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철호 익산본부장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해 달라고 전국이 아우성 칠 정도로 태풍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어김없이 깊은 상흔을 남겼다.
특히 농촌지역은 연이은 태풍으로 인해 더욱 큰 피해와 깊은 상처를 입었다. 비닐하우스 비닐이 찢어졌고, 하우스 지주대는 힘없이 엿가락처럼 휘어지는 등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한 모습 그 자체였다. 익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성난 자연의 힘이 아무리 거칠고 파괴력이 엄청났다고 하더라도 우리 인간의 힘도 만만치 않했다.
언제나 복구될지 아득하기만 했던 아수라장의 재난 현장들이 제 모습을 서서히 찾아가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희생 덕분으로 여겨진다.
충분한 장비가 없어 맨손으로 비닐을 걷어내고 지주대를 세우는 그들의 값진 땀방울은 정말 말로 다 표현할수 없는 벅찬 감동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릴레이 태풍으로 인해 깊은 생채기가 발생한 익산도 이젠 조금씩 예전의 모습으로 회복되어 가고 있다.
거세게 불어 닥친 태풍에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비닐하우스의 축대가 바로 세워지고 있고, 찢겨나간 비닐 피복도 새 옷을 입은 듯 깨끗해 졌다.
익산 역시나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복구의 손길 덕택이다. 익산시청 공무원을 비롯한 경찰, 군인, 정치권 등 익산 시민 모두는 이번 태풍에 찢겨나간 피해 주민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그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만사를 제쳐 두고 재난 현장으로 오늘도 앞다퉈 달려가고 있다.
너나 할것 없이 태풍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아직도 우리사회에 이런 따스한 마음을 가진 이웃들이 많이 있구나'라고 생각되면서 그들에게 다시한번 깊은 고마움과 감사함이 절로 밀려온다.
그렇지만 이 대목에서 꼭 한번 꼬집어 보고 싶은 지적 사항이 있다.
물론 일부의 얘기겠지만 태풍 피해 주민 일부가 자신들을 돕기 위해 한 걸음에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에게 엉뚱한 일거리 도움을 주문하고 있다고 한다.
밀물처럼 밀려오는 온정의 손길을 기회다 싶어 해묵은 집안일 처리를 요구하며 막무가내식 떼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는 자원봉사자들을 마치 머슴 다루듯 뒷짐을 쥔채 이것저것을 지시하며 호령을 치고 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것도 물 한 모금 조차 권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상당수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는 '오늘은 좋은 주인님을 만나야 할텐데…'등등의 우스갯 푸념을 종종 털어놓기도 한단다.
자원봉사자들이 그 어떤 답례 소리를 듣고 싶어 태풍 피해 복구 현장으로 무작정 달려간것이 결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앞서 지적한 얘기들이 만일 사실이라면 절대 이것은 아니다고 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이 감사하고 고맙다며 진정어린 마음에서 건넨 칭찬 한마디는 그 누구나를 기분 좋게 만들고 또한 행복하게 만든다.
후덥지근한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연일 비지땀을 흘리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얼음 둥둥 띠운 시원한 냉수 한사발을 건네지는 못할 망정 너무 인심 사납게 각박하게나 굴지 않했으면 좋겠다.
서로의 입장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너그러운 마음의 자세가 꼭 필요한것 같아 이런저런 한마디를 한번 읊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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