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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 새로운 경제 가치를 만들다 ⑤ 국내 기업과 상품

현수막·신문지로 가방 제조, 커피 찌꺼기 활용 버섯 재배…/ 폐품으로 돈벌고 환경 보호까지 '일석이조'

한때 '아나바다' 운동으로 물건을 재사용하는 노력도 있었지만, 이제는 단순한 재활용(recycling)보다 한 단계 진보된 개념으로 재활용품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디자인을 접목해 새로운 상품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업사이클(up-cycle·새활용)'이 주목받고 있다.

 

아직 국내 업사이클 기업은 사회적 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아직은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 또 재활용품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소비자, 숙련된 디자이너와 재봉사가 확보되지 않아 업사이클 제품의 가격이 높다는 단점도 있다.

 

버려지는 소재를 근사한 디자인으로 살려내는 업사이클 디자인은 나눔과 사랑을 실천한다. 그로 인해 만드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의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환경보호와 독특한 디자인은 물론, 실용성을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는 국내 기업과 상품을 찾아 나섰다.

 

△현수막 돗자리, 신문지 가방…개성 만점 상품 눈길

 

1990년대 한국적인 미를 잘 살린 잡화 브랜드로 인기를 끌었던 '쌈지'는 2000년대 경영위기를 겪은 후 '슬로우 바이 쌈지'로 재탄생했다. 환경친화적인 제품들을 생산ㆍ판매하는 기업으로 변신한 것. '착한 소비'를 이끄는 사회적 기업으로 변모했다. 기존 '쌈지'가 가진 디자인을 접목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는 '슬로우 바이 쌈지'는 누구나 '사고 싶은' 제품들을 선보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버려진 신문지를 활용한 가방, 염색과 금속을 최소화한 '베지터블 레더(Vegetable leatherㆍ식물성 염료로 가공한 가죽)제품 등은 공정 과정을 모르는 소비자들도 구입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08년'청년 사회적 기업 아카데미'에 참여한 학생들이 모여 고민과 열정으로 탄생시킨 재활용 전문 기업 '터치포굿(touch4good.com)'도 버려지는 현수막·폐자전거·타이어 등을 활용해 가방을 제작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0년에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우정사업본부·한국산업인력공단 등 15곳과 협약을 맺고, 폐 현수막을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처럼 폐 현수막을 장바구니, 신발주머니, 슬리퍼, 모래주머니, 화분 주머니, 밧줄 등을 만드는 등 새활용 하려는 업체가 늘면서 제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목화송이에서 만드는 '폐 현수막 실용돗자리'는 한쪽은 폐 현수막, 다른 한쪽은 방수천을 덧대 두 겹으로 만들었다. 현수막만으로 만들면 땅의 습기가 올라와 축축해서 방수천을 덧대어 활용도를 높였다. 아이들이 체험학습 갈 때 넣어줘도 부담이 없다. 차에 비상용으로 항상 싣고 다니는 엄마들이 늘어나면서 입소문이 나 호응도가 높다. 부엌에 두고 김칫거리 다듬을 때나 전을 부치거나 화분 분갈이할 때, 애들 그림 그리거나 붓글씨 쓸 때 등 활용도가 높다는 게 장점이다. 만들 때마다 달라지는 크기와 색깔을 골라내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바른 무역을 지향하는 Earthman(어스맨)이 선보이는 선물로 피스밤 액세서리는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얼핏 보면 평범한 실버 액세서리처럼 보이지만, 베트남 전쟁 중 라오스에 투하된 폭탄의 잔해로 만들어진 의미 있는 작품이다.

 

절망을 희망으로, 부정을 긍정으로 승화시킨 피스밤은 라오스 나피아 마을 사람들의 나무 거푸집과 흙 가마에서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또 수익금은 생산자 및 마을 공동체로 돌아가 마을 재건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양한 사이즈의 귀걸이는 만원 후반대, 팔찌는 2만 5000원으로 앨런스 파이프 및 리틀 파머스 홍대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최근에 리즈솝이 내놓는 고양이 사료 캔을 새활용해 모기를 쫓는 커피콩초도 인기다.

 

△커피 찌꺼기로 버섯을 키운다고?

 

국내 커피전문점은 총 9400여 개에 달한다. 1년에 배출하는 커피 찌꺼기 양만 7만여톤으로 추정된다. 이런 때 커피 찌꺼기로 버섯 농사를 짓겠다고 나선 자칭 '도시 농부'가 있다. 경기도 고양에 있는 이현수(35) '꼬마 농부' 대표가 주인공이다.

 

땅에 매립된 커피 찌꺼기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킬 위험이 이산화탄소보다 25배나 높은 메탄가스를 발생시킨다는 이야기를 듣고 재활용 방안을 모색하게 됐다고 한다.

 

인근 한 커피전문점에서 반나절 동안 배출한 커피 찌꺼기는 10kg정도다.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데 원두의 0.2%만 사용하고 99.8%는 버린다.

 

땅에 묻히면 지렁이 같은 흙 속 생물에게 해가 되는 커피 찌꺼기의 카페인 성분을 버섯 균이 분해한다. 현재 인터넷에서는'지구를 구하는 버섯친구'란 이름의 버섯재배키트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하루 3번 물을 주고 습한 곳에 놓아두면 열흘 후 커피 찌꺼기에서 버섯이 자라는 상자다. 한 개에 9000원인 버섯재배키트는 학습용으로도 인기다.'꼬마농부'가 내놓는 버섯재배키트는 손쉽게 버섯을 기른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생태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용 교재로도 인기가 높다.

 

이씨는 "이미 책에서 1990년대 이미 커피 찌꺼기의 주요 구성 성분인 목질 섬유소가 버섯을 잘 자라게 한다는 게 실험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며"'생태계의 청소부'라는 버섯의 별칭에 걸맞게 버섯을 재배하고 난 후의 커피 찌꺼기가 훌륭한 퇴비로 쓰이게 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업사이클링 나서는 유명 브랜드 '친근해'

 

유명 의류 브랜드의 시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제일모직의 SPA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올 초 '업사이클 & 리디자인(Upcycle & Redesign)' 프로젝트를 펼친 바 있다. '에코'를 주제로 했지만, 디자인적 업그레이드, 그리고 패션계 상생까지 모색했다는 평가다. 8명의 신진 디자이너와 협업했다. 목적대로 상품의 수명이 짧아서 쉽게 버려지는 옷들이 새롭게 디자인돼 돌아왔고, 독창적이고 개성 넘치는 젊은 디자이너의 옷은 에잇세컨즈의 디자인 힘을 상승시켰다.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신진 디자이너는 더 많은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는 기회를 얻게 됐다.

 

단순한 재사용을 넘어서 재미와 예술성까지 고려한 '리디자인' 운동은 에잇세컨즈에 앞서 코오롱FnC에서도 시도됐다. 코오롱FnC의 브랜드 '래코드(RE; CODE)'는 처음 재활용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3년 이상 팔리지 못해 소각될 처지에 놓인 옷들을 분해, 독립디자이너들이 새로운 옷으로 탈바꿈시킨 것. 남성 상의가 여성용 베스트가 되고, 점퍼는 가방이 됐다.

 

- 사진

 

①신문지를 새활용해 슬로우 바이 쌈지가 내놓은 핸드백. 기사를 읽는 재미는 덤이다.

 

② 녹색가게가 넥타이 천을 이용해 만든 지갑.

 

③ 짜투리 헝겊과 양말로 만든 인형.

 

④ 소주병을 눌러 만든 접시.

 

⑤ 세이지디자인에서 선보인 브로치, 시계 부품으로 만들었다.

 

⑥ 터치포굿에서 제작한 컬러풀 가드닝. 적근대, 모듬치커리, 로메인상추 등 모듬 쌈채소를 도심에서 기를 수 있다.

 

⑦ 목화송이가 폐 현수막으로 만든 친환경 돗자리.

 

⑧ 꼬마 농부에서 제작한 커피 찌거기로 만든 버섯재배키트.

 

⑨ 어스맨에서 제작한 팔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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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나네 nane01@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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