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꽃의 계절이다. 도시 근교 산에는 봄을 만끽하러 온 등산객들로 산이 휘청거릴 지경이다. 지금은 계절이 빨라져 나무심기도, 꽃놀이도 모두 앞당겨졌다. 특히 올해는 윤달이 들어 있어 더욱 그런 느낌이다.
청명을 전후하거나 삼월 삼짇날 벌어지던 화전(花煎)놀이도 마찬가지다. 화전놀이는 보통 화류놀이, 화수놀이, 꽃놀이라 해서 여자들 위주로 행해졌다. 오늘날로 치면 스트레스를 푸는 야유회라고나 할까.
예전에는 삼짇날이 되면 집안에만 갇혀있던 여인들이 밖으로 나와 봄볕을 즐겼다. 개울가나 인근의 경치가 좋은 산을 찾아, 화전을 부쳐 먹으며 그동안 쌓인 회포를 풀었던 것이다. 남자들이 솥이며 그릇들을 지게에 져다 취사준비를 마쳐주고 산을 내려오면 여인들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양반 부인네들은 서로 시를 지어 노래하고 댓구에 따라 다른 사람이 시를 짓기도 했다.
화전은 반죽한 찹쌀가루에 참기름을 바르고 꽃을 얹어 부친 꽃지짐이다. 이 때 꽃은 진달래꽃, 벚꽃, 배꽃, 매화 등을 사용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인 게 진달래꽃이다. 진달래는 어디서든 잘 자라고 색깔이 고운데다 먹을 수 있어 참꽃이라 불렀다. 반면 이와 비슷한 철쭉은 독성이 강해 개꽃이라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 3월 삼짇날 진달래꽃을 따다가 찹쌀가루에 반죽하여 둥근 떡을 만들고 기름에 지져 먹는 것을 화전이라 한다”고 했다. 또 오미자 국물로 만든 화채인 화면(花麵)도 만들었다. 오미자를 우려낸 국물에 녹두가루를 반죽해 익힌 것을 썰어 꿀을 타고 잣과 진달래 꽃잎 등을 띠운 것이다. 이 화전놀이는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는 놀이지만 주로 한강이남에서 성행했다.
화전가(花煎歌)에는 놀이 과정이 잘 묘사돼 있다. 과정은 공론(公論)→택일→통문→(시)부모님 허락→준비(음식)→몸치장→나들이→화전굽기→유흥→귀가 순이다. 또 황진이 무덤을 지나며 시를 짓는 등 풍류객이었던 조선중기의 시인 임제가 남긴 화전놀이 시조는 유명하다. ‘작은 시냇가 돌로 받친 솥뚜껑에서/ 흰 가루 맑은 기름 진달래꽃을 지져내네/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자 향기 가득하고/ 한해의 봄빛이 뱃속으로 전해오는구나’
전주 경기전과 모악산 등에서도 다례시연과 함께 화전놀이가 열린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