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되풀이되던 '독감 백신 접종대란'이 올해는 없다.
보건소마다 길게 늘어섰던 접종 인파 대신 보건소마다 백신이 켜켜히 쌓여있게 됐다. 귀한 대접을 받던 독감 백신 신세가 말이 아니다. 푸대접이다.
공급이 늦어져 백신물량이 남아 돌아 폐기처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전북도에 따르면 전주시보건소에 독감백신 4만8천여명분이 남아 있는 등 일부 시군에 독감백신이 남아 처리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독감백신이 남아도는 것은 조달청과 백신공급업체간 가격협상이 수차례 유찰돼 보건소에 백신공급이 예년보다 2개월이나 늦게 시작됐기 때문이다.
올해 조달청과 백신업체가 계약한 백신은 전국적으로 4백97만명분. 도내의 경우 14개 시군 보건소에 공급된 백신은 모두 45만2천4백64명분이다. 그러나 백신접종 적기인 지난해 10월을 넘겨 11월초부터 접종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비싼 돈을 주고 일반 병·의원에서 백신을 맞았다.
독감백신은 접종한 뒤 1개월이 지나야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에 11월 이후 보건소를 찾는 발길은 현저히 줄었다. 백신은 그해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맞춰 제조되기 때문에 내년에는 사용할 수 없어 결국 무더기 폐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주시보건소 등은 제약사와 협의를 통해 남은 백신을 반품처리해 줄 것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제약사 역시 전국적으로 상당량의 백신 반품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공급계약을 놓고 제약사와 실랑이를 벌이며 시간을 벌인 보건복지부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제약사의 반품처리에 직접 나섰지만 결과는 아직 없다.
시기를 맞추지 못한 독감 백신공급으로 접종적기에는 접종대란을, 시기를 넘겨서는 남은 물량 처리를 고심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주시의 남은 물량은 시가 8천만원 상당이다. 만일 폐기처분된다면 혈세 8천만원이 버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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