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겨울부터는 자기 집이나 가게 앞에 쌓인 눈을 제때 치우지 않으면 최대 100만원까지 과태료를 물게 될 전망이라고 한다. 소방재청은 지난 4일 폭설이 내렸지만 내집, 점포앞 눈을 치우지 않는 주민이 있어 통행에 불편을 가중했다며 자연재해 대책법 벌칙조항을 개정해서 최대 100만원까지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지난 7일 밝혔다고 한다.
적당한 눈은 우리의 시상(詩想)을 일깨우기도 하는 고마운 자연의 선물이지만 많은 폭설은 당장 교통장애를 일으켜 출근길을 막는다. 그러나 많은 폭설은 일본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로 하여금 일본인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도 했다.
그의 소설 '설국(雪國)'이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 되기도 하였는데 그 '설국'의 배경은 일본 홋카이도 유자와(湯沢)라는 온천 마을이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니 설국이 펼쳐졌다. 밤의 밑바닥이 하얗게 변했다"라는 구절이 이 소설의 첫 구절이다.
그리고 한문 글자 풀이를 하면 재미있다. 비(雨)가 수풀처럼 쏟아져 내리면 장마(霖)요, 길바닥에 비가 맺힌것을 이슬(露)이라고 했으며 눈은 빗자루로 쓸어야 하니까 빗자루 추(菷)자를 써서 눈, 설(雪)자를 만든 것이다. 서양에서는 예로부터 눈은 쓸지 않으면 안되는 죽음과 직결되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개척시대에 미국에서 폭설이 내리면 교통이 두절되어 굶어죽는 기아(飢餓)시태가 믾이 일어났다고 한다. 심지어 뉴욕에서는 겨우 대여섯 시간 내린 폭설로 교통이 마비되자 약탈소동까지 벌어졌다. 서양의 작품속에 나오는 눈은 한국의 시(詩) , '백설무(白雪舞)'처럼 춤추는 그런 눈은 아니다. 눈의 이미지는 거의가 죽음이나 공포나 우울의 대상일뿐이다. 눈 내리는 시베리아의 풍경은 우리에게 자칫 낭만의 풍경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러시아인들에게는 그저 버려진 죽음의 땅이었다.
서양에서는 눈만 내리면 열심히 쓸어내는 것은 앞으로 닥쳐올 공포의 잠재의식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의 지방 도시에서는 자기 집 앞 눈을 쓸지 않음으로써 시청의 청소부가 쓸게 되면 눈값으로 일정 금액을 요구받게 된다고 한다. 우리도 옛날과 달리 미국적 발상법에서 눈 청소를 강압당하지는 모르겠다.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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