼 성분을 하나씩 호명했고 정우는 맛을 음미하며 들었다. 이름에서 각각의 맛이 났다. 샌드위치 하나에 들어간 재료가 스물여섯 가지였다. 정우가 극단의 단원 수와 똑같다며 신기해했다. 해화는 부분이 모여 전체가 되는 것들을 이야기했다. 완제품은 구성성분을 닮는다고 정우가 말했고 작품은 배우를 닮는다고 해화가 말했다. 해화는 대본을 읽듯 물티슈의 성분을 읊기 시작했다. 헥실렌글라이콜, 라우릴피리디늄클로라이드, 디소듐이디티에이……. 해화의 입술을 거쳐 나온 화학성분들은 마법을 부르는 주문 같았다. 하나같이 무게감이 꽉 찬 이름이었다. “복잡한 재료에 비해 결과물이 깔끔해서 좋네요.” 정우는 거추장스러운 성분을 한 장의 펄프에 녹여낸 성공작이라고 말했다. 해화가 이해가 안 된다며 물었다. “도대체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것들로 만들어졌는데도?”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결과물이 중요하죠. 안 그래요?” 와인병은 불투명했지만 해화가 고개를 꺾어 마시는 걸로 봐선 바닥에 가까웠다. 별말 없이 와인을 들이키는 해화에게 정우가 결정을 내려달라고 했다. 해화는 골치아픈 선택에서 벗어나려는 듯 태엽을 과거로 감았다. 해화는 돈사 근처에 살았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비가 오면 악취가 심해졌어.” 해화는 악취가 시간을 거슬러 온 것처럼 눈살을 찌푸렸다. 정우도 따라서 인상을 썼는데 대화의 맥이 흐려졌기 때문이다. 해화는 비가 오면 돈사에서 분뇨가 쏟아져 나왔다고 말했다. 농장주는 빗물에 쓸려가길 바랐지만 말 그대로 바람에 불과했다. 민원이 불거지자 취재기자가 농장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농장주는 선대부터 해왔던 방식이라고 맞섰다. 원래 분뇨에서는 냄새가 난다고.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부터 돼지가 살았고, 젊은 농장주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던 냄새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그럼 우리 돼지는 어디서 살아야 하나요, 하소연도 했다. “아무래도 갠 날이 좋았겠어요?” 정우는 대화의 맥을 잊고 해화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말이야.” 해화는 입안에 머금고 있던 와인을 삼키면서 말했다. “맑은 날엔 포소리가 났어.” 외곽지 아파트는 저렴한 이유가 있었다. 사격훈련장은 거실에서도 보였다. 나무 한 그루도 자라지 않는 가파른 산비탈이었다. 훈련장으로 이어진 도로는 군용차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훈련 날마다 굉음이 요란하게 울려 돼지가 유산을 할 정도였다. “악취와 소음, 어느 편이 나을까?” 둘 중에 하나를 골라볼래,라는 말투였다. “그런 데서 어떻게 살았어요?” 정우는 골치 아픈 수학 문제를 집어던지는 아이처럼 심술궂게 말했다. “비가 오든 맑든 언제나 나는 말이야…….” 해화의 눈에서 희미한 미소가 지나갔다. “그때가 좋았어. 극단에 막 입단했을 때거든.” 모노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 순간이었다. 해화는 대화를 나눈다기보다 홀로 과거로 가버린 것 같았다. 핀조명만 비추면 해화는 무대에서 독백하는 배우이고 정우는 제1열에 앉은 관객이었다. 정우는 해화의 모놀로그에 집중했다. 해화는 그때 예명을 해화로 지었다고 했다. 생활비를 아끼려고 에어컨도 못 켰지만 괜찮았다고. 악취가 심하면 돼지들이 크고 있구나, 포탄 소리가 나면 군인들이 저토록 훈련에 열중하니 편히 자도 되겠구나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연습은 고됐지만 무대가 있어 감사했다. 고백컨대 한 번도 나태하지 않았다고. 그녀는 긴 대사를 마친 배우처럼 눈을 질끈 감았다. 연극은 대사 없는 구간에도 메시지가 있다. 반면 현실의 침묵은 어색했다. 해화는 대사가 많은 연극일수록 침묵의 묘미를 살려야한다는 말로 침묵을 깼다. 정우는 극단을 위해 선배들이 결단해달라고 부탁했다. 선배라면 누구냐고 해화가 물었다. 몇몇을 지목하니 그들이구나,라며 이름을 읊조렸다. 정우는 석이 빠진 이유를 서너 문장으로 준비하고 있었지만 해화는 묻지 않았다. 석이 시장의 라인이라는 소문은 파다했다. 해화가 그들과 사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건 정우도 알고 있었다. 무대에 임하는 태도 또한 달랐다. 다만 극단은 변화가 필요하고 해화는 연장자다. 무엇보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재탕한 제안서로는 어림도 없다. “극단은 쇄신이 필요해요. 고도만 기다릴 수 없다고요.” “고도가 어때서?” 해화는 고도만큼 인간존재의 부조리성을 담은 작품이 어딨냐고. 부조리를 무대에서 구현하는 예술이 연극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대중은 새로운 걸 원해요.” “우리의 역량 안에서 새로운 걸 찾아으면 돼.” 해화는 시간을 두고 고민하면서 우선 잘 하는 것에 집중하자고 했다. “뭘 기다려요? 고도를요? 도대체 고도가 뭔데요?” “그걸 알았다면… 베케트가 썼겠지.” 다시 또 벽이다. 해화와의 대화는 풀리는가 싶다가도 어느샌가 막혔다. 해화를 거꾸로 읽으면 되는 화해는 멀어만 보였다. 극단은 언제부터인가 상임연출을 두지 않았다. 대외적으로는 극단만의 색깔을 찾는 여정이라지만, 속내는 상임을 둘 예산이 배정되지 않았다. 단원들은 연출 개인에 치우치기보다 극단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구축하는 기회로 삼자고 다짐했지만 객원 연출이 위촉될 때마다 객원과 합을 맞추느라 줏대 없이 흔들렸다. 최근 위촉된 객원은 대학로에서 감각 있는 연출로 지명도가 높았다. 대다수 단원들보다 어렸지만 그의 열정에 배려는 없었다. 객원은 몸짓 언어로 인물을 드러내는 실험적인 작품을 제안했다.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트레이너를 데려와 스트레칭을 시켰다. 경직된 몸이 본인도 모르게 캐릭터 창조를 방해한다는 이유였다. 몸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야 입체적인 연기가 가능하다는 건 단원들도 동의했다. 다리 찢기나 반복하려고 배우가 된 건 아니지만 동작이 제대로 되지 않아 뭐라 할 말도 없었다. 객원의 말대로 연극은 몸짓과 언어의 시학이다. 대사 위주로 연기했던 배우들의 몸은 굳어있었다. 나이 든 배우들의 무대가 몸짓보다 언어 쪽으로 기울어간 탓이다. 서넛의 연장자를 시작으로 지각이 속출했다. 느지막이 나타난 배우의 셔츠 위로 부황 자국이 선명했다. 진단서를 들이미는 단원들을 연출가도 어쩌지 못했다. 물론 해화는 누구보다 성실히 임했고 후배들을 다독여 봤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배역 테스트에서 연장자는 모조리 탈락했다. 최고 배점은 몸의 유연성이었다. 단원들은 관행을 송두리째 무시했다며 반기를 들었다. 의례적으로 주인공은 연장자에게 먼저 제안됐다. 연장자가 거절하는 제스처를 취하면 그제야 차순위를 의논했다. 정해놓은 규정은 없었지만 배역은 적절하게 배당됐다. 극단 나름의 오랜 규칙이 깨진 것이다. 강은 다시 정우에게 연락해 퇴단서를 가져오지 못하면 시말서로 대신해야 할 거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정우는 불쾌한 음성이 새나갈까 해화를 등지고 통화했다. 극단은 해체의 기로에 섰다. 의회는 예산 감액을 통보했고 장기적으로 법인화를 거론했다. 정우는 곧 마무리하겠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너도 고생이 많구나.” 통화가 끝낸 정우에게 해화가 말했다. 강은 해화에게 말을 조심했다. 말을 해놓고 눈치를 보고 아니다 싶으면 말을 부정했다. 강이 해화에게 자주 한 말은, 그런 말이 아니고요,였다. 해화에게는 사람 좋은 척하다가 골칫거리는 정우에게 떠넘기는 꼴이었다. 바로 이 순간이 그렇다. 강은 사무실에서 전화기나 붙들고 있고, 정우는 무명의 묘지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다. 정우는 더 이상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다. “퇴단해 주십시오.” 고개를 숙이고 눈치를 살피는 정우를 보고 해화가 피식거렸다. 도무지 심각해지지 않는 해화에게 정우는 그만 짜증이 났다. “극단도 변해야죠.” 정우가 극단이 올린 최근작들을 열거했다. “씨받이로 들어간 여자 이야기도 있었잖아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씨받이냐고 따지려는 의도였다. “만삭이 돼서야 독립운동가 남편이 돌아오지.” 금세 작품에 몰입한 듯 해화의 눈빛이 아득해졌다. “죄다 지난 시대잖아요.” 해화가 그게 뭐 어때서라며 정우를 쳐다봤다.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정우는 고전이나 기웃하는 방식으로 예술기금을 지원받기 어렵다고 했다. 예산 담당인 정우가 문화예술과로 차출된 이유는 재정 감축을 위해서다.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인 재정운영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시장의 공약사업 추진비를 최대한 확보하자는 의도였다. 사업의 중요도에 따라 예산을 배분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서 공공예술은 선택받지도 집중되지도 못했다. “젊은 관객 좋아하네.” 해화는 지금은 초고령 사회가 아니냐고 비꼬았다. 정우는 고령일수록 극장을 덜 찾는다고 말했다. 해화는 그래서 찾아가는 공연을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돌뱅이처럼요?” 정우는 단어 선택이 적절치 않다고 깨달았지만 이미 내뱉은 후였다. 정우는 극단만의 시그니처 극을 만들 계획이며 투자자를 찾는 것이 목표라고 마저 말했다. 원대한 계획에서 해화는 제외됐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배제된 이유를 모르겠다고 넋두리하는 단원들도 있기는 했다. 정우는 형의 놀이에 끼워달라고 보채는 어린 동생 같다고 생각했다. “목발도 성한 쪽에 쥐어줘야 한다면서요? 우리 처방이 그래요. 건강한 쪽에 목발을 주려는 거라고요.” 정우는 창단 20주년 기념식에서 감사의 뜻을 전하겠다고 덧붙였다. 예술회관 로비에 아트 월을 조성해 해화를 기억할 계획이다. “나를 박제하겠다는 거야?” 해화는 얼음처럼 미동이 없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던 자잘하고 우아한 동작들, 쾌활한 언어와 눈웃음이 사라졌다. 연극 ‘마리오네트’의 주인공처럼 몸짓에 생기를 잃었다. 해화는 마리오네트 역이 마음에 들었지만 주인공을 열망한 다른 배우가 차지했다. 몸의 마디마다 실을 묶는 연기라 체력 조건도 고려됐다. 해화보다 한참 어린 배우는 의욕이 앞섰는지 몸짓이 과하다는 평을 받았다. 해화라면 어땠을지 상상한 적이 있었는데 바로 눈앞에서 현실이 됐다. 해화는 줄이 끊긴 마리오네트처럼 어깨가 늘어졌다. 무대에는 승강장 표지판뿐이고 마침 이곳에도 분묘 번호 15번 팻말이 있다. 망연자실하며 팻말 아래 주저앉은 승객은 돌아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를 따라 뛰어가봤지만 얼마 못가 벅찬 숨을 몰아쉬며 쓰러졌다. 배낭에는 백 미터를 18초에 뛰던 탄탄한 다리와, 무대만 보면 방망이질하던 심장과, 남이 뭐라든 상관없던 자존감과, 잃을 것 없으니 두려울 것 없다는 냉소와, 굵고 윤기나는 머리칼까지 들어있다. 배낭 없이는 살아본 적이 없으니 이전처럼 살려면 찾아오는 수밖에. 하지만 가진 거라고는 덜거덕거리는 무릎과 늘어진 어깨, 나약한 정신력뿐이었다. “박제가 아니라 기념하겠다는 겁니다.” 극단이 지금까지 오는데 해화의 역할이 컸음을 안다. 지렛대라는 말보다 주춧돌에 가까웠다. R 시의 가난한 연극인들은 20년 전 해화를 주축으로 공립극단을 창단했다. 직장에서 퇴근해야 연습을 할 수 있었던 배우들이 아침부터 연습실로 출근했다. 극단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무대에 집중했다. 해화는 초대 연출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배우로 남았다. 그동안 많은 작품들이 무대에 올랐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연습해서 완성한 작품들이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호흡은 안정됐고 연기가 노련해졌다는 평을 들었지만 관객은 늘지 않았다. 무대를 마치고 뒤풀이 때마다 노련하다는 말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노련미 넘치는 무대라면 왜 관객은 오지 않는 것인지. 노련의 능란함과 익숙함 중에 무엇이 문제인지를 다투다가 술에 취했고 다음날이면 모조리 잊고 다시 연습을 했다. 패기에 찬 단원 일부가 관객을 직접 만나러 가자고 제안했고 거리공연이 성사됐다. 관객도 배우도 집중하기 어려운 무대였지만 호응은 좋았다. 대중적인 작품이 선택되고 통속적인 각색이 이뤄졌다. 극단이 야외에서 머무르는 동안 예술회관은 고가의 초청 공연으로 채워졌고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R 시의 세금으로 만든 극단을 시민들이 외면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위기를 뚫고 나갈 손쉬운 일 순위로 인력의 물갈이가 거론됐다. 연봉이 높은 단원을 정리하고 빈자리는 계약직으로 채우는 계획이었다. 정우의 말을 듣던 해화가 주섬주섬 배낭을 열었다.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뭐하는 거예요?” 해화가 정우의 목에 오프너를 들이댔다. 코르크를 뚫던 나선형의 날카로운 끝이 울대를 건드렸다. “어때?” 해화가 물었다. 정우를 더욱 당혹게 한 건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라는 것이었다. 기시감의 정체는 곧 무대에 오를 20주년 기념 연극이었다. 낭떠러지로 내몰린 주연배우의 표독한 연기를 정우도 본 적이 있다. 연출에게 서류를 전하러 연습실에 들렀던 때였다. 배역을 맡지 못한 배우들은 연습에 불참했지만 해화는 귀퉁이에 앉아 지켜봤다. 연습실에서 본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주연배우는 상대의 뒤편에서 칼을 들이댔지만 해화는 정우를 마주 봤다는 것이다. 한 손으로 정우의 어깨를 붙잡고 다른 손으로 오프너를 들이댔다. 해화가 오프너를 조금 더 밀었다면 살갗을 건드렸을 것이다. 정우는 오프너를 보며 굴까개를 떠올렸다. 껍데기 속 보드러운 굴을 날카로운 끝으로 벗겨내는 신속한 손놀림을 말이다. 껄끄러운 상황을 어이없는 상상으로 모면하는 건 정우의 오랜 습관이었다. 눈앞의 위기를 회피하는 마인드 컨트롤의 일종이랄까. 해화의 돌발행동은 뾰족한 도구를 사용하는 온갖 장면을 떠오르게 했다. 정우는 그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쳐진 것 같은 당혹스런 입장도 이해한다고. 그럼에도 극단의 미래를 위해 결단해달라고 부탁했다. 이곳까지 달려오느라 야근을 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해화의 팔목에는 핏줄이 불거졌고 나잇대 치고는 완력이 상당했다. 그럼에도 스무 살 아래 남성이 못 빠져나갈 정도는 아니었다. 정우를 굴복시킨 건 눈빛이었다. 막다른 골목에 몰려 관용 따위는 베풀 수 없는 자의 위태로움이 느껴졌다. 다행히도 위태로움은 유동성을 내포했고 곧이어 자포자기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해화는 평생의 하나를 내려놓는 심정을 아느냐고 했다. 날씨는 예보와 달랐다. 흐려진다더니 햇볕은 더 따가워졌다. 해화는 헉헉대며 전망대까지 올랐다. 가쁜 숨에서 달짝지근한 술 냄새가 났다. 해화는 내려가라고 했지만 정우는 별말없이 뒤따랐다. 잎끝이 날카로운 사철나무가 길을 알려주었다. 아카시아 꽃송이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먼저 도착한 해화가 벤치에 드러누웠다. 양말을 벗고 발을 휘저으며 마지막으로 무대에서 읊었던 대사를 중얼거렸다. 지금은 공문이 유일한 글쓰기지만 한때는 문학도였던 정우가 들어도 멋진 대사였다. 벤치에서 관광지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마을은 운치가 있었다. 저속 촬영을 해도 한 장면과 다를 바 없는 박제관 같았다. “동물을 어떻게 박제하는지 아니?” 마을을 쳐다보던 해화가 물었다. 박제에 문외한인 정우는 체액을 제거하고 화학물질을 채워 넣는 줄만 알았다. 그러니까 뼈대는 진짜라고 생각했다. “마네킹에 가죽을 씌우는 거야.” 해화는 박제의 어원도 상세하게 알았다. 박제의 한자는 벗겨서 만든다는 뜻이지만 영어로는 가죽이 원래 위치로 움직인다는 의미였다. 외국에선 키우던 개가 죽으면 박제를 한다고 했다. 정우는 가죽이 제 위치로 돌아오는 장면을 상상했다. 바람이 불자 가지가 엉키고 잎사귀들이 포개졌다. 해화가 벤치를 차지했기에 정우는 모서리에 기대섰다. 해화가 누운 채로 몸을 움직여 앉을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정우는 해화의 머리맡에 앉았다. “무성한 나무가 여기만 정돈됐네요.” 벤치 앞쪽 회양목 가지 끝이 단정하게 잘려있었다. 벤치에 앉아서도 마을을 조망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 듯 했다. “가지치기를 누가 했을까요?” 정우는 잔목이 수북하게 실어 나르던 외발 수레를 떠올렸다. 산을 오르며 본 사람은 리조트 관리인과 목발뿐이었다. “그보다는…… 누굴 위해 했을까?” 해화는 리조트 관리인은 아닐 거라고 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뒷산까지 누가 신경을 쓰겠냐고. 전망대에서 보는 관광지구는 미동이 없었다. 도로는 한산했고 숙박시설 주차장은 텅 비어있었다. 내리쏟는 햇살조차 변함이 없었다. 그때 해화가 상기된 목소리로 마을을 가리켰다. “저길 봐.” 황량한 거리를 홀로 걷는 목발 사내였다. 그의 걸음은 엇박자처럼 덜커덕거렸지만 제법 리듬이 맞았다. 광활한 무대를 활보하는 배우처럼 경쾌한 걸음이었다. 해화는 배낭에서 종이를 꺼냈다. 정우가 건넨 퇴단서였다. 해화는 그걸 반으로 접어펴고 삼각형으로 접기를 반복했다. 그러고는 다 접은 비행기를 가슴에 대고 눈을 감았다. 몸을 일으킨 해화가 미세한 근육까지 늘려가며 기지개를 켜고 오른팔을 힘차게 뻗었다. 비행기가 나뭇가지에 걸려 내려앉는 것 같더니 다시 날아올랐다. 멀리서 버스 한 대가 관광지구로 들어왔다. 관광버스가 들썩이도록 흥겨운 음악이 전망대에서도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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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28 14:27

[202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심사평 : 시] 어렵지 않고 자연스럽게 펼쳐 보인 시적 진정성

이미지의 부조화와 언어표현의 부정교합으로 빚어내는 파격미 혹은 의외적 정서충격도 소통의 가능성을 전제로 했을 때 유의미하다. 투고한 많은 작품들이 새로움의 추구라는 강박에서 크게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소통을 염두에 두지 않은 실험적 언어표현을 과도하게 구사한다든지 열린 언어 구조로 너무 많은 것을 독자의 몫으로 떠넘기는 경우를 본다. 의미맥락을 간추릴 수 없거나 일상적 의미맥락에서 너무 멀어진 경우가 많다. 주제의 치우침 현상 때문에 예심을 넘어서지 못한 작품들이 많았다. 사회적인 주제를 직간접적으로 다루었을 때 변별력을 잃고 또한 상식을 넘어서는 개성을 찾기 어려웠다. 그리고 투고된 많은 작품들에서 산문화 경향이 뚜렷했다. 압축과 생략 그리고 비유를 통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드러내는 (혹은 감추어두는) 시의 언어적 속성을 가벼이 여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긴 시간 고립된 생활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문장 특성도 자주 발견되었다. 고립된 시간을 견디며 혼자 읊조리는 독백형, 사변형의 문장들이 그것이다. 배출 혹은 배설과 다른 지점에서 씨 쓰기의 이유는 찾아져야 한다는 점에서 얼마간의 우려를 하기도 했다. 예심을 통과한 작품 가운데 마지막까지 논의의 대상이 된 작품은 '아보카도', '밀리터리룩의 이중성', '활어', '검은 고양이'다. 이 작품들과 함께 제출한 다른 작품도 참고하여 시인이 그의 시 세계를 계속하여 펼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도 가늠하였음을 미리 밝힌다. '아보카도'에서 견디기 힘든 폭염 속 시적화자는 “비닐하우스가 녹아내려 그 안에 자라고 있던 푸른 식물들이 다 타버릴지도 모를 날들”을 떠올린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환기한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밀리터리룩의 이중성'은 위선과 관능과 관음을 도덕으로 위장한 ‘이곳’(도시)에서 ‘그곳’으로의 이탈(혹은 일탈)하고자 하는 자유의지를 표현했다. 시의적절한 문제의식과 함께 많은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단순 서사에 머물거나 설명적 요소가 강하여 형상화가 미흡하다거나 정서 수준으로 용해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검은 고양이'는 빚어내는 이미지가 발랄하고 언어가 불러일으키는 상상이 흥미롭다는 점에서 눈이 오래 머물렀다. 하지만 그 이미지와 상상이 과잉된 측면이 있고 그 어떤 메시지로 수렴되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 '활어'는 바닷가의 삶에서 읽어낸 활력과 긍정의 힘을 그려낸 작품이다. 어렵지 않은 표현으로 끌어가는 시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안정감이 있다. 그가 펼치는 정서에 신뢰를 갖게 하는 노련함이 보인다. 서정성도 잃지 않고 있다. 그 어떤 섬광 같은 새로움이 아쉽지만 새로운 시도를 보여줄 역량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이의 없이 「활어」를 당선작으로 밀기로 하였다. /심사위원 김사인(문학평론가)·복효근 시인

  • 문학·출판
  • 기고
  • 2022.12.28 14:27

[2023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소감 : 시] 황사라

눈 내리는 ktx 안에서 등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책이 자꾸 미끄러져 내려옵니다. 흘러온 시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6년 시를 처음 접했습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였지요. 제가 접한 시들은 예전에 알고 있던 시들이 아니었습니다. 시가 전해주는 의미와 감정의 결도 모른 채 수십 권의 시집을 필사했습니다. 그럴수록 시는 더욱더 혼미한 곳으로 저를 데리고 갔습니다. 불현듯‘시는 본래가 그런 것이다.’라는 어디선가 본 글이 떠올랐습니다. 삶처럼 시도 그럴 수 있겠구나, 삶과 다를 바가 없겠구나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앞선 등단자분들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등단은 시작일 뿐이라고, 오직 좋은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이산 아카데미 길상호 선생님, 시클 하린 선생님, 걷는 사람 김성규 선생님, 박형준 교수님을 비롯한 동국예술대학원 교수님들, 시로 좋은 예시를 보여주신 많은 시인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중대포엣, 블루버드 선생님들도 고맙습니다. 크리스티나, 필립보 네리, 너희들이 있어 엄마는 항상 웃을 수 있단다. 마지막으로 전북일보 심사위원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 인사드립니다. * 황사라 작가는 익산 출생으로 동국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2.12.28 14:27

[2022 전북 문화계 결산] ① 전시, 공연

올해 전북 문화계에는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큰 피해를 겪은 도내 문화예술계에도 숨통이 트이는 불빛이 반짝였다. 각종 전시·공연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게 된 것이다. 전시·공연 수요가 급증하면서 눈에 띄는 변화도 다수 보였다. 청년 작가들의 유입, 비예술인들의 도전, 새로운 형태의 전시·공연 등이 유행하는 듯한 한 해였다. 특히 지역이 가진 이야기와 전시·공연의 만남이 돋보였다. 전시·공연 외에도 군산 아트쇼, 전주거리 인형극제 등 이색 축제,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세계소리축제 등 대표 축제도 단연 화제였다. 단연 전시·공연계 뜨거운 관심은 2024년에 이건희 컬렉션이 전북에 온다는 소식이다. 컬렉션 개최 도시 가운데 가장 후발주자로 이름을 올리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시·공연과 지역의 만남...기분 좋은 신호 그동안 작품으로 눈을 감상하는 형태의 전시가 대부분이었다. 다양한 시도와 도전이 늘어나면서 전시 형태의 다양화가 눈에 띄고 있다. 전시장을 찾아 작품 앞에 서서 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어 보고, 앉아서 오랫동안 감상하기도 하고, 만져 보기도 하는 등 여러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지역 기업 올모스트 올웨이즈는 전주역 파출소 옆 옛 농심창고에서 미디어 아트 전시 '전주특급열차 JTX'를 열었다. 전주천년한지관과 협업해 세상에서 제일 큰 전통한지로 만든 미디어 아트, 전주의 시공간을 여행하는 환상의 미디어 파사드 작품, 전주 맛집 한상차림 테이블 맵핑 등 전주의 역사와 전주가 가진 개성 넘치는 이야기를 미디어 아트로 풀었다. 국립무형유산원은 '함께 EAT(잇)다' 특별전을 마련해 메주와 누룩을 만드는 데 필요한 사계절의 시간을 모티브로 한 미디어 아트 전시장을 구현했다. 전주에서 유명한 막걸리 골목, 모주, 비빔밥 등을 재조명할 수 있는 전시를 마련한 것.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전시와 지역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형태의 전시가 하나둘 늘고 있다. 남녀노소 전 세대가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트로트 창작 뮤지컬 <고향역>이 공연됐다. 순창 출신의 임종수 작곡가의 내로라하는 명곡과 익산행 열차를 오른 부자의 이야기를 담아 뮤지컬을 선보였다.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은 농사의 고단함을 달래고 마을의 안녕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농악을 모티브로 작품 <진경>을 창작했다. 전북의 너른 평야와 곡창지대를 표현한 무대 연출이 눈에 띄었다. 이희성 원장은 "앞으로 도내 14개 시·군의 우수한 지역 문화 자원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작품화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색 축제, 대표 축제 '한바탕' 도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초대형 규모의 비엔날레와 아트페어가 융합된 아트쇼 '2022 군산 아트쇼'가 도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목표 관람객 수였던 3만여 명에 가까운 관람객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관람객 대부분이 긍정적 반응을 보인 반면 일부는 미술인·콜렉터·관람객 간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전주의 조용한 거리를 발칵 뒤집은 인형극제도 개최됐다.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해 전주의 즐길거리를 다양화하고 지역 상가와 거리 활성화를 위해 마련했다. 시민들은 엉덩이 하나 들어가는 작은 매트 위에 비집고 앉아 인형극을 보고,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인형극을 골라 보는 이색 풍경도 펼쳐졌다. 전주국제영화제의 마스코트인 전주 돔이 3년 만에 부활하기도 했다.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음악회, 음악 페스티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당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 해제에 따라 대면 행사 정상화로 많은 관람객들이 몰렸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올해 축제 기간을 열흘로 늘리고 공연 수를 반으로 줄였다.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가치에 주목하겠다는 목표다. 코로나19, 날씨 등에 대비하고 안정적인 축제 운영을 위한 변화다. 전통의 원형, 지역성 보여 주는 프로그램 깊어지고 다양한 음악 팬층 위한 프로그램은 과감하고 다채로워졌다는 평을 받았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2.12.27 17:43

'불교의 성지' 익산에서 다시 피어나는 대형 뮤지컬 싯다르타

석가모니 부처의 생애를 그린 대형 뮤지컬 <싯다르타>가 새롭게 각색해 시즌 4.5로 돌아왔다. 오는 30, 31일 익산예술의전당 공연을 끝으로 올해 전국 투어를 마무리한다. 2600년 전 신이 아닌 인간으로 최초로 깨달음을 얻은 고타마 싯다르타의 이야기를 담았다. 카필라왕국의 왕자로 태어났지만 부와 명예를 다 버리고 출가를 결심한 싯다르타. 온갖 고행을 거쳐 깨달음을 얻는 전 과정을 아름다운 음악과 안무로 선보인다. 뮤지컬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고 평화와 안식을 선사하겠다는 목표다. 주인공 싯다르타 역에 팝페라 가수로 유명한 배우 박완, JTBC '풍류대장'에서 3등을 한 AUX의 보컬 이경수가 더블 캐스팅돼 열연을 펼친다. 상대역인 야소다라 공주에는 뮤지컬 '팬텀', '시라노' 등에 참여한 김봄, 마라 파피야스 역에는 뮤지컬 계의 떠오르는 신예 서우주, 윤지웅 등이 발탁됐다. 뮤지컬 관계자는 "시즌1부터 음악을 담당해 온 조범준 씨가 특색 있게 뮤지컬 넘버를 꾸미고, 조영호 연출이 새롭게 합류해 최고의 연말 특선 무대가 될 것"이라며 "최고의 자리에서 태어나 스스로 낮은 자리로 임한 싯다르타의 삶은 속세의 욕망에 찌든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매는 인터파크 티켓에서 가능하다. 한편 뮤지컬 <싯다르타>는 익산 공연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고 내년 3월 용인, 수원 등 수도권 지역 공연을 시작으로 대전 등 충청도 지역에서도 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또 동남아 순회공연도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12.27 17:43

문화도시에 완주·익산·고창 연속 선정..."문화 발전에 선도"

최근 제4차 문화도시에 고창이 선정되면서 최대 총 551억 원(국비 275.5, 지방비 275.5) 사업비가 투입될 전망이다. 지난 2021년 완주(2차), 익산(3차) 문화도시 선정에 이어 고창(4차)이 연이어 선정되며 주민들의 문화참여 및 문화향유 기회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 자원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이루고 주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하고 있다. 전북도는 2021년 완주, 익산이 선정됨에 따라 지역문화거점 조성, 문화인력 양성 및 주민 문화 참여 프로그램 운영 등 지역의 문화 발전을 견인해 왔다. 이번에 선정된 고창군은 2020년 제3차 예비문화도시로 선정된 바 있다. '문화, 어머니의 약손이 되다. 치유문화도시 고창'을 비전으로 생태자원, 문화관광자원의 고유한 특성을 활용해 세계가 주목하는 생태관광 치유문화도시로의 도약을 제시했다는 평이다. 이어 지역주민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군 단위 농산어촌형 문화도시 모델의 가능성을 제시해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도는 고창을 포함한 3개 시·군에 지속적으로 지방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문화도시의 성과가 3개 시·군에 한정되지 않고 도 곳곳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시·군간 연결망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천선미 전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전북도와 시·군간 연계, 협력을 통해 3 연속 문화도시 선정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이루어냈다. 앞으로도 문화도시 시·군과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성공적 추진 및 성과 확산으로 도민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2.12.27 17:42

제15회 JB한국미래문화상 시상식...주인공은 김영진 시인, 유미숙 시낭송가

사단법인 한국미래문화연구원(원장 이두현)이 지난 23일 전주시청에서 제33회 한국미래문화 출판 기념회와 제15회 JB한국미래문화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 김득남 전주예총 회장, 홍성일 전라매일신문 대표 등이 참석해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올해 문화상 주인공은 문학 부문에 김영진 시인의 '구이 저수지에서', 문화 부문에 유미숙 공연시낭송가가 선정됐다. 문학 부문 송희 심사위원장은 "심사 기준으로 작품성, 작가 정신, 문단에 대한 열정과 기여도, 권리와 의무 이행 여부 등을 참고했다"며 "김 시인의 작품은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자아가 하늘에 닿아 있다. 높음과 낮음, 멈춤과 흐름의 미학으로 자신을 성찰하는 태도는 삶이 수행 처"라며 "그의 작품성은 자신의 삶을 살피고 정진하는 데서 비롯됨을 발견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유 공연시낭송가는 시낭송가, 연출 전문가, 문화 기획자로서 '공연 시 낭송'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원목요콘서트를 여러 차례 개최해 도내 시를 널리 알리고 있고 시 낭송 지도를 통해 후학을 양성해 온 점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두현 원장은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국미래문화연구원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올해도 힘겨운 시간을 버텨내고 소기의 성과를 냈다"며 "특히 고3 수험생을 대상으로 '무대 위의 인문학-미래를 여는 꿈' 시 낭송을 통해 학생을 위로하고 새로운 장르를 선보인 것이 가슴 벅찬 여운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미래문화연구원은 지난 2000년에 설립해, 문학인과 문화예술인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매년 회원을 신작을 엮어 종합 문예지 '한국미래문화'를 발간하고 있다. 문화상은 한국미래문화연구원이 주관하고 전북은행이 후원한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12.27 17:42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국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각광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서현석)이 국내에서 손꼽히는 시설 및 규모, 모범적인 운영 등으로 전국 지자체 및 문화예술 유관 기관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인기다. 올해에만 충남도청, 인천문화재단, 하남문화재단 등 3개 기관 관계자들이 전당을 방문해 시설 견학 및 운영 노하우 등을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도청은 충남도립예술의전당 건립을 위해 선진 사례 견학을 목적으로, 인천문화재단과 하남문화재단은 야외공연장 건립을 계획으로 방문했다. 이는 전당이 공연 문화 활성화를 위한 선진 사례에 부합하다는 의미다. 전당은 지난 2001년 개관 당시 서울예술의전당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건립됐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3개의 실내 공연장과 7000석 규모의 야외 공연장을 갖추고 있다. 이밖에도 전시장 4개와 250석 규모의 국제회의장, 야외 놀이마당, 200석 규모의 연회장 등 부대시설과 각종 편의시설이 구비하고 있다. 전당은 최근 전국 250여 개 문예회관을 대상으로 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주최 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문예회관상 부문 최우수상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모범적인 시설 운영으로 전국 문예회관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또 지역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클래식 거장의 무대와 대형 공연, 다양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문화소외 지역 순회공연 등을 포함해 매년 70여 개의 다채로운 기획 사업을 진행하며 도민들의 문화생활 향유에 기여하고 있다. 전당 관계자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시설과 규모, 모범적인 운영방식은 예향 전북의 자부심이자 자랑이라고 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도민들의 문화 복지 향상과 전북 문화예술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2.12.27 17:41

전주국제영화제 신임 공동 집행위원장 선임 잡음 속 임명장 수여

전주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된 영화배우 정준호와 민성욱 현 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이 26일 전주시장실에서 임명장을 받고 새 집행부 정식 출범을 알렸다. 지난 15일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 전환 공지와 함께 영화제는 바람 잘 날 없이 영화제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은 정 집행위원장의 임명을 반대해 온 영화인 이사들이 이사회 직후 줄이어 사퇴 의사를 표명하면서 혼란이 커졌다. 지금까지도 일각에서는 독립과 대안의 가치를 지닌 영화제의 색깔이 정 집행위원장의 선출로 흐릿해지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와 정 집행위원장의 오랜 영화인 경험이 영화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이날 정 집행위원장은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을 저 역시도 인지하고 있다. 23년을 달려온 영화제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심적 부담과 고민도 있었다"며 "영화제는 영화인의 축제고 전주시민, 전 세계 영화 팬들이 함께 즐기는 자리기 때문에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려서 우려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우 시장은 공동 집행위원장에 영화제가 지닌 가치는 끝까지 지켜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영화제의 전통, 정체성 모두 중요하지만 후세도 같이 즐기고 전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확장성, 대중성도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는 영화제의 정체성과 틀은 지켜 나가되 전주만의 문화 등을 형성해 한 단계 더 도약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결정했다. 민 집행위원장의 노하우와 정 집행위원장의 장점을 살려 영화제가 더 우뚝 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 집행위원장은 "많은 이들의 성원과 전주시의 지원으로 영화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후퇴되지 않고 더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정 집행위원장과 영화제를 지켜나갈 것이다. 많은 사람의 손길로 가꿔온 영화제인 만큼 확장성, 대중성을 가미해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 집행위원장은 "독립·대안영화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앞으로 영화 경쟁력은 청년들의 아이디어와 신선한 스토리에 미래가 걸려 있다고 생각한다. 민 집행위원장과 잘 상의해서 운영하며 시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새롭게 출범한 집행부는 내년 4월 27일 개막을 목표로 전주국제영화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영화·연극
  • 박현우
  • 2022.12.26 17:56

[이승우 화백의 미술 이야기] 오미라 개인전 '안드로메다로 향한 꿈'

스무 살 남짓으로 보이는 소녀인데 그만한 딸을 두고 있는 소녀 같은 아줌마(그녀)가 전북도립미술관 분관인 서울인사아트 6층에서 오는 28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전시회를 갖는다. 동시에 며칠 전 본인의 책 <꽃들의 흉터>를 출간했다는 소식을 동시에 전해 왔다. 그림과 책을 동시에 준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터인데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낸 그녀가 못내 자랑스럽다. 아무리 시화(詩畵)가 한 단어이고 가무(歌舞)가 한 단어이기는 하나 요즘같이 철저한 분업사회에서 두 가지에 같이 힘을 쏟기가 쉽지는 않을 터이다. 한 마리 토끼도 잡기 어려운 판에 두 마리 토끼를 움켜쥐었으니 그 성취감이 얼마나 클까 하면서 대단하다는 생각뿐이다. 그녀는 먼저 여류화가다. 수원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을 비롯하여 온고을전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의 엄청난 노력과 결실을 맺었다. 두 번째는 문인으로는 민중문학의 성격을 띤 전북문학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그녀의 책을 읽다 보면 엄청난 수사력에 혀를 내밀 것이다. 우연히 <인스턴트 패밀리>라는 위탁 과정을 그린 미국 영화를 보는데 그 단어들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10여 년 전부터 청소년 쉼터에서 케이(사회복지사)로 일하는데 그 과정에서 만난 격렬하고, 힘겹고, 억울하고, 막막하고, 막무가내이고, 불통하고, 절망하고, 불안하고, 냉혹하고, 위급하고, 감동하고, 울컥하고, 눈물이 나는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며 그들과의 만남과 이별 등을 쓴 글들을 모아 책을 만들어 이번에 출간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다 전주시 덕진구 호성로 134에 있는 진흥더블파크 상가 203호에서 다빈치미술학원까지 운영하고 있으니 도대체 일인(1인) 몇 역인지 모르겠다. 화가로는 "오미라"라는 본명을 사용하지만 필명은 "오복이"로 표기할 때는 "오! 복이"로 표기하기도 하여 보는 사람에게 상큼함을 주기도 한다. 이 모두를 아울러서 바쁘게 열심히 살아가는 그녀에게 격려를 보낼 수밖에~. 오미라(오복이) 작가 전시 '안드로메다로 향한 꿈' 기간: 12월 28일 ∼ 내년 1월 3일 장소: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 문화일반
  • 기고
  • 2022.12.26 17:07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운영 방식 두고 '잡음'

최근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운영 방식을 두고 미술관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애선 관장에 따르면 취임 후 첫 미술관 업무 보고 당시 서울관 보증금 7억 5000만 원, 연 임대료 2억 지불과 많지 않은 미술관 인력을 서울관에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전북도의회, 미술관 운영자문위원회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되며 서울관 운영 방식을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 끝에 미술관은 내년부터 현재 서울관에 파견 중인 인력인 2명(학예사 1명, 준학예사 1명)에 본관 복귀를 요청하고 작품 반·출입 시 출장 형태로 인력을 배치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대신 중앙 무대에서 활동하는 40대 이상의 비평가를 작가와 연결할 방침이다. 작가가 원할 시에는 출장 형식으로 인력을 배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관장은 "지금까지 해당 문제에 대한 파악도 없이 서울관이 운영된 것에는 반성한다. 이 결정이 미술관의 독단적인 결정은 아니다. 전북미술협회의 연석 회의, 미술관 운영자문위원회 등과 회의를 거치며 논의가 된 내용이다. 일각에서 서울관 이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아직 결정된 사항은 전혀 없다"면서 "현재 서울관 전시 경쟁률이 1:1이다. 이를 활발하게 하기 위해서 새로운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더 나은 방향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술관은 오는 27일 내년 서울관 전시 예정인 도내 미술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2023년 서울관 운영 방식'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2.12.25 20:19

청년 예술인들의 미술 축제...제1회 젊은 아트 페스타 개최

도내 청년 작가 그룹 'THE젊은'이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전주 교동미술관, 내년 1월 10일부터 29일까지 뜻밖의 미술관에서 제1회 THE젊은 아트 페스타를 개최한다. 전시에는 THE젊은 소속 작가인 김승주, 김하윤, 문민, 박마리아, 이가립, 이루리, 이진, 이창훈 등 8명과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20여 명이 참여한다. 조소부터 한국화, 서양화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올해 첫 선을 보이는 'THE젊은 아트 페스타'는 작가 교류 활성화 차원에서 기획됐다. 신진작가 발굴 및 타 지역 작가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번 전시에 소속 작가 8명 외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작가를 초대한 이유다.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그룹의 다양성을 보완하겠다는 목표다. 앞으로 2년 주기로 아트 페스타를 개최할 계획이다. THE젊은은 지난 2014년에 창단해 그동안 10여 회의 전시 및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지역 작가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은 예술성에 묶여 쉽게 노출되지 못하는 청년 작가의 한계를 직시하고 게릴라 전시, 작품을 이용한 상품 개발, 마을미술 프로젝트 참여 등 자생적인 판로를 구축하고 있다. 그룹 활동을 통해 서로 다른 분야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아끼지 않는 등 성장하며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한편 오는 27일 교동미술관에서는 전시 오프닝 행사를 진행한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12.25 16:31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