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sandwich)는 얇게 썬 두 쪽의 빵 사이에 고기나 달걀, 치즈, 채소 등을 끼워 넣은 간편한 대용식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지긴 18세기 초반 영국의 해군제독 출신 정치가인 J.M.샌드위치 백작이 트럼프 놀이를 좋아한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는 이 놀이에 열중할 때면 식사시간도 아까워 고용인으로 하여금 고기와 채소를 빵 사이에 끼운 것을 만들게 하여 옆에 놓고 먹으며 승부를 겨뤘다는 것이다. 당시 그런 식사법은 상류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간편해서 다른 귀족들도 따라하였고 점차 퍼져 나갔다.
이 보다 훨씬 전에 로마나 러시아에서도 빵 사이에 속(filling)을 끼워서 먹는 식사법이 있었다. 또 독일에서는 소형 빵에다 고기나 소시지를, 프랑스에서는 오믈렛이나 계란을, 미국에서는 구운 치즈를 넣는 등 방법이 점차 다양해졌다. 미국에서는 샌드위치가 한 해 22억 개가 소비될 정도로 보편화되었다. 50% 이상이 점심때 이용하며, 시애틀은 샌드위치 도시로 유명하다. 샌드위치를 우리 식으로 치면 김밥이나 주먹밥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샌드위치가 힘센 양쪽에 끼어 위축된 신세를 가리키게 되었다. 최근 삼성 이건희 회장이 언급한 ‘샌드위치 위기론’이 대표적 예다. 한국경제가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 낀 위기상황이라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그 말 이후 언론에서는 ‘샌드위치 코리아’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이 말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직후 사용된 넛크래커(nutcracker)를 연상시킨다. 우리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품질·기술 경쟁에서 밀리고 중국이나 동남아 개도국에 비해선 가격경쟁에서 밀리는 현상이다.
이같은 샌드위치 위기론이 지난 4월 전북에서도 나왔다. 전북도가 삼성경제연구소와 함께 ‘미래발전 구상및 대형국책사업 발굴관련 워크숍’을 가진 자리에서다. 연구소는 전북의 강·약점과 기회·위기 요인(SWOT) 조사자료를 통해 “충청권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서남해안권의 발전구상 사이에 전북이 샌드위치 양상을 띠고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통계청이 2020년 전북인구가 150만 명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발표와 연계돼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언론이 위기를 조장하는 측면이 없지 않으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