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입으로 뿐 아니라 눈과 코로 먹는다는 말이 있다. 맛은 물론 색깔과 향기가 좋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에 딱 맞는 음식이 한정식이 아닐까 싶다. 우선 30-50가지에 이르는 가짓수부터가 그렇다. 육지와 하늘, 바다에서 나는 산해진미(山海珍味)가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 나온다. 보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철따라 조금씩 달리하는 색깔 또한 형형 색색이다. 여기에 젓갈 등 발효식품이며, 생선과 고기를 망라한 각종 찜과 구이, 신선로 등이 오르면 냄새 역시 절로 입맛을 당긴다. 그야말로 육류 어패류 채소류 해초류며, 마른 음식과 진 음식, 더운 음식과 찬 음식이 섞여 거대한 우주만물이 밥상에 내려앉은 느낌이다.
이런 한정식의 유래는 세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일제때 기생들이 시중을 드는 ‘요정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기생의 가무(歌舞) 서비스를 없앤 요리 중심의 접대에서 생겨났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의 반상차림에서 찾는다. 그리고 세번째는 궁중음식설이다. 궁중에서 음식을 만들던 대령숙수(待令熟手)라는 전문 요리사들이 조선왕조가 끊기면서 서울의 ‘명월관’같은 음식점을 차린데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정식은 크게 남도식과 개성식으로 나누기도 한다. 전주와 광주 등을 중심으로 한 남도식은 남도 특유의 갖은 양념과 다양한 젓갈 등 풍부한 반상차림이 특색이다. 반면 개성식은 담백하고 모양새가 예쁜 편이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좋은 점을 따와 퓨전화한데다 생선회나 튀김 탕수어 등 국적불명의 요리까지 오르는 경우가 많다. 또 한정식도 한꺼번에 나오는 것을 피해, 코스 요리 개념으로 바뀌는 추세다.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이 번창하면서 그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인지 모르겠다.
최근 전주시가 ‘맛의 고장’으로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한정식에 국악을 접목시킨다고 한다. ‘얼쑤! 우리 가락이 함께하는 현대판 대장금사업’이 그것이다. 대장금상과 임금님상, 궁중상, 수랏간상 등 4종류로 국악공연이 곁들여진다. 가장 비싼 대장금상의 경우 80만원(4인상 기준)으로, 가야금 병창과 판소리, 민요, 산조 등의 공연이 40분간 진행된다.
한정식에 국악이 어우러지는 것은 좋다. 그러나 한정식은 맛이 기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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