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새벽부터 전주시내는 요란했다. 이날 오전 3시부터 제설차량을 동원한 염화칼슘 살포작업이 주요간선도로에서 펼쳐졌다. 사이렌소리를 앞세운 전주시청소속 긴급출동차량들이 모래와 염화칼슘을 뿌렸고, 간밤에 쌓인 눈을 치웠다. 공무원들의 밤샘작업은 곧바로 출근길에서 빛을 발했다.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큰 교통혼잡은 보이지 않았고, ‘교통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며 출근길을 서둘렀던 운전자들은 멀쩡한 도로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외에도 전주시청 직원들은 눈만 내리면 비상출동한다. 이같은 제설행정이 반복되다보니 ‘전주시는 제설대책 만큼은 확실하다’는 믿음을 주고 있다.
같은 날 전주시를 제외한 나머지 시·군은 사정이 달랐다.
도내지역에서 가장 많은 적설량은 보인 정읍·고창·부안 등을 제외하고 새벽시간대에 제설작업을 했다는 이야기가 들리지않았다. 이같은 제설작업은 이날 오후에도 그다지 활발해보이지 않았다.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일부 시·군의 간선도로는 눈천지였다. 어느 지역은 ‘설국’을 연상케했다. 그나마 눈밭위에 간헐적으로 뿌려진 모래가 운전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안심시켜줬을 뿐이다. 일선 시·군의 제설행정이 큰 편차를 보이면서 도로 사정도 ‘그때그때’ 달랐다.
이처럼 시·군마다 제각각인 제설작업은 시·군 경계를 넘나드는 운전자들에게 ‘과연 지역민들이 원하는 행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했다. 어느 지역은 공무원들이 밤을 지새우며 눈을 치웠고, 어떤 지역은 ‘언젠가는 녹겠지’라는 생각을 앞세워 제설작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민선시대를 맞아 지역민들이 원하는 자치행정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행정’일 것이다. 자치단체장들이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행사에 자주 얼굴을 내미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역민들의 믿음을 채워주는 행정장악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의 어느 지역은 자치단체장에 나서는 후보들이 첫번째 선거공약으로 ‘제설대책’을 내세운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진정한 공복(公僕)이 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하는지 되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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