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세워놓기만 하면 학생들이 문앞에 줄을 서던 때가 있었다. 게다가 정부의 지원속에 개인적 명예까지 거머쥘 수 있어 딴 뜻을 품고 국가 백년대계인 육영사업에 뛰어든 설립자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대학설립준칙주의'에 따라 사실상 돈만 있으면 누구나 대학의 이사장이 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정책도 전국 곳곳에서 대학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데 큰 몫을 해냈다.
그러나 이제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른다면 적지않은 대학이 당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교육인적자원부도 지난 9일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대학간 M&A(인수·합병)와 부실대학 퇴출경로 마련등을 골자로 한 정책과제를 내놓았다. 대학 통폐합과 경쟁력 없는 대학의 퇴출을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학간 통폐합과 부실대학 퇴출이라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2001년 공주대와 공주문화대학이 통합에 성공,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통합 논의과정에서 무산된 사례가 훨씬 많다. 교수와 교직원·재학생등 구성원들뿐 아니라 동문·지역사회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이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도내에서는 지난 1991년 군산대와 군산수산전문대학이 통합에 성공한 사례가 있으나, 2000년 교육부 국립대 발전계획안 제출과정에서 공개된 전북대와 군산대 통합안은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구체적 논의과정도 거치지 못했다.
최근 익산대학이 '대학발전 포럼'을 개최, 인근 4년제 대학과의 통합 방안을 조심스럽게 내놓아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 구성원들은 이같은 논의 자체를 꺼리고 있다.
최악의 위기를 맞은 대학가에 아우성은 들리지만 근본적인 자구책은 아직도 엿볼 수 없다. '고진감래(苦盡甘來)'. 그동안 눈앞의 위기상황을 뻔히 알고도 백화점식 몸집 불리기에만 급급했던 대학들이 다시 찾아올 호시절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대학이 고사위기에 직면한 지금이야말로 통폐합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다.
/김종표(교육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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