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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당신의 얼굴을 알고 있습니다

김은강 변호사 2018년 서지현 검사 사건, 안희정 전 지사와 김지은씨 사건으로 인하여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변화되었다. 수 많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는 미투 운동이 있었고,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법원의 입장도 달라졌다. 대법원은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라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성인지 감수성은 성별영향평가제도, 성인지 예산제도 등으로 정책과 입안에서 이미 사용되어온 개념인데, 대법원 판결에서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말이 사용된 것은 위 판결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서 자유롭지 못하였던 법원의 반성적인 고려에서 나온 판결이다. 법원에서는 피해자가 성폭력 상황에서 강력하게 저항하지 않았거나, 피해 즉시 신고하지 않았거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연인 사이인 경우 등에는 피해자 답지 않다는 이유로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위 대법원 판결 이후 각 법원은 보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피해자가 처한 상황, 권력의 불균형, 사건의 전반적인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되었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 수위 또한 높아진 편이다. 디지털 기기 보급률이 매우 높아짐에 따라 최근 디지털 성폭력이 특히 많이 문제 되는데, 2020. 4. 29.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의 벌금(이전 법률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으로 관련 법률(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이 개정되는 등 처벌의 수위가 높아졌고, 사회적인 경각심 또한 커지고 있다. 필자는 최근 수행한 위 범죄의 사건에서 달라진 성인식, 피해자의 태도를 체감했다. 일면식도 없던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한 사건이었는데, 가해자는 자신의 범죄 사실을 자백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며 합의를 하고자 했다. 그런데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피해자 입장에서 가해자를 만나는 것이 괜찮을지, 만나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고 피해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피해자를 말릴 특별한 사정은 없었기에 약속을 잡아 필자의 사무실에서 함께 만나게 되었다. 나도 당신의 얼굴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아셨으면 해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혹시 사진을 어딘가에 저장해 두었다 하더라도 절대 유포하지 마세요. 피해자는 가해자를 대면한 자리에서 2차 가해를 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로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피해자의 말은, 가해자를 대면하려 하는 피해자에 대해 잠시피해자 답지 못하다고 생각한 필자를 반성하게 하였다. 피해자마다 생각, 성향이 다르고 자신을 드러내는지 여부에 대해 무엇이 옳다 할 수는 없으며 그 어떤 선택도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제3자의 입장에서 기존의 통념에 따라 피해자를 대하는 일, 피해자 다움을 강요하는 무언의 압박이 더 이상 없어야 함은 분명하다. /김은강 변호사 * 김은강 변호사는 법무법인 연, 법률사무소 해민에서 활동했다. 현재는 법무법인(유한) 랜드마크에 몸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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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02 17:17

변화의 새해가 되길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어느새 날이 많이 추워졌다. 그저께는 눈이 내렸다. 딱히 겨울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눈 오는 풍경은 좋아한다. 주변이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찾아온 고요함 속에서 어릴 적의 낭만이 떠오르기도 하고, 아스라한 기억이 스쳐지나가기도 해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 겨울이 되면 추억에 젖을 때가 많다. 그래서 겨울은 그리움의 계절이다. 아무래도 눈 때문인 것 같다. 자신의 색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그러나 곧 녹아 사라져버릴 눈을 바라보며 우리는 사랑이나 우정 따위의 유한한 것들을 떠올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2021년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그리워하고 있다. 당연히 각자 대상은 다르겠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그리운 것은 아무래도 추억이 되어버린 과거의 일상일 것이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친구를 만나고, 이따금씩 밤을 새워 놀기도 했던. 이제는 코로나19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도 지겨울 지경이다. 글쎄,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우리를 괴롭힐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작년부터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안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 함께 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코로나19와 관련해 수많은 일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백신 패스가 논란이다. 코로나19의 기승이 극에 달하고 있는 시점,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예방법이라는 의견도 있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시위도 벌어지면서 열심히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지만, 확실한 건 우리 모두 지칠 대로 지쳤다는 것이다. 이 팬데믹의 끝이 있기는 한 걸까, 우리가 정말 이겨낼 수 있을까. 코로나 블루. 피할 수 없는 우울이 점차 우리를 잠식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다 같이 힘내서 이겨내보자는 말이 잘 안 나오게 되었다. 밤이 되면 거리는 온통 어두컴컴하고, 사람과의 만남도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는 이보다 더한 고개를 넘은 적도 많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형편이 괜찮다는 건 아니지만, 소설 『인간실격』에서도 이런 구절이 나오지 않는가.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간다고. 올 겨울이 지나고 언젠가 다시 찾아올 그리움의 계절에서 아, 그땐 마스크 쓰고 다니느라 참 힘들었지, 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때가 반드시 오리라 생각한다. 모든 것은 지나가기 마련이니까. 숨 가쁘게 달려왔던 올해도 이제 끝이다. 어느덧 새해가 바투 다가왔다. 전 세계가 병들어 가고 있는 와중에 마냥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할 수는 없겠지만, 2022년은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는 해이니 많은 것이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리고 어쩌면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19도 가벼운 감기 취급받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 정부, 그리고 다음 정부까지 갖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K-방역이 조롱이 담긴 부정적인 의미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확실한 판단으로 더 이상 국민들을 불안에 떨지 않게 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던 올해였다. 부디 다가오는 새해에는 새로운 변화와 더불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일상이 온전히 제자리를 찾았으면 한다. /김정환 원광대 문창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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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26 18:31

한 걸음, 한 걸음씩 이룩해 나간 최고의 브랜드 가치

박정민(전북대 사학과 조교수) 지난 12월 5일에 전북 현대가 K리그 최초로 5연패(連?) 달성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만삭의 아내와 함께 첫 우승 현장을 함께한지 12년 만에 무려 9번의 우승과 5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지금까지 1993-1995년과 2001-2003년에 각각 3연패를 이룬 성남 일화가 최고의 기록이었지만 전북 현대가 훌쩍 뛰어 넘은 것이다. 여기에는 모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혁신적인 행정, 팬들의 사랑이 어우러지면서 전북 현대가 강팀으로 군림하게 되었다. 사실 전북 현대의 찬란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호남 최초의 프로구단이기는 했지만, K리그가 출범할 때부터 창단된 구단도 아니었고, 전북 버팔로라는 이름으로 1994년에 힘겹게 리그에 참여하였다. 이후 전북 다이노스를 거쳐 현대자동차가 모기업으로 오게 되면서 전북 현대 모터스로 이름이 변경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강팀과는 거리가 먼 그저 그런 팀 중 하나였다. 필자가 기억하는 전주공설운동장 시기의 전북은 어쩌다 강팀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펼치기도 하였지만 속절없이 무너졌던 팀이었다. 그런데 최강희 감독과 이철근 단장 체계로 들어오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점차 단단해지는 게 느껴졌다. 결국 2006년에 ACL 우승을 터닝 포인트로 강팀의 위상을 갖추어 나갔다. 모기업의 지원도 있었지만, 좋은 선수들을 해외 구단 등에 보내고, 이때의 이적료로 다른 우수한 선수들을 영입하였다. 또한, 국내 최고 시설의 클럽하우스 등을 만들어 훈련 토대를 만들었으며 지역 유스팀인 영생고 등과 긴밀한 관계를 통해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갖추었다. 아울러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전라북도, 전주시 등 지역과 긴밀하게 교류하며 전북도민에게 우리팀이라는 신뢰감을 주며 그 어느 팀 못지않은 강력한 서포터즈를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모습은 전북 현대 프론트의 비전과 체계적인 발전 계획,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 선수단 등 모두가 최강팀을 만들자는 목표로 최선을 다한 결과이다. 이제 전북 현대는 전북 사람들에게 큰 자부심으로 자리한다. 전북 현대의 약진은 점차 도세가 약화되어 많은 평가 지표에서 중하위권을 면치 못하는 전라북도의 상황과 대조되며 전북의 자긍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북 현대가 압도적인 실력으로 프로 축구계에서 지역의 위상을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서포터즈 걸개에 있는 전봉준 장군의 그림은 전북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북 현대의 성공 사례는 비단 프로 스포츠 구단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전라북도에 큰 울림을 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구단과 지역의 긴밀한 연대 속에서 전북 현대는 작은 마켓과 리그 후발 주자, 지방에 위치하여 우수 선수를 영입하기 어려웠던 여러 악조건을 훌쩍 넘어서며 점차 성장해 나갔다. 여러 개혁과 합의를 통한 일련의 과정들을 차곡차곡 쌓아간 끝에 이제 전북 현대는 리그 최강 팀이다. 우리는 전북 현대의 성공 사례를 차용하여 전라북도가 처한 각종 현안 문제를 해결해 나갈 혁신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소통과 혁신을 통해 최고의 팀이라는 브랜드를 구축한 나간 역사는 곧 전라북도민의 자긍심과 정체성으로 치환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박정민(전북대 사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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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19 19:22

자연을 살리고, 지구를 지키자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2022년이 다가온다. 벌써 연말이다. 연말이면 그것은 끝나겠지. 현실은 달랐다. 하루 확진자 7천 명. 줄어들기는커녕, 갈수록 늘어난다. 2021년 가장 많이 했던 말.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 중 20~30대가 코로나 우울증이 가장 높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60대의 2배라니. 삶이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청년의 일, 공부, 휴식의 경계가 무너졌다. 인생 중 가장 활발해야 할 시기에 교류가 줄고 있다. 그럴수록 청년의 삶은 온라인에 더 의존한다. SNS에 올라온 누군가의 사진에 자존감도 떨어진다. 외로움도 사회적 문제다. 외로움을 사회적 감염병으로 정의한 국가도 있다. 마스크 없이 숨 쉬던 삶. 크리스마스에 북적이던 길거리. 모르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듣던 타종 소리. 돌아보니 소중했다. 이제는 그리움이 된 당연한 것들. 코로나의 원인은 무엇일까? 2021년, 미국과 영국의 대학 연구소에서 원인을 발표했다. 코로나는 기후변화 때문. 박쥐는 다양한 바이러스를 몸에 품고 있다. 박쥐는 독특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어, 바이러스에 대한 염증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박쥐를 바이러스의 저수지라 불린다. 기후변화로 중국 남부는 바이러스를 품은 박쥐가 살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었다. 박쥐 포획과 거래가 늘어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갔다. 국내 포유류 중 25%가 박쥐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박쥐를 잡으러 나가야 할까. 중국 공산당의 아버지 마오쩌둥이 생각났다. 마오쩌둥은 인민의 곡식을 쪼아먹는 참새를 발견한다. 1958년, 중국 전역에서 2억 마리의 참새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참새가 사라지자, 쌀 수확량이 급격히 줄었다. 벼도 먹지만, 해충도 먹는 참새였다. 늘어난 해충이 벼를 갉아 먹었다. 중국은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린다. 약 4천만 명이 죽었다. 그 후, 마오쩌둥은 소련에서 참새 20만 마리를 수입했다. 1962년, 마오쩌둥은 국가주석에서 물러났다. 박쥐가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박쥐는 지구를 위해 필요한 자연의 일원이다. 코로나는 박쥐 때문이 아니다. 박쥐를 잡아 내다 팔던 야생동물 시장 때문이다. 음식이나 약품으로 쓰려는 인간의 욕망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원인도 마찬가지다. 머리에 뿌리는 스프레이, 자동차의 배기가스, 공장의 매연 때문이다. 코로나로 우리가 불행해진 이유는 결국 우리 때문이다. 자업자득(自業自得). 자연을 지키자. 그래 안다. 어려서부터 알았다. 당연한 사실을 또 말하는가. 하지만 모른다. 우리는 알지만, 모른다. 내 삶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에, 몰랐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변화를 요구한다. 더는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지 말 것을. 인간이 욕망을 멈추지 못한다면, 코로나보다 더 심한 재앙을 주겠다는 자연의 경고다. 막으면 막을수록 전염성도 더 강하고, 더 치명적인 무언가가 올 것을 우리는 안다. 지금부터 인간의 삶은 생존의 문제다. 친(親)환경 시대가 아니다. 필(必)환경 시대다. 기후를 지키는 데 나이가 따로 없다. 하지만 시대를 이끌어갈 주역은 누구겠는가. 청년이다. 지구를 존경하고 존중하는 일이 청년으로부터 커져야 한다. 어릴 적 보았던 만화가 생각난다. 공해와 싸우는 우리의 영웅. 지구를 위해 뭉쳤다. 지구 특공대. 자연을 살리자. 지구를 지키자.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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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12 14:19

시작하는 것이 목표였던 한 해

김유진 우석대 미디어영상 4학년 친구들과 만나며 올해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우리는 20대 중반을 달려가고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지면서도 내년은 기다려지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가도 나는 그대로인데 책임감의 무게는 늘어갔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에 적응하지 못한 채 올해의 목표를 점검해야 했다. 벌써 겨울이 오고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 온 것이다. 작년 코로나 19로 인해 이루고자 했던 것보다 이루지 못한 것들이 더 많았다. 그 덕에 올해의 목표는 간소해졌고 일상에서 이뤄낼 수 있는 목표를 정하게 됐다. 새로운 도시 방문 계획이 새로운 가게 방문 계획으로 바뀌었고 대외활동 참가하기 대신 집에서 자격증 취득하기로 바뀌었다. 전에는 목표를 거창하게 세우는 편이었는데 계획을 이루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기 시작하면서 실현 가능한 목표를 가지게 됐다. 목표를 정하다 보면 내가 지키는 것과 지키지 못하는 것은 항상 정해져 있었다. 올해는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가능한 목표를 세웠다. 나는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타입이라 생각을 많이 하다가 결국 포기하곤 했다. 생각이 길어지면 용기가 사라지는 법이라는 말이 있다. 생각이 많은 것은 나에게 도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올해는 무엇이든 시작하는 것이 목표였다. 운동 시작하기, 면허 학원 등록하기, 악기 배우기, 블로그 시작하기 등 일단 도전해 보고 후회하자는 생각이었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운동하러 밖에 나오는 것부터 힘들지만 막상 운동하고 땀이 나면 뿌듯하다. 졸업반이 되어 악기를 배우는 것을 늦었다 생각했지만, 학원에 다니는 수강생들을 보자마자 배우는 것에 나이는 없다 생각했다. 올해의 나는 시작이 중요했지 결과는 상관없었다. 결과는 노력하는 만큼 돌아오는 법이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의 목표는 생각보다 많이 이뤘다. 내년의 목표를 하나둘씩 적어가면서 다시 나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다. 자신에 대해 알고 싶으면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생각해보라는 말이 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헷갈리는 감정이 드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싫어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좋아하는 것을 해도 싫은 감정이 침투하면 싫어지기 마련이다.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알았을 때 나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다. OTT 플랫폼에 접근하기 전까지 줄곧 영화를 싫어한다 생각했다. 집에서 영화 보는 매력에 푹 빠지고 난 후 난 영화를 싫어한 것이 아닌 영화관에서 보는 것을 싫어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같이 정할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영화관을 싫어하는 것처럼. 그러다 보면 진정 원하는 것을 알게 될 것 같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계획을 세워 계획이 커지기 마련이다. 꿈은 크게 가지되 계획은 사소해야 한다. 우리는 가능한 좋은 것을 많이 모아야 한다. 행복은 사소한 것에서 올 때가 있다. 사소한 계획을 이뤘을 때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목표를 정할 때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분명히 안다면 그 목표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 /김유진 우석대 미디어영상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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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05 14:29

차별을 낳는 차별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의 세상에는 달이 두 개가 있다. 당연하게도 우리는 달이 하나뿐인 세계에 살고 있고, 1Q84의 세계는 환상의 세계다. 이 환상의 세계에서는 상상 속에서나 벌어질 법한 충격적인 일들이 일어난다. 달이 하나뿐인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 말이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화하면서 무엇이든 휙휙 바뀌어버리는 사회의 흐름을 느끼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달이 두 개인 세계로 흘러들어왔나 싶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알던 세계가 아닌 것처럼 낯설기만 하고, 평범한 학생인 필자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금 이분법적 사고가 만연하는 사회가 그렇다. 남자와 여자가 편을 갈라서 싸우고, 서로 다른 인종이 대립하는 등 총과 칼이 없을 뿐이지 이 사회가 온통 소리 없는 전쟁통 속인 것 같다. 특히 내게 가장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은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다. pc는 꽤 오래 전부터 범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면서 사회 곳곳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정치, 문화, 예술 등 pc의 손길이 뻗지 않은 곳이 없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최근 pc 행보가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는 디즈니를 꼽을 수 있겠다. pc의 열풍으로 할리우드가 각종 주연에 흑인을 캐스팅하고 있다는 것은 필자뿐만 아니라 모두가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딱히 나쁘게 생각하지도 않고, 다양한 인종이 스크린에 모습을 비추는 것이니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디즈니 pc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최근 디즈니의 실사 영화 주연 캐스팅에 대한 문제다. 영화 알라딘의 흥행으로 본격적으로 실사 영화에 뛰어든 디즈니는 백설공주, 인어공주, 피터팬 등 자신들의 수많은 만화를 실사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만화들의 주연 캐스팅을 발표했는데, 백설공주 역에 배우 레이첼 지글러, 인어공주 역에 배우 할리 베일리, 팅커벨 역에 배우 야라 샤히디가 캐스팅됐다. 원작을 보면 알겠지만 상술한 만화 속 인물들은 모두 백인이지만, 배우들을 살펴보면 흑인라틴계 배우로 원작과 다르다. 디즈니의 이런 결정에 호의적인 사람들은 그동안 보수적이었던 디즈니가 인종 다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사회 인식 개선에 힘쓴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pc적 요소로 인해 원작을 파괴하고 나아가 훼손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디즈니의 행보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이러한 지나친 원작 파괴 캐스팅은 역 화이트워싱, 즉 블랙워싱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기득권층이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야 할 동화를 통해 pc를 강요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차별을 지양하자는 pc가 되려 역차별을 낳고 있다. pc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성, 인종, 성적 지향 등 다양성에 대한 인식 개선은 지구 공동체 시대를 아우르는 중요 과제다. 그러나 작금의 pc는 지나친 강요와 주입으로 인한 또 다른 차별을 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또한 얼마 전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으로 인해 깨달은 바가 있지 않은가. 우리는 여자 경찰에게 분노한 것이 아닌 경찰의 본분을 저버린 한 명의 경찰에게 분노한 것이다. 이처럼 pc에 눈이 멀어 사회적 혼란을 낳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pc는 목적일 뿐 수단이 아니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누군가 무고하게 피를 흘린다면 우리는 그 사회를 정녕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까.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모두가 틀림과 다름의 차이를 인지할 수 있다면 우리가 바라던 사회는 바투 다가올 것이다.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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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8 16:38

판소리의 재해석과 전라북도 글로컬 실현의 비전

박정민(전북대 사학과 조교수) 지난 10월 30일 국악으로 신명나게 놀아 볼 신개념 퓨전 국악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을 지향한 조선판스타가 종영하였다. 최근 여러 이슈를 몰고 온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 보다 화제성은 적지만, 시청률은 3배 가까이 앞서며 저력을 과시하였다. <조선판스타>는 국악을 기반으로 가요, 재즈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무대를 꾸미는 크로스오버(corss-over)로 판소리를 비롯한 전통음악의 매력을 새롭게 제시하며 호평 받았다. 우리 음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도 판소리의 파격 변신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대한한국 국악계는 지금 현대적 재해석과 퓨전으로 폭넓은 세대의 주목과 호응을 얻는 중이다. 반면 북한은 국악의 변신에 회의적이다. 북한의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1월 2일 국악계 이단아들이 서양악기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민족 음악을 변질시키고 있다., 민족 음악의 명맥이 사라지고 있다.고 비판하며 전통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통을 고수하고 보존한다는 측면에서도 이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판소리가 처음 등장한 것으로 보이는 18세기 영정조대와 19세기 흥선대원군대의 판소리는 사뭇 다르다. 일제강점기 이후에도 판소리는 계속 변화를 겪으며 오늘의 형태에 이르렀는데, 전통이란 것은 시간과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판소리를 비롯한 국악의 역사에서 주목할 점은 우리 전라북도의 위상이다. 흔히 남원을 국악의 성지라고 하는데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흥부가와 춘향가의 배경지이고, 동편제 판소리를 정형화한 송흥록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립민속국악원도 남원에 있고, 시립 국악단이 운영되며, 후속세대를 양성하기 위한 국악예술고등학교도 있다. 남원뿐만 아니다. 19세기에 고창 지역에서 활동했던 동리 신재효는 기존의 판소리를 춘향가, 심청가, 박타령, 토끼 타령, 적벽가, 가루지기타령 등 여섯 마당 사설로 정리하였고, 이론을 정립하였다. 국악계에서 신재효의 위상은 매우 높은 만큼, 고창군에서도 그를 기리기 위해 판소리박물관, 판소리전수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후속세대 양성을 위해 전국 어린이 판소리 왕중왕 대회를 1988년부터 34회째 진행하고 있다.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전주대사습놀이 역시 조선 후기에 전라감영과 전주부 통인청에서 주관하며 성했하였는데, 1910년을 전후한 시기에 중단되었다가 1975년부터 재개되었다. 전주대사습놀이가 현재 국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국악의 본향이라고 할 수 있는 전라북도의 소리가 현대에 다시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이는 지역의 것이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는 글로컬(Glocal)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기회를 이용하여 전라북도는 국악 등을 홍보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전통적인 판소리를 계승함과 동시에 퓨전까지 아우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조선판스타가 시즌 2를 개최한다면 결승전은 전주대사습놀이를 진행했던 전라감영에서 진행하도록 하여 전통적 상징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혹은 최근의 트렌드인 메타버스나 가상현실 플랫폼을 국악과 접목시켜 전라북도에서 선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도 있다. 판소리를 비롯한 국악의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 전라북도가 관련 문화 사업에 역동적으로 움직인다면, 우리문화유산의 세계에 알리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박정민(전북대 사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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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1 16:54

새로운 일상, 새로운 콘텐츠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최근 단체관광 대신 가족 단위의 소규모 관광이 증가했다. 코로나19로 관광 흐름이 개별소규모비대면으로 바뀐 것이다.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지역의 대표 관광지들도 단계적 일상 회복에 맞춘 새로운 관광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새로운 일상에 맞춘 색깔 있는 관광콘텐츠를 만드는 지역만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시기다. 국외여행의 제약으로 국내여행이 늘어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와 2021년 국내관광 흐름 분석 결과 가족, 연인, 친구와의 여행이 증가했다. 단체 여행보다는 소수의 친밀한 사람들과의 여행이 늘었다. 반려동물에 대한 여행도 늘어났다. 안전한 여행을 추구하며, 기존과는 다른 새롭고 독특한 여행 콘텐츠에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코로나 우울을 극복하기 위한 치유와 안전 선호도 높아졌다. 국내의 다양한 여행지로 관심이 증가하면서 기존의 관광지보다는 새로운 관광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새로운 관광유형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는 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필자도 콘텐츠 창작 작업을 하면서, 관광콘텐츠의 변화를 실감한다. 기존 한옥마을 중심의 관광콘텐츠 창작에서 관광지가 아닌 곳에서 관광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처음으로 하고 있다. 그 첫 대상지는 서학동이다. 서학동은 전주 한옥마을 옆에 있다. 서학동 예술마을로 알려졌지만, 사람들로 북적이는 관광지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주말에도 한옥마을 바로 옆이라는 지리적 위치가 무색할 정도로 한산하다. 최근 서학동은 재개발이 아닌 도시재생 사업으로 걷기 좋은 거리가 되었고, 오래되고 평범한 건물에 숨결을 불어 넣고 있다. 코로나19로 새로운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고 하지만, 주민들의 생활공간이 대부분인 서학동에 관광객을 위한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시작부터 난감했다. 관광객이 이러한 유형의 여행을 좋아할지도 의문이었다. 서학동 주민들의 거주권을 침해할 수 있었다.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서학동이 간직한 경쟁력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수시로 찾아가서 밥도 먹어보고, 인근 산에도 올라가 보았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다녔으나, 주변엔 오로지 평범함 뿐이었다. 막막함이 내내 이어졌다. 그러다 문득 서학동의 평범함이 곧 새로운 무엇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다시 서학동을 바라 보았다. 서학동에는 골목길이 있었다. 골목길은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안을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 길을 말한다. 대도시에서는 좀처럼 걸어볼 수 없는 길이다. 생각을 바꾸니 골목이 새롭게 보였다. 담벼락, 모퉁이, 계량기, 녹슨 양철 지붕, 화단에 핀 민들레 등 한 걸음씩 뗄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이 골목길에 있었다. 관광객들과 함께 골목길을 걷자. 골목길을 걸으며 서학동 이야기, 전주 이야기, 우리네 사는 삶의 이야기를 하자. 그 이야기를 서학동 주민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에서 말하면 어떨까. 걷는 내내 지역 청년 예술인이 이야기 하면 어떨까. 어쩌면 그곳에도 전주를 가장 전주답게 해주는 삶의 모습이 분명 있을 거라는 거창한 기대도 피어올랐다. 주민들의 이야기와 지역 청년 예술인이 모여 10명 정도의 관광객과 함께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들려줄 이야기를 찾기 시작했다. 주민 자신의 이야기가 곧 서학동 이야기가 되고, 전주의 이야기가 되며, 우리 삶에 관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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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14 16:36

바라는 순간에 도착하기를

김유진 우석대 미디어영상 4학년 드라마나 소설에서의 죽음은 쉽고 현실의 죽음 또한 허무하다. 억울한 죽음을 보며 삶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고난과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삶을 조금 알 것 같다가도 익숙해질 때쯤 시련이 찾아온다. 꼭 새것처럼 초면처럼 말이다. 그래서 행복하면 불안하기도 하다. 언제 시련이 찾아올지 몰라 대기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통은 불쑥 찾아오고 나를 혼란에 빠트린다. 최진영의 <해가 지는 곳으로>의 소설 속 인물이 바이러스가 세계를 뒤덮고 멸망 직전까지 가게 되는 상황에서 여기서 시작하면 좋겠어. 새로운 인생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모든 것을 잃고 억울한 죽음을 눈앞에 보고도 불행한 삶을 원망하는 게 아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보자는 말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말은 실패하더라도, 힘든 상황이더라도 도전을 해보자는 말처럼 들렸다. 가진 것 하나 없고 내일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희망을 가진 인물이 부러웠다.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해준다면 당장 리셋하고 돌아가는 상상을 했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내 마음가짐에 따라 삶을 개척할 수 있는 거였다. 소설 속 인물들에 비하면 나의 고난과 시련은 참 초라했다. 잃은 것 없이 감사한 줄 모르고 불평했던 지난 삶을 돌아보며 반성했다. 코로나로 인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들에 억울했지만 생각지 못하게 얻은 것도 있었다. 코로나 이후 깨달은 건 현재를 소중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현재를 살고 있으니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시간은 돌아오지 않기에 할 수 있다면 하고 후회하자는 생각이 커졌다. 후회하는 일이 있다면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처럼 다시 시도해보자는 말을 떠올릴 것이다. 노래를 듣고 감동을 받고 글을 읽으며 마음이 바뀌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누군가의 말을 빌려 전할 뿐이지만 실패하더라도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처럼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도전한다는 것은 어렵고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막상 도전하고 용기를 내도 노력으로만 안 되는 것을 모두 알기 때문이다. 사회는 불공평하므로 출발선이 다르면 같은 시간 안에 도착하지 않는다. 그럴 땐 바꿀 수 없는 것은 빠르게 인정하고 올바른 방법을 찾는 것이다. 고난과 시련은 내가 변화하는 과정의 필수코스이기에 피하려 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는 것을 믿고 바라는 순간을 그리다 보면 언젠가 원하는 날은 올 것이다. 소설 속 인물처럼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 단순히 행복을 위해 사는 삶, 내 집 마련이 꿈인 삶, 돈이 넘쳐서 써도 타격이 없는 삶, 건강만 하면 되는 삶. 사람마다 원하는 삶이 다를 것이다. 최근 나에게 새로운 인생을 사는 기분이 들게 한 건 드럼을 배운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일 테지만 나는 어렵게 하루에 한 시간, 나에게 투자하는 용기를 냈다. 더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또 지금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현재를 되짚어 봤다. 원하는 날이 막상 와도 시련은 계절처럼 올 것을 안다. 잊지 말 것은 시련이 와도 언제든 나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 바라는 곳으로 가기 위해 작은 희망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김유진 우석대 미디어영상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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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07 17:28

신춘문예와 문학의 위기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가을을 망각할 정도로 시린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이제 겹겹이 옷을 싸매지 않고서는 새벽의 추위를 견디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이 쌀쌀함 속에서도 초연히 열을 올리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문학인들이다.언제나 열병처럼 지나가고 말았던 신춘문예 시즌이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문학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이 가장 기다리고 있었던 시간이 아닐까 싶다. 문학인들은 어찌 보면 농부와 다를 바 없다. 농부는 때로는 따스한 햇볕을 쬐고, 때로는 무더운 더위를 견디고, 때로는 거친 비바람을 헤치고, 때로는 시린 추위를 이겨낸다. 그들은 그렇게 한 해 동안 구슬땀을 흘리고 결국은 농작물을 수확해낸다.농부와 같이 문학인 또한 숱한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사건과 여러 감정들을 마주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만의 글을 건져 올린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온 글을 널리 인정받기 위해 신춘문예에 작품을 투고한다. 비록 예전에 비해 위상이 많이 낮아졌을지라도, 신춘문예가 여전히 문학을 업으로 삼으려 하는 이들에게 든든한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신춘문예는 신문사나 잡지사가 매년 연말 현상금을 내걸고 문학작품을 공모해 심사를 거쳐 당선작을 발표하고 상금을 주는 일종의 문예작품 선발 행사다. 이는 1925년 <동아일보>가 문학작품의 공모를 연말에 실시하면서 생겨난 제도다. 당선자에게는 상금이 주어질 뿐만 아니라 문단에서 신인문학가로 인정을 해주는데, 새로운 신인문학가를 발굴하고 새로운 문학작품을 대중에게 널리 소개할 수 있는 제도로 인정을 받으며 지금까지도 한국 문단의 문학가 양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문학 활동에 뜻을 두고 있는 신인들이 이 제도를 통해 자신의 창작 역량을 시험하고, 문단에 등단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신춘문예는 1930년대 이후부터 신인 문학가들의 등용문이 됐다. 약 100년 역사의 신춘문예가 지금까지 배출한 문인의 수는 이제 헤아릴 수가 없을 지경까지 이르렀다.하지만 세상 그 어떤 것이든 오래된 것은 녹이 슬고 색이 바래기 마련이다. 최근 좁아져만 가는 문학의 입지와 맞물려 신춘문예 제도 그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돈황의 사랑』의 작가인 윤후명 작가는 한 강연에서 상금이 없거나 과하지 않은 타국의 문학상들과 달리 한국의 문학상은 요행심리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추구해야 할 본질인 문학이 도리어 실종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런 요행과 도박적 요소로 당선된 수상자들이 나중에까지 좋은 소설가로 남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이어 윤후명 작가는 누가 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단편 소설 기준이 80매다. 한 백 년 동안 유지되고 있는 형식으로, 외국에는 없는 기준이라며 소설의 분량 기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고, 소설을 분량 채워나가듯 써야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요즘 시대에 글은 읽는 사람만 읽는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고는 한다. 하지만 문학의 위기가 도래한 현 시대에서도 여전히 필자는 문학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믿는다. 인간이 살아 숨쉬는 한 문학은 짙고 긴 그림자처럼 항상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이에 관해서 괴테가 좋은 말을 남겼다. 인간이 타락했을 때에만 문학이 타락한다. 참으로 멋진 말이 아닐 수가 없다.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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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31 16:42

무작위 정보의 무작정 노출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어떻게 당신은 최신 트렌드도 잘 모르고 사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사실 나는 오징어 게임을 아직 못 봤으며 예능이나 드라마를 잘 안 보기에 일상의 대화를 쉽게 이어가지 못한다. 지인과의 대화에서 모르는 유행어나 신조어가 나온다면, 나는 과감히 묻는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세상에, 그것도 모르고 사냐는 표정. 그렇다. 나는 이제 내가 궁금한 세간의 이야기를 주로 타인으로부터 얻는다. 물질문명을 거부하며 지리산 깊은 곳에 도인처럼 숨어서 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인류에게 편리한 삶을 가져다준 디지털 기술을 외면하고 싶지 않다. 필요하다 싶은 최신 제품이 있으면, 사서 편하게 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 나의 하루를 돌아보니 무엇하나 스스로 주도하거나 선택한 것이 없었다. TV를 켜놓고 주어진 시간대에 흘러나오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심심하니까. 할 것 없으니까 그랬다. 스마트폰을 켜고 세상의 이야기를 스치듯 넘겨다보았다. 무작위 정보의 무작정 노출, 그것이 일상이었다. 포털사이트에 접속하면 수많은 정보가 자신을 찍어달라고 유혹한다. 목적은 업무 메일 확인이었으나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1시간이나 흘렀다.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마음은 초조하지만, 포털사이트라는 공장에서 클릭만 반복적으로 찍어누른다. 무작위 정보에 무작정 노출되다 보니, 무언가 아는 건 많아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스스로 생각해서 이야기하는 것인지, 주어진 정보를 앵무새처럼 읊고 있는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오리지날(original) 보다는 그것을 2차 3차 가공한 정보에 눈이 더 갔다. 편하고 쉬우니까. 가공한 정보의 특징은 핵심적이고 짧아 편리하지만, 자극적이며 편파적일 확률이 높았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도 생겼다. 세상의 정보 편의점 인스턴트 식품을 먹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내가 받아들인 정보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책을 읽을 때도 빠르게 많은 양의 정보를 얻으려고 했다. 책을 읽었으나, 도대체 뭘 읽은 것인지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았다. 정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으나, 결국 나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었다. 나는 빠르게 세상을 빠르게 따라가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먼저 나를 둘러싼 무작위 정보와 무작정 노출부터 차단했다. 옷가게에서 아무리 마음에 드는 옷이 있어도 정말 필요한 한 가지만 고른다는 심정으로 세간의 정보와 대면했다. 정보에도 유기농 식품과 인스턴트 식품이 있음을 알았다. 또한, 유튜브보다는 책을 읽는 시간을 늘렸다. 한 문장 한 문장 작가가 의도한 바를 음식을 씹고 맛보듯이 천천히 받아들였다. 처음엔 시각적 영상이 따라주지 않아서 답답했으나, 내 머릿속에서도 유튜브보다 더 재미있는 상상의 세계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누구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이전의 나의 삶과 비교했을 때보다 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정보가 맛있다. 식사 시간에 TV와 스마트폰을 켜지 않고, 대화도 하지 않으며, 혼자 음식에만 집중해 보았다. 천천히 씹으면서 음식의 맛을 느껴보았다. 음식이 맛있었다. 정보 또한 음식을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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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24 16:47

전라북도의 정체성과 미래학 확립을 위한 여정

박정민(전북대 사학과 조교수)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되었다. 그는 잘 알려진 것처럼 성남시장이라는 기초 지자체 단체장을 역임한 적이 있고,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경기지사로 당선되어 시정과 도정을 이끌었다. 비단 이재명 지사만 지방자치 경험이 있는 것이 아니다. 중도 사퇴했던 이광재 의원은 강원지사, 김태호 의원은 경남지사를 역임했다. 양승조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는 현직으로 대선에 도전하였다. 본선에 올랐던 이낙연 전 총리는 전남지사, 홍준표 의원은 경남지사, 원희룡 전 제주지사,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도 지자체장 출신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1991년에 지자체 제도가 다시 시작된 이래 30여 년이 지난 지금 튼튼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에서 차근차근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대선 후보 반열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지역이 더 이상 중앙과 대비되는 객체가 아니라 새로운 중심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역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해당 지역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전북 지역에는 지난 2019년에 전북연구원 산하에 설립된 전북학연구센터가 있다. 이곳은 전라북도의 유구한 역사와 독창적 문화를 발굴하고 보존, 발전시켜 새로운 성장 동력 구축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하여 전라북도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찾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여러 성과를 쌓았지만 이번 주 금요일(22일)에 제1회 전북학대회를 원광대학교에서 개최하며 지역학 최대 교류의 장을 연다. 물론 코로나19라는 상황 때문에 일반 시민들까지 참석하지 못하지만, 지금까지 이처럼 큰 교류의 장이 열린 적이 없었다. 올해는 전북지역 연구의 회고와 새로운 지평이라는 대주제로 지역학, 사회, 역사, 문화정체성, 농업문명 등 5개 분과에서 전라북도에 대한 심층적 연구를 진행한다. 기조강연으로 원광대 박맹수 총장이 전북의 문화 원형과 자긍심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이어 총 15개의 다채로운 주제의 연구와 토론으로 수놓을 것이다. 또한, 분과별 발표를 비롯하여 종합토론에서 각 좌장이 모여 분과에서 이루어진 논의를 공유함으로써 학술대회를 총괄적으로 검토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처럼 전북학대회는 각 분야의 연구 흐름과 향후 지향점을 모색하고, 우리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파악하는 자리이다. 이와 같은 큰 행사를 통해 우리 지역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전북학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을 논의할 수 있다. 물론 이번이 첫 개최인 만큼 한 번의 행사로 전라북도의 정체성을 확립하거나 곧바로 획일화된 결론이 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코로나19라는 상황 때문에 일반 시민들과 학문후속세대 등의 참석 등에서도 원활하지 않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집단 지성이 모여 논의하다 보면 우리 지역이 더 나은 발전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동안 소외되었던 연구 분야 혹은 우리의 장점이 잘 드러날 것이다. 처음 진행되는 전북학대회이지만 전라북도의 다양한 학문 체계 구축의 토대로 자리 잡아,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정민(전북대 사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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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17 16:39

MZ세대는 MBTI 열풍

김유진 우석대 미디어영상 4학년 우리 미래에 어떻게 될까? 이에 친구는 서른 살 되면 모두 직장 다니고 있겠지? 그때도 이렇게 다 모일 수 있을까?라고 답했다. 그 미래를 말한 게 아니어서 당황했다. 우리는 미래를 다르게 이해한 것이다. 나는 사후세계가 궁금했고 친구는 곧 다가올 현실적인 이야기를 궁금해했다. 죽으면 어떻게 될지에 대해 물어본 건데라고 말했고 서로 한참을 웃으며 신기해했다. 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에 시간을 보내며 그럴 때마다 사고가 확장되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현실 가능성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재밌다는 친구. 나와 이 친구는 MBTI가 정반대다. 요즘 친구들과 대화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는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다. MBTI는 성격유형 검사로 외향(E)-내향(I), 감각(S)-직관(N), 사고(T)-감정(F), 판단(J)-인식(P)의 이 4가지를 조합해 16가지의 성격 유형 중 하나로 분류한다. 별자리, 혈액형 특징을 웃으며 이야기했던 시대를 지나 MBTI로 나를 소개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시대가 왔다. 당당하게 자기 PR을 하는 MZ세대는 MBTI로 자신을 설명한다.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큰 세대인 만큼 상대방과 MBTI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간단한 테스트로 쉽게 자신의 MBTI를 알 수 있고 이 열풍으로 다양한 심리테스트의 결과 역시 MBTI로 나와 친구들과 공유하며 상대방과 비슷한 점을 언급해준다. 친구들과 MBTI 이야기를 하면 서로의 생각을 듣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떠든다. MBTI로 열띤 토론을 하다 보면 다양한 성격을 가진 친구들끼리 만난 것도 신기하고 대화를 하면 할수록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같은 유형을 만나면 유대감을 갖게 되고 다른 유형을 만나면 서로의 장점을 부러워하고 흥미로워하며 서로의 뇌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MBTI의 열풍이 주는 이점이 있지만 퍼즐처럼 유형에 끼워 맞추는 맹신론자들이 있다는 단점도 있다. 도 넘은 정보들이 선입견을 만들기도 하고 좋고 나쁨을 가르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16개의 유형 중 하나가 한 사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유형이어도 모두 다 성격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알파벳 네 글자로 사람을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나에겐 MBTI 유행으로 인해 사람들과 관계가 쉬워졌다. 이전에 의견 충돌이 있을 때 서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내가 틀렸다 생각했다. 서로의 성격과 가치관이 달라 표현방식이 달랐고 틀린 것은 없었다. 성격의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다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와 다른 사람들도 있지만 같은 사람들도 많다는 것과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 수 있었다. 잠시나마 나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며 나를 다스리는 방법을 알게 됐다. 평소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있을까. 살아가면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은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성격유형검사를 통해서 알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방법이던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면 된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면 MBTI 검사를 해보고 그 유형들이 좋아하는 것에 뭐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과 MBTI 유형을 이야기하며 알아가는 시간이 많아지고 더 가까워졌다. 나를 알고 상대방을 알게 되니 서로를 더 존중해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MBTI를 맹신하기보다 개개인의 장점을 칭찬해주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라보길 바란다. /김유진 우석대 미디어영상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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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26 16:29

‘D.P.’, 청춘의 무덤을 조명하다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연일 화제다. 수많은 언론사와 정치인들이 D.P.를 재조명하고 있고, 일상에서도 어디를 가나 D.P. 이야기가 나오는 등 파급력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D.P.는 군무 이탈 체포조(D.P.)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군대 드라마다. 군대 드라마라 하면 한때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던 태양의 후예가 떠오르지만, 그 작품과는 결이 다르다. 방영 이후 사관학교 경쟁률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릴 만큼 군대에 대한 환상을 심어줬던 것이 태양의 후예라면, D.P.는 다들 알고 있지만 쉬쉬했던, 수면 아래에 침전되어 있던 군대 내 차가운 현실과 부조리를 비추고 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남성이 군대를 가는 우리나라 특성상 많은 공감을 사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군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그리 좋지 않다. D.P. 방영 이후 여론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SNS에 자신이 겪은 군대 부조리를 고발하는 움직임이 있는가 하면, 군대는 뺄 수 있으면 빼는 게 정답이라는 의견이 많이 보이기도 한다.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고, 국방부를 향해 수많은 화살이 날아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군대에 대해 쌓여오던 국민들의 불신이 이번 D.P.를 통해 점화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욱 국방부장관은 드라마에 나오는 내용은 극화된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지금은 많은 노력을 해서 병영문화가 많이 개선 중에 있고 전환되고 있다는 해명을 하기도 했다. 정말 그 말대로 D.P.는 드라마일 뿐이고 군대는 바뀌어가고 있는 걸까. 지난달 8일, 충남 서산에서 군대 선후임의 괴롭힘으로 인해 제대한 지 일주일 만에 한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했고, 지난 9일 SNS에는 해병대에 복무중인 한 병사가 선임병 4명에게 복부 가격, 인격 모독, 시가잭으로 팔을 지지는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6월 18일에는 선임병에게 구타, 폭언, 집단따돌림을 겪던 해군 소속의 한 병사가 휴가 도중 극단적 선택을 했고, 지난 5월과 8월에는 공군해군육군에서 잇따라 성추행 피해가 나오기도 했다. 군대가 비록 옛날에 비해 좋아졌고 지금도 개선 중에 있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사건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을 미루어 보아 D.P.를 단순히 드라마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될 일이다. D.P.에서 비춰지는 군대의 참혹한 현실과 고통을, 누군가는 지금도 현실로 마주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병영문화 개선 및 군 인권 신장은 곧 강한 국방력과 직결된다. 국가가 존속하기 위해 강한 국방력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이는 이번 아프간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방력은 세계 6위로 꽤 높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으나 D.P.로 인해 밝혀진 군대 내 여러 문제점과 국방부를 향한 국민들의 불신을 생각해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일 따름이다. 군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날로 날카로워져만 가는 지금, 국방부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 할 것이다. 조직의 특성상 군대라는 곳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 필자 또한 군대를 다녀왔기에 잘 알고 있고,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2014년, 전 국민을 분노케 했던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김 일병 총기 난사 사건. 그 이후로도 누군가의 아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제는 좋아졌다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만들었다는 D.P. 원작자의 말처럼, 비록 더딜지라도 착실하게 변화를 꾀해 군대가 더 이상 청춘의 무덤이 아닌 청춘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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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12 16:52

전북 발전을 위한 학문 후속세대의 양성과 지역의 책무

박정민(전북대 사학과 조교수) 최근 교육부에서 발표한 정부 재정지원 탈락 대상 대학에 52개교가 선정되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우리 지역의 국립대인 군산대가 포함되었다는 사실이다. 정량 평가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획득했음에도 정성 평가에서 탈락 점수를 받아 군산대와 시민 등이 반발하며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기각되었다. 이 결과 군산대뿐만 아니라 전북 지역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다른 학교들이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안도할 일은 아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대학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나, 둘씩 학교가 무너지게 된다면 우리 지역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할 연구자 자체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지역 대학교수와 연구원들은 지자체의 자문 임무를 수행하고, 중앙 부처의 전공 분야에서 지역 이해를 대변해준다. 하지만 점차 지역 대학이 사라진다면 그 소임을 다해 줄 수 있는 인력풀 자체가 감소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에 대한 연구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필연적으로 우리 지역 사람들이 전북 지역에 대한 사례 조사를 많이 진행하는데, 이 역시 해당 인력이 감소하면 감당할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10년, 20년 이상을 이끌어갈 미래 세대의 소멸은 우리 지역의 연구 역량과 발전 기반의 감소를 의미한다. 그 결과 앞으로 지역을 체계적으로 이해하여 정책적으로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것이다. 각 학문에서 미래 세대가 감소하는 문제는 현재 대부분의 학계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으로, 국가적으로 혹은 공공기관, 기업, 학회 등 다양한 곳에서 학문 후속세대를 양성하여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즉, 이들을 위한 각종 장학금을 운영하거나, 연구비 공모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들이 구조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지라도 학문 후속세대 양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와 같은 지원이 중앙 차원에서만 진행되고 있고, 지역에서는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행히 전북은 전북연구원 전북학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학문 후속세대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작년부터 센터에서는 전북 지역을 대상으로 박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한 대학원생 중 우수 연구자를 선발하여 시상하는 우수학위 논문 지원사업을 진행하였다. 올해는 콘텐츠, 문화인류학, 고고학, 도시계획, 교육학 등 전북을 주제로 한 다양한 학위논문 연구자를 선발하였고, 9월 24(금)에 시상식이 개최될 예정이다. 또한, 연초에 진행하는 전북학 연구지원 사업에서도 쿼터를 두고 학문 후속세대의 몫을 배정하고 있다. 물론 이 사업 하나로 전북 지역에 대한 연구가 풍부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시작으로 우리 지역에 대한 학계와 대중의 관심을 높일 수 있고, 몇 안 되는 우리 지역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고무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는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 전북학연구센터 밖에 없지만 향후 도내 다양한 기관들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전북에 내려와 있는 유수의 공공기관에서도 지역 연구 지원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다양한 방면으로 학문 후속세대를 양성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이들 기관이 각자의 분야에서 지역과 상생하는 모델을 만든다면 다른 지역보다 전북이 선도적인 위치를 점유하며 지역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박정민(전북대 사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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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05 16:39

좀 더 새로운 거 없어요?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어떻게 하면 우리 지역에 사람이 모이게 할까? 지역을 기반으로 정책을 만드는 사람의 비중 있는 고민일 것이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어도,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여기에 이런 거 팔면 잘 될 거야. 여기엔 반드시 이런 게 있어야만 해. 크리에이티브 시티라는 묵직한 수사를 붙이지 않더라도,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거창한 수사를 붙이지 않더라도, 지역에 사는 우리는 일상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 같은 것이라도 좀 더 괜찮은 것은 무엇일지 고민한다. 이는 로컬 크리에이터가 지역에 따로 존재하는 특수한 것이 아닌, 지역에 사는 사람 누구나 로컬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역에 사는 사람 누구나 로컬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듯, 지역의 모든 것이 로컬 콘텐츠의 가치가 될 수 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등 유무형의 것에서 가치를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지역의 가치를 찾는다는 것은 지역에 관한 관심과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우리 지역이 가지고 있는 것을 모아 이야기를 만들어, 그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성공과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로컬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면, 실패하더라도 그것은 성공의 가능성이 담긴 괜찮은 실패일 것이다. 지역의 정체성이 담긴 고유한 이미지를 상징화하여 지역다운 지역을 만들어내는 로컬 브랜딩 또한 로컬 크리에이터의 활동과 연결될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닌 그 지역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독창적인 창조물이 필요하다. 그래야 기존의 주목받지 못했던 로컬 자원에도 시선을 둘 수 있다. 리브랜딩(Rebranding)이라는 마케팅 용어가 있다. 소비자의 기호, 취향,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기존 제품이나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롭게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탄생한 브랜드를 다시 다듬는 것을 리브랜딩이라 한다면 로컬의 스토리가 담긴 로컬 크리에이터의 활동도 로컬 리브랜딩이 될 수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사업 심사도 지역의 이야기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최신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아이디어만이 사업 선정의 기준일 수 없다. 로컬의 고유 정체성이 담긴 이야기를 로컬 크리에이터가 이해하고 있는지, 지역의 이야기를 열심히 발굴하고 고민했는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조금 더 새로운 기술은 없는지, 홍보는 어떻게 할 것인지, 돈은 되는지가 사업 평가의 기준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로컬의 고유한 정체성이 담긴 이야기다. 좀 더 새로운 거 없어요? 라는 말이 심사위원의 말에서 나온다면, 그것이 로컬 크리에이터가 대답해야 할 질문일까? 지역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만들어낸 아이디어가 반드시 새로워야 할까? 기술이 접목되지 않더라도, 유행을 따르는 새로운 것이 아니더라도, 로컬 크리에이터가 지역의 이야기를 꺼내는 행위 자체를 존중해야 한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발굴도 새로운 기술이 아닌, 기존의 로컬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주목해야 한다.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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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29 16:45

편리함은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김유진 우석대 미디어영상 4학년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며 옛날 노래를 즐겨듣고 전자책보다 종이책의 촉감을 더 좋아한다. 옛것의 가치를 높게 사는 20대로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스며들다가도 툭 하고 튕겨 나갈 때도 있다. 코로나 19 이후 방문 기록 작성을 매번 수기작성으로 했다. 아직도 수기로 작성하냐는 소리를 들어도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전자출입명부로만 입장 가능한 상황이 오자 당황했고 선택의 여지가 없다 보니 QR 체크인을 처음 사용해봤다. 몇 번의 터치로 입장 가능한 신세계를 경험하고 왜 사람들이 전자출입명부를 이용하는지 알게 됐다. 부모님에게도 QR 체크인 기능을 알려드리며 이용해보라고 권했다. 부모님은 터치가 익숙한 세대가 아니기에 수기작성이 더 편하다고 잘 사용하지 않으신다. 몇 번의 터치로 간편하게 음식을 주문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모님은 세상 정말 좋아졌다며 긍정적으로 보시지만, 부모님이 직접 이용하시는 건 어렵다고 하신다. 몇 년 전부터 부쩍 매장에 무인계산기가 생겨나고 사람과 대면으로 만나는 일이 적어졌다. 주 고객층이 젊은 층이 아닌 다양한 연령층이 가는 대형마트, 생활용품점에도 셀프 계산대로 바뀌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어 직원과 고객 모두에게 무인계산기가 간편하고 좋은 것 같았지만 셀프 계산대 사용을 어려워하시는 어르신들을 목격할 수 있었고 나에게 도움을 청하신 분들도 있었다. 나중에 부모님이 무인 계산기에서 마주하게 될 상황을 대비해 요즘은 일부러 부모님에게 무인 계산기를 이용하도록 권한다. 당황하지 않고 무사히 계산을 마치기 위해. 분명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이상한 광경이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인데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상황이라니. 나도 무인계산기를 처음 이용했을 때 주어진 시간 안에 주문해야 하는데 원하는 음식을 못 찾아 눈에 보이는 음식을 골랐던 기억이 있다. 20대에게도 복잡한 기계인데 디지털 소외계층은 불편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그 불편함이 무엇인지 잘 느낄 수 있는 영상이 있다.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맥도날드에 가서 무인 계산기로 햄버거를 주문하는 영상이다. 할머니는 그림을 보고 주문하다 보니 커피를 콜라로 착각하고, 높이 있는 버튼을 누르는 것도 어려움을 느끼신다. 주문과정 중 터치해주세요(눌러주세요)라는 말과 프렌치프라이(감자튀김), 테이크아웃(포장)이라는 과한 영어가 당연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걸 볼 수 있다. 기계가 있으면 바로 나와 버린다는 말과 자존심 상한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내 마음에 콕 박혀 버렸다. 어쩌면 나도 쉽게 익숙해지지 않을 시간이 올 거고 어려움을 겪는 날이 오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어떤 새로운 세상이 우리를 위협할지 모른다. 다수에 익숙해지다 보면 소수의 의견을 들을 기회는 사라지고 묵살된다. 편리함은 다수의 편리와 소수의 불편함이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닌 다수와 소수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행동들이 또 다른 누군가는 시간을 들이고 불편을 감수하며 살고 있을 수 있다. 어쩌면 편리함이 당연한 이들은 배려할 수 있는 특권을 가졌다. 발전에 맞춰 배움을 받아온 이들이 소수의 불편에 관심을 갖고 이해해야 한다. 세상이 빠르게 변해가는 만큼 소외되는 사람들이 없도록 서로 배려하며 친절을 베푸는 분위기가 되길 바란다. /김유진 우석대 미디어영상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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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22 16:28

또 다시 피어오를 성화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지독하리만큼 무더운 여름이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그저 걷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힐 정도다. 하지만 이 무더위에 뒤지지 않을 만큼 이번 2020 도쿄 올림픽 성화의 열기는 뜨거웠다. 전례 없는 무관중 진행, 더불어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 피어오르는 불안한 잡음이 개최 직전까지도 끊이지 않았지만, 늘 그래왔던 것처럼 세계인의 축제는 지구를 떠들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이토록 올림픽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스포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함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인류사를 훑어보면 인간과 스포츠는 떼놓으려야 떼놓을 수 없는 관계다. 이는 근대 올림픽의 전신인 고대 올림피아 제전과 로마 제국의 콜로세움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그 시절 스포츠는 지금과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 나체로 창을 던지거나 상대의 모든 곳을 만져도 허용되는 권투, 심지어 잘 벼려진 검과 검을 맞대기도 하는 등 현대인의 관점에서는 다소 야만적으로 느껴진다. 경기를 보는 관중들은 그 모습에서 유희를 느끼고,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은 목숨을 걸어가면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려 한다. 우리는 그들의 땀방울에 열광하고, 그들은 우리의 환호성에 전율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습은 많이 바뀌었지만, 이것이 바로 스포츠의 근간인 것이다. 이번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많은 선수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우리나라는 특히 비인기종목 선수들이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며 국민들을 열광케 했다. 아쉽게도 오늘을 끝으로 올림픽은 막을 내리지만, 뒤이어 우리가 소리 높여 응원해야 할 대회가 하나 더 남아있다. 바로 오는 8월 24일에 계최될 예정인 2020 도쿄 패럴림픽이다. 국제 신체 장애인 체육 대회를 이르는 패럴림픽은 장애인 스포츠의 꽃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올림픽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방송3사가 올림픽 중계에 경쟁적으로 나서는데 비해 패럴림픽은 상대적으로 중계가 잘 되지 않는다. 사실 이렇게 멀리 볼 것도 아니고 주변만 둘러보아도 패럴림픽을 챙겨보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모두 같은 국제 스포츠 대회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가장 큰 이유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최근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사회 운동이 국제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여러 소외 계층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집단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 길이 멀어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2019년 충청북도종합사회복지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항목에 대한 참여자의 비율이 무려 75.3%에 달한다. 사회에는 여전히 알게 모르게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숨어있다는 것에 많은 이가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2020 도쿄 패럴림픽 카누 종목에 출전하는 아나스 알 칼리파 선수는 훈련하러 갈 때, 스포츠는 제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성취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제가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해줍니다. 더 이상 어떠한 장애도 있지 않은 것처럼 말이에요라고 말했다. 노력하지 않는 선수가 어디 있겠냐마는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모두 장애를 가지고 있다. 선천적인 이들은 박탈감을, 후천적인 이들은 좌절감을 겪었을 것이고, 그 감정의 깊이는 우리가 감히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한 절망과 한계를 딛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이들이 이번 패럴림픽에서 어떤 휴먼드라마를 써내려갈지 기대되는 바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선수 모두가 후회 없이 땀방울을 훔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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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08 16:11

‘킹덤-아신전’을 통해 본 역사문화 기초 연구의 가치

박정민 전북연구원 부연구위원 지난 7월 23일 넷플릭스에서 킹덤-아신전이 개봉했다. 킹덤 시즌 1과 2는 단순한 좀비물을 넘어 전염과 확산이라는 코드로 코로나-19라는 현실과 맞물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 편은 시즌 1과 2의 전사(前史)로 생사초의 비밀과 조선에 거주하는 여진인 아신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킹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나오는 용어를 알아야 하지만, 대체로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많다. 성저야인과 번호부락, 폐사군, 추파진, 파저위 등 한국사 전공자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역사 용어를 기반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전공자들에게도 생소한 용어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부분은 역사적 사실과 작품 사이의 괴리를 벗어나 개인적으로 큰 흥미를 가졌다. 필자는 폐사군과 여진 등을 연구하고 있지만, 이 주제가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연구 성과도 많지 않고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며, 관련 용어가 학계에서 자주 쓰이기 시작한 것도 불과 10여 년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킹덤-아신전을 보며 전공뿐만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일어났다.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독창적이라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OTT 서비스가 활발하게 이용되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지금, 지역은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전북은 충분한 매력을 가진 땅이다. 자타가 공인하듯 역사문화와 관련된 많은 스토리를 확보하고 있고, 이는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는 자산이다. 잘 알려진 것 만해도 손에 꼽을 수 없이 많다. 고조선의 준왕이 위만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고 내려와 지금의 익산 금마 지역에 나라를 세웠고, 이것이 마한의 시초가 되었다는 이야기. 서동과 선화공주. 견훤의 후백제 건국과 강성함. 조선 왕조의 발상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 동학농민혁명 등이 있다. 알려지지 않은 것은 훨씬 더 많다. 킹덤-아신전을 예로 들면, 그 배경이 되는 추파진에서 근무한 군산 출신의 최호 장군과 연관성을 꼽을 수 있다. 그는 1580년에 추파진 만호로 부임하여 약 1년간 근무하였다. 이후에도 함경북도 방원보 만호로 근무할 때 니탕개의 난으로부터 임지를 보호한 공으로 무려 세 품계를 올렸다. 또한, 킹덤-아신전의 시대인 임진왜란기에는 함경남도 도절제사(현재의 사단장)로 부임하여 압록강변 가을파지보(현재의 김정숙군)에 시장을 열어 여진인과 평화 교역의 계기를 마련하며 지역민의 칭송을 들었다. 군산은 일찍부터 최호를 기리기 위해 사당을 만들었고, 지난 2015년부터 35사단 제9585부대 1대대를 최호대대로 명명하였다. 이처럼 전북은 잘 알려진 것부터 알려지지 않은 내용까지 풍부하고 다양한 역사문화 콘텐츠가 있다. 어쩌면 이러한 콘텐츠들은 킹덤처럼 각별한 계기로 대중에게 자신의 가치가 알려지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한 순간에 지역의 콘텐츠를 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 어떻게 활용될지 모르지만, 적시에 진행하기 위해 역사문화에 대한 묵묵한 지원과 심도 있는 기초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활용만 강조한다면 자칫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 지역의 역사문화가 탄탄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면 언젠가 개봉될 전북의 킹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박정민 전북연구원 부연구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21.08.01 16:44

오직 여기서만, 로컬콘텐츠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오늘날 인류를 지배하는 가장 보편적인 시스템은 자본주의다. 자본주의는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자본주의 생산혁신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시대를 열었다. 유행은 짧고 빠르며, 물건은 넘쳐난다. 잘 키운 작은 기업을 대기업이 흡수한다. 새로운 회사가 나오면 빠르게 인수하는 능력은 대기업의 전략 중 하나다. 회사 하나 만들어서 비싸게 파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청년 사장도 있다. 물건은 노동자가 만들지만, 물건을 판 돈 대부분은 공장 주인이 가져간다. 정해진 월급을 받는 노동자는 공장주인만큼 부를 얻기 힘들다. 토지 또한 아무런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가지고만 있어도 저절로 소득이 쌓인다. 땅이 없는 사람은 부를 쌓을 수 없다. 다수가 이해하고 인정하는 자본주의 원리다. 소수에게 부(富)가 집중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잘 사는 사람은 더 잘 살고, 가난한 사람은 늘 가난하다. 양질의 지원을 받는 자녀들은 출발선부터 앞서 나간다. 더 많은 부를 획득할 기회를 잘 사는 자녀들이 얻는다. 그렇지 않은 반대편의 사람은 가난만을 대물림한다. 다수가 이해하고 인정하는 자본주의 원리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무너지고 잃어버린 가치가 있다. 자본주의는 소득 불평등뿐만 아니라 지역 불평등도 낳았다. 도시와 농촌의 차별에서 벗어나,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확대되었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서 살고 있다. 어디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는 지역감정까지 섞인다. 이 모든 것이 자본주의 탓만은 아니지만, 지역 불평등에 자본주의가 숨어있다는 것은 다수가 이해하고 인정하는 자본주의 원리다. 먹고 살려면 수도권으로 가야 한다고 다짐한 청년들의 인서울 행렬이 이어진다. 지방은 사람을 잃고, 활력도 잃는다. 국가는 지역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육성할 의무를 지닌다는 헌법 123조에 명시된 문장이 자못 섭섭하다. 다가온 미래, 다가올 미래, 우리는, 지방에 있는 우리는, 지방에 남아있는 청년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브랜드는 사람을 모으고, 소비를 일으킨다. 브랜드는 단순한 로고가 아니다, 브랜드는 문화이며, 다른 것과 다른 정체성이다. 진정한 명품은 다른 것과 비교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브랜드는 뺏고 빼앗기는 자본주의의 구조로만 설명될 수 없다. 지역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지역만의 브랜드를 통해 지역의 장점과 특성을 드러내야 한다. 오직 우리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 문화적 자산. 그 고귀한 자산을 꺼내 취향과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가게는 오래된 메뉴를 그대로 유지한다. 유행에 맞춰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콘텐츠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이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야 한다.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연계하여 무엇으로 지역을 알리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오직 우리 지역만이 가질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유형의 한계를 넘어, 무형의 것에서도 찾아야 한다. SNS로 관계를 맺는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일은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로컬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로컬콘텐츠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나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하여 창업한다면, 오직 우리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희소성 있고 특별한 경험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소상공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장기적인 경쟁력은, 대기업이 쉽게 따라 할 수도, 흡수할 수도 없다.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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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2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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