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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전주 사불여설(四不如說)

전주의 옛 세태를 전하는 말 중에 사불여설(四不如說)이 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보면 더 나을 것 같은 네가지가 그렇지 못하다(不如)는 것이다.

 

그 첫째는 반불여리(班不如吏). 양반이 아전만 못하다는 말이다. 관찰사나 전주부사 같은 지체 높은 양반들은 겉으로 화려한 것 같아도 생활이 뜬구름 같았다. 잘해야 1년 남짓 머물다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토박이인 아전들은 하급관리이긴 해도 지역사정을 속속들이 알아 이들을 통하지 않고는 되는 일이 없었다. 실속은 아전들이 다 챙긴 셈이다. 조선후기에는 아전들의 폐해가 심해 남명(南冥) 조식은 “우리나라는 이서(吏胥) 때문에 망한다”고 통탄할 지경이었다. 특히 전주 아전은 유명했다. 둘째는 기불여통(妓不如通). 기생이 통인(通引)만 못하다는 말이다. 수령의 잔심부름을 하는 나이 어린 통인이 미색을 갖추고 풍류에 능한 기생보다 재주와 수작이 낫다는 것이다. 세째는 이불여청(梨不如菁). 배맛이 무 맛보다 못하다는 말이다. 옛부터 전주 무는 완산 8미(八味)에 속할 정도로 맛이 좋았다. 인근 봉동과 삼례의 황토밭에서 나는 무는 돌멩이처럼 단단하고 둥글면서도 아삭아삭해 인기가 높았다. 이 무로 담근 깍두기는 지금도 콩나물국밥이나 순대국밥과 함께 먹으면 맛이 그만이다. 네째는 주불여효(酒不如肴). 아무리 좋은 술이라도 안주만 못하다는 말이다. 널리 알려진 고급 술이라 하더라도 전주의 여염집이나 주모들이 내놓는 안주 맛을 따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불여설은 조선 후기의 문인화가인 담헌(澹軒) 이하곤이 쓴 ‘남유록(南遊錄)’에 연원이 있지 않은가 한다. 남유록은 담헌이 시집인 ‘남행집(南行集)’과 함께 1722년 10월 13일부터 12월 18일까지 호남일대를 답사하면서 산문체 일기형식으로 남긴 것이다. 여기에는 호남 각 지방의 지형과 만난 인물, 예방한 양반가문의 풍모, 고사, 전설, 문물유적, 특산물과 음식, 의관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담헌은 전주에 관한 속설을 말하면서 삼불여설(三不如說)을 언급하고 있다. 그것은 여자가 남자만 못하다(女不如男), 배가 무만 못하다(梨不如菁), 꿩이 닭만 못하다(稚不如鷄) 등이다. 이 삼불여설이 훗날 세태에 맞춰 사불여설로 변모된게 아닌가 짐작된다. 역설적이지만 지금도 그럴싸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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