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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백제의 도로

“원래 땅 위에는 길이란 것이 없었다.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이 있으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중국 작가 루쉰(魯迅)은 그의 ‘고향’이라는 글에서 길을 이같이 표현했다. 길은 그의 말처럼 인간의 역사와 함께 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먼저 ‘길다운 길’을 만든 것은 로마인들이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그것을 상징한다. 로마는 북부 스코틀랜드에서 사하라까지, 서부 스페인에서 유프라테스까지 유럽 전역과 중동및 아프리카에 걸쳐 도로를 건설했다. 총연장을 이으면 지구 둘레의 10배에 달하며 건설기간만 600년의 세월이 걸렸다. 이 가운데 기원전 312년부터 건설된 로마-카프아 도로는 198㎞에 이른다. 이 도로는 노폭이 2.4-8m로,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차량통행이 가능할 정도로 내구성이 강하다. 이에 반해 동양의 도로는 서양과 달리 역참이 발달했다. 중앙과 지방사이에 말을 달려 명령을 전달하는 체계였다. 중국에서는 춘추전국시대, 우리나라는 삼국시대에 이미 활용되었다. 특히 원나라는 역참(驛站)제가 고도로 발달해, 아시아와 중동에 걸쳐 도로망을 완비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지금과 같은 모습의 도로는 일제 이후에야 가능했다. 1894년 서울 영국대사관에 근무하기 위해 인천을 통해 들어 온 영국인 비숍여사가 쓴 ‘Korean and the Far East Neighbors’에 당시 도로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도로란 것은 인마(人馬)가 많아서 자연적으로 생긴 것으로 노면이 조악하고 운수기관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인견마배(人肩馬背)에 의존한다. 인천에서 서울까지는 하루 낮이 걸린다. 네 사람의 교군(轎軍)이 멘 가마 한채가 지나가는 데도 양쪽 인가의 처마에 걸려 애를 먹기가 일쑤였다. 도로의 폭은 겨우 1m 내외로서 논둑 밭둑을 지나는 길고 꼬불고불한 돌멩이 투성이의 길이다.”

 

최근 서울 풍납토성에서 백제의 포장도로가 발굴돼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으로 부터 1800년 전 것이다. 잔자갈이나 다듬은 돌을 사용해 포장한 것으로 남북과 동서방향이 교차하는데 남북은 길이 41m 너비 5m, 동서는 길이 22m다. 땅을 얕게 파서 다진 뒤, 잔자갈을 두께 20m가량 길 가운데가 볼록하게 깔아 빗물이 자연스레 흐르도록 했다. 백제의 잊혀진 역사가 되살아 나는 것 같아 반갑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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